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겪은 일임. 모 예술대학에 학생들은 거의 안쓰는 구석탱이에 창조관이란 곳이 있 다고 함. 보통 창업 관련이나 입주작가들이 사용하는 건물인데, 예술대학 특성상 창업하는 사 람들이 타대학보다 적고(원채 학생 수도 적음), 입주작가는 워낙 적게 뽑다보니까 밤에 가면 거의 이런 느낌?
그 때 내 친구는 저 창조관에서 멀지 않은 기숙사에서 살고 있었는데, 룸메가 미술원 사람이 었음. 근데 신기한게 기숙사 생활하는 두 달 동안 첫날 말고는 얼굴을 한 번도 못 봤다는거야. 매일 새벽에 들어와서(친구는 잠귀가 어두워서 그냥 왔다 갔구나 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음 ㅇㅇ..),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내고 다시 나가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만 내고 다시 나가고 그랬던 거지.
근데 하루는 기숙사 위원회에서 룸메랑 사진찍고 인증하는 이벤트 참여하면 치킨 쿠폰 준다길래, 친구는 룸메랑 사진 찍으려고 기다렸대. 그때가 여름이니까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을 거 아냐? 그 때 나무가 쓰러지면서 정전이 났는데, 새벽까지도 룸메가 안들어오는거임... 그래서 내 친구가 걱정하면서 기다리다가 선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분명 잠에 들었는데 정신은 멀쩡한 그런 상태 알아? 그런 상태가 된 거지. 신체 감각이 엄청나게 예민해져서 뭔가 문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친구 말로는 학교에서 이런 기분이 들면 바로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더라)
멀리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랑 함께, 젖은 발자국 소리가 들렸대. ‘똑, 똑,’ 그리고 뭔가 고양이가 울 때 나는 가늘고 기다란 음량으로
‘와, 에, 해, 아, 해.’
‘오, 으, 까, 이, 와, 에, 해, 아, 해.’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는 거임.. 소름끼침..
다음 날 일어나서, 꿈인지 실제인지 몰라서 룸메한테 카톡이랑 문자 보냈는데, 답은 계속 없 었고, 친구가 입주작가 신청하러 창조관 갔는데, 거기서 멍하게 벽에다 대고 사진 찍고 있는 룸메를 봤다더라. 들리는 소문에는 그 사진들이 의미하는게 ‘모 예술대학 사람들이, 학교와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 이라던데, 뭔지는 아직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