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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10/03 05:23:26 ID : U4Zjy0q7Btg
가끔 나는 초등학생 때의 악몽을 꾼다. 벌써 십 년도 넘게 지난 이야기이지만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첫사랑은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고등학생 시절의 그 녀석인걸로 되어있다. 묻었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신이 견딜 수가 없어서, 무슨 말을 들어도 감당하겠다는 각오로 올린다.
이름없음 2022/10/03 05:40:01 ID : U4Zjy0q7Btg
지금이야 정신을 차리고 정신적 문제를 치료했지만 고등학생때까지는 그게 어느 정도 남아있었고, 그런 불안정함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2D를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런 쪽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지금이야 그 시절의 나를 멘헤라라고 지칭하지만, 내가 초등학생이던 그 당시에는 멘헤라라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멘헤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인간이었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내 초등학생 시절 진짜 첫사랑에 대한 얘기다. 그 시절 나는 부모의 사정으로 인해 조부모의 삶에 끼어들어 살며 무척이나 불안해했고, 자해행위를 일삼는 망가진 초등학생이었다. 거기에 사람에 대한 집착이 심했고, 자존감도 극단적으로 낮으며 자기 스스로의 우울함을 어떻게든 받아들이고자 자기연민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나는 A를 만났다. 그다지 잘생긴 것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순한 인상을 가진 남자아이였다. 나는 그 애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이름없음 2022/10/03 05:47:22 ID : U4Zjy0q7Btg
자세히 말하자면 대략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에서 만났다. 운 좋게 다음 해까지도 같은 반이었다. 순한 인상과 뿔테 안경이 주는 모범생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들어맞아서, A는 책을 좋아했다. 나 또한 좋아하였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반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러 나갈 때 A는 벤치를 지키고, 나는 그 옆에 달라붙어 같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쨌든 A는 내게 있어, 삶을 살며 처음으로 발견한 보물 같은 존재였고, A 또한 나를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가 있기에 나는 학교를 갔고, 열심히 살아가려 했다. 자해는 그만두지 않았지만, 아무튼.
이름없음 2022/10/03 05:48:20 ID : U4Zjy0q7Btg
그 시절이면 대개 반 아이들은 남녀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리고 나는 그게 좋았다. 우리가 그렇게 보이는구나.
이름없음 2022/10/03 05:50:50 ID : U4Zjy0q7Btg
아마 우리의 관계는, 초반에는 정말로 문제가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벽에 머리를 찧는 장면을 A가 발견한 뒤부터가 문제였다. 사실 내가 보여주고 싶어서, A가 자주 다니는 곳 근처에서 그랬던 것 같다. 너는 알아주겠지. 내가 이상한 애여도 좋아할거잖아. 우리 둘은 소위 말하는 찐따였고, 서로 외에는 그다지 같이 있을 이가 없었다. 사교성은 그나마 내 쪽이 좋았지만 정신상태는 A 쪽이 더 나았다. 내가 망쳐버렸다.
이름없음 2022/10/03 05:54:54 ID : U4Zjy0q7Btg
그 장면을 발견한 A는 나를 걱정했다. 그게 좋았던 것 같다. 늘 그러고 있었지만 멍이 들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조부모님은 쭉 몰랐는데, 너만이 알아줬다. 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불안했고, 늘 불쌍한 애로 있어야 했다. 특히나 A 앞에서는.
이름없음 2022/10/03 05:56:40 ID : U4Zjy0q7Btg
왜냐? 그러면 걔가 날 신경써주니까. 단지 그것뿐이었다. 한편으로는 걔에 대한 걸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절은, 사물함 자물쇠 비밀번호쯤이야 곁눈질로 몇번 보다 보면 외워질 정도로 단순한 시절이었다.
이름없음 2022/10/03 06:02:15 ID : U4Zjy0q7Btg
아직 쉬는 토요일, 가는 토요일이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쉬는 토요일에도 종종 학생들을 불러모으던 동아리 같은 게 있었다. 아니 동아리가 맞나? 방과후 활동이었나. 안 중요하니까 어쨌든 동아리라고 하겠지만, 나는 내 주변에 그나마 나와 친하던 다른 여자애 B가 그런 동아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B가 동아리 활동을 하러 나왔던 어느 토요일 날, 같이 학교를 갔다. 끝나고 같이 놀자는 핑계를 대고, 나는 혼자 학교 구경이나 하겠다며 B의 동아리 활동이 있는 교실과 멀리 떨어진 우리 반 교실로 갔다. 그러곤 곁눈질로 봐서 외워둔 비밀번호를 맞춰 A의 사물함을 열고, 노트와 교과서의 낙서를 훔쳐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자면, 이건 스토커였다. 고등학생 시절 깨달았기에 다행이다. 나는 정말로 제정신이 아닌 인간 쓰레기 새끼였다.
이름없음 2022/10/03 06:03:56 ID : U4Zjy0q7Btg
그래도 정말 그것까지만 했다. 그 뒤에 A가 다른 애와 조금 친해진 걸 알게 되기 전까지는, 정말로 그것만 했다.
이름없음 2022/10/03 06:09:34 ID : U4Zjy0q7Btg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니 A는 다른 반 남자애 C와 친해져있었다. 아마 걔도 우리랑 비슷한 처지였다고 생각한다. A가 말하길 C는 동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라고 했고, 학교에서 본 C는 어쩐지 겉도는 기색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걔랑도 같이 있으면 우리 둘은 더 이상 그런 사이로 안 보이잖아. 유치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사고방식이 이미 심각하게 미쳐있었다. 아마 이 시기쯤부터 자해의 수위가 올라갔다. 몸에 칼을 대기 시작했으니까. 손목에는 늘 곱창 머리끈이 감겨있었다.
이름없음 2022/10/03 06:16:40 ID : U4Zjy0q7Btg
사실 그냥 C가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걔는 어쩐지, 어른이 신경써주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옷은 늘 구깃구깃하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C는 그 시절의 나보다 더 사랑을 못 받았던걸지도 모르겠다. 그게 안쓰럽고 또 기분 나쁘게 여겨져서 싫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꽤 영악했다. 왜 나랑 안 놀아주냐는 둥 울면서 빌어봤자 부모님이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함께 있어줄 이가 더 생기지도 않았다. 부모님은 일이 바빴고, 그런 상황에서 최적은 나를 조부모 댁에 맡겨놓는 거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서 나는 호소하는 건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고, 단지 귀찮고 추하게만 여겨진다는 걸 배웠다. 조부모님께서는 늘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표정을 구기셨다.
이름없음 2022/10/03 06:23:20 ID : U4Zjy0q7Btg
그래서 나는 C의 약점을 건드릴 계획을 세웠다. 그러기 위해 우선 약점을 알아야 했다. 나는 소문에는 그리 밝지 않았기에 B를 통해서 소문을 주워들으려 했지만 C의 반에는 B의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운 좋게, 학교 구조상 양호실로 가려면 C의 반을 지나서 계단을 내려가야 했기에 C의 반을 흘깃 보며 또 다른 것을 알아내었다. 트집 잡을 거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조별 활동에서 C는 아무랑도 짝이 되지 못하는, 정말로 겉도는 아이라는 걸 알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였다. 그건 너도, 나도,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트집거리가 되지 못했다.
이름없음 2022/10/03 06:27:52 ID : U4Zjy0q7Btg
그렇기에 나는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며칠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영악한 아이라도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었다. 며칠이 그리 긴 시간이었는지 나는 참을성이 없어져서 결국 폭발했다. 손목을 몇 번이고 그었다. 학교 구석에서. 이번에도 나의 첫사랑, 네가 봐주길 바라며 무방비하게 숨는 둥 마는 둥 구석에 처박혀 손목에 면도칼을 대고 그었다. 그리고 그걸 C가 발견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C는 생각 외로 좋은 아이였고, 그 과정에서 나는 그 애의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처자식을 패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건드릴 수 없었다.
이름없음 2022/10/03 06:32:46 ID : U4Zjy0q7Btg
이딴 것도 양심이랍시고 갖고 있어서 그 부분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A에게 있어 가장 불쌍하고 가여운 아이였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C의 불행을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솔직하게 A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잘 되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없음 2022/10/03 06:40:15 ID : U4Zjy0q7Btg
나는 C에게 그것과 함께 또 너무 많은 걸 말해버렸다. 그리고 C는 그걸 A에게 나불나불 불어버린 모양이다. A의 눈빛이 나를 볼 때마다 불안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나와 A의 사이는 점점 차갑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바라지 않던 상황이 왔고, 나는 결국 정신이 이상해졌다. 11월이 되자 나는, A가 등교할 시간에 맞춰 눈 앞에서 투신하기로 결심할 지경이 되었다. 트라우마로라도 남고 싶었다. 하지만 살아야 했으니까, 그래야 네가 날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내 곁에 와줄테니까, 그러니까 유서에 A의 탓은 하지 않았다. C의 이름도 적지 않았다. 단지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부모님을 더 자주 보고 싶다고 적었다. 그러고는 3층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심했다. 왜 3층이었냐면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았으니까. 죽지 않고 다리만 부러지는 정도가 최적이라고 여겼다. 전날 손목을 더 세게 그어 상처를 만들고, 유서를 품은 채 일찍 등교해서 시간을 쟀다.
이름없음 2022/10/03 06:45:23 ID : U4Zjy0q7Btg
그리고 3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중 C와 눈이 마주쳤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게 아니면 그 표정은 말이 안 되었으니까. 생각보다 C는 훨씬 더 빨리 등교를 했고, 운 나쁘게도 C에게 발견되었다. 그 날 이후 창문에는 철봉이 생겨서 창문을 열어도 몸을 내밀 수 없게 되었다. 나랑 C 외에도, 그 복도를 지나가던 6학년 선배 둘은 아마 이유를 알고 있겠지.
이름없음 2022/10/03 06:55:34 ID : U4Zjy0q7Btg
그리고 그 이후 나는 며칠간 학교를 쉬었다. 그간 부모님과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고 또 며칠 학교를 다니다 보니 금방 방학이 왔다. 겨울방학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고,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자해 버릇은 생각보다 빠르게 나았다. 다음 학년이 되고, A는 여전히 내게 별 말이 없었다. C는 같은 반이 되었고, 나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많아보였다. 둘은 여전히 친구였고 나는 빼앗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B와는 반이 갈렸지만 B의 친구 한둘과는 같은 반이 되었고, 나는 그 애들과 친해져 여전히 B와 함께 놀 수 있게 되었다. 여자애들과 노는 건 의외로 나쁘지 않았고, 빼앗긴듯한 기분도 어느 정도는 사라져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A를 좋아했고, A는 C와 겨우 놀 뿐 고립되어갔다. B와 그 친구들은 착했고, 나는 많이 나아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을 서로 데면데면하게 보내다가, 계절성 우울증이 도지기 시작하는 10월이 되자 A는 다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름없음 2022/10/03 07:01:25 ID : U4Zjy0q7Btg
우리의 관계는 생각보다 평범하게 다시 이어졌다. C는 어쩐지 A를 싫어하고 있었다. 나중에 A에게 듣기를, A가 C의 아버지에 대해 말실수를 했다가 싸움이 커졌던 모양이다. A는 뒤늦게 사과를 하려 했으나, 그것마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면 다시 혼자로 되돌아가야 맞았겠지만, 내가 작년 1년간 A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던 탓에 사람에게 익숙해져버린 A는 이전처럼 혼자 있는 것이 싫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A의 취미는 독특했고, 그 얘기로 재미있게 같이 말할 수 있는 건 A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걸 굳이 찾아본 나 뿐이었으니까. 결국 내가 바라는 대로 되었다. 그게 너무나도 기뻐서 일기를 썼었다. 지금은 태워버렸다. 나는 이런 과거의 내 사고방식이 무서웠다. 그리고 A에게 나타난 변화가 더 무서웠다. A는 그때,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의 나와 비슷한 상태였다.
이름없음 2022/10/03 07:09:34 ID : U4Zjy0q7Btg
너는 나에게서 많은 걸 배워간 것 같다. 그렇다고 정신병까지 가져가선 안됐는데. C는 내가 이상한 년이라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겠지만 결국 A에게 남은 건 나 뿐이었고, 나에게 남은 건 A 뿐이었다. 우리는 전처럼 그런 사이가 되었다. B와 다른 친구들은 이제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우리 둘은 다시 자주 곁에 있게 되었고, 이제는 서로를 바라보며 뺨을 붉힌 채 좋아한다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너를 좋아하니까 당연히 해야 할 표현이었다. 이 시절의 A는 내게 은근히 의존하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맡기고 의존하는 게 너무나도 평범해서, A가 나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중학교에 올라갈때까지도 우리는 서로에게 알게모르게 의존하며 어린애답게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여친이니, 남친이니 하며 놀았다.
이름없음 2022/10/03 07:12:55 ID : U4Zjy0q7Btg
A와 사귀기 시작하고 내 정신상태는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찐따끼리 여친 남친 하면서 놀면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건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상태는 예전과 똑같이 끔찍하게 맛이 간 수준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부모님은 나를 챙겨주셨으니까. 비록 상담기관에 가는 건 시선이 두려워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해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간신히 유지는 할 수 있었다. 뭣보다 우울하면 A랑 놀면 되니까.
이름없음 2022/10/03 07:22:43 ID : U4Zjy0q7Btg
하지만 이 시기부터 A는 상태가 많이 나빠졌던 모양이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하며 간신히 버틸 수 있게 되자, A는 중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극도로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이 부분은 나와 A의 학교가 갈린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A가 간 중학교는 남중에, 소위 똥통 학교라고 불리는 학군 내에서 평이 나쁜 곳이었다. 알을 다 써가면서 통화를 하고, 학교가 끝나서 같이 노는 걸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학교 자체의 분위기가 나쁘니까 그야 어쩔 수 없겠지. 그럼에도 A는 내 탓으로 망가졌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 이후 다시 한번 자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벽에 머리를 찧지도, 손목을 긋지도 않았다. A를 자극했다.
이름없음 2022/10/03 07:29:16 ID : U4Zjy0q7Btg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를 망치고, 부모님은 내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압박이 갑갑했고, 나는 최대한 멀쩡하게 있어야 했다. 속이 다시 곪아터지기 시작하는 와중에, 나는 불안정한 A를 다정하게 보살피는 착한 여친으로 있고 싶었다. 그 애가 나한테 이미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한 채, 의존해주길 바랐다. 그런 행동이 내게는 일종의 자해행위가 되었다. A가 종종 짜증을 낼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고, A의 감정 쓰레기통과 비슷한 역을 자처하며 스스로를 학대했다.
이름없음 2022/10/03 07:32:18 ID : U4Zjy0q7Btg
신기하게도 A가 그런 불안정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A는 신세 한탄을 길게도 늘어놓는 걸 제외하면 무해했고, 단지 나는 A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좋았으니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신병이다.
이름없음 2022/10/03 07:36:08 ID : U4Zjy0q7Btg
하지만 나와 A의 이러한 관계는 중학교 1학년 중반쯤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식으로 A와 함께 놀며 A의 짜증을 받아주던 게 어떤 결말을 불러올 지 몰랐다.
이름없음 2022/10/03 07:54:13 ID : U4Zjy0q7Btg
어느 날 A와 연락이 끊겼다. A의 집은 비었고, 전화번호는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다. 고작 중학교 1학년짜리 여자애 혼자서는, 찾아나설 수 있는 범위가 너무나도 좁았다. 그래서 찾지 못했다. 단지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삶에 치여 반쯤 잊고 살았다. 그리고 그 이후, 고등학교에 올라갈 준비를 하던 시절에 나는 A에 대한 걸 어쩌다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일단은 사고사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로 사고사일까 의문스럽다고, 종종 초등학생 때의 나와 관련된 일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 말과 함께 나는 나조차도 잘 알지 못했던, 초등학생 시절 나와 거리를 두던 때 A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마 그 이야기가 처음으로 시작된 건 C겠지. 그 애 말고는 짐작이 안 간다. 그 시절, 말하지 못한 게 많은 것 같던 C의 표정은 그런 의미였겠지. 이것만은 정말로 무덤까지 묻어둬야 맞다고 보기에, 그때 내가 들은 말이 어떤 말이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종종 초등학생 시절 A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를 짐작하며 꿈을 꾼다. 이름도 바꾸고 정신과도 가서 치료도 받았는데 아직도 가끔 그 정도 나이대의 어린 남자애를 보면 A가 떠오른다.
이름없음 2022/10/03 10:47:31 ID : U4Zjy0q7Btg
이 위의 내용은 몇 달 전 떠난 사촌 언니의 일기를 바탕으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부분은 대충대충 넘기긴 했지만 그 언니의 시점에서 대강 정리해서 적었어. 친했던 언니고, 만화 같은 취미를 공유하던 좋은 친구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나한테 남겨준 굿즈들 사이에서 이 일기를 발견하고 나니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져서, 올리게 되었음.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고 싶다,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 말도 있었고. 결국 내가 아니더라도 그 C씨는 말하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일단 내 시점에서는 괴담이라서 괴담판에 올렸어. 어느 쪽이냐 하면 언니의 몰랐던 면모가 두렵다는 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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