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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죽어.
죽어.
죽어!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소년은 좁은 벽장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살해한다.
한 명, 두 명, 세 명, ……백 명, 천 명, 만 명……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소년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나요?
상태, 생각, 과거, 나이, 상황. 뭐든지 말해드릴게요.
소년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저주하고 있습니다.
식사도 하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벽장 안에 갇혀 있어요.
몸 곳곳에는 멍이 가득합니다.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네요.
소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가만히 기다려요.
2. 꺼내달라고 소리쳐요.
3. 분노를 해소해요.
4. 더욱 저주해요.
소년은 계속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이렇게 괴로운데. 다른 사람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게 너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증오스러운 사람.
소년을 이곳에 가둔 아버지.
-바늘로 눈알을 찌를 거야. 그리고 톱으로 팔과 다리를 서걱서걱 할 거야. 그리고 마구마구 때릴 거야. 기절할 때까지! 기절할 때까지 때릴 거야!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랫동안 비를 맞지 못한 갈라진 땅과 같은 섬뜩하고 기분나쁜 목소리.
어쩐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나.
대답해야 할까요? 뭐라고 말할까요?
-누, 누구세요? 너 누구야?
-나야, 나. 너와 항상 함께하고 있잖아. 지금도 같이 있고.
큭큭큭큭. 키키키키키...
소름끼치는 웃음이 귀를 파고듭니다.
소년은 불쾌한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았습니다.
-울지 마. 왜, 왜그래.
두려움에 소년의 눈에 눈물이 점점 고이기 시작하자,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당황하며 소년을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기분 나쁘게 웃어서 미안하다고, 무서웠냐고, 자신이 싫냐고.
걱정하는 투로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사과해옵니다.
-우린 둘도 없는 친구잖아. 친구. 소중한 친구.
-아니야! 거짓말 치지 마!
안그래도 소년은 꽤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한밤중인데다가, 방의 불은 켜져있지도 않아서 벽장 문 틈에서도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았어요.
비좁고 온통 새까맣기만 한 곳에서 웅크리고 몇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며 기묘하게 웃어대다니.
얼마나 무서울까요.
-그만 울어. 우는 것보다는 화나있는게 좋아.
-어째서?
-너의 분노는 내가 다 사라지게 해줄 수 있거든.
-정말? 그럴 수 있어?
-어때? 내 소중한 친구야. 내가 도와줄까?
-필요없어. 내가 할 거야.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거야…
목소리는 소년의 거절에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말이야. 여기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내가 너의 아버지의 통화소리를 엿들었거든.
-아버지가 뭐라고 했는데?
-네가 굶어 죽을 때까지 여기에 가두어둔대. 쓸모없는 애새끼. 키우는 거에 돈만 들 것 같고, 애어미도 죽었으니까. 네가 죽으면 산에 묻어버린댔어.
이번에 침묵한 것은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멍한 얼굴로 입을 꾹 닫곤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소년을 죽일 생각일까요. 정말? 아무리 그래도 제 피붙이인데?
-그 쓰레기는 너를 죽일 거야.
-…
-정말이야. 난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
1. 목소리의 말을 믿는다.
2. 목소리의 말을 믿지 않는다.
-도와줘.
-응.
-아빠를 죽여야겠어. 내가 먼저.
-얼마든지.
소년의 요청에 목소리는 기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피식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목소리는...
1. 아주 끔찍한 모습이었다.
2. 꽤 귀여워보였다.
3. 밋밋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는 꽤 귀여워보였다.
예전에 티비에서 본 만화캐릭터와 상당히 닮아 있었으니까.
검정색의 털복숭이에, 반원의 귀가 있고, 똘망똘망한 두 눈 위에는 뿔이 한 개씩 달려 있었다.
책상 달력만한 크기였다. 조금 껴안고 싶은 비주얼. 꼭 다문 작은 입이 열렸다.
-잊어버린 것 같아서 다시 말해주자면, 내 이름은…
목소리는 자신의 이름을
이라고 소개했다.
-내 이름은 타로야!
타로가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리자, 굳게 닫혀 있었던 벽장 문이 부숴질 기세로 열렸습니다.
벽장 바깥 또한 어두웠지만, 창문이 달빛을 비추어주고 있었어요.
타로가 그 달빛으로 다가갔고, 타로의 눈은 달빛으로 더욱 빛났고.
소년은 조금 벅찬 기분을 느꼈습니다.
벽장의 문이 열리고 나서 본 것은 항상 아버지의 화난 얼굴이었는데.
이런 환한 미소는 처음이었어요.
-……내 이름도 알려줄게. 내 이름은 ,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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