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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1/09 15:11:58 ID : cq7upVcIJO6
좋아하는 시, 얘기해보고 싶은 시에 대해서 썰풀어보는 스레입니다 야호~!
이름없음 2018/01/10 03:30:46 ID : irta4Nz9jBw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된다. 편지 - 김남조
이름없음 2018/01/10 03:32:01 ID : irta4Nz9jBw
캘리하다보니까 시를 자주 찾게 되는데 그 중 마음에 들어하는 시야 옛 사랑 추억하는 것 같은 느낌의 시라 좋아해
이름없음 2018/01/10 03:33:42 ID : irta4Nz9jBw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등 뒤에 터지는 네 울음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이름없음 2018/01/10 03:36:31 ID : irta4Nz9jBw
이건 이별하는 것 같아보여서 맘에 들어해 밝은 분위기들의 시 보다 낮은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뭔가 간결하고 슬퍼보여서 좋아. 이 시 필사할 때 마다 많은 생각이 나서 좋더라
이름없음 2018/01/10 23:47:22 ID : cq7upVcIJO6
죽음은 위대하다. 우리는 입에 웃음을 띈 그의 것일 뿐이다. 우리가 삶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예전부터 죽음, 파멸, 소멸, 종말, 비극, 극단 이런 소재에 익숙해와서 그런가 이런 시가 익숙해. 비록 릴케는 죽음과 같은 소재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이 시에서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우리가 삶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야. 우리는 애써 웃음짓고 소음을 만들어가며 죽음을 잊으려 하지만, 소음이 잦아들고 정적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를, 우울을 다시금 마주할 수 밖에 없어.
이름없음 2018/01/12 23:50:46 ID : O5WmMmJQk67
얇은 사 (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僧舞) - 조지훈
이름없음 2018/01/12 23:51:41 ID : O5WmMmJQk67
다들 중고딩 때 많이 봤을 시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음...핰
이름없음 2018/01/13 05:16:18 ID : 7vvdu7gpbu0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스며드는 것- 안도현
이름없음 2018/01/13 15:09:56 ID : 0oE9wGmpSIH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오늘은 잘 모르겠어 오늘은 잘 모르겠어-심보선
이름없음 2018/01/13 15:11:08 ID : 0oE9wGmpSIH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 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것이 날개다-문인수
이름없음 2018/01/14 15:48:02 ID : 0oE9wGmpSIH
증명이 오직 병뿐인 당신 나는 숨을 쉬기 위해서 통증을 만든다 회복기의 노래-박성준
이름없음 2018/01/14 16:33:38 ID : ApatvAY9xPf
너를 사랑하고부터는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울 것은 많고 마음이 소묘에 네가 번지는 일이 잦고 우울한 것들이 나의 호흡 사이사이로 뻑뻑해진다 창백한 낮에 비가 내리고 무지개는 스스로를 실종한지 오래 너는 언제까지 슬픔 사이로 촘촘해지니 비스듬한 마음 사이로 너는 비처럼 나를 적시고 나의 원고지에는 네가 쏟아지고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 서덕준
이름없음 2018/01/14 16:48:23 ID : e1zQk7bBdVe
사각형내부의사각형내부의사각형내부의사각형 (어지럽소)
이름없음 2018/01/15 01:04:57 ID : eE1eMmGk2k7
아이야 오늘도 이 엄마는 너를 안았던 가슴이 너무 허전해 너를 부르며 피를 토한다 보고싶은 아이야 귀여운 우리 아가야 박경란 아이야 너는 어디에
이름없음 2018/01/25 05:23:34 ID : 2JXBzcFfTQn
<코코로지의 유령> 지금은 거울 속의 수염을 들여다보며 비밀을 가질 시기 지붕위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 픔을 가지고 있다 희고 작고 깨끗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겨울 얼어붙은 호수의 빙판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나는 어른으로서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른으로서 봄이되면 지붕 위가 조금 시끄러워질 것이고 죽은 물고기들을 닮은 예쁜 꽃들을 볼 수가 있어 봄이 되면 또 나는 비밀을 가진 세상의 여느 아이들처럼 소리치며 공원을 숲길을 달릴 수 있겠지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겨울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을 가질 시기
이름없음 2018/01/25 17:05:11 ID : Ajdvii1ck2p
걸스카우트 매듭을 배웠는데 제대로 묶는 건 하나도 없죠 어리광 좋아해요 사랑 얘기만 하고 세상을 몰라요 -닌나 닌나, 박상수
이름없음 2018/01/25 17:05:44 ID : Ajdvii1ck2p
무얼 나눠 먹으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비참하지 않을까 -피에타, 정 영
이름없음 2018/01/25 17:06:20 ID : Ajdvii1ck2p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서정적인 삶, 김 안
이름없음 2018/01/25 17:11:57 ID : Ajdvii1ck2p
문학을 알아!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서 갔다. 문학을 알아! 담배를 빨다가 기침을 했다. 나는 문학을 알아! -펜은 심장의 지진계, 김승일
이름없음 2018/01/25 17:13:30 ID : Ajdvii1ck2p
누가 그 사람에게 빼앗으려거든 모두 다 빼앗으라고 가르쳐주어요 손도 발도 머리칼도 입술도 심장도 간도 췌장도 비장도 목소리와 목, 핏줄 하나하나까지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아이까지도 -누가 그 사람에게, 에쿠니 가오리
이름없음 2018/01/25 17:15:14 ID : Ajdvii1ck2p
흠뻑 젖은 셔츠 아래서 위가 뜨끔거린다 당신은 내게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당신도 좀 그렇다 -칠월의 또 하루, 황인숙
이름없음 2018/01/25 17:16:21 ID : Ajdvii1ck2p
이어폰을 나눠 껴도 되나요 정말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나요 작년에 죽은 내 친구는 알까요 산 사람들도 죽음과 손잡고 있다는 걸 그게 어떤 기분인지 그게 어떤 슬픔인지 아직 우린 전염되지 않았어요 -전염병, 강성은
이름없음 2018/01/25 17:20:43 ID : Ajdvii1ck2p
이스트를 먹고 고장난 생각들 주사를 맞으면 괜찮아질까 시간의 태엽을 돌리면 잃어버린 웃음도 참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고작 가발로 대머리를 감추고 자꾸만 솟는 흰 머리카락을 모자 속에 감추는 것 세상은 뭐든 묶으려고 해 생각을 묶고 시간을 묶고 마음도 묶고 사랑은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열쇠를 잃어버리기도 하지 그래서 세상은 추운 거야 사람들은 쉽게 유행에 감염돼 오늘도 뉴스를 오려 -2010 겨울, 그리고 이미지들. 박지우
이름없음 2018/01/25 17:23:26 ID : Ajdvii1ck2p
죽고 싶은데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몰라 종일 골목을 돌아다녔어 누군가 날 죽여주겠지 죽여주겠지 흥얼거리면서 말야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박은정
이름없음 2018/01/25 20:06:16 ID : 47urdV85SGo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팔복, 윤동주
이름없음 2018/01/25 20:19:52 ID : CqmILcLfgmI
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자살, 류시화
이름없음 2018/01/26 03:36:35 ID : 47urdV85SGo
어떤 날의 습기, 냄새, 사탕의 빛깔 때문에 울기도 하는 나는 지지야 지지, 만지지마, 지지라니까 지지야 -나는 시인들이다, 황혜경
이름없음 2018/01/26 03:41:40 ID : 47urdV85SGo
우리는 사라져간다 충실히 소모될 것이다 너를 사랑해 이 기막힌 재난과 함께 -막, 김이듬
이름없음 2018/01/26 22:52:37 ID : 6jdBgmGrdVc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나태주
이름없음 2018/02/19 19:08:32 ID : 7ta2k8rs2mn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차라리 나는 애인이 나의 유일한 맹신이기를 바랐다 이현호 붙박이창
이름없음 2018/02/27 05:31:50 ID : fcLhxPg3VbB
몸 속을 날던 새 떼가 한꺼번에 추락한다. 우리는 학습 없이 살육을 이해하지. 서로를 사랑해. 깍지 낀 손처럼. 가깝고 멀게. 백은선 질문과 대답
이름없음 2018/03/10 18:56:20 ID : 7vvdu7gpbu0
장미 도둑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갈래?
이름없음 2018/03/28 09:35:24 ID : k1gY65dVe5b
붉게 노을 진 마음에 머지않아 밝은 별 하나가 높게 뜰 것입니다. 보나마나 당신이겠지요. /「별2」 서덕준
이름없음 2018/03/31 19:08:24 ID : linQr805TSM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이 가을에, 나태주
이름없음 2018/03/31 19:08:56 ID : linQr805TSM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꽃그늘, 나태주
이름없음 2018/04/07 21:35:06 ID : i9vu8kljwJW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반딧불, 윤동주
이름없음 2018/04/20 17:36:59 ID : kq0oMlDwIGq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로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하나 한 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절정, 이육사
이름없음 2018/04/27 18:47:40 ID : hgqlDvDy59h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던 한 사내는 수국이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 딱, 하고 마음의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서덕준 부싯돌
이름없음 2018/04/27 18:59:14 ID : tbijg46i4K4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대는 한송이 꽃과 같이 하이네 그대는 한소이 꽃과 같이 그리도 맑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그대를 보고 있으면 슬픔은 나의 가슴 속 까지 스며든다 하나님이 그대를 언제나 이대로 말고 아름답게 귀엽게 지켜주시길 그대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어진다 꽃_김춘수
이름없음 2018/05/02 13:50:44 ID : vu8i7gnO4IF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첫사랑, 류시화
이름없음 2018/05/04 23:15:10 ID : pRwleJV83vj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으로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안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이름없음 2018/06/10 21:30:03 ID : s9Akspaq0k2
헐헐 어떡해 나 이거 너무 좋아해...!
이름없음 2018/08/03 23:52:22 ID : 1wnA47Btily
눈으로 말하다 / 미야자와 겐지 안 되겠지요 멈추지 않는군요 샘솟듯이 가래가 끓어올라 저녁부터 불면과 객혈로 주위는 푸르고 조용하고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상쾌한 바람인가 이제 청명도 멀지 않아서 푸른 하늘에서 솟는 듯이 상쾌한 바람이 부는군요 단풍나무의 새싹과 털 같은 꽃은 가을 풀처럼 출렁이고 불탄 자리가 있는 등심초 멍석도 푸릅니다 당신은 협회에 다녀오시는지 검은 프록 코트를 입으시고 이렇게 열성껏 치료도 해 주시니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한이 없습니다 피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태평하고 괴롭지 않은 것은 혼이 반쯤 빠져 나간 때문인지요 그저 피가 많이 나서 그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이 가혹합니다 당신이 보면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
이름없음 2018/08/06 23:04:07 ID : HzVdUY9Bz85
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옮긴 이 정규웅)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들이 알 듯).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싸늘하게 하고 나의 애너벨 리를 숨지게 한 것은.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떼어내지는 못했네.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이름없음 2018/08/11 01:56:36 ID : Qrbu1jvBdWj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이승희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진 집이 오랜 궁리에 빠져드는 동안 나는 그만 따라가고 싶었지 지는 것들의 뒤꿈치에 저리 아름다운 한가로움 내 것이 아닌 것들로 행복해지는 저녁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가로등 불빛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게 구역질하지 않는 것들로만으로도 얼마나 선한가 선한 것들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이제 나는 무엇을 더 내놓을 것인가 생각하는데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너는 가고 나는 남는구나 나는 남지 말아야 했다
이름없음 2018/09/30 00:49:25 ID : a1fSNAo4442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 데 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이름없음 2018/10/01 01:33:34 ID : iknyNs63TSJ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당신은, 한용운
이름없음 2018/10/01 01:34:02 ID : iknyNs63TSJ
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시친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았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였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였는데, 꿈조차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이름없음 2018/10/01 01:35:03 ID : iknyNs63TSJ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몇 개의 이야기 6, 한강
이름없음 2018/10/01 01:36:11 ID : iknyNs63TSJ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주검은 사랑인가요. 고적한 밤, 한용운
이름없음 2018/10/01 01:37:43 ID : iknyNs63TSJ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를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을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오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이름없음 2018/10/01 01:38:56 ID : iknyNs63TSJ
한용운 시인 시 예쁘고 먹먹해서 좋아해.
이름없음 2020/05/19 20:58:59 ID : gpcMlBgkoE2
이런 좋은스레가 2년간 묻혀있었다니 일단 갱신! 김지하 시인이 나중에 사상적으로 많이 달라져서 욕먹었다는 얘기 듣고 깜짝 놀랐어 타는 목마름으로 시기의 시들은 정말 좋아하거든... 나는 원래 참여문학을 싫어하는데도말야 그런데 나중엔 좀 유해졌다고 해야되나 투사같은 이미지가 없어지고 좋은게좋은거인 사상이 된거같더라고. 아쉽다....
이름없음 2020/05/19 21:00:40 ID : gpcMlBgkoE2
「당신의 피」 - 김지하 만납시다 당신의 붉은 피 더운 입김 쟁쟁한 목소리 타던 눈빛 모두 다 흩어져 없어지고 뼈마저 삭아 이젠 남김없을 때 만나요 芙蓉山 거기 붉은 흙구덩이 속 거기 칡뿌리 하늘로 울부짖던 거기 가슴 찍는 서러움 총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뒤따르던 발자국 소리 가슴 찍는 가슴 찍는 매질에도 만나요 솔내 나는 새뿕은 당신의 피 아아 잠든 애기의 미소에도 있었으니까 숨죽여 부르던 노래에도 한숨에도 기인 밤과 밤에 당신은 있었으니까 피는 살아서 이토록 내 속에 미쳐 뜀뛰고 있었으니까 만나요 뼈 삭은 한줌의 흙 마저 바람에 흩날렸어도 芙蓉山 거기 붉은 황토 눈부신 삐비 패던 등성이 거기 만나 다시 흘러요 흘러 솔내 나는 새뿕은 당신의 피 내 목숨 속에 흙 속에 누더기채 잠이 든 애기들의 저 맑은 눈 속에 저 태양 속에. -- 그래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야 ㅠㅠ. 최근에 알게됐는데 읽을때마다 조금 울것같아 특히 마지막 부분..
이름없음 2020/05/19 23:14:22 ID : TVcE9zare3T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류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있거라 -윤동주, 사랑스러운 추억
이름없음 2020/07/07 00:38:21 ID : eHu1h9cpV9c
서정주 <추천사>, <견우의 노래>, <춘향 유문> 추천사는 수업시간에 소리 내서 읽을 때 감정 이입이 되는 바람에 좋아하게 됐고 내 최애 시이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시인들 많지만 서정주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시의 음악성이 탁월하다 근데 나는 <국화 옆에서>는 좋은지 잘 모르겠다... 나는 서정주가 설화 기반으로 쓴 위의 세 시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름없음 2020/07/07 06:50:40 ID : 1yGk1fPbeFe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선운사에서
이름없음 2020/07/07 22:44:09 ID : PjAmLe3PjBt
ㄱㅅ
이름없음 2020/07/07 23:05:49 ID : PjyZcts4Hu7
윤동주 시인의 모든 시가 좋아
이름없음 2020/07/07 23:07:11 ID : a1fVfhAjfQq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마음을 달빛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아 문득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이름없음 2020/08/03 19:58:08 ID : PjyZcts4Hu7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윤동주 - 흰 그림자
이름없음 2020/08/03 21:49:02 ID : a5Vfasp9bhf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라 슬픈 날은 참고 견디라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것 그리움이 되리니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Не печалься, не сердись! В день уныния смирись: День веселья, верь, настанет. Сердце в будущем живет; Настоящее уныло: Все мгновенно, все пройдет; Что пройдет, то будет мило. 알렉산드르 푸시킨(Александр Пушкин)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이름없음 2020/08/03 21:50:26 ID : dyLe6nPilCq
윤동주 선생님 시 다 좋은데
이름없음 2020/08/03 22:37:22 ID : gpcMlBgkoE2
이거 노래도 있으니까 꼭 들어봐 좋아서하는밴드의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거임
이름없음 2020/08/03 22:38:48 ID : gpcMlBgkoE2
완전 동의! 나도 추천사 견우의노래 좋아하고 춘향유문은 읽어봤는지 안읽어봤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국화옆에서는 조금싫어해 (유난히 아저씨냄새 나지 않니) 나는 귀촉도도 좋아해.
이름없음 2020/08/04 13:43:40 ID : jy3PfQsi8oZ
청포도 ㅡ이육사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리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이름없음 2020/08/05 22:19:10 ID : sqkre4ZeMrx
마음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오래오래 곁으로 보낼게요. 비가 오면 손을 뻗고요, 눈이 오면 혀를 내밀어주세요. 별이며 달이며, 자세히 보면 새로운 모양일 거예요. 제가 제 맘대로 디자인한 거예요. 좋다, 하고 말해주세요. ㅡ그리운 목소리로 혜선이가 말하고, 시인 김소연이 받아적다.
이름없음 2020/08/05 22:19:42 ID : sqkre4ZeMrx
이정하, 내가 웃잖아요 그대가 지금 뒷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나는 괜찮을 수 있지요. 그대가 마시다가  남겨 둔 차 한 잔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듯이  그대 또한 떠나 봤자 마음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을 수 있지요.  가세요 그대, 내가 웃잖아요.  너무 늦지 않게 오세요.
이름없음 2020/08/05 22:20:27 ID : sqkre4ZeMrx
홍성주, 추신 당신이 나를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다만 보이니까 바라본 것일지라도 나는 꼭 당신이 불러야 할 이름이었잖아요
서시/ 윤동주 2020/10/28 12:42:05 ID : IJO02re7zdR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름없음 2020/11/11 17:27:12 ID : E1eNtcnvbdA
후덥지근한 교실의 여름과 절정의 여름, 레몬향이 넘실거리는 첫사랑의 맛이 나 햇살을 받아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돌아갈 수는 없어도 펼치면 어제처럼 생생한, 낡은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단편 필름들. 말미암아 절정의 청춘, 화성에서도 사랑해는 여전히 사랑해인지 밤이면 얇은 여름이불을 뒤집어 쓴 채 네 생각을 하다가도 열기에 부드러운 네가 녹아 흐를까 노심초사 하며, 화성인들이 사랑을 묻거든 네 이름을 불러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음절마자 황홀한 석 자를 앗아가면 어쩌지 고민하던 그러니 따끔한 첫사랑의 유사어는 샛노란 여름 첫사랑, 여름 - 유지원
이름없음 2020/11/12 00:40:44 ID : s2k9vAY2oJW
도둑이 든 여름 서덕준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도 좋습니다 내가 세상의 꽃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 올 테니 전부 그대의 것 하십시오 그러니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이름없음 2020/11/15 18:49:12 ID : bcsjfTU6o6p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장석남, 배를 매며-
이름없음 2020/11/15 18:52:03 ID : bcsjfTU6o6p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가을 中-
이름없음 2020/11/18 21:00:57 ID : eLbA7uq6o1B
해가 지고 있다. 해가 지고 있어. 그가 말했다. 그래 해가 지고 있지. 그녀가 말했다. 해가 지고 있으니 뭘 할까. 그가 말했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술 마실까. 그가 말했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했다. 울지 마. 그가 말했다. 안 울어. 그녀가 말했다. 울지 마. 그가 말했다. 안 울어. 그녀가 말했다. 울고 있는 거 같은데. 그가 말했다. 안 울어. 그녀가 말했다. 술 사 올까. 그가 말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는 술을 사러 나간다. 해 지는 겨울. 그가 술을 사러 나간 사이에 그녀는 죽지 않겠지. 그는 빨리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있다. 그는 가게를 지나쳐 계속 걸었다. 그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졌어. 그녀는 중얼거렸다. 겨울, 이준규
이름없음 2020/11/18 21:04:08 ID : eLbA7uq6o1B
너를 예로 들어 남을 위로할 때가 올까 봐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게 될까 봐 두려워, 원태연
이름없음 2020/11/18 21:04:58 ID : eLbA7uq6o1B
너는 날아갈 것이다 날아가지 마 너는 날아갈 것이다 새, 심보선 ;보면 그냥 담담한 문체들인데 이런 시들을 보면 울컥하더라
이름없음 2020/11/21 15:02:02 ID : sjbhdO7bzWj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믿지 않으면 넘어지리니.
이름없음 2020/11/22 01:30:18 ID : SNxO7cJPjBz
이육사 선생님... 모의고사에서 지문으로 나올 때마다 감동받음. 진짜 천재같고 너무 멋있고 좋고 다 해ㅠ 표현이 선명하고 강하면서도 아름답고 깨끗하고... 그런 시를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ㅠㅠ??
이름없음 2020/11/27 13:36:10 ID : 40nvhcMjhdV
나 이거 엄청 좋아해ㅠㅠㅠ 여기서 보게 되다니
이름없음 2020/11/29 12:48:18 ID : xA1vfRxA3Rz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부치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편지, 윤동주 다들 윤동주 하면 교과서에 실려있는 그런 시들만 좋아하길래ㅠㅠ 나는 윤동주의 이런 귀여운 일상시들이 좋아. 다른 귀여운 시는 <참새> 하고 <할아버지>!!!! 진짜 너무 귀엽다구 할아버지 시는 짧으니깐 쓰고가야짓. 이 시는 제목을 맨 위로 봐야 함 할아버지 -윤동주 왜 떡이 씁은데도 자꼬 달다고 하오
이름없음 2020/11/29 12:50:10 ID : xA1vfRxA3Rz
자살하지 마라 별들은 울지 않는다 비록 지옥 말고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다 할지라도 자살하지 마라 천사도 가끔 자살하는 이의 손을 놓쳐버릴 때가 있다 별들도 가끔 너를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다 -별들은 울지 않는다, 정호승 이 시도 조아행....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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