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의 겨드랑이를 떠나자 (61)
2.일루바크를 여행하는 모험자를 위한 안내서 >>357 (353)
3.어느 유학생의 평온한 나날 >>610 (610)
4.중고차 구매 ㅇㅋ (2)
5.공자였는데 공녀가 됐습니다(2판) (>>456까지) (458)
6.미연시 (미남 연쇄살해 시뮬레이션) (143)
7.날도 더운데 마당에서 물놀이 개장이나 하러갈까 (스레주 off) (568)
8.앵커판 설문조사 스레 (183)
9."...이 파티 되게 재미없죠. 차라리 우리끼리 몰래 나가버릴까요?" (>>223) (223)
10.포켓몬스터 소울 실버 랜덤 너즐록 챌린지 시즌 3 (208)
11.★앵커판 관전스레★ (634)
12.신약: 유선형 비둘기와 경유 바다의 세이렌 / >>210, 211 (209)
13.[Ⅴ] 그 엘프 니트는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루바브~ (519)
14.붕어빵 (251)
15.설화중고등학교 교생선생 곽지우 (319)
16.☆★앵커판 잡담스레 7★☆ (101)
17.가자 가가자자 가가가자자자 (708)
18.100레스 안으로 끝나는 인스턴트 규칙괴담 (32)
19.도시로 돌아가기 (713)
20.>>61 / 그래도 우리의 계절 다 카포 (61)
1
이름없음
2026/02/19 01:19:01
ID : tirwFikljvC
9
매사추세츠의 아침 하늘은 맑은 푸른색이다. 엷은 구름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나의 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동생 녀석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이라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을테니까. 이래서야 대학은 어떻게 갈런지 모르겠어. 이젠 나도 해외에 있으니 공부를 봐 주지도 못할텐데.
* * *
[목표]
1. 좋은 학점 받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의식적으로 도서관에 들러서,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는 걸 목표로!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얻은 것]
"대신하는 이": 검은 벨벳 테디베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준다.
심안: 마주할 의지가 있다면 뭐든 꿰뚫어볼 수 있다.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마음 속도 알 수 있다. 20레스 단위로 1번씩 사용 가능. 쓸 때는 앵커 레스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지도.
[연락처]
가족 단톡방(아버지, 어머니, 동생)
외삼촌의 전화번호
사촌동생의 전화번호
민속학부 4학년 씨의 전화번호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철학부 3학년 씨의 전화번호
문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경영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심리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402호 씨의 전화번호
고등학생 씨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조교님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사무실 전화번호
천문학부 교수님의 메일 주소(현재 답변 불가)
천문학부 디스코드
보드게임 동아리 디스코드(지질학부 3학년 씨, 화학부 4학년 씨, 심리학부 1학년 씨)
* * *
대략적인 인물들의 설명과 이미지: https://justpaste.it/kfa4h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호러 일상물입니다. 인물들이 죽거나 미치거나 실종되는 등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음에 주의.
이전 레스 안 보고 그냥 끌리는 대로 막 앵커를 달아도 됩니다(다만 개그는 적정 선에서!)
연속 앵커 가능, 앵커 미루기 가능, 잡담, 질문, 토론 등 아무튼 뭐든 가능
개그는 적정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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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이름없음
2026/03/05 12:06:59
ID : tirwFikljvC
0
지난 이야기?
'그 대학'의 천문학부 신입생이 된 그 애는 자취방에 짐을 풀고 목표를 정했어. 도서관을 공략하기로 한 그 애는 교정에서 민속학부 녀석을 만나고, 도서관까지 끌려가서 여차저차 하다가 모독적인 가자미 뫼니에르를 얻어먹었지. 그 애는 예의 바르게 커피까지 사 줬는데 그 망할 녀석은 예의도 모르고 바로 떠나버렸지. 짜증나.
그리고 이때를 노린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이 난입해서 번호를 주고 갔어. 그리고 그날 밤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사서 나오는 길, 그 애는 '명백히 이상한 뭔가'를 조우했지. 다행히도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의 번호를 떠올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모양이야.
근데 깨어나보니 코피도 흘리고 몸살도 났고 아주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거야. 첫 수업 날인데 이래도 되나. 난 그 애가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그 애는 병원을 다녀오고, 닭튀김도 시켜먹었어. 그러고 나서는 좀 몸이 나아져서 수업을 갔고. 장하지? 근데 거기서 또 경영학부에 다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
공강 시간에는 철학부 녀석을 만나서 스케치 모델이 되어줬는데, 그림이 정말 예쁘더라고. 다음 시간에는 그 전에 그 애를 구해준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을 마주쳤지. 걔는 예의가 바르니까 바로 답례를 얘기했지만, 그 녀석은 목숨 한번 구해준 걸로 뭘 그렇게 유세를 떠는 걸까. 그날은 돌아오면서 옆집 사람을 마주치고, 보드게임 동아리에 가입했어.
그리고 며칠 뒤 토요일, 중세형이상학부 녀석에게 말했던 '답례'의 날이야. 맛있게 먹은 뒤 과거의 일을 들었어. 그 민속학부 새끼 그 전에 멋대로 굴던 것도 그렇고 그럴 줄 알았다니까? 죽일 놈이야. 나쁜 놈이고. 근데 그 뒤가 더 나쁜 놈이더라고.
멋대로 둘이 같이 놀면서, 뭘 그렇게 재밌다는 듯이. 꿈 속 유람은 즐거웠어? 응? 대답해 봐. 나 없이 재밌었냐고. 뭐 화내봤자 의미 없겠지. 어차피 그 애는 아직 꿈에 익숙치 않으니까 깨면 기억도 못 할 거고.... 다음에 또 이딴 식으로 선수치면 그땐 정말로 안 봐줄거니까 알아둬. 그 애가 찬 바람을 맞기까지 했잖아. 게다가 사촌동생한테 사과하게 만들었고.
아, 중요하진 않은데 사촌동생한테 스토커가 있대나? 아무튼 다음날. 일요일 새벽이 됐어. 바깥에서 들린 소리에 그 애는 잠깐 겁을 냈었지만, 정체는 아마 옆집 사람이었던 것 같아. 어쩄든 잠이 확 깨버린 그 애는 강변을 산책하기로 했어. 그러다가.... 동향 사람을 만났네. 문학부랬나? 안 친해지면 좋겠다. 그치?
203
이름없음
2026/03/05 12:07:12
ID : tirwFikljvC
0
그가 말하길 소설에 쓸 아이디어나 생각난 문장들을 정리하기 위해 노트를 쓰고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소설을 써 왔다나. 문학부다운 취미구나. 원한다면 사인이라도 해줄 수 있다나? 가볍게 웃어넘겼더니 묘하게 시무룩해지는 표정이다. 약간 씁쓸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그는 화제를 돌린다. 이번 작품은 SF 쪽으로 쓰고 싶다는데, 단순히 책을 통해서 얻은 천문학 지식만으로는 생생한 느낌이 부족할 것 같다고 한다. 이왕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앞으로 종종 이야기를 묻고 싶다고 하는데, 솔직히 거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저 쪽에서도 유학 생활 관련해서 이런저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고. 서로 윈윈 아니겠는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다른 주제를 꺼내기로 했다.
*
1. 최근 관심사
2. 유학 생활
3. 근처 맛집
4. 그 외 자유(에서 제시된 다른 주제라던지, 아니면 원하는 내용)
204
이름없음
2026/03/05 18:16:16
ID : 3xCktur865c
0
지난 이야기 저거 누구 시점일까? ㄷㄷ
유학생활+유학을 온 이유
205
이름없음
2026/03/05 19:00:30
ID : tirwFikljvC
0
유학 생활이 어떠냐고 묻자, 그럭저럭 즐겁다고 했다. 아무래도 1학년 때는 적응하느라 좀 버겁긴 했지만 일 년을 어찌저찌 보내고 나니 생각보다 살만해졌다나. 최근에는 연극을 보는 것에 빠졌는데, 이런 식으로 여러 문화생활을 즐기다 보니 새롭게 영감도 떠올라서 담당 편집자도 기뻐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잠깐만, 편집자? 취미 수준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전문성을 띤 인맥에 의문을 표하자, 선배는 담담하게 말한다. 나 작가인데. 설마 이름 듣고도 진짜 몰랐어? 어쩐지....
선배는 은근히 아쉬운 건지, 핸드폰을 꺼내 네이버를 켜고는 이름 석 자를 검색해서 보여준다. 단 한 권이지만 책이 있다. 그러고보니 책 제목을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핸드폰을 아예 받아들고, 몇 년 전에 쓰여진 한 블로그의 책 리뷰글에 들어갔다.
학생 신분으로 유명 문예지의 장편 소설 부문을 통해 등단한 이후, 어린 나이부터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며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예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인재로.... 음, 그만 읽자.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뭐 나는 문학계의 최신 흐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인간이니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만.... 그래도 뭔가 죄송스럽군. 다행히 전자책판도 있는 모양이니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려나.
206
이름없음
2026/03/05 19:00:46
ID : tirwFikljvC
0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하고 있지? 궁금해져서 유학을 온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다가 슬쩍 이유를 말해준다.
말하길 첫 번째 작품이 생각 이상으로 잘 되는 바람에 어쩐지 아무 것도 못 쓰게 되었다더라.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위해 멀리 타지로 떠나 살아보기로 한 결과가 지금이라나. 그런 점에서라면 다행인 것 같다. 어쨌든 새로 영감이 떠오르고 있다고 하니.
그러다 선배는 다시금 장난스레 웃으며, 정말로 사인 안 필요하냐고 다시 묻는다. 이 사람 은근히 알아봐주길 바라고 있군.
*
1. 유명한 사람이니 일단 받아두자.
2. 별로 관심도 없는데 그러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3. 혼인신고서가 어딨더라?(웃음)
4. 이 기회를 틈타 연대 보증 계약서를....
5. 그 외 자유
207
이름없음
2026/03/05 19:42:18
ID : cNvzWjijdCr
0
1
208
이름없음
2026/03/05 20:38:33
ID : tirwFikljvC
0
분위기도 그렇고, 본인도 받아가주길 원하는 것 같고,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니까 일단 사인을 받아두기로 했다. 익숙한 모나미 볼펜을 꺼낸 그는, 유려한 글씨로 슥슥 사인을 하고는 건넸다. 밑에는 내 이름과 함께, '번창하세요! ^^' 라는 짧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펜선 끝에 남은 볼펜 똥을 살짝 털어낸 뒤 가방에 넣었다. 작가들은 보통 좀 더 멋진 펜을 쓸 줄 알았는데, 뭔가 소탈하구나.
그러다 선배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선배는 깜짝 놀라며 알람을 끄더니, 이제부터는 글을 쓸 시간이라며 자리를 뜬다. 더 얘기하고 싶긴 하지만, 일정한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모양이다.
이제 나도 슬슬 조깅을 하러 가 볼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정도 달렸을까, 제법 체력이 빠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한인 마트로 간다. 원래는 점심쯤에 가려고 했지만.... 이미 이렇게 밖에 나와버린 이상, 한번 돌아갔다가 다시 외출하는 건 무리다. 그냥 오전 내에 싹 끝내고 돌아가서 쉴 거야.
지금 시간쯤이면 어차피 열었을거고,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충분히 걸을 수는 있을 정도다. 나는 한인 마트로 향했다.
209
이름없음
2026/03/05 20:41:39
ID : tirwFikljvC
0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착했다. 대형 체인이라 그런지 확실히 좋다. 푸드코트도 있고 말이지. 벌써부터 한식의 향이 풍긴다. 미국 온 뒤로 집 밖의 장소에서 이런 매콤칼칼한 향을 맡은 건 처음인 것 같다.
어쨌든 본 목적은 장을 보는 거다. 푸드코트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참기름부터 담자. 라면도 사야지. 혹시 저번처럼 아플 지 모르니까 레토르트 죽도 사고.
애호박을 사서 된장찌개라도 끓일까. 뭐든 좋겠지....
어느새 쇼핑 바구니가 한가득 차서 팔이 아프다. 생각해보니까 장바구니 들고 왔던가? 안 들고 왔었지? 계획에 없었으니까....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들고 가지? 고민하던 찰나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조금 어색한 발음이 들린다. 나는 몸을 돌린다.
외숙모? 아, 옆에는 외삼촌이랑 사촌동생도 있구나. 나는 그들에게로 달려간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촌동생이 오랜만에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재료를 사러 왔다고 한다. 다행히도 그들은 내 많은 짐과 단촐한 차림을 보고 동정심이 들었는지, 자기 차로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한다! 뜻밖의 이득이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나와서, 나는 외삼촌네 차 뒷자리에 탄다. 외숙모는 익숙한 듯 운전석에 앉고, 외삼촌은 이 쪽을 돌아보며 묻는다.
그래서 대학 생활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
1. 잘 지낸다. 수업도 괜찮고, 좋은 선배들도 여럿 알게 됐다. 돌아오는 수요일에는 동아리에도 나가 볼 생각이다.
2. 그럭저럭이었다. 역시 타지 생활은 조금 힘들다. 그래도 곧 적응할 것 같다.
3. 솔직히 좀 빡세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얼마 전에는 아파서 앓아눕기까지 했다.
4.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자꾸 일어난다. 여기 대체 뭐 하는 동네인지 모르겠다.
5. 그 외 자유
210
이름없음
2026/03/06 07:39:39
ID : 3xCktur865c
0
일단은 잘 지낸다고 할까
1번
211
이름없음
2026/03/06 17:52:02
ID : tirwFikljvC
0
고작 일주일 정도긴 하지만, 상당히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긴 했다. 나쁜 일도 있었지만 뭐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면 그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것도 자극이다. 나는 잘 지낸다고 말했다.
외삼촌은 다행이라며 밝게 웃는다. 적응하지 못할까 봐 많이 걱정했다나. 네가 잘 지내고 있으니 추천해 준 입장에서도 다행이라나.
그 다음은 늘상 하던 것과 비슷한 따분한 말들이었다. 나 좋으라고 하는 말인 건 알지만 지루하단 말이지. 나는 슬쩍 핸드폰을 열었다. 디스코드 아이콘 옆에, 알림이 가득 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렇게까지 알림이 꽉 차있을 이유가 없는데. 나는 별 생각 없이 앱을 열었다. 동아리 서버는 평소대로였지만 천문학부 서버가 문제였다.
흥분과 경악, 당황으로 점철된 채팅방을 천천히 살폈다. 나는 혼란 속에서, 지금 사건의 중심이 된 몇 개의 단어를 건져낼 수 있었다.
교수, 죽음, 자택, 참혹함, 서재, 조사중, 비극....
그러니까, 저번에 딱 한번 보았던 교수님이 돌아가셨다는 거다.
나는 급하게 이메일을 확인했다. 학과 사무실에서 휴강 공지 메일이 와 있었다. 건조한 텍스트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이 담겨 있었다. 옆의 사촌동생이 내 어깨를 흔들었다. 듣고 있어?
*: 뭐라고 답해야 하지?
1. 미안, 전혀 못 들었어.
2. 지금 그럴 상태가 아냐....
3. 그 외 자유
212
이름없음
2026/03/06 18:47:34
ID : cNvzWjijdCr
0
1
213
이름없음
2026/03/06 20:40:47
ID : tirwFikljvC
0
나는 정직하게, 못 들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야 이런 큰 사건이 터졌는데 뭘 들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사촌동생은 가볍게 핀잔을 주고, 외삼촌은 그래서 뭔 일이길래 갑자기 핸드폰만 보냐고 묻는다.
뭐라 답할 지 모르겠어서, 나는 그냥 담담히 사실을 전했다. 외삼촌은 이야기를 듣고는 한동안 시끄러워지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디스코드에는 계속해서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알 수 없는 계정으로 이미지 한 장이 올라왔다. 서재의 한가운데에는 기괴한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기묘한 액체 같은 것이 남아있고, 거칠게 찢어진 살덩어리가 피에 젖어서 이리저리 널려 있는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것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잔혹한 형상에 순간 구역질이 나올 뻔 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충격을 받은 건지 잠시 채팅이 멈췄다. 몇 명의 사람들이 채팅을 입력하고 있다는 문구만이 화면 아래에 뜨다가, 곧 누군가가 관리자를 멘션했다. 그 알 수 없는 계정은 추방되었고, 이미지는 삭제되었다.
그 다음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한 마디를 던졌다.
아까 전 사진, 왜 방 모서리에 콘크리트를 발라둔 거지.
...그런 게 있었나?
*
1. 핸드폰 화면을 끄고 무시한다.
2. 다른 걸 보면서 어떻게든 신경을 다른 데에 집중시킨다.
3. 사촌동생과 대화한다.
4. 적당한 선배한테 메세지를 보내본다.(의 연락처 참고)
5. 그 외 자유
214
이름없음
2026/03/07 07:29:04
ID : o40ttg0lfTS
0
1
215
이름없음
2026/03/07 14:18:48
ID : tirwFikljvC
0
시신에 대고 이런 말 하는 거 무례하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혐짤.... 이잖아? 못 견뎌, 진짜로. 나는 핸드폰 화면을 끄고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고 조금 있으니 내 집에 도착했다. 나는 짐을 한아름 안아들고 차에서 내렸다. 외삼촌은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식재료들을 냉장고나 찬장에 쑤셔박고, 생각난 김에 설거지도 하고, 방도 한번 밀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니 그 전 일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사실 신경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다른 데로 가니까 좀 낫달까.
그리 좋지 못한 소식을 들어버렸지만, 어쨌든 오늘 하루는 평범하게 끝났다.
216
이름없음
2026/03/07 14:19:03
ID : tirwFikljvC
0
그리고 다음날. 오늘은 월요일이다. ...그렇다, 휴강이 되어버린 그 월요일이다. 다만 강의 하나가 휴강이 되었다고 해서, 학교에 갈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강의를 그거 하나만 듣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1교시 강의가 빠졌으니 이렇게까지 일찍 올 필요는 없었는데, 뭐 온 김에 이것저것 더 하고 가면 되겠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학부 사무실로 가서 향후 수업 진행 관련해서 물어볼 수도 있겠고.... 그냥 나온 김에 산책이라도 하면서 자만추를 노린다던가.
뭐, 할 만한 일은 많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던가, 해야 할 걸 하던가 하자.
*: 어떻게 하지?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적당한 사람에게 연락(의 연락처 참고)
5. 학식! 밥! 다이닝 홀! 카페테리아! 밥먹자!
6. 그 외 자유
217
이름없음
2026/03/07 15:49:50
ID : qry7ta5Xy41
0
55
218
이름없음
2026/03/07 16:14:50
ID : tirwFikljvC
1

219
이름없음
2026/03/07 16:21:33
ID : tirwFikljvC
0
역시 밥부터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식사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깐 말이지.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뷔페식으로 되어서, 꽤나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어보였다.
한쪽 벽에는 알레르기나 원산지 등이 표기된 보드가 붙어있었다. 로컬 푸드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있는 걸 보니.... 해산물은 먹지 않는 게 좋겠군. 혹시 모르니 일단 자제하자. 저번에 그 식당도 그렇고 왜 이렇게 이 근방 해산물을 좋아하는 걸까.
콥 샐러드 한 스쿱, 큐브 스테이크도 좀 퍼담고, 버터 바른 토스트랑.... 아, 토마토 수프도 한 그릇 챙길까. 그럭저럭 괜찮은 것들을 골라 담은 뒤 나는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은 제법 괜찮았다. 그냥 앞으로는 학식을 먹는 것도 좋겠군.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
1. 저번에 수업에서 만난 경영학부 신입생 씨
2. 더티 블론드를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안경을 쓴 학생
3. 조금 가무잡잡한 피부의, 주근깨가 있는 학생
220
이름없음
2026/03/07 17:47:27
ID : mE4KY04FdCm
0
1 일단 아는사람부터
221
이름없음
2026/03/07 19:00:06
ID : tirwFikljvC
0
아, 저번의 그 경영학부 녀석이다. 녀석의 하늘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옆에 앉아도 될까? 라며 밝게 웃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또 귀에 한 피어싱이 다른 걸 보니, 제법 꾸미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다.
그는 식사 전, 눈을 내리깐 채 손을 모으고 낮게 중얼거리며 기도했다. 슬쩍 훔쳐본 그의 그릇은 전반적으로 소박했다. 어쩌면 청교도적인 느낌이 들 정도였다. 호밀 베이글과 훈제 청어를 중심으로, 구운 버섯과 방울토마토 옆에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후추가 끼얹어진 가벼운 생채소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잠시만, 청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아까 전 원산지 표기에는 분명....
*
1. 물고기는 안 먹는 게 좋을텐데.... 살짝 말해준다.
2. 에이, 됐어.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댔잖아. 말하지 않는다.
3. 그 외 자유
222
이름없음
2026/03/07 21:18:07
ID : 3xCktur865c
0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살짝 말해주자
223
이름없음
2026/03/07 22:17:34
ID : tirwFiklj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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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기도를 끝내기를 기다리다가 말했다. 될 수 있다면 물고기는 먹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그러나 그는 종교적인 이유가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물고기를 먹는다.
그러고보면 방금도 기도를 했었지. 한국에 살던 시절, 모태신앙인 친구에게 듣기로는 가톨릭에는 고기를 금하고 생선을 먹는 시기가 있다고 했었다. 걔는 정작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매번 고기를 먹었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사람은 꽤나 독실한 신자인 것 같다.
문득 궁금해져서, 어떤 계기로 신자가 되었냐고 묻자 그는 조금 부끄러운 듯 관자놀이를 긁적이다 친구가 되어 주면 말하겠다고 했다. 나는 바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그는 예상 외로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반쯤 슬럼화된 거리를 전전하며 방황했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되었다. 근방의 폭력배들의 똘마니 노릇을 하며 살던 그는, 어느 날 폭력배들에게 근방의 무료 급식소에 가서 식사를 받는 척 지갑을 털어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말에 따랐던 그는 곧 급식소를 운영하던 사람들에게 붙잡히고, 급식소를 운영하던 교회로 데려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사연을 들은 신부는 오히려 그를 용서해주었고, 따뜻한 식사를 내주었다고 한다. 그 일은 그의 마음 한 곳에 크게 남았고, 이후 개심하여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나.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도 실은 종교 재단의 지원을 받은 거라고 한다.
뭐랄까, 힘든 일이 있었구나 싶다.
*
1. 교회에 대해 더 묻는다
2. 과거에 대해 더 묻는다
3. 향후 진로에 대해 묻는다
4. 그 외 자유
224
이름없음
2026/03/07 22:26:25
ID : cNvzWjijdCr
0
반했어요
1번 교회에 대해 더 묻는다
225
이름없음
2026/03/07 22:48:49
ID : tirwFikljvC
0
교회에 대해 묻자, 그는 매우 들떠서 나를 돌아보며 이것저것 말하기 시작한다. 이 근방에 있는 푸른 지붕의 교회고, 물고기 모양 조각상이 특징이고.... 뭐 그런 시덥잖은 얘기로 시작해서, 이야기는 점점 격화된다. 바다에 계신 아버지, 풍어의 축복 등.... 여러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교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뭔가 이상한 트리거를 건드린 것 같다. 일단은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그래도 종교를 가질 생각은 없다는 뜻을 전해두었다.
경영학부 녀석은 아쉬운 듯 잠시 입을 비죽거리더니, 가방에서 작은 스프레이 병을 건넨다. 성수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물이 묘하게 뿌옇다. 받아줬으면 한다고 하기에 일단 받아 챙겼지만.... 뭔가 감이 안 좋다.
나는 묵묵히 식사를 끝낸 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병을 살짝 열어 향을 맡아보니 그냥 소금물 냄새라기엔 이상할 정도로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났다. 무언가, 취할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
*: 성수 병의 처분
1. 버린다.
2. 갖는다.
3. 그 외 자유
*: 다음에 할 것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적당한 사람에게 연락(의 연락처 참고)
5. 그 외 자유
226
이름없음
2026/03/08 07:32:04
ID : 3xCktur865c
0
뭔가 위험한 느낌인데...
지금은 챙기고 나중에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에게 물어보자
227
이름없음
2026/03/08 10:18:06
ID : mE4KY04FdCm
0
그렇다면 바로 중세형이상학과 센빠이에게 연락 레츠고
228
이름없음
2026/03/08 18:16:15
ID : tirwFikljvC
0
원래 위험성이 있는 물질은 함부로 방류하면 안 된다. 전문가를 불러 처분하는 것이 올바르겠지. 이 문제에 대해 제일 잘 알 것 같고, 상식이 존재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다.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세요? 너구나? 근데 미안,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나 지금 아르바이트 중이라서. 이따가 점심쯤에 봐도 될까? 뭔가 다급한, 시간에 쫒기는 듯한 말투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그래도 점심이 되면 처분할 수 있다. 나는 병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이제 진짜 뭘 어떻게 하지. 나는 고민하다가, 핸드폰에 알림이 뜬 것을 보았다. 어디 보자, 동아리 서버인가. 시간 남는 사람 있으면 동아리 방에 와서 점심까지 게임이나 하자고? 흠. 딱 점심까지라면 시간을 때울 수 있긴 하다.
동방 위치는 공지에 써 있으니 알고 있긴 한데. 나같은 뉴비가 가도 되나? 아니면 그냥 다른 걸 하는 게 더 나을지도...?
*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산책
4. 보드게임 동아리
5. 그 외 자유
229
이름없음
2026/03/08 18:49:56
ID : uldzVdRDwE4
0
동아리 가보자
230
이름없음
2026/03/08 20:02:13
ID : tirwFikljvC
0
동아리에 가 볼까. 나는 동아리방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이미 누군가가 와서 혼자 체스를 두고 있었다. 뿌리 쪽으로 갈 수록 밝은 금빛이 드러나는 애쉬블루색 머리카락과 청록색 눈. 옷은 청바지에 청자켓. 뭐랄까, 푸른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가 게임을 하자는 글을 올린 사람이겠지? 아까 전에 본 프로필 사진도 파란색이었고. 그 사람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는 자기소개를 했다. 지질학부의 3학년이라고 한다. 그는 급하게 체스판을 정리한다.
동아리방 한켠의 책장에는 보드게임 상자가 착착 정리되어 있었다. 두 명이 할 만한 게임을 찾고 있던 중에, 두 명의 사람이 더 왔다. 한 명은 웨이브진 더티 블론드를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은 안경을 쓴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밝은 갈색의 부드러운 웨이브 머리를 숏 커트로 정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밝은 갈색 머리의 사람은 지질학부 선배에게 편안히 인사를 하는 것과 다르게, 안경을 쓴 사람은 조금 딱딱해보이는 태도였다. 저쪽도 신입생인걸까.
그렇게 네 명의 사람이 대략 모이고, 다시 한번 통성명을 했다. 파란색은 지질학부의 3학년, 밝은 갈색은 화학부 4학년, 안경은 심리학부 1학년이라고 한다.
지질학부 선배는 신난 것처럼, 뭐 이렇게 모이면 할 게임은 하나밖에 없지! 라면서 큰 박스 하나를 꺼내오려 했으나 화학부 선배에게 제지당한다. 뉴비들 말려죽일 일 있냐고 한다. 제목이, 어디 보자.... GLOOMH.... 아, 음. 그건 확실히 아니지. 몇 달을 할 셈이야.
그러다가 신입생들 쪽으로 선택권이 넘어왔다. 제일 먼저 와 줬으니 우선 내 의견을 묻고 싶다나.
*
1. 쉽고 재밌는 파티게임류를 고른다.
2. 조금 머리를 써야 하는 전쟁게임류를 고른다.
3. 협력이 필요한 호러 컨셉 게임을 고른다.
4. 너도 신입생이지? 심리학부 씨에게 선택권을 넘긴다.
231
이름없음
2026/03/08 22:24:10
ID : 3xCktur865c
0
친목도 다질 겸 쉽고 재밌는 1번으로!
232
이름없음
2026/03/09 00:16:52
ID : tirwFikljvC
0
쉽고 재미있어보이는 개그 컨셉의 파티 게임을 골랐다. 아무래도 분위기 띄우기엔 이런 게 좋지. 뭣보다 룰이 복잡한 건 아무래도 유학생인 내가 하기엔 좀 그렇다. 내가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있어.
모두가 카드를 세 장씩 받아들고 게임을 시작했다. 지질학부 선배의 눈이 진지해졌다. 카드를 뒤섞고, 사용하고, 눈치 싸움을 하고.... 한편 심리학부 녀석은 아까 전부터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심리학부 녀석이 이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화학부 선배가 방긋 웃으며 카드를 냈다. 뭐, 잠깐만. 전부 뒤섞고 게임 재시작이라고. 이딴 카드도 있어?
그렇게 꽤나 시간이 흘렀다. 시작한 지 1시간도 넘게 지난 것 같은데 한 판이 안 끝난다. 함정에 당해서 카드를 뺏기고, 한 차례를 쉬었다가 남의 행동에 당해서 또 카드를 뺏기고, 뭘 할라 치면 카운터를 처맞더니, 털린 걸 그나마 복구하려 하면 게임이 재시작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셀카도 찍었다.
그래도 거의 승리가 눈 앞에 보인다.
지질학부 선배는 약간 지친 듯한 눈을 한 채, 다른 손으로는 식은 피자를 먹고 있다. 어쩐지 한쪽 바닥에 다 먹은 피자 상자가 몇 개씩 쌓여 있더라. 초점 잃은 눈이 천장을 향하다가, 자신의 패로 향한다.
심리학부 녀석은 처음의 포커 페이스는 사라진 채,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표정이 되어 있다. 아마 게임이 너무 늘어져서겠지. 나도 동감한다. 녀석의 잿빛 눈동자는 이미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화학부 선배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으나, 그래서 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게임이 혼돈에 빠지는 건 거진 이 사람 턴에서였다. 꿀 같은 금빛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광기가 느껴졌다.
내 손에 든 카드는 아홉 장. 지금 카드 더미에서 한 장을 뽑으면 열 장이 되어 이길 수 있다. 다음 내 차례까지 남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행동일까? 이런 상황에서라면, 역시 나 또한 남의 발목을 슬쩍 붙잡아주는 것이 예의 아닐까?
*
1. 다 꺼져! 난 이제 이 게임을 끝내고 싶다고. 카드를 받아간다.
2. 손에 든 카드를 써서, 1명을 골라 제대로 엿을 먹인다.(지질학부, 심리학부, 화학부 중 택1)
233
이름없음
2026/03/09 09:30:00
ID : 3xCktur865c
0
굳이 누군가를 엿 먹이고 싶지 않으니까 1번
234
이름없음
2026/03/09 21:21:47
ID : tirwFikljvC
0
그래, 누굴 괜히 괴롭히는 건 좋지 않다. 마음을 좋게 써야겠지. 그리고 나는 이 게임을 끝내고 싶다. 나는 열 번째 카드를 받아간 뒤, 승리를 선언했다. 이대로 다음 번 내 턴이 올 때까지 손패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내가 이기고 게임이 끝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승리를 선언하자마자 초점을 잃었던 지질학부 선배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는 그것만은 용납을 못 하겠다는 듯한 사악한 표정으로 낄낄 웃으며 무언가 잘 알 수 없는 발음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뭐냐고 되묻자 곧바로 함정 카드가 발동되어 세 장의 카드가 버려졌다.
아아악! 이런 게 어딨어. 턴은 순조롭게 화학부 선배에게로 넘어갔다. 화학부 선배는 자신의 카드를 스윽 훑어보더니, 카드 한 장을 들어보이곤 모든 카드를 버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에서 탈주하는 카드가 있었다고...? 화학부 선배는 상쾌한 얼굴로, 다들 잘 있으라는 말을 남긴 채 총총걸음으로 떠났다.
그렇게 세 명이 남은 동방 내에서 게임은 이어졌다. 다음은 심리학부의 차례였다. 그의 손에는 지금 열한 장의 카드가 있지만, 도통 쓸 카드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표정으로 카드를 한 장 사용해 손패를 열 장으로 만들고 승리를 선언한다. 이대로 그의 다음 턴까지 손패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면 그가 이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카드 내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4시간 내에 약을 먹은 적이 있는 모든 사람은 카드 2장을 뽑는다, 라는 문구를 본 지질학부 선배는 더미에서 카드를 두 장 가져간 뒤 승리를 선언한다. 운 좋게도 딱 열 장이 되었고, 곧바로 그의 턴이 돌아왔다.
지질학부 선배가 포효하며 게임이 끝났다.
뉴비들 상대로 빡겜해서 이겨놓고 좋습니까.
235
이름없음
2026/03/09 21:33:42
ID : tirwFikljvC
0
어쨌든, 그렇게 친목을 다진 뒤. 시간은 거의 점심에 가까워졌다. 지질학부 선배는 승자의 특권으로 책상 정리를 면제받은 뒤 다음 수업에 간다며 후다닥 떠났고, 심리학부 녀석과 남은 카드를 정리하며 적당히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중에 알게 된 건데 심리학부 녀석은 나랑 같은 수업을 듣는 모양이다. 전에 맨 뒷줄에서 경영학부 녀석과 수업을 들었을 때, 조금 앞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번에는 이 녀석이랑 같이 앉는 것도 좋을지도.
아무튼 정리도 끝났고, 이제 슬슬 가볼까. 중세형이상학부 선배는 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 학교 어딘가 적당히 있을 법한 곳을 자유롭게
236
이름없음
2026/03/09 23:09:53
ID : 3xCktur865c
0
그룹 스터디룸
237
이름없음
2026/03/09 23:21:34
ID : tirwFikljvC
0
그룹 스터디룸으로 가자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보인다. 선배는 손을 흔들며 웃는다. 토요일까지만 해도 흐릿하게나마 있던 입가의 튼 자국이 이제는 완전히 없어져 있다. 대신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지만.
선배는 아까 전까지 마트에서 재고 정리 알바를 하다 왔다고 한다. 이후에 수업이 있으니 길게 봐 줄 수는 없지만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달라고 한다. 나는 지체 없이 아까 전의 그 성수 병을 꺼냈다. 탁한 기는 줄어들었으나, 어쩐지 안에 무언가 침전물이 생겨 있었다.
선배는 그것을 면밀히 보다가, 가방 안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글이 적힌 종이와 노끈을 꺼내 잘 포장한다. 무언가 마법적인 작용을 막기 위한 부적 같은 것이라는데,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적당히 처리하면 된다고 하는데.... 선배는 잠시 고민하다가 묻는다.
아무래도 내가 알아서 폐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내가 가져가도 될까?
걱정하는 듯한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 대답
1.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선배에게 처리를 맡긴다.
2. 아뇨,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순 없죠. 직접 하겠다고 한다.
*: 다음 행선지
1. 학부 사무실
2. 도서관
3. 식사
4. 그 외 자유
238
이름없음
2026/03/10 10:53:03
ID : 3xCktur865c
0
선배한테 안 맡기면 100% 사건 일어날 느낌이 든다
1번으로
239
이름없음
2026/03/10 15:31:56
ID : 787bA2K0ts1
0
학부 사무실
240
이름없음
2026/03/10 16:13:31
ID : 47vveIFg45a
0
선배는 종이에 싼 성수 병을 가방 안에 고이 집어넣고는, 맡겨줘서 고맙다며 웃는다. 그 자신에게 부담이 되는 일일텐데도, 그저 내가 신뢰해준 것이 기쁜 것 같다.
선배는 이후에 수업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그 전에 빨리 식사를 해 둬야 한다며, 함께 식당을 갈 것을 제안했으나 나는 사양했다. 아직까지는 배가 그리 고프지 않기도 했고, 해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와 헤어진 뒤, 학부 사무실로 향했다.
걷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중세형이상학부는 대체 뭘 배우는 거지? 일단은 철학 비스무리한 느낌이긴 한데, 뭔가 어감이 오컬트적인 느낌이 있단 말이지.
...에이, 몰라. 나중에 물어보자.
241
이름없음
2026/03/10 16:16:42
ID : 47vveIFg45a
0
학부 사무실로 향한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자 그냥 들어오셔도 돼요, 라는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온다. 안에는 은회색 생머리에 노란 눈을 가진, 눈가가 붉게 부어있는 사람 한 명이 조교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아먹고 있다. 입가와 뺨, 눈가에 작은 매력점이 하나씩 콕콕 박혀있는 게 눈에 띄고, 묘하게 기가 약해보인다.
다른 근로장학생들은 지금 식사나 수업 중이라서 자기만 있다고 한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더니 내가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문서를 내민다.
그, 일단 이거 읽어주시고요, 교수님 문제로 오신 거죠? 일단 여기에 적힌 것부터 설명을 드리자면 교내에서 진행하는 애도 상담 서비스가 있긴 한데, 그 관련해서는 지금 대기자가 좀 많아요. 죄송합니다. 우선순위가 조금 밀릴 것 같고....
애도 상담이 필요한 건 당신같아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입을 다문다. 이런 건 말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왜 왔더라?
*: 말할 내용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는다.
3. ...저기, 그, 괜찮으세요...?
4. 그 외 자유
242
이름없음
2026/03/10 17:47:54
ID : cNvzWjijdCr
0
3번
243
이름없음
2026/03/10 18:44:26
ID : tirwFikljvC
0
제대로 정리되지도 않은 푸석한 머리, 잔뜩 쌓인 피로가 보이는 두 눈, 결정적으로 남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 점심 시간에 혼자 남겨져서 자리를 지키는 모습까지. 안쓰러움에 나는 무심코 괜찮냐고 물었다. 그는 내 말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곧 눈이 촉촉해진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저, 저 이제 어떡하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양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오열하기 시작한다. 허업, 흑, 흐급. 숨도 못 쉬고 엉엉 울면서 신세 한탄을 쏟아낸다. 이제 석사 생활 시작했는데,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던 지도교수님은 갑자기 그런 끔찍한 꼴이 되어서 돌아가셨고, 대체 뭘 어떡하라는지도 모르겠어요. 이전에 랩실에 있던 고연차 선배들이 한번에 훅 빠져서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됐는데 갑자기 이런.... 심지어 사수는 일본인이라서 말도 애매하게 안 통하고.... 저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신입생 앞에서 질질 짜기나 하고.... 근데 진짜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횡설수설, 주절주절. 아무래도 멘탈이 무너진 것 같다.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그저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렇게 얼마 정도 울고 난 뒤, 그는 다시금 멘탈을 붙잡은 듯 눈물을 닦으며 추태를 보인 것, 그리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시간을 뺏은 것에 사과했다.
*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는다.
3. 그 외 자유
244
이름없음
2026/03/10 21:38:49
ID : 3xCktur865c
0
2번 먼저 묻고 1번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일단 애도 상담 서비스 관해서 물어본다
245
이름없음
2026/03/10 22:58:55
ID : tirwFikljvC
0
용건을 진행할 상황이 되었으니, 우선 궁금했던 애도 상담 서비스에 대해 묻기로 했다. 조교는 이런저런 것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략 십 년 전인가, 아무튼 대략 그 쯤 되는 시기부터 학생 정신건강 증진 프로젝트를 위해 상담 서비스나 근방 정신과 연계 프로그램에 상당히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문의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기는 터가 안 좋은건지 예전부터 치안과는 별개로 이런저런 비극이 잦은 동네라고 한다. 특히 여기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 사망사고 다발로 인한 저렴한 땅값이 영향을 줬다는 설이 있을 만큼 관련 사건이 많았다는데, 그에 반해 기사화되는 일이 적다던가. 애도 상담 관련 매뉴얼도 아마 우리 학교에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더니 그는 문득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이 쪽을 보며 나름 가벼운 투로 말한다.
뭐 그래도 저 학부 생활 하면서는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번에 제가 대학원 올라오자마자 제 지도교수님이 그렇게 되셨네요.
말하는 투와는 다르게, 이미 터져버린 문제를 갖고 어떻게든 늘 있던 일이라고 자기세뇌를 하며 현실도피를 하려는 게 눈에 보이는 심란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이번 애도 상담의 경우 인연이 있던 이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고통을 표현하는 것을 통해 내 안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애도의 과정을 건강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게 하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거라고 한다.
그는 최대한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며, 관련 서류가 필요하다면 금방 드리겠다고 한다. 물론 대기가 앞에 꽤 있으니 금방 연결되긴 힘들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 애도 상담 관련
1. 상담 서류를 받겠다고 한다.
2. 상담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한다.
*: 궁금한 것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 근로장학생 관련 내용을 묻는다.
3. 적당한 이유(자유서술)를 대고 개인 연락처를 묻는다.
4. 그 외 자유
246
이름없음
2026/03/11 11:26:43
ID : 3xCktur865c
0
주인공 온갖 특이한 사건에 휘말릴 것 같으니끼 미리 멘탈도 기를 수 있게 상담 서류 받아두자
247
이름없음
2026/03/11 18:00:18
ID : xU2HBaty7vB
0
1. 향후 수업 진행 관련 내용을 묻는다.
248
이름없음
2026/03/11 19:52:47
ID : tirwFikljvC
0
기왕이면 받아두는 게 좋겠지. 상담 서류를 받겠다고 말하자 그는 바로 옆에 있던 서류철에서 상담 서비스 신청서와 관련 팸플릿을 꺼내 건넨다. 그리고는 또 옆의 서랍에서 특별 애도 프로그램 신청서를 꺼내더니 간단히 몇 가지를 체크하고 보여준다.
첫 번째 신청서는 평범한 상담 신청서고, 두 번째는 이번에 돌아가신 교수님의 수업을 듣던 사람들이나 연구실에 있던 대학원생 등 연관자 한정으로 진행되는 특별 상담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양식이 꽤 낡은 느낌이 드는 걸로 봐서는, 아마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교수의 급사가 있었던 것 같다.
신청서에는 신분과 사유 등을 적는 여러 항목이 있었다. 지금 당장 작성해서 제출할 필요는 없다고 하니 나중에 마음이 굳어지면 신청해볼까.
향후 수업 진행 관련해서 묻자,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사항이긴 하나 얼마간은 임시로 다른 분이 들어와서 진행할 거라고 한다. 그러고는 내가 듣던 강의가 무엇인지 묻더니, 임시로 들어와주실 교수님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이런 분이군. 어쨌든 지금 그의 빈 자리를 채울 다른 교수를 구하고 있을거니까, 선례를 생각하면 꽤 금방 공백이 메워질 거라고 한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곳에는 흑갈색 머리, 조금 가무잡잡한 느낌이 드는 피부와 주근깨가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보아하니 애도 상담 관련해서 문의를 드리러 온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만 인사를 드리고 돌아 나섰다.
문득 방금 들어온 학생과 부딪힌 듯한 느낌이 들어 돌아보았다. 헤이즐색 눈동자가 딱 마주쳤다가, 다시금 내리깔리더니 조교에게로 향하는 것 같았다.
시간은 이제 점심을 먹을 시간이 조금 지났다. 늦은 점심을 먹는 것도 좋겠고, 뭘 할까. 수업도 있으니까 적당히 시간을 보내자.
*: 다음 행선지
1. 도서관
2. 학식
3. 외부 식당
4. 산책
5. 그 외 자유
249
이름없음
2026/03/12 07:21:23
ID : 3xCktur865c
0
학식 먹으러 가자!
2번
250
이름없음
2026/03/12 17:26:38
ID : tirwFikljvC
0
학식을 다시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러고보니까 아까 지질학부 선배가 게임을 하면서 피자를 먹고 있었지. 이번엔 피자를 좀 챙겨와볼까. 면류도 맛있어보였고....
이번에도 식권을 사고, 적당한 메뉴를 그릇에 담은 뒤 자리를 둘러보았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여기저기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흠, 어디에 앉는 게 좋으려나. 곳곳에 아는 사람도 보인다.
*
1. 화학부 선배 옆자리
2. 문학부 선배 옆자리
3. 민속학부 선배 옆자리
4. 혼자 앉는다.
251
이름없음
2026/03/12 20:26:12
ID : 3xCktur865c
0
동향 사람인 문학부로
252
이름없음
2026/03/12 22:26:41
ID : tirwFikljvC
0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면 동향 사람이랑 대화를 하고 싶지. 나는 문학부 선배의 자리 옆에 앉았다. 선배 주위에서는 은근한 담배 냄새 같은 것이 나는데, 저번에 마주쳤을 때도 담배 냄새가 났었던 걸 보면 흡연자인 모양이다.
선배는 내게 인사한다. 그릇을 슬쩍 보니 찹스테이크와 뭔가 매콤해보이는 고기볶음 등을 먹고 있었다. 고기만 한가득이군. 굉장한 식단 구성에 딴지를 걸자, 빵이 있긴 했는데 이미 다 먹었다고 한다. 채소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최소한으로만 먹는다나.
생선 같은 건 안 먹냐고 물으니 참치캔 이외에는 딱히 먹지 않는다고 한다. 뭔가 안심이군. 그런데 그가 보기엔 그의 식단보다 내 표정이 안 좋아보였던 모양이다. 걱정스럽다는 투로 묻는다.
최근 이런저런 일이 많긴 했다.
*
1. 힘들다고 말한다.
2. 그럭저럭이라고 말한다.
3. 괜찮다고 말한다.
4. 그 외 자유
253
이름없음
2026/03/13 09:01:35
ID : 3xCktur865c
0
최근 이런저런 일이 많았으니까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선배는 괜찮은지 물어본다. 추가로 이 학교는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도 넌지시 떠보자.
254
이름없음
2026/03/13 12:51:51
ID : tirwFikljvC
0
나는 최근 일에 대한 감상을 떠올리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선배는 어느 정도 짚이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를 다독여주었다.
근데 선배는 괜찮으신가요? 여기 터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던데. 그렇게 묻자 선배 또한 표정이 잠깐 어두워지다가, 뭐 그런대로 괜찮아. 라고 가볍게 답한다. 잠시간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워진 걸 생각하면, 역시 선배 또한 뭔가 안 좋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던 거겠지.
잠시 정적이 흐른다. 주위는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로 소란한데, 어쩐지 우리 사이에서만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다.
그러다 선배는 처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것처럼, 혹시 연극 같은 거 좋아해? 라고 묻는다. 저번에 마주쳤을 때도 그런 말을 했었지.
연극이라.... 굳이 따지자면 한 편이다.
*
1. 볼 기회가 없었던
2. 그다지 취향이 아닌
3. 좋아하지만 자주 보진 않는
4. 극본에는 관심이 있는
5. 그 외 자유
255
이름없음
2026/03/13 13:22:03
ID : pWnU2GoJTSJ
0
2
256
이름없음
2026/03/13 13:56:58
ID : tirwFikljvC
0
그다지 취향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화 쪽이 연출이나 촬영으로 인한 특색이 잘 살아서 좋달까. 연극을 좋아하는 사촌한테 이끌려서 같이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긴 한데, 그때도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왜 좋아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랑은 조금 다르다고 할까.
대강 대답하니 선배는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래도 이해는 간다는 것처럼 말한다. 선배는 연극 특유의, 눈 앞에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런 게 은근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듣자하니 선배는 내가 연극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나를 연극 동아리에 끼워넣을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보는 것도 그닥인데 직접 무대에 서거나, 스태프가 되거나 하는 걸 어떻게 하겠나요. 선배는 그 말도 맞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다.
게다가 난 이미 보드게임 동아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오히려 내가 들어간 보드게임 동아리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런 동아리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알았으면 들어갔을 거라나.
그래도 곧 축제 하는데, 그때 우리 연극도 하거든. 보러 와 줄거지?
선배가 간절히 말한다.
*
1. 어.... 보러 갈게요!
2. 아, 저, 시간이 안 될지도....
3. 벌써 축제 해요? 아직 학기 초인데? 9월인데?!
4. 무슨 연극 해요?
5. 그 외 자유
257
이름없음
2026/03/13 14:52:03
ID : 3RyLe2IGpO3
0
3번+4번
258
이름없음
2026/03/13 15:35:47
ID : tirwFikljvC
0
보통 대학 축제는 5월쯤에 하지 않나? 그건 한국만 그런가?! 어쨌든 입학하고 나서 한두달 정도는 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다고. 세상에.
선배는 자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래도 거의 입학하자마자 하는 만큼 신입생들에게는 특별히 요구하는 게 없고 적당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며,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고 한다. 어차피 이번 달 말에 하는 거니까, 아직 준비할 시간도 3주 정도는 남았다고 하고.
뭐 그건 다행이다. 그래서 무슨 연극을 하는 걸까? 궁금한 듯 묻자, 선배는 잠깐 고민하다가 비밀이라며 씩 웃는다. 직접 와서 보면 알 거라나. 대략적으로 공지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말하기엔 부끄럽다고 한다.
혹시 직접 쓴 극본이에요? 그렇게 묻자, 어느 정도는.... 이라며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한다. 금빛 안경줄이 살짝 흔들리며 그의 뺨에 가볍게 부딪힌다.
뭐 완전히 내 창작은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걸 적당히 각색한 정도지만.... 실은 이 극본의 원작을 보고, 다시 영감을 얻어 글을 쓸 자신이 생겼거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내게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어. 극본으로서는 처음이기도 하고.
쾌활한 미소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259
이름없음
2026/03/13 15:54:14
ID : tirwFikljvC
0
자, 어쨌든 슬슬 식사도 끝났겠다. 다음에는 수업이 있다. 선배는 자연스럽게 담배갑을 꺼내들며 식당 뒤쪽으로 향하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와 헤어져 강의실로 향했다.
이번 수업은 재밌어보여서 적당히 골라넣은 심리학 교양이다. 자리는 듬성듬성 비어 있지만, 곧 채워질 것이다.
자리 한 켠에는 저번에 마주쳤던 철학부 선배가 있고, 옆에는.... 민속학부 선배? 민속학부 선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철학부 선배를 붙들고 치근덕거리면서 자기 혼자 신나서 이것저것 떠들고 있다.
저, 저 자식 저거 뭐 해. 단순히 친목을 다지는 것 같진 않은데. 철학부 선배, 명백히 곤란해하시고 있는데.
그러다 철학부 선배가 나를 발견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도와달라는 듯이 뭔가를 말하려다가 민속학부 선배의 손에 입이 틀어막힌다. 민속학부 선배의 맑은 녹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철학부 선배에게로 향한다.
......나 수업 잘못 선택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등 뒤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깜짝이야! 놀라서 몸을 돌리면, 그 곳에는 아까 전 학부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가무잡잡한 피부와 주근깨를 가진 학생이 서 있다.
죄송한데 좀 지나갈게요. 그렇게 말하는 그에게 길을 비켜주고, 나는 다시 한번 자리를 둘러본다.
*
1. 철학부 선배 옆에 앉아,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2. 민속학부 선배 옆에 앉아, 그를 어떻게든 제지한다.
3. 저 개판에 끼어들 수는 없지. 그들의 시선을 피해서 혼자 앉는다.
4.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학생에게 친한 척을 하며 어떻게든 회피할 명분을 만든다.
5. 그 외 자유
260
이름없음
2026/03/13 15:59:55
ID : cNvzWjijdCr
0
1번
사실 난 철학부 선배가 마음에 들더라
261
이름없음
2026/03/13 16:31:38
ID : tirwFikljvC
0
그래, 고통받는 사람을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된다. 나는 철학부 선배를 돕기 위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철학부 선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으나, 민속학부 선배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 선배. 괜찮으세요? 민속학부 선배는 여전히 철학부 선배의 입을 막고 있었으나, 철학부 선배 또한 나름대로 저항하는 데에 성공했다. 철학부 선배는 후배 앞에서 이런 꼴을 보였다며, 조금 시무룩한 모습으로 사과한다.
선배가 사과할 일도 아닌데.
한편 민속학부 선배는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피한다. 마치 숨으려는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뭐 하잔 거야 저 새, 아니 저 자식.
그러다 철학부 선배는 나를 보고는 마침 그 전에 그리던 걸 다 완성했다며, 조금 쑥스러운듯한 태도로 스케치북을 꺼내 보여준다. 그 전의 추상화는 어디 가고, 오일 파스텔로 멀쩡한 내 얼굴이 그려져 있다. 저번의 그림과는 다르게 형태는 조금 더 섬세하게 그려져 있으나, 여전히 전위적인 색감이 눈에 띈다. 피부톤은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잿빛에 가깝고, 선 색은 짙은 붉은색에 명암은 올리브 같은 녹빛이고.... 거기에 밝은 노란색, 파란색, 보라색까지. 조화가 안 맞을 듯 하면서도 묘하게 맞는다.
선배는 감상을 기다리는 것처럼, 눈을 빛내며 바라본다.
*: 적당한 감상(자유롭게, 개그도 가능하고 아무튼 뭐든 가능)
262
이름없음
2026/03/14 09:20:15
ID : 3xCktur865c
0
뭔가 신비한 느낌, 같은 그림이라도 재료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르다며 칭찬한다
263
이름없음
2026/03/14 17:34:51
ID : tirwFikljvC
0
감상을 이야기했다. 신비한 느낌이다, 같은 그림이라도 재료에 따라 주는 느낌이 다른 것 같다며. 그러자 철학부 선배는 상당히 기쁜 것처럼 배시시 웃는다. 칭찬에 약한 것 같다.
그렇지만 저번에는 분명 연필선이 잔뜩 얽힌 추상화 같은 게 그려져 있었단 말이지. 단순히 스케치를 하는 거라기엔 도저히 사람의 형상이라곤 볼 수 없는 뭔가였고, 애초에 스케치를 그런 선으로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림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그건 이렇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이것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거라면 다르겠지만.... 음. 너무 갔나?
한편 선배는 어쩐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조마조마해보이는 모습이다. 이건 아무래도 선배의 옆에서 민속학부 미치광이가 빠안히 선배를 바라보고 있어서려나. 선배는 민속학부 놈의 눈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보다 네놈, 눈은 좀 깜빡여라. 사람은 맞나, 저거 사람 아닌 거 같은데. ...아, 인공눈물 꺼냈다.
뭐, 신경쓰지 말자. 적당히 다른 얘기를 할까.
*
1. 저번의 스케치에 대해
2. 민속학부 선배에 대해
3. 대학 생활에 대해
4. 동아리와 축제에 대해
5. 그 외 자유
264
이름없음
2026/03/14 17:36:53
ID : nwramso0k7e
0
2
265
이름없음
2026/03/14 18:50:19
ID : tirwFikljvC
0
생각해보면 저 인간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많이 든단 말이지.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얘기해 준 과거 일도 그렇고, 철학부 선배나 나한테는 이상할 정도로 치근덕거리고.... 그 전에, 비 오던 날에는 갑자기 끌어안고 나를 재웠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는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차려보니 버스 정류장이었던 걸 보면 사람을 무력화시켜서 옮겨놨을 가능성이 높겠지.
...생각할 수록 무서운 인간인데. 저 인간이랑 엮이면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나. 순간 오싹, 하고 소름이 돋아서 철학부 선배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 귀를 내밀게 했다. 혹시 선배도 저 사람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자꾸 쳐다봐요? 작게 속삭이자, 선배 또한 내 귀에 속삭인다.
나도 몰라....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허탈한 말투였다. 뭐가 원인이었는지 이해도 안 가고, 그냥 자연재해 같은 조우였다고 한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게 자기 눈을 빤히 바라보거나, 때로는 눈꺼풀을 억지로 붙잡아 열고 이런저런 걸 물어보았다고 한다. 입에게 묻는 게 아니라, 눈에게 묻는 것 같았다나.
확실히 선배의 보랏빛 눈은 상당히 독특하긴 하다. 현실에 그런 색 눈이 존재할 수 있었구나, 싶을 만큼. 그렇지만 그렇게 사람을 괴롭힐 만한 것도 아닐텐데.
게다가 지금도 억지로 옆자리에 앉혀졌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이런저런 걸 물었다는 대목에서, 조금 표정이 바뀌었었지. 언짢은 것 같기도 했고.
그러는 중에 민속학부 선배가 고개를 쓱 내민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지만 뭔가 불만이 있어보인다. 얼굴은 제법 반반한데 하는 짓이 왜 저럴까? 그러다가 그 녀석은 철학부 선배의 어깨를 한 손으로 쥔다. 철학부 선배의 얼굴이 공포로 물든다.
*: 어떻게 할까?
1. 일단 민속학부 선배를 한 대 때린다.
2. 민속학부 선배의 손을 떼어낸다.
3. 철학부 선배를 끌어당겨 보호한다.
4. 철학부 선배의 손을 잡고 안심시킨다.
5. 그 외 자유
*: 철학부 선배에게 더 묻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266
이름없음
2026/03/14 19:11:37
ID : cNvzWjijdCr
0
4번
267
이름없음
2026/03/14 23:24:39
ID : 3xCktur865c
0
이전에도 이상한 사람이랑 엮인적 있냐면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물어본다. 추가로 그림은 잘 그리고 있는지, 인물 말고 다른 건 안 그리는지도.
268
이름없음
2026/03/15 00:01:58
ID : tirwFiklj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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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들바들 떨리는 철학부 선배의 손을 꼭 잡았다. 자, 우선 진정하시고. 선배는 손을 붙잡히자, 당황했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지다가 어렵사리 어깨를 비틀어, 그 녀석의 손을 떼어낸다.
그러고보니까 이전에도 이상한 사람이랑 엮인 적 있으세요? 나는 가볍게 묻는다.
솔직히 이 선배, 사이비한테 잘 걸릴 것 같은 분위기란 말이지. 뭐 얼굴의 인상 자체는 조금 날카롭지만, 사납다기보다는 아기고양이라던지 뭐 그런 느낌의.... 유약한 느낌이고. 음, 이건 너무 귀엽게만 보는 것 같은 비유인데? 근데 솔직히 그리 잘못된 비유같지는 않다. 잘못하다 발에 채이면 죽을지도 모르는 여린 인상이 있다고 해야 할까. 생태계 최하위라는 느낌.
선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소곤소곤 말한다. 음.... 이상한 사람이라.... 중2병 걸린 애들이, 왠지 관심을 많이 가져서....
말하는 투를 보니 단순한 중2병에 얽힌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라 더 물어보자, 이거 말해도 되나? 라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작게 말한다. 왜인진 모르게 눈이,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트여 있는 것 같아서. ......가끔 이상한 게 보여. 귀신이라던가....
믿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며, 선배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을 이어간다. 예전에는 그런 게 특별한 것 같아서 자랑삼아 이야기하곤 했는데, 중2병 걸린 오컬트 신봉자 애들이 유달리 그런 거에 관심을 가졌다나. 그래도 이번 같은 '진짜 이상한 사람'에게 걸린 건 처음이라는데.
269
이름없음
2026/03/15 00:04:42
ID : tirwFikljvC
0
아, 어쩌면 그림의 색감이 독특했던 것도 그래서일까? 문득 궁금해져서 그림에 대한 걸 물어보자, 정곡을 찔린 표정이다.
실은 때때로, 눈에 보이는 흥미로운 것들을 그리곤 했었다는 모양이다. 그것 외에도 그리지만, 그려야겠다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그런 거라나.
음? 잠시만. 그럼 그 전에 절 스케치한다면서 그리던 그건...?
문득 생각이 들어 묻자 선배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리며 여기까지 얘기할까! 하고 최대한 화제를 돌리려 한다. 마침 교수님도 들어오시는 것 같고.... 이 얘기는 슬슬 끝내는 게 맞을지도.
어쨌든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다. 옆옆자리의 민속학부 선배는 생각보다 수업에 진지하게 임했고, 의외로 철학부 선배가 가끔 졸 듯한 느낌으로 고개를 까딱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배를 톡톡 두드려 깨웠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현재. 다들 강의실을 나서기 시작한다.
*
1. 철학부 선배를 붙잡는다.
2. 혼자 조용히 나간다.
3. 민속학부 선배에게 말을 건다.
4. 그 외 자유
270
이름없음
2026/03/15 09:48:59
ID : cNvzWjijdCr
0
민속학부 선배한테도 말 걸어보자
271
이름없음
2026/03/15 19:23:13
ID : tirwFikljvC
0
철학부 선배는 민속학부 선배에게서인지, 아니면 나에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치듯 황급히 발을 옮긴다. 문득 나는 발을 멈춘다. 옆에는 나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진 민속학부 선배가 있다.
말이나 걸어볼까. 저기, 하고 가볍게 운을 띄우니 민속학부 선배는 고개를 잽싸게 젓는다. 파다닥 하고.
말 걸지 말라는 건가? 하지만 멋대로 사람한테 치근덕대면서 괴롭혀놓고 내가 말을 걸자마자 갑자기 이러는 건 아니지. 이러면 내가 꼭 질척대는 전 애인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잖아.
괜히 한 발짝 다가가며 그의 이름을 부르자, 민속학부 선배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선다. 그러다가 등 뒤에 벽이 닿아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몰아세울 생각까진 없었는데.
뭐, 나름 좋은 기회다. 묘하게 무기력한 표정이고, 도망갈 것 같지도 않다.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볼까.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는 시선을 피하며 도서관 가야 해, 라고 말한다. 이제 와서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아?
그런데 막상 말은 걸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네. 나는 잠시 고민한다.
*: 택1
1. 왜 이런 식의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건가요? 정말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나요?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들었던 일들과 평소 행실에 대해 묻는다.
2. 저번에 정류장에서 깼을 때, 제 가방에서 본 적 없는 꾸러미가 있던데, 선배가 넣어두신 건가요? 잠든 동안의, 기억나지 않는 일에 대해 물어본다.
3. 태도가 부자연스러워졌는데, 저를 피하시는 건가요? 그 전에는 저한테 그렇게 치근덕대시더니. 지금 당장의 의문에 대해 묻는다.
4. 그 외 자유로운 질문
272
이름없음
2026/03/15 22:43:38
ID : 3xCktur865c
0
왜 이런 식의 이상한 행동을 하고 다니는 건가요?+3번
아무래도 사람 죽인 이야기를 꺼내기는 좀 조심스러우니까
273
이름없음
2026/03/16 08:47:37
ID : tirwFikljvC
0
궁금한 건 많았지만, 최우선적으로 물어봐야 할 건 이거였지. 왜 이렇게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건지.
그에 대해 묻자 선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저 나를 올려다본다. 춘록색의 눈동자가 형형히 빛난다. 꼭 봐 달라는 것처럼. 그러나 왜인지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시선을 피했다.
잠시 기다려주었지만 선배는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답할 의사가 없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
태도가 부자연스러워졌는데, 저를 피하시는 건가요. 나는 그 다음으로 궁금했던 것에 대해 물었다. 선배는 무언가 말하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헉, 하고 다문다. 말하면 안 될 거라도 있나.
자꾸 입을 다물기만 하려고 하니 나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계속 추궁하자 선배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는 힘겹게 말한다.
너를 거기에 데려가는 게 아니었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미안해, 부탁이야. 제발 걔한테 잘 말해주면 안될까, 용서받고 싶어....
그렇게 애원하는 선배의 눈은 멍하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어디에 데려갔다는 거지? 도서관? 어디 이상한 데라도 갔던가. 솔직히 전혀 기억나는 게 없다.
*
1. 걔가 누군데요?
2. 어딜 데려갔는데요?
3. 그래서 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요?
4. 그 외 자유
274
이름없음
2026/03/16 09:21:40
ID : TQoFbgZh861
0
3.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하다.....
275
이름없음
2026/03/16 21:26:17
ID : tirwFikljvC
0
그래서 왜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요....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묻는다. 그러나 선배는 애원하던 걸 멈추고, 잠시 입을 다물더니 반대로 내 질문이 이해가 안 가는듯한 표정으로 뭐가 이상한 짓이냐며 되묻는다.
보아하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조차 자각이 없는 모양이다. 이 인간한테 상식이란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인 게 아닐까?
그가 여태까지 했던 것들을, 내가 아는 선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실에서 했었던가? 라고 중얼거린다. 뭔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는 잠시 고민하다 어색하게 사과를 한다.
그러다 선배는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녹색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그치만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용서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그치만 지금 쯤이면 날 좋아할텐데.... 음....
뭔데 이렇게 당당하지. 그는 한 손을 자기 입가에 가져다 대고 생각에 잠긴 듯 눈가를 살짝 구긴다.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 단순 호감의 유무를 따지자면....
1. 호감에 조금 더 가깝긴 하다.
2. 좋지도 싫지도 않다.
3. 비호감이다.
4. 그 외 자유
*: 뭔가 더 묻자.
1. 저한테 뭔가 했나요?
2. 선배 제정신인가요?
3. 그 외 자유
276
이름없음
2026/03/16 22:23:46
ID : 3xCktur865c
0
선배가 말하는 걔는 대체 누굴까? 누구길래 주인공 곁에 붙어있는 거지? 선배는 타인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 있으니까 자신이 이상한 짓 한다는 자각이 없을지도...
앵커는 좋지도 싫지도 않다
277
이름없음
2026/03/17 11:54:48
ID : HBeZiqi1ba3
0
선배는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본다
278
이름없음
2026/03/18 17:06:00
ID : tirwFikljvC
0
솔직히 좋지도 싫지도 않다. 좀 좋아질라치면 귀신같이 호감도를 까먹어서.... 그렇다고 아예 싫은 지경까지 가진 않은 게 용할 정도라고 해야 할까. 나는 한숨을 쉬며, 선배에게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배는 진심으로 의문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왜? 라니 그게 할 소리야? 당신 자기 행동에 자각이 없어?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대체 당신 뭐 하는 사람이냐고 따져 물었다. 선배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자기소개를 늘어놓는다.
이름은 무엇이고, 현재 민속학부에 4학년으로 재학중이고, 꿈을 꾸는 걸 좋아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질려서 손을 놓고 떠나려던 차에, 자신의 본심을 이야기하기 시작해서 나는 문득 돌아본다. 자신과 함께 행복한 꿈을 꿔 줄 평생의 친구를 찾고 있는데, 어쩐지 매번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며, 그는 조금 울먹인다. 그러다 겨우 너를 만나서,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이 무섭다고도. 싫어하지 말아달라는 듯한 모습으로, 선배는 내 손을 잡으려는 듯 손을 내민다.
어느새 이야기의 주도권이 저 녀석에게로 가 있다.
*
1. 손을 쳐낸 뒤 반응을 본다.
2. 냅다 도망친다.
3. 당신 제정신 아니라고 윽박지른다.
4. 역으로 손을 붙잡은 뒤, 자길 어떻게 생각하냐고 떠 본다.
5. 그 외 자유
279
이름없음
2026/03/18 19:47:52
ID : 3xCktur865c
0
페이스에 휘말리면 위험하겠지? 손을 뒤로 빼고 자리를 피하자. 사실 선배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280
이름없음
2026/03/18 21:09:21
ID : tirwFikljvC
0
저 손에 붙잡히면 안 된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빼고, 몸을 슥 피했다. 그대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려 하니 선배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이제 내가 싫어졌어? 내가 뭘 하면 좋아해줄래? 나, 나 이번에는 진짜로 잘 할 테니까....
급하게 도망쳐서 뒷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대충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알 게 뭔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많지 않은가. 어떻게 생각해도 나여야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음에 강의가 있었던가? 나는 핸드폰을 열어 우선 시간표를 확인한다. 다행히도 강의도 없고, 떠오르는 추가 일정도 없다. 그러니 오늘은 이제 여기에 더 있어야만 할 이유가 없고, 돌아가도 되겠지.
문득 화면 상단에 쌓인 아이콘이 신경쓰인다. 펼쳐보면 여러 알림이 와 있다. 그다지 의미 없는 알림은 대충 확인하고, 마지막 남은 알림이 어디 보자.
*: 알림의 주제
1. 동아리 등 취미 관련
2. 수업 등 학업 관련
3. 자취방 등 생활 관련
4. 자유기입
*: 알림의 내용
1. 긍정적
2. 평범함
3. 귀찮음
4. 이상함
5. 자유기입
281
이름없음
2026/03/18 23:00:08
ID : 3xCktur865c
0
2번이 궁금하다
282
이름없음
2026/03/19 10:27:14
ID : sjdxzXtgY3A
0
평범하다
283
이름없음
2026/03/19 13:33:15
ID : tirwFikljvC
0
천문학부 디스코드에서 향후 수업에 대한 내용을 떠들고 있었다. 별로 대단한 내용은 없었지만, 이런 당혹스러운 문제에 직면한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건 상당히 안심이 된다.
쌓인 채팅을 읽어보니 개중에는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마냥 떨떠름하기만 한 사람도 있다. 나는 아마 떨떠름한 사람에 속하지 않을까. 솔직히 저번주 금요일에 딱 한 번 본 사람이고, 따로 친분 관계도 없으니까.
뭐 그럼 진짜로 오늘은 더 볼 일 없는 거겠지. 나는 느긋하게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서서히 노을이 깔리기 시작한다. 점차 거리가 주홍빛으로 물들고, 강의 수면에는 햇빛이 금빛으로 반짝인다. 역시 이렇게 노을을 받으니 예쁘긴 하다. 강 때문에 도시가 전반적으로 우중충하다는 사람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다리 한켠에 서서 감상에 빠지고 있자니 문득 소리가 들려서 그 쪽을 돌아본다.
*: 제시된 최소값, 최대값 수치의 묶음들 중 하나를 골라 다이스(*0 이하의 값은 0으로 간주, 0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결과값이 높을수록 리턴도 크지만, 리스크도 큽니다.)
1. -10,50
2. -5,40
3. 0,30
4. 5,20
284
이름없음
2026/03/19 15:23:59
ID : 3xCktur865c
1
과감하게 가자
dice(-10,50) value : 49
285
이름없음
2026/03/19 15:51:40
ID : rff8004K6rA
0
오오오오오 다갓이시여
286
이름없음
2026/03/20 17:39:07
ID : tirwFikljvC
0
dice(1,100) value : 55
287
이름없음
2026/03/20 17:46:26
ID : tirwFikljvC
0
돌아본 그 곳에는 알 수 없는 하얀 안개가 서 있었다. 안개임에도 명백히 사람 형태를 한 그것은 내게로 다가오더니, 곧이어 내 입에 입을 맞추더니 혀를 물어뜯었다. 어쩐지 입 안에 알 수 없는, 기분나쁜 점액 같은 것이 느껴져서 무심코 구토해버렸다.
내가 본 것이 환상인 걸까?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난간에 있던 장식이 부서져있었다. 아마 그 안개가 부쉈을거야. 그런 거지. 그렇지....
하지만 현실감이 없다.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무릎에 축축한 토사물의 감촉이 느껴진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귀에는 삐이이 하는 이명이 맴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웅크리고 엎드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피는 그런 거였다. 왜냐하면 하늘이 미쳐가고 있었으니까.
누군가 태양에게 독을 먹였다. 그래서 하늘이 이렇게 붉게 달아오른걸거야. 아프면 열이 나는 법이지, 그렇잖아? 누군가, 누군지는 몰라. 누구일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세상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게 분명해. 태양은 자기가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아. 그러니까 눈을 감고, 시선을 피해야 해.
나는 그렇게 한동안 엎어져서 귀를 막고 있었다. 하늘의 비명을 들어선 안 되니까, 아파하는 모습을 봐선 안 되니까. 지나가던 행인이 나의 어깨를 흔들며 괜찮냐고 묻는 것 같지만 들리지 않았다.
288
이름없음
2026/03/20 17:57:19
ID : tirwFikljvC
0
그러다 문득 코의 뜨끈하고 축축한 감각에 감은 눈을 뜬다. 핏방울이 지면에 떨어져서 토사물과 섞이고 있다. 헉 하고 몸을 일으키면 하늘은 여전히 붉다. 하지만 알 수 있다. 태양은 아프지 않고, 하늘은 미치지 않았다. 정상이 아닌 건 나다. 왜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던 걸까.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어째서지.
*: 원하는 행동 선택(현재는 온전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2. 최대한 빠르게 집으로 도망친다.
3. 난간의 부서진 장식을 살핀다.
4. 누구에게라도 좋으니 연락을 해 본다.(의 연락처에서 원하는 대상을 선택)
5. 그 외 자유
**얼마간 광기 상태에 돌입합니다. 이제부터는 광기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때까지 확률적으로(스레주가 다이스를 굴려, 기준점(현재 49) 이하의 값이 나올 경우) 광기의 발작이 일어납니다.
광기의 발작이 일어났다고 표시된 앵커에서는, 행동 선택지 중 가장 선택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선택한 뒤 지정된 최소값, 최대값의 다이스 두 개를 함께 굴려주세요. 해당 행동을 제외한 행동들 중 첫 번째 다이스 값에 해당하는 행동이 실행되며, 두 번째 다이스 값에 해당하는 만큼 기준점이 변동됩니다.
289
이름없음
2026/03/20 22:34:41
ID : 3xCktur865c
0
많이 위험해 보이는데 괜한 선택을 한 걸까? 혼자 있으면 위험해 보이니까 누군가에게 연락하자. 이런 일은 중세형이상학부 선배가 잘 알겠지? 잘 알았으면 좋겠다 제발.
290
이름없음
2026/03/20 22:42:53
ID : WrxWi60pWlz
0
피곤해서 이 다음은 내일 진행될 예정입니다만 그 전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러분들 스레주는 아직 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진짜에요 부디 안심해주시길 바랍니다
뭣보다 이 스레 일단은 일상물이고....
291
이름없음
2026/03/21 12:43:15
ID : tirwFikljvC
0
현재 기준점 49
dice(1,100) value : 84
292
이름없음
2026/03/21 13:12:09
ID : tirwFikljvC
0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중세형이상학부 선배에게 연락했다. 줄줄 흐르는 코피를 손으로 틀어막은 채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기 강인데, 다리에서 갑자기 이상한 걸 보고 토해버렸어요. 뭔가 머리가 쿵 하고 맞는 느낌이었고.... 횡설수설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음을 다잡는 게 그렇게 힘들다.
선배는 정확히 어떤 일인지, 어디인지, 그런 것들을 다시 설명해달라고 했다. 나는 다시금 말을 골라 대답했다. 어쩐지 선배와 이렇게 대화하고 있으면 진정되는 느낌이 든다.
선배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지금 당장 가 줄 수는 없다고 했으나, 될 수 있다면 앞으로는 다른 다리로 돌아서 다니라고 했다. 이 강은 예로부터 영적인 오염이 존재해서 함부로 지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지나다니긴 해야 하니 도시 계획 과정에서 다리의 난간에 그런 것을 방호하는 장식을 새겨서 정상적으로 지날 수 있게 했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간의 장식이 부서진 이상, 그 다리는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선배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정도의 피해를 입는 건 역시 이상하다나. 단순히 유학생이기에 도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체질적인 문제가 아닐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말했다.
......뭐, 대충은 이해한 것 같다. 그러면 돌아가볼까.
293
이름없음
2026/03/21 13:12:18
ID : tirwFikljvC
0
집에 도착하자 현실감이 좀 돌아오는 것 같았다. 비록 옷은 더러워져있었지만 어쨌든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할까.
옷을 벗어서 세탁기에 집어던져 넣은 뒤, 세탁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나는 뭔가 하기로 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은 용납이 안 된다.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긴 하겠지. 뭐라도 식사를 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채울 수도 있겠고.... 그러고보니까 욕조가 있는데도 계속 샤워만 했어서, 욕조를 써 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면 그냥 대충 드러누워서 뒹굴거릴 수도 있겠고.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라도 연락해서 억울함을 토로해보거나 할 수도 있겠지.
* 현재 판단력이 온전한 상태, 원하는 선택지를 택해주세요.
1. 식사를 한다.
2. 씻는다.
3.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4. 누구에게 연락한다.(중세형이상학부 선배 제외, 의 연락처에서.)
5. 그 외 자유
294
이름없음
2026/03/21 22:33:41
ID : 3xCktur865c
0
씻는다. 몸이 개운하면 기분이 나아질거야
295
이름없음
2026/03/22 09:37:23
ID : tirwFikljvC
0
현재 기준점 49
dice(1,100) value : 41
296
이름없음
2026/03/22 10:18:40
ID : tirwFikljvC
0
몸이 개운하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나는 그나마 있던 속옷마저 벗어던지고 욕실에 들어갔다. 늘 생각하지만 건식 화장실은 익숙하지 않다. 샤워부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없으니 단순 샤워조차 욕조에 들어가서 커튼을 치고 해야 한다.
물을 틀면 샤워기에서 쏟아진 물이 머리를 적시고, 욕조 바닥에서부터 점차 차오르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고보니까 욕조 마개를 왜 꽂아 뒀더라.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자, 차오르는 물에 강의 풍경이 비치는 것 같았다.
어깨가 달싹였다. 무심코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쩐지 코끝에서 소금기와 비린내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점액질의 물이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게다가 뽀얀 수증기도 적이다. 이건 분명 내 정신을 흔들어놓기 위한 공작이야. 이대로 있다간 그것들의 공격에 목이 졸려 죽을 것이다.
어떻게든 대처해야 해.
* 현재 광기의 발작이 일어나 판단력이 온전치 못합니다. 다음 선택지 중 가장 선택하고 싶지 않은 것을 고르고, 제시된 값의 다이스 두 개를 굴려주세요.
다이스: (1,4) / (-10,2)
1. 아마 이건 뇌의 착각일거다. 그러니까 이마를 벽에 반복해서 찧으며 뇌에게 벌을 준다. 맞으면 정신을 차리겠지.
2. 목욕용품이나 자극적인 식료품 등 온갖 걸 있는대로 목욕물에 풀어넣는다. 이 목욕물로 위장한 괴물을 물리치려면 독을 풀어야지!
3. 잠시만, 목욕 중에 기어들어오다니 이건 나를 유혹하는 게 아닐까? 물에게 키스하며 성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4. 어쨌든 도망이 최우선이다. 수건을 몸에 둘러 적당히 물기를 닦아낸 뒤 집 밖으로 나간다.
5. 이 괴물이 수도꼭지를 통해 왔다면, 그걸 부숴야 다시는 못 오겠지. 집 안에서 적당한 도구를 찾아내 수도꼭지를 부숴버린다.
**참고사항: 광기의 발작은 작중 시간으로 하루에 최대 한 번만 일어납니다. 5일간 버티거나, 기준점이 20 이하가 되면 광기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광기의 발작이 일어난 경우 기본적으로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됩니다만, 어느 방면에서든지 수위는 준수합니다.
297
이름없음
2026/03/22 11:45:08
ID : Lhze7wHCpe4
0
3
dice(1,4) value : 3
298
이름없음
2026/03/22 12:22:51
ID : tirwFikljvC
0
기준점 변동용 두 번째 다이스를 안 굴려주신고로 스레주가 굴리겠습니다
dice(-10,2) value : 2
299
이름없음
2026/03/22 12:23:04
ID : tirwFikljvC
0
어...? 이게 이러면 안 되는데
300
이름없음
2026/03/22 12:52:56
ID : tirwFikljvC
0
그래. 최선의 선택은 도주다. 나는 끈덕지게 들러붙는 물을 가까스로 떨쳐내고, 수건을 닥치는 대로 끄집어 내 어떻게든 물기를 닦아낸 뒤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뛰쳐나갔다. 그렇게나 수건을 많이 썼는데도 여전히 젖어있는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하기 위해 복도에서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고 있던 중, 본 적 있는 붉은 머리가 보였다.
머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고 그 쪽을 돌아보자 거기에 있는 건 옆집 사람이었다. 나는 문득 그에게 달려가 횡설수설 말했다. 지금 물 쓰시면 안 돼요. 물이 이상하게 질척거리고, 절 삼켜 죽이려고 했어요.
그는 내게 많이 취한 것 같다며, 진정하고 옷부터 챙겨 입으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겨우 수건 한 장을 둘렀을 뿐인 맨몸에 찬 바람이 닿고 있었다. 순식간에 부끄러워져서, 나는 죄송합니다! 라고 외친 뒤 집으로 들어갔다.
다시금 욕실로 향하자 여전히 물이 틀어져 있어서, 욕조가 거의 넘칠 지경이었다. 물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이상한 바다 비린내도, 소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이 질척거리는 것도, 몸에 들러붙는 것도 그야 당연한 것이다. 액체니까 질척이고 몸에 묻는 것이다.
그렇다. 잘못된 건 결국 내 머리였다. 한순간의 기괴한 망상에 휘둘렸다는 사실이 비참해진 나는 수도꼭지를 잠근 뒤 손을 집어넣어 마개를 뽑고, 마저 샤워를 마친 뒤 옷을 입었다.
조금 뒤 머리를 말리고 있을 적, 문 밖에서 똑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말하는 걸로는 옆집 사람인 것 같다.
*
1. 나가본다.
2.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3. 없는 척 한다.
4. 그 외 자유
**현재 광기의 발작이 일어나는 기준점은 51입니다.
301
이름없음
2026/03/22 21:18:03
ID : 3xCktur865c
0
나가고 싶은데 발작이라도 일어나면 위험하겠지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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