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삶에 미련이 없어서 고민이야. (8)
2.티 안나게 거짓말을 못하겠어... (10)
3.인사하러 왔어 (26)
4.연애 상담은 상담판에 써야되는거야 아님 연애판에 써야되는거야? (15)
5.다들 살인이나 상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13)
6.마지막 사랑을 만나보고싶다 (2)
7.우울증이 심해졌는데 (6)
8.언니가 자꾸 왜 노력도 안하고 그러고 사냐고 그래... (4)
9.몸이 엄청나게 약해 (35)
10.쓸까 말까 고민하다 쓰는 ASKY의 고민 (3)
11.가족 다 죽이고 싶은데 어쩌지 (12)
12.날씬한 여자아이는 죄가 많은 걸까 (73)
13.연애상담 여기해도 괜찮나? (17)
14.좀 가벼운 고민인데 여자들이라면 이 불안한 기분 알겠지! (12)
15.아싸체질.. (4)
16.다 때려치고 버리고선 정말 ' 가고 싶었던 곳 '을 여행해볼까? (6)
17.돈의 가치관. (6)
18.꿈을 꾸는 방법이 있을까? (10)
19.아빠란 인간때문에 미치겠다. (17)
20.친목이던 좆목이던 다 어려운거 같아 (1)
사회는 강한 자를 악으로, 약한 자를 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잖아. 그걸 부르는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었어.
그래서 날씬한 여자아이는 뚱뚱한 여자아이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 하는 건가봐. 뚱뚱한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여우가 되는 건 한순간이었어. 그 누가 그 반대라고 생각할까?
안녕 스레딕. 청소년기의 경험이 중요하긴 한가봐.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스레딕에 빠져 살았어. 스레딕 레전드라고 불리는 많은 스레드들을 실시간으로 함께 달렸었지. 어떤 사건으로 인해(현재 금기어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만 말할 게) 일베가 유입하고 나서 발길을 끊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될 줄 몰랐어. 난 이제 페이스북과 거기 올라오는 불펌된 트위터, 네이트판 글을 보면서 살지만 막상 힘든 일이 닥치니까 생각나는 건 스레딕이더라. 사실 거의 잊고 있었지만.
난 지금 대학교 3학년이야. 휴학을 하지 않았다면 다음 학기(2018년 1학기)에 4학년이 되어겠지.
나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스타일이야. 대부분의 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을 한다는 데, 난 완전히 그 반대지. 아마 내가 부러울 수도 있을 거야. 실제로 부럽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밥이 안 넘어갈 정도로 우울한 날은 아주 드물었지. 나에 대한 거짓 소문이 돌거나, 아주 친한 친구와 싸우거나.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좀 더 심해졌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말하더라. "신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요. 혹시 최근에 실연을 당했나요?" 실연당한 여자들이 가끔 이런 증상을 보인다더라.
현재의 남자친구를 사귀고 두달 후 쯤, 그러니까 2016년 1월 달 쯤, 다시 우울증이 시작되었어(실제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편의상 이렇게 쓸께). 처음에는 신경쓰지 않았어. 언제나 그랬듯이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달, 다시 돌아올 거라 믿었지.
그리고 그 우울증은 1년이 넘게 갔어.
"음식이 맛이 없어?"
"아니,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래 이래. 요즘 좀 우울한가봐요."
처음에는 말했어. 남자친구에게 의지하고 위로를 받으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지.
하지만 한 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자 그럴 수 없었어. 누가 항상 우울한 여자친구와 사귀고 싶겠어?
밝은 척 데이트를 해도 식당에 가면 모두 들키고 말아. '나 사실 오늘도 우울하고, 이거 맛없고, 역겹고 토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남친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나라면 그런 여자친구는 싫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그냥
"배불러."
가끔씩 못 먹으면 무슨 일이 있다는 걸 금방 알지만, 1년 365일을 못 먹으면 그냥 원래 그런 애야. 남친 역시 금새 내가 앞서 한 말을 잊어버리고 나는 원래 적게 먹는다고 믿기 시작했어.
내가 어느 정도로 먹었는 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 그건 내 기분에 따라 달라졌어.
평소에는 김밥 한 줄을 다 먹을 수 있어. 라면 한 그릇도 다 먹을 수 있지. 물론 국물 빼고. 그 외 모든 매뉴는 남길 수 밖에 없었어. 치킨을 시키면 뼈는 두 개 정도 먹고, 순살은 세 개 정도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으면서도 운이 좋게 우울한 생각이 들지 않을 때는 더 먹을 수 있었어. 애써서 최선을 다할 때가 이 정도야. 특히 우울한 날은 이 정도도 못 먹었지.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아. 정말 토할 것 같거든.
내 2016년, 2학년, 가장 자주 먹었던 식단을 말해줄께.
아침(9시쯤)에 500ml 우유를 사서 점심까지 마셔. 저녁(18시쯤)에 기숙사에서 제공해 주는 밥을 먹지. 일찍 자는 날은 이게 끝이야. 아니면 야식용으로 편의점 빵을 하나 사서 새벽 3시까지 과제를 하거나 시험 공부를 해. 스티커가 들어있는 초코롤빵을 자주 먹었어.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그렇게 먹으면서도 살 수 있었어. 남들보다 많이 자고, 더 피곤하고, 더 기운이 없지만 익숙해졌어. 신기하게도 계속 빠지던 체중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적응을 했는 지 현상유지를 하더라.
사람은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설령 이 증상이 평생 가더라도 견디자. 할 수 있다. 희망이 생겼어.
하지만 남친이 휴학을 하고 희망도 깨졌어. 2017년 3월 부로 우리는 장거리 커플이 되었고, 나는 내가 장거리 연애에 이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을 지 몰랐지만,
나는 컵라면 하나도 다 먹을 수 없게 되었어.
내 정확한 증세를 아는 친구는 가장 친한 보노보노 뿐이었어. 난 식사 자리를 피해다니기 시작했고, 될 수 있으면 혼자 먹었어. 술자리 안주는 거의 먹지 못했지만, 어차피 다 같이 먹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아.
사람들 앞에선 티를 내지 않았어. 우울증이 시작되고부터 나는 내 성격을 바꾸었어. 철없고 생각없는 아이. 매사 진지하지 않고 농담을 막 던지는 아이. 외모에만 관심이 많고 허영심 많은 아이. 실제로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우울해지는 건 한순간이니까.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좀 심하게 멍청해 보였나봐. 나는 짓궂은 농담이라고 던졌는데 남들은 생각없이 말하는 진심이라고 들은 거지.
예를 들면, 중학생들 상대로 하는 전공 체험 학습에 참가했을 때 일이야.
"레주야, 이런 말 해도 될 진 모르겠지만."
"네? 왜요?"
"우리반 애들이 너 못생겼대ㅋㅋㅋㅋㅋ"
"뭐? 어이 없어! 짜증나!"
솔직히 말해서 21살 먹고 중학생이 하는 말에 신경이 쓰이진 않았어. 그냥 너스레를 떤 거지.
"여기 중학교 애들 맘에 안 들어. 싸가지가 없네!"
"ㅋㅋㅋㅋㅋ내일 누나반 도우미 릴리 누나(동아리 여신)라는 데 비교되겠네요ㅋㅋㅋㅋㅋ"
"아 왜 하필 릴리야! 내가 못생겼으면 릴리도 못생겨야 돼!"
침묵.
"누나, 저희 기수 들어왔을 때 릴리 누나 예쁘다고 난리였었어요."
후배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가 안 갔어. 내가 멍하니 쳐다보니까, 손가락질하며 말했어.
"누나 말고, 릴리 누나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했어. 나는 릴리가 예쁘니까 비교당하면 싫다, 라는 요지의 농담(릴리는 정말 예쁘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을 던졌는데 그들은 국어 능력이 부족했던 건지 아니면 평소에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 '내가 못생겼으면 당연히 릴리도 못생겼다. 릴리는 나보다 못생겼으니까.'로 받아들였던 거야. 너는 평소에 릴리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눈빛이었어.
진지하게 싸우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어.
"아악- 너도 짜증나!"
그게 잘못이었나봐.
아무튼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3학년, 내 우울증이 더해갈수록 난 심지어 무서웠어.
손 대지 않은 듯 멀쩡한 식단을 볼 때마다 내 몸에 미안해졌지. 이러다 어떻게 되는 게 아닐까? 어느 날 쓰러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우울해서 못 먹었게 되었지만, 못 먹는다는 현상 자체도 내 우울의 원인이 되었어.
나는 음료에 의지하기 시작했어. 액체는 그나마 넘기기 수월했어. 요거트, 초코 우유,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달고 비싼 거. 생전 신경 안 쓰던 칼로리를 습관적으로 보게 됐어. 조금이라도 칼로리가 높은 걸 먹기 위해서.
하지만 우울증이 악화되면서 점성있는 음료들조차 남기게 되었지. 물, 과채음료, 과일같은 칼로리는 전혀 없는 음식에만 식욕이 돌고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건강식이었겠지만 나한테는 아니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옥수수 수염차였고 이런 내가 싫었어.
남친과 헤어지려고 시도했어.
"난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오빠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어. 오빠를 한 번 만나려면 주말을 통째로 뺐겨야 하는데, 나는 그럴 시간적, 돈적 여유가 없단 말이야. 매주 과제가 있고 시험이 있어. 내가 정작 시간이 있을 때는 오빠를 만날 수 없는데, 정말 중요한 시간은 오빠한테 뺏겨야 하잖아."
남친은 알바를 구해 내 돈을 쓸 일이 없게 했어. 내가 보러가는 대신 남친이 날 보러왔어. '내가 너무 우울한 나머지 너조차도 꼴보기 싫어'라는 이유로 차버리기에 남친은 너무 착했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솔직하게 진심을 털어놓지 못한 나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되었지.
이 시기에 내 우울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발견했어. 나는 매운 음식은 먹을 수 있었어. 내 혀와 위장은 매운맛에 약하지만 내 목구멍은 달랐어. 불닭볶음면. 너무 매우니 치즈를 넣어서. 우유도 같이. 그러면 끝까지 먹을 수 있었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시기의 나는 컵라면 하나 제대로 다 먹기 힘들었었어. 밥버거를 절반 정도 먹었다고 하면 감이 잡힐까.
하루에 한번씩 불닭볶음면을 먹었어. 그 외 달리 먹을 수 있는 게 없었어.
불닭볶음면. 치즈닭갈비밥버거. 짚신매운갈비찜. 닭발. 굽네 볼케이노 치킨. 내가 좋아했고 끝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들. 하지만 다음날 항상 앓아누웠고 난 결국 매운 음식을 끊었어.
음식을 못 먹는다고 에너지가 필요없어지는 건 아니지.
나는 심하게 침대에서 살게 되었고 지각, 결석, 과제 미제출.
공부는 오래할 수 없었어. 배가 고파지면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어. 편의점에 가봤자 불닭 말고는 입맛이 도는 음식이 없을 테니까. 먹는 게 고통이야.
3학년 1학기 학점 2.0을 찍고 휴학을 결정했어.
다음은 나중에 이어서 쓸께.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렇게 적는 것만으로 안정이 되네.
혹시 내가 누군지 알겠거든 그냥 비밀로 해 줘. 익명성에 기대 털어놓는 게 스레딕의 규칙이잖아.
나도 우울하면 밥을 안먹어 입맛이 뚝 떨어져.. 친구가 밥먹는 내모습을 혐오하듯 쳐다본 이후로 같이 밥먹기 꺼려지기 시작했어 누구랑 같이 먹는다는게 힘든걸줄은 몰랐어.. 이제 몸에서 경련이 오면 그때 밥을 먹는 스타일이 되버렸어 스레주 고생이 많지 내 경험이 너에게 도움이 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만 그런게 아니라 나도 그렇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난 나 자신 말고 누군가가 나의 고통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더라 스레주 너도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레주야.
마른 애들은 마르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것조차 눈치 보이지 않니? 내가 34-24-34 정도 되는 우월한 몸매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누가봐도 너무 말랐는데 그걸 내 입으로 직접 말하면 자조가 아니라 자랑으로 받아들여.
고마워. 정말 고마워. 사실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거야. 밥을 못 먹어서 힘든 사람보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힘든 사람이 너무 많고, 우리같은 사람들은 저절로 눈치보게 되는 것 같아. 밥 먹는 모습이 눈치보인다는 것 공감이야. 항상 표정관리를 하면서 헛구역질이 올라오기 직전까지 우겨넣고는 했어. 나 같은 사람을 인터넷에서라도 만나서 반갑다.
부모님은 크게 반대했지만 난 휴학을 고집했어.
휴학기간 중 절반은 공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나머지 절반은 그 자금으로 생활하며 토익이나 자격증을 따자는 계획이었지.
3조 2교대로 공장 생활을 하는 건 힘들었지만 재학 생활보다는 견딜만 했어. 무엇보다 남친을 만날 수 있었고, 내 식사량도 조금 늘었지.
"레주씨, 말랐어요. 어쩜."
"얘, 너무 말랐다, 말랐어."
아줌마들은 눈치가 없고 무례했지만 악의가 없는 걸 알았기 때문인 지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어.
"너 밥을 왜 이렇게 적게 먹어? 밥 남기지 마. 우리집에서 이러면 혼나는 데.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 아줌마는 좀 짜증났어. 그래도 그 정도도 견딜만 했어.
공장을 그만두고는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잡아 백수 생활을 누렸어.
거의 매일 친구들을 만났어. 오늘은 과 친구, 내일은 동아리 친구. 술 마시고 놀러다니며 쇼핑을 했어.
덕분인 지 놀랍게도 나는 1인분을 다 먹을 수 있었어. 김밥 한 줄을 다 먹을 수 있었고, 라면도 다 먹을 수 있었고, 심지어 햄버거 세트까지 다 먹을 수 있었어.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 한조각까지.
완전히 치료된 건 아니야. 내가 아직 새내기일 시절만큼 맛있게 먹지는 못해. 사실 이제 그 시절은 잘 기억나지도 않아. 여전히 식욕도 없고 맛도 없지만,
구역질이 나지도 않고 역겹지도 않았어. 좋은 징조였어. 실제로 지금까지도 점점 괜찮아지고 있어. 언제 다시 우울증이 재발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울 때도 있고, 여전히 우울한 데 그냥 몸이 적응해서 더이상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어. 바이러스에 항체를 생성하듯이.
그래도 그 때는 흥분해서 정신이 말도 아니었어.
아주 잠깐 행복했어. 그 날 전까지 한 2주 정도.
내 자취방에서 다같이 놀던 중 동아리 친구 페니가 말했어.
"내일 16학번(내 1년 후배) 애들이 자취방에서 연말 파티 연다는 데, 갈래?"
가면 안 됐는데.
1. 프링클 오빠.
시작은 아주 좋았어. 저녁 8시 쯤에 모였던 것 같아. 후배들이 직접 만든 음식은 훌륭했고, 맛있었어.
맵지 않은 음식을 맛있게 먹은 것도 정말 오랜만이야!
페니에게 말했어 "너무 맛있다. 나 이게 첫 끼야."
"어제 남은 김치찜은?"
"안 먹었어. 그냥 버려야 될 거 같애."
"아..."
"나 그래도 요즘 많이 먹어. 저번에는 햄버거 한 세트를 다 먹었다고."
저 말이 문제였나봐.
옆에서 가만히 듣던 프링클 오빠가 나한테 다가왔어.
"레주야, 나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네?"
"아니 나는 이해가 안 되서. 햄버거 한 세트. 그거 보통 사람들은 원래 다 먹을 수 있거든? 너도 알지 않니? 근데 왜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고."
"...저한테는 많아요."
"나는 햄버거 두 세트도 먹어, 아 진짜 한창 땐. 니가 그렇게 말하면, 듣는 사람은, 아 나 존나 돼지인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혹시 그냥 과장해서, 농담식으로 그렇게 말한 거야? 그런 거면 내가 미안해."
"......저 진짜 열심히 먹었는데."
페니가 이죽거리는 미소를 지었어.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한심하다는 듯 비웃고 고개를 돌렸지.
완전히 내가 수준 낮은 여우짓을 하다 딱 걸린 것 같은 상황이었어.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마른 게 고민일 수도 있잖아요."
"알아, 알아. 나도 그랬어. 나도 다 알아. 나도 옛날엔 진짜 배가 터질 것 같이 먹어서, 더 안 넘어갈 정도로. 무슨 느낌인 지 알아? 나도 살찌려고 그렇게 먹어도 안 쪄서 스트레스 받고. 다 알지."
너무 배불러서 못 먹는 거랑 절대 배부를 리 없는데 못 먹는 거랑 어떻게 같아.
"근데 너도 말을, 진짜 몰라서 그래? 아니 니가 고등학생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20살 먹고 21살 먹고 22살 먹어서 남들이 얼마나 먹는 지 모른다는 게. 진짜 몰라서 그런 거면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께. 근데 나는 그 나이 먹고 모른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
뻔히 알면서 모른척하고 너보다 뚱뚱한 애 앞에서 상대방 기분 나쁘게 놀리려 들었냐는 얘기였지.
가족도 애인도 모르는 고민을 1년 반이 넘도록.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언급이라도 하고 싶었을 뿐이야. 속은 곪아가고 있고.
뚱뚱한 사람은 그걸 스스로 언급할 수 있어. 당당해도 좋고, 희화화해도 좋고, 자기 비하를 해도 좋아. 다 수용 돼.
하지만 마른 사람은 그럴 수 없어. 자기 모습에 당당하면 재수없고 희화화하면 잘난척이고 자기 비하를 하면 자기보다 뚱뚱한 사람을 돌려까는 거야.
"오빠는... 제가... 페니 기분 나쁘게 하려고 일부러 모른 척.. 여우짓을 했다는..."
"아니, 나는 여우짓이라고 한 적 없는데? 왜 너 혼자 그런식으로 생각해."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의기양양했어. 본인이야말로 여고생이나 할 법한 치사한 짓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 하는 게, 나한테 망신주는 일이라는 걸 몰라요? 오빠야말로 몰라서 이래요?
며칠 전만 해도 나를 아끼는 후배, 좋은 후배로 생각한다고 말한 사람이었어.
내가 얼마나 멍청해 보였기에.
여중생이나 할 법한 수준낮은 여우짓을.
보통 남들이 얼마나 먹는 지 모를 리가 없잖아. 그리고 그 모른척이 통할 리가 없잖아. 프랭크 오빠가 떠올린 생각은 그 오빠 말고 남들도 다 할 수 있어.
나를 얼마나 멍청하게 생각하고 추론을 해야 그런 결론이 나올까.
딱 봐도 티나는 합성사진을 들고 드립을 쳤는데, 누가 일어나서 "미안한데, 그거 합성인 거 다 티나."라고 지적당한 기분이야. 그때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나를 통하지도 않을 거짓말을 친다며 안쓰럽게 보고 있는 거지.
설령 내 '모른척'이 통했다고 할 지라도
내 말을 듣고 '역시 저게 여자지.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쳐먹으니까 페니처럼 살이 찌지.'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냥 내가 심하게 적게 먹는 거니까.
내가 생각없이 농담을 하는 것 같아도 상대방한테 진짜로 피해가 갈 만한 말은 하지 않아.
하지만 상대방에게 진짜로 피해를 입히면서도 그게 잘못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도 똑같이 되갚아 주고 싶은데 성격상 그게 힘들어.
프링클 오빠도 나한테 악의는 없었을 거야. 나름대로는 나와 페니 둘 다 위하는 마음에서, '너 그러는 거 나쁜 짓이다'하고 알려주고 싶었던 거겠지. 불의를 목격하고 망신을 톡톡히 줘서 앞으로 같은 짓을 못하게 만들려건 거겠지. 와 완전 영웅이네.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어.
"야.. 너 우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진짜 몰라서 그랬으면 내가 미안해. 미안하다. 왜 울고 그래."
그 지경까지 됐는데도 나는 공개적으로 싸우고 싶지 않았어. 몇 시간 전부터 집안을 대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파티를 주최한 내 후배들은 아무 죄가 없는데 가엾잖아. 지금은 좀 후회가 돼. 후련하게 쏘아붙였다면 지금까지 괴롭지는 않았을 지도 몰라.
"오빠 때매 화장 다 지워졌잖아요!"
"아아ㅋ.. 그건 진짜 미안하다. 진짜 미안."
내가 누구를 진짜로 때리고 싶은 적은 많지 않은데.
"우리 화해한 거다? 레주?"
괜찮아진 척 다시 놀았지만 사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울었어.
본가로 올라가서 자기 전에 또 울다 가족들한테 들키고
다음날 데이트를 하다 또 울어서 남자친구에게 들켰어.
덕분에 내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웃겨. 나는 표정관리를 심하게 잘하는 편이라 어지간해서는 "고민 있어?"라는 말을 듣지 못하거든. 언제나 붙어다니는 보노보노 뿐이야.
2. 앤디 오빠.
에서의 "우리반 애들이 너 못생겼대ㅋㅋㅋ"의 주인공이야. 그리고 페니의 남자친구지.
연말 파티에서 내가 울기 조금 전, 아직 릴리가 도착하지 않았을 때 중학생 전공 체험 이야기가 나왔어. 작년의 내 얘기까지.
앤디 오빠가 신나게 말했어. 중학생들이 나더러 못생겼다고 말했고 내가 얼마나 분해 했는지.
"내일은 릴리가 온다니까 레주가 뭐라는 지 알아? "하! 릴리가 저보다 못생겼죠!""
정적.
앤디 오빠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을 거야. 오빠는 당시에 그렇게 들었고 그렇게 기억했겠지.
하지만 내가 친구가 없는 자리에서 나보다 못생겼다고 험담을 했다면, 내 인성에 의심이 갈 정도로 고약한 짓이며, 절대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언급할 만한 일은 아니지. 그걸 몰라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정말 몰라서 그런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
나는 드물게 흥분해서 항변을 했지만, 또 다른 동아리 선배인 빅터 오빠가 중재했어.
"그만 그만.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건데 왜 그래. 레주도 레주만의 매력이 있어."
오빠는 또 왜 그래요?
고마워!!
아마 그날 프링클 오빠 이전에 이미 앤디 오빠로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아.
앤디 오빠는 눈치가 없어. 농담도 심한 편이야.
나 뿐만 아니라 자기 여친인 페니부터 릴리까지, 골고루 의도치 않게 엿을 먹여.
그래서 처음에는 앤디 오빠가 심한 말을 했어도 원래 그 오빠 성격이 그 모양인데 하필 소재가 특히 나빴다, 하고 생각했어. 정말로.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생각이 거듭될수록, 배후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동아리에 회의감을 느끼고 이 스레를 세우게 된 가장 큰 원인. 가장 결정적인 원인.
3. 페니
나는 처음부터 페니가 불편했어. 1학년 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동아리 사람들은 유쾌하고 선하고 새내기 여학생에게 친절했지.
페니 빼고.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어.
하지만 페니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악의를 보인 적은 없었지.
내가 나쁜 아이라서 페니를 나쁘게 보는 걸까 죄책감도 들고, 아닐 거라고 내가 예민한 거라고 혼자서 부정했지.
하지만 나는 항상 페니 앞에서 주눅이 들고 눈치를 보고 잘 보이려 애썼어.
2년이 넘도록 일방적으로 친한 척 했지만 사실은 서로서로 어색했지.
차례 차례 동아리 여학생이 동아리를 나가고 15학번 여학생은 나와 페니, 릴리만이 남았을 때, 이제야 좀 친해진 것 같다고 느꼈어.
내 착각이었나봐.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억울함에 눈물이 나면서도 페니가 걱정이 되었어.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나를 오해하고 있다면 내 말에 상처받지 않았을까? 문득 비교될까봐 나와 같은 티셔츠를 입기 싫다고 했던 페니가 생각났어.
카톡으로 말문을 텄지.
레주 ㅡ 나 왜 무릎에 멍 들었냐ㅋㅋㅋㅋ큐ㅠㅠ
페니 ㅡ 몰라 나 어제 너보다 일찍 들어갔잖아ㅋㅋㅋ
레주 ㅡ 아 맞네 나 바보다
페니 ㅡ 기억 잃었나ㅋㅋㅋ
레주 ㅡ 기억 안 잃었어!
나 운 건 확실히 기억난다ㅋㅋㅋㅋㅋ
뿌링클ㅋㅋㅋㅋㅋ
아 짜증낰ㅋㅋㅋ
페니 ㅡ 프링클ㅋㅋㅋㅋㅋ이겠지ㅋㅋㅋ
레주 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니 ㅡ ㅋㅋㅋㅋㅋ이거 단톡에 올리면
죽겠젴ㅋㅋ
레주 ㅡ 몰라 이제 뿌링클이야ㅋㅋㅋㅋㅋ
이제껏 페니가 나에게 엿을 줄 때마다 '내 착각이다.' '내가 잘 못 봤다.' '그냥 눈치가 없는 거다.' 등으로 포장하며 애를 썼지만 그 캡쳐본이 올라온 순간 나는 페니를 포기했어. 그제야 객관적으로 페니를 볼 수 있었지.
그 단톡방에는 나와 프링클 오빠가 다투기 전에 먼저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고, 전화 등으로 그 사단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도 있었어. 물론 프링클 오빠 본인도 있었지.
페니는 내가 울었던 사건(그것도 겉으로는 내가 어줍잖은 여우짓을 하다 딱 걸리는 바람에 분하고 민망하여 눈물을 흘린 사건)을 공개적으로 다시 언급하는 동시에 나는 아직 프링클 오빠를 용서하지 않았으며 갈등은 진행중이라고 폭로한 거야. 그 모든 걸 '모른척'하면서.
이제껏 넘긴 여우짓도 다시 보였지.
예전 일들은 여우짓이 아닐 거라고 부정하며 무시하려 애썼기 때문에 거의 기억이 나는 게 없어. 하지만 가장 최근에만 세 번의 여우짓을 했지.
3-1. 동기 휴가 날.
내가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내려온 지 며칠 안 됐던 날이었어. 핑계야 공부였지만 사실 요양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이 사실을 아는 학교 사람은 몇 명 없었어. 남친과 보노보노 외에는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았어.
하지만 군인이 휴가 나온 걸 알고 남친(남친도 같은 동아리라 내 동기와 친한 선후배 사이야)에게 연락을 취해서 같이 갔어. 페니는 당일에 내가 불러냈고 총 5명이 모였다.
"너가 왜 여기 있냐?"
"시내에 자취방 구해서 있어."
"언제부터? 나한테는 연락도 안 하고."
나는 이미 원룸에 짐을 풀었지만 남자친구는 집은 구했지만 아직 입주일이 안 되어서 당일에 기차타고 내려온 날이었어. 하지만 내가 별다른 설명이 없으니까 같이 있는 남자친구를 보며 자연스럽게 우리가 동거중이라고 생각했나봐. 생각은 할 수 있지. '그럼 둘이 같이 사나?' 추측하는 것까지 잘못은 아니야.
문제는 여자들만 있는 자리도 아니고 왜 그 자리에서
"왜 내려왔어? 연애하려고 자취하나."
"아닝 공부할 거야."
"ㅋㅋㅋ공부는 무슨. 연애 공부하겠지."
이 대화가 동거를 암시하는 이유는 나랑 남자친구랑 본가가 같은 지역이라서야. 외박이나 동거가 아니면 연애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 집을 구할 필요가 없어.
군인에 선배에 남자친구까지 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동거 스캔들보다는 친구가 고의적으로 날 헐뜯는다는 게 더 충격이었다.
페니가 동거같은 여자에게 매우 민감하고 불리한 얘기를 눈치없이 꺼냈다고 믿기에는 그녀는 평소 너무 보수적이었어.
나는 페니가 앤디 오빠 자취방을 자주 들락거리는 걸 눈치로 알고 있었지만, 페니는 한번도 자기 입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어. 자취방에 갔다거나 거기서 뭘 먹었다거나 봤다거나, 입 밖에 내는 법이 없었지. 같은 여자한테도. 어쩌면 나한테만.
대신 앤디 오빠는 처음 사귄 여친이 자랑스러웠던 건지 패니가 없는 단톡방에서 자취방에 여친이랑 있다는 걸 암시하며 자랑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나는 패니가 의도적으로 자취방 언급을 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섬세한 여자아이가 그다지 사려깊지 못한 남친을 만나서 맘고생하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일이야.
둘이 사귄 지 1년도 훨씬 넘어서야 패니의 자취방에서 여자들끼리 술을 마시며 앤디 오빠 자취방 얘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앤디 오빠가 요리를 잘 한다는 내용이었다.
패니는 심지어 아직 밥솥도 없었다.
"뭔데 니ㅋㅋㅋ 집에 들어오긴 하나ㅋㅋㅋ 거기서 사는 거 아니가ㅋㅋㅋ"
"아니. 나 자주 들어오는 데."
그 정색한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3-2. 여학생 모임.
동기 휴가 바로 다음 날. 내 자취방에서 소소한 여학생 술자리를 가졌다. 나, 페니, 릴리, 그리고 동아리를 이미 나간 상태인 라비.
넷이서 스노우로 엽사를 찍고 놀다가 다시없는 인생 엽사를 몇장 건졌다. 오늘을 기념하는 의미로 각자 프사를 엽사로 바꾸기로 했다. 나는 내가 특히 망가진 사진을 골라 프사로 설정했는데, 페니는 남달랐어.
"우리 레주 팬 하자."
페니는 엽사에서 나만 잘라 커다랗게 프사를 해 놓았다.
그리고 상태 메세지를 "레주 팬 1호"로 설정했다.
키득키득 대면서 친구들이 전부 프사를 나로 바꾸고 "레주 팬 2호" "레주 팬 3호"가 되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나만이 단체 사진이었는데, 상황이 웃기고 즐거우면서도, 나만이 망가지는 것은 어쩐지 말려 들어가는 듯한 찝찝함이 있었어.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도 페니는 동아리 단톡방에서 놀다가 내 사진을 올렸다.
A ㅡ ㅋㅋㅋㅋㅋㅋㅋ너네 어제 무슨 일 있었냐
B ㅡ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ㅡ 여기 유비 관우 장비 여포 다 있네
레주 ㅡ 당연히 내가 여포겠지?
페니가 중얼거렸다. "다 있다고? ......야이씨! 스레주! 니 프사 단체 사진 올렸나!"
별 대단한 말도 아니었는데 가슴 한 켠이 싸해졌다.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정도로 밥을 안 먹으면 약으로라도 감정을 다스리는게 좋을 것 같아ㅠㅠㅠ모든게 다 우울증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거 오지랖이면 미안한데.. 왜 힘든지 말하고 있는데 왜 힘드냐고 물어본건 좀 아니지 않니..? 말하는 사람 허무하겠다.. 정말 몰라서 물어본거겠지만 끝까지 말하기 전엔 그르지마 ㅠㅠ 보는 내가 속상하다 ㅠㅠ
스레주야. 다들 고마워. 오랜만에 들어왔네.
그동안 많이 회복되어서 하소연할 생각이 별로 없었어. 하지만 회복된 건 우울증 뿐이고 내 인간관계 문제는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까.. 다시 돌아오게 되네.
충고는 고맙지만, 우울증은 많이 좋아졌어. 그리고 우울증은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 근복적인 문제가 아니야. 다음에 우울증이 재발한다면 약이라도 복용해볼께
나는 평생을 마르게 살아왔어. 목소리도 높아. 최근에서야 깨달았지만 예쁘장한 편이지.
사실 평생을 욕 먹으면서 살아왔어.
"쟤 먹는 거 봤니? 깨작깨작깨작"
"야, 약한 척 해도 남자애들 너 안 보거든? 재수없어."
"우리 ㅇㅇ한테 말 걸지 마." (분명 나는 ㅇㅇ에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가서야 정상생활이 가능했어. 그때는 여우로 몰리거나 욕을 먹지 않았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모든 남자를 멀리하고 연을 끊은 것과, 사춘기로 인한 여드름 덕분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친구들도 아주 잘 만났어. 현실 남자에 관심없는 오타쿠들이었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랑 사귀고 하는 얘기에 열을 올리지 않았어. 그래서 난 지금도 오타쿠들이 좋아. 오타쿠 친구들이 매력있는 것 같아.
대학에 가니까 아는 남자가 정말 많이 생겼어.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과 별반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행동이라도 남자들에게, 혹은 남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면 여우짓인 것처럼 되어버렸어.
나는 천성이 소심하고 조심스러워. 그 오랜 세월 왕따를 당하면서 상처가 없을 수 없잖아?
그리고 상냥해.
내 편은 없는데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어. 나는 나와 타협할 수 밖에 없었지. 청소를 나에게만 떠맡겨도, '괜찮아,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뒷담을 당해도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지' 따돌림을 당해도 '주도하는 애가 누구인지 알잖아. 나머지는 분위기에 휩쓸린 것 뿐이야. 아직 어린 애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어른스러운 거라고 생각하려고 애썼어.
생각해 봐. 거기서 내가 일방적으로 이해하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어? 엄마한테 이를까?
그게 좀 심해. 그러다보니까 착한 척 예쁜 척 가식으로 보였나봐. 어린 시절처럼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어.
내가 음료수 뚜껑을 못 따서 낑낑대면 오빠들이 가져가서 따 줘. 그럼 그 순간에 알만하다는 눈빛으로 비웃고 있는 여자애가 있어.
페니도 그 중 한 명이었어.
페니를 처음 만난 건 동아리 동기 엠티 날이었어. 나는 동아리에 늦게 가입했기 때문에 동기 대부분은 엠티날에 처음 만났었지.
내가 안 취했다고 우기면 다들 나를 말리고(내가 술에 취하면 구급차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호흡곤란이 온다는 것은 이미 유명했다), 페니가 취했다고 주장하면 아무도 믿지 않던 그런 밤이었어. 정말로 나보다 페니가 더 취해있었지만, 페니는 그다지 여자아이 취급을 받지 못했어. 나는 페니를 처음봤지만 그 상황을 은근히 서러워한다는 건 알 수 있었어.
나는 어느 순간 방바닥에 누워있었고(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 페니는 더는 못 마시겠다고 투정을 부렸어.
내가 내 허벅지를 툭툭치며 말했어.
"페니! 여기 누워!"
동기들이 빵 터지며 비웃었다. "야 니 다리 뿌라진다" "ㅋㅋㅋㅋㅋ"
페니는 내가 익숙히 아는 그 비웃음을 지었다.
우린 첫단추부터 잘못됐던 거야.
정말 궁금한 게, 왜 페니는 남자애들이 아니라 나에게 악의를 가졌을까?
스레주 힘내..너무 힘들어보여...... 스레주에게 가족과 바다여행 갔다오는걸 추천한댭..♥ 못가더라도 힘내..난 바다를 보면 마음이 힐링되더라 ㅎㅎㅎ!!
고마워! 그러고보니 바다에 가본 지 오래됐네. 지금은 너무 춥고 여름이 되면 가볼께. 바다는 못가더라도 남자친구하고 여행이라도 가볼까.
사실 2월 달에 페니랑 보기로 했어. 학교 동아리 연합으로 엠티 비슷하게 다녀오는 건데, 우리 동아리에서는 단 두명 밖에 가지 못한다나 봐. 누구 더 갈 사람 없는 지 찾길래 나만 지원했어. 한 번 만나고 싶어서. (페니는 별로 반기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내가 거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까? 아무도 조언해 줄 사람 없을까?
이 말이 너무 슬픈것같다. 페니가 왜 남자애들이 아니라 스레주에게 악의를 가졌냐는거..
스레주 아무런 잘못이 없잖아. 내가 볼땐 사회 편견에 스레주가 휘말린것 밖에 없지 않나 싶어.
"하 요즘 너무 살찐것 같아" 는 사소한 투정 " 하 요즘 너무 살빠진것 같아" 는 가식적이고 여우짓으로 이미 거의 대부분이 생각은 안하려고해도 무의식에 드는 거잖아. 이런 사람들 사상이 빨리 바뀌였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장 문제는 제 3자, 마르고 뚱뚱하다는 사람 체형가지고 타인에게 평가질 하려는 개새끼들도 사라져야 해결될 문제야. 어떻게 행동해야 했을까? 글쎄 스레주가 한 최선의 행동이였다면 애초에 스레주고 잘못한게 아니지 않았을까.
ㅇㄱㄹㅇ 잘생기고 키큰 남자가 못생기고 키작은 남자애 외모비하 하는건 괜찮지만 날씬한 여자가 뚱뚱한 여자애 외모 비하하면 천하의 죽일년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스레주가 뚱뚱한애 비하했다는건 아니고ㅋㅋㅋㅋㅋㅋ그런 오해가 있을시에 (오해건 진실이건) 잘난 남자가 못난 남자한테 그러는거엔 존나 관대하면서 잘난 여자가 못난 여자한테 그러는거는 꼴페미년들이 눈 까뒤집고 게거품 물더라ㅋㅋㅋㅋㅋ이러니까 여자만 외모에 발전이 없지^^
"뚱뚱한 사람은 그걸 스스로 언급할 수 있어. 당당해도 좋고, 희화화해도 좋고, 자기 비하를 해도 좋아. 다 수용 돼.
하지만 마른 사람은 그럴 수 없어. 자기 모습에 당당하면 재수없고 희화화하면 잘난척이고 자기 비하를 하면 자기보다 뚱뚱한 사람을 돌려까는 거야."
이 말 진짜 공감이다 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뚱뚱한여자는 뭘 해도 우쭈쭈쭈 부둥부둥 해주는데 마른여자는 뭘 해도 아니꼽고 눈엣가시처럼 취급하더라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
스레주야 나는 옷가게에서 알바할때 내가 44사이즈 입는데 내 사이즈가 그 넓은 옷가게에 단 한벌도 없길래 왜 여긴 다 큰 사이즈만 있냐고 왜 마른사람이 입을만한 옷은 없냐고 장난식으로 한번 언급했다가 그 뒤로 6개월을 왕따당했어ㅋㅋㅋㅋㅋㅋ
진짜 너가 어떤심정인지 구구절절 이해가 간다 나도 그걸 겪어봤거든ㅋㅋㅋㅋㅋㅋ진짜 한국에서는 마른여자는 그 자체로 '외모지상주의의 폐혜' 취급당하는게 안겪어본년들은 어떤 기분인지 절대 모를거다ㅋㅋㅋㅋㅋ 툭하면 외모강박증이나 거식증 의심받고 씨발ㅋㅋㅋ 뚱뚱한년한테는 한마디만 잘못해도 쳐죽일년되고 매장당하는데 마른여자는 '걸어다니는 외모지상주의의 폐혜' 이기 때문에 대놓고 깔 수 있다는 그 당당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스레주 심정 진짜 너무 공감간다... 당당해도 안돼, 희화화해도 안돼, 자기 비하해도 안돼... 뭐 어쩌라고? 난 그래서 그냥 말라보이는 거고 안 보이는 부분은 살쪘다고 하니까 원래 안 보이는 부분부터 살찌는 거고 그 다음이 보이는 부분이라고 하면서 날 나쁜 년으로 몰아가더라ㅋㅋㅋ 심지어 난 다이어트 해본 적 없다는 걸로도 까여봤음. 내가 내 몸에 만족한다는데 왠 참견?? 이 세상 모든 여자는 자기 몸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 살을 빼야 되는 거야? 그거야말로 성차별적인 거 같은데ㅋㅋ
그리고 나도 음식 조금 먹는 편인데 이거 가지고도 내숭이니 음식 아깝다느니 하면서 ㅈㄹㅈㄹ... 내 돈으로 내가 사먹는 건데 난 안 아깝겠냐고ㅋㅋㅋ 나도 남은 음식 보면서 내 돈ㅠㅠ 내 아까운 음식ㅠㅠ 이런 생각 한다고ㅋㅋㅋ 1인분 다 먹으려면 1끼 굶어야 되는데 그럼 하루에 1끼만 먹으리?? 솔직히 굶는다고 다 먹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데ㅋㅋ 난 많이 먹는 사람 보면 진짜 부러워 죽겠어. 뚱뚱해도 상관없으니까 나도 많이 먹고 싶어. 근데 이 얘길 현실에서 하면 바로 개쌍년 직행ㅋㅋ 난 진심인데 잘 먹는 사람 보고 부럽다는 말 하나 못함ㅋㅋㅋㅋ
그리고 나도 스레주처럼 캔 따는 거 잘 못해. 병뚜껑 따는 것도 그렇고, 차 문 여는 것도 잘 안 되더라고. 근데 이거 가지고 또 내숭이니 뭐니 하면서 진짜ㅋㅋㅋ 남의 도움 안 받고 열어도, 남자가 아니라 여자한테 부탁해도 백치미 어필하냐느니, 남자가 보고 있으니까 여우짓 하는 거라느니... 아 안되는 걸 어떡하라고!! 나라고 노력 안 하는 줄 아나ㅋㅋ 음료수 있는데 따줄 사람 없어서 목마른데도 음료수 못 사먹는 심정을 니들이 아니? 차 문 열 때마다 아 안 열리면 어떡하지... 하면서 긴장하면서 시도하는 심정을 아냐고.
아 그런 사람들 진짜 짜증나. 결정적으로 나 남자도 관심없고 연애도 관심없는데 이 얘기 해도 여우 취급받는 건 뭐죠ㅋㅋㅋ 글자 그대로 '난 남자 관심없어'가 여우짓임?? 난 남자랑 사귈 생각 진심으로 1도 없는데 그럼 오히려 여우의 반대 아닌가ㅋㅋㅋ 세상엔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안 듣고 베베 꼬이게 듣는 사람이 참 많은 거 같아.
ㅇㄱㄹㅇ 그냥 타고나길 마르고 허약한 체질이라 진짜 힘이없어서 병뚜껑 못따고 벤 같은 차 문 옆으로 드르륵 여는거 잘 못 열수도 있는데 꼭 지들이 살찌고 힘세니까 다른 여자들이 마르고 힘 없으면 그걸 꼭 아니꼽게 보더라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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