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나씩 쓰더라도 다 못 쓸 시간.
내킬 때 쓰고 말 스레.
태어나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다 기억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고 말았다.
그래서 다들 그런줄 알았지.
10대 중반이 지나고 20대가 다가올 때, 20대 넘어갈 때
점차 농담하지 말란 반응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뭔가 남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나는 정말로 생이 시작되고 난 이후 어느 순간부터 기억하는데.
아직도 그날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아직까지 풍성했던 아버지 머리카락.
나란히 누워있었고 난 손가락으로 아버지 손을 부여잡았다.
1살 때 일이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고
뒤에서 어머니가 나를 안아올리고는 얼굴을 찡그리고 눈물흘리며 울었다.
2살 때 일이었다.
빨간 꼬까옷을 입은 나는 꽃무늬 옷을 차려입은 할머니 품에 안겨, 사진을 찍었다.
3살 때 일이었다.
수많은 기억들.
그리고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얻은 불면증.
밤에 잠 못 이루는 시간 또한 기억이 되어 쌓인다.
쌓인다. 쌓아올려진다.
거의 삼십을 살았지만
지금까지의 잊히지 않는 기억들 덕에
못 이룬 잠 대신 제정신으로 휩쓸린 시간 덕에
빠르게 마모되가고 있는걸까.
신이 있다면
부디 망각의 축복을.
제발 안식의 축복을.
인생이 하나의 초라면
남들은 촛불이 꺼지고 켜지며 안 타들어갈 시간이 있는데
왜 내 초는 꺼지지 않고 타들어가 계속해서 태우는 걸까
육체적인 부분에서의 비유가 아니라 정신에 대한 이야기이니.
나는 남들보다 두 배 긴 시간 속에서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치고 있다.
언제 달이 저물고 새벽이 찾아오는가.
날이 밝아오기를 빌면서도 동시에
낮의 피로한 사회를 못 견뎌한다.
밤이 찾아오기를 빌면서도 동시에
밤의 고독한 정적을 못 견뎌한다.
기쁜 기억. 슬픈 기억. 분한 기억. 아픈 기억.
번갈아가며 떠오르니 순차적이지 않고 뒤죽박죽이라.
주마등은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까지
일렬의 순차적 상영이었으면 하노라.
잠을 자지 못 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으니
현실의 아픈 기억도 못 버티고 헐떡이는데 어찌 꿈의 기억도 끌어안으랴.
잊으려 해도 못 잊고 꿈속에서도 괴물로 쫓아와 아프게 하니
과연 꿈이 꿈이 아니라 통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니
꿈 또한 도피처가 못 되어주더라
꿈속으로 도망치지 못 하니 현실의
달님만 바라보며 밤을 지세우는 수 밖에.
나의 끝은 인간 생애 전체에서
2분의 1 3분의 1 혹은 4분의 1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지점이나
나머지 시간마저 온전히, 잊지 못 한 채,
잠을 자지 못 하고 제정신을 유지하고서
온 몸으로 끌어안을 자신이 없노라.
지금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서
두서없을지도 모를 감정과 체념을 써내려갈 뿐.
11◆BfhxWnVcHCo2023/01/16 04:23:58ID : rf88qpdQqY9
D-609
매일 매일 나 자신을 놓칠라 부여잡고 살얼음판 위를 걷는다.
솟구치는 분노에 얼음이 깨질라.
스며드는 절망에 얼음에 미끄러질라.
내리꽂는 아픔에 얼음 위에 엎드리랴.
치켜드는 슬픔에 얼음과 같이 얼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이성 위를 걷는다.
이성은 rationality이기도 하며
On top of this star이기도 하다.
하늘을 올려다 보는 새벽 시간
여명은 밝아 오는데 고요하니
잡념이 발목을 붙잡고 있노라
고개를 내려 망연히 땅을 보면
망자들의 손짓을 불현듯 봤나
눈 비비고 다시 보면 흙이지만
수억년 동안 거쳐간 생명들이
셀 수 없이 섞여있나니 이제 곧
나 또한 이 흙으로 돌아가리라
다만 육신은 이 별에 남기고서
정신은 하늘로 돌아가고 싶네
저 하늘에 뜬 회색빛의 위성이
보이나니 곧 나 돌아가고자 한
마음 속의 고향이노라 저 곳에
육신의 손 뻗어도 닿지 못 하니
지치고 무거운 육신의 감옥을
벗어나는 날 비로소 가닿을까
이 차가운 도시를 관조하는 이
그녀에게로 마침내 돌아간 날
함께 내려다 보며 관조하리라
계속해서 다가왔던 다가오는
다가온 인류의 마지막 황혼을
밤마다 눈 감을 때 두렵다
내일의 해를 보지 못 할까
잠들지 못 하는 않는 이유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나
생각해보면 반대된 소망도
심처 속에 품고 있었으랴
눈 감고 다시는 깨지 않는
이 세상의 소풍 끝내고서
저 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그런 모순적인 감정갖고
생과 사 기로서 곡예하니
어찌 존재성이 괜찮으랴
주변에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족마저 정신병원에 입원한지 오래다
차마 약 타먹어야겠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라도 돌아올 가정을 지켜야 한단 생각에 버티고 있다
그들이 돌아올 곳은 남아있어야지...
다음은 내가 병원에 들어가야 할 거란 생각이 들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들이 돌아온 후에도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안정될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퇴원했는데 이제 내 차례라며 알아서 걸어들어가 격리당하려는
모습에 상처받을 이들을 생각하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하며
들어가지 않을, 먹지 않을 핑계를 찾고 회피하지만 알고 있었다
나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는 건 확실히 병이었다
나의 부족함과 결여된 마음을 나로 채우기보다
남으로 채우려 했으니 채워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은 통제할 수 없고 벗어나 날아가니까
이젠 과거에 불과한 이야기들을 다 썼으니 현재 이야기를 자아낼때
아픈 가족을 뒤에 두고 떠나버렸으니 내 죗값은 얼마일지 모른다
너의 미래를 잡으라며 등떠밀어주셨지만 그대들 모를 진실이 있다
그대들 앞에 두고 나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어찌 말하겠는가
떠나올 때 한참 현관문 뒤 서있었을 때 나는 계속 그생각만 했었다
나는 두번 다시 여기로 돌아올 일은 결코 없다는 것만을 생각했었다
미안하지만 제 앞에 놓인 다가오는 미래와 기억은 저를 짓눌러요
잠들기 전에는 몇번이고 망설이며 몇년의 악몽을 꿀것을 두려워하고
깨어날 때에는 지난밤 꿈마저 망각치못하고 기억하는것에 좌절하니
지난 생의 잊지못하는 모든것은 실패와 트라우마 감정이 가득하고
앞으로의 생은 인류 한가운데 끊임없는 상처 괴리감의 길 걷으니
제가 어찌하리니까 체념하고 받아들이나이까 괴물이 되리나이까
모든것에 둔감해지고 감정을 내려놓고 타인을 이해 못하려 하면서
나만 챙기는 이기적인 괴물이 되리까 저는 그렇게 미칠수는 없소
그저 하늘에 뜬 달 보고 대지에 드리운 노을을 보며 세웠던 계획을
손꼽아 기다리고 인내하다 마침내 아무도 나 모르는 나라로 왔으니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손내밀어 자신을 밀쳐낼수있다
어쩌면 나자신에게 이기적이지만 지금으로선 타인에겐 다행일까
그들에게는 소식이 가지 않을거다 아마도 계획대로 된다면 영원히
그러나 나를 아직은 살려야한다 여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조금씩
나를 그들의 기억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점차 다시는 날 찾지않을때
그 때 떠나리 내가 떠나왔던 별로 나 있어야했던 별으로 떠나가리
미묘한 꿈을 꾸었다.
달빛 별빛 하나 없는 밤에 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생애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는 노래를.
발음은 분명하게 기억한다.
Ebben, n'andro lontana
Come va l'eco della pia campana
La, fra la neve bianca
La, fra la nubi dor
Laddove la speranza, la speranza
E rimpianto, e rimpianto, e dolor!
O della madre mia casa gioconda
La wally ne andra da te
Da te lontana assai
E forse a te
E forse a te non fara mai piu ritorno
Ne piu la rivedrai!
Mai piu, Mai piu
N'andro sola e lontana
Come l'eco della pia campana
La, fra la neve bianca
N'andro, n'andro sola e lontana
E fra le nubi d'or!
별빛없는 밤의 아리아였을까.
그렇다면 먼 곳으로 떠나겠어요
마치 성스러운 종의 메아리가 가는 것처럼
그 곳은 흰 눈 사이
그 곳은 금빛 구름 사이
한 편 희망, 희망이 있는 반면
슬픔, 슬픔, 고통도 있죠!
오 내가 태어난 나의 즐거운 집이여
왈리는 너에게서 떠날 것이다
너에게서 아주 먼 곳으로
그리고 아마도 너에게
그리고 아마도 너에게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결코 너는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더 이상
떠나겠어요 홀로 먼 곳으로
마치 성스러운 종의 메아리가 가는 것처럼
그 곳은 흰 눈 사이
떠나겠어요, 떠나겠어요 홀로 먼
금빛 구름 사이로!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평안할 수 있을까.
석양을 향해 떠나간 아무르타트와 그녀를 향하는 인류의 결말처럼 알 수 없었다.
평안할 수 있을까.
이젠 환청마저 들려오는데 이것은 마음 속의 소리일까. 아니면 망상에 불과한 병일까.
평안할 수 있을까.
나는 몰라도, 고국에 있는 그대들은 평안하기를.
마침내 나도 평안하기를.
이 곳은 고국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진 곳.
그러나 시간대는 얼마 차이나지 않는 곳.
그 간극으로도 작은 농담을 던져 보는지.
내일의 미래는 이리도 불안한 어둠인데,
어제의 과거는 평안한가요 잔잔한가요.
거기서 웃으며 만날 일은 더는 없겠지요.
공간적으로 아득히 먼 곳에 떨어졌으니.
거기서 얼굴을 마주볼 일은 없을 거예요.
시간적으로 차이가 나는 곳에 머무르니.
그냥 그냥 웃으며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19 모티브는 드래곤 라자이긴 한데. 심상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황혼 끝에서 기다리다
석양이 저무는 서쪽 끝에는 기다리는 이가 있다
오늘날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모르는 자는 없으나 앎에도 무시하는 자들은 있다
먼 옛날 대지가 평평하던 시절 태양을 이끌던 마차는
온데간데 없으니 신들의 황혼과 동시에 하티가 집어 삼켰는가
신대는 황혼과 함께 저물고 인대가 찾아들었으니
늙은 태양 대신에 인간의 손으로 창조된 신생 태양이 떠오를 때에
비로소 인간의 시대는 저물고 황혼이 인간에게 찾아드노라
보라 석양이 저무는 서쪽 끝에서 기다리는 이를
그는 인간의 탄생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아득한 세월동안 인류를 기다려 왔노라
이제 길고도 긴 검은 소매자락 속에서 흰 손가락을 뻗어 가리켜 보이노라
서쪽 끝 너머를
그는 황혼 끝에서 기다리며 그 너머를 보여줄 때를 기다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