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9/11 12:12:44 ID : PgZclip9g6m 1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어느 가을 아침에 단잠에 빠져있던 나는 새가 짹짹 기저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2 이름없음 2020/09/11 12:51:47 ID : LaoGnu79jxT 0
부스스하게 눈을 뜬 나는 머리 위 선반을 손으로 더듬으며 물건을 찾았다.
3 이름없음 2020/09/11 12:52:46 ID : LaoGnu79jxT 0
이윽고 원하던 물건을 손에 잡은 나는 침대에 누운채로 창 밖을 바라보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4 이름없음 2020/09/11 14:47:14 ID : 9jwLgkmtxU6 0
아뿔싸 총알이 한 발도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번에야말로 이 지긋지긋한 세상과 작별을 고하리라 했으나 신은 나에겐 없는 존재가 확실했다.
5 이름없음 2020/09/11 14:51:15 ID : PgZclip9g6m 0
이젠 눈물조차 나지 않고 허무한 감정 따위도 없어진 지 오래인 듯했다.
6 이름없음 2020/09/11 15:18:00 ID : ry45fcK1A0t 0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찌 되었건 죽지 못했으니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7 이름없음 2020/09/11 15:26:38 ID : PgZclip9g6m 0
오래 누워있었던 탓인지, 신경 쓰이는 게 많아서인지 머리가 핑 돌았다. 순간 검은 화면이 내 눈앞을 가렸다.
8 이름없음 2020/09/11 15:37:32 ID : 1BatArxSE4L 0
매번 찾아오는 기립성 저혈압에 눈앞이 캄캄하다. 뭔가를 목구멍에 넣어달라는 신호가 분명했다. 나는 쓰러질 듯한 몸을 이끌고 부엌 찬장을 열어보니 3일 전 과도로 내리꽂은 쥐의 사체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9 이름없음 2020/09/11 17:08:52 ID : PgZclip9g6m 0
이 와중에 배고파서 헛웃음만 짓고 있던 내가 이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광경을 보자마자 입맛이 싹 사라졌다. 뱃속도 마음도 공허했다.
10 이름없음 2020/09/11 17:29:03 ID : WnXurgoY1bi 0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나는 몸을 매트리스 위에 던졌다. 스프링이 꺼져 움푹 들어간 자리는 내 몸을 감쌌다.
11 이름없음 2020/09/22 00:17:27 ID : dSLfbvbeHvi 0
피곤해서 잠을 잤는데 내가 이 나라의 왕이었다
12 이름없음 2020/09/22 20:02:49 ID : JRvcoLfe4Y1 0
그래, 모든 비틀리고 무기력한 것들의 왕, 이 좁아터질것 같은 방에서는 내가 왕이었다.
13 이름없음 2020/09/22 20:22:16 ID : 2so1u4IFjy7 0
이 거지같은 일상이 싫었지만 또 너무나 익숙해서, 괜히 헛웃음이 났다.
14 이름없음 2020/09/22 22:38:19 ID : 9tcq4Zg1DBs 0
한참을 웃다가 갑작스레 눈물이 흘렀다. 이 작은 방에서는 내가 아무리 울어도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나의 존재를 모르는 이 좁은 방에 끝없이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날은 이미 밝았다.
15 이름없음 2020/09/24 01:18:32 ID : Y79jwMklg0q 0
억지로 몸뚱이를 일으켜봤지만 이내 다시 침대로 몸을 던졌다. 내 곁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런 회의감이 들지 않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무력감이 들었다.
16 이름없음 2020/09/24 15:26:04 ID : s07cFijg6lC 0
진창으로 쳐 박히고 싶다. 멈출 수 없는 우울이 내 온 몸을 덮어 그대로 죽고싶었다. 무기력보단, 강렬한 무언가를 느끼고 싶다.
17 이름없음 2020/09/24 15:35:29 ID : TSE647tfUY5 0
난장판에 있는 거니까 난장판에서 하는 건 어때??
18 이름없음 2020/09/24 16:01:38 ID : Pa1bdA3Qsjj 0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난장판은 주로 드립 치면서 노는 데 아니야? 여기도 이어서 소설 쓰는 스레 종종 있었던 거 같은데
19 이름없음 2020/09/25 20:27:00 ID : 01fPeNxPcms 0
단 한 순간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연애란걸 해보고 싶어졌다.
20 이름없음 2020/09/27 21:04:05 ID : p9jxO8oZcqZ 0
하지만 연애란걸 해본적이 있었던가. 나는 씁쓸한 마음에 애꿎은 입술만 물어뜯었다
21 이름없음 2020/09/27 21:06:38 ID : i3xyK3SMi2t 0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아 친구라도 만나볼까 싶었지만 아내 그만뒀다. 이런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22 이름없음 2020/09/28 19:19:05 ID : wq3SJRxvfO2 0
그때 헥헥거리며 뛰어오는 우리 강아지, 뽀삐가 내게 달려와 안긴다. 너라도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야.
23 이름없음 2020/09/28 19:37:06 ID : jbbh9bhfbve 0
.
24 이름없음 2020/09/29 07:37:32 ID : pQk65cMlDvy 0
뽀삐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돌리니 나밖에 없는집에 활짝 열려있는 현관문이 눈에 들어왔다.
25 이름없음 2020/09/29 09:04:31 ID : 2so1u4IFjy7 0
그 때 뽀삐의 다리에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뚝뚝-... 피가 떨어지는 뽀삐의 발을 보고 비명을 질러버렸다.
26 이름없음 2020/09/30 00:08:19 ID : pQk65cMlDvy 0
활짝 열려있는 현관문 뒤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혼란한 상황속에서 뽀삐는 다친 다리를 끌고 크게 짖으며 복도로 뛰쳐나갔다.
27 이름없음 2020/10/22 21:16:16 ID : ZcoE5RCnVgi 0
"뽀삐야, 이리 와!" 다급하게 뽀삐를 부르며 현관문 너머를 경계하며 절뚝거리는 뽀삐를 조심히 안아들었다.
28 이름없음 2020/10/22 21:21:01 ID : qkq1BdTV9il 0
뽀삐를 안아들고 굽힌 허리를 피자,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쓴 낯선 사내가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9 이름없음 2023/12/05 19:28:00 ID : cHA3RClBeZf 0
행색을 보아 그는 마치 방금 음식물쓰레기장에서 꺼낸것 마냥 끔찍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순간 뉴스에서 본 묻지마 흉악범죄를 떠올리며 어느새 잔혹한 범죄참상속 희생자가 된 나를 연상하곤 공포에 빠졌다.
30 이름없음 2023/12/05 22:46:25 ID : O8lA1B9ilCk 0
그는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그 강아지의 주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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