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8 이유 없이 우울한 날. 집중도 뭣도 안되고, 막연히 불안감만 쌓여만 가는 주간. 우울함에 잠겨가고 있다는 걸 알게되서 벗어나고자 써보는 글!

막연하게 우울해져서 십년도 더 된 낡은 미니 공구로 내 허벅지를 내려치거나, 손톱깎이로 피가 날 적까지 살을 자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거 자해 아닌가? 허벅지에 든 멍과, 엉멍진창이 된 손을 보고서야 내가 우울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정도는 괜찮다, 라는 게 괜찮지 않다는 걸 그냥 막연히 깨달았다. 차마 누군가에게 말할 수는 없는 고등학생의 추억이었던 것이 다시금 내 현재가 되었다. 깨달은 뒤에 허벅지를 내리치는 걸 그만 두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도 고쳐야하는데, 영 쉽지 않다.

성인이 되고 오히려 어리숙해진 행동을 많이 하다가, 현실 도피의 경향이 커진 거 같다. 눈 앞으로 들이닥친 일들에서 벗어나고 싶다. 종종 몰려오는 무력감과 우울감에 잠기는 게 꼭 나쁜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다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자각하고 정신을 차린다. 난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데, 왜 나이만 먹는 것 같을까?

하지만 매정한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을 안다.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라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역시 소용 없음을 안다. 결국 나를 사랑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포기하네 뭐네 말해도 포기할 용기도 없고 미련 넘치는 정만 많은 내가 끈질기게 살아갈 것 역시 알고 있으니, 결국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울을 겪는 나 역시도 사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요 며칠, 우울감에 빠진 나에게 의무적으로 되새겼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왜 사랑하느냐를 묻는다면, 내가 나이기 때문이라.

커피를 타다가 뜨거운 물 대신 찬 물을 붓는 멍청한 짓을 해도, 아이스 커피라며 마실 것도 나. 우울함에 밀려서 아무것도 못한 채로 멍하니 있을 것도 나고, 뒤늦게 밀려온 일들에 현재의 나를 미워할 미래의 나도 나니까. 가장 오랜 삶을 같이 살아가야할 건 결국 나 스스로인데, 나의 단점만을 보기에는 평생이 너무 길지 않을까? 미성숙하고 어린 성인이면 어떨까, 나름 귀엽다고 하고 넘어가야지. 사회 한 번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얘가 초장부터 뭐든 뚝딱뚝딱 해낼 수는 없으니까. 실수하면 사과하고, 사고치면 수습하고 그러면서 살자.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우울해지는 것 같을 때는 우울도 즐겨보지 뭐. 느즈막히 온 중2병이라고 생각하자. 우울해서 죽어버리고 싶다기에는 내가 너무 아깝다. 세상에 내가 어디 둘인가, 하나 밖에 없는 나 길게길게 유지해봐야지. 그치그치.

이 순간을 후회해도 되고, 지나간 순간을 후회해도 좋고, 막연한 미래를 원망해도 괜찮다. 후회하고 원망하는 가운데에서 뭐 하나라도 배울게 있겠지. 쉴새없이 원망하다가 부질없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고,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 나아갈수도 있고, 후회하기 싫어 엉엉 울고 털어낼수도 있으니까 괜찮다. 설령 아무의미 없는 허송세월이었다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더라도 지난 과거의 나보다는 무언가 하나를 더 했겠지. 뭣해도 밥은 한 그릇 더 먹었겠지 뭐. 과거와 달라진게 하나라도 있으면 앞으로도 바뀌겠지. 없으면 유지라도 하겠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면 한걸음 더 나아갈 공간이라도 생겼으니 괜찮을거다.

셋 다 아니고, 아무것도 얻은 것도 나아간 것도 배운 것도 그 무엇도 없다면. 그럼 뭐, 내 몸뚱아리 하나 잘 가지고 있었으니 잘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야지. 그래야지. 나에게 가장 엄격한 것도 나일테고, 가장 유할 수 있는 것도 나일텐데 이런 사소한 칭찬 하나 안 해주면 평생을 무슨 재미로 살겠어. 그러니 괜찮다. 뭐 어때. 요 며칠 우울했으면 앞으로 며칠은 행복하겠지. 아니라면 또 언젠가는 좋겠지. 평생 좋지 않더라도 종종 웃음지을 날은 있겠지. 정 없다면 만들기라도 해야지.

그러니까 괜찮다. 오늘도 수고했어 나! 이 스레를 보고 있을 사람들도 고생했어, 고생했어. 우울하면 뭐 어때, 조금 즐기고 행복해지길 바라야지. 바라다가 안되면 거울에 이쁘니 포즈라도 잡고 세뇌라도 걸어봐야지. 이 세상에 내 얼굴이 둘이나 있진 않을테니 얼마나 희소성 높은 얼굴이야. 이야, 멋지다 내 얼굴! 세상에 오늘을 나랑 똑같이 보낸 사람도 없을테니, 그것도 장하구. 뭐든 잘했다. 오늘 못 한 건 다시 할 수 있으니 괜찮아. 설령 다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내 과오라고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만회해봐. 만회하면서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지하는 다짐이라도 해보자! 나중에 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때엔, 어휴 멍청이 하고 실실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해보자.

응응, 그래보자! 이렇게 쓰니까 훨씬 나아졌어. 이제 다시 현생 시작! 종종 와서 주저리하고 가야지. 혹시 쓰고 싶다면 아래로 편하게 써도 돼 다들! 나랑 이야기해주면 더 좋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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