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0/12 14:26:48 ID : A3PjxWrvCjj 1
여름이 끝나간다.. 라고 말하기도 조금 늦은 가을이지만 내 머릿속 한편에는 아직까지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 여름이 끝나면 항상 잊어버리는 일이지만, 올해는 어째서인지 잊혀지지가 않아.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2 이름없음 2020/10/12 14:29:21 ID : A3PjxWrvCjj 0
아마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을 때의 일일거야, 때는 이제 막 여름방학이 시작되어 신나있을 시기였지.
3 이름없음 2020/10/12 14:29:40 ID : binPbeNxO1i 0
ㅂㄱㅇㅇ
4 이름없음 2020/10/12 14:29:58 ID : A3PjxWrvCjj 0
나에게는 1살 위에 누나가 있는데, 그때는 누나의 친구들과 자주 놀았어.
5 이름없음 2020/10/12 14:31:39 ID : A3PjxWrvCjj 0
그날도 나랑 누나, 그리고 그 친구 2명이서 같이 놀다가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지. 그때 시간이 아마 8시가 좀 안되었을 거야. 부모님이 일때문에 늦어서 나랑 누나는 좀 늦게까지 놀았거든.
6 이름없음 2020/10/12 14:33:28 ID : A3PjxWrvCjj 0
누나의 친구 2명도 아마 우리랑 비슷한 처지여서 같이 놀았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누나 친구 한명이 학교에 신발주머니를 놓고왔다고, 같이 찾으러 가자고 하는거야.
7 이름없음 2020/10/12 14:35:44 ID : A3PjxWrvCjj 0
이미 해는 저버렸고, 저녁에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내 안에서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약간 금기시 되는 행위여서 살짝 꺼려졌어.
8 이름없음 2020/10/12 14:37:31 ID : A3PjxWrvCjj 0
하지만 분위기는 학교에 한번 가보자는 쪽으로 흘러갔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 버리면 겁쟁이처럼 보일까봐, 그리고 누나들이 나랑 안놀아 줄까봐 나도 태연한척 하며 동의했지. 속으로는 좀 불안했어.
9 이름없음 2020/10/12 14:40:01 ID : 2MmJO5SK5e5 0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20/10/12 14:40:36 ID : A3PjxWrvCjj 0
아무튼 그렇게 우리들은 마지막 얼음땡 놀이를 끝내고 놀이터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향했지, 이때 신발주머니를 두고온 누나만 나머지 셋과 학교가 달라서 누나들은 그 학교 처음 가본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나아갔어. 뒤에서 따라가는 나만 죽는 얼굴이였지.
11 이름없음 2020/10/12 14:43:58 ID : A3PjxWrvCjj 0
어찌저찌 무사히 학교에 도달한 우리들은 첫번째 관문과 마주쳤는데, 바로 경비 아저씨였어. 정확한 명칭은 수위 아저씨였겠지만,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동네 꼬마들에게는 경비 아저씨가 더 익숙했기에 그렇게 불리는 아저씨였지.
12 이름없음 2020/10/12 14:46:09 ID : A3PjxWrvCjj 0
꼬꼬마 4명이서 학교 담을 넘으려고 하니 당연히 막아서는 경비 아저씨였어, 나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이대로 돌아가는 미래만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지.
13 이름없음 2020/10/12 14:48:05 ID : dA6jbcnyNwL 0
누나가 있었다고? 과거형임?
14 이름없음 2020/10/12 14:48:14 ID : A3PjxWrvCjj 0
그런데 누나 3명이서 어떻게 말을 잘 했는지 경비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시는게 아니겠어? 빨리 끝내고 나오라며 문을 열어주시는 경비아저씨가 얼마나 미워보였는지.. 그렇게 우리는 어두컴컴한 학교를 탐험하게 되었지.
15 이름없음 2020/10/12 14:49:04 ID : A3PjxWrvCjj 0
과거형은 언제나 헷갈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있다는 현재 진행형으로 썻어야 했는데.. 맞춤법! 나는 문법을 파괴한다!
16 이름없음 2020/10/12 14:51:34 ID : binPbeNxO1i 0
헷... 썼......
17 이름없음 2020/10/12 14:56:48 ID : A3PjxWrvCjj 0
아무튼, 나는 오늘날까지 확실히 존재하는 누나와 누나 친구 2명과 함께 학교를 탐험했어. 사실 나에게나 탐험이였지, 누나네들에게는 구경이였을 거야.
18 이름없음 2020/10/12 14:58:01 ID : A3PjxWrvCjj 0
나는 빨리 신발주머니나 챙겨서 나갔으면 좋겠는데, 신발주머니를 두고 온 누나는 좀 더 놀다가 가자는 거야.
19 이름없음 2020/10/12 15:00:30 ID : A3PjxWrvCjj 0
이 시간에 학교에 온 건 그 누나도 처음이였는지, 그리고 학교 내에서 실내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해서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고 생각해. 그리고 문제는 나머지 둘도 흥미가 동해서 거기에 찬성했다는 거지.. 그런 누나들 사이에서, 나는 썩어가는 표정으로 조용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
20 이름없음 2020/10/12 15:04:54 ID : A3PjxWrvCjj 0
우리들은 진짜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놀았어, 교실 문은 죄다 잠겨있어서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냥 그 시간에 학교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사실 자체로 그 나이때에 얘들에게는 흥미 넘치는 일이였겠지.
21 이름없음 2020/10/12 15:07:22 ID : A3PjxWrvCjj 0
그건 나도 예외는 아니여서,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괜찮아 지더니 나중에 가서는 누구보다 즐기게 되었어. 어두컴컴한 학교도 오랫동안 있으니 적응되기도 했고, 누나가 덤덤한 것도 한몫 했지. 그 당시 내 안에서 누나는 굉장한 사람이였거든.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안심이 되었지.
22 이름없음 2020/10/12 15:13:37 ID : A3PjxWrvCjj 0
이런 즐거운 모험이 언제까지고 계속되면 좋았겠지만, 항상 즐거운 일들은 그리 길지 못한 법이더라고. 작은 소리도 길게 울려 퍼지는 복도에서 소곤소곤 말하고 있던 우리들 사이로 폭탄이 떨어진 건 한순간이였어.
23 이름없음 2020/10/12 15:17:41 ID : A3PjxWrvCjj 0
정확히 무슨 말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그저 큰 소리로 호통치고 있었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스쳐 지나갈 뿐이야. 어쩌면 어린 시절에 나로써는 알아듣기 힘든 어른들의 괴상한 사투리나 어려운 단어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여서 잘 들리지 않았을 수도 있지.
24 이름없음 2020/10/12 15:19:20 ID : A3PjxWrvCjj 0
경비아저씨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복도 반대편에서 울려퍼졌어, 우리들은 한순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서로를 쳐다보았지.
25 이름없음 2020/10/12 15:23:07 ID : A3PjxWrvCjj 0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어쩌면 '도망쳐' 라는 공허한 목소리가 누군가로부터 울려 퍼졌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우리들은 웃으면서, 정확히는 공포를 감추기 위해 웃는 표정을 가장하며 계단을 향해 뛰었어. 내가 그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가 그랬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망치며 말하는 누나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야.
26 이름없음 2020/10/12 17:27:56 ID : 1zPa6441A7A 0
헐...동접인가
27 이름없음 2020/10/12 19:34:22 ID : yGoK3PfQk61 0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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