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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Y1beIKY3A 2018/08/10 02:07:50 ID : gphvu4Nvu03
( 탁, 마이크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아스라이 웅성대는 소리 들리다 이내 잠잠해진다. 큼,으흠, 몇 번 목을 푸는 소리가 난다. 톡톡 마이크를 쳐보는 손이 잔상처럼 마이크 소리로 퍼진다. ) 아, 아. 잘 들리고 있습니까? 내 이름은 P. 전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다는 연쇄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오른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믿지 않으실 것 같다만 저는 저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차근차근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요. 결정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ByY1beIKY3A 2018/08/10 02:15:45 ID : gphvu4Nvu03
그래, 처음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처음으로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 말이지요. 벌써 수 개월 전 일이군요. ( 탁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 처음 시작은 충청북도의 한 작은 마을이었던가요. 누군가의 폐를 찢을 듯한 비명을 기점으로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마을 한복판, 그것도 마을회관 앞에 얌전히 두 팔을 모으고 있는 한 여성의 시체였지요. 원통함을 보이듯 부릅뜬 두 눈은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했습니다. 실로 기괴하지요. 절망감에 가득찬 두 눈과 비정상적으로 비틀린 얼굴의 각도, 굳어있는 얼굴 근육. 지옥의 악마라도 본 것일까요. ( 잠깐 타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이즈로 인해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 이런. 형사님의 심기에 거슬렸다니 충실히 사건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얌전히 두 손이 포개져 있는 배 부근은 칼로 난도질이 되어있었다는 겁니다. 뱃가죽을 들췄을 때 몇몇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해댔어요. 그럴 만 했죠. 그 안에는 장기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으니까요.
◆ByY1beIKY3A 2018/08/10 02:25:49 ID : gphvu4Nvu03
장기매매인가? 처음에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분명 어디선가 인신매매범들이 벌인 나쁜 짓일 거라고 분노한 이들이 대다수였으나, 그들은 전부 힘없는 노인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 약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이 순진한 사람들은 별 뒤숭숭한 일도 다 있네, 부정 타려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사건이 널리 퍼져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이 사실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임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사람이 모였다 하면 살인사건에 대해 떠들기 바쁘던 나날, 그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장기가 잇따라 발견되었습니다. 한 줄로 죽 늘어선 인간의 굳고 말라비틀어지고 변색된 장기는 빈말로도 보기 좋은 것이 아니었지요. 그 절정은, 난도질이 되다 못해 걸레가 된 자궁이었습니다. 칼로 여러 차례 헤집은 듯 이리저리 찢기고 구멍 난 그 장기가 암시하는 바가 무엇이었을까요.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렸습니다. 경찰, 언론, 방송.. 많은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밀물처럼 밀려든 인파에 당황한 노인들은 떠듬떠듬 아는 것들을 늘어놓았고, 경찰은 곧 범인이 잡힐 것이라는 무의미한 말과 함께 겁에 질린 노인들을 두고 떠나갔습니다. 다음 날의 신문 1면과 9시 뉴스의 첫 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은 유례 없이 잔혹한 살인 사건의 밀착 취재 내용이었습니다.
◆ByY1beIKY3A 2018/08/10 02:32:24 ID : gphvu4Nvu03
당연히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습니다. 여성들은 한 차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뉴스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러나 이렇게 볼 거리가 많은 자극적인 현대사회에서 고작 충청도 어딘가의 살인사건 쯤은 가벼운 가십거리에 불과했나 봅니다. 살인 사건은 범인조차 잡히지 않은 채 흐지부지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똑같이 유형의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하기 전까지는요.
◆ByY1beIKY3A 2018/08/11 03:02:17 ID : gphvu4Nvu03
충청도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2주 후, 그 사건을 잊어가던 사람들에게 불을 지핀 일이었지요. 이번 피해자는 20대 여성, 30대 여성이었습니다. 최초 피해자가 60대인 것을 감안하면 공통점이라고는 여성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계속해서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최소 3일에서 최대 한달의 불규칙한 주기, 추가 피해 발생 지역은 대전, 부산, 울산, 수원, 경기. 10대 피해자가 넷, 20대 피해자가 다섯, 30대 피해자는 둘, 60세 이상의 피해자가 하나. 총 열두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대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검거를 위한 수색에 들어갔으나, 여러 지역을 거쳐 일어나는 만큼 그 수는 분산될 수 밖에 없었죠. 모든 여성들은 장기가 일렬로 늘어지고, 자궁만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체에서 하나의 사인이 발견되었습니다. '서울' 깨끗한 상태로 정리되어있던 여타 피해자들과는 달리, 마지막으로 발견된 시체는 팔과 다리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여있었습니다. 붉은 잉크로 대충 휘갈긴 듯 씌어있는 모든 단어는 단 하나. 서울.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아, 아쉽지만 첫 번째로 허락된 시간이 끝이 났군요. 뒷이야기 역시 차근차근 들려드리도록 하지요. 말씀드린 대로, 아직 시간은 많고 결정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 ( 잠시 잡음. 아마도 성인 남성의 말로 추정.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음. 의자를 끌며 일어나는 소리, 뒤이어 툭. 마이크 꺼지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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