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뒹굴거리면 창 밖으로 거대한 산이 보인다. 초록의 나무들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산. 이름도 모르고 가본적도 없다.
붉게 물든 노을이 정상을 차지하고 천천히 내려간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야간산행'. 어쩌지. 재밌을 것 같다.
방금까지 무료함에 휩싸였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을 쌋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을 손에 쥐고 확인한다. 어두운 산 속엔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까.
손에 든 권총을 품에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챙길 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