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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01/20 01:39:44 ID : f801dxDy6o4
사귄지 오늘로 딱 31일 된 3살 연상 여자친구가있는 22살이야. 썸만 4월부터 12월까지 타다가 12월에 겨우 사겼어. 말하자면 역사는 엄청 길다. 뭐 하이튼 진도는 키스까지는 했어. 근데 그 이상으로 진도 빼기가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근데 또 키스만 하자니 안달 나 죽겠고.... 이와 관련하여 여친과 나의 서사를 끄적여 보도록 하겠음
이름없음 2019/01/20 01:44:53 ID : f801dxDy6o4
먼저 여친과 나는 대학교 선후배로 만난 사이. 그리고 나의 배경 설명을 좀 하자면 기독교 문화에 깊이 적셔져있는 집안에서 나고 자라 학교도 그 쪽으로 가버렸다는 사실. 정체성을 깨달은건 중학생이지만 절절한 짝사랑과 종교적 죄책감으로 하염없이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어. 그러다 20살이 됐고, 나는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겼다.
이름없음 2019/01/20 02:25:12 ID : f801dxDy6o4
전여친과는 17년도 5월부터 18년도 10월까지 만났어. 당시에는 꽤 오래 사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저렇게 써놓으니 별로 오래 가지도 않았네. 술에 잔뜩 취해 키스하면서 시작된 관계였어서 전여친과는 만난지 한달도 안돼서 진도를 다 나갔었어. 멋모르고 불타는 20살이었지. 친구처럼 연애했어. 전여친에게 술도 배우고, 담배도 배우고, 처음 먹어본 음식들도 많았어. 그치만 항상 그 애의 자취방에서 그저 하루종일 누워서 눈 마주치면 몸을 섞다가 밥을 먹으러 나가고, 다시 돌아와 몸을 섞다 잠들어 다음 날이 되고, 그런 뭔가 피폐한 관계성이라고 생각이 들었어. 심지어 그 애와 나의 현실은 접점이 하나도 없어서 대화도 적었어. 그래도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서 내 얘기를 하면 그 애는 꼭 말을 잘라먹고 자기 얘기를 하곤 했어. 내 현실은 신학교 기숙사 안인데, 전여친과 만나면 꼭 내 제2의 자아가 다른 동떨어진 세계로 가서 살아가는 것 같았어. 그렇게 괴리 속에서 1년 5개월을 힘들게 깊은 우울 속에서 지냈지.
이름없음 2019/01/20 02:36:23 ID : f801dxDy6o4
뭐 전여친 얘기는 이쯤할게. 내 현여친은 19년 기준 25살이야. 기독교권에서 엘리트같은 사람이야. 당연히 뼈헤테로 아니냐고?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언니는 14학번이고, 그 아래 학번에 한명씩 꼭 아끼는 후배가 있어서 지극정성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야. 그리고 17학번에 아끼는 후배는 바로 나였지. 처음 만난건 18년도 2월쯤, 18학번들 OT시간이었어. 언니는 학생회에서 학술부장을 담당했고, 나는 오티 도우미로 지원해서 참여한 상태였지. 그 때 처음 본 언니는 앞에서 진행을 맡았고, 아주 센스있고 탁월하게 진행을 잘 해 나갔어. 유쾌하고 리더십있는 멋있는 선배구나, 가 첫인상이었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 무뚝뚝해 보이는 페이스라서. 그 뒤로 뒤늦게 내게 학생회 제의가 왔어. 중책은 아니어서 회의는 참석 안한다는 조건으로 학생회에 들어가게 되었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전여친과 데이트 때문이었어. 학생회에 들어갈 때, 언니의 반응이 생각보다 시원섭섭했어. 나는 언니가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
이름없음 2019/01/20 02:44:36 ID : f801dxDy6o4
근데 웬걸, 언니가 4월에 학생회 임원들에게 간식과 쪽지를 나눠줬는데, 온통 고백 글인거야. '널 오래전부터 sns로 지켜봤어••• 어떻게 친해질까 했는데 임원이 돼서 정말 기뻐••• 온통 고백글이 되어버렸네. 여튼 친해지자는거지 뭐~ ㅋㅋ' 처음 이 쪽지를 받고 든 생각은 1. 언니가 나를 안좋게 보시진 않았구나. 2. 머한민국 헤녀우정, 언제까지 속아줘야 하는가? 정도였어. 그래도 이 쪽지를 기점으로 나는 언니에게 오픈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지. 하지만 나는 비밀이 많은 사람, 동성애자에 매주 여자와 몸을 섞고 학교로 출근하는 시크릿..을 가지고 사는 사람. 너에게 나를 다 보여주다간 내가 이런 사람이란걸 말하고 싶어질까봐, 학교 사람들에겐 선을 긋고 살았어. 원래도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이라 크게 어렵진 않았어. 좀 외로웠을 뿐. 음, 많이 외로웠지.
이름없음 2019/01/20 03:15:57 ID : q2IIJO61DAk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1/20 11:53:09 ID : f801dxDy6o4
고맙다! 듣는 사람이 있다는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야. ㅡ 학교 기숙사에서 살긴 하지만, 1학기에 나는 화~목에만 학교에 있었어. 월요일엔 전여친 자취집에서 자고, 목요일에 다시 전여친 집으로 출발하고. 그렇게 학교에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니, 언니는 나랑 친해지려고 해도 기회가 없었던거지. 「5월, 체육대회였어」 나는 이 학교에서 마지막 체육대회가 될테니 할 수 있는 종목은 다 나가야겠다 싶어서 발야구를 신청했어. 마침 발야구 백팀장이 언니더라고. 언니는 체육대회전에 한 번만이라도 만나서 연습하자고 했고, 우리는 수업이 다 끝나 어둑어둑할 때 함께 만나 운동장으로 같이 내려갈 계획이었어. 근데 다들 조금 늦을 것 같다거나 미리 내려가 있었다거나해서 언니랑 단 둘이 걷게됐어. 조금 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단 둘이 어둑어둑한 길을 내려갔어. 어색하거나 부담되거나 하는거 없이 언니가 참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졌어. 꽤나 자연스러운 대화다운 첫 대화였지. 발야구를 연습하는 내내 칭찬머신이었어. 무심하게 던지는 말들이 너무 의미가 크게 다가왔어. 이쁘다, 잘한다, 멋지다, 잘어울린다. 체육대회 당일날엔 더 노골적이었어. 언니가 내게 주는 관심들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 내게 던지는 질문, 나를 꼼꼼히 관찰하는거, 그리고 특히나 그 눈빛이. 아주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언니가 가진 DSLR카메라로 나를 엄청 찍어댔거든.
이름없음 2019/01/20 12:00:37 ID : dQpXtinVhAi
보고있어 !
이름없음 2019/01/20 12:12:58 ID : f801dxDy6o4
언니가 나한테 질문을 참 많이했어. "너는 주말에 집에 혼자 있으면 뭐해?" "어..아무것도 안해요.. 게임하거나..(여친이랑 데이트하는데요..)" "(한참을 빤히 보다가) 너 눈 진~짜 갈색이다." "아 맞아요 갈색이에요.(아악)" 엄청 귀여움 받았고, 얘기도 너무 잘 통했구. 언니를 에로스적으로 사랑한건 아니었지만, 언니랑 대화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서 일기에도 적어놨었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언니는 정말 전형적 교회언니 스타일이었고 거기에 굉장히 똑똑하게 종교에 대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어. 퀴어인 나는 교회냄새 강하게 나는 사람에겐 딱히 우호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언니를 관심만 뒀을 뿐 많이 가까워지진 못한 것 같아. 근데 언니의 글들을 보면 전형적 교회쟁이와는 다른 냄새가 났어. 기독교 내에도 꼴통보수와 진보로 나눠지는데, 진보의 신학 해석에선 동성애를 쥐잡듯이 잡아먹으려고 하는 행위를 비판하거든. 왜냐면 신은 동성애가 죄다- 라고 정확히 성경에 써놓은적이 없을 뿐더러, 사랑과 평화를 얘기하는 신의 교리 성격과 모순되고 혐오적이라는게 그 이유야.
이름없음 2019/01/20 12:27:25 ID : xu5TRAY1bbf
새로고침 버튼 부서진다 ㅠ..
이름없음 2019/01/20 12:45:18 ID : f801dxDy6o4
오늘도 고마워! 하핳 미안 속도가 너무 느리지.. ㅡ 하지만 본인은 꼴통보수 집안에서 동성애는 죄다! 라고 20년을 들어왔고, 아무리 동성애를 죄라고 소리치는 기독교 우파 세력이 등신같아도, 본인에 대한 잣대는 너무 독하고 모질었어. 그래서 학교에 가는게 너무 숨이 막혔지.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동성애자가 나고, 신은 나를 부정한다는데 나는 신을 믿는 사람이고. 근데 그 와중에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언니였고, 그게 나한테 정말 숨통을 터트리는 일이었고, 위로였어. 언니의 글들을 읽으면서 언젠가 너의 정체성을 언니에게 얘기하고, 내가 잘못된게 아니라고 위로받고 싶었어. 언니라면 그렇게 해줄 것 같았거든.
이름없음 2019/01/20 13:12:48 ID : f801dxDy6o4
다시 본론, 언니와의 서사 얘기로 돌아갈게. 7월 어쩌면 8월까진 이렇다할 접점이 없었어. 그저 언니의 글들을 보며 언니는 정말 좋고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마음만 커져서 내적 친밀도가 아주 높을 뿐이었어. 문제는 언니의 입장이지. "언니의 마음"은 오프 더 레코드같이 모든 내 입장 얘기가 끝나고 얘기해주도록 할게. 「8월, 여름방학」 여름방학에 학생회에서 기획한 캠프가 하나 있었어. 1박2일 캠프인데, 나는 진행팀장을 맡는 바람에 엄청 바뻤지. 중고등학생 대상 캠프여서 엄청 말도 더럽게 안들어서 고생을 엄청 했어.. 애들이 진짜 너무말 안들어서 화난 한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어. 그때 진행을 언니가 하고있었고, 활동을 시키면 언니는 무대 쪽에서 혼자 의자에 앉아있었지. 원래 그 프로그램을 내가 진행할 뻔했는데, 언니가 해주겠다해서 나는 고마운 맘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언니가 혼자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때마다 무대로 올라가 옆에 앉아서 얘기를 했어. "언니, 애새끼들이 말을 안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이런 말 좀 그렇지만, 방금 준거 먹으면 안된다고 했는데도 진짜.. 처 먹더라고요.." "(빵터짐)" 그렇게 소소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힐링하고 그랬지.
이름없음 2019/01/20 13:22:29 ID : f801dxDy6o4
그 날 같이 숙소에서 자는데, 언니가 엄청 치댔어. 내가 자려고하면 계속 건들면서 깨우고 깨우고 깨우고••• 장난치고,,, 옆에서 다른 16 선배들이 "언니! 레주가 그렇게 좋아요? 진짜 왜그래?" 하면서 뭐라해도 꿋꿋이 나를 괴롭혀댔지. 간질간질했던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게. 근데 너무 어이없던게 언니는 내 잠을 다 깨워놓곤 갑자기 총알처럼 자리를 뜨더니 그대로 자러갔어. 아직도 어이없어서 요즘에도 그때 얘길 하곤해. 아 착각한게 하나 있는데, 캠프가 2박3일이었어. 덕분에 언니랑 또 더 친밀해질 수 있었지. 그제야 좀 친해졌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드디어 2학기의 시작! 아주 혼란스럽고 별 일 많았던 내 18년도 후반기. 진짜 얘기는 지금부터야.
이름없음 2019/01/20 13:27:25 ID : PdzXs4FeHzT
빨리 알려줘!!! 너무 재밌다 ^^
이름없음 2019/01/20 13:30:05 ID : xu5TRAY1bbf
헉헉 이제부터 시작이라니.. 폰에 구멍났는뎈ㅋㅋㅋㅋㅋ 오또캐.. 내손가락 우주끝까지 뚫겠다요.. 너무흥미진진하다요..!
이름없음 2019/01/20 13:38:01 ID : oIJQmmraoHz
어디갔어....빨리 와....현기증나겠어ㅜㅜ..
이름없음 2019/01/20 13:43:27 ID : f801dxDy6o4
2학기가 시작한게 8월 말이야. 2학기는 정말 마지막 학기가 될테니 그동안 못간 학생회 회의도 가야겠다 싶어 열심히 갔지. 그 덕분에 언니를 볼 시간도 정말 많아졌고.. 개강과 동시에 우리 학생회끼리 강릉으로 놀러갔었어. 1박 2일로. 그때 언니가 정말 내 껌딱지 같았지. 당시에 나는 못 느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껌딱지였어. 나 엄청 챙기고... 후일담이지만 언니가 강릉 여행때 나밖에 안보였었대. 답답할정도로 나만 보게됐다더라 큼큼. 게임에서 이긴덕에 둘이서만 침대에서 따로 잠도 잤어. 물론 별 일 없었지만 ㅎㅎ 그 뒤로 빠른 속도로 친해졌지. 서로 인스타 스토리 올리면 디엠을 고민하지 않고 보내게 된 정도? 내가 공강의 여유를 느끼며 사진을 하나 스토리에 업로드를 했는데, 언니가 그걸 보더니 디엠을 보냈어. "어! 여기 학교 앞 새로 생긴 카페다!" "네! 지금 오면 레주는 덤~" 뭐 이런 사소한 장난을 쳐도 괜찮은 사이가 됐지. 근데 웬걸 언니가 진짜 온거야? 언니 그 날 공강이었는데. 나는 언니가 공강이란걸 당시에는 몰랐었어. 그래서 그냥 나때문에 진짜 왔다는 생각보다는.. 심심했나보다 했지. (ㅋㅋㅋ) 그 날 언니랑 다른 사람들이랑 밥 같이 먹고 놀았어. 그 날 카페에서 떠들면서 내가 수강신청한 한 과목이 토론 수업이라 마음에 든다, 유익할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언니가 아 그거 안들었는데.. 그 말 들으니까 듣고싶다며 시간표를 바꿨어, 그 자리에서. 졸업반과 2학년이 같이 들을 수 있을 가능성은 정말 희박한데 같이 듣는 수업도 생기고.. 타이밍이 참 좋았지.
이름없음 2019/01/20 13:52:57 ID : k8rtii4Fck1
보고있어!!
이름없음 2019/01/20 14:33:12 ID : f801dxDy6o4
재밌다니 다행이다 ㅎㅎ 별 일의 시작이야,,,, 속도가 많이 느릴거야,, 기다려줘서 고마워! 고마워!! ㅡ 「9월, 우린 계속 가까워졌어」 같이 수업을 듣고 자주 보면서 붙어있는 일이 잦아지니까 계속계속 가까워지고, 그리고 언니의 브레인에 감탄하게되고 그랬지. 서로 인스타 비밀계정도 공유하면서 속생각도 들쳐보게 되었어. 그리고 아주 극심한 내 인생의 혼란기기도 했지. 17년도에 학생회장이었던 오빠가 한 명 있어. 내가 전여친과 만나기 전에 오, 맘에든다 하던 사람이었지. 외형적으로 맘에든건 아니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된다는 점이? 근데 그 사람도 나한테 관심 없었고, 나도 남자한테는 열렬히 관심 두지 않았으니 그렇게 지나보냈고 나는 17년 5월에 여친을 사귄거지. 근데 갑자기 18년 9월에 오빠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 아주 직진으로 마음을 표현했지. 그래서 엄청 고민이 됐지. 딱히 이 사람을 놓치기 싫어서가 아니라, 마치 나한텐 인생의 갈림길 같았어. 동성애자로서 반기독교인으로 인생을 굳히던가 아니면 정체성을 숨기고 남자와 사귀며 평범하게 살아가던가. 그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할 갈림길. 내가 오빠와 연락한다는 사실을 언니는 알고있었어. 근데 언니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오빠였고 그 사실을 안 뒤로 나한테 직접적으로 만나지 마! 하지는 않고 인스타 비밀계정에 간단한 글을 하나 썼어. "A는 B를 좋아한다. A는 C룰 싫어한다. B는 C를 좋아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라는 뉘앙스의 글. 실명 거론이 안 된 글이지만 단박에 알 수 있었어. 나는 오빠에 대한 언니의 감정이 나쁜 편이란걸 알곤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싫을 일인가 싶기만 했어. 혹시나 언니가 나를? 하는 생각에 의심도 했지만 금방 깨졌어. 왜냐면 언니가 9월에 남자친구가 생겼거든.
이름없음 2019/01/20 14:46:07 ID : f801dxDy6o4
언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게 당시에 충격은 아니었어. 오히려 잘됐다고 기뻐했지. 같이 수업들으면서 주접이란 주접은 내가 다 떨었어. 뭐 어쨌든 다음날 나는 전여자친구와 500일을 기념하며 술한잔 기울였어. 9월 20일의 일이야. 술김에 언니가 나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비밀을 알려줬으니, 나도 여자친구와 무려 500일이 됐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려면 커밍아웃을 먼저 해야한다는 얘기인데... 맨정신으로 할 자신이 없었지. 그래서 언니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 카톡을 보냈지. "언니 술김에 얘기하는건데, 언니 진짜 술 안먹어요?" 언니는 엄청 웃었어. 기독교인들은 술 안마시거든. 언니도 그 중 한 사람이고. 근데 안마시는 이유가 웃겼어. '성경적으로 술을 마시는게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근데 문제가 되지 않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안마신다. 그게 더 설득력있지 않겠느냐.' 가 이유였어. 아주 타당하고 고집있는 주장이었지. 근데도 물어봤어.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웃기다 정도.
이름없음 2019/01/20 14:59:53 ID : f801dxDy6o4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언니 비밀계정에 맥주 사진이 올라온거야 !! 나는 너무 놀래서 디엠을 보냈지. 그렇게 됐데? 아니 24살 먹도록 안마시던 술을 이제 갑자기? ㅇㅂㅇ 나 때문에 그런거냐고 물으니, 원래도 술을 마셔 볼 생각은 있었지만 너의 영향이 크긴 하지. 라고 대답을 했어. 아주 혼란스럽더라고? 이 언니가 나한테 받는 영향이 너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 이쯤 내가 빼먹은 얘기가 하나있다. 어느 날 언니가 나를 너무 괴롭혀서 아무생각없이 한손으로 언니 손을 잡고 구속하고,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했어. 정신없이 잡은 터라 뺄 타이밍을 놓쳐서 꽤 오래 손을 잡고 있었지. 나도 뒤늦게 눈치채고 손을 뗏어. 당일에 언니의 선배가 졸업하고 나서 페이스북에 커밍아웃 글을 썻던 언니 얘기를 해줬어. 그 선배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자기는 그거에 참 공감이 됐다고도 얘기했지. 그 선배는 26살에 인생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어. 그렇게 결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자기를 슬프게했다고 말했지. 나는 내 얘기를 듣는 것 같았어. 나도 지금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 중인거니까.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선택해서 다른 한쪽을 버리는 일로 나의 인생을 결정하기에는 너무 중대한 일을 가볍게 처리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두 사람을 좋아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두 사람 모두를 잃고 외로워지기로 했어. 근데 그 날 밤, 언니 비밀 인스타에 글이 하나 올라왔어. 자기는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면 여자를 좋아했을지 모르겠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했지. 나는 이거 완전 디나니얼 아니야? 라고 생각했지. 나도 청소년 시절엔 지독한 디나이얼이었으니 이해도 된다 싶었어.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언니에게 혼란이 된다는 사실을 그때 눈치챘지.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술 또한 그래. 내가 거론하니까 바로 마시고. 이 상태면 내가 언니에게 커밍아웃을 하면 언니도 벽장 열고 나오겠네 싶었지.
이름없음 2019/01/20 15:06:50 ID : f801dxDy6o4
레주야. 언니 만날 준비 해야돼서, 이따 올게! 읽어주는 레스더들 고마워!
이름없음 2019/01/20 15:13:29 ID : q43O2nDuslx
너무 재밋어... 잘보고잇어 ㅜㅜ!
이름없음 2019/01/20 15:25:19 ID : fSHBbyHB9cq
보고 있어 ! :)
이름없음 2019/01/20 16:15:14 ID : Nz81bdDBAo4
재밌어!
이름없음 2019/01/20 19:22:25 ID : hbwts6Zh82o
어서 풀어줘ㅠㅠㅠㅠㅠ재밌다
이름없음 2019/01/21 04:50:46 ID : e0rgqrteK0r
ㄱㅅ
이름없음 2019/01/21 11:43:48 ID : aoE9Ars8qmE
헐 완전 재밌어 ㅠㅜㅠㅜㅜ
이름없음 2019/01/21 22:10:46 ID : 84Ny0so1wpT
꾸르잼 스레주 글 너무잘써...
이름없음 2019/01/22 17:48:04 ID : 62Gskq585SH
흥미진진하군
이름없음 2019/01/22 21:34:56 ID : q6qnVgmINtd
고마워!! 고맙다잉 :) 다행이야 정말 ㅎㅎ 늦게 와서 미안해! 하하 다행이다! 이상하게 써서 이해 안될까봐 걱정했는데, 고마워 ㅎㅎ 뒷얘기도 열심히 써볼게! 많은 관심과 반응 고마워! 일을 시작해서, 짬이 안났다. 퇴근하고 밥먹으면서 조금이라도 쓰고 갈게!
이름없음 2019/01/22 21:47:34 ID : f801dxDy6o4
9월 막바지에 나는 오빠를 먼저 정리했어. 별 감정이 없었긴 해도 관계가 생긴 사람이랑 끊기는 일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어. 곧 전여자친구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지. 그 와중에 곁에서 언니는 날 계속 돌봐준거야. 서서히 내 마음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은지도 몰랐어. 아주 힘든시기에 같이 있어준 사람은 오빠도, 전여자친구도아닌 언니였던거지. 언니가 아무리 날 챙겨줘도 그걸 다르게 해석하지 않았어, 언니는 남자친구가 있는 헤테로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하지만 언니의 연애는 딱히 순탄하지 않았어. 언니는 그 남자친구 (이제부터 M이라고 표기할게)를 좋아하지 않았어. 아주 티가 단단히 났지. 스트레스도 참 많이 받아보였고, 모두가 "언제 헤어져요?" 하고 물을 정도였어. 나도 같은 맘이었지. 왜 사귀는건데?
이름없음 2019/01/22 21:56:49 ID : f801dxDy6o4
「10월, 이건 빼박 썸」 언니랑 나랑은 평소에 인스타 디엠으로 대화했어. 매일매일 얘기한건 아니지만. 같은 수업도 듣고, 회의때문에 매주 보고. 밥도 같이 먹구. 그치만 단 둘이 데이트같이 따로 만난적은 없었지. 근데 10월에 기회가 왔어. 너희 영화 미스백 알아? 미쓰백이 개봉하기 전에 내가 페북에 예고편을 공유하면서, 한지민이 너무 좋기때문에 꼭 볼거라고 말했어. 언니는 그 글에 좋아요를 눌렀었지. 미쓰백이 개봉하고나서, 언니는 내게 그 영화를 언제 볼거냐고 물었어. "이제 개봉했구나! 보러가야죠.왜요?" "꼭 보고싶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가 난 항상 궁금하거든" "아 ㅋㅋㅋ 그럼 같이 볼래요?" 덜컥 약속을 잡았어! 그 주는 시험기간이었지만. 우리는 동네 작은 시네마에 가서 정말 사람이 언니와 나 포함해서 달랑 4명있는 아침에 미쓰백을 같이 봤어.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고, 수업을 같이 듣고, 저녁을 같이 먹고, 밤 늦게까지 시험공부도 같이했지. 하루 쥉~~일 같이 있었어. 종일 같이 있는데 너무 즐겁고 재밌었어. 언니와 별 얘기도 다했어, 깊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지.
이름없음 2019/01/22 22:04:53 ID : f801dxDy6o4
시험이 끝나고 축제 주간이었어. 축제 전날, 나는 시내로 나가 피씨방이나 밤새 뛸 요량이었어. 우리 학교는 산에 있어서 시내로 가려면 차가 있는게 편해. 근데 마침 언니도 학생회 축제 부스 물품을 사기위해학교오빠 T의 차를 타고 G라는 오빠와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며 같이 가자는거야 (앞으로 자주 등장할T와 G 오빠야. 우리 연애를 도와줬어. 물론 본인들은 모르지 ㅋ) 원래 계획이면 나빼고 셋이서 물품 산 뒤에 영화를 보러 가는건데, T오빠가 나 몰래 예매를 내꺼까지 해버려서 나도 영화를 보게됐어. 아주 신나게 심야영화로 스타이즈본을 봤지. 그리고 그 날, 어쩌다보니 나는 언니네 집에서 자게됐어.
이름없음 2019/01/22 22:12:37 ID : f801dxDy6o4
그 날 밤에 언니랑 정말정말 늦게까지 얘기하면서 별-일 없이 잠들었어. 그 얘기들이 참 좋았는데, 철학적인 고민 얘기들도 하고. 신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것도 얘기하고, 언니도 참 공감해줬구. 나에 대한 분석들로 가득찬 얘기들. 하이튼 아직도 다시 생각하면 정말 즐겁고 유익했었어. 그 뒤로 T,G 언니 그리고 나까지 넷이서 거의 매일같이 놀았던 것 같아. 가끔은 다른사람도 껴있기도 했지. 10월 26일, 그 날도 차에 6명이 타고 (뒷자리 4명이란 뜻) 홍대로 가서 금요일을 불태우기로했어. 우리 학교에서 홍대까지는 꽤 멀어. 그래서 차를 타고 가는 길이 길었지. 하지만 T오빠의 차는 조용할 날이 없어. 추억의 노래들 계속 흘러나오고 흥이 가실 줄 모르거든. 근데 그 날은 왜인지 조금 차분했고, 나는 조금 센치했고,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온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냥 뇌가 시킨게 아니라 제 멋대로, 언니 손을 잡았어.
이름없음 2019/01/22 22:18:12 ID : f801dxDy6o4
잡아놓고 내가 더 놀랐어, 근데 또 놓긴 싫었어. 심장이 터질것같아서 언니를 보면 들킬까봐 창밖만 보고있었어. 언니도 말이 잠깐 없어졌다가 다시 떠들기 시작했어. 별 생각 없나, 싶었지. 그때 상황으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사고회로가 이미 정지되어있었고, 오직 내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고밖엔 설명이 안돼. 나는 그렇게 용기있는 사람이 아닌데 (특히 맨정신으론) 그 날에 나는 미친 용기밖에 없었던거야. 언니가 별 일 없이 떠들기 시작하길래 나는 또 제 멋대로 언니 손을 만지작댔어. 손가락 하나하나 만져보고, 간지럽히기도 하고. 언니 손은 굳은채로 있었고 나는 언니의 손바닥을 만지다 정말 물 흘러가듯,,, 깍지도 껴버렸어!! 심장은 이미 한도를 넘어설 만큼 뛰고있었고, 얼굴에 열이 화끈화끈거렸는데. 이게 나만 그런건가 싶고, 이언니는 왜이렇게 아무렇지 않고. 그렇다고 빼지도 않고, 우리는 정말 한참을 그렇게 손을 맞잡은 채로 홍대로 달렸지.
이름없음 2019/01/22 22:23:12 ID : 62Gskq585SH
헐.....♥
이름없음 2019/01/22 22:29:54 ID : f801dxDy6o4
아 잠깐 빼먹은 얘기가 있다. 손 잡은 당일 날 오후, 나는 공강에 쉬면서 잠깐 혼자있었어. 근데 갑자기 언니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린거야. 그 공강만 버티면 곧 언니를 만날 시간이긴 했는데, 너무 보고싶은거야. 심상치 않다는걸 느꼈어. 나는 또 내가 얄팍한 마음을 가져버린건가 싶어서 나 자신이 밉고 짜증스러웠지. 아니라고, 죽여야 할 감정이라고 정리를 해버렸어. 하지만 그날 밤, 내 이성은 뒤져버린채 본능만 남아서 손을 잡아버린거지. 그리고 축제 주간에 내가 하도 싸돌아다니느라 전여친에게 연락을 너무 잘 못해줬고, 여친이 단단히 화가났어. 그렇게 나는 전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었지.
이름없음 2019/01/22 22:30:33 ID : f801dxDy6o4
크크크큭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12월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ㅎㅎ 봐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19/01/22 22:46:41 ID : O9wHxu63Pim
아악 ㅠㅠㅠ 내일 봐 레주!!
이름없음 2019/01/22 22:49:53 ID : s63PhcIK5dX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해 얼른돌아와야해ㅜㅜㅜㅜ
이름없음 2019/01/22 23:27:07 ID : xWlB85SJU6r
너무 달달해!!!!
이름없음 2019/01/23 01:25:29 ID : aoE9Ars8qmE
미친미친 얼른 다시 와야해 레주 ㅠㅠㅠ
이름없음 2019/01/23 13:06:11 ID : yE2nDAjjuty
롸?
이름없음 2019/01/27 01:40:13 ID : aoE9Ars8qmE
갱신 더 듣고 싶은데..
이름없음 2019/01/27 02:51:36 ID : 84Ny0so1wpT
돌아와~에오에오~에에오에오~
이름없음 2019/01/27 03:03:06 ID : Lgklcmrf9eJ
엄청 빨리 다 읽었다...텍스트 설렘이야 ㅠㅠ
이름없음 2019/01/27 03:07:52 ID : JXtjy6jfWlB
너무좋아
이름없음 2019/01/27 17:01:52 ID : s2tyY3u4KY7
돌아와줘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내가 계속 갱신할테야
이름없음 2019/01/29 22:07:11 ID : aoE9Ars8qmE
아이고 한번 더 갱신이요 ~!
이름없음 2019/01/29 23:47:28 ID : ja3woIIHxzU
갱신갱신 빨리 돌아와랏!
이름없음 2019/01/30 23:54:48 ID : 6o2Mkr9jwLd
A: 마! 니 마누라가 왜 마누란지 아나? B: 응? 그건왜? A: 마! 누우라 캐서 마누라다 언넝 누버라 B: 꺆♡
이름없음 2019/02/02 22:59:05 ID : aoE9Ars8qmE
ㄱㅅ 심심할 때마다 계속 본다 ㅎㅎ
이름없음 2019/02/06 04:58:48 ID : dO2k2mrgkk8
이름없음 2019/02/06 10:23:36 ID : dDumlg1vcoJ
갱신~!
이름없음 2019/02/08 01:49:56 ID : aoE9Ars8qmE
ㅎㅇ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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