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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대 용사 나거갸의 모험 -리부트- 3판 (596)2.여기 어디야 (143)3.애몽가(愛夢家:사랑을 꿈꾸는 예언가) (397)4.∮스레딕월드∮ - 제4장: 동족과, 우정과, 사랑의 배신자 - (490)5.웅지의 일상 / 웅지의 생활기록 - 2판 (132)6.포켓몬스터 소울 실버 랜덤 너즐록 챌린지 시즌 2 (353)7.이야기들을 다루는 스레 (721)8.농담을 좋아하는 안드로이드 (77)9.해리포커와 호구왕자(1) (345)10.개연성없는 스레! (80)11.[Ⅳ] 스피넬 사가 (이바테오~ (571)12.100일 후에 먹히는 돼지 (6)13.마니또에게 줄 편지쓰는 스레 (23)14.당신은 식욕의 타천사와 계약하였습니다. (165)15.첫번째 체육관 3수째지만 포켓몬 챔피언은 하고 싶어! (40)16.집착광공 사람 만들기 프로젝트 (144)17.정치게임 suzerain (4)18.꿈 속의 어느 광경, 백룡의 여인과 마법사 소년 (55)19.빙의물 쓰는 스레 (401)20.여긴 대체 어디야 (17)
어느날, 사신은 아무런 경고도, 어떠한 안내도 없이 나를 데리러 왔다.
나의 기본 정보
이름 [ ]
성별 [ ]
나이 [ ]
성격 [ ]
인코 오류나서 바꿈)
" 서 신 님, 59세 남성, 직업은 00 주식회사의 과장. 맞습니까? "
가지런한 흑발을 포마드로 넘긴 남성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낮은 목소리와 동굴울림이 어우러져 소름끼치는 음성이 들렸다.
" 네, 네? 마, 맞긴 한데, 여기는 어디인지..? "
온통 안개로 뒤덮인 뿌연 숲속에는 나와 사신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다.
..... 나 왜 어린아이지?
" 서 신 님, 당신은 2022년 2월 4일 오후 4시 45분에 사망하셨습니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지혈이 늦어져서 왔군요. "
" 아, 아니, 저 왜 이런 모습인 겁니까? 이건 초등학생 때의 나인데. "
남성은 쯧, 하고 혀를 가볍게 차더니 나를 내리깔아보며 말했다.
" 님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기록되어 죽었을 때에 나타나는 겁니다. 보아하니 10세의 님 같군요. "
.... 방금 내 이름 빼고 말한 것 같은데.
" 그, 그럼 이제 저승에 가는 겁니까? 아직 창창한 나이... "
" 창창은 개ㅃ, 아, 아닙니다. 그냥 죽을 날짜가 돼서 죽은 거니 다시 되돌아가게 해달라는 말은 하지 마시죠. "
계속해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슬슬 어지럼증이 돌기 시작했다.
" 이제 서 신 님은, 사신으로 일하게 됩니다. "
.... 네?
(대답이나 질문)
남자는 무표정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 서 신 님이 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곧 보상입니다. 뭐, 사신이니 멀쩡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
" 뭐, 뭐라고요? 그럼 제가 환생해서 가족을 만나거나 천국에 갈 수는 없다는 겁니까?! "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습니다. 다만, 어차피 당신은 환생도 할 수 없고, 천국도 갈 수 없습니다. 지옥이라면 갈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
" 제가 왜 지옥에 간다는 겁니까? 열심히 살아왔는데! "
나는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지만 이 음성은 그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에 지니지 않았다.
" 원체 인간은 저도 모르게 죄를 저지르니까. 서 신 님도 그렇게 자잘하게 쌓인 죄들이 선행을 누른 것입니다. "
" 그런... "
남자는 고개를 돌리며 검은 장갑을 벗었다.
" 어쨌든, 서 신 님은 특수한 경우이니 금방 센터로 갈 겁니다. 길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십시오. "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 구두를 움직여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금세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숲은 광활히 펼쳐졌다.
" 그런데, "
" 예? "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한참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 어린아이 모습인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긴 불편해서, 말 놓아도 되겠습니까? "
" 되겠어요? "
...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뚜벅뚜벅 걸었다.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건물의 형상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새카맣고 커다란 무언가가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 저기가 센터인가 뭐시긴가 하는 곳입니까? 엄청 크네. "
" '사신 관리 센터 ' 입니다. 어서 가시죠. "
남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어깨를 툭 밀쳤다.
안개를 뚫고 건물을 향해 다가가자,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보였다.
' 사신 관리 센터 '
가까이서 보니 거미줄이 쳐지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오래된 폐건물 같았다.
남자는 정장을 고쳐입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건물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남자를 뒤따라 쫓아갔지만 유난히 그의 발걸음이 빠른 듯 했다. 긴장했나?
" 들어가세요. 센터 내에서는 조용히 행동하며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 됩니다. "
" 예. 어차피 먹을 것도 없는데 뭘. "
남자는 말대꾸하는 나를 째려보며 문을 열었다.
투명한 유리문이 끼익 열리며 내부가 드러났는데, 놀랍게도 최신식인 듯 깔끔하고 널찍한 호텔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 오오, 엄청 넓네요. 이런 곳은 어떻게 지어진.. "
남자는 나의 입을 큰 손으로 틀어막으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남자의 손을 겨우 치우고 남자를 째려보았다.
" 함부로 만지지 좀 마세요.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
" 1590년생입니다. "
" ... "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긴, 애초에 지금 나는 10살 꼬맹이에 불과하니까.
프론트 쪽으로 가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류를 내밀었다.
" 안녕하세요. 사신 등록하려고 오셨나요? 이 서류에 정보를 적어주세요. "
" 정보요..? "
" 네. 이름, 성별, 생년월일, 사망 나이, 직업, 주소 등의 정보는 필수입니다. "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펜을 집어들었다.
직원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개인정보를 모두 적고, 마지막으로 빈 칸이 있었다.
[ 원하는 사신 복장을 직접 적어주세요 ]
원하는 사신 복장? 입고 다닐 옷을 말하는 건가.
나는 [ ] 로 해야겠군.
" 읏차, 여기 있습니다. "
나는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책상 위에 서류 더미를 힘겹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어린아이가 되니 이런 불편함이 있는 듯 했다.
직원은 서류를 빠르게 넘겨가며 특유의 마크가 새겨진 도장을 찍어댔다.
이내 모든 서류를 다 펼치고 남자에게 서류 뭉치를 건넸다.
" 감사합니다. 이제 접수실로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대기해 주세요. "
남자는 서류를 받아 꼼꼼히 확인했다.
문득 가족이 생각났다.
아내와 로아는 잘 있는 걸까? 내가 죽었다고 슬퍼하고 있지는 않을까?
" 쓸데없는 생각 마시고, 따라오십시오. "
" 네? 아, 네. "
남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무뚝뚝하게 말을 뱉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이승에 있을 가족이 걱정돼서 어쩌지?
" 빨리빨리 오십시오. 시간 없습니다. "
" 시간이 뭐 없다고 그럽니까? 어차피 저승.. "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 저승의 시간은 이승보다 몇 배나 빠르게 지나갑니다. 노닥거릴 시간 없다는 겁니다. "
" 아, 예.. "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빠르게 걷기가 참 힘들었다. 조금만 다리를 바쁘게 움직여도 쉽게 지치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남자는 살아생전 나보다 훨씬 큰 키였다. 얼핏 봐도 대략 185는 넘어 보이는 키와 긴 다리를 가진 그는
그림자도 없이 빠르게 걸어갔다. 내가 열심히 뛰어가도 그의 걸음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 같이, 좀, 갑시다. 같이 가자고... "
" 쯧, 그러게 왜 어린아이일 때 가장 아름다웠던 겁니까? "
" 그건 제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 "
남자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딘가의 문을 열었다.
환한 빛이 순간적으로 쏟아져 오며 물 속에 잠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빛이 잠잠해지며 가라앉았다.
" 그래서 내가.. 아, 안녕하세요. 서류는 테이블 위에 놓아 주세요. 금방 접수될 거예요. "
긴 생머리에 똑 닮은 젊은 여자 두명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우리가 들어온 것을 눈치채자
오른쪽에 앉아있던 여자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은 듯 했다.
" 제대로 일 안 합니까? 고객이 오면 꼬박꼬박 일어날 것이지. "
" 어머, 그러는 진명 씨는 갑질이나 해대고 참 제대로 일하고 계시네요~? "
남자와 여자는 기싸움을 하듯 팽팽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자와 대화하던 똑 닮은 여자는 질린다는 듯 무표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 저, 싸우지 마시죠. 당신도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했잖습니까? "
" 앗, 꼬마애네! 아, 아니아니, 혹시 연세가? "
여자는 활짝 웃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이내 아차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멋쩍게 대답했다.
" 59살입니다.. "
남자는 처음으로 피식 웃으며 고개를 휙 돌렸다.
" 네, 어릴 때 참 귀엽, 아니, 잘생기셨네요. 일단 사신으로는 합격이예요. "
" 네? 어떤 기준인데 그러시는지..? "
여자는 멋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우선 잘생기거나 예뻐야, 즉 외모가 평균 이상이어야 영혼이 더 잘 따라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조건이 있는 거랍니다.
사신이 무섭게 생기면 따라가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
" 아... 네, 그렇군요. "
생각해보니, 나의 모습은 (최대한 자세한 외모 묘사 부탁해!-스레주)
허구한 날 밖으로 나돌아 살짝 그을린 피부와, 쌍커풀이 진 커다랗고 똘망똘망한 눈이 매력적이다. 눈썹이 짙은 게 꼭 짱구 같다. 키는 아무리 커봐야 120cm쯤 되었을까, 조금 말랐지만 볼살은 보기 좋게 포동포동하다. 앞머리가 눈썹을 다 덮은 덮수룩한 고동색 곱슬머리가 푸들 같기도 삽살개 같기도 하다. 앙다문 도톰한 입술은 혈색이 돌아 옅은 분홍이다.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모습이다.
(망할 패드가 렉걸려서 어쩔 수 없이 픽크루로 만들었어ㅠㅠ 나중에 올릴게)(아 링크 까먹읐다 https://picrew.me/image_maker/1343358)
뭐, 죽기 직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귀엽게 생겼었다.
모든 사람은 늙어가며 미를 잃어가니 그럴 수 밖에.
" 음, 서 신 님은 어릴 때 귀엽게 생기셨으니 이 조건에는 합격이에요. "
여자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어쩐지 정말로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저, 혹시 당신 이름이 진명입니까? "
" 남의 말 엿듣는 것이 취미인가 봅니다. "
남자는 내 질문에 까칠한 태도로 내 쪽을 보지도 않았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째려보았다.
" 그래도 이름을 부르는 것은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사신이 아니므로. "
" 예?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죠? 계속 당신이라고 하기도 뭐한데. 이름을 알아야 친해질 것 아니예요? "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다 나를 내리깔아보며 말을 이었다.
" 친해지긴 뭘 친해집니까? 그냥 '사신 님' 으로 부르십시오. "
" 나도 곧 사신인데 무슨 사신 님.. "
남자는 내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여자가 건네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
전보다 더 많아진 듯한 서류 뭉치는 내가 들기에는 꽤 무거워 보였다.
" 그래서, 이제 알려주시죠? "
" 뭘 말입니까. 시간 없.. "
" 아까부터 당신 나를 피하는 것 같은데, 특수한 경우란게 대체 뭐라는 건지 좀 설명해 보라고요. "
남자는 당황하지도 않은 듯 차분히 나를 쳐다보았다.
" 그건, 차차 설명할 겁니다. 사신의 임무를 잘 수행하면 보상이 있으니 얌전히 명에 따르십시오. "
" ... "
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여자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 보고실 쪽에서 서류 2차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은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자기 소개나 하고 쉴까요?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높은 의자에 낑낑대며 앉았다.
" 제 이름은 '백연' 이고, 이쪽은 '흑진' 이예요. 제 쌍둥이 동생이죠. "
" 아, 그렇군요. 저는 아시다시피.. 서 신 입니다.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사신이 될 줄은 몰랐네요. "
백연은 미소를 지었지만 흑진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란성 쌍둥이여도 성격 따위는 다른 경우도 종종 있는 경우이니 이 둘도 다른 것이겠지.
" 그런데, 서 신 님은 어떤 사신이 되고 싶으세요? "
여자가 잠시 기다리다 말을 꺼냈다.
사회생활 30년 경력으로는 금방 알 수 있다. 이건 일종의 면접 같은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 저는, "
" 능동적이고 능력있는 사신이라, 많은 뜻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
백연은 옅은 미소를 띄운 채 고개를 기웃하며 말했다.
" 예. 사신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니, 스스로 최대한 노력하는, 그런 사신이 되고 싶습니다. "
" 좋은 마음가짐이네요. 저도 응원해 드릴게요. "
내 옆에 서서 연거푸 하품을 해대던 진명은 조금 뒤 테이블에 있던 잡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 진명 씨, 그건 우리의 물건인데요? 건들지 말아 주시죠? "
진명은 백연의 말 또한 깔끔히 무시하고 잡지를 보다 테이블로 가볍게 던졌다.
" 한참 더 지난 잡지를 왜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도 참 이해할 수 없군요. "
" 남의 물건 함부로 만지는 너보다는 낫거든요? "
또다시 싸움의 기미가 보이자 이제껏 가만히 앉아있던 흑진이 둘의 사이를 비집고 내 쪽으로 걸어왔다.
" 백연이랑, 진명 씨 말은 무시하세요. 둘다 성격이 안 맞아서 쓸데없는 말싸움 하는 거니까. "
" 아, 네.. "
잠시 후 백연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서 신 님, 이제 시간은 충분히 된 것 같으니 서류2실로 들어가시면 돼요. "
" 예. 그럼 사신이 되는 건가요? "
백연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무엇을 생각하듯 뜸을 들이다 말했다.
" 아직은요, 테스트 같은 것들이 남았거든요. 사신 복장도 맞춰야 하고요. "
" 아.. 생각보다 절차가 많네요. 아무나 하는 것 치ㄱ.. "
그때, 진명이 내 말을 끊고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 뭐가 아무나 하는 거라는 겁니까? 헛소리는 삼가 주십시오, 특수한 경우의 영혼만이 사신의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
" 그 특수한 경우가.... 아, 됐습니다. 어차피 또 설렁설렁 넘어갈게 분명하니까요. "
나는 살짝 화난 듯한 어조로 말했다. 계속해서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까부터 짜증이 났다.
" 이제 서류2실로 가십시오. 2층에 있습니다. "
진명은 눈을 지긋이 감고 피곤한 듯 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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