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16 01:06:36 ID : rxVe2IJO9zc 13
처음에는 꿈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평소 꿈에서 정말 일상스러운 꿈만 꿔 왔기 때문에 꿈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곤 했다. 그 날도 무척 평화로운 꿈이었다. 나는 대학 근처 번화가를 걷고 있었고, 옷 가게 쇼윈도 앞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옷 가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그 날의 꿈도 정말 사소한 꿈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베스트 레스 1
이름없음 2019/10/29 19:57:50 ID : 0k02k5Pcrgl 1
그나저나 서연이는 날 어떻게 찾은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2 이름없음 2019/08/16 01:09:27 ID : rxVe2IJO9zc 0
거울에 비친 나는 현실의 내가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하얀 피부에 단정한 느낌을 풍기는 긴 검은 머리카락의 여자애였다. 단순히 외모만 바뀐 것이 아니라 성별도 바뀌었다.
3 이름없음 2019/08/16 01:10:36 ID : rxVe2IJO9zc 0
놀랐지만 금새 아무렇지 않게 담담해졌다. 어차피 꿈이니까 깨고 나면 사라질 환상이라고 여겼다.
4 이름없음 2019/08/16 01:11:14 ID : rxVe2IJO9zc 0
하지만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금 와서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5 이름없음 2019/08/16 01:13:09 ID : rxVe2IJO9zc 0
그 이후부터 내 꿈 속 배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6 이름없음 2019/08/16 01:14:43 ID : rxVe2IJO9zc 0
익숙하던 동네는 차차 낯선 동네로 바뀌었고, 평소 현실의 나였다면 하지 않았을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7 이름없음 2019/08/16 01:16:25 ID : rxVe2IJO9zc 0
가장 낯설었던 건 꿈 속에서 학교 가는 것이었다. 꿈 속의 나- 즉, 여자애의 어머니가 내게 학교를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입고 집에서 나왔는데, 학교 가는 길을 몰라서 길을 엄청 헤멨다.
8 이름없음 2019/08/16 01:16:49 ID : rxVe2IJO9zc 0
길을 잃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끔찍한 악몽이었다.
9 이름없음 2019/08/16 01:17:42 ID : rxVe2IJO9zc 0
다행히, 여자애 교복 자캣에 학교 마크가 붙어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겨우 학교에 찾아갔다.
10 이름없음 2019/08/16 01:18:40 ID : rxVe2IJO9zc 0
이 여자애가 몇 학년 몇 반인지 몰라서 학교 안을 또 헤매다 여자애의 담임쌤을 마주쳐 다행히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11 이름없음 2019/08/16 01:19:34 ID : rxVe2IJO9zc 0
그 날 이후로, 나는 본격적으로 꿈에서 그 여자애의 삶을 살게 되었다.
12 이름없음 2019/08/16 01:20:13 ID : rxVe2IJO9zc 0
미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저 꿈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13 이름없음 2019/08/16 01:21:34 ID : rxVe2IJO9zc 0
그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14 이름없음 2019/08/16 01:22:20 ID : rxVe2IJO9zc 0
나보다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수업 내용이나 과제 해결에서는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15 이름없음 2019/08/16 01:23:30 ID : rxVe2IJO9zc 0
처음에는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해서 수행평가를 개떡같이 봤다. 과목은 아마 과학... 이었던 것 같다. 완전 문과 머리인 내가 꿈일지라도 과학을 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16 이름없음 2019/08/16 01:24:37 ID : rxVe2IJO9zc 0
하여튼 30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숫자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충격적인 점수였다. 하지만 꿈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17 이름없음 2019/08/16 01:25:55 ID : rxVe2IJO9zc 0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꿈을 이어 꾸게 되면서 꿈이라고 해서 함부로 생활하면 안된다는 걸 느꼈다. 망친 과학수행평가는 내가 이후의 꿈에서 과학 보충수업을 듣게 만들었다;;
18 이름없음 2019/08/16 01:26:28 ID : rxVe2IJO9zc 0
친구들 이름을 외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19 이름없음 2019/08/16 01:27:19 ID : rxVe2IJO9zc 0
나는 꿈 같은 거 크게 의미 두지 않아서 금방금방 까먹어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이 여자애의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다.
20 이름없음 2019/08/16 01:28:41 ID : rxVe2IJO9zc 0
당연히 여자애의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다는 듯 여기며 웃었다. 하지만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갑게 다가왔다. 이 몸 주인은 아마 친구들에게 상당히 사랑받으며 지냈던 것 같다.
21 이름없음 2019/08/16 01:31:46 ID : rxVe2IJO9zc 0
아, 참고로 여자애가 사는 지역과 내가 사는 지역은 다른 곳이었던 것 같다. 우선 나는 경기도 북쪽에 살고 있는데, 여자애가 사는 곳은 서울이었던 것 같다.
22 이름없음 2019/08/16 01:33:11 ID : rxVe2IJO9zc 0
한 번 꾼 꿈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약간의 소소한 이벤트가 지나가고 나면 항상 꿈에서 깨는 방식이었다.
23 이름없음 2019/08/16 01:34:45 ID : rxVe2IJO9zc 0
이 여자애는 미술을 하는 애였던 것으로 추측한다. 방에 보면 늘 도화지가 구비되어 있고, 물감도 아크릴, 포스터, 수채화 이런 것들이 즐비했다.
24 이름없음 2019/08/16 01:35:26 ID : rxVe2IJO9zc 0
대충 이 정도면 내가 대신 살고 있는 여자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끝낸 것 같다.
25 이름없음 2019/08/16 01:36:26 ID : rxVe2IJO9zc 0
이제 내가 꿈 속에서 이 여자애로 살게 되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조금 전개가 느릴 수도 있다.
26 이름없음 2019/08/16 09:43:23 ID : K47ze3SLe1y 0
서울에 그런학교가 실제로 있어?
27 이름없음 2019/08/18 06:57:53 ID : Rwk79bfTSMq 0
ㅂㄱㅇㅇ
28 이름없음 2019/08/18 13:34:24 ID : 0k02k5Pcrgl 0
오늘 또 다시 꿈을 꾸었다.
29 이름없음 2019/08/18 13:35:00 ID : 0k02k5Pcrgl 0
아, 와이파이가 달라져서 그런지 아이디가 바뀌었다.
30 이름없음 2019/08/18 13:43:38 ID : 0k02k5Pcrgl 0
학교 이름은 정확히 기억 나지 않는다. 흐릿하다. 다만 학교가 상당히 컸다. 건물이 4개가 있고, 기숙사까지 있었다. 친구 중에 기숙사에 사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건 확실하다.
31 이름없음 2019/08/18 13:45:46 ID : 0k02k5Pcrgl 0
아, 학교 마크 모양이 한자 文 자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건 정확하진 않다.
32 이름없음 2019/08/18 13:49:32 ID : 0k02k5Pcrgl 0
이 여자애의 이름은 이서연이다. 항상 친구들이 나를 부를 때 서연이라고 불렀다. 서연이는 지금 생각해봐도 그...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무척 잘 어울리는 여자애였다.
33 이름없음 2019/08/18 13:57:32 ID : 0k02k5Pcrgl 0
서연은 학교와 먼 지역에서 사는 애가 아니었다. 등하교 할 때면 자전거를 타고 다녔기 때문에 꿈 속에서 나는 기숙사 근처에는 가보지 않았다.
34 이름없음 2019/08/18 13:58:28 ID : 0k02k5Pcrgl 0
꿈 속에서도 시간은 현실과 비슷한 건지, 그 애의 세상 역시 주말이었다.
35 이름없음 2019/08/18 14:00:49 ID : 0k02k5Pcrgl 0
주말에는 집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는 건지, 스터디 플래너- 얘는 그걸 스케줄러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에 쓰인 일정은 모두 집에서 활동하는 내용이었다.
36 이름없음 2019/08/18 14:01:34 ID : 0k02k5Pcrgl 0
나도 딱히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냥 오늘은 그 애의 방 안에 있었다.
37 이름없음 2019/08/18 14:03:02 ID : 0k02k5Pcrgl 0
대부분이 학교에서 활동하는 꿈이라 서연이의 방이 배경으로 나오는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한 2달 전 즈음인 것 같은데, 분명 그 때는 방 벽지가 푸른색이었다.
38 이름없음 2019/08/18 14:03:45 ID : 0k02k5Pcrgl 0
그 사이에 리모델링을 한 건지, 이사를 간 건지, 2달 사이에 집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39 이름없음 2019/08/18 14:06:27 ID : 0k02k5Pcrgl 0
우선 서연의 방 크기가 이전보다 넓어졌고, 벽지가 블루그레이-회색 느낌이 강했다. -로 바뀌었고, 전에 보지 못했던 검은색 전자피아노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집의 양이 2달 전과 비교해서 많이 늘었다.
40 이름없음 2019/08/18 14:10:30 ID : 0k02k5Pcrgl 0
문제집 제목 앞에 다 '고난도', '상위권 도약을 위한' 이런 글씨가 붙어 있는 걸로 짐작해보건데, 얘는 공부 하려는 의지가 상당한 애다.
41 이름없음 2019/08/18 14:12:23 ID : 0k02k5Pcrgl 0
아무튼, 내가 방 안에서 가지고 놀만한 건 딱히 없었다. 애초에 가구가 그리 많지 않은 방이다. 침대, 책상(크기가 되게 크다.), 책장 3개, 옷장, 전자피아노, 작은 화장대.
42 이름없음 2019/08/18 14:14:35 ID : 0k02k5Pcrgl 0
꿈에서까지 문제집을 풀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그냥 피아노나 실컷 쳤다. (아, 참고로 나는 피아노를 배운지 꽤 되었다. 예전에는 피아노를 전공할 생각으로 배웠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 생각이 바뀌어서 그냥 취미로 남았다.)
43 이름없음 2019/08/18 14:16:09 ID : 0k02k5Pcrgl 0
그런데 서연이는 피아노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프린트 해 둔 악보파일은 기초 악보나 쉬운 뉴에이지 음악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가 외우던 악보를 치면서 놀았다.
44 이름없음 2019/08/18 14:17:07 ID : 0k02k5Pcrgl 0
음량을 작게 낮춰서 쳤는데, 서연의 어머니께서 내 피아노 소리를 들으셨다.
45 이름없음 2019/08/18 14:17:48 ID : BdRvcsqrtgY 0
혹시 실존하는 사람이면...
46 이름없음 2019/08/18 14:17:56 ID : 0k02k5Pcrgl 0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악보도 제대로 못 읽던 애가 어떻게 된 거냐고 엄청 놀라시길래 나도 당황했다.
47 이름없음 2019/08/18 14:20:27 ID : 0k02k5Pcrgl 0
그냥 어젯밤에 헤드폰 쓰고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고 둘러댔는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계속 짓고 계셨다. (하지만 그것밖에 생각 나지 않았는걸...)
48 이름없음 2019/08/18 14:34:38 ID : 7go3WqmIHBa 0
6개월로 끝? 아쉽네
49 이름없음 2019/08/18 14:42:00 ID : 0k02k5Pcrgl 0
하여튼 오늘 꿈 꾸고 나서 서연이로 변할 때는 마냥 현실의 나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50 이름없음 2019/08/18 14:43:44 ID : 0k02k5Pcrgl 0
지금까지 꿈 꾼 게 대략 6개월이야. 근데 한 주에 2~3 번 정도 꿨으니까 완전한 6개월은 아니지. 이 꿈은 지금도 계속 꾸고 있어.
51 이름없음 2019/08/18 14:44:49 ID : 0k02k5Pcrgl 0
그럼 진짜 소름 돋지 않을까... 내가 그 애 영혼을 밀어내고 대신 육체를 차지한다는 말이 되는 거잖아. 생각해보니까 좀 무섭네.
52 이름없음 2019/08/19 20:25:16 ID : 0k02k5Pcrgl 0
머리가 울린다. 왼쪽 두개골이 저릿하게 아프다. 예전에 벽에 지나가다가 부딪혔던 것보다 더 지독하게 아파. 불쾌해.
53 이름없음 2019/08/19 20:26:41 ID : 0k02k5Pcrgl 0
학교에서 졸다가 아주 짧게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 자전거에 치여 길에 고꾸라졌다. 왼쪽 머리를 박았는데, 어찌된 건지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지독하게 아프다.
54 이름없음 2019/08/19 20:29:24 ID : 0k02k5Pcrgl 0
부딪힌 건 그렇게 큰 충격이 아니었는데 넘어지면서 머리를 너무 세게 박았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넘어져 본 적이 없는데. 학교 가는 길인 것 같던데, 그 애. 분명 오늘 결석했을 것 같다.
55 이름없음 2019/08/19 20:30:29 ID : 0k02k5Pcrgl 0
주변에서 누가 괜찮냐고 소리 지르던 것까지는 생각 나는데,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 꿈에서 튕겨져나오듯이 깨어났다.
56 이름없음 2019/08/19 20:32:19 ID : 0k02k5Pcrgl 0
집에 온 지금도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 그냥 오늘 하루는 다 망친 기분이야... 그나저나 내가 꿈에서 이렇게 깨어났는데, 다음에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다. 멀쩡하게 일상생활이 그대로 이어질까? 조금 걱정스럽다.
57 이름없음 2019/08/22 22:13:45 ID : 0k02k5Pcrgl 0
얘가 이렇게 약한 애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애초에 꿈 속에서 다칠 일도 없었고, 매일 학교 생활하고, 그림 그리는 그런 반복되는 일상만 보냈기 때문에 이 애의 체력 상태? 이런 걸 체크해 볼 순간이 없었다.
58 이름없음 2019/08/22 22:14:10 ID : 0k02k5Pcrgl 0
어제 모기 때문에 잠을 앝게 자서 그런지 꿈을 선명하게 꿨다.
59 이름없음 2019/08/22 22:16:07 ID : 0k02k5Pcrgl 0
눈을 떠보니 새하얀 천장에 알싸한 소독약 향이 나서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알고보니 길에서 머리를 부딪히고 난 뒤, 아무리 해도 깨어나질 않아서 자전거 주인이 119를 불렀다고 들었다. 현실에서도 입원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 참. 이걸 꿈에서 해보다니.
60 이름없음 2019/08/22 22:17:49 ID : 0k02k5Pcrgl 0
눈을 떠보니까 서연의 어머니께서 손을 잡아준 채로 졸고 계셨다. 왠지 내가 조심해서 걷지 않은 것 때문에 서연이가 다치게 된 것 같아서 무척 죄송스러웠다.
61 이름없음 2019/08/22 22:20:38 ID : 0k02k5Pcrgl 0
아무튼,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체력 자체가 너무 약했고, 평소에 스트레스를 자주 받아서 뇌가 쉬고 싶어한 것 같다고 간호사분께서 말씀해주셨다. 그냥 머리에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쓰러진 것 뿐이라고 하셔서 다행스러웠다.
62 이름없음 2019/08/22 22:21:29 ID : 0k02k5Pcrgl 0
내가 쓰러졌을 때가 분명 등굣길 아침이었는데, 창 밖은 이미 깜깜했다. 그러니까 아마 하루종일 잠들어있었던 거겠지.
63 이름없음 2019/08/22 22:23:05 ID : 0k02k5Pcrgl 0
나는 아픈 곳도 없고, 정신도 무척 맑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체력이 바닥이 나 있는 상태니, 하루 정도 더 쉬다 갔으면 좋겠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따랐다. 어머니께서도 동의하셨다.
64 이름없음 2019/08/22 22:25:40 ID : 0k02k5Pcrgl 0
밤 동안에 병원에서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그냥 병원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약간 궁금해지는 것이 생겼다.
65 이름없음 2019/08/22 22:28:14 ID : 0k02k5Pcrgl 0
스레딕에서 누군가 내게 말해준 것처럼, 얘가 설마 진짜 실존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내 상상 속의 소녀인지 무척 궁금했다.
66 이름없음 2019/08/22 22:30:12 ID : 0k02k5Pcrgl 0
그래서 종이에 짤막하게 편지를 써 두었다. 내용은 대충 내 신상정보를 간단히 적어두고, 내가 몇 달 동안 꿈에서 만나는 너는 도대체 누구냐고 썼다.
67 이름없음 2019/08/22 22:32:22 ID : 0k02k5Pcrgl 0
뭐, 어차피 별 소용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안 써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 때는 무척 강하게 들었다.
68 이름없음 2019/08/22 22:34:35 ID : 0k02k5Pcrgl 0
내가 꿈에서 깨고 난 뒤에도 꿈 속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과, 내가 무심코 하는 행동이 이후에 꾸는 꿈에서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좀 이상하다.
69 이름없음 2019/08/22 22:35:58 ID : 0k02k5Pcrgl 0
보통 이전에 꿨던 꿈들은 이어지더라도 기존에 잘렸던 부분부터 이어졌고, 서연의 꿈처럼 시간의 흐름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건 이번 경우가 처음이었으니까.
70 이름없음 2019/08/22 22:38:29 ID : 0k02k5Pcrgl 0
하여튼 편지 다 쓰고 펜 내려놓자마자 누가 내 머리채를 잡아끌듯 뒤에서 확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깨어났다.
71 이름없음 2019/08/22 22:40:31 ID : 0k02k5Pcrgl 0
아,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까 4월... 맞나, 그건 모르겠네. 하여튼 그 즈음에 미술학원 꿈 꾼 거 생각난다.
72 이름없음 2019/08/22 22:42:44 ID : 0k02k5Pcrgl 0
이 꿈은 내가 내일 시간 널널하게 빌 때 쓰겠다. 동생이 지금 노트북 달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
73 이름없음 2019/08/23 00:42:54 ID : pRxCi3A0pQo 0
신의 장난 같네
74 이름없음 2019/08/23 11:15:31 ID : 2pSGnxDtipe 0
괴담판가면 인기 장난아니었겟다
75 이름없음 2019/08/23 21:29:04 ID : 0k02k5Pcrgl 0
일주일에 서너 번씩 꿈 꾸면서도 매번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 꿈 꾸는 날이면 다음 날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 만약 정말 이 꿈이 신의 장난이라면 그 신한테 가서 나한테 왜 이 꿈을 꾸게 하는 건지 묻고 싶다...ㅎ
76 이름없음 2019/08/23 21:30:57 ID : 0k02k5Pcrgl 0
괴담판은 생각도 못 해서 그냥 꿈 판에 올렸는데 생각보다는 흥미있게 봐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 생각해보니까 내가 글 쓰는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횡설수설 많이 한 것 같기도 하다..
77 이름없음 2019/08/23 21:35:10 ID : 0k02k5Pcrgl 0
잠깐 시간이 나서 그냥 들어왔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미술학원 얘기 쓴다고 했구나. 내가 꿈에서 미술학원을 본 건 날짜는 정확하진 않은데 하여튼 봄이었다. 4월인 것 같은데, 아마도.
78 이름없음 2019/08/23 21:36:06 ID : 0k02k5Pcrgl 0
사실 나는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학교 미술시간에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 게 내 미술활동의 전부이다.
79 이름없음 2019/08/23 21:37:00 ID : 0k02k5Pcrgl 0
즉, 간단한 낙서까지는 가능하지만, 미술을 전공하려는 친구들처럼 그런 근사한 그림은 내 손으로 창작 불가...
80 이름없음 2019/08/23 21:38:24 ID : 0k02k5Pcrgl 0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서연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영혼 자체는 그림을 못 그리는 '나' 잖아.
81 이름없음 2019/08/23 21:40:30 ID : 0k02k5Pcrgl 0
그래서 내가 긴 머리 싹 묶고 물감 묻은 앞치마 매고, 왼손에 팔레트 들고, 오른손에 붓 들고 이젤 앞에 앉아 있을 때 진짜 당황했다.
82 이름없음 2019/08/23 21:40:52 ID : 0k02k5Pcrgl 0
근데 이 때는 내가 꿈에서 과학시험을 보기 전이었다.
83 이름없음 2019/08/23 21:41:19 ID : 0k02k5Pcrgl 0
즉, 내가 꿈에서 마음대로 행동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라는 말이다.
84 이름없음 2019/08/23 21:42:29 ID : 0k02k5Pcrgl 0
그래서 난 서연이가 그림을 잘 그리던, 아니던 간에 상관없이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그림을 이어서 그리기 시작했다.
85 이름없음 2019/08/23 21:43:22 ID : 0k02k5Pcrgl 0
아, 그림을 이어서 그렸다는 건, 내가 꿈 속에 들어왔을 때 내 눈 앞에 누가 그리다말고 멈춘 듯한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이어서 색칠한 것 뿐이다.
86 이름없음 2019/08/23 21:44:20 ID : 0k02k5Pcrgl 0
그 때는 그 그림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그거 '이서연' 이 그리던 거 아닌가, 싶다.
87 이름없음 2019/08/23 21:45:36 ID : 0k02k5Pcrgl 0
뭐, 어쨌든 난 그런 거 그 당시에는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맘에 드는 색깔 척척 집어서 그려진 연필 선 안에만 차곡차곡 칠해주었다.
88 이름없음 2019/08/23 21:46:32 ID : 0k02k5Pcrgl 0
난 나름 열심히 한 거였는데, 내 옆에 있던 남자애가 나 그림 힐끗 보더니 진짜 이상하게 쳐다봤다. 아 그 얼굴 아직도 생각나네. 짜증. 난 진짜 최선을 다한 거였는데.
89 이름없음 2019/08/23 21:47:20 ID : 0k02k5Pcrgl 0
내가 원래 그런 시선을 그냥 참고 넘길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 남자애한테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물었다.
90 이름없음 2019/08/23 22:01:50 ID : 0k02k5Pcrgl 0
그랬더니 걔가, 뭐라 그랬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평소 네가 칠하던 느낌이 나질 않는다고 그랬다. 색 배치나 밝기 조절... 뭐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대충 흘려들었다.
91 이름없음 2019/08/23 22:03:29 ID : 0k02k5Pcrgl 0
무슨 일 있었냐, 붓 잡는 게 평소에는 섬세함의 극치를 달리더니 오늘은 왜 그러냐- 이런 느낌의 말을 계속 하는 게 무척 거슬렸었다. 그 때는.
92 이름없음 2019/08/23 22:05:25 ID : 0k02k5Pcrgl 0
그래서 꿈이니까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고선 내가 그림을 어떻게 칠하든 무슨 상관이야- 하고 말해버렸다. 솔직히 그 때는 내가 서연이가 아니라는 걸 들켜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더 이상 걔랑 엮이기 싫었던 마음이 강했다.
93 이름없음 2019/08/23 22:09:08 ID : 0k02k5Pcrgl 0
그렇게 말했더니 걔가 그냥 입을 다물고 자기 자리로 가서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걔가 더 이상 시답잖은 말을 걸지 않는다는 건 좋았다. 하지만...
94 이름없음 2019/08/23 22:11:03 ID : 0k02k5Pcrgl 0
어쩐지 불편했다.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쿡쿡 쑤시고 불편한 게 영 상태가 이상했다. 누군가 나한테 계속 '넌 그렇게 굴면 안 돼.' 라고 속삭이는 기분이 들었다.
95 이름없음 2019/08/23 22:12:15 ID : 0k02k5Pcrgl 0
남자애랑 어색하게 그림을 그리는 동안, 선생님께서 와서 그림을 보시고 말을 걸었다. 너네 맨날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더니 오늘은 왠일로 조용하네, 라고.
96 이름없음 2019/08/23 22:13:29 ID : 0k02k5Pcrgl 0
그 순간 탁 깨달았다. 저 남자애가 서연이랑 되게 친한 사이여서 내가 싸늘한 반응을 보였더니 서연이의 몸이 거부 신호(?) 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97 이름없음 2019/08/23 22:14:19 ID : 0k02k5Pcrgl 0
어쨌든 그거 깨닫고 나서 걔한테 아까 퉁명스럽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잠을 못 자서 신경이 예민했다고 말하고 화해했다.
98 이름없음 2019/08/23 22:16:09 ID : 0k02k5Pcrgl 0
그 이후로도 꽤 여러 번 미술학원 꿈을 꾸게 되어서 그런지 내 그림 실력도 나쁘다는 말을 듣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꿈에서. 그래도 그 선생님이 지적해주던 거 생각하면서 그림 그리면 현실에서도 가끔 그림 잘 그렸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99 이름없음 2019/08/23 22:16:52 ID : 0k02k5Pcrgl 0
그 남자애는 종종 꿈에 나오는데, 지금은 친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100 이름없음 2019/08/23 22:17:18 ID : a9thfaq2III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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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이름없음 2019/08/23 22:17:23 ID : a9thfaq2III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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