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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06/23 18:45:57 ID : aoJWnRwmtxS
아빠가 나한테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그런거라고 했잖아. 그 때는 듣기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듣고 싶다. 성적 안 좋아도 나 머리 좋다고 해주는 사람 아빠 말고 누가 있겠어. 아빠. 나 재수하고도 전문대 들어왔는데 학과도 너무 안 맞는걸 골랐나봐. 공부가 잘 안돼. 지금부터 열심히 해도 졸업 평점 3점대로 겨우 할 것 같아. 학기 포기는 등록금 때문에 못 하겠고, 재수강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빠 손재주 좋았잖아. 밖에서 고철덩어리 들고와서 뚝딱뚝딱 잘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나 지금 공부 못 하는 것도 아빠탓할래. 아빠 있었으면 학교 수업 내용 보여주면서 좀 재밌게 할 수 있었을텐데. 이거 조립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어보면 아빠가 이것저것 만져보고 알려줬을텐데. 내일 시험이면서 갑자기 이렇게 질질 짜고 있을 일도 없었을텐데. 아빠. 내가 아빠 자식이라 미안해. 엄마도 내가 잘 못 챙겨드리고 있는 것 같아. 세상엔 나보다 상황이 안 좋은데도 열심히 생활하시는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 나보다 더 멋지고 능력있고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자식이었으면 그 사람도 행복하고 우리 가족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했을텐데. 미안해. 내가 너무 한심한 자식이라 정말 미안해, 아빠. 아빠는 어릴 때부터 장남으로 살면서 동생들 뒤치다꺼리만 하고, 일도 안 하시는 아빠 밑에서 엄마도 없이 고생만 하면서 살았는데 마지막까지 나 때문에 일만 했었네. 물론 아빠가 가게에서 일하는 거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거 알지만, 내가 없었으면 더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일하고 돈도 더 많이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빠가 더 편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까지도 가족들 돈만 빨아먹는 식충이 같아. 그런데도 엄마는 내가 많이 걱정되나봐. 가게 일하러 나갈 때마다 밥 잘 챙겨먹으라고, 나가서도 전화까지 와서 냉장고에 돈가스 넣어놨으니까 꼭 먹으라고, 자꾸자꾸 챙겨주셔. 내가 이럴 자격이 있는 사람인걸까? 난 아닌 것 같아. 도움은 못 될 망정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나는 문제 투성이인 존재 같아. 아빠는 이렇게 우울할 때 어떻게 했어? 아빠 어릴 때부터 일만 하면서 살았으면 많이 힘들었을 거 아니야. 우울할 틈도 없이 일만 했었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어? 뭐하고 놀았어? 나 지금 아빠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너무 많은데 왜 하나도 대답 안 해줘?? 나 운전면허 따는 건 봤어야지. 아빠만큼 오토바이 운전 잘 하는 사람 난 몰라. 나 가르쳐줘야지. 다 나으면 배낚시하러 가자며. 내가 운전할테니까 아빠는 운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옆에서 잔소리 해야지. 길 알려줘야지. 학교 지각할 것 같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나 태워줬잖아. 아빠 없어서 나 지각하면 어떡하라고. 엄청 무뚝뚝한 척 했으면서 사실 장난도 많고 다정했잖아. 나 어릴 때 캠코더로 대체 나만 몇 시간을 찍은거야. 왜 미리 안 알려준건데.. 예전처럼 엄마가 사준 내 과자 훔쳐먹고 내가 화내면 모르는 척 해주면 안돼? 이제 집에 과자 먹을 사람 나 혼자라서 자꾸 유통기한 지난단 말이야. 현관문도 이상한데 빨리 손봐줘. 문 닫힐 때 소리나는 거 듣기 싫은데 아빠 이런 거 잘하잖아. 다 너무 어렵고 귀찮은 부탁이면 나랑 한 마디만 해줘. 그냥 내 이름 세 글자만이라도 불러줘, 제발. 아빠 때문에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데, 아빠가 지은 이름 하나 안 불러주는 건 너무하잖아. 고작 2년도 안됐는데 나 벌써 아빠 목소리랑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것 같아. 근데 마지막에, 아빠 몸이 얼마나 차가웠는지는 너무 생생해. 아빠한테 떡볶이 안 사간 거 생각나서 지금도 길거리 떡볶이 보면 속이 안 좋아. 게장도 못 먹고 시레기도 너무 싫어. 병원도 싫고.. 그냥... 거기에 나 어릴 때 아빠가 혼자서 굶고 있는 애 데려와서 15년은 같이 지낸 내 동생도 옆에 있지? 나 걔도 지금 너무 보고 싶거든. 걔한테 꼭 말해줘. 아빠가 데려왔다고 아빠 가자마자 같이 따라가는 건 너무했다고. 아 그냥 10년만, 아니 2년 전이라도 좋아. 아빠 가기 몇 달 전이라도 상관없어. 그냥 아빠 이야기 너무 듣고 싶다. 그냥 제발 나 좀 데려가면 안될까? 지금 나 너무 한심해서 아빠 보기 너무 부끄러운데, 그래도 너무 힘들어. 아빠가 빨리 나 머리 좋다고 말해주라. 나 완전 멋진 딸이라고 제발 말해주라. 남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해주라. 가족들 생각해서 가면 안된다는 거 아는데 조금만 힘들면 아빠 생각나서, 아니 아빠 생각이 나면 너무 힘들어져. 죽음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라는 게 정말이야. 나까지 가면 지금 내가 힘든 것의 몇십, 몇백배로 우리 가족들은 더 힘들어 하겠지. 그걸 알아서 가족들하고 있을 땐 잘 웃고 지내. 혼자 있을 때도 항상 우울해하기만 하지도 않고. 근데 한 번 생각나면 멈출 수가 없다. 힘들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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