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
창백한 피부와 얇고 긴 팔다리.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괴물이라고 말했다.
이름없음2022/08/17 18:25:46ID : wlheY9xSMks
또래보다 약간 마른 편이긴 했으나, 어렸을 때의 난 남들과 같았다.
평범한 몸에 평범한 피부색.
이름없음2022/08/17 18:36:37ID : BwHyIFfPjvu
보고 있어!
이름없음2022/08/19 22:58:18ID : va9Ai7feY2r
그러나 13살이 되던 해에 내 인생은 망가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느껴진 엄청난 고통.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거실로 나가 진통제를 찾고 있는데, 방에서 나온 엄마가 날 보고 비명을 질렀다.
놀란 나는 엄마를 부르며 다가갔지만 곧이어 나온 아빠가 날 막아섰다.
엄마와 아빠를 향해 손을 뻗었으나 내 눈에 들어온 건 손이 아닌 검은 무언가였다.
이름없음2022/08/20 19:13:33ID : 3TPcnyNBAo5
내가 그 징그러운 거미 같은 것을 보고 당황한 사이에, 갑자기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름없음2022/08/20 19:18:52ID : 3TPcnyNBAo5
정신을 차렸을 때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주변은 온통 새까맸고 간간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시간이 지나고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이곳이 숲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엄마와 아빠가 날 버린 것이다.
이름없음2022/08/20 19:22:14ID : 3TPcnyNBAo5
애써 그 사실을 부정했으나 몇 밤이 지나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기에 나는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미칠 듯이 슬퍼서 계속 눈물만 흘렸다.
그들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게 남은 건 원망뿐이었다.
운 좋게 발견한 연못에서 나는 달라진 내 모습을 보았다.
징그럽고 낯선 모습이었다. 그 누구도 내가 원래의 나라는 것을 알지 못할 만도 했다.
이름없음2022/08/22 21:10:03ID : va9Ai7feY2r
그러나 가족이라면, 그것도 부모라면 그 누구와는 조금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과 내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들은 나와의 13년을 통째로 갖다 버린 것이다.
진정 그들이 나를 사랑했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울음을 멈췄다.
나는 더이상 그런 인간들을 내 부모로 여기지 않을 것이고, 그들을 그리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 없이도 잘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