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과식 끝말잇기하자. (265)
2.피폐물 보면 데이트폭력은 용인해도 바람은 용서 안하는 이유가 뭐야? (5)
3.글 쓰다 막힐 때 소리지르고 가는 스레 (268)
4.자기가 생각한 문장 중 가장 좋은 걸 올리는 스레 (483)
5.5 레스마다 키워드 세 개 말해서 제목 짓기 놀이 할 사람 (48)
6.. (6)
7.보잘것없는 시 (3)
8.이것도 나름 재능인가..? 아니면 다들 갖고있어? (6)
9.비극 단어와 희극 단어 가리기 (166)
10.앞사람이 정해준 주제로 소설쓰기 (298)
11.빙의 탈출 시나리오 (13)
12.글이 안 써질 때 답답한 감정을 배설하고 가는 스레 (9)
13.펑 (1)
14.淸春海 記錄 (17)
15.레더들아 소설 시점 어떤 게 제일 좋아? (6)
16.로어 옴니버스 (임시 제목) (2)
17.비중 없는데 주인공한테 영향 큰 인물 외모 묘사 필요하다고 봄? (2)
18.소설 무슨 내용 쓸 지 하나만 골라주라 (5)
19.현생에선 시민이였던 내가 이세계에선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되었다. (8)
20.. (7)
1
이름없음
2017/10/22 12:59:48
ID : fRzXzhvxwrf
0
이거 구레딕에 있었지 않아?그리워져서 만들었어...;ㅁ;
내가 먼저 주제 쓰면 되는거겠지? '여름'(누군가...해줘...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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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름없음
2017/10/22 13:22:03
ID : fRzXzhvxwrf
0
내가 안적었구나ㅜㅜ밑에사람이 쓸 주제를 써줘야돼!
3
이름없음
2017/10/22 15:03:12
ID : ulhbxDvu5Rz
0
바다
4
이름없음
2017/10/22 17:38:15
ID : Aphuso3RDAj
0
➖ 삭제된 레스입니다
5
이름없음
2017/10/24 23:18:24
ID : uk3A5arhwIK
0
무례해. 재미 없다면 틱틱대면서 괜히 상처받을 말남기지말고 네가 사라져.
어릴적 내가 처음으로 그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 아름다움에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보다도 진하고 푸른 색을 띄었던 그 것은구름 대신에 물이 요동쳤고, 별과 달 대신에 플랑크톤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어릴적 보았던 그 바다는 분명 제 2의 하늘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라면
6
이름없음
2017/10/25 11:07:35
ID : rvwk3veE2lg
0
"라~면, 라면, 라면, 라~면~"
신이 꽤나 났었나보다. 박자없이 나조차 모르겠는 음을 흥얼거리며 뜨거운 열기 앞에 서 있었다. 푸흐흐... 누군지 살필 필요없는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 들었다. '그게 노래야?' 등 뒤쪽서 들려온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다분했다. 굳이 대꾸할 것 없이 시간만 얼추 판단해 휘젓던 손부터 멈추고 천천히 불을 껐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묵직한 냄비를 들고 나는 뒤돌아 섰다.
"라면 먹을래?"
그 말에 내내 거실에 팽개쳐있던 그 애가 헐레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퍽-소리 나게 부딪힌 무릎도 아랑곳않는 그 얼굴이 활짝 개어 있었다.
"먹을래!"
배는 고팠나 봐.
*바다
7
이름없음
2017/10/26 02:04:36
ID : fRzXzhvxwrf
0
실컷 취해 떠드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건물을 빠져나왔다. 하여간, 집안 행사는 한 번도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 터덜터덜 혼자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밤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바다로 오라고, 바다가 나에게 얘기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나도 막지 못했고, 막고 싶지도 않았다. 누군가가 손짓했다. 이리 와.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바다는 반짝거리고, 아름다웠고, 시끄러웠다.
눈을 뜬 것은 병원에서였다. 내가 익사하기 직전 한 관광객에 의해 구출되었다고 의사는 말해주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멍하니 앉아 있는 내 뇌리에 문득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달빛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답던.
뒷사람 글감 <꿈>
8
이름없음
2017/10/27 12:20:39
ID : e5fgnWmKZha
0
매일 똑같은 쳇바퀴도는 생활속에 바짝 움추려서 정작 내 반짝이던 작은 것을 멀리 떠나보내었다.
"하아... 지친다. 괴롭고... 아무것도 하기싫어진다."
그렇게 바닥에 누워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던중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다.
"악! 뭐야, 일기장이잖아?"
지나간 시간의 기록을 읽던중 다시금 마음속 작은 보물이 반짝인다.
"그래. 어쨌던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는 너무하잖아. 으읏차 다시 힘내보자! 아자!"
내 소중한 보물이 다시 빛을 낸다.
다음분 주제는 <가을>이에요.
9
이름없음
2017/10/27 21:34:21
ID : TXs5Xtio0mk
0
가을이 너무 싫어. 이유는 뻔하지,뭐. 네가 나를 떠난 계절이잖아. 아직까지 너를 못 잊었냐고 친구들은 한마디 하지만, 안 잊히는 걸 어떡해. 야. 나 죽고 싶어. 이게 뭐야. 네가 뭔데 내가 널 그리워 하고 있는 거야. 매일 자기 전에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해서 다시 눈을 뜨면 차라리 네가 죽어 있길 바랐어.
그게 진짜 이뤄질 줄은 몰랐어.
...미안해. 거짓말은 하나도 없어. 아직까지 너를 사랑하는 것도, 너를 너무 그리워해서 차라리 죽기를 바란 것도 다 진짜야. 어쩌겠어, 내가 이렇게 미련한 걸. 그래도 진짜 네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댔어. 처음엔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가, 그 다음엔 아무 생각도 안 들다가, 이젠 내가 죽고 싶어. 너를 따라가고 싶어. 나 어떡해?
다음 주제 '친구'
10
이름없음
2017/10/28 21:47:46
ID : ulhbxDvu5Rz
0
내가 처음 외국으로 떠났을때 낮가림이 심해 혼자있는 나에게 다가와준 어릴적 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새하얀피부에 주근깨가 있는 활발한 아이였다 그녀는 나에게 첫 친구이자 첫 사랑이였다. 지금 쓴 이글은 어릴적 내 첫사랑이야기다
11
이름없음
2017/10/28 22:02:50
ID : ulhbxDvu5Rz
0
나 인데 다음 주제 '빵'
12
이름없음
2017/10/30 00:37:31
ID : q1yLglveNxX
0
...배고파. 꼬르륵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아, 정말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는걸...
배고프면 눈 앞이 노랗다는건 거짓말이었다. 이렇게 배가 고픈데 없는 색을 만들어 볼만한 기력이 어디있겠어.
대신 눈앞이 팽팽 돌기는 했다. 한걸음 내딛기도 어려울 만큼 팽팽.
한걸음 더 내딛어 보려다 그대로 발이 꼬여버려 넘어지고 말았다. 잔뜩 쌓여있는 낙엽위로 넘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살이라곤 별로 남아있지도 않은 이 몸을 바닥에 그대로 부딪혔다간 아작이 날테니까.
일어나보려고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앙상한 팔을 바닥에 짚은 순간 나는 물컹한 무언가를 눌렀다.
손을 떼보니 크림이 약간 삐져나온, 그나마 깨끗한 빵이었다. 어쩌다 이런게 이렇게 묻히게 된거지?
별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크림빵을 입안으로 쑤셔 넣으며 나는 소리없이 울었다.
다음 주제 < 심연 >
13
이름없음
2017/11/02 01:19:59
ID : cttdwk7hs8o
0
몽롱한 상태에서 차가운 감촉에 정신이 들었다. 밑을 내려보다 철렁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발 한쪽이 심연으로 들어갈 듯 물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홀렸나. 멍하니 중얼거리며 심연에서 멀리 떨어지려 발을 뒤로 빼려하는 순간 무언가가 볼 새도 없이 빼려던 발을 휘감아 끌어당겼다. 턱턱 막혀오는 숨에 미간을 찌푸리며 허우적거렸다. 제 발을 휘감은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감각이 이제는 온 몸에 가득 들어찼다. 아무래도 저를 빨아들인 건 심연이었나보다. 아무 생각이나 하며 몸 속으로 들어오는 물에 서서히 잠식되었다.
"허억!"
정신이 듦과 동시에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고르지 못한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이마와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땀을 얼마나 흘려댄건지 온 몸이 마치 꿈에서처럼 심연에 빠졌다 나온 것 같이 푹 젖어있었다. 숨이 어느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자 끼익하고 방문이 열렸다. 그때 꿈에서처럼 서늘하고 소름끼치는 감촉이 발목에서 잘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느껴져왔다.
다음 주제 '반쪽 날개'
14
이름없음
2017/11/02 01:29:17
ID : 9dA7wLamnyN
0
추억이라는 길위에 너라는 반쪽날개를 두고 떠나.
널 사랑했다. 그러나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이젠 널지울거야. 널 잃은 나는 반쪽짜리 날개를 지닌 천사마냥 추락해버리겠지만 언젠가 널 떠올리며 웃을수있는 날이 오게되면 다시 날아오를수 있겠지.
다음 주제 치킨
15
티모
2017/11/02 06:48:43
ID : msnXtjAlClz
0
카드에 돈이 많다는걸 알고 있기에 친구들한태 치킨을 쐇음
부르마블 하면서 치킨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카드에 돈이 없네?!
맷돌 손잡이 알아요?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그래요. 어이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넣고 맷돌을 돌리려고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될일을 못하니까
지금내기분이그래
어이가없네
16
이름없음
2017/11/02 06:57:10
ID : u9s8p9ba9y4
0
주제...
17
이름없음
2017/11/05 23:14:52
ID : ulhbxDvu5Rz
0
다음 주제:겨울
18
이름없음
2017/11/07 18:15:30
ID : Gla3yGmrf83
0
무더움이 끝나자 쉴틈없이 코끝이 시린 바람이 불어온다. 놋쇠그릇에 담긴 식어버린 라면 국물에 찬 밥 한 공기 어렵게 받아 말아서 수저도 없이 사발로 들고 후루룩 마신다. 가로등 아래 신문지 서너장 깔고 웅크려 눈도 감지 못하고 밤을 지샌다. 어서 따뜻한 해가 뜨길 바라지만, 영원히 해가 뜨지 않기를 동시에 기도한다.
다음 주제는 연애로 부탁해요.
19
이름없음
2017/11/08 00:05:37
ID : i66nRwqZbij
0
.
20
이름없음
2017/11/08 00:05:37
ID : i66nRwqZbij
0
연애를 하는 것,은 나에게 사치라고 생각했어.학교 다니고,학원 다니면서도 분초를 쪼개 애인이랑 데이트를 하는 녀석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왔지.나만 연애를 못 한다는 불안감 같은 것도 없었어.사람이 연애 안 하고 살 수도 있지,뭐.
그런데 있잖아.요즘 내가 바뀐 것 같아.데이트 한다고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자꾸 부러워지고,남들 다 하는 연애 왜 나는 못 하고 있나 한탄도 하게 되고,자꾸 보고 싶고,안고 싶고,만지고 싶어.나도 연애를 하고 싶다고,너랑 말이야.
다음주제 >빈혈<
21
이름없음
2017/11/08 00:06:09
ID : i66nRwqZbij
0
헉 두개올려졌다...ㅜㅜ
22
이름없음
2017/11/11 11:43:37
ID : cqZjvvfRwre
0
핏줄 속에 꽉 채워진 혈액이 심장 고동에 따라 사지말단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다시 사지말단으로 이동한다. 옛 사람은 피를 생명이라 생각했고 피를 흘리는 걸 생명을 흘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어떤 종교에선 피를 먹는 걸 금했고 괴물만이 피를 먹는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건강을 위해 피를 먹고 의료 활동을 위해 헌혈을 하고 반대로 피를 받기도 한다. 옛 사람이 보기에 오늘날 현대인은 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 수는 없지만 자주 피가 부족한 빈혈이라는 특성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 주제 : 오늘
23
이름없음
2017/11/11 22:33:36
ID : srs781cnxzV
0
내 시간이 오늘에서 멈추게 된다면...
내 뼈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고
내 살과 피는 누군가의 양분이 되겠지
하지만 네 기억만큼은 머리 한구석에 남아 영생을 기원할수 있겠지
여기서 약속해줘
그림속 노을처럼 지지않을 이 노을을
영화처럼 식지 않을 내 밀크티를
또 영원한 오늘을
그런 말을 하는 동안 병실의 흰 레이스 커튼 새로 스며드는 따뜻한 노을 빛이
은은하게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나는 흐려진 눈동자로
홀리듯 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그녀의 마지막...아니 영원한 오늘을...
다음주제:열등감
24
이름없음
2017/11/14 18:01:50
ID : a1a3wmr86Y0
0
또다. 또 떨어졌어.
눈에서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울지않으려 입을 막았다. 그렇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수는 없었다. 주변에서 나를 비웃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입술을 꼭깨물고 밖을 향해 달렸다. 남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지않았다.
알고있다. 이것은 나의 추악한 열등감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끅끅거렸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열심히 달려왔는데 왜 남들은 고 나는 떨어지는 거야? 닿지않을 누군가에게 소리없이 외쳤다. 소리없는 외침은 닿지 못했다. 학습된 열등감이 또다시 나를 덥쳤다.
다음 주제 : 사랑에 빠지는 순간
25
이름없음
2017/11/15 11:14:00
ID : U46jcsqkran
0
향기 지울 수 없는 추억
또 다시 내게 다가온 그 향기
다음주제 : 눈물
26
이름없음
2017/11/15 18:12:19
ID : ulhbxDvu5Rz
0
우리는 사귄지 500일이나 되는 커플이다. 우리 여친을 소개하자면 긴 생머리에 웃을때 보조개가있는 매력적인 여자다.
우리의 만남은 학교에 지각을 해 뛰어가다가 한 여학생의 옷에 음료수를 흘리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친구로 시작되었다가 연인으로 넘어가게되고 나는 지금 500일 기념이벤트을 준비하고있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시간이 오고 여친이랑 근처 레스트랑에서 스테이크를 먹기로했다. 왠지 여친의 얼굴이 어두워져있었다. 이렇게 기쁜날인데........ 무슨일 있나? 나는 걱정스런마음에 여친을 불렸다
"OO아 무슨일 있어 표정이 어두운데"
여친은 괜찮다며 웃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어두웠다. 그녀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우리 헤어지자"
순간 나는 머리를 크게 맞은것처럼 아무생각이 않들었다. 애써 당황감을 감추고 이유를 물으려하자 여친은 나가버렸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나는 레스트랑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들켜버렸네 오랜만에 괜찮은 여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접시을 치우려온 여직원에게 실수로 음료를 쏟은척 연기를 하며 생각했다
27
이름없음
2017/11/15 21:29:21
ID : si5TSHzPg42
0
앞사람이 주제를 정하지 않았으니까 그 전 주제를 사용해볼게. 눈물이었지?
당신을 무척이나 사랑했어. 내 모든 것을 내어줘도 아까울 것 같지 않았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마저도 내놓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근데 있잖아, 나는 생각보다 당신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아.
날 따뜻하게 바라봐주던 당신의 두 눈이 뽑혀나가고, 당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만난 날 하루종일 내 냄새를 맡던 당신의 코가 갈려나가고, 내 귀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준 당신의 혀가 잘려나가고, 내가 무슨 말을 하던간에 들어줬던 당신의 두 귀가 으깨져나갈 동안 나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어.
미안해, 내 이기심때문에 당신에게 커다란 상처를 줘버려서.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어. 아무래도 나는 당신에게 내 목숨을 줄 정도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모양이니까. 그래도, 당신을 위해 흘리고 있는 이 눈물만큼은 진심이야. 당신을 향한 사랑.
그러니까, 지금 난 이 눈물을 마지막으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어차피 당신은, 이제 곧 죽어버리잖아?
다음주제 : 학교
28
이름없음
2017/11/15 23:30:10
ID : VcE3vjwIIGn
0
흔히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이 다르다고 말해지는 것들이 있다.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도시의 멋진 야경이 그렇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나오는 방송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밤에 나오면 괜히 신경을 쓰게 된다. 동의하는 사람이 적을 지도 모르겠지만, 낮밤이 다른 것이란 학교가 가장 그렇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이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들고, 올바름을 깨치고, 실수를 경험하기도 하는 학교는 보통 낮의 모습이다. 야간 학습이 존재하면서 학교는 밤에도 불을 밝히는 장소가 되어버렸지만, 원래 밤의 학교는 낮의 학교과 그렇게 괴리가 클 수 없다.
수 십 명이 뛰노는 교정은 텅 비고, 글 읽고 분필이 칠판을 두드리던 소리가 사라진 교실은 조금 허전한 감각을 넘어서 황량한 기분도 든다. 빛이 아주 들지 않는 곳이 없어, 구름이 햇빛을 가린 날에도 거닐던 장소는 침침한 자판기의 불빛에 의존해 날벌래들만이 비틀비틀 날고 있고. 곧 자판기의 불빛도 삼킬듯한 어둠이 낀 복도가 유리창 문턱을 넘실대며 밖을 바라본다.
...누군가에게 겁을 주려는 문장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낮의 잔상이 남지도 않을 만큼 밤이 깊게 베어드는 장소인 학교는. 그 텅 빈 공허함이, '으스스함'을 넘어서 약간의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가.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느낀다.
다음 주제는! 화살표!
29
이름없음
2017/11/16 01:08:00
ID : Fbdwq1BdTSF
0
당신은 아무 말 없이 흰 분필을 들고 무언가를 회반죽 벽에 그렸다. 드르르륵, 드륵. 천천히 그리고 선명하게 그어지는 선은 익숙한 모양을 이루었다. 분필이 닳아 없어질 때 까지 계속해서 그려댔다. 수없이 많은 화살표. 그 끝은 나를 향해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이 한없이 두려웠다. 차마 바라볼 수 없어서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힐끔, 시선을 조금 올리자 당신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하얗고 무수한 화살표. 당신은 내게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두 눈을 들어 벽에 묻은 당신의 한을 바라봤다. 아니, 사실은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대체 어떤 감정에 사로잡힌 것일까. 뇌내에 둥둥 떠다니는 조각들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버려 어느 것도 잡을 수 없었다.
울고 있었다, 당신은. 나의 착각인지 환영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분필을 잡은 손 끝이 사정없이 떨렸고 유순히 휘어져있던 예쁜 눈매는 핏방울을 매단 채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미친듯이 화살표를 긋고 긋다가 결국 얼마 남지도 않은 분필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달려가버렸다. 우리에겐 마지막 인사도 사치였다.
화살표 끝의 날카로움이 나를 찔러 죽일 것만 같았다.
다음 주제는 음.... 기차로 할까? 칙칙폭폭 기차.
30
이름없음
2017/11/19 21:12:44
ID : Gq7xTTQqY7c
0
"도착하면 연락줄거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는 질문을 하는 날 보면서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웃어주며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는 당신을 보며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당신이 끝까지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설사 연락이 안된다고 해도 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당신은 자신의 짐을 들고 곧 출발할 예정인 기차 안에 몸을 실었다. 끝까지 당신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날 보면서 또다시 미소지은 당신은 서서히 닫히는 문 너머에서 손을 흔들어주었다.
"잘 있어."
닫혀버린 문 사이를 두고 시선이 교차하는 우리들. 그리고 우리들의 사정따위는 알 바가 아니라는 듯이 매정하게 출발해버리는 기차. 기다란 기차가 어느새 저 멀리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부디 이 기다란 여정을 끝마치고 당신이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거짓말이라고 해줘. 방금까지만 해도 날 보며 웃어주던 다정한 당신이 타고 있던 기차가 떠난 길에서 들려온 폭발소리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진실이 아니라 거짓이라고 말해줘.
다음 주제는 뭘 할까. 그래, 반복으로 하자.
31
이름없음
2017/11/21 15:01:21
ID : 9vA4ZfSFba3
0
꿈에서 깬다. 이 감정을 수첩에 기록한다
365일 매일 반복되는 내 습관이다.
나는 왜 이런 짓을 하고있는거지?라는 의문
언제부터인지 이런 의문조차 사라지고
습관이 나를 자리잡고 있다.
이 행위는 거의 숨을 쉬는거나 다름없다
오래 걸리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단지 나는 알고 싶을 뿐이다.
어째서 내가
꿈을 꾸는지
그 꿈은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아마 그 정체가 궁금해서 기록하기 시작한게 아닐까
적은 걸 정리해보면 한가지 그림이 나온다.
그래
난 이세상 사람이 아니다.
다음 주제는 -연민-
32
이름없음
2017/11/26 14:59:35
ID : wFcrhy588o6
0
사람들은 연민과 동정을 다르게 생각한다. 대체 무엇이 다른 거야. 두보는 내가 동정을 말하면 가차없이 밀어냈고, 연민을 말하면 눈빛을 조금 누그러뜨린 채 나를 다시금 집안으로 들였다. 하지만 두보를 향한 나의 마음은 명백한 동정이었음을 알고 있다. 두보는 이미 동정받는 것에 지쳐있음도.
나는 두보를 괴롭게 하기 위해 이곳에 존재한다.
다음 주제는 유성우
33
이름없음
2017/11/29 23:08:34
ID : IFfXAi4K1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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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직도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 난다. 그 때 너와 내가 함께 있었음은 아마 운명일 지도 모른다. '몇백년 만에 있을까 말까 한 천체 쇼'라는 수식어보다도 나는 내가 유성우를 함께 본 사람이 너였다는 것이 더 황홀했다. 네가 그때 내 곁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날 밤하늘은 단지 반짝이는 사선이 내리그인 검은 도화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네가 있었고, 그 광경은 세상 모든 별들이 마치 우리를 축복해 주는 것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별들이 내 마음 속에도 떨어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퐁당퐁당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세상에 꼭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던 그 순간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디저트보다도 훨씬 더 달았다.
그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날 이후로 '유성매직'이라는 단어에도 네가 떠오른다. 너도 나처럼 그 순간이 황홀했을까. 너도 그때 나를 좋아했을까. 하지만 이제는 너무 멀어져버려 마음을 전할 수 없다. 그 날 내가 얻은 건 그 황홀한 감각과, '유성매직'에 대한 묘한 기분 뿐이다. 아무렴 어떤가, 네가 나에게 선물한 추억이라면 그걸로 좋다.
다음 주제는 관찰
34
이름없음
2017/11/30 16:53:51
ID : wFcrhy588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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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관찰. 또 관찰. 그렇게 관찰해봤자 나오는 것은 없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그보다 더 너를 사랑하지 않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또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존재들. 너는 관찰을 명목으로 내게 접근해왔고 나를 사랑한다 말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은 진정한 사랑일까. 아니야, 그것또한 네 실험의 일부일 것이다. 나는 구십퍼센트 확신한다. 너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 했을 때 내가 보일 반응을 관찰하려 한 것이다. 너는 그렇게 나를 끝없이 관찰해라. 나는 관찰할 힘이 없어 그저 너를 주시한다. 네가 너라는 것도 모르고 점차 멍하게 주시한다. 끝없이 주시. 주시의 끝은 멍. 그래. 나는 지금 멍하고 멍하니 숨을 쉰다. 너는 그런 나를 관찰한다.
다음 주제는 300년 전의 첫사랑
35
이름없음
2017/11/30 23:10:47
ID : tio6o7BwF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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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은 변한다. 한때나마 불같이 타로으던 그 사랑도 이제는 차갑게 식어 아무것도 비추거나 데우지 못한다. 영원이란, 결국 모든것이 바뀌어갈때 그 자리에 항상 변하지 않고 서있는것이다. 모든것이 살아있을때 쌓아놓았던 수많은 추억들은 오래된 사진처럼 여기저기 헤지고 찢겨저간다. 더이상 그 사람을 볼수 없다는 고통 마저도 세월의 무심함 앞에 깍여나간다. '그때는 사랑했었지' 그 한마디만이 내 가슴속에 자리잡아, 커다란 바위를 치우고 남은 구덩이처럼 세월앞에 흘러가는 기억의 조각을 부여잡고있다. 강줄기가 마르고 강바닥의 구덩이에 마지막 웅덩이가 남듯, 언젠가는 지워질 사랑이라는 기억을 부여잡고있다.
다음 주제는 망각
36
이름없음
2017/12/01 05:44:55
ID : Lak9zardX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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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일까? 무엇이 나를 정의하는 걸까? 만약 내가 내 이름을 잊어먹는다면 나는 나일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나이, 가족, 친구, 집 주소, 단골 가게,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음식,...나의 모든 것을 잊어먹게 된어도, 나는 여전히 나일까? 나는 한낱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소나 돼지로 태어나는 편이 나앗을지도 모르겠네.
*시계
37
이름없음
2017/12/04 01:48:52
ID : U41wpV8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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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여?
아직도 흐린 새벽이야, 내일이 오기까지 너무나도 멀다. 너를 만나고 싶어. 너와 얘기하고 싶어. 안고 싶어, 웃고 싶어, 세상에 둘도 없는 너와 같이 살고 싶어. 지금은 적막한 새벽 1시 44분이야. 너를 만나기까지 앞으로 7시간은 더 남은 듯해. 우린 정말 가깝지만, 아주 멀게만 느껴져. 찬 밤에 이따끔 들리는 자동차 소리, 사람 말소리 같은 게 더 가깝지. 그 사실이 나를 힘들게 해. 전혀 모르는 타인 말고, 무기질한 물질 말고. 말고, 나는, 나는 너랑 있고 싶어. 내 품 안에 있던 온기는 7시간을 버티지 못해. 이건 사랑일까, 아니. 아니 사실은.
온기와 사랑, 낯선 타인에 허덕이는 우리란 걸. 사실은 눈을 가리고 아웅거리고 싶었어. 작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었어. 너무나 쓴 사실이라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어. 때때로 이 적막감에 눈을 감아. 눈을 감고, 나를 지우는 거야. 이런 한정적인 공간 말고, 육체 말고. 저 하늘이라도 떠올리며 펄펄 날아올라 가는 거야. 아,
눈을 떴어.
시계초침 소리가 시끄러운 오전 1시 48분이야.
* 다음 사람 글감, 사죄
38
이름없음
2017/12/04 17:13:38
ID : vgY2mk064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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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고개 숙이는 걸 싫어한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것도. 무릎과 고개를 내 발등까지 숙이는 것도. 처음으로 숙인 고개의 주인은 형이었다. 스르륵 커튼이 펼쳐지듯이 앞으로 넘어진 형은 경찰이 올 때까지. 아빠가 내 눈을 가릴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매일 글을 대신 써주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머리를 쓰다듬는 표현밖에 못해준다며 사과할 방법을 못 찾았다고 그랬다. 그 때가 나에게 하는 깊은 사죄의 방법이었다. 아빠는 이렇게 된 형과 나한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인생에서 듣기 싫은 소리였다. 고개를 숙일 때 흔들리는 이삭들처럼 사그락거리는 머리칼 소리...
지금은 아빠가 이렇게 될 때까지 소홀했던 자신의 책임을 나에게 사죄라는 명목으로 넘기고 있다. 나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당신들은 사실, 너가 뒷바라지를 못 했던 거다. 먼 관계인 우리도 싹싹 비는데 너는 왜? 라는 말을 하고 있어.
나는 사죄다운 사죄를 하기로 했다.
아빠. 곧 사과할테니까 기다려요.
* 다음 사람 글감, 모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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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7/12/05 21:11:33
ID : cMqi3vgY8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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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떡을 제일 좋아한다고ㅡ, 너는 나에게 말했다. 적어도 내 기억 속의 너는, 한 줌 절망이라곤 없이 줄곧 티없는 행복을 빛내고 있었다.
그날따라 나는 피곤했었고 너는 여전히 활기찼었다. 외식하러 나가자는 너의 청에 나는 역정을 내며 거절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약간은 성이 난 너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볼 네 모습일 줄 그때 알았다면야 당장에라도 현관으로 뛰쳐나가 너를 세게 끌어안았으리라.
나는 언제나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 이건 진심이었다. 어쩌면 유일할지도 모를 너에 대한 진심이다.
지금도 난 네가 어디선가 모시떡을 먹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진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너의 유일한 흔적에
내 보잘것없는 국화꽃을 한 송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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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7/12/05 21:17:00
ID : cMqi3vgY8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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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를 말 안했네...다음 주제는 만년필
41
이름없음
2017/12/07 12:22:54
ID : INy1woGn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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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선생님은 만년필을 고집하셨다.
어느날은 내가 물었다.
”선생님, 왜 만년필만 쓰세요? 타자기로 쓰는게 편하지 않으세요?”
선생님은 서재 구석에 먼지가 쌓인 타자기에 한 번 눈길을 주시더니 고개를 저으셨다.
”정이 안 가. 역시 난 만년필이 체질인가봐.”
”그러세요? 그럼 이번 생신 때 제가 새 만년필 선물해 드릴까요? 그 만년필도 많이 낡은 것 같네요.”
선생님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으셨다.
”이건 내 분신이야. 미안하지만 만년필은 사와도 안 쓸 것 같으니, 사오지 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배우자가, 그것도 선생님이 온 몸을 다해 사랑했던그 분이 선물해 주신 것이니, 당연히 소중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서글퍼졌다.
아니, 많이 서글퍼졌다.
이 이야기를 나눌 때가 1963년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사랑했어요 선생님.
20살이란 나이차도 이길만큼요.
다음 주제: 미국에서 사온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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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7/12/07 20:47:23
ID : qo2KZjvu2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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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구두는 내가 열 여섯이 되는 날, 가죽공장에서 일하던 삼촌이 내게 건넨 것이다. 삼촌은 남들이 알아주는 공장의 사장이었고 그런 삼촌이 나에게 왜 호감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철호야!"
삼촌은 오랜만에 만난 나를 반갑게도 불렀다. 나 역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 나를 보면서 정이 없다느니, 인사성만 밝다느니 하면서도 삼촌은 웃고 계셨다.
"무슨 일이세요?"
나는 정 없게도 이유부터 물었다.
"인석아. 조카 보려고 온 삼촌에게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
그러면서도 삼촌은 들고 있던 상자를 턱 하니 건네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받아든 상자를 쳐다보니 영어로 Alden이라고 적힌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다.
"네 나이 곧 열일곱. 사내가 구두 한 벌 없어서 쓰겠냐."
비싼 거라고 말하는 삼촌에게 벙찐 얼굴로 답하면서도 귀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 품에 잘도 안았다.
"그거. 네 숙모가 네 선물이라면서 샀다. 그거 하나에 수천 달러야. 달러."
수천 달러라는 말을 듣고 내 마음이 무너지는 듯 했다. 수천 달러라니! 그 돈이면 얼마든 호위호식할 돈인데 이깟 구두 한 켤레가 그리도 비싸다니 믿기질 않았다. 미국에서 사온 그 구두는 작은 세계에서만 살던 내게 다가온 대포였다. 삼촌과 나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 그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 것이다.
* 비틀어진 쥐 시체
43
이름없음
2017/12/11 16:05:43
ID : u3Ds9zf89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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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일이다. 공허한 감정으로 인해 아무일에 손을 대지 않기 시작한건.
일을 손대지 않으니 집안도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창문 밖을 보려다 창문 앞에 있는 비틀어진 쥐 시체를 보았다.
문득 울컥한 감정이 든다.
이 아이는 무슨 죄일까. 왜 여기서 죽어버렸을까. 내가 능력이 없는 탓이다 .
오랜전부터 아무 일에 손을 대지 않아 집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 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
이상한 감정에 휩쓸려 학업에 손놓아 버린 것은 .
정말 언제부터였을까 .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
주섬주섬 옷을 입고 비틀어진 불쌍한 쥐 시체를 조심스럽게 휴지로 감싸 밖으로 나가서 근처 놀이터에 묻어주었다. 새벽에 하얗게 내린 눈이 온 날씨치고는 꽤 따뜻하다.
다음 주제! 꽃말 !!!
44
이름없음
2017/12/13 21:04:15
ID : U0so0rcNs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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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묻어준 너 정말 상냥하구나.
오랜만에 인간의 감정을 느꼈다. 이런 것이 사람이려나.
멀리서 바라본 너의 모습은 마치 천사같았어.
난 너를 로즈메리라 칭할래.
고마워, 로즈메리.
다음주제 ! 눈꽃 !!
45
이름없음
2017/12/26 20:24:23
ID : rhAnTRu3y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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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찾아온 시린 겨울. 마냥 춥기만 했던 작년 겨울과는 무언가 다르다. 그를 용서해서일까, 포기해서일까.
조용히 찾아오는 겨울의 아침. 새하얀 커튼을 열면 창문 밖으로 아름답게 내리는 새하얀 꽃잎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무심코 창 밖으로 손을 내었더니,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운 눈꽃잎들이 따스한 손에 닿아 스르르 사라졌다.
너무 부드러운 꽃잎들은 아주 옅게 자국을 남기고 사라졌고 나는 그 자국을 꼬옥 쥐었다.
가만 눈꽃을 바라보던 겨울보다 시린 눈 위에 눈꽃이 살며시 내려와 앉았다.
-담 주제는! *잠꼬대*!-
46
이름없음
2017/12/27 14:01:33
ID : Mjhe0r84K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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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의 연락이 끊긴지 2년 나는 아직도 그시간에 머물러 있는것만 같다. "춥다" 말 한마디에 눈 사이 사이로 입김이 퍼져나가 나도 입김처럼 하늘 사이 사이로 퍼져나가 너의 소식을 들을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하고 불빛이 넘치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를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왠지 쓸쓸해져 내 귓가에 스며드는 크리스마스의 캐롤을 듣고있자니 더욱 시린 옆구리가 나를 조여왔다. "나도 참" 주책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한번만 너를 볼수 있다면 이런 외로움 따위 이겨낼수 있을텐데 하던 찰라 익숙하던 향기가 내 코끝에 맴돌아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자 그립던 니가 내 눈앞에 옛날 그 얼빵한 미소를 배시시 짓곤 양팔을 벌려 보고싶었단 말을 내뱉는다. 나는 약간 촉촉한 눈가로 너에게 달려가 안기며 내뱉겠지 "너무 늦었어" 나는 그렇게 니품에서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걸 알고 그리움에 꿈에서 깨어나 내 잠꼬대에 섞인 마음이 너에게 들렸으면 하고 나는 내일도 너의 꿈을 꾼다.
다음주제 (급똥)
47
이름없음
2017/12/31 13:40:49
ID : DBBwFbbdw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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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딩딩한 새벽이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하디 고요한 새벽.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랫배가 살 살 아팠다. 엉덩이가 묵직하다. 나는 이것이 급똥 신호라는 것을 단숨에 알아챘다.
그러나 나는 종일 피곤했다. 밤 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막 잠이 든 참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아침까지 내리 잠을 자고 싶었다. 부르르륵. 그러나 내 장은 그런 태만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엉덩이를 꽉 붙잡고 용수철이 튀어오르 듯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 와다다다. 재빨리 문을 열고 새하얀 변기 커버로 엉덩이를 붙인다. 끄응. 끙. 으으으으. 주먹을 꽉 쥐고 힘을 주었다. 저절로 미간은 팔 자를 만들어냈다.
.....퐁!
청량하고 맑은 소리였다. 이것은 승리의 소리였다. 나의 게으름을 이긴 청명하고 맑은 쾌변의 소리. 나는 엄마가 듣지 못하게 작게 소리낸다. *발 행복하다...
다음 주제 (푸른 밤)
48
미필이과감성빌런
2018/01/01 01:31:25
ID : nDuq6nTRC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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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밤이었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노래하던 날, 나는 가출을 했다.
연이은 면접탈락에 자존감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나를 찾기 위함이라는 대의명분으로 가벼운 일탈을 느끼고 싶었다.
엘리베이터의 소름끼치는 사슬소리를 들으며 나는 밤의 세상으로 내려갔다.
'어디로 갈까'
어릴적, 돌아가신 할머니의 농장이 떠올랐다.
친척들이 고추를 따고, 할머니가 만든 달달한 식혜를 마시던 곳.
내 기억 속 유년기의 작은 침낭.
나는 사람없는 버스를 타고, 적막한 시골길을 따라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청량한 귀뚜라미 소리.
할머니댁으로 걸어갈수록 가로등은 점점 사라져갔다.
농장입구.
할머니가 열어주시던 철문.
모든 것이 그리웠다.
목줄기를 흐르며 나를 고양시키던 식혜.
밥알 남기지 말라며 다그치던 할아버지.
마당에서 꼬리를 흔들던 똥개.
'끼익'
어느새 내 손으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깜깜함.
그럼에도 포근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헛간에 들어서자 뚫린 지붕 사이로 구름이 걷히고 보름달이 드러났다.
모든 어둠을 거두는 그런 빛.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를 한없이 밝혀주는 보름달과 청아하게 빛나는 무수한 별들.
판타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장관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상기시켜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제 유년기의 침낭 대신 그 푸른 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다음 주제 (첫사랑)
49
이름없음
2018/01/03 02:09:13
ID : 3u006588q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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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사랑을 물어오는 너에게 나는 그저 흔히 있는 그런 얘기를 했었다. 초등학교, 아니 중학교때 인기가 많으셨던 선생님. 그 선생님을 짝사랑 하였다고, 그 선생님이 애인이 있다는것을 알고 그 날은 펑펑 울었다고.
넌 영원히 모를것이다. 내 진실된 첫사랑은 네 짝이었다고, 아직도 그 첫사랑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네가 알면 나에게 뭐라 할까?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미쳤냐고 욕을할까, 안타까움을 담아 조용히 날 보기만할까. 여러번 생각해봤지만 내게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단지 내가 단 하나 알고있는것은, 내가 이 사실을 고백했다가는 너와 다시는 친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고, 아슬아슬하게나마 이어지던 네 짝과의 가느다란 실이 끊어질것이란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첫사랑을 네게 말 할 수 없다. 내 이 마음이 식기 전까지는.
다음주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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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03 04:11:59
ID : zgjdu03u0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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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우는거야? 만나고 싶으면 연락하면 될 텐데,"
친구가 저만치에서 울고 있는 동급생들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혼자 조용히 흐느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서로 부둥켜안고 크게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기야 친구 말도 맞긴 한데, 저 친구들 심정이었다면 말이 좀 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 중학교 생활 마지막이잖아. 넌 별로 안 슬퍼?"
"딱히."
내 말에 친구는 매우 짧게 대답했다.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탓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얘는 원래부터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슬프지 않은 게 아니라 슬프지 않은 척 하고 있는 것이라고,
"고등학교 졸업식 땐 울거야?"
"몰라,"
그 짧은 말을 하는 중에도 친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내 친구는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는 들릴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바닥에 물방울 같은 것이 떨어졌다. 물방울은 비가 내리듯 점점 더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친구는 고개를 숙인 채 소매로 눈가를 비볐다. 나는 친구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말했다.
"왜 울고 그래? 네 말대로 나중에 연락하면 되지. 그래도 내 친구인데 연락 안 할 거 같냐?"
친구가 소리내어 흐느꼈다. 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와 만난 지 꽤 오래된 절친이었지만 친구의 우는 모습만큼은 조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무덤덤한 모습만 오래 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일까.
"나... 없어도 꼭 연락할거지...?"
"당연하지,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임마. 전학가서도 기죽지 말고 하던 것처럼 해. 너도 나 잊으면 안된다?"
"아우 목 아파."
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자존심 상한 건지 친구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목 뒤를 주무르며 화제를 바꿨다. 빨간 눈시울에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고개는 계속 숙이고 있던 터라 볼에 눈물이 흐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 누가 머리 숙이고 있으래? 아무튼 이제 그만 울어. 우리 헤어질 때도 뒤끝없이 멋지게 헤어져야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깔끔히 헤어지고 싶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곳에 놓여질 친구가 조금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친구의 말대로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똑같이 주어지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주제는 (마리오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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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04 22:59:48
ID : Y5TSHu6Y2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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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자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나왔다. 당시에는 자유라는 것에 정신이 팔려 몰랐었다. 내 신세가 이렇게까지 처량해질 것이라곤.
나를 과보호하는 부모님이 나의 꿈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지금에 와서야 그런 내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깨닫기 전에 내가 실에 묶인 마리오네트였다면, 지금의 나는 실이 끊긴 쓸모없는 인형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 주제 [봄꽃]
52
이름없음
2018/01/05 10:26:35
ID : xBf88lwk3x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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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봄꽃이 예쁘네요. 그 작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봄꽃이 좋다고 했었던 그대 생각에 싱긋, 미소가 지어졌어요. 그러고 보니까 그런 이야기가 있었지요. 그대가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려 할 때 제가 뭐하냐고 물어보면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져!" 라며 해맑게 웃었었는데.
그대가 생각나네요. 봄꽃처럼, 개나리처럼 해맑았던 그대가. 벚꽃처럼 아름다웠던 그대가. 진달래처럼 부드러웠던 그대가. 길가의 이름모를 풀꽃들처럼,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웠던 그대가.
그대는 이른 봄꽃처럼 너무나도 빨리 피어버렸어요. 추위에 떠는 꽃을 제가 안아 보살필 수는 없었지요. 당신이란 꽃은 너무나도 빨리 져버렸어요. 제가 보듬을 수 있는 건 떨어진 꽃잎뿐, 꽃은 아니였네요.
오늘은 떨어지는 벚꽃잎을 하나 잡았어요. 그리고 소원을 빌었지요.
"부디 당신이, 영원토록 봄에서 살 수 있길 바래요."
추운 겨울도, 더운 여름도 아닌 아름답게 봄꽃이 만발한 봄에요.
*고양이
53
이름없음
2018/01/06 11:03:23
ID : wFcrhy588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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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나를 사랑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고양이는 생선이 필요했을 뿐이다. 나는 왜 생선이 될 수 없었을까.
*교무실 소파
54
이름없음
2018/01/06 18:41:13
ID : zU585ValeH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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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지만, 교무실 소파는 되도록이면 딱딱한게 좋다. 어저깨도 거기서 껌벅 졸아 수학 선생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았던가? 국어 선생이 소파가 문제라기도 했고.
그런데 며칠이 지나 생각을 해 보니, 교무실 소파가 문제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딱딱한 책상과 의자에서도 너무 많이 자고 있던 걸 발견했을 때에 뼈저리게 느꼈다.
문제는 덮는 방법이 있고 파고들어 파내는 방법이 있다고. 하지만 다들 덮는 것만 생각하고 파내는 것은 싫어했다. 깔끔하지 못하다나?
그래도 속이 곪아 전부 썩어버려서 잘라 버리는 것보다는 나은데, 의외로 그런 생각은 잘 못하나 보다. 선생이건 어른이건.
*사상
55
이름없음
2018/01/10 23:45:14
ID : 7fhs3CnWo6l
0
너와 나는 항상 다른 길을 걸었어. 그래, 처음부터 말해보자면 사상. 쉽게 말하면 생각부터가 너무나도 달랐지. 사랑하는 사람이 이미 짝이 있다면 어떨 것 같아? 그 짝이 자신의 너무나도 소중한 은인이라면? 난 그 은인을 위해 평생 아픔을 참아왔어. 몇년, 아니 몇십년을. 혼자만 사랑하는 그 아픔. 넌 알아?.. 알 리가 없지, 넌 네가 사랑하던 여자를 위해 은인을 저버릴만큼 어리석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이 널 얼마나 신뢰하고 아꼈는지, 넌 모를거야.
언제나 넌 나에게 말했지. 내가 물러터졌다고. 너무 물러서 이미 죽은 사람의 연인에게도 사랑을 전하지 못하는 얼간이라고. 내 사상따위는 그저 시간이 지나 썩어버린 것을 붙잡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잘못되지 않았어. 내가 평생동안 지켜왔던 규칙은, 나를 위해서 정해놓았던 것이니까. 네가 아무리 비웃는다 해도 난 바뀌지 않을거야. 그게 운명이니까.
* 후회
56
이름없음
2018/01/11 10:00:57
ID : DzfcINvCnQ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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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하지않는다..."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빈털털이 백수. 비실비실하다는 이유로 알바자리 하나조차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그의 가문 초유의 무능력자. 사실 나름의 직장도, 기술도 있었지만 능력을 키워보지도 못한 채 다른 걸 해보겠노라고 나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온 핸드폰 문자 하나.
-빨리 빚 갚아야지?-
그의 앞에 종이가 휘날리는 것을 잡고 본 뒤 고민하던터였다. 더 높은 수당에 각종 복지 혜택도 있다. 다만...
"바보같은 자식. 그래도 부모님을..."
어머니가 벌써 자리에 누우셨다. 아직 정정하신 아버지도 어찌될 지 모르는 일이다.
마음을 잡았다. 종이를 손에 꼭 쥐고 자리를 털었다.
온갖 더러운 짓이란 더러운 짓은 다 했다.
그리고 지금 말한다.
돈이 없으면 무엇도 없는 세상이었노라고...
•문
57
이름없음
2018/01/12 02:07:53
ID : 8rtcoGtxXBt
0
나는 문 닫힌 세상에서 살아왔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한 적 없었다. 누군가는 외롭지 않냐고 말하지만 나에겐 오히려 편했다. 누군가와 트러블 날 일도 없고, 간섭이나 방해를 받을 일도 없어 온전히 내 세상을 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내 착각이었다. 나만의 세상이라고 여겼던 이 문이, 사실은 감옥의 쇠창살이었던 것이다. 나는 나만의 세계에 갇혀 이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가 나를 일깨워주었다. 감옥같은 내 세상을 부숴주었다.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을 때, 그것은 빛이었다. 나를 새롭고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주는 빛. 나는 그 빛을 따라가진 않을 것이다. 당당히 두 발로 나아가 내 눈으로 다양한 세계를 볼 것이다. 그리고 훗날 그 빛을 다시만나면 "고마웠어요."하고 웃으며 말할 것이다. 내 문을 열어준, 고마운 너에게.
* 카페
58
이름없음
2018/01/12 02:30:33
ID : 6p866mE6Z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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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커피를 좋아했다.
"이 집 커피가 맛있어"라며 그는 매번 같은 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자기처럼 커피를 좋아했으면 좋겠단다. 그가 주절주절 얘기하며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새 종이에 찍어주세요!"
직원은 알겠다며 종이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받으라 손짓했다. 도장이 2개가 찍힌 쿠폰이었다.
"너도 이제 쿠폰 찍기위해 커피를 마시러 오게될걸! 나의 큰그림이야."
대단한 걸 생각한 사람처럼 뿌듯해하는 그 표정이 웃겨서 웃어버렸다. 그 후로 그와 나는 각자의 쿠폰지에 도장을 찍어왔다.
얼마 후 나와 그는 또 그 카페에 들렀다. 도장 1개를 찍고보니, 쿠폰 종이에 도장이 다 찍혔다. 다음에 들르면, 음료가 무료라는 글씨가 보였다.
하지만 난 그 음료를 받지 못했다. 그 날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그 후로 다시 카페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잊었다 생각했는데 지갑을 정리하다 발견한 쿠폰지에 마음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은 나를 그 카페로 이끌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직원은 바뀌지 않았다. 나에게 처음으로 도장을 찍어주었던 그 사람이다.
"이거..."
나는 쿠폰종이를 내밀었다. 아. 다 모으셨었죠! 하며 평소 드시던 것을 드시겠냐 묻기에 그렇다 대답했다.
쿠폰종이가 내 손을 떠나가자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이제 또 카페를 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만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시계
59
이름없음
2018/01/12 07:45:19
ID : eE5SFfRyHCj
0
나는 남을 위해 움직인다.
오늘도 남을 위해 시간을 알려주었다.
나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해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이제는 쉬고싶다.
나는 쉬고싶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
열심히 해내도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일.
하지만 쉴 수 없었다.
난 이제 시간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지금을 기억하면서 시간을 멈출 것이다.
*아침
60
이름없음
2018/01/12 09:48:01
ID : xBbyIHA2JTU
0
짹짹 새가 지지배배 나른히 우는 소리가 물길마냥 흘러들어왔다. 떠오른 아침의 태양이 이제 일어날 시간 이라고 재촉 하면서 일깨웠다. 무의미한 하품을 내뱉으며 늘상 익숙한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다. 하얀 침대보는 밤새 뒤척이기라도 한것일까 잔뜩 구겨져 엉망이 되어있었고. 밤새 몸을 움직인 탓에 선명히 몸에 남아있는 핏자국이 새하얀 피부 사이로 흘러내려 이불보를 적셨다. 밤에 있었던 전투만 아니라면 창문 사이로 부서지며 빛나는 아침 햇살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였을것이었다. 문득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니 겨우 지친듯 자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며 소녀는 낮게 웃었다. 아침 햇살에 눈이 가려졌다 생각하며 호랑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며 때 이른 아침과 평화를 좀더 만끽 하기로 했다.
*게임
61
이름없음
2018/01/13 00:12:58
ID : Mjg1A0lhb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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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는 사람이 지는 거야."
눈물이 많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는 게임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이기는 걸 좋아했다. 그녀는 항상 내 위에 있었다. 나는 그 아래서 발바닥을 핥는 개였다. 그녀의 구두가 나를 짓밟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졌으니까 벌 받아야지, 강아지야. 그럼 나는 좋다고 배를 뒤집어깠다. 주인님 예뻐해 주세요.
그녀와 그런 게임을 평생 하며 살고 싶었다. 오후의 빛이 바닥을 반 쯤 적시는 좁은 반지하 방에서. 빛에게 들킬까 봐 햇살을 피해 섹'스를 하며 우리는 몰래 웃었었다. 그런데 어느 차가운 밤에.
"누가 이랬어요."
"저리 가. 가까이 오지 마..."
그녀가 나를 피한다. 개새끼는 달려가서 눈물을 핥는다. 무너져내리는 작은 몸을 안아든다. 낯선 냄새가 난다. 울지 마요, 슬프면 내 몸을 줄게요. 이거 먹고 웃어요.
바닥에 몇 시간을 웅크려 있었는지 모르겠다. 새끼손톱만한 햇살이 눈두덩을 파고든다. 눈깔을 파내고 싶어서 눈을 떴다. 그녀가 없었다. 빛을 피해 도망갔을까. 바닥에 떨어진 햇살을 닮은 노란 메모지를 보았다.
'먼저 우는 사람이 지는 거야.'
나는 이번에도 졌다.
*시체
62
이름없음
2018/01/13 01:24:40
ID : Aja1fVcIHDB
0
휴대폰이 꺼졌다.
까만 화면에 내 얼굴이 비치고 어딜 눌러도 반응 하지 않는다.
차갑고 딱딱하다. 방금 전까지 오던 연락도 오지 않는다.
외롭다.
지금이 몇시인지 몰라 집안 어딘가에 있을 시계를 찾아본다. 내 손에 쥐어진 이 까만 고철이 환한 불빛을 냈을땐 보지도 않았을 거다.
간만에 봐서 그런가 시계는 열심히 돌아간다. 내가 보고있지 않아도 시계는 돌아간다. 그걸 알기에 난 시간만 확인 한 후 다시 시선을 원래 위치로 옮겼다.
째깍째깍 소리가 방안에 들린다. 이 방이 초침소리가 선명할 정도로 조용했던가.
휴대폰에 충전기를 꼽으면 다시 켜질 것이다.
망가진건 이니기에.
마치 잠깐 잠을 잔것 처럼 다시 나에게 빛을 보이고 시간을 보일것이다.
너도 그럴까.
너의 눈빛이 꺼졌다.
까만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고 어딜 눌러도 반응 하지 않는다.
차갑고 딱딱하다. 얼마전 까지 나에게 말을 걸던 입이 열리지 않는다.
슬프다.
몇 시가 됐을까. 너에겐 이제 의미 없는 숫자겠다. 너의 시간은 멈췄으니까.
초침소리가 선명하다. 아무도 찾지않더라도 저 시계는 움직이 겠지. 너가 날 더 이상 부르지 않아도 난 흘러가겠지. 망가지기 전까지.
*시간
63
이름없음
2018/01/13 01:41:30
ID : Mjg1A0lhbu9
0
시각과 시각 사이를 시간이라고 일컫는다. 방금 전 시각, 오전 1시 33분.
켜 둔 히터가 녹아내리고 있다. 핸드폰은 침묵한다. 초침이 아슬아슬하게 걸어간다.
밖의 네온사인 빛이 커튼을 건드린다. 암청색의 커튼이 수상한 무늬를 바닥에 그린다.
문득 커튼을 젖히고 싶다.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다.
방금 들은 건 사람의 목소리인가, 그믐달의 울음소리인가.
푸르고 하얀 빛이 번쩍였다. 네온사인 빛이 아니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건 그저 엊그제 죽은 이의 유서에 비친 달빛일 뿐이다.
지금 시각 1시 39분,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조용해졌다.
다만 방금 전부터 핏자국이 창밖을 때리기 시작했다.
*가위
64
이름없음
2018/01/13 10:56:48
ID : 3yJPclbjs6Z
0
그 날 따라 어머니는 상냥하셨다.
살쾡이처럼 희번떡 거리던 눈빛은 마리아처럼 자애로웠다.
"...아-"
다정한 말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손길이 나의 머리를 스친다. 앗, 외마디 비명과 함께 움츠린 내게 그녀는 톱니처럼 날카로운 손톱이 아닌 따스함을 주었다.
그 온기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뻣뻣하게 엉킨 머리카락을 풀어내는 손길이 이따금씩 아팠지만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웃었다.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나 어머니의 손이 멀어졌다. 그리고 나의 행복 또한 끝이 난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서 탐욕이 서리고 그 차갑고 시린 은빛이 이를 드러낸다. 밑바닥에 고여있던 나의 행복이 말라간다.
"아주 조금만이야."
거짓말. 가식적인 말투로 끝내 내 목 가까이에서 멈춘 가위의 촉감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눈물은 나지 않았다.
싹둑.
다음 주제는"여우비"
65
이름없음
2018/01/13 14:34:37
ID : E9wKZbgZa3x
0
태양이 '나'를 파고든다. 그 열기가 나의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집요하게 꿰뚫어
나의 몸 그 안까지 타는 열기와 갈증을 느낀다. 열기는 나를 잠식해 버리고 눅진하게 가라앉는다.
이 갈증의 기원은 대체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이토록 혼란스럽게 만드는가 하늘을 응시하며 자그마한 탄원을 넣어본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깊은 고독뿐. '존재하지 않는'이라는 어구가 나의 가슴을 때려박는 듯하다.
깊은 상실감은 타는 열기로 변화되고 고독감과 무기력함은 내 몸뚱아리를 파고든다.
어찌 이리 내려치는지 나를 식혀줄 물 한방울이라도 내려지기를 하는 깊은 갈망을 해본다.
황량한 사막을 걸으며 오아시스를 찾는 나그네의 심정이 이리도 절박할까
이 내려치는 태양을 담은 하늘에 비 한방울이 내렸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강하게 소원해본다.
다음주제-외로움
66
이름없음
2018/01/13 15:41:16
ID : Mjg1A0lhb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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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승용차가 순환선을 달리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는 작은 밀실이다. 이 밀실에서 살아있는 것이라곤 핸들을 잡고 있는 나 뿐이다. 답답함에 차 창문을 조금 내렸다. 톡, 톡. 빗물이 뺨을 적신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엇인가가 섞여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도로는 꽉 막혀 정체다. 나는 이 속도가 오히려 반갑다. 이 밀실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언제부턴가 혼자 있는 공간이 편했다. 자동차, 화장실, 내 방 침대 같은.
시원한 바람이 사념을 헤집는다. 그런데 정말 혼자였어? 바람이 나에게 묻는다. 옷을 적시는 빗방울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점점 추워진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창문을 올렸다. 이제 완벽히 혼자가 되었다. 때마침 정체가 풀리기 시작했다. 도로가 한산해진다. 나는 여유를 느끼며 순환선을 벗어났다. 수많은 차들이 내 옆을 비껴나간다. 나는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렸다.
아,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핸들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추락 위험' 빨간 삼각형의 표지판이 말을 걸었다. 나는 웃으며 표지판에게 양손을 흔들었다. 작은 자동차 속 밀실이 점점 작아지더니 내 눈꺼풀 위에 덮였다.
*블랙아웃(필름이 끊기는 현상)
67
이름없음
2018/01/15 20:30:23
ID : Y2mq6pbwk3w
0
벌써 몇 일째인지 모르겠다.
잠드는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눈만 감으면 까무룩 잠에 들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싫다. 매일 밤, 소스라치게 하며 잠에서 깨게 만드는 악몽도, 내 사정은 모르는체 편히 쉬라며 자라고 하는 동료 직원들도 모두. 악몽을 꾸기시작한 이후로 모든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아하던 방향제를 내다 버렸다. 째깍이는 시계를 소리없는 것으로 바꾸고, 가로등 불빛을 가릴 커튼을 달았다. 식기는 천에 꽁꽁 싸 달그락거릴 수도 없게 만들었고, 수도꼭지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거슬려 손수건으로 감싸 싱크대에 맞닿게 해놨다. 침대밑이 신경쓰여 매트리스만 두고 버렸다. 이 외에도 신경쓰이는 모든 것들을 갈아엎었다.
.
잠을 자지 않고 버티기 시작한지 24시간. 아직까진 나쁘지 않다.
ㆍ
40시간이 넘어가니 머리가 어딘가 닿으면 잠에 들것 같아 오히려 일거리를 찾아 헤맸다.
"A씨, 좀 쉬는게 어때?"
"괜찮아요. 아- 그거 제가 할께요."
ㆍ
50시간이 넘어갔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집안의 구석진 곳. 어린 아이가 검은 크레파스로 자기 얼굴을 색칠하고있다.
[안-녕-?]
눈이 마주쳤다. 새카맣기만 한 눈, 귀까지 벌어지는 입, 삐쭉한 이들과 입속 목구멍 부분의 데록거리는 노란 눈동자, 그림자가 거미줄처럼 퍼지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하도 자지 않았더니 헛게 보인다. 내 상상력이 좋아진 걸까.
ㆍ
또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째깍거리는 초침이 신경쓰인다.
ㆍ
모조리 갈아 엎었다.
(암전)
버틴지 24시간째
ㆍ
[곧이야-]
내 상상력이ㅡ
(지지직)
40시간ㅉ
ㆍ
잠자지 않고 버티기 시작한지 50시간째.
내 앞의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쳤던 것 같ㄷ..
ㆍ
A의 눈이 감기고 몸이 옆으로 넘어갔다. 바닥에 널부러진 A를 바라보던 아이는 그녀의 몸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어서와-]
A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아이가 몸을 숙여 자신과 같은 새카맣기만 한 눈을 마주봤다. 그림자가 둘을 감싸기 시작했다. A는 기괴하게 웃는 표정을 지었고 인외의 소리가 방에 마지막 자취를 남겼다.
그래, □□□.
다음 키워드
0 과 1의 교집합
68
이름없음
2018/01/17 14:02:59
ID : E9wKZbgZa3x
0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이의 경계에는 무수한 신호와, 잡음 그리고 무수한 교란이 존재한다.
존재하지않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사이에는 무수한 잡음들이 존재하고
또한 그 잡음들 사이에는 또 존재하지 않은 것들이 무수하다.
무엇을 포함시키는가
무엇을 갈망하는가
무엇이 존재하길 바라는가
또 무엇이 존재하지 않길 바라는가
끊임없이 되풀이 되어가는 굴레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해답을 구해본다.
다음주제 : 붕괴
69
이름없음
2018/01/19 00:14:11
ID : bfU2HDAjiqo
0
천천히, 천천히
이곳이 무너져내리네요
보이시나요
부디 보아 줄 수 있나요
사랑한다는 말은 바라지도 않아요
미안하다는 말은 할 필요 없어요
내 마음 속
유일한 세상
굵디굵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너져내리고 있네요
조그만 가지들로
다시 세상을 세워볼까요
당신이 준
그대가 준
얄팍한 나뭇가지로
다시 뿌리를 심고
그 나무뭉치를 감싸
줄기를 만들고
다시 가지를 만들어내니
그대에게 줄
나뭇가지가 자라났어요
미안해요
줄기를 주지 못해서
고마워요
이런 저의 나뭇가지라도 받아주어서
커다란
아무리 커다란
붕괴가 일어나더라도
나무는 없어지지 않을 거에요
그대가 아주 조그만 나뭇가지라도 주는 한
나무가 있어야 할 이유는 흘러 넘치죠
누구보다 사랑해요
미안해요
그리고
그리고
고마워요
제 붕괴된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주어서
주제:생명
70
이름없음
2018/01/20 23:58:50
ID : Mjg1A0lhbu9
0
병에 찌든 두 눈꺼풀이 생명처럼 파르르 떨린다. 지독한 두통은 뇌세포를 알알이 곤두세운다. 세포마다 연결된 처절한 시냅스가 두개골 속을 파고든다. 그 고통에 익숙해질 쯤, 세상이 파랗게 변했다. 하늘에선 물 비린내가 났다.
휘몰아치는 파도가 별빛을 담고 일렁인다. 반짝임이 별을 중심으로 굽이친다. 생을 다하고 폭발하는 별, 오리온 삼태성, 시리우스, 이름 모를 하얀 별... 별들이 다가온다.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는 검은 사이프러스 나무 뒤에 숨는다. 별이 폭발한다. 생명을 빛으로 불태운 것이다. 이 적막한 세상에 별들이 낳은 생명이 악바리를 쓴다. 생의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내 병마가 몸을 일으켜세웠다. 나약한 생명을 무릎꿇게 만든 병마는 달려나가 생과 싸운다. 내 손은 시퍼런 피를 흘리며 그 전쟁의 소리를 기록했다.
아, 별이 빛나는 밤이구나.
*귀
71
이름없음
2018/01/23 04:32:39
ID : 9unu8papXAm
0
너는 귀를 깨무는 버릇이 있었다. 다소 유치한 애무였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귓바퀴에 입을 맞추고, 귓볼을 깨물 때, 아프다고 몸을 비틀면 키득키득 애 같은 웃음소리를 흘려넣곤 했었다. 네가 만들어 낸 소음만 내 귓속을 빠듯하게 채우는 순간이었다. 그 사실이 벅찼다. 호흡이 가쁘고, 가슴이 저릴 만큼 그랬다.
"넌 부끄러워 할 때면 귀끝까지 빨개지더라."
"네가 깨물어서 그래."
"깨물기 전부터 그랬어."
"아니거든."
"맞거든. 애초에 빨갛게 익어서 깨문 거니까."
도무지 받아칠 말이 없어서 애꿎은 귀를 머리카락으로 숨기고 있으면 너는 다시 웃었다. 청량한 웃음소리가 머리카락을 헤치고 귓가에 닿도록.
* 다음 키워드: 위태롭게
72
이름없음
2018/01/23 13:34:44
ID : ze6jg7tinUY
0
하염없이 걸었다.
내가 처음 그 사람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은 그가 마치 ' 위태롭게 ' 보였다.
텅 빈 공원 의자 끝자락에 앉아 초점없이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마치 엄마를 잃은 아기 같아 보였다.
"아아 -"
알 수 없이 끌리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의 모습에 탄식이 흘러나왔고 인기척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이내 나는 고개를 돌린 그 사람과 마주쳤고, 나의 몸에는 알 수 없는 전율이 흘렀다.
아아- 그는 내가 아주 먼 과거속에서도 그토록 찾았던 '그' 였다.
다음 키워드: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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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23 19:35:09
ID : Mjg1A0lhb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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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꺼냈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를 맞춰 놓고 돌렸다. 눅눅한 치킨은 딱 질색이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은 오후 8시. 이때가 되도록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고소한 치킨 냄새가 방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치킨을 뜯으며 W는 다시 컴퓨터 화면에 집중했다. 선연한 하얀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춘다. 잠을 못 자서 눈동자가 퀭해져 있었다. 거칠게 치킨을 씹는 입술은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그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 나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죽여 버릴까?... 그러면 주인공이 제일 먼저 의심을 받을 텐데...'
'시체는 어디다가 처리하는 걸로 하지?'
'아니다, 그냥 죽이지 말고 주인공을 계속 협박하는 걸로 가 볼까...'
어느새 접시에 닭뼈가 쌓였다. 그 말은 수족냉증을 앓는 W의 손가락이 급속도로 차가워질 거라는 뜻이다. 기름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손가락을 쪽쪽 빨아먹은 W는 물끄러미 접시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음식이었는데. 닭뼈는 죽은 사람 뼈처럼 차갑게 식어 공기 중에 미약한 향을 남기고 있었다.
W의 발바닥이 슬슬 차가워졌다. 손발에 땀도 나는 것 같았다. 후우, 점점 차가워진다. 마치 먹다 남은 뼈처럼.
[ a는 h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아니, 살해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그를 먹기로 했다. h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도록. a는 플레이팅을 시작했다. 도구는 집에 전부 준비되어 있었다. 적당한 탄력의 밧줄, 날카로운 칼, 기타 자질구레한 소품들. a는 h의 손을 떠올렸다. 그 보드랍고 작은 손이 자신을 쓰다듬던 것을 잊을 수 없었다. 손, 아니 손가락부터 먹어야겠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 정도 돌리면 따끈하게 맛있을거야. ]
W는 타자기에서 잠시 손을 떼고 목을 감쌌다. 방금 전에 치킨을 두어 조각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허기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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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23 19:36:19
ID : Mjg1A0lhbu9
0
* 다음 주제 :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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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24 12:43:09
ID : g0rgmK3SI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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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은 시리도록 춥더라,
집에 오자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잠이 안오는거야
적막이 이불 위를 둥둥 떠다니는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래서 영화를 한편 봤어.
그리고 또 한편 더 봤지.
영화를 다 볼 때 쯤엔 이불 개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이불 속이야.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똑같은 이불에 똑같은 시림인데.
고작 너 하나 빠졌다고 뭐가 이렇게 많이 다른지
다음 주제 “고양이”
76
이름없음
2018/01/24 22:39:07
ID : JO3yHDAmH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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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끝마치고 집앞 편의점에 들려 하얀 우유와 빵두봉지를 샀다. 하나는 진한 초코크림이들은 초코크림빵이였고,다른하나는 치즈맛빵 이였다.내가 이런행동을 하는이유는 점심을 못먹은 배고픔 때문이였다. 같이밥먹을 친구가 없어서 못먹은 것이였지만 이렇게 빵을 사가는것또한 창피하고 씁쓸한건 마찬가지였다. 그 사실 치즈빵에는 동물을 캐릭터화한 귀여운 쁘띠씰도들어있었고 같은 반 아이들은 그것을 한참 모으기 바빴다. 사실 초코맛을 좋아하는 내가 치즈맛 빵을 산것 또한 쁘띠실을 모아 친구들에게 관심을받기 위함이였다.
지익-
아.또실패군.오늘도 허탕이였다. 왠지 아침부터 학교에 늦더라니 불길한 예감은 절대 틀리지 않는지. 3개나있는 고양이 모양의 쁘띠실은 내게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집에가서 동생이나 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쓸모를 다한 빵을 다시 봉지에 넣었다.그렇지만 내게서 그 빵을 갈구하는녀석이 있었으니.
쁘띠씰에 나온 고양이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고, 고등어 모양의 등패턴이 예쁘게 자라 난 고양이'나비'는 내가 새끼때부터 보았었던 우리동네의 길고양이들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이 더럽고, 음식물 쓰레기나 뜯어 놓고 그것들을 파헤친다며 싫어했지만 고양이들은 내게 언제나 배고픈존재 만으로 보인다. 사람들의 관심에 배고픈 나와같이.
"너 배가고프니?"
나비는 야옹- 소리를 내며 내말에 대답했다. 나비의 눈을 보니 그렇다고 내게 대답하는것 같았다. 나비의 눈은 초롱하게 빛이 나는듯했다.
"그럼 내가 이 빵을 줄게"
야옹-
빵을 그녀석쪽으로 던지니 고맙다는듯 내말에 대꾸하는듯 야옹소리를 내고는 덥썩물어 제갈길을 가는 녀석에게 잘가라는 인삿말을 던졌다. 그리곤 진한 초코크림빵을 덥썩물고 초코크림이 터져나오는것을 보며 달콤하고 행복해짐을 느꼈다. 이제 내 배고픔은 해소될것이고 나비녀석의 달콤함도 해소 될것이다.
77
이름없음
2018/01/24 22:39:39
ID : JO3yHDAmH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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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제 소파
78
이름없음
2018/01/25 00:48:18
ID : jthfhvu4J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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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식, 하고 다 낡은 인조 가죽 소파가 꺼지는 소리가 난다.
-
오늘도 어김없이 거지 같은 하루를 우울하게 보내고 역 앞 편의점에 들러 할인하는 맥주 두 캔을 꺼낸다. 안주로는 육포를-역시 비싸구나 하고 과자 코너에서 새우깡 꺼내드는 게 고작. 한창 모바일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알바생을 위해 한 게임 끝날 때까지 여유를 부려준다. 카운터로 터벅 걸어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들으며 계산하고 맑은 차임 소리를 들으며 밖으로 나간다.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하는 가로등 밑을 걸어가며 빌어먹을 과장 새끼를 열심히 씹어댔다. 지랄맞은 놈. 프로젝트 한 번 무산된 이후에는 더 막 대하기 시작했다. 몇 분 채 지나지 않아 도착한 빌라에서 불 꺼진 403호 문을 따고 들어간다. [다녀왔어-]라고 냄새나는 구두를 벗으며 캄캄한 집에 인사해준다. 하얀 신발장 위 웃고 있는 두 연인 사진을 소리 나게 덮어버리고 내일 출근하며 또 저기다 대고 인사하겠지-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다. 항상 그렇듯 피곤에 절어버렸다. 힘들고, 우울하고, 짜증 나며, 암울한 미래만 눈앞에 보인다. 이런 날은 씻기조차 귀찮다. 양말만 널브러져있는 옷 무더기에 휙 벗어던져놓고 편의점 봉투를 들고 소파에 눕는다. 혼자 쓰기엔 지나치게 크다. 혼자 썼다기엔,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빨리 낡았다. 내 무게 하나만 견뎠다곤 볼 수 없이 쿠션은 쉽게 꺼져버렸고 싸구려라 치부하기엔 비싼 게 좋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선명하다. 그냥- 나는 그냥 맥주 한 캔을 따고 예능 방송이나 틀었다. 추억에 들기엔 너무 쓴 기억이었고 아픔에 빠지기엔 내일 또 출근이었다.
그렇게 코미디언들의 웃는 소리를 듣더니 슬금 잠이 들었는 듯싶다.
다음 주제는 고서점
79
이름없음
2018/01/25 12:09:39
ID : Mjg1A0lhb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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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근처엔 오래된 골목이 있다. 그 골목의 모든 것은 지독히도 낡았다. 경사가 급한 시멘트 계단이나 먼지 낀 유리창,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용실 간판. 아무것도 아름답지 않았다. 투박하고 촌스러운 것들의 향연이었다. 그래도 밤이 되면 좀 봐줄 만했다. 가로등 빛만 두꺼운 창문에 무늬를 그리며 번졌다. 색 바랜 것들은 사라졌다. 짙푸른 밤하늘과 오렌지색의 작은 태양들이 거리를 비추는 시간이 이 골목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움이었다.
하지만 가장 빛나는 건 그 낡은 골목 속에 숨어있었다. 그건 잠긴 고서점이었다. 고양이만 줄달음치는 새벽에 나는 집에서 빠져나왔다. 고서점에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뛰었다. 가로등이 만든 오렌지색 카펫이 다른 세계로 가는 길 같았다.
고서점은 커다란 자물쇠 하나로 잠겨 있었다. 작은 나이프로 이리저리 쑤시니 탁 하고 자물쇠가 풀렸다. 손전등을 켰다. 먼지가 꽃가루처럼 흩날리는 게 보였다. 손전등 빛이 나를 이끌었다. 이제부터가 여행길의 시작이었다. 조심스럽게 첫 발걸음을 뗐다. 살금살금 걸어 소설 칸으로 왔다. 소설을 읽을 때면 꿈을 꿀 수 있다. 가난한 회색의 거리를 벗어나는 꿈을. 책 표지를 덮을 때까지 어두운 고서점은 황홀경으로 물들었다.
오늘은 사막을 횡단하는 모험가였다. 나는 모험가가 되어 끝없이 이어진 모래 위를 걷고 또 걸었다. 타는 듯이 목이 말랐다. 땀을 너무 흘려서인지 하늘도 노래졌다. 노란 하늘에 물빛이 비쳤다. 신기루일까. 저 멀리 푸른 물의 반짝임이 보인다. 나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푸른 물속으로 달려간다. 물방울이 아스라히 부서지며 나를 적셨다.
동이 트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서점을 물들인다. 조금 있으면 고서점 주인이 올 것이다. 책을 덮고 원래 자리에 꽂았다. 눈에서 푸르른 반짝임의 잔상을 지워냈다. 내 짧은 여행이 끝났다. 손전등을 끌 시간이다. 딸깍.
*연필
80
이름없음
2018/01/26 01:24:40
ID : wNy3TPjuo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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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필통엔 언제나 세자루의 파버카스텔 연필과 지우개, 커터칼만이 들어있었다. 다들 형형색색의 샤프와 볼펜들을 쥐고 글자를 써내려갈때 그는 언제나 노오란 파버카스텔 연필로 적당히 두껍고 적당히 무른 흑연을 종이 위에 가볍게 문대며 두툼히 서걱이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언제인가 그의 이 사소한 괴벽에 호기심이 동하여 한자루 빌려 하루정도 연필로 필기를 해보았지만, 기능성 샤프의 몰캉한 펜대에 길들여진 나의 손가락은 고작 두시간만에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었다.
그러자 나는 그도 좋은 샤프를 한번 써본다면 그 기묘한 집착을 버리지 않을까하여, 그의 필통을 숨기고 내가 가장 아끼는 샤프를 빌려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몇글자 써보고 머리를 긁적거리는가 싶더니 '에이 모르겠다.' 하며 내게 샤프를 슥 내밀더니 필기노트를 치워버리고 아예 잠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그 후로 나는 그의 숭고하기까지 한 고집에 더 이상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지만 가끔 이렇게 그를 바라보면, 귓가를 간지럽히는 마찰음을 듣다보면 어렴풋이 그의 마음 한조각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사방에서 샤프심들의 가녀린 척추뼈가 서늘한 금속 지지대에 꺾여지는 뚜둑하는 소리, 그 무참한 비명들 속에서 따닷하고 부드러운 갈색의 나무가 빈틈없이 감싼 튼실한 연필심은 거센 풍랑 속 조막만한 양철 통통배들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대항해시대 무적함대의 나무 군함과도 같은 시대착오적인 안온함을 가진것이다.
거기다 내가 부러진 샤프심을 재촉하듯 뒷꽁무니를 꾹꾹 눌러 괴롭히며 새 심을 뽑아내는 사이에 그는 커터칼로 나뭇결을 따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연필을 살살 달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숨어있던 심이 빠끔히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깎인 연필은 심은 딱 쓰기좋게 나와있고 나무는 균형있게 심을 받치는, 화목하게 단합된 모습인 것이다.
그 모습은 필시 주인의 끈질긴 애착과 정성이 만들어냈을 것이고 그를 가능하게 하는 연필과 그의 기묘한 유대는 보는 나에겐 하여금 철근과 콘크리트 빌딩 사이의 나무 한그루와 산새 같은, 의아하지만 그만큼 편안한 모습인 것이다.
다음 주제는 경성
81
이름없음
2018/02/03 21:54:26
ID : Y2mq6pbwk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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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경성이라는거 뜻을 모르겠다. 인터넷에 쳐봐도 이런저런 여러가지가 나오는데 레주가 원하는건 알 수가 없어. 그래서 그냥 뜻들중 한 가지인 경성硬性 : 단단한 성질로써 글을 쓰려고 한다.
겨울 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길을 계속 걸어갔다. 집에서 대충 이십여분쯤 걸으면 도착하는 한 카페가 약속장소다.
오늘따라 유달리도 추운 바람에 발을 더 급하게 놀려 걸어가길 얼마. 약속시간 보다 이십여분은 더 일찍 도착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이 자주 마시는 그린티 라떼와 내가 주로 먹는 홍차라떼를 주문해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아, 앉아있는 장소를 보냈다. 거의 보내자 마자 읽은듯 홀연히 사라져버린 숫자 1의 모습에 오는길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음을 쉬이 짐작했다.
뜨거운 잔의 위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와 공중으로 흩어진다. 김이나 나나 그게 그거같은 단단함에 스푼으로 휘휘 저으며 온도를 내렸다. 탕그락 거리는 소리. 기묘하게 웅성거리는 듯 한 카페안. 의자가 끌리는 소리, 사람들의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대화와 섞여 맡아져 오는 연은 담배향기.
창문에 머릴 기대서 그런지 머리가 띵해졌지만 끝끝내 들진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더 예민해진다는 말은 내게 해당되지 않는 것인지, 그 사람이 내 앞에 앉나 발 끝으로 내 발끝을 툭 차기 전까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담배향기는 역시 그 사람이였다.
내가 썩 내켜하지 않는 그 향이 어쩔수 없이 익숙해지다 못해 종종 향만으로 이 종류를 알아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된거 내 코는, 감각은 저 사람에게 죽 쏠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수업이 차이고, 깨지고, 넘어지며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사람마음이 그렇게 쉽게 됬었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직업들중 많은것들은 앳저녁에 사라졌음이 옳다.
잘 지냈어? 그렇죠 ,뭐. 아, 맞다~ 너가 연 사진전 나 갔었어. 멋지더라 역시. 당신이 요번에 쓴 책 재밌더라구요.. 뭐 편집자도 잡아내지 못한 맞춤법 오류 제가 발견해서 그쪽에 연락 했었죠. 그게 너였어!? 혹시 이전에도 내가 책만 내면 설정오류라거나 그런것도 전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됬네요. 나 싫어하지? 글세요. 뭐야, 정말이야? 너무하네. 딱히..별로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데요.
평범하게 시시콜콜한 이야기속에 당신은 알아 챌 수 있을까.
또 아플것 같지만 예전보단 단단해졌겠죠. 모락모락 김에서 유리컵정도 까진. 당신이 내가 단단해지는 또다른 내 양분이 될지, 아니면 어떻게던 될진 모르겠지만 난 또 도전해볼렵니다.
좋아해요. 엉? 아하하하 나도 좋아해. 좋아합니다. ... ...에이 뭘 세삼스럽게 그렇게 말ㅎ.
당신은 연인적인 느낌으로 좋아한다고요.
아.. 난 또 뭐라고. 그렇구나.
-END-
다음 주제. 가루약
82
이름없음
2018/02/04 02:47:49
ID : B84GmrcN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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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하지만 달달한 물약은 벗어나야 한다. 어린이로만 남아있는건 안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가루약을 삼킨다. 쓴 맛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물, 쓴 맛을 덜하게 하려면 물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물을 뜨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방 밖에서 덜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열렸다.
"환자분, 요즘 어떠신가요?"
문이 열리면서 모습을 보인 건 간호사. 아마도 상태를 체크하러 온 거겠지. 대충 대답한다.
"네... 괜찮은 거 같아요."
"다행이네요."
덜컥, 문이 닫히면서 간호사가 나간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대화를 하면 쓴 맛이 가시는건지. 쓴 맛이 가셔서 물은 필요없게 됐으니,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천장을 바라보던 눈을 감고 말한다.
"너, 내 옆에서 그만 가줄래?"
"아니, 난 네 옆에 없어."
어린애로 남아있기 싫다고 쓴 가루약을 삼킨거지만, 아직은 어린애로 남아있다. 상상의 친구인 나는 더이상의 유통기한은 없어야 정상인데, 왜 아직도 나를 상상하고 있을까.
"사라지길 원하면, 나를 그만 생각하면 끝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는 존재하지."
"아니야. 아니야."
넌 더 이상 어린애로 남아있으면 안 돼. 나도 더 이상 상상의 친구로 남아있으면 안 돼. 하지만 그래도, 너는 아직 어린애구나.
다음 키워드! 타자기
83
이름없음
2018/02/04 08:25:57
ID : Mjg1A0lhbu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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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거리는 타자기 소리는 그를 어지럽게 했다.
그는 타자기를 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실체가 없는 허공이 그를 압박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흰 바탕에 글자가 뿜어져나왔다. 검은 글자들이 밧줄처럼 그를 옭아맸다. 그는 억울했다. 행복하자고 시작한 일인데 왜이렇게 힘들어. 이제 그의 곁에 남은 것은 그녀 뿐이었다. 그녀는 병신이었다. 돈 한푼 안나오는 이기적인 타자기 놀음에 그녀의 젊음이 바스라져갔다.
나 대신 요리를 하던 그 손이 텄다. 내 이기적인 손과는 다르게. 나 대신 그녀는 공장으로 일하러 가다가 사고로 다리를 잃고 나비가 되었다. 나는 벌레처럼 땅 위를 기는데 그녀는 하늘로 날아갈 날만 기다렸다.
어느 화창한 오후 나는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 날아오르지 않을래.
저 창밖으로 날개짓해서 날아가지 않을래. 이 타자기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을래.
선선한 바람이 분다. 햇살이 창처럼 내 몸을 찌른다. 오늘 내가 지나온 아파트들이 한 점이다. 이제 날아오를 시간이다. 흰 종이 밖으로 검은 글자가 탈출하는 지금.
*케첩
84
이름없음
2018/02/10 04:12:15
ID : jdwk08mE01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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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욱-
그녀는 내 얼굴을 향해 케첩을 있는 힘껏 짰다.
케첩이 내 얼굴과 그 사방으로 퍼졌고, 내 얼굴은 붉은 그것으로 덮어졌다. 그녀는 그런 내 몰골을 보며 깔깔깔 웃는다.
종종 이렇게 날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 없게 만드는 그녀에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아무 말 없이 일어난 나는 싱크대로 가 얼굴을 물에 적셔 그것을 닦아낸다. 그리곤 다시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계속 한다.
그런 나의 반응을 본건 지 시끄럽고 앙칼진 웃음소리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싫증을 내며 마른 다리를 꼬고 앉아 한 손에는 포크를 쥐고 한 손으론 긴 머리카락을 빙빙 돌린다.
나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마주 칠 수가 없었다. 나는 울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거니, 우리는.
*사랑
85
이름없음
2018/02/10 15:44:53
ID : E9wKZbgZa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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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맨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꿈 속을 유영하는 느낌일까. 괜시리 가슴 한 구석이 시리고 고요한 내 주위와는 달리 나는 소란스럽다
나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삶을 사는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일이라지만 이것이 나의 인생의 순리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이런 순리는 진즉에 때려치웠을 것이다.
나의 감정들이 바다가 되어 나의 무의식을 파도로 덮는다 .빠져나오려 헤엄을 연거푸 쳐보지만 짜디짠 바닷물이 내몸 속을 채워가는 불쾌한 기분 뿐이다. 그 정도인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라는 것은
너가 사라졌음 좋겠다. 널증오한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중적인 모순이다
마음에서는 널 꺾었다. 넌 타락했다. 나의 마음 속의 넌 꺾인 장미에 불과하다. 가시에 찔려 난도질이 되는 줄도 모르고 정신팔려가며 널 꺾는다. 그것이 바로 나의 사랑이다. 바다의 파도가 날 덮어와도 가시에 찔리면서도 장미를 꺾는다. 나의 사랑은
다음주제 -소라색
86
이름없음
2018/02/11 09:56:27
ID : B84GmrcN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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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억을 잃었다고 말했다. 나는 사실인지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봐도 이젠 덤덤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젓가락질마저도 잊어버렸다.
"기억 나?"
오랜만에 그에게 또 물어보았다. 그는 고개를 도리질했다. 역시 아직도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그는 다급하게 찾아와선 말했다. 헐떡이는 목소리였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 기억났어..."
놀랐다. 놀라울 따름인 사실이었다. 그는 기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무엇이?"
"내가... 좋아하는 색..."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었다. 손 끝에는 약간 보랏빛이 감도는 듯 한 하늘색이 있었다. 일명, 소라색. 색을 보자마자 입에서 절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 소라색."
"응... 소라색."
그는 말에 답했다.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나 더 말해줘야 할 게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였다.
"... 그리고?"
"이 색, 이 색을 내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어."
그가 말했다. 항상 소라색을 좋아한다고 말할때면 말하던 그 말. 됐다, 확실하게 그는 기억이 돌아온 것 같았다.
다음 사람에게는
오케스트라
87
이름없음
2018/02/11 12:02:51
ID : TPg0nvdyI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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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야 지금 대강당으로 와'
아까부터 대체 뭐 하잔 건지
휴대폰 진동에 놀라 확인한 액정 화면에 친구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오늘도 따로 피아노 매장에서 연주 하기로 약속을 해둔게 있었는데 이 녀석의 성화에 그 약속 까지 캔슬하고 대학교 부지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멋대로 잠시 돌아다니라는 말만 남기고 멋대로 급한 일이 생겼다며 사라져버린 친구녀석
이러면 날 불러낼 필요도 없었잖아...
오랜만에 연주에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 까지 캔슬하고 와줬더니 녀석이 한다는 말이
'대학은 처음와보지? 내가 구경 시켜 줄게'
'아니 별로 관심 없어'
대학을 가고 싶지 않았나?
하고 묻는 다면 남들은 다 가는 곳이니까 확실히 나도 가고는 싶었다.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 전형으로 더 쉽게 들어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않은건 어머니에게 너무 부담을 주기 싫어서
아니 분명 대학나와서 좀더 좋은 기업에 취직 해서 어머니 호강 시켜드릴수도 있었겠지만 그 몇년을 더 고생시키기 싫어서 난 그냥 공장에 취직해버렸다.
피아노 연주도 결국 취미로 가끔 치는 정도고
'그런데 이렇게도 들어와 보네'
고등학생때 대학교 체험 시켜준다며 여기 저기 둘러보게 하던때도 나는 일부러 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안 갈 사람은 안가도 되지 않냐며 선생님에게 말했을 땐 장난 하냐 라는 말만 돌아왔지만 난 결국 그날 그대로 수업을 째 버렸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그땐 예민 했었구나 싶다.
지금은 이것도 뭐 그다지 특히한것도 아니고 대단한것도 아니란걸 알고 있다.
난 태어났을때부터 이렇게 자랐으니 남들의 평범함은 나에게 평범함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익숙해진단건 무서운거야.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나도 이제 어른이 구나.
뽀득 뽀득 소리를 내며 눈길을 걷는다.
사람이 많이 지나는 길이다보니 눈은 별로 쌓이긴 않았지만 덕분에 더 미끄럽다.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더니 하얀색 김이 나온다.
'어라? 눈이 내리네?'
여우비가 아니라 여우눈 인가
아직 햇빛이 나고 있는데 진눈깨비가 갑자기 날리기 시작해서 놀랐다.
아아 슬슬 춥네 빨리 대강당인지 뭔지나 찾아서 오늘 하루 허탕치게 만든 친구놈 한테 딱밤이라도 먹여줘야 성이 풀릴것 같다.
눈에는 별로 좋은 추억이 없다.
그래
나는 농아다.
태어날때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구술을 배웠다면 일반인과 편하게 대화가 가능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냥 수화를 배웠다. 원래 나는 수화를 배우는게 맞는 타입이었고 억지로 언어를 익혀야 할 타입에 구술을 배우게 했다가 언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딱히 불만은 없다. 수화 쓰는 사람끼리는 엄청 시끄럽게 떠들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 처럼 악착 같이 내 옆에서 문자로 대화하면서 내 곁에 남아주는 일반인 친구를 보면 역시 구술도 배웠어야 했나하고 아쉽기도 하다.
뽀득 뽀득 마음에 안 드는 눈 감촉
서둘러 걷다가 역시나 휘청하고 넘어져 버렸다.
으아 오랜만에 이쁘게 꾸미고 나왔는데 화장 다 망가졌다. 역시 그녀석은 한대 패야 겠다.
뽀득 뽀득.
마음에 안드는 의성어.
휘청 그래 너도 마음에 안들어.
펑펑 내리는 눈. 너도 마음에 안들어.
어렸을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난
어째선지 의성어에 엄청나게 집착을 했다.
소리가 어떤건지 듣고 싶었던 걸까.
찌개는 보글 보글 끓고
바람은 휭휭 불고
태양은 쨍쨍 하고 내리 쬔다.
온 세상이 소리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소리가 쓰여진 만화책을 아주 좋아라 읽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밖을 내다 봤더니 커텐 너머로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난 어머니를 깨웠다.
'밖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어요'
"어머나 그렇구나 자느라 몰랐네"
'어째서죠? 이렇게 시끄럽게 눈이 펑펑 내리고 있잖아요'
그리고 나선 어머니깨선 날 끌어안고 펑펑 우셨다.
딱히 책에 쓰여 있는 소리가 정말로 현실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 건 아니라는걸 그때 처음 깨달았었다.
비실비실 일어나서 괜히 바닥을 퍽퍽 차준다.
덕분에 별로 좋지 않은 기억만 떠올랐잖아!
그때 소리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소리가 듣고 싶다고 엄청나게 떼를 썼지만 그런다고 안 들리는게 들릴리가 없고
어머니가 당시 엄청 나게 힘들게 피아노를 배우게 해주셨다.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면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진동으로 느껴진다고 하셨다. 나도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진동은 느껴진다. 옆에서 뭐가 큰게 떨어지거나 뭐가 빠르게 움직이거나 위험 상황에 빠지면 진동으로 느끼고 반응한다.
아버지도 내가 농아라고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 빠듯하고 어려운 상황에 그렇게라도 내소원을 이뤄 주셨다.
어찌보면 좋은 기억.
어찌보면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계기.
하지만 우리 형편에 피아노 전공을 할수 있을리가 없고 가끔 매장에서 게릴라로 연주회를 여는 정도고 이렇게 계속 연주를 하고 있다보면
내 분수도 모르고 계속 꿈을 꾸게 된다.
88
이름없음
2018/02/11 12:03:37
ID : TPg0nvdyIE2
0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싶어'
관둬라 관둬 내 분수에 어딜 넘봐.
쓸데 없이 눈도 내린다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라 버렸다.
대학은 또 왜 이리 넓은지 건물마다 너무 뚝뚝 떨어져 있고 가르려준대로 가려고 해도 건물 위치도나 건물을 가리치는 곳 그리고 또 그건 물안의 어떤 방을 가리키는 말이 거의 암호수준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이런걸 두고 눈뜬 장님이라고 하는 건가.
30분 넘게 해매다가 간신해 대 강당을 찾았다.
나름 큰 건물인데도 이지경이니.
괜시리 앞으로 혼자 어떻게 길 찾아돌아 가지 하고 서러워 진다.
이건 전부다 그놈 때문이다.
그놈만 패고 빨리 돌아가 쉬자.
모처럼의 공장 휴일인데 피아노도 못치고
쉬지도 못하고 최악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대강당 입구 문을 열었다.
그렇게 단단한 쇠문을 열어 젖히자마자 얼굴을 때리는 거대한 진동.
어...어..?? 이거 대체 뭐야??
강당 안으로 들어오자
갖가지 진동들이 내 전신을 후려친다.
그리고 한참후에야 그 진동에 익숙해지고 나서
내 눈안에 들어오는 대강당 무대에서 연주중인 오케스트라
너무나 놀라 그대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 앉아 버렸다. 뭐야... 이거 대체 뭐야...? 무슨일이 일어난 거야?? 이게 왜 여기 있어??
아까부터 전신을 후려치는 이 진동은 연주를 하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정신을 못차리는 내 어깨를 누군가가 툭툭친다.
아까부터 나한테 이 고생을 하게 하고 있는 친구 놈이다.
진정하란 듯이 웃어보이곤
휴대폰에 문자를 처서 보여준다.
'뜬금 없지만 내 깜짝 선물 ^ㅡ^
방송사에 네 사연을 제보 했더니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해주더라.
너 이제 계속 피아노 칠수 있어'
"뭐으야... 재이 어서"
어이가 없어서 말까지 나와 버렸다.
제대로 발음도 못하면서.
눈내리는 날의
오케스트라
또 쓸데 없는 추억이 생겨버렸다
다음 주제는 Etc
89
이름없음
2018/02/18 00:35:32
ID : wsphvzWqphu
0
나는 황실의 흑발 주제에 분류되지 못한 기타 등등이었다. 나의 아버지인 이 나라의 왕은 날 자신의 치부로 여겼다. 나는 유일한 아버지의 친자였다. 과거인 이유는 작자에게서 벗어나려던 어머니의 노력이 나의 아버지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그랬겠지. 어느것하나 빠짐없는 내게 아버지는 언제나 고기 대신 빵을, 검과 책 대신 백정의 칼을 쥐게했다.
나의 어린 왕자는 어느샌가 어느 향락가의 백정이 되어있었다.
나라의 황실에서만 발현되는 검은 머리칼과 검붉은 눈. 그 기품있는 깊이와 눈매와는 달리 백정은 돼지의 피가 튀긴 낡은 옷과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머리카락 밖에 남지 않았다.
난 아버지라 부르기도 싫은 그 추악한 작자를 원망한다. 나의 어머니는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 게야. 내 눈 앞에 비릿한 피냄새가 풍기는 일은 그것이 첫 번째였다. 흩뿌려진 피는 내 얼굴과 온 몸에 뭍었다. 돼지의 찬 피와는 달랐던 그 어머니의 드레스 위 난 울고 있었다. 반드시 밟아버리겠단 의지를 그득그득, 검붉은 눈동자가 빛이 났다.
- 다음 주제는 꽃과 향락
90
이름없음
2018/02/18 12:14:06
ID : E9wKZbgZa3x
0
꽃에 머무르는 것은 사치요 쾌락뿐이다. 부정이요 타락이며 그 향기의 안개로 모든걸 감싼다. 다만 보이지 않게 감싸버리는 것뿐
일개 미천한 신분으로 사치요 쾌락을 꽃이라는 이름에 담아 생을 유지해가는 것이다
모든 향락은 나의 입에서나오고 모든 사치의 시작은 손짓에서 비롯되리라
화대의 댓가는 웃음이여 향기니 열꽃이 피어나 이 방을 적신다 한들 마르지 않을 것이며 비틀어지지 않을 것이라
금의 줄을 타며 손을 휘두르는 향락의 꽃이 어찌 질 것이라고 예견하겠는가
지지 않는 태양이 있듯 썩지 않는 향기도 존재하리니
이 부정을 정분이라 합리화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꽃을 내어주리라
다음주제 -무능한 아버지
91
이름없음
2018/02/25 21:18:38
ID : 1va4LcJQspc
0
어릴적부터 원하는 것은 곧 잘 이루어지곤 했다. 게임기같은 물건부터 다른 사람들의 호의까지. 무엇이든. 마치 신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그 속에서 너는 나에겐 오류 같은 존재였다.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 유일하게 나와 동등한 인간. 그런 너가 애인이 생겼다며 수줍게 웃는 모습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넌 나에게 미소조차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날 밤 네가 죽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그 동안 너만큼은 건들지 못했던 내 소망이 이루어졌다.
어째서? 왜 하필 이건데?
미친듯이 기도했지만, 무능력한 신은 죽음따윈 되돌리지 못 했다.
다음 주제: 희망 고문
92
이름없음
2018/02/25 21:36:08
ID : q42HDtg0msm
0
아버진 무능했다.
무얼 하든간 남에게 고개를 숙이기 일상이었고,
그 흔하다는 휴대폰조차 사주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의눈에 집앞에서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무릎을 꿇고 연신 사과를 하고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들은 돌아갔고,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에게 진실을 알려주었다.
돈을 빌렸다고... 그것도 1억을....
가족들도 모르게 빌린돈 1억으로 조심스레 사업을 준비중이셨던 아버지지만 사업은 망해버렸고...
그 사실을 알게된 난 아버지를 향해 삿대질을 해가면서 소리쳤다.
'그런걸 왜 혼자하냐?!', '적어도 우리에게 알려는 줘야할것 아니냐!', '이제 어떻할것이냐?!'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버지를 도저히 보기 힘들어 집을 뛰쳐나갔다.
발길이 가는데로 걷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아직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열불이 난다.
그때 나의 휴대전화(2G폰)에 걸려온 전화...
어머니다.....
이제 그만 들어오라는 소리를 예상하고 받은 전화.
하지만 들려온 소린 충격적이었다.
'...그이가... 자살했다...'
방금전보다 더욱 큰 충격에 휩싸여 제정신을 차릴틈도 없이 나는 집으로 뛰어가고있었다.
집주변을 사람들이 둘러싸고있었다.
아침에 봤던 검은색 양복의 사내들.... 등교할때마다 봤던 이웃집 아줌마들.... 학교내에서 보던 친구들.....
울고있는 어머니에게 질문을 하는 경찰들... 그리고...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천이 덮혀있는 누군가....
조심스레... 한발자국씩 다가갔다.....
분명히 조금만 다가간다면 벌떡 일어나 방금전 일들은 미안했다고 다시 손을 모아 용서를 빌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고 다가갔다....
그런 나를 근처의 경찰이 제지하더니 봉투를 건냈다.
유서란다...
유서....
그 단어를 들은순간 정신이 붕괴했다.
진실이라고.
이제 더이상 무능하며 매사에 사과만 하던 아버지를 볼수 없다는것이 진실이라고...
목이 매어왔고, 입술이 말랐다...
경찰은 조심스레 내 어깨를 토닥이고 다시 어머니에게로 갔다.
몇분일까? 아니 몇초일까?
아버지에게서 전혀 시선을 때지 못했다.
간신히 손에 힘을 주어서 유서가 담겼다는 봉투를 뜯었다.
그곳에 들어있는 한장의 종이와 작은'통장'하나.
조심스레 종이를 들어올려 보았다.
쓰여져있던 글은 적었다.
'미안하다.
못난 애비라 미안했다.
그동안 조금 모아온 돈이다.
정말로 미안했다.'
통장을 꺼내어 열어보았다.
.....500만원....
1억을 빌리고, 사업도 망하고, 모아놨다는 돈도 500이다...
...정말 무능했다.
죽어서까지 사과를 하는... 정말로 무능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내 눈에선 비처럼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다음주제---- 희생
93
이름없음
2018/02/25 21:51:43
ID : cMmE3viqkpX
0
내 첫 기억은 어두운 공간에서 시작됐다
이 공간을 벗어난 기억은 없다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앞으로도.....
우연히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딱히 나가고 싶진 않다 밖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까 나중에 후회하기 싫기에 그저 가만히 있는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지금 내갠 본적 없는 빛보다 어두운 이 공간이 더 익숙하니까
.
.
.
쿵!
"아얏!"
언제나처럼 어두운 공간에 있을때였다 갑자기 한줄기의 빛이 들어오며 소리가 들렸고 처음보는 빛이 널 비추고 있었다 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와~! 안녕? 넌 이런곳에 살고있는거야??"
이것이 그 아이와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내가.....!!! 꼭! 절대로 데리고 나가줄께!!!!!! 약속이야! 정말로...너와.......!!!"
.
.
.
그 이후로 볼 수 없었다 처음 본 빛도...그 아이도.....
나는 이제 옛날과 같은 마음으로 어두운 공간을 바라볼 수 없게되었다 벌써 까마득해진 옛 기억...차라리 잊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위의 주제랑 맞는지 모르겠네....?
설정도 좀 오묘해진 것 같고....
다음키워드는......인형
94
이름없음
2018/02/25 22:19:11
ID : q42HDtg0msm
0
흠... 내가 생각한거랑 좀 다르지만.... 어찌됬든 썼으니 뭐...
95
이름없음
2018/02/25 22:31:51
ID : cMmE3viqkpX
0
사실 나도 맞나 하는 느낌이랄까 희망고문하면 진짜 고문해야되는건가 싶어서
96
이름없음
2018/02/26 21:42:04
ID : bbfQpRxDxPd
0
어렸을 때다.
어느날 내가 끈질기게 조르자 탐탁치 못한 얼굴로 친구가 나에게 준 바비인형.
가지고 싶던걸 갖게 되어 뛸듯이 기뻤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소중히 다루던 손길과 달리 그 손길이 무색해질 만큼 차갑고 싸늘하게 변해버린 행동..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하다.. 인형은 그대로고 시간만이 묵묵히 흘러주었을뿐인데 과거에 본 모습과 지금의 눈으로 본 모습이 대비가 된다.
결국 난 이 인형을 버렸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후회하는건 어릴때 이 인형을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형뿐이지만 인형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질린 주인에게 버림받은거니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면 아예 소유하지 않는것만 못하다. 이래서 `무소유`라는 말이 있는걸까..
다음주제..`책`
97
이름없음
2018/02/27 01:58:52
ID : y5ak4MmHBcF
0
나른한 감각을 애써 곧추세웠다. 담담히 종이를 넘기는 모습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도서관에서 풍겨오는 책 내음은 때때로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책이라고 해보아야 누군가처럼 대단하게 철학이나 경제 따위를 읽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재미를 위해 읽는 소설책들 뿐임에도 책을 읽지 않는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그저 대단하고 영특한 아이로 보일 것이 자명했다. 어느 책이든 읽는다면 최근은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 본보기로서 내세우는게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책을 집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던 책을 읽었었다. 재미가 들린 이후로는 딱히 그러지도 않았지만. 영리하다면 영리했고, 사악했다면 사악한 이유를 들어서 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책, 같이 읽을래?"
이제는 여느 학생처럼, 책을 단순히 즐기는 학생에 불과했다.
***
마무리가 허술하네. 하핳. 다음 주제는, 음. "쉬는시간" 어떠려나.
98
이름없음
2018/02/27 02:09:14
ID : 3PdBgi9teNz
0
쉬는시간
난 쉬는시간이 싫다-
수업시간은 수업에 집중할수 있어서 좋았고
내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았지만
쉬는시간에는 없다
엎드려서 자는것-
아니면 화장실을 다녀오는것
또는 다음시간의 책을 가져오는것
마지막으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거 정도
이게 내 쉬는시간에 하는일 대다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도 해보고
기지개를 한번 펴본다
어깨가 아프다
10분
정말 더럽다 싶을 정도로 안간다
점심시간은 잠이라도 푹잘수있어서 좋지만
쉬는시간은 아니야-
이따금씩 들려오는 내 별명과 웃음..
예상이 간다
—————
너무 네거티브하게 썻나;;
다음 주제는 ‘엄마’ 잘부탁해
99
이름없음
2018/02/27 04:32:20
ID : nQr84K6oZjz
0
그녀의 손은 나보다 2도 높았었다.
그래서 시도때도 없이 손을 잡았다. 화로를 연상케하는 온도가 참 좋았다. 고작 2도 차이인데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더라. 그런데 엄마, 다시 만져보니 내가 더 높네. 겨울 때문일 거야, 엄마가 누워만 있어서, 활동을 안 해서 그럴거야. 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래도 난 언제나 엄마 곁에 가서 손을 잡는다. 어떻게든 최후의 불꽃만큼은 지켜내겠다는 대장장이의 심정으로 열심히 풀무질 한다.
이젠 내가 온도를 나눠줄게. 엄마가 2도를 되찾을 때까지 나는 오늘도 화롯불이 될게.
다음 주제는 '기적'이에용.
100
이름없음
2018/02/27 06:37:35
ID : tz9a7hBAkoE
0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시야가 뿌옇고, 시간이 멈춘 듯 아무 생각도, 느낌도 들지 않는다. '얼마나 잔거지...' 핸드폰 전원을 켜 시간을 확인한다. 이틀 하고도 4시간 반이 지났다. 수면제를 삼십 알 넘게 삼켰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벽을 짚고 겨우 일어난다. 세상이 어지럽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 염병, 이틀만에 일어났더니 배가 고프다. 얼마나 있더라, 입고 있던 츄리닝 주머니를 뒤쳐 삼천 얼마를 찾아낸다. '젠장, 담배는 못사겠군.' 배가 요동친다. '그래 그래, 지금 편의점 가고있다, 시발것아.' 끈 한 쪽이 떨어진 슬리퍼를 찍찍 끌며 골목길로 향한다.
"기적이에요." 몇년 만에 나타난 망할 옛 와이프는 그렇게 말했다. 낡은 수건 몇 장에 애를 싸고, 내게 보여준 그 아이는 태어나고 며칠되지 않은 아직 손과 얼굴에 주름 몇 개가 남아있는. "아이 이름을 기적이라고 지었어요. 이기적."
"시발, 내가 만든 새끼도 아닌데, 어쩌란 말이야." 히뿌연 담배 연기를 내뱉으면서 나는 중얼거렸다. 아 염병 담배도 몇
개 남지 않았는데. 빈 속이라 더 담배가 쎄다. 그녀는 행여 담배연기가 아이에게 해가 갈까 아기를 가슴 속에 안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만든 놈은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는 다음날 사라졌어. 나는 이제 3개월 남은 몸이야. 당신이 없으면 이 아이는 죽어. 이 아이에게 살 수 있다는 기적을 보여줘. 나는 그것만 있으면 편히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나에게 온 것부터가 이 새끼의 기적은 끝났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는 너보다 먼저 죽어있을거다." 아이를 부둥켜 안은 시커먼 여자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뒤로 한채, 나는 연신 시발, 시발만 뱉어내며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다음 키워드는 의자에요.
101
의자
2018/02/27 21:40:59
ID : IFg0k1a7gnP
0
주인님이 오늘따라 이상하다.
평소같으면 내게 기대 식사를 하시거나 커피한잔에 독서를 즐기시는 분이신데 오늘따라 초조해 보이신다.
연신 피우는 줄담배에 기침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전화로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윽박을 지르기도 하고 울며 사정하기도 하고 체념한듯 헛웃음을 지으며 웃기도 한다.
주인님을 보고있자니 왠지 모르게 1인 가면 무도회를 보는것 같았다.
한사람이 가면을 쓰면서 인격을 바꿔가며 무대를 이어나가는 가면 무도회.
누군가가 집문을 두드린다.
주인님이 문을 열자 사람들이 들어와 집안 곳곳에 붉은 스티커를 붙인다.
내게도 그걸 붙였는데 뭐라고 쓰여져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색깔이 참 곱고 예뻤다.
하지만 하나씩 붙을때마다 주인님의 표정은 점점 침통해지고 비참해져만 갔다.
주인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내 마음도 찢어졌다.
몇시간뒤 주인님은 정장을 입고계셨다.
처음보는 넥타이를 가볍게 어루만지다가 옷매무세를 갖춘다. 어디 좋은곳에 가시려는 모양이다.
주인님은 나를 밟고 섰다. 아..! 이 장면 본적이있다.
새가 날아갈때 바위나 절벽 또는 나뭇가지위에 서서 박차고 날아가는 모습.
우리 주인님이 새가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걸 본다는것만으로 나는 기뻤다.
곧 주인님의 발이 나를 박차자 큰소리를 내며 내가 넘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기뻤다. 주인님이 공중에서 힘찬 도약을 하고있었다. 어찌나 기쁘하시는지 발을 휘저으시며 날고계셨다.
주인님은 이제 새가되어 하늘을 날고있다. 날 써주는 사람이 이제 없다는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새가 된 주인님의 마음만은 영원히 함께할것같았다.
사랑해요 주인님. 그리고 날 써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소재는 장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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