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9/11 12:29:55 ID : 9dDzhy0so3P 0
갑자기 뽕차서 쓰게 됐어... 지금 막 5분전에 아이디어 떠올랐는데... 계속 이을지 단편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 참고로 백합이고, 백합이란 여자애 둘이 꽁냥거리는 장르를 말해. 거부감 있으면 바로 뒤로 가기 눌러줘. 제목은 대충 지은거라 나중에 바꿀지도 몰라. 원래는 간략하게 제로거리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미 있더라. Bl...
2 이름없음 2018/09/11 12:49:35 ID : 9dDzhy0so3P 0
찰랑거리는 이쁜 단발, 초롱초롱한 눈, 기다란 속눈썹, 가지런한 눈썹, 오똑한 콧날, 그리고 앵두같은 입술. 나보다 키가 좀 작은 네가 내 품에 쏙 안긴다. "내가 너 많이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이미 몇십번이고 들은 고백. 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사랑해~!!" -나는 안다. 네가 매일같이 하는 그 "농담" 뒤에는 차마 감춰지지 않은 감정이 주체를 못하고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 그래." 나는 안다. 나의 이 퉁명스런 대답 뒤에는, 너와 같은 감정이 자리잡고 있음을. "아 너네 뭐냐. 레즈세요? ㅋㅋ" 그리고 나는 안다. 이 감정은, 허락되지 않음을. "아 그러니까~ 못 봐주겠다 야." 우리는, 함께 할수 없음을. ".... 뭐래냐." 겨우 쥐어짜낸 반박. 별 의미는 없었다. 정작 내 품에 안겨있는 넌 기대어린 눈빛으로 날 올려다 볼 뿐이다. 나는 너의 그런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고개를 돌린다. 우리는 함께할수 없다. 우리의 감정은, 허락되지 않았다. 둘다 여자니까. 우리가 여자라서. 그러니까- -네가 다가오는 만큼 난 널 밀어낼거야. 우리는 마치 다른 시간대에 같은 철도를 달리는 기차와 같다. 나보다 조금 더 늦은 시간대를 달리는 너는, 계속해서 내가 이미 지나간 길을 달리며 내 뒤를 쫓는다. 그리고 난, 이미 몇백번이고 달려본 길을 달린다. 널 피해서. 네가 5의 속도로 날 쫓아온다면 나도 5의 속도로 너에게서 멀어질거야. 우리의 거리는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우리의 거리가 "제로"가 되는순간 주변은 아수라장이 될거고 우리 본인들 역시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되겠지. 처음엔 상처라는 이름으로, 좀 지나선 흉터라는 이름으로. 너는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동시에 감추고 싶어했다. 그래서 남들이 보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자주 해왔다. 그리고 난, 내 감정을 철저히 감추길 원했다. 그래서 난, 네가 다가오는 만큼 널 밀어냈다. 계속해서 같은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굴레에서 평생토록 벗어나지 못할것이다. 우리가 낡아져 더이상 달릴수 없게 되는 그날까지. 충돌로 인해 운행불가 상태가 되는것,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내가 피할거니까. 벌써 얼만큼 이 길을 달렸을까. 몇번이나 이 굴레를 반복했을까. 네가 나에게 너의 감정을 전하기 시작한지, 내가 너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척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난 자주 사람들에게 쿨하다던가 멋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큰 키와 사나운 인상도 한몫 했겠지만, 주된 원인은 단순히 내가 말주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 내가 말할 타이밍은 지나버렸다. 처음에 사람들은 내가 "조용하다" 고 했다. 뭐라고 말하면 될지 모르겠어서 최대한 짧고 간략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쿨하다"고 했다. 솔직해지는게 부끄러워서 언제나 가면을 덧대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사람들은 내가 "멋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표면의 나를 넘어다 본 건, 네가 유일했다. 넌 유일하게 나에게 "귀엽다"고 해줬고, 내가 사실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지만 표현이 서투를 뿐이라고 해줬다. 넌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무의식중에 세워버린, 이미 두께가 상당해진 내 마음의 벽을 허물어 버렸다. 하지만 난 두려웠다. 그 이상 관계가 진행되면? 무슨 말을 해야하지? 무슨 표정을 지어야해? 남들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 난 겁쟁이고, 단지 내가 상처받기 싫어 널 상처받게 내버려둔 이기주의자일 뿐이다. 하지만 넌 끊임없이 내가 상냥하다는 말과 함께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엔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이슬처럼, 그래, 작고, 아름답지만, 일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이 마음은 어느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 이상 주체할수 없게 되어버렸다.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이 마음을 남들이 보지 못하게 꽁꽁 싸매고 있는것 뿐. 그렇게 서로 밀고 당기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넌 나에게 더이상 사랑한다 고백해오지 않았다. 매일같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해주던 네가, 더 이상 그러질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네가 지쳐서 떨어져 나간것일거라 생각했으니까. 내가 너무 이기주의적이라 질린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크나큰 아쉬움이 몰려왔다. 더 이상 너의 고백을 들을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서러웠다. 그리고 이 감정을 깨닫는 순간, 난 나 자신이 싫어졌다. 지치라고 그렇게 모른척 했던 주제에, 이제와서 너의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난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할 뿐이다. 그리고 난, 너도 그래주길 바란다. 불안정한 레일 위를 달리는 너덜너덜한 기차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금방 넘어져 버릴테니까.
3 이름없음 2018/09/13 08:50:13 ID : 9dDzhy0so3P 0
잘 정돈된 기다란 머리카락, 이쁘게 말려 올라간 속눈썹과 약간 위로 째져서 사나운 인상을 주는 눈매. 오똑한 콧날과 뭘 바르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붉은 빛이 도는 입술, 잡티하나 없는 피부와 웃을때 보이는 너의 그 보조개. 나보다 한참은 큰 너에게 나는 안긴다. "내가 너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장난스럽게 전한 나의 마음 하지만- "사랑해~!!" -나의 이 농담 뒤에는 남들이 봐서는 안될 감정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 그래." 너는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나는 쓰게 웃으며 혹시라도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하고 부풀렸던 나의 기대감이 단박에 실망으로 변하는것을 느낀다. "아 너네 뭐냐. 레즈세요? ㅋㅋ" 나는 너무나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나의 이 감정은, 허락되지 않았다고. "아 그러니까~ 못 봐주겠다 야." 그래. 우리는 둘다, 여자니까. 나의 고백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진지하게 할수도 없었다. 이 모든걸 듣던 너의 표정이 곤혹으로 물들어 가는것이 보인다. 내가 곤란하게 한것일까. ".....뭐래냐." 나의 감정까지도 부정해 버리는 짧고 굵은 한마디. 평소에 너무나도 청아하고 아름답던 너의 목소리가, 지금만큼은 비수가 되어서 내 가슴을 사정없이 찌른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몇시간이고 보고 있을수 있던 너의 그 얼굴을, 차마 마주볼수가 없다. 너무나도 편안하고 좋았던 너의 품이, 지금만큼은 내가 벗어날수 없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 난 상처 받지 않은척, 친구들의 장난을 받아주며 웃었다. 난 네가 너무 좋다. 이미 어찌할바를 모를 정도로 좋아져 버렸어. 하지만 남들이 나의 이런 감정을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더럽다고, 기분 나쁘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난 너만은, 적어도 너만은 나의 이런 기분을 알아줬으면 했다. 그래서 언제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장난을 치는척, 너에게 고백을 해왔다. 닿지 않은듯 하지만. 너와 나는 마치 경찰과 도둑 같다. 너는 도둑, 나는 경찰. 나는 너를 잡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넌 잡히질 않아. 내가 아무리 빨리 쫓아도 넌 언제나 나의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도망친다. 널 잡는건 불가능할거라 생각해 모든것을 포기하려는 찰나, 넌 내 눈앞에 나타난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뻗은 내 손에 잡히는건, 허공에 흩뿌려진 나의 눈물뿐.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좋아지게 된게.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런 장난을 치기 시작하게 된게. 언제부터였을까, 너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된게. 너를 처음 봤을때 든 생각은 "예쁘다"였다. 하지만 동시에 너는 조금 대하기가 힘든 아이였다. 언제나 조용하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넌, 그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감정표현이 서투른 아이일 뿐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묵묵히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뒤로하고 타인의 감정을 신경써준다. 그게 너였다. 사람들이 알지 못해도 난 알고 있었고, 또 나만이 그런 너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나에게, 왠지 모를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속내를 비추는것을 꺼려하는 너인데, 나는 그런 너의 속내를 알고 있었고, 너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너에게 "귀엽다"고 말하면 너는 귓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나의 눈을 피했다. 그리고는 멎쩍다는듯이 뒷목을 긁적이면서 "너도" 라고 말해줬다. 내가 너에게 안기거나 손을 잡으면, 너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너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래"라고 대답해 주었다. 너의 별 의미 없어보이는 말 한마디를, 나는 평생 뇌리에 각인이라도 시킬듯이 집중해서 들었고, 너의 사소한 몸짓, 눈짓 하나하나, 집어삼키려는듯이 보고 있었다. 너의 그 상냥함에, 나는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깨달았다. 내가 너를 곤란하게 할수도 있다는것을. 네가 나의 마음을 알아채도, 몰라도, 너에겐 나의 그 기분이 대처하기 곤란한 것이 될 뿐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내 마음은 찢어지는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새삼스러운 사실인데, 왜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을까. 나는 그날 내 베게를 축축히 적시며 결심했다. 널 포기하자고. 포기가 될리가 없겠지만 적어도, 널 곤란하게 하지 말자고. 앞으로 너에게 장난으로 둔갑해 하던 고백들을, "친구끼리"라는 말을 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너에게 안기던 행위들도, 이제 모두 그만 두겠다. 이 모든것이 단지 너를 곤란하게 할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으니. 나의 이런 행위들이 갑자기 멈추자 너는 의아하다는듯 했으나, 묻지 않았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 거기까지였던 거야. 하지만 있지, 앞으로도 나랑 친하게 지내줄래? 나의 이 파도와 같은 감정들이 조금 잠잠해지면,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런날이 온다면, 서로 연애상담도 해주고 애인도 소개시켜주자. 서로의 결혼식에 참여해서 축하해주자. 너와 나의 가족끼리 모여서 가끔 같이 저녁이나 먹고 같이 놀러 다니자. 우리가 아이들을 낳으면 아이들끼리도 친구가 될수 있게 해주자. 그렇게, 그냥 그렇게. 친한 친구로 지내자. 그렇게 지내줘. 그렇게 하면, 계속 같이 있을수 있잖아. 그렇게, 나에게 친한 친구로 남아줘. 내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너지만, 그저 지금부터는 친했고, 친하고, 앞으로도 친할, 그런 친구로 남아줘. 부탁할게. 이건 내가 너에게 부리는 마지막 어리광이자, 너에게 할, 나의 마지막 고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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