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16 01:06:36 ID : rxVe2IJO9zc 13
처음에는 꿈이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평소 꿈에서 정말 일상스러운 꿈만 꿔 왔기 때문에 꿈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곤 했다. 그 날도 무척 평화로운 꿈이었다. 나는 대학 근처 번화가를 걷고 있었고, 옷 가게 쇼윈도 앞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옷 가게 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그 날의 꿈도 정말 사소한 꿈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베스트 레스 1
이름없음 2019/10/29 19:57:50 ID : 0k02k5Pcrgl 1
그나저나 서연이는 날 어떻게 찾은 걸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302 이름없음 2019/10/11 03:41:07 ID : i4MrwFgY5TT 0
303 이름없음 2019/10/11 07:52:46 ID : 0k02k5Pcrgl 0
ㅎㅎㅎ 읽어줘서 고마워! 중요한 건 내가 현실에서 문자를 받은 적도 없고, 답장을 쓴 적도 없었다는 거야... 도대체 저 답장을 누가 보낸 걸까? 꿈 속에서 '진짜' 나도 움직이고 있는걸까?
304 이름없음 2019/10/11 08:17:38 ID : 0k02k5Pcrgl 0
아냐 물어볼 수도 있지. 꿈에서 서연이 본인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 이나 아님 내가 걔 이미지를 깨트릴만한? 그런 장면이 나오면 드라마에서 장면 바뀌듯 배경이 휙휙 바뀌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인지 불쾌한 느낌, 감정만 느꼈어. 꿈이라 그런지 통증은 안 느껴졌는데, 왜 그 날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지는지 알 것 같은 느낌? 꿈에서 잠깐만 느끼는 나도 이런데 이 힘든 날을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건 진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305 이름없음 2019/10/11 14:25:29 ID : pRxCi3A0pQo 0
그러면 걔는 정말로 힘들겠다.. 생리통이 심한듯 내 생각엔 고통은 없고 느낌만 받은 거 같아
306 이름없음 2019/10/12 09:33:30 ID : 0k02k5Pcrgl 0
그치, 걔 엄청 힘들 것 같았어. 그냥 감정만 느껴지는 건데도 힘들던데. 내가 그 고통까진 짐작할 순 없지만,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괴로웠어...
307 이름없음 2019/10/12 09:35:23 ID : 0k02k5Pcrgl 0
근데 도대체 저 꿈 속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은 꿈을 안 꿔서 새로운 상황이 진전된 건 없는데, 그 김에 지금까지 일어났던 상황들을 정리를 해야되겠다.
308 이름없음 2019/10/12 09:37:20 ID : 0k02k5Pcrgl 0
가설 1. 꿈 속 세계는 현재와 년도가 다르다. 이게 확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꿈 속도 10월이다. 그렇다면 내가 꿈에서 여름 즈음에 본 뉴스도 현재와 월은 일치한다는 거겠지. 작년 뉴스를 봤으니까 년도만 다른 거라고 추측한다.
309 이름없음 2019/10/12 09:39:25 ID : 0k02k5Pcrgl 0
가설 2. 꿈 속에서 내가 무언가를 알아내고자 하면 다친다. 이 꿈 자체가 나한테 뭘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지가 않다. 저번에 서연이가 나한테 해줬던 말을 생각해보면, 분명한 목적은 있는 것 같다. 이건 저절로 알게 되는 걸까? 왜 아직까지도 난 감이 잡히는 게 없는 걸까?
310 이름없음 2019/10/12 09:45:15 ID : 0k02k5Pcrgl 0
가설 3. 서연이의 몸은 아주 약하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애의 육체 자체가 너무 약하다. 조금의 충격만 가해져도 내가 꿈에서 튕겨져나와버리는데, 이 때 튕겨져 나오면 현실의 나도 같이 아프다. 체육 활동을 할 때 무척 버겁게 느껴진다. 근데 그건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특히... 자전거에 부딪히고 병원에 실려간 이후부터 유난히 심하게 느껴진다.
311 이름없음 2019/10/12 09:51:36 ID : 0k02k5Pcrgl 0
가설 4. 서연이의 몸에 내가 들어가면, 능력치? 재능? 이 바뀐다. 말 그대로, 잘하는 특기가 바뀐다. 서연이는 원래 그림을 잘 그리는 애고, 나는 피아노를 잘 친다. 꿈에서 내가 서연이 몸으로 들엊가면 그림을 그 애가 그려놓은 거에 비해 굉장히 못 그리게 된다. 대신 서연이가 못 치는 피아노는 잘 치게 된다. 그래서 미술학원 갈 때 무척 곤란하다. 쌤한테 자주 혼난다. 그림 못 그린다고ㅠ
312 이름없음 2019/10/12 09:54:16 ID : 0k02k5Pcrgl 0
가설 5. 꿈 안에는 '나' 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건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그 문자 이후로 확신했다. 내 폰에는 우선 서연이가 보낸 문자가 와 있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서연이 폰에 '내'가 보낸 답장이 왔다는 건, 꿈 안에서 '내'가 살아서 움직이거나, 아님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겠지. 다시 꿈 꾸면 무조건 문자 먼저 보낼 예정.
313 이름없음 2019/10/12 09:57:23 ID : 0k02k5Pcrgl 0
가설 6. 서연이는 주술? 등의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할머니께서 위험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하셨지. 그 말은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는 방법을 사용한 건 아니라는 것. 내가 이 애의 몸에 들어와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 생각해보면 이상현상이니까. 뭘 쓴 건지는 잘 모르겠어. 서연이를 만나거나, 아님 할머니를 만나거나 해야할텐데, 그러고 나면 난 분명히 또 다칠 거다.
314 이름없음 2019/10/12 10:02:15 ID : 0k02k5Pcrgl 0
추가) 일상생활은 마냥 편안한 건 아니다. 사실 곤란할 때가 더 많다. 곤란했던 경험은 이 곳에 아직 쓰진 않았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건 아무래도... 고백 받았던 꿈이 가장 곤란했던 것 같다. 화장실? 당연히 힘들다. 꿈이라고 해서 느낌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화장실 가고 싶었던 느낌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뭔가 화장실을 사용하기는 어색하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어서 장면이 빨리 바뀌기를 바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315 이름없음 2019/10/12 10:07:39 ID : 0k02k5Pcrgl 0
그리고 머리. 세상에. 난 머리 그렇게 길게 기르고 다니는 사람들을 앞으로 존경하고 싶다. 저번에 비 맞아서 머리만 감은 적이 있는데, 긴 머리가 마르질 않아서 짜증났던 기억이 있다. 여름에는 뭘 해도 덥던데, 심지어 서연이 머리카락은 교복 마크를 가리고도 조금 더 내려오는 길이이다. 배 중반부까지? 자를 수도 없고..ㅜ 원래 내 이상형이 긴 생머리였는데 이 꿈 꾸고 나면서 긴 머리 관리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16 이름없음 2019/10/12 19:12:43 ID : pRxCi3A0pQo 0
긴머리의 고충을 알아줘서 감사 꿈 꾸면 자주 빗어주라
317 이름없음 2019/10/13 01:01:42 ID : gmMo0pVeZfO 0
맞아 오일도 자주 발라줘
318 이름없음 2019/10/13 09:06:09 ID : pRxCi3A0pQo 0
귀찮아도 머리 꼭 말려줘 안 그럼 탈모생겨 머리 말리다 중간에 헤어 에센스 발라주고 다시 말려줘 머리 말리는 방법도 알려줄까?
319 이름없음 2019/10/14 21:58:24 ID : 0k02k5Pcrgl 0
응. 오일 바르기. 만약에 머리 말리게 된다면 그렇게 할게. 자주 빗을게. 어쩐지 잘 엉키더라. 머리 말린 적이 꿈에서 딱 두 번 있었는데, 그냥 나 평소 하던 방식으로 말렸었어. 안 말리면 탈모 생긴다니, 조금 무섭네. 혹시 긴머리랑 짧은 머리는 말리는 방식이 다른 거야?
320 이름없음 2019/10/14 21:59:18 ID : 0k02k5Pcrgl 0
여기 글 쓰고 난 뒤로부터 서연이 꿈을 꽤 자주 꾸게 되었다. 내가 이 꿈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서 그런 걸까나.
321 이름없음 2019/10/14 22:00:23 ID : 0k02k5Pcrgl 0
오늘은 전혀 상관없는 다른 꿈 꾸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서연이 꿈으로 이어졌다.
322 이름없음 2019/10/14 22:02:12 ID : 0k02k5Pcrgl 0
'나' 로부터 온 문자를 확인한 그 장면 그대로였다. 무섭다는 생각이 가득 들었지만, 궁금함이 더 컸기 때문에 '나' 에게 문자를 보냈다.
323 이름없음 2019/10/14 22:03:00 ID : 0k02k5Pcrgl 0
- 이서연 몸 안에 들어와 있는 (내 이름). 이렇게 보내고 난 뒤, 몇 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324 이름없음 2019/10/14 22:04:44 ID : 0k02k5Pcrgl 0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장난 문자 보내지 마세요.> 라고 왔었다. 손 끝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 난 저런 문자를 보낸 적이 없으니까.
325 이름없음 2019/10/14 22:06:15 ID : 0k02k5Pcrgl 0
하지만 딱딱한 말투나, 이모티콘을 전혀 쓰지 않는 버릇, 온점은 꼭 찍는 것으로 보아 어쩐지 내가 보낸 것 같은 느낌이 팍 들었다.
326 이름없음 2019/10/14 22:07:50 ID : 0k02k5Pcrgl 0
번호도 아는 마당에, 그냥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 예상대로 걸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이 멘트를 3번째 듣고 난 뒤, 나는 전화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327 이름없음 2019/10/14 22:10:28 ID : 0k02k5Pcrgl 0
익숙한 길을 따라 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길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필이면 서연이가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좀 싸늘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온도에 민감한 편인데, 꿈에서도 추위를 많이 탔다.)
328 이름없음 2019/10/14 22:12:46 ID : 0k02k5Pcrgl 0
한참을 걸었는데도 스타벅스 근처 번화가를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길치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째서 꿈만 꾸면 집을 못 찾아가는 걸까. 그 때 자전거 소리가 막 울려서 뒤를 돌아봤다.
329 이름없음 2019/10/14 22:16:26 ID : 0k02k5Pcrgl 0
미술학원 친구, 서준이였다. 날 보자마자 왜 집이랑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냐고 물어보길래 집 가는 길이었다고 대답해줬다. 날 엄청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너 바보냐?' 였다. 그 애는 꼭 내가 길을 잃을 때 나타나더라. 어쩐지 심통이 나서 흘겨보았다. '시비 걸꺼면 그냥 저리 가' 라고 말했다.
330 이름없음 2019/10/14 22:17:33 ID : 0k02k5Pcrgl 0
그래도 친구라고 의리는 있는 건지, 집 방향으로 데려다줬다. 집 앞에 다 와서 헤어지기 직전에 깨져버린 서연이의 핸드폰이 생각났다.
331 이름없음 2019/10/14 22:20:56 ID : 0k02k5Pcrgl 0
깨진 핸드폰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약간의 과장을 덧붙여 핸드폰 케이스까지 주문한 다음 날에 고장나서 케이스 값도 다 버렸다고 말해버렸다. 그 말을 꺼낼 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노가 느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과장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332 이름없음 2019/10/14 22:22:31 ID : 0k02k5Pcrgl 0
그랬더니 걔가 고개를 숙이더니 미안하다고, 알바 뛰면서 돈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한 두푼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333 이름없음 2019/10/14 22:28:06 ID : 0k02k5Pcrgl 0
'그, 그러게 누가 남의 핸드폰 부수래.'라고 당황해서 말했더니, 조만간 알바비 들어오니까 금방 줄 수 있을 거라고 눈썹을 八 자로 휘면서 대답하는데, 뭐라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뭔가... 안쓰럽다고 해야되나? 화내려 했던 마음 대신 불편하다는 마음이 자리잡았다. 그래서 그냥 걔 어깨만 몇 번 토닥이곤 '내일 학교에서 봐.' 라고 인사한 뒤 집에 올라왔다.
334 이름없음 2019/10/14 22:29:41 ID : 0k02k5Pcrgl 0
집에 올라와도 싱숭생숭한 마음은 사라지질 않아서 그냥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사이에 문자가 더 와있었다.
335 이름없음 2019/10/14 22:31:46 ID : 0k02k5Pcrgl 0
'전화를 거셨으면 말을 해야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남의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이서연 몸에 들어가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저는 지금 이해가 안 가네요. 설명을 해주세요.' 전부 '나' 한테서 와 있었다.
336 이름없음 2019/10/14 22:35:34 ID : 0k02k5Pcrgl 0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 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다음 꿈에는 '나' 를 직접 만나러 가던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칠 것 같아 두렵긴 하지만, 어쩐지 만나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337 이름없음 2019/10/14 22:37:10 ID : 0k02k5Pcrgl 0
깨어난 뒤, 서연이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 꿈을 잊어버리면, 글은 남아있지만 그 애의 얼굴은 떠올리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338 이름없음 2019/10/14 22:38:04 ID : 0k02k5Pcrgl 0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오늘 입고 있었던 원피스 차림으로, 서연이의 모습을 그려두었다.
339 이름없음 2019/10/16 20:38:01 ID : 9fSK3U4585T 0
와 진짜 너무 흥미진진하다 정주행함 거기가 1년 전이니까, 꿈 속의 너나 서연이에게 19년 10월 몇일에 어디서 만나자고 해보는게 어떨까
340 이름없음 2019/10/17 02:35:36 ID : pbvjwHwq3Xx 0
근데 꿈속에서 너를 만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난 이게 너무 궁금하다. 막 갑자기 기괴해진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너무 오컬트를 많이 봤나...
341 이름없음 2019/10/18 17:46:25 ID : 0k02k5Pcrgl 0
재미있게 읽어줬다니 기쁘다..! 글을 잘 못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여튼 그 방법도 생각은 안 해본 건 아닌데,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만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어서 아직은 시도 해보진 않았어.. 만약에 꿈에서 일이 잘 풀린다면 편지 남겨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봐 줄지는 모르겠지만.
342 이름없음 2019/10/18 17:48:41 ID : 0k02k5Pcrgl 0
예전에 어디선가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말을 들었어. 하지만 내 모습이 서연이인 상태에서 꿈 속의 '나' 를 만나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무섭긴 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거든. 그래도 나를 만나보고 싶어. 1년 전의 나를 만나면 신기할 것 같기도 하고. 미래의 일만 안 말한다면 무사하지 않을까?
343 이름없음 2019/10/19 00:56:13 ID : pRxCi3A0pQo 0
꿈에서 일어나자마자 만나기 전에 쓰고 가 혹시 모르니 말이야
344 이름없음 2019/10/19 08:40:12 ID : 0k02k5Pcrgl 0
... 편지나 뭐, 그런 거 말하는 거 맞지? 미안,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네. 근데 그건 일이 잘 풀린다는 조건이 있으면 쓸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서연이를 만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나'를 만나야 하는 거니까. 나를 만날 때는 편지가 소용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345 이름없음 2019/10/22 00:27:40 ID : 0k02k5Pcrgl 0
아침에 쓰려고 했는데 너무 바빠서 까먹어버렸다. 별다른 진행상황은 없었는데, 그냥 기억 나는 장면 몇 개만 간략하게 기록해두겠다.
346 이름없음 2019/10/22 00:42:00 ID : 0k02k5Pcrgl 0
새로운 걸 알게 된 점은 서연이가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가 3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동아리로 쳐 줄지 모르겠지만. 정규동아리 미술부, 자율동아리 일러스트 동아리(?). 여기까지는 그냥 저냥 동아리들이구나, 했는데 친구 4명이서 같이 하는 주술(?) 동아리가 있었다. 사실 뭐하는 동아린지는 잘 모르겠다.
347 이름없음 2019/10/22 00:43:51 ID : 0k02k5Pcrgl 0
예린이랑 말하다가 주술 동아리에 가입되어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지금까지 몰랐지? 얘가 굳이 숨길 이유가 있었나?
348 이름없음 2019/10/22 00:47:10 ID : 0k02k5Pcrgl 0
'지난 번에 해 본다던 건 성공했어?' '뭘 말하는 거야? 지난 번이 언제인데.' '저번에 무슨 새로운 주문을 연구하겠다면서.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말이 없어서 실패한 줄 알았더니, 아예 까먹은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명색이 주술 동아리 차장인데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 어떡할래? 동아리 없어지겠다.'
349 이름없음 2019/10/22 00:47:33 ID : 0k02k5Pcrgl 0
대략 이런 말만 기억 나고, 장면이 바뀌었다.
350 이름없음 2019/10/22 00:49:14 ID : 0k02k5Pcrgl 0
그 뒤에 뭔가가 더 있긴 했는데, 장면도 너무 짧았고 무엇보다 바로 적질 않아서 머릿속에서 좀 많이 희미해졌다. 그래도 별 중요할 것 같은 장면은 없었던 것 같다.
351 이름없음 2019/10/22 00:51:54 ID : 0k02k5Pcrgl 0
아, 심지어 예린이는 주술 동아리 부장이었다. 그런데 거기 부원들도 본 기억이 전혀 없는데. 부장 차장 개념이 있는 걸로 봐선 동아리는 맞는 것 같은데. 근데 애초에 학교에 그런 동아리가 개설 되기도 하나? 자율 동아리니까 별 상관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현실 학교에서 지루한 동아리들밖에 본 적이 없어서.
352 이름없음 2019/10/22 01:00:42 ID : 0k02k5Pcrgl 0
아, 맞아 그리고 머리 열심히 빗어줬던 거 생각났다. 머리 자주 빗어주라는 댓글이 있었던 걸 다행히 꿈에서 기억했다. 주머니에 빗 넣고 다니면서 몇 번 빗어줬는데, 뭔가 생각보다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엉키지도 않고 사르르르. 왜 머리를 자주 빗어주라는 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353 이름없음 2019/10/22 01:08:09 ID : 0k02k5Pcrgl 0
그냥 이건 다른 잡소리긴 한데, 서연이의 폐활량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원래 들이마시던 거에서 뭔가 공기를 덜 마신 느낌인데 폐가 꽉 차버리니까 이상하다고 해야 되나. 근데 걔는 내가 맘대로 운동해서 폐활량 늘리길 바라진 않겠지. 쳇.
354 이름없음 2019/10/22 07:39:27 ID : pRxCi3A0pQo 0
아주 좋아할 껄? 근육통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자기 체력이 좋아진다던데 근육통 쯔음 껌값이지!!!
355 이름없음 2019/10/23 19:08:54 ID : 0k02k5Pcrgl 0
ㅎㅎㅎㅎ 그럴려나... 만약에 그 애도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운동을 해 볼 기회가 생기면 시도는 해보고 싶어졌어.
356 이름없음 2019/10/23 19:10:52 ID : 0k02k5Pcrgl 0
근데 어쩐지 뭐라고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 애를 만나봤거나, 접점이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
357 이름없음 2019/10/23 19:15:13 ID : 0k02k5Pcrgl 0
그렇지 않고서야 같은 사람이 나오는 꿈을 이렇게 길게 꾸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그린 그림을 오늘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현실에서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잔상이 남았다. 꿈에서 본 장면도 아니었는데. 내가 미친 건가 싶기도 하다. 꿈이랑 현실을 헷갈리고 있는 걸까?
358 이름없음 2019/10/23 21:11:26 ID : RvgZfU0pXzd 0
.
359 이름없음 2019/10/23 21:13:04 ID : RvgZfU0pXzd 0
꿈을 즐기려고 해도 계속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는 거야? 그럼 스레주한테 안 좋은 거 아니야?
360 이름없음 2019/10/23 21:15:20 ID : nwq4Y1h9ilA 0
빨리 걔를 만나서 뭔 수를 내던가 해야 될 것 같은데...? 현실에서도 걔 생각이 계속 나는 거라면 말이야. 이 꿈 왜 꾸는 건지는 전혀 설명 안 해주는 거야?
361 이름없음 2019/10/23 22:55:56 ID : 2sqlwq1B9eE 0
ㅂㄱㅇㅇ
362 이름없음 2019/10/24 18:24:31 ID : tvA1BdTV9eG 0
이거 약간 다른 너의 이름은 그거 같다 꿈에서 다른사람 몸으로 변하고 그런거 있잖아
363 이름없음 2019/10/25 18:44:46 ID : 0k02k5Pcrgl 0
신경 쓰이긴 하는데 그만 두는 법을 모르겠어. 나름 즐겨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현실에서도 마치 그 애가 살아있는 것마냥 생각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 응, 만나고 싶어. 내가 하도 꿈을 캐내려고 해서 이제 나타날 법도 한데 그 날 이후로 다시 안 나와. 꿈을 하도 오래 꿔서 그런지 그 애가 진짜 언젠가 내 곁에 있었던 것 같아. 착각이겠지만. 고마워! 꿈 꾸면 다시 이어서 쓸게. 너의 이름은 보면서 진짜 낭만적이라고 느꼈는데ㅋㅋㅋ 내 꿈은 낭만적이진 않지만... 그러게, 생각해보니까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
364 이름없음 2019/10/29 00:10:55 ID : dDxU6i7ak4N 0
.
365 이름없음 2019/10/29 17:06:33 ID : k09tbio3Vhz 0
신기행..
366 이름없음 2019/10/29 19:15:54 ID : 0k02k5Pcrgl 0
읽어줘서 고마워! 오늘의 꿈으로 이제 모든 걸 알았는데, 뭐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 사실 정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읽어줄 사람 있을지도 모르니까 우선 쓰긴 쓰겠다.
367 이름없음 2019/10/29 19:17:19 ID : 0k02k5Pcrgl 0
잠에서 깨어난 뒤, 아침이라는 걸 깨달았다. 창문이 열려있길래 손을 뻗어봤더니 무척 추웠다. 겉옷을 챙겨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368 이름없음 2019/10/29 19:18:26 ID : 0k02k5Pcrgl 0
잠시 기다려도 장면이 바뀌질 않길래 오늘은 내가 학교 갈 채비를 하면 되는 건가, 라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감고 말려서 빗었더니 장면이 학교 1교시 쉬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369 이름없음 2019/10/29 19:20:20 ID : 0k02k5Pcrgl 0
예린이가 다가와 재잘거렸다. 대충 다음 주가 수학여행이니 옷 사러가자는 이야기였다. '미안, 나 사실 옷 잘 못 골라.' 라고 말했더니 예린이가 '평소에 나보다 더 잘 입고 다니면서 무슨 헛소리야.' 라고 대답해주었다.
370 이름없음 2019/10/29 19:22:44 ID : 0k02k5Pcrgl 0
그렇게 옷 사러가자고 한 뒤, 졸리고 지루한 수업 장면을 몇 번 넘겨가며 종례시간을 맞이했다. 예린이가 무척 들떠보였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 옷 구경을 한 뒤, 버블티로 저녁을 해결한 뒤 헤어질 생각이었다.
371 이름없음 2019/10/29 19:24:46 ID : 0k02k5Pcrgl 0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 예린이가 다가오더니 내게 소곤거렸다. '이제 끝날 때 거의 다 됐지?' '뭐가?' '그거!' 뭔지 정확히 설명을 해주지 않고선 입꼬리만 씩 당겨웃는데, 항상 밝고 쾌활하던 애가 그런 서늘한 표정을 지으니 어쩐지 꺼림직해서 걔보다 조금 앞서서 빠르게 걸었다.
372 이름없음 2019/10/29 19:25:24 ID : 0k02k5Pcrgl 0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는 긴 횡단보도가 있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조금 복잡한 도로.
373 이름없음 2019/10/29 19:26:00 ID : 0k02k5Pcrgl 0
초록불이 바뀌자마자 걸어갔다. 그리고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374 이름없음 2019/10/29 19:26:33 ID : 0k02k5Pcrgl 0
꿈에서 온갖 사고는 다 당하고 다니면서 왜 주변을 한 번 더 안 돌아봤을까?
375 이름없음 2019/10/29 19:27:19 ID : 0k02k5Pcrgl 0
예린이의 비명소리가 들려 바라본 왼쪽에는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까만색 승용차가 있었다. 비틀비틀. 졸음운전이구나.
376 이름없음 2019/10/29 19:28:37 ID : 0k02k5Pcrgl 0
피할 수 없었다. 정말, 이건 내가 꿈이 아니라 현실이어도 피할 수 없었다. 비명소리, 사람들의 시선, 울렁거림, 두려움. 모든 게 아즈라이 섞여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날 잡아삼키는 것 같았다.
377 이름없음 2019/10/29 19:30:59 ID : 0k02k5Pcrgl 0
이대로 죽는 구나.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서연이 본인이었다. 만약에, 내가 치여서 육체가 산산조각 나면, 이 애는 어떻게 되는 걸까. 살고 싶은데, 다리는 왜 안 움직이는 걸까.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378 이름없음 2019/10/29 19:32:31 ID : 0k02k5Pcrgl 0
그 때 누군가 거세게 내 교복 자켓 자락을 붙잡아 뒤로 끌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눈을 깜박이는 사이, 졸음운전 자동차는 가로수를 들이받고 멈춰있었다. 저 차에 치였다면. 순간 눈 앞이 아찔해졌다.
379 이름없음 2019/10/29 19:34:32 ID : 0k02k5Pcrgl 0
간신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내 몸을 누군가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귓가에서 정말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 소리가 둥둥 울렸다. 날 살려준 사람이구나. 너무 고마워서 그제서야 눈물이 터졌다.
380 이름없음 2019/10/29 19:35:06 ID : 0k02k5Pcrgl 0
감사인사를 건네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정신까지 얼어붙고 말았다.
381 이름없음 2019/10/29 19:35:21 ID : qZdwldxyJQm 0
꿈이라지만 많이 무서웟겠다ㅠㅠ
382 이름없음 2019/10/29 19:35:58 ID : 0k02k5Pcrgl 0
놀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은 '나' 였으니까.
383 이름없음 2019/10/29 19:36:26 ID : 0k02k5Pcrgl 0
응, 진짜 무서웠어. 태어나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
384 이름없음 2019/10/29 19:37:26 ID : 0k02k5Pcrgl 0
왜 내가 여기에?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잠깐 블랙아웃이 찾아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내 몸 안에 들어와있었다.
385 이름없음 2019/10/29 19:38:34 ID : 0k02k5Pcrgl 0
내 팔 안에 있던 서연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내 방긋- 정말 환하게 웃어주었다.
386 이름없음 2019/10/29 19:39:04 ID : qZdwldxyJQm 0
하.. 서연이는 도대체 그 할머니랑 무슨 거래를 했을까?ㅠㅠ 계속 보고 있어!
387 이름없음 2019/10/29 19:39:38 ID : 0k02k5Pcrgl 0
'고맙습니다.' 그 애가 나한테 처음으로 건넨 따뜻한 말이었다. '드디어 만났다.' 라면서 해사하게 웃어주더라.
388 이름없음 2019/10/29 19:40:32 ID : 0k02k5Pcrgl 0
그 애가 웃음을 보이자 꿈 속의 사람들, 자동차, 심지어 공기의 흐름까지 멈추었다. 나와 그 애. 둘 만 움직이고 있었다.
389 이름없음 2019/10/29 19:41:26 ID : 0k02k5Pcrgl 0
'드디어 만났다는 게 무슨 의미야?' 라고 물어봤더니 서연이가 '그 때 카페에서 못 말해줘서 미안.' 이렇게 말해줬다.
390 이름없음 2019/10/29 19:42:53 ID : 0k02k5Pcrgl 0
'나 정말 기억 안 나요?' 라면서 날 빤히 쳐다보길래 서연이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서서히 기억이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391 이름없음 2019/10/29 19:44:30 ID : 0k02k5Pcrgl 0
작년 가을에 난 서울에 있는 이모네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잡일은 도맡아서 하는 알바였기 때문에 가끔 음식 재료가 부족하면 내가 마트로 뛰어가 사 오곤 했다.
392 이름없음 2019/10/29 19:45:25 ID : qZdwldxyJQm 0
헉 예전에 진짜로 만났던 사람이었어??
393 이름없음 2019/10/29 19:46:01 ID : 0k02k5Pcrgl 0
그 날은 재료가 떨어진 날이었다. 이모는 내게 심부름을 시켰고, 나는 귀찮음을 애써 누르고 마트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 날 이모부 차도 없었기 때문에 걸어가고 있었다.
394 이름없음 2019/10/29 19:46:20 ID : 0k02k5Pcrgl 0
응, 만난 애였어!
395 이름없음 2019/10/29 19:47:24 ID : 0k02k5Pcrgl 0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그 여자애를 봤다. 초록불이 바뀌자마자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교복 입은 긴 머리 여자애.
396 이름없음 2019/10/29 19:48:25 ID : 0k02k5Pcrgl 0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린 것도 거의 동시였다. 왠 승용차가 멈추질 않고 달려오는데, 여자애가 꼼짝도 안 하고 굳어선 피하지도 않고 있었다.
397 이름없음 2019/10/29 19:49:30 ID : 0k02k5Pcrgl 0
저 바보가, 저 나이에 죽으려고- 그 때는 내가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저 애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아니 나도 솔직히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완전히 미친 짓이었어.
398 이름없음 2019/10/29 19:50:52 ID : 0k02k5Pcrgl 0
정신없이 뛰어가서 그 애를 잡아끌었다. 신이 도운 건지, 여자애가 순순히 끌려왔고, 자동차도 간신히 피했다.
399 이름없음 2019/10/29 19:51:24 ID : qZdwldxyJQm 0
와 설마 그 이후로 서연이가 스레주 찾고 싶어서 그 할머니랑 거래한거였으려나ㅠㅠ 계속 보고 있어!! 이야기가 끝나가는 것 같아 아쉽지만..ㅠㅠ
400 이름없음 2019/10/29 19:52:23 ID : 0k02k5Pcrgl 0
나도 놀랐지만, 나보다 더 덜덜 떠는 애를 간신히 달래며, 다른 사람이 불러준 앰뷸런스에 태웠다. 이름도 몰랐고, 몇 살인지, 어느 학교 학생인지, 물어볼 정신도 없었다.
401 이름없음 2019/10/29 19:53:06 ID : 0k02k5Pcrgl 0
헉 동시에 읽고 있구나! 읽어줘서 고마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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