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어떤 걸 골라아할지 모르겠다 ㅠㅠ 일단 갱신 겸 발판! 그나저나 스크랩했었는데 알림 안 뜬 거 속상하네... 보고 싶엇당
+허허헐 이거 뭐야... 메인화면 갔다가 다시 왔는데도 레스 안 보여서 날아갔다고 확신하고 다시 쓴 거였는데 얘도 안 보여서 오륜가보다 하고 잠깐 다른 판 보고 왔더니 두개 달려있고 이러네 ㅜㅜ 레주 미안해.. 심지어 레스도 100까지만 보였었어ㅜ
이름없음2022/02/21 02:59:16ID : BApe3PdBcGo
나는 부반장을 피했다. 따질 것 같아서였다. 정말 나를 챙겨준다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싹싹하게 군 건지. 그래서 노래방에 가자는 내 말을 군말없이 듣고, 내 갠톡에 꼬박꼬박 답장하고, 친구들 무리에서 빠져나와 나에게 온 건지. 너무 피곤해서 쉬어가겠다는 말은 빈말이었는지. 내가 부반장의 업무 중 하나였는지. 그래서 선생님의 말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답했는지. 부반장의 말투는 의외의 말에 대답하는 게 아니었다. 그 애는 목소리의 톤조차 바꾸지 않았다. 어쩌면 부반장은 담임선생님께 어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기소개서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날 챙기는 게 학종을 챙기는 것과 동일선상인지 궁금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묻고 싶은 말은 그거였다. ‘너도 자살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었니?’ 둘 모두 자살 예방 캠페인을 펼치는 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라서.
이름없음2022/02/21 03:02:47ID : BApe3PdBcGo
그렇게 질문을 삼키고 삼키면서 말을 거는 부반장을 대강 상대하기도 며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을 애라면, 뭐든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나는 몇명에게 둘러싸여 있는 부반장에게 충동적으로 다가섰다. 그 애들은 나를 보더니, 부반장을 원에서 내보냈다. 그 애는 몇걸음 다가와 줬다.
“부반장,”
“왜?”
“끝나고 시간 돼? 카페 가자.”
부반장은 자신을 피하는 눈치였던 내가 말을 건 게 의외인 듯, 잠시 굳었다가 웃으면서 알겠다고 했다. 얘기하고 있던 무리에게 슬쩍 눈짓을 보내길래 말을 더 붙이려는 부반장을 무시하고 내 자리로 갔다. 그 애들에게 부반장을 빼았을 생각은 없었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요란한 것 같았다. 애들과 함께 떠드는 부반장은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인기척에 돌아봤다가, 금세 거두어지던 시선들을 천천히 복기했다. 그건 자선사업을 보는 눈빛이었을까?
이름없음2022/02/21 03:04:38ID : BApe3PdBcGo
약속을 잡았다.
어떤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나갈까?
나는
1. 최대한 평소처럼 말한다
2. 직설적으로 묻는다
3. 마음에 담아놓은 것을 쏟아낸다.
이름없음2022/02/21 03:12:47ID : 6Y8knyK1Cpe
2로 가즈아
이름없음2022/02/21 12:02:51ID : E3va07hxTSI
평범한게 좋지 않아?
이름없음2022/02/21 15:45:10ID : inTXy0oNvDs
ㅂㅍ
이름없음2022/02/23 12:16:16ID : gi4Lhs4KY02
dice(1,3) value : 1
이름없음2022/09/29 00:05:04ID : nyK7uq6oZdw
어쨌거나, 나도 결국 자선 사업가였다. 부반장 앞에 앉아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리고 부반장도 어쩌면 자선 사업가였다. 피후원자가 겨우 눈치챌 정도로 수완이 좋은. 그 똑똑한 사업가는 내가 자살에 대해 물어본다면, 동반자살 내지는 자살 암시 정도로 알아먹을 게 분명했다.
“그 얘기 들었어?”
“응?”
난 잠시 빨때 끝을 질겅거렸다. 단번에 들이킨 음료는 골이 울리면 울렸지, 머리를 선명하게 만드는 효과 따위는 없었다.
“옆학교에서 또 자살한 애 나온 거.”
“아…. 거기는 매번 나오더라. 아직 1학년인데 안타깝지.”
“성적이 그렇게 큰 문젠가.”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까.”
부반장은 의외로 덤덤한 낯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적은 아닌 걸까. 손톱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카페에서 틀어준 노래에 소리가 섞였다. 그러고 보니 손톱이 길었다. 깎는 걸 잊어버린 적은 몇번 없었는데.
“그래도…, 꽤 상위권이었던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전교 꼴지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부반장의 입술 언저리를 바라봤다. 눈을 바라보면 그 애의 동요를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거짓말이 보일 것 같아서 차마 보지 못했다. 부반장은 입술은 안쪽으로 말아 몇번 씹고서야 말을 꺼냈다.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성적이 높아도 힘들다는 거구나….”
왜 당연한 걸 말하느냐는 시선이 따라붙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애가 계획에 대해 털어놓을까? 시험 준비를 한달 전부터 하는 부반장이 자신의 생을 끝낼 준비를 허투루 할 리가 없었다. 이주쯤 남은 지금, 그 애는 온갖 시나리오를 다 짜 두었을 게 분명했다.
“너는 힘든 거 없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끈질기게 보고 있던 부반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선을 들자 휘어져 있는 눈이 보였다. 고맙다는 듯, 쑥쓰럽다는 듯. 카페의 불빛과, 마침 나오는 장조의 팝송과 잘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딱 편 어깨가 자살을 앞뒀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당당했다.
“그 자살한 애도 그렇게 말했을까….”
“뭐?”
부반장은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했다. 예의가 아니라고 했다. 추모하지도 않을 거면서 얘기하지 말자고.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네 자살이 들킬까봐 그래?’
부반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애는 죽은 뒤 이런 이야기거리가 되기 싫다고 생각한 걸까. 비슷한 사람에게 느낀 동질감일까.
이름없음2022/09/29 00:25:45ID : nyK7uq6oZdw
우리는 카페에 같이 갈 정도로 친해진 적이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나는 부반장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건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부반장은 죽어버릴 애니까.
“나 그제 부반장 카페에서 봤어!”
“그래?”
“응, 근데 유아랑 언제 친해졌어?”
내가 엎드려 있어서 잔다고 생각한 걸까. 지나치게 큰 목소리가 거슬렸다. 반면에 부반장의 대답은 너무 조용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겹쳐진 팔 사이 틈으로 눈을 굴려 그 애를 찾았다. 머리카락에 가려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또 한없이 비참해졌다. 늘 목소리가 쨍한 부반장이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낮춘 이유를 알 것만 같아서.
눈을 감자 교실의 소음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다시금 높아진 부반장의 음성, 남자애들이 투닥거리는 소리, 아직은 친구들인 애들의 수다. 눈을 뜨고 다가가는 순간 어색해질 웃음소리들이 선명해졌다. 지나치게 소란스러웠다.
이곳은 너무 시끄러워서 부반장이 죽고 싶어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