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봤지만 이 방에서 나갈 수 있는 문은 없었고 나와 남학생, 천장의 조명 빼고는 이 방에 어떤 것도 놓여져있지 않았다.
일단 저 학생에게 말을 걸어봐야겠다.
>>3
1. 저기요. 괜찮으세요?
2. 고삐리. 지금이 질질 짜고나 있을 때냐? 여기에 대해서 아는 거 없어?
3. 안녕. 너 이름이 뭐야? 왜 울고 있니?
4. (같이 울기 시작한다.)
나는 슬그머니 남학생과 똑같이 구석탱이로 가 앉아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흑, 끄읍……. 흐으으으으윽.”
물론 정말 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꼬집어 비틀고 있을 뿐.
슬픔에서 나오는 신음소리가 아니라 고통에서 나오는 것이다.
남학생은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뒤를 돌아보더니, 입을 막고 꺽꺽대는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저기요. 왜 울고 계세요?”
내가 했어야 하는 질문을 남학생이 하고 있었다.
“흐, 흐윽…… 제가 어릴 때 이런 하얀색의 방에서 학대를 당한, 적이…… 끄으윽. 이, 있어서요. 물론 이 방처럼 하양색으로 도배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무서, 워서… 흐으읍.”
당연히 구라였다.
구라를 친 것에 대한 큰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눈을 떠보니 이상한 공간에 왔는데 당신이 울고 있어서 나도 울음이 나왔어요. 그래서 이렇게 질질짜고 있었습니다.’와 같은 멍청한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
차라리 측은함을 이끌어내서 개꿀이라도 빨자.
여기에는 나와 저 고삐리밖에 없으니 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척이라도 하면서 놈을 써먹어야겠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죠.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
“끄으으으읍. 흐끄에에에엥. 허어어어엉.”
방법이 없으면 찾으세요.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남학생이 삐꺽거리다가 일어서서 벽을 더듬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달칵.
“어, 저기요! 제가 뭐 눌렀……”
덜커덩!
순간, 바닥이 양 쪽으로 갈라지며 우리는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도 아래에는 물이 깊게 있어서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죽었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물에서 나와 고개를 드니 사람들의 맨엉덩이가 보였다. 목욕탕이었다.
바로 옆에서 몸을 벅벅 씻고 있는 성격이 더러워보이는 얼굴의 남자는 ‘또 왔군.’ 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솔직히 째려보는 건가 싶었지만 눈매가 사나워보여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고 합리화했다.
“형, 괜찮으세요? 형이라고 해도 되죠?”
“그러세요. 그쪽이야말로 괜찮아요?”
“네. 근데 무슨……”
둘이서 어리바리를 타고 있으니 옆에 있던 그 사나워보이는 남자가 짜증을 힘껏 담은 말투로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건 알겠는데, 일단 몸부터 씻지? 밖에 붙여져있는 종이를 보니까 100명이 다 씻어야 문이 열린다고 적혀있었고, 니들이 마지막이거든.”
미친 싸가지.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 아까 날 째려본 것은 맞았던 모양이다.
>>10
1. 아, 네~ 네~
2. 그런가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된거 통성명이라도 하죠. 이름이? ^^;;
3. 왜 저한테 화풀이를 하세요, 안그래도 트라우마 때문에 아직도 가슴이 아픈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