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시로 돌아가기 (716)
2.붕어빵 (253)
3.100레스 안으로 끝나는 인스턴트 규칙괴담 (33)
4.가자 가가자자 가가가자자자 (709)
5.설화중고등학교 교생선생 곽지우 (320)
6.[Ⅴ] 그 엘프 니트는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루바브~ (520)
7.포켓몬스터 소울 실버 랜덤 너즐록 챌린지 시즌 3 (209)
8.날도 더운데 마당에서 물놀이 개장이나 하러갈까 (스레주 off) (569)
9.미연시 (미남 연쇄살해 시뮬레이션) (144)
10.실시간 정보공유 개꿀팁 (1)
11.일루바크를 여행하는 모험자를 위한 안내서 >>357 (354)
12.미국의 겨드랑이를 떠나자 (62)
13.어느 유학생의 평온한 나날 >>610 (610)
14.중고차 구매 ㅇㅋ (2)
15.공자였는데 공녀가 됐습니다(2판) (>>456까지) (458)
16.앵커판 설문조사 스레 (183)
17."...이 파티 되게 재미없죠. 차라리 우리끼리 몰래 나가버릴까요?" (>>223) (223)
18.★앵커판 관전스레★ (634)
19.신약: 유선형 비둘기와 경유 바다의 세이렌 / >>210, 211 (209)
20.☆★앵커판 잡담스레 7★☆ (101)
1
이름없음
2026/02/19 01:19:01
ID : tirwFikljvC
9
매사추세츠의 아침 하늘은 맑은 푸른색이다. 엷은 구름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나의 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동생 녀석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이라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을테니까. 이래서야 대학은 어떻게 갈런지 모르겠어. 이젠 나도 해외에 있으니 공부를 봐 주지도 못할텐데.
* * *
[목표]
1. 좋은 학점 받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의식적으로 도서관에 들러서,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는 걸 목표로!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얻은 것]
"대신하는 이": 검은 벨벳 테디베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준다.
심안: 마주할 의지가 있다면 뭐든 꿰뚫어볼 수 있다.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마음 속도 알 수 있다. 20레스 단위로 1번씩 사용 가능. 쓸 때는 앵커 레스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지도.
[연락처]
가족 단톡방(아버지, 어머니, 동생)
외삼촌의 전화번호
사촌동생의 전화번호
민속학부 4학년 씨의 전화번호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철학부 3학년 씨의 전화번호
문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경영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심리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402호 씨의 전화번호
고등학생 씨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조교님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사무실 전화번호
천문학부 교수님의 메일 주소(현재 답변 불가)
천문학부 디스코드
보드게임 동아리 디스코드(지질학부 3학년 씨, 화학부 4학년 씨, 심리학부 1학년 씨)
* * *
대략적인 인물들의 설명과 이미지: https://justpaste.it/kfa4h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호러 일상물입니다. 인물들이 죽거나 미치거나 실종되는 등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음에 주의.
이전 레스 안 보고 그냥 끌리는 대로 막 앵커를 달아도 됩니다(다만 개그는 적정 선에서!)
연속 앵커 가능, 앵커 미루기 가능, 잡담, 질문, 토론 등 아무튼 뭐든 가능
개그는 적정 선에서
베스트 레스 3
이름없음
2026/06/05 21:42:03
ID : ja5XAjiksrv
4
스레주의 거지같은 체력으로 인해 며칠간 좀 쉬다 오겠습니다
적어도 일주일안에는 돌아올것임
이름없음
2026/06/04 01:00:58
ID : xwty5cGsnUY
3


이름없음
2026/03/22 21:59:10
ID : tirwFikljvC
2
슬슬 필요할 것 같아 준비한 대략적인 인물 정리
주인공 씨
흔한 유학생. 그 대학의 천문학부 1학년. 외모에서 알 수 있듯 평범한 한국인. 수능용 영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일상회화는 조금 미묘하다. 유학 오기 전까지는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것 같다. 첼로를 켤 줄 안다. 공동주택 403호에 살고 있다. 생일은 10월 15일(탄생화 스위트 바질(좋은 희망)).
이쪽 계열에서 유명한 모 TRPG의 형식을 빌리자면 모국어(한국어) 60%, 외국어(영어) 35%, 그 기능 00% 정도(대략적)
민속학부 4학년 씨
뭔가 이상한 사람. 검은 머리카락과 맑은 녹색 눈이 특징. 책과 고양이와 꿈나라 여행을 좋아함.
오컬트 50%, 매혹 45%, 그 기능 37%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
잘 도와주는 사람. 아마도 동앗줄인 것 같다. 밤갈색 머리에 검은 눈. 아르바이트를 이것저것 하는 것 같다.
오컬트 20%, 그 기능 09%
경영학부 1학년 씨
알고보니 사이비인 사람.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에 하늘색 눈. 피어스가 주렁주렁. 아마도 생선을 좋아한다.
오컬트 05%, 그 기능 12%
철학부 3학년 씨
기이한 눈을 가진 사람. 스트로베리 블론드 생머리를 내려묶었다. 눈은 보라색. 그림이 취미인 것 같다.
오컬트 30%, 그 기능 00%
문학부 2학년 씨
동향 사람. 흑갈색 단발을 살짝 올려묶었고, 새까만 눈동자와 다크서클이 특징. 금테 안경에 금색 안경줄. 한국에서는 작가를 했었다.
예술(문학) 75%, 그 기능 03%
102
이름없음
2026/02/26 19:01:06
ID : tirwFikljvC
1
접히는 김에 덧붙이는 몇 가지
앵커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자유롭게 미룰 수 있습니다.
개그 앵커도 상관없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기행을 저지르는 건 흔한 일입니다.
질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대부분의 캐릭터는 공략이 가능합니다. 우정이든 연애든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초기에 설정된 목표 중에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가 있기 때문에.
어떤 미친놈이 나오든 공략의 가능성 자체는 열려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위대하신 그 분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러한 행위는 심신에 크나큰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103
이름없음
2026/02/26 19:13:39
ID : tirwFikljvC
0
그 사람은 떠나려 한다. 하지만, 어째선지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다려요! 무심코 목소리를 크게 냈다. 그 사람은 흠칫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나는 그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조금 떨떠름한 태도로 나를 마주보았다.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무례를 사과했다. 그림이 정말로 멋져서, 어떤 느낌으로 그려졌을지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 쪽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흥미만을 위해 멋대로 부탁한 것 같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연락처를 받았다. 언젠가 그림이 완성되면 보내주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어쩌다보니 다른 과 선배들의 연락처를 세 개나 땄군. 그러고보면 나도 슬슬 다음 수업에 들어갈 시간이다. 준비해야지.
나는 교양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곳에는 어쩐지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 최대 2명까지 선택
1. 저번 수업에서 혼자 펜을 돌리고 있던 안경 쓴 학생
2. 저번 수업에서 허둥대며 가방을 뒤지던 학생
3. 저번 수업에서 본 경영학과 신입생
4. 요전에 봤던 민속학과 4학년 선배
5. 요전에 마주쳤던 중세형이상학과 2학년 선배
104
이름없음
2026/02/26 19:38:12
ID : mE4KY04FdCm
0
5
105
이름없음
2026/02/26 19:43:16
ID : mE4KY04FdCm
0
저 사람이 편의점에서도 살려줬고 좀 생명줄 같음
106
이름없음
2026/02/26 20:29:32
ID : tirwFikljvC
0
어, 너도 이 수업이야? 선배는 쾌활하게 인사한다. 그러고보니까 저번에는 통성명을 못 했었지. 도와주시기까지 하셨는데. 나는 내 신분을 밝히고 감사를 표했다. 선배는 어쩐지 멋쩍은 듯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살았으니 됐다고.
기왕 선배를 만난 거, 무언가 이야기를 더 해볼까. 나는 선배의 옆자리에 앉았다.
*: 이야기의 주제
1. 민속학과 4학년 선배
2. 그 전 편의점 일과 그 답례
3. 그 외 자유로운 주제 지정
107
이름없음
2026/02/27 08:45:47
ID : E02nxxxyJPi
0
2. 공략해봅시다
108
이름없음
2026/02/27 09:18:19
ID : tirwFikljvC
0
그 전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야겠지. 아무래도 무언가 답례를 하고 싶고. 사람 된 도리로서, 도움을 받고 아무 말 없이 넘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이전 편의점 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래도 목숨을 구해 주신 은인이니 뭐라도 하고 싶다고. 선배는 그러면 언제 한번 밥이나 사 줄래? 라고 장난스레 웃는다. 그야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히려 밥 한 끼로 끝난다니 수상할 정도로 대가가 저렴하다.
나는 그의 일정과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걸 물었다. 선배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다만, 근처의 생선 요리 전문점에 가는 건 싫다고 했다. 거기라면 내가 그 전에 가자미 뫼니에르를 먹었던 곳인데. 여기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제법 합리적인데다가,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솔직히 꺼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생선을 싫어하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럼 그 식당이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의문이 들어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혹시 거기 음식 먹었어?
그렇다고 답을 하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앞으로는 가지 말라고 한다. 거긴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차라리 화단의 꽃을 뜯어먹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
1. 그 식당에 대해 묻는다
2. 민속학과 4학년 선배가 데려갔다고 말한다
3. 그 외 자유롭게 발언
109
이름없음
2026/02/27 09:23:24
ID : mE4KY04FdCm
0
2
110
이름없음
2026/02/27 12:38:37
ID : tirwFikljvC
0
식당에 가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분명 그 전의 그 마음씨 착한 민속학과 선배가 데려다 줬었다.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 선배는 표정을 팍 구긴 채 고개를 돌리고는 뭐라 중얼거리다가 다시금 이 쪽을 돌아보았다. 방금 중얼거린 거,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욕지거리 같았지.
그 인간과 다시는 관계되지 않는 게 좋다고, 혹시 연락처가 있다면 지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도저히 내키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애초에 그 사람은 내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또한 이 선배에게 있어 내 사생활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연인이나 부모여도 안 될 일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허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내 강경한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혹시 다음 번에 그 식당에 갈 일이 있다면 참치가 들어간 메뉴나 맨빵을 먹는 것을 추천했다. 그것들은 그 더러운 바다와 관련이 없으니,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던 사이 교수님이 들어왔다. 곧이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번에도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111
이름없음
2026/02/27 12:54:18
ID : tirwFikljvC
0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늘의 마지막 수업까지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강에 노을이 비쳐 주홍빛으로 물들면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너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랐는지도 모른다. 유복하고 자유로운 환경은 분명 나의 일상을 안정시키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나, 이제 이렇게 대학까지 온 이상 새로운 자극에 부딪힐 필요도 있다. 애초에 나는 자극을 얻기 위해 이 곳에 온 거다.
내가 직접 생활을 꾸려나가고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여러 방법이 있겠지. 가령 동아리 같은 걸 들어갈 수도 있겠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취미를 찾아볼 수도 있겠고.... 뭐, 할 일은 산더미다. 이제부터 생각해나가면 되겠지.
일단은 에 도전해보도록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
1. 아르바이트
2. 동아리 활동
3. 취미 찾기
4. 그 외 자유롭게
112
이름없음
2026/02/27 13:16:18
ID : 3xCktur865c
0
동아리 활동
113
이름없음
2026/02/27 14:37:45
ID : tirwFikljvC
0
좋아, 동아리 활동을 해야겠어. 이따가 저녁밥 먹으면서 찾아봐야지. 오늘 저녁은 제대로 요리를 해야겠다.
돌아가는 길에는 식료품 상점이 있었다. 마감 시간이 가까워진 탓에 때때로 세일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나는 적당한 채소나 돼지고기 따위를 사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이 건물의 맨 꼭대기, 4층에 산다. 월세가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괜찮은 곳이라 제법 만족하고 있다. 오늘은 제육볶음을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를 타서 문을 닫으려는 그때 단정한 검은 셔츠를 입은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온다. 나는 급하게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지쳤는지 무릎에 양 손을 얹고 허리를 숙여 헉헉대던 그 사람은, 살짝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계기판을 보더니 허리를 일으킨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걸 보니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일까.
그 사람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내게 인사한다. 못 보던 얼굴이네요, 이사 오셨나요? 그렇다고 답하자 그 사람은 내게 웃으며 악수를 청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402호에 산다고 한다. 마침 내 옆집이다.
114
이름없음
2026/02/27 14:37:51
ID : tirwFikljvC
0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총알처럼 뛰어나가 402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나는 그걸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마찬가지로 비밀번호 다섯 자리를 누른다. 우선 별을 누르고, . 내 생일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군.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있자니 문 너머에서 다시금 급하게 달려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나는 짐을 내던지고, 식료품을 냉장고에 넣어둔 뒤 밥을 지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고 고기를 볶아내면 딱 시간 맞춰 밥이 완성된다.
나는 식사를 하며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살폈다. 괜찮은 동아리가 많았다.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동아리였다.
*: 주인공의 생일(다이스 가능)
*: 적당한 동아리 주제
115
이름없음
2026/02/27 15:18:43
ID : dCi9y6kk03A
0
dice(1,12) value : 10 월
dice(1,28) value : 15 일
116
이름없음
2026/02/27 15:33:49
ID : dCi9y6kk03A
0
보드게임
117
이름없음
2026/02/27 16:05:23
ID : tirwFikljvC
0
어디 보자, 테이블 게이머즈라. 멋진 이름이군. 보드게임 동아리인가? 이거라면 흥미가 있다.
재미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도 장소도 구하기 힘든 것이 문제라 단념하고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았다. 여기는 꽤나 사람도 많고, 활성화도 된 것 같았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내가 아직 영어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다는 건데, 보드게임은 필연적으로 플레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오히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영어 실력이 늘 수도 있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그 동아리에 가입하기로 했다. 구글 폼에 들어가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좋았어. 바로 메세지가 왔다. 디스코드 서버에 들어가자 반기는 듯한 이모티콘이 우르르 올라왔고, 공지에 대한 안내가 보였다.
보아하니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정기적인 활동이 있는 것 같은데, 꼭 두 날 다 참여할 필요는 없는 모양이다. 다만 기존에 돌아가고 있는 TRPG 캠페인 등에 참여하려면 목요일에 일정을 비워 두어야 한다나.
어느새 밥그릇이 텅 비었다. 나는 한 그릇을 더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과식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 식탁을 정리했다. 설거지는 내일 하지 뭐. 일단은 일정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다이어리를 펼쳐 오늘의 일기를 쓰고, 일정을 정리했다.
이번주 토요일에는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와의 밥 약속이 있고, 다음주 에는 동아리에 나가봐야지.
*: 수요일과 목요일 중 선택(동시 선택 가능)
118
이름없음
2026/02/27 16:08:32
ID : mE4KY04FdCm
0
수요일~
+ 일단 수요일에 가보고 사람들이랑 분위기 좋으면 목요일에도 가서 TRPG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
119
이름없음
2026/02/27 16:20:21
ID : tirwFikljvC
1
가능합니다.
여담으로 궁예스레 보니까 다들 뭔가 초반부터 의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여태까지 대략적인 신상정보가 밝혀진 5명(주인공 씨, 민속학과 씨, 중세형이상학과 씨, 경영학과 씨, 철학과 씨) 중 인간이 아닌 건 0.25명밖에 없습니다. 아직 자세한 게 밝혀지지 않은 인물들까지 범위를 넓혀도 대부분은 인간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위대하고 거대하신 옛 분들이나 저 우주 바깥의 이해를 초월한 존재께서 직접 우리 앞에 강림하실 가능성은 의외로 낮습니다. 그 분들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 분들의 앞에서 우리는 한낱 비존재로 돌아갈 뿐입니다.
120
이름없음
2026/02/27 16:52:22
ID : tirwFikljvC
0
일단 수요일에 한번 가 볼까. 분위기나 사람들을 확인한 뒤에, 마음에 든다면 목요일에도 가 봐야지. TRPG는 해본 적이 없지만.... 뭐, 선배들이 알려주겠지.
계획이 잡혔다. 오늘은 이제 더 할 일도 없고, 아침부터 몸살기가 있기도 했으니 일찍 자는 게 좋겠지. 저녁 분량의 약을 삼키고, 뽀송하게 마른 베갯잇을 다시 씌운 뒤 누웠다.
가라앉는 듯한 편안함과 나른함이 나를 삼켰다.
121
이름없음
2026/02/27 17:01:44
ID : tirwFikljvC
0
그리고 며칠이 지난 토요일.
무리하지 않은 덕에 몸은 말끔히 나았다. 오늘은 중세형이상학과 선배와 식사를 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오늘 갈 식당은 가 맛있다고 한다. 저번의 그 생선 요리 식당은 앞으로 근처에도 안 가기로 했다. 물론 굉장히 맛있었지만,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 가는 건 좀 그렇다.
선배가 말한 앞으로 향하자, 유리창 너머로 유니폼을 정리하는 선배가 보였다. 곧이어 선배가 나와서 쾌활하게 인사했다. 여기는 아무래도 선배의 아르바이트 장소인 것 같다.
식당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 적당히 맛있을 것 같은 요리
*: 중세형이상학과 선배가 일하는 알바처
122
이름없음
2026/02/27 17:07:10
ID : mE4KY04FdCm
0
햄버거!
123
이름없음
2026/02/27 17:10:07
ID : 0so2Fa1fRA6
0
스×벅스
124
이름없음
2026/02/27 17:43:56
ID : tirwFikljvC
0
들어서자마자 패티가 구워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양파의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향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선배가 추천하는 메뉴는 쿼드러플 맥시멈 버거였다. 뭔가 굉장한 이름이었지만, 잘 모르니 일단 선배가 추천한 대로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을 들고 왔다. 네 장의 얇고 바삭해보이는 고기 패티 사이사이에는 치즈가 한 장씩 들어있었고, 그위에는 계란 프라이 한 장과 볶은 양파, 베이컨, 무언가 붉은 알갱이가 들어간 상아색 소스와 길게 썰린 피클이 얹어져 있었다. 패티 하나하나를 얇게 찍어눌러서 만든 탓에 생각보다 그렇게 두껍지는 않았다만.... 생채소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모로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일단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감자튀김을 집어 한 입 먹었다. 갓 튀겨서 바삭한 감자튀김이 제법 맛이 좋았다. 그렇지만 여긴 버거집이다. 언젠가는 저것과 직면해야 했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버거를 집어들어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맛있었다. 정말 맛있었다. 감칠맛이 아주 죽여줬다. 바삭한 패티에 엉겨붙은 체다 치즈는 느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소스에서는 의외로 살짝 매콤새콤한 맛이 났다.
문득 선배를 돌아보면 선배는 열심히 버거를 먹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았더니 선배는 입 안의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는 뭔가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긴 했다.
*: 떠오른 내용
1. 배가 많이 고프셨던걸까
2. 왜 그렇게 민속학과 선배를 싫어하시는 걸까
3. 그 전에 편의점에서 마주친 그것은 뭐였을까
4. 그것을 쫒아내는 방법은 어떻게 알게 된 걸까
5. 그것이 편의점 직원에겐 조금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6. 그 외 자유
*: 떠오른 것을 말할까? Yes or No
125
이름없음
2026/02/27 17:47:17
ID : mE4KY04FdCm
0
2 솔직히 이게 제일 궁금해...
126
이름없음
2026/02/27 18:11:43
ID : hzarhy6p9fV
0
Yes!!!!!!
127
이름없음
2026/02/27 18:56:51
ID : tirwFikljvC
0
선배의 눈빛이 갑자기 차갑게 식더니, 먹던 버거를 내려놓고 시선을 돌린다. 그러곤 기대하지 않는 듯한 투로 말한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말할 것도 아니고, 어차피 말해도 못 믿을걸.
그 눈빛은 무언가 깊은 상실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꼭 이해받기를 포기한 사람처럼, 어쩐지 슬픈 얼굴로 잠시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던 선배는 곧이어 지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별로 신경쓸만한 건 아니니까 그냥 식사나 하자.
선배는 다시금 버거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나는 무언가 마음 속이 개운치 않았다.
나는 얼마 전만 해도 이미 이상한 일을 겪었고, 선배로 인해 목숨을 건져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어떤 믿을 수 없는 일이 그들 사이에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분명 이렇게 말했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 말할 건이 아니라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파고들지 않는 것이 역시 예의가 아닐까?
나는 결론을 내렸다.
*
1. 역시 알 필요가 있다. 선배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유를 가지고 나의 인간관계에 간섭하려 한다. 이유를 알아야지 그 선배와의 관계를 끊던 말던 할 것 같다.
2. 더 묻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고 사정이 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것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128
이름없음
2026/02/27 18:57:44
ID : wE07bzPhfap
0
1번
솔직히.. 궁금해!!
129
이름없음
2026/02/27 20:07:30
ID : mE4KY04FdCm
0
그렇다면 1번으로~
130
이름없음
2026/02/27 20:44:47
ID : tirwFikljvC
0
나는 선배에게 솔직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나는 이유를 알아야 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를 모른 채라면, 나는 선배의 말에 따를 수 없다.
내 말을 들은 선배는 한동안 말 없이 버거를 먹다가, 남은 콜라를 입에 쏟아붓듯이 마신다. 선배가 말이 없어지자 어쩐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나는 남은 감자튀김을 열심히 먹기만 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선배는 내가 감자튀김을 거의 다 먹었을 쯤에 입을 열었다.
말해줄게.
131
이름없음
2026/02/27 20:45:04
ID : tirwFikljvC
0
식사가 끝난 뒤 우리는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했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선배는 담담한 태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선배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이웃사촌 사이라고 한다. 민속학과 선배는 과거부터 영특하고 총명하여 주변에서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고, 그런 그를 선배는 꽤나 잘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한밤중에 훌쩍 집을 나가 돌아다니거나, 멋대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어 자신을 따르게 하거나 하는 기행을 시작해서, 걱정스러워졌다고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선배는 그를 믿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밤이었다. 그는 민속학과 선배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을 발견했다. 민속학과 선배는 그 행위에 대해 무엇도 변명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고했으나, 다만 너를 위한 것이었다며 이해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죽었던 이는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남지 않고 애초에 없던 것처럼 잊혀져버렸다. 민속학과 녀석이 분명 무언가 마법을 부린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무심코 질문하고 말았다.
*
1. 돌아가신 분은 선배가 소중히 여기던 분이었나요?
2. 민속학과 선배는 그때 정확히 뭐라고 말하셨나요?
3. 마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4. 그 외 자유로운 질문
132
이름없음
2026/02/27 22:23:02
ID : mE4KY04FdCm
0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건가
3번
133
이름없음
2026/02/27 23:06:26
ID : tirwFikljvC
0
마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죠. 비현실적인 언급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무심코 물어버렸다.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저 너머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훔쳐보는 데 성공한 이들은, 이성을 대가로 기이한 힘을 다룰 수 있다고 한다. 마법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표현이 없는 모독적이고 저주스러운 힘을.
그러고보면 저번에 선배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도 비슷한 것일까. 무언가 비현실적인 일이긴 했다. 그렇지만, 그건 오히려 괴물을 쫒아내는 쪽이었지.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선배는 부연설명을 했다. 가령 민속학과 선배는 매번 기행을 저지르고 다녀서 나쁜 소문이 멈춘 적이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호의를 산다. 모두가 그를 용서하고 그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렇기에 아마 어떠한 암시 마법을 통해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호의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확실히 그는 괴짜다. 계속 제멋대로 굴기도 했고, 비상식적인 행동도 했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을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말하니 선배는 네가 그렇게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의 마법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짜로?
*
1. 앞으로는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의심하는 게 나을지도.
2. 그래도 솔직히 와닿는 게 없단 말이지....
3. 자유 서술
134
이름없음
2026/02/27 23:09:22
ID : mE4KY04FdCm
0
그럼 선배가 지난번에 편의점에서 괴물을 쫓아냈던 것도 마법이에요?
135
이름없음
2026/02/28 10:47:39
ID : tirwFikljvC
0
[real time event]
오늘(2026-02-28)은 수성, 금성, 토성, 목성, 천왕성, 해왕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의 날입니다! 별들의 징검다리를 건너 웅대한 우주의 진리가 우리에게 전해지고, 스레주의 기분이 high해진 결과 무언가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136
이름없음
2026/02/28 11:08:48
ID : tirwFikljvC
0
그럼 선배가 저번에 편의점에서 마주친 괴물을 쫒아냈던 것도 마법이에요? 가볍게 묻자,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했다. 일종의 역소환 범주에 들어가는 주문이나, 어디까지나 가볍게 의식을 흐려 여기에 꼭 있을 이유가 없다고 속이는 정도에 속한다나.
그렇다는 건 꼭 있을 이유가 없더라도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싶다고 생각하면 떠나지 않을 수도 있나요? 그렇게 물으니 선배는 이해가 빠르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그래서 안 통하는 경우도 꽤 있는데 그때는 운이 좋았던 거라고 한다. 듣다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선배는 내 질문을 하나하나 친절히 답변해주었다. 선배가 하는 이야기들은 현실성이 없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와닿는 게 있어서, 어쩐지 세상의 뒷면을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믿을 수밖에 없다.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사촌동생이었다. 전화를 받자 갖다줄 것이 있다며, 혹시 집에 있냐고 물었다.
하긴 슬슬 돌아가보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선배와의 식사 약속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길어지기도 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선배는 다음에 또 보자며 쾌활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137
이름없음
2026/02/28 11:18:04
ID : tirwFikljvC
0
급하게 집에 돌아가기 시작하니, 문득 물방울 같은 것이 코끝에 떨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예상치 못하게 흐려져있었다. 큰일이다. 비가 온다. 앓다가 나은지도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감기에 걸릴 수는 없다. 나는 가방을 머리 위에 얹어 비로부터 최대한 몸을 보호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언뜻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바람에 잠시 멈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등 뒤를 보자 민속학과 선배가 우산을 들고 있었다. 놀랐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다.
뭐 하는 인간이야. 우산을 씌워준 건 고맙지만, 갑자기?
나에게 호의적인 것과는 별개로, 아까 전에 들은 말을 생각하면 이 사람은 살인자다. 내가 그간 마주한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과 그에게 얽힌 소문이 만든 꺼림칙한 느낌이 겹쳐져서, 나는 그를 피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또한 나를 졸졸 따라오며 우산을 계속 씌우려 했다.
그러다 뒤에서 누군가 나자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어떡하지. 안 움직이는데. 죽었나.
*
1. 도와준다
2. 도와주지 않는다
3. 자유롭게
138
이름없음
2026/02/28 11:45:53
ID : O09s3AY7e40
0
쿡쿡 찔러본다
139
이름없음
2026/02/28 12:01:26
ID : tirwFikljvC
0
뭔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고. 나는 가방에서 적당한 펜을 꺼내 선배를 쿡쿡 찔러보았다. 잠깐 꿈틀, 하는 것 같더니 고개를 홱 들고는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웃는다.
웃는 게 제법 순수한 것 같기도 한데. ...어라, 나 진짜로 암시에 당했나? 잠시 그런 생각에 주의가 흐려진 사이, 그는 축축하게 젖은 몸을 일으켜서는 나를 끌어안아 자세를 무너뜨린다.
뭐야, 야, 하지 마. 미친 거 아냐? 나는 몸을 버둥거린다. 그러나 선배는 나를 붙잡은 채 계속해서 나와 시선을 맞춘다. 맑은 춘록색의 눈동자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기이한 압도감이 척수를 타고 기어오른다.
왜인지 더 이상 뿌리치고 싶지 않다. 저항할 이유도 없고, 편안하기도 하고.... 쏟아지는 빗방울이 따뜻하다.
뇌가 녹아내리는듯한 고양감이 들었다.
나는 쏟아지는 졸음에 눈을 감았다.
140
이름없음
2026/02/28 12:15:50
ID : tirwFikljvC
0
머랭 같은 흰 구름이 바다 위를 떠 다니고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슬쩍 찍어서 먹어보니 덜 익은 계란 노른자의 맛이 났다. 머랭은 흰자로 만드는 거 아니었나? 뭐 상관 없지.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파도가 가는 대로 흔들리며 가만히 늘어져 있다 보니 모르는 땅에 도착했다. 드디어 땅에 발을 딛을 수 있게 되어 일어났다. 하얀 모래가 소금기를 머금은 발바닥에 달라붙고 있었다. 털어도 털어도 떨어지지가 않아서, 나는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밑으로 내려가는 거대한 계단이 보였다. 궁금해서 다가가보니 그 계단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고, 유리 계단 밑에는 새까만 어둠이 비치고 있어서,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계단에서 등을 돌린 내 앞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쩐지 본 듯한 얼굴이었으나,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사람의 맑은 녹색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다가, 내 양 어깨를 양 손으로 툭 밀었다.
나는 그대로 밀려 떨어지며, 계단을 굴러 내려갔다.
계단은 쓸데없을 정도로 길었다. 몇십 번 정도를 부딪힌 것 같았다. 겨우 계단참에 도달하자 늙은이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미심쩍은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나를 눈 앞에 두고 수군대는 꼴이 뒷담화라도 하는 거 아닐까 싶어서 조금 기분이 나빴으나, 곧이어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벽장에서 무언가를 꺼내온다.
뭐 어쩔 수 없지, 들여보내라고 하였으니. 그들은 그런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내게 가방 하나와 지팡이 하나를 던져주더니, 문을 열고는 다시금 나를 걷어차듯 그 뒤로 던져넣었다.
또 계단이었고, 심지어 이번엔 더 길었다. 아까 전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았다.
141
이름없음
2026/02/28 12:17:49
ID : tirwFikljvC
0
정신을 차리니 기묘한 숲이었다. 마법에 걸린 듯한 몽환적인 풍경이 나를 반겼다. 분홍빛 하늘, 파란 나뭇잎과 하얀 가지. 아름다웠지만, 음. 뭐랄까. 전혀 모르겠어.
...이제 나 어떡하면 되지? 막막한 마음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누군가, 무언가, 아무튼 있을 만한 것들.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것이어도 상관 없음.
142
이름없음
2026/02/28 12:20:40
ID : mE4KY04FdCm
0
민속학과 선배
143
이름없음
2026/02/28 12:46:41
ID : WrxWi60pWlz
0
민속학과 선배였다. 네놈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냐.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따질 기력도 없었다. 어쨌든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군.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그에게 다가갔다. 선배는 방실방실 웃으며 잔뜩 들뜬 얼굴을 했다.
그 태도에 기가 찼지만, 일단 상황 파악부터 하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꿈과 환상의 나라라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미친놈인가 이거? 역시 미친놈인가? 미친 놈 맞는 거 같은데?
그는 어이가 털려서 가만히 있는 나를 붙잡고 끌고 간다. 혼자 중얼거리는 걸 들어보니 여기 지리에 꽤나 빠삭한 것 같긴 하다. 나는 방향 감각이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이 사람에게 의지해야 했다.
문득 선배는 나를 돌아본다.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 내가 데려다 줄게! 지름길을 알거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작은 팸플릿을 꺼내든다. '꿈나라 여행 가이드'라고 쓰여있는 그 책자는 깨끗하게 인쇄되어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삽화의 품질이나 식자 등은 조악하다. 설마 직접 만들었니?
이런 울창한 숲에 지름길 같은 개념이 통할 지는 모르겠고, 애초에 이런 가이드 책자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팸플릿을 펼쳤다. 여러 가지 재미있어보이는 곳이 있긴 했다.
*
1. 항구 도시 - 처음 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가 봐야 하는 도시라고 쓰여있다.
2. 고양이 마을 - 본인이 좋아하는 장소인지 뭔가 별과 밑줄을 잔뜩 쳐 뒀다.
3. 사막 도시 - 무역이 유명해서 여러 도시에서 온 기념품을 사기 좋다고 한다.
4. 호수와 폐허 - 먼지가 날려서 마스크를 쓰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써 있다.
**어딜 선택하든 위험하지 않습니다. 놀이동산이다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골라도 괜찮습니다. 안심해주십시오.
144
이름없음
2026/02/28 14:19:35
ID : mE4KY04Fd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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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이름없음
2026/02/28 14:37:50
ID : tirwFiklj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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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구 도시를 선택하자 선배는 좋은 선택이라며 나를 데리고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겁이 났지만, 선배의 자신만만한 태도도 그렇고 주위 풍경도 생각보다 예뻐서 그냥 포기하고 즐기기로 했다. 하긴 이런 데를 또 언제 와 보겠는가.
선배는 문득 멈춰서더니 주위를 살핀다. 꼭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 같다. 그러다 뭔가를 발견하곤 그 곳으로 타타탓 가벼운 발소리를 내며 다가간다. 왜인지 조그맣게 울타리가 쳐져 있고, 밝은 녹색의 덤불이 자라고 있다. 주위의 분홍색, 라벤더색을 띠는 다른 나뭇잎들과는 다르게 이질적인, 현실감을 띤 색이다.
그는 울타리를 살짝 넘더니 그 곳에서 금빛의 잎사귀 주머니 같은 것을 따기 시작한다. 뭐지, 서리하나? 함부로 그런 짓 해도 돼? 왜인지 엮이기 싫어서 뒷걸음질쳤더니 어느새 한아름 따 버렸다.
그는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에 주섬주섬 그것을 쏟아넣다가, 나에게 하나를 건넨다. 뿌듯한 표정이다.
*
1. 이게 뭐죠?
2. 도로 가지세요....
3. 따도 되는 거 맞아요?
4. 자유
146
이름없음
2026/02/28 15:54:38
ID : 3xCktur865c
0
따도 되는 거 맞아요?
147
이름없음
2026/02/28 16:29:56
ID : tirwFikljvC
0
따도 되는 거 맞아요? 나는 의심스럽게 물어본다. 하지만 선배는 자기가 현실에서부터 챙겨와서 심어 기르고 있는 거라 괜찮다고 했다. 종종 와서 물을 주고 있다나.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를 찢고는, 그 안에서 동글동글 귀여운 노란색 방울토마토같은 것을 꺼내 내 입에 들이밀었다. 꽈리과인가? 뭔가 망고랑 풍선껌을 섞은 거 같은 향이 나는데.
입술에 문지르듯이 꾹꾹 누르면서 먹을 것을 종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먹었다. 뭔가 이국적이고, 토마토나 파프리카 같은 아삭함에 참외 같은 씨앗이 오돌거리며 씹힌다. 맛은 파인애플같은 느낌이 들면서 새콤달콤하고.... 뭔지 잘 모르겠다. 뭐냐고 물으니 골든베리라고 한다. 가끔 인터넷에서 냉동된 걸 드물게 파니까 사서 갈아먹거나 요거트에 얹어먹어보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과일을 입 안에서 씹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숲을 지나 항구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거리는 수 세기 전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처럼 옛스러운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벽돌은 대개 검은 현무암이었다. 도로는 회색 벽돌로 포장되어 걷기 편했고, 때때로 세워진 탑들은 고딕 양식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옆에는 주점이 보인다. 곁의 마굿간에는 주점의 손님들이 타고 왔을 듯한 얼룩말이 여럿 매여서.... 잠깐, 얼룩말? 나는 당황하여 선배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렇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생각을 그만둬버리니 이런 미친 환경에서도 들뜨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뭘 할까?
*
1. 여행의 꽃은 식도락이다. 뭔가 먹으러 가자.
2. 여행의 목적은 관광지 탐방이다. 관광지를 찾아보자.
3. 여행에서 남는 건 기념품이다. 상점을 찾아보자.
4. 선배한테 의견을 물어보자.
5. 자유
**오늘(2026-02-28) 행성 정렬의 날 이벤트를 즐겨주시는 여러분들께 드리는 팁:
이 꿈과 환상의 나라에 머무를 수 있는 건 익일 새벽까지입니다. 다음에도 여기에 또 올 가능성은 있으나, 다음 기회는 상당히 나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아무 패널티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확정된 건 오늘뿐이기 때문에 부디 열심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148
이름없음
2026/02/28 16:37:49
ID : mE4KY04FdCm
0
오늘뿐이라면 뭔가 도움이 될만한 걸 챙겨야해
3번!
149
이름없음
2026/02/28 17:44:28
ID : tirwFikljvC
0
역시 기념품을 사야겠다. 지금은 핸드폰도 없으니 사진도 못 찍고, 여기 분위기를 생각하면 사진기라는게 과연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기념품을 사는 게 옳겠지.
나는 선배에게 뭔가 재밌는 물건이나 기념품 같은 걸 사고 싶다고 했다. 선배는 좋은 선택이지만, 너는 돈이 아예 없고 가방에 짐 넣을 공간도 부족하니 물건은 하나만 고르라고 말했다. 하나 정도는 사줄 수 있다나.
도착한 곳은 부두가 바로 옆에 보이는 큰 시장이었다. 부두 쪽에는 노새를 몰고 온 카라반 상인들과 검은 갤리선들이 보였다.
가판대에는 이것저것 신기해보이는 물건이 많았다. 맑고 투명한 백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 고급스러운 갈색 나무 상자 형태의 오르골, 월장석을 깎아 만든 2인용 다기 세트, 황동과 장미수정으로 만들어진 오일 램프,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은 가위,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뭔가 끌리는 게 많지만, 역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일까.
*
1. 맑고 투명한 백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 "보존의 보석"
2. 고급스러운 갈색 나무 상자 형태의 오르골, "다정한 멜로디"
3. 월장석을 깎아 만든 2인용 다기 세트, "함께 걷는 밤"
4. 황동과 장미수정으로 만들어진 오일 램프, "미사여구"
5.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은 가위, "자르기 위한 것"
6.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대신하는 이"
**어떤 것이든 이득이 되는 효과입니다만, 효과가 평범한 대신 두고두고 계속 사용 가능한 상품(1, 2, 3, 4)과 효과가 매우 강력한 대신 일회성인 상품(5, 6번)이 있습니다. 원전에 등장하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이름을 보고 효과를 추측해주십시오. 당연하지만 앵커는 미룰 수 있습니다.
익일 새벽까지 앵커가 달리지 않을 경우 다이스로 강제진행될 예정입니다.
150
이름없음
2026/02/28 17:54:52
ID : mE4KY04FdCm
0
6번은 무조건 목숨 +1 같은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똑똑한 레더 찾아요
151
이름없음
2026/02/28 20:24:16
ID : tirwFikljvC
0
혹시 너무 모호하게 서술했을까요....? 힌트가 필요하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앵커는 로 미룹니다.
152
이름없음
2026/02/28 20:25:33
ID : mE4KY04FdCm
0
조심스럽게 힌트를 구걸해봅니다......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153
이름없음
2026/02/28 20:45:34
ID : tirwFikljvC
0
관련이 있는 것들입니다.
1. 보조 배터리
2. 신경안정제
3. 자각몽
4. 검열삭제
5.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
6. 휘핑 보이(whipping boy)
추가로, 1번째와 2번째는 범용적으로 쓸만하고, 3번째는 주인공의 3번째 목표와 조금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며, 4번째는 2번째 목표를 깊게 파고들 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번째와 6번째는 쓸 일이 없는 편이 좋으나, 쓸 일이 생길 경우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득이 되긴 할 겁니다.
154
이름없음
2026/02/28 21:30:22
ID : tirwFikljvC
0
생각해보니까 그냥 효과를 공개한 뒤 뭘 고를지 고민할 시간을 드리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앵커를 미루거나, 관전스레 등을 통해 고민해주세요,
1. "보존의 보석": 마력을 저장합니다. 부가효과로 마법적인 보호 부적 효과와 직감을 날카롭게 하여 위험 회피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마 제일 무난하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다정한 멜로디": 들은 이 모두에게 정신적인 치유를 제공하는 노래가 수록된 오르골입니다. 이것도 굉장히 무난하게 좋은 효과입니다.
3. "함께 걷는 밤": 차를 나눠 마신 두 사람이 하룻밤동안 연결된 자각몽을 꾸게 되는 티세트입니다. 완전한 둘만의 시간을 통해 인간관계를 견고히 하거나, 혼자 사용해 꿈의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습니다.
4. "미사여구": 램프에 비춰진 대상이 입히는 시각적인 충격 및 그로 인한 정신오염에 대해 견고한 방어를 제공합니다. 단, 어디까지나 시각을 근원으로 한 피해만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5. "자르기 위한 것": 딱 한번이지만, 어떤 것과도 영원히 인연을 끊어 애초부터 관계되지 않았던 것처럼 될 수 있습니다.
6. "대신하는 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줍니다.
155
이름없음
2026/02/28 21:34:32
ID : mE4KY04FdCm
0
그렇다면 테디베어로
얍
156
이름없음
2026/02/28 21:54:39
ID : tirwFikljvC
0
역시 귀여운 게 최고다. 나는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를 사기로 했다. 선배는 지갑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상인에게 건넸다. 상인은 종이로 테디베어를 잘 포장해 나에게 건넸다.
나는 테디베어가 담긴 꾸러미를 집어넣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 그러고보면 그 노인들이 던져주길래 그냥 받긴 했는데 여태까지 열어본 적이 없었다.
가방 안에는 의외로 평범한 것들이 들어있었다. 가죽 물통, 모포 세 장과 얇은 베개, 여벌 옷과 속옷, 양말 등. 몇 세기 전 물건처럼 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평범한 여행자의 짐이었다. 그것 말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문자로 쓰여진 서류 한 장과 흰 밀랍으로 봉인된 봉투도 하나 들어있었는데 이 두 가지는 뭔지 모르겠으니 넘어갈까.
나는 가방에 꾸러미를 집어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 또 어딜 보는게 좋으려나. 부둣가로 가서 바다를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냥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리고 또....
*: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157
이름없음
2026/02/28 22:17:54
ID : mE4KY04FdCm
0
오늘은 안전하다고 했으니까! 뭔가 먹어볼까! (식도락)
158
이름없음
2026/02/28 22:42:50
ID : tirwFikljvC
0
뭔가 먹으러 가보는 것도 좋겠지. 나는 선배에게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다. 선배는 마침 좋은 곳이 있다며 나를 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술집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 해적이나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식사를 즐기는 것이 보였다. 식당 한곳에서는 싸구려 바이올린이 춤을 추듯 저절로 움직이며 노래하고 있었다.
적당한 자리에 앉자 방정맞은 걸음으로 점원 하나가 다가온다. 점원은 들고 온 나무 술잔 두 개를 내려놓더니, 익숙한 듯이 까불거리며 선배에게 말을 건다. 아는 사이인걸까. 선배는 식당 한켠에 적힌 메뉴를 보고는 적당한 걸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점원은 큰 소리로 주문을 외치며 주방으로 향한다.
그러고보니까 너 몇살이었더라? 선배는 문득 나를 돌아봤다가, 뭐 상관없지 하고 중얼거리며 술을 권했다. 꿈나라는 아직 정수 기술이 덜 발전해서, 차라리 술을 마시는 게 낫다고 한다.
나는 잔을 들고 몇 모금을 마셨다. 맥주 특유의 보리향과 쌉쌀함에 벌꿀의 달콤함이 은은히 섞여있었다.
근데 나 주량이 어떘더라?
*
1. 매우 잘 마심
2. 적당히 잘 마심
3. 평범한 정도
4. 못 마시는 편
5. 알쓰
6. 그 외 자유
159
이름없음
2026/02/28 22:44:28
ID : mE4KY04FdCm
0
1 매우 잘마심!
160
이름없음
2026/02/28 23:19:04
ID : tirwFikljvC
0
술은 잘 마시는 편이다. 맥주면 더더욱. 조금 미지근한 것만 빼면 그럭저럭 맛있는 술이기도 하고, 목도 조금 말랐던 터라 나는 한번 더 잔을 기울였다.
곧이어 점원이 쟁반을 들고 왔다. 점원은 갈색으로 잘 익은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눈 앞에서 직접 썰기 시작했다. 속이 예쁜 장밋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곁에는 쪽파가 뿌려진 하얀 소스가 보였는데, 아마 저것에 찍어 먹는 거겠지. 고기를 다 썰어 놓은 점원은 다시금 주방으로 달려가, 푹신해보이는 풀빵 몇 개와 아스파라거스 따위의 가니시가 담긴 그릇을 하나 더 가져왔다.
나는 나이프를 들었다. 고기가 부드럽게 썰리는 게 느껴졌다. 선배는 빵부터 집어들었다.
갑자기 얼마 전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잘도 나한테 이상한 걸 먹였겠다. 심지어 지만 쏙 빠졌어. 갑자기 짜증이 났으나, 일단 화를 내더라도 먹을 건 다 먹고 나서 화를 내기로 했다.
그렇게 식사가 계속되었다. 나는 점원에게 몇 번이고 리필을 부탁하며 맥주를 더 마셨다. 확실히 도수가 그리 세진 않다. 하지만 선배의 잔은 어째선지 내가 몇 번이고 리필을 부탁하는 동안 반 밖에 줄지 않은 상태였다. 잔이 꽤 크기가 있긴 하지만....
뭐지 싶어서 선배를 보면 얼굴이 꽤 붉고, 묘하게 멍한 느낌이 되어 있다. 평소의 그 맑은 눈빛도 이제는 주정뱅이의 혼탁한 눈이다.
*
1. 선배 괜찮아요?
2. 이참에 더 먹이자.
3. 자유
161
이름없음
2026/02/28 23:20:42
ID : mE4KY04FdCm
0
더 먹이자
복수다 이자식아
162
이름없음
2026/02/28 23:31:40
ID : tirwFikljvC
0
왠지 짜증나니까 더 먹이기로 했다. 마 셔라 마셔라 마 셔라! 술이 들어간 다 쭉! 쭉 쭉쭉! 익숙한 술 게임의 기억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선배에게 술을 권하자 선배는 눈을 크게 뜬다. 답지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신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왜 이래? 당황하는 건 당신 이미지랑 안 맞는다고. 몇 번 더 권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묘하게 온순한 태도로 술을 홀짝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선배가 끝내 한 잔을 다 비우고, 두 잔째를 받아서 또 반의 반 잔 정도를 마셨을 무렵. 선배의 고개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슬슬 정신이 헤까닥해지기 시작하는구만.
*
1. 괴롭힌다.
2. 잘 대해준다.
3. 뭔가 물어본다.
*
163이 1이나 2를 선택할 경우, 정확히 어떻게 할 지 자유롭게 서술
163이 3번을 선택할 경우, 물어볼 내용을 자유롭게 서술
163
이름없음
2026/02/28 23:34:17
ID : mE4KY04FdCm
0
3 이때다...!
164
이름없음
2026/02/28 23:40:15
ID : mE4KY04FdCm
0
갸악 오늘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뭐라도 뽑아야 해
"마법 같은 거 쓸줄 알아요?"
165
이름없음
2026/02/28 23:47:00
ID : tirwFikljvC
0
마법 같은 거 쓸 줄 알아요? 일단 제일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선배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설마 중세형이상학과 선배 말이 진짜였을줄이야. 나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겠지.
선배는 다시 한번 잔을 들었다. 잔을 내려놓았을 때는 반 정도가 남아있었다.
*: 질문 1가지(앞으로 2번의 기회 존재)
166
이름없음
2026/02/28 23:50:55
ID : RDvu9xPeNur
0
나도 가르쳐주세요 마법
167
이름없음
2026/02/28 23:57:10
ID : tirwFikljvC
0
그러면 저도 알려주세요, 마법. 불안한 느낌을 뒤로 하고 호기심을 채우기로 했다. 일단 이 사람은 내게 호의적이다. 알려달라고 하면 알려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배는 의외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그건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 그런 거 알면 안 돼, 이렇게 같이 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쓸쓸하게 웃는 선배의 눈빛이 묘하게 어린아이같았다.
선배는 다시 한번 잔을 들었다. 어쩐지 잔을 내려놓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술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 마지막 질문 1가지
168
이름없음
2026/02/28 23:58:00
ID : asry40ldvg3
0
왜 마지막이에요??
169
이름없음
2026/03/01 00:02:59
ID : mE4KY04FdCm
0
이제 드림랜드에서 쫓겨나나요? ..아쉽다...
170
이름없음
2026/03/01 00:13:50
ID : tirwFikljvC
0
무언가 의미심장한 발언에, 나는 선배를 붙잡고 물었다. 왜 마지막이에요? 그러자 선배는 눈을 깜빡, 깜빡 하다가 나를 빠안히 바라본다.
미움받을거야.
선배의 목소리가 유독 작다. 꼭 누군가에게 들릴 것을 걱정하는 것처럼. 누가요? 내가? 당신이? 누가 누구를? 왜? 뭔가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선배는 모른 척 잔에 손을 뻗고, 입 안에 털어넣은 뒤 그대로 정신을 놓듯 엎어져버린다.
다행히도 자는 것 같았다. 나는 선배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을 하고, 선배를 부축해 나왔다. 어느새 바깥은 저녁이었다.
나는 인사불성이 된 선배를 질질 끌고 부둣가로 향했다. 찬바람이라도 좀 쐬면 정신이 들려나 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나도 취했던 걸지 모르지.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온다. 선배는 내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 꿈 속에서 꾸는 꿈은 어떤 느낌일까.
*
1. 선배를 본다
2. 바다를 본다
3. 주위를 본다
4. 눈을 감는다
**아직은 새벽이 오지 않았고 체력도 남아있는 관계로 이대로 진행됩니다.
171
이름없음
2026/03/01 09:05:15
ID : 3xCktur865c
0
다음날 아침에 됐는데 괜찮으려나?
바다를 본다
172
이름없음
2026/03/01 10:15:12
ID : tirwFikljvC
0
바다는 바람결에 따라 휩쓸리고 흔들린다. 서정적인 라벤더색의 하늘로 갈매기들이 날아간다.
오래 전 누군가의 품 안의 바다에서 무언가를 잃었던 것 같다.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분명 이 어딘가에, 내가 두고 온 것이 있다. 뭔지도 모르면서 그리워하다니 신기하지.
묘하게 감상적이게 되는 찰나, 어깨에 약간 축축한 느낌이 느껴진다. 선배가 자면서 침을 흘리고 있다. 이 인간 자꾸 왜 이러지.
눈가를 구기며 바다 저 편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언뜻 저 멀리서 우윳빛의 조각배를 본 것 같았다.
의식의 저편에서부터 전화벨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소리는 점점 커지며, 내 시야를 까맣게 잡아먹는다.
173
이름없음
2026/03/01 10:15:23
ID : tirwFikljvC
0
정신을 차리면 버스 정류장이었다. 민속학과 선배는 내 어깨를 침으로 적시며 자고 있었고, 가방에서는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사촌동생이었다. 자기는 이미 내 집에 와 있는데, 정작 본인이 늦으면 어떡하냐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말하길 문 앞에서 30분째 기다리고 있댄다. 언제 그렇게 잤던 거지? 나는 급하게 선배를 깨운 뒤, 이만 가 보겠다고 대충 말하고는 일어났다.
가방에 다시금 핸드폰을 쑤셔넣으려는데 어쩐지 알 수 없는 꾸러미 같은 것이 있었다. 일단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새 날은 맑아져 있었다.
174
이름없음
2026/03/01 10:16:54
ID : tirwFikljvC
0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어쩐지 복도에서 402호 사람과 사촌동생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촌동생의 발치에는 백화점 쇼핑백이 하나 있었다. 사촌동생의 파란 눈이 내게로 향하고, 402호 사람이 내게 인사를 하더니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사촌동생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왜 그렇게 늦었냐고 짜증을 내는 사촌동생에게,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최대한 변명을 했다.
생각해보면 이게 다 그 선배 때문인데 말이지.
어쨌든 나는 사촌동생을 집으로 들였다. 온 김에 자취방을 좀 구경하고 싶다고 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사촌동생이 입을 연다. 나 고민이 있는데.
*
1.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2. 슬슬 대학을 어디 갈 지 생각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3. 요즘 이상한 사람이 나를 쫒아다니는 것 같다
4. 그 외 자유
175
이름없음
2026/03/01 11:05:43
ID : mE4KY04FdCm
0
3이 재밌어보여
176
이름없음
2026/03/01 19:56:39
ID : tirwFikljvC
0
요즘 이상한 사람이 자기를 쫒아다니는 것 같다라. 평범한 고등학생따리 애한테 뭘 볼 일이 있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내 코가 석 자라서 도와주지 못할 가능성도 높지만, 뭐 그건 차치하고.
어쩄든 이야기를 들어볼까. 우선 그 이상한 사람의 인상착의나 특징부터 물어보는 게 좋겠지. 스토커는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지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못하면 나까지 휘말릴 수 있다.
사촌동생은 회상하는 것처럼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 그 내용은
1. 누군지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정보가 적다.
2. 대략적인 인상 및 특이한 점은 기억에 남은 것 같으나 아직은 정보가 부족하다.
3. 주변의 친구에게 들은 듯한 정보를 포함해 그럭저럭 특정 가능해보이는 수준의 정보가 모였다.
4. 오히려 수상할 정도로 정보량이 많고 섬세하다.
177
이름없음
2026/03/01 21:59:29
ID : 3xCktur865c
0
주변의 친구에게 들은 듯한 정보를 포함해 그럭저럭 특정 가능해보이는 수준의 정보가 모였다
178
이름없음
2026/03/02 12:37:25
ID : tirwFikljvC
0
머리는 밝은 금발이고, 피부는 흰 편이나 콧잔등에 주근깨가 있다는 것 같다. 언뜻 본 수준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인상은 유순했던 편에 낡아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촌동생의 친구에게는 직접 접근해서 말을 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들은 정보를 더하자면 말을 더듬거렸지만 태도 자체는 정중했고 목소리는 조금 낮은 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눈동자는 갈색이었다나.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느낌. 보통 언제, 어떤 상황일 때 그런 쫒아다니는 느낌이 드냐고 하니 학교에 있을 때도, 방과 후나 주말에 친구랑 놀러다닐 때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집 근처에서는 본 적이 없다나.
말하길 아직까지 특별한 위해를 가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스토커는 스토커다. 어떻게든 도울 수 있는 데까진 돕고 싶다만....
모르겠다. 나는 일단,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거나 하면 말하라고 한 뒤 동생을 돌려보냈다.
다시금 혼자만이 남은 집. 나는 문득 가방에 들어있던 꾸러미가 떠올랐다. 포장을 벗겨보니 검은 벨벳으로 만들어진 테디베어 하나가 나왔다. 본 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알 수 없는 흐릿한 느낌. 그러나 어쨌든 이것은 내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나는 테디베어를 에 올려놓았다.
*: 테디베어를 둘 만한 위치
*: 사촌동생이 가져온 쇼핑백 안에 든 물건
179
이름없음
2026/03/02 13:09:05
ID : 3xCktur865c
0
침대 위에 둔다 자는 동안 위험한 일 없도록
180
이름없음
2026/03/02 20:08:24
ID : mE4KY04FdCm
0
케이크
181
이름없음
2026/03/02 21:02:42
ID : tirwFikljvC
0
테디베어를 침대에 놓아두었다. 어쩐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겨도 이 녀석이 지켜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심이 되었다.
그나저나 저 케이크는 언제 다 먹지. 대학 입학을 축하하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작은 사이즈라곤 해도 홀 케이크를 혼자 먹기엔 무리가 있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케이크를 자른 뒤, 한 조각을 먹었다. 크림에서 설탕 맛이 좀 강하게 느껴지지만 그런대로 맛은 있었다. 다음 번엔 아메리카노를 사 와서 같이 먹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케이크 상자를 냉장고에 넣었다.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오후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그럼 슬슬 잠이나 잘까. 오늘은 왜인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
*
1. 꿈을 꾼다
2. 꿈을 꾸지 않는다
182
이름없음
2026/03/02 21:30:00
ID : mE4KY04FdCm
0
꿈을 꾸면... 드림랜드로 가나...?!
꾼다!
183
이름없음
2026/03/02 21:51:28
ID : tirwFikljvC
0
눈을 뜨면 우윳빛 조각배 위에 있었다. 어쩐지 본 적 있는 것 같은 풍경이나, 전혀 알지 못하는 곳이었다. 내 앞에는 달빛이 어린 긴 백발을 늘어트린 뒷모습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전혀 돌아보지 않고, 차가운 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 화 많이 났어.
언제 봤다고 화를 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가 났다는 말에 나는 무언가 사과를 하려 했다. 그러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에 이어진 말들은 나를 향한 타박 뿐이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 녀석들한테도 다 내가 말해둔 건데, 왜 나는 조금도 봐주지 않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그깟 녀석한테 이끌려서 멋대로 내 계획을 망치는 거야! 왜.... 왜 저항하지 않은 거야? 어째서? 어째서 나 없이 웃고 다녀? 다시는 나 만날 생각 하지 마. 계단이니 꿈이니 하는 건 다시는 생각도 하지 말고, 평생 현실에만 안주하며 살아. 어차피 나 같은 건 조금도 필요 없잖아.
문득 그 사람이 휙, 하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무척이나 화가 난 듯한 그 얼굴은, 어쩐지 무척이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하얀 손이 내게로 뻗어지고, 오색의 옷 소매가 휘날렸다. 그 사람은 내 위에 올라타서는, 목에 손을 얹고 눌러 죽이려는 듯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당황한 내가 켁켁대며 기침을 하자 누르는 힘이 더 세지더니, 정말 숨이 넘어가겠다 싶을 쯤에 울먹이며 손을 놓는다.
그는 내 몸 위에 엎어진다. 그러곤 무척이나 비참하고 슬프다는 듯한 투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린다.
널 제일 좋아하는 건 나야. 잊지 마.
그리고는 나를 배에서 밀어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본 그의 얼굴은 어쩐지 희미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184
이름없음
2026/03/02 21:51:41
ID : tirwFikljvC
0
눈을 뜨면 새벽이다. 식은땀에 젖은 채 주위를 둘러본다. 뭔가 악몽을 꾼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테디베어의 구슬 눈에 달빛이 비쳐 반짝이고 있었다.
......어쩐지 잠을 잘 기분이 아니다.
이른 식사라도 할까? 아니면 잠깐 복도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쐴까?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
*
1. 이른 식사를 한다
2. 복도에 나가 바람을 쐰다
3. 책을 읽는다
4. 그 외 자유
185
이름없음
2026/03/03 07:35:38
ID : 3xCktur865c
0
대체 무슨 꿈일까?
이른 식사를 한다
186
이름없음
2026/03/03 10:32:01
ID : tirwFikljvC
0
이른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식기를 가볍게 씻고,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낸다. 하나? 아니면 두 개? 오늘은 기분이 미묘하니 두 개를 먹자.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거리며 두 개의 계란이 익어가던 중, 한 쪽의 노른자가 터져 흘러내린다. 어차피 비벼먹을 거지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밥은 넉넉히 퍼 담고, 간장을 두 스푼, 참기름도 한 바퀴 두른 뒤 계란 프라이를 얹는다. 숟가락으로 으깨가며 잘 비벼서 한 숟가락 뜬다.
이때 바깥에서 누군가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삑삑삑삑삑, 막힘없이 번호를 누르지만 문은 당연히 열리지 않는다.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아는 건 나 뿐이다.
곧이어 인기척이 들리더니 발소리가 옆집으로 향한다.
어떡하지, 사촌동생이 말한 그 스토커인가? 나한테까지 뭔가 하려는 건가? 옆집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쓰러지는 소리가 난 뒤로는 한동안 인기척도 없이 잠잠했다.
*: 어떻게 할까
187
이름없음
2026/03/03 12:01:42
ID : BbB9bcty0pT
0
그냥 새벽에 귀가한 옆집 사람 같기도 하고
밥을 마저 다 먹는다.
188
이름없음
2026/03/03 13:25:51
ID : lhbwtzgjijc
0
신경쓸 거 없지. 밥이나 마저 다 먹기로 했다. 간장계란밥은 역시 언제 먹어도 무난하게 맛있군. 그나저나 참기름이 슬슬 다 떨어져가는 모양인데, 이따가 오후쯤에는 한인 마트를 갈까. 가야지, 가야지 하고 며칠째 미루다가 이렇게 됐다. 거리가 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싱크대에 넣어둔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 일요일 아침의 맑은 공기가 들어온다. 묘하게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대로 다시 푹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니면 이왕 일찍 깬 거 산책을 나갈 수도 있겠고. 마침 이 근방에는 강이 있으니까, 강변을 걷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 아니면 도서관에 갈까? 운 좋게도 우리 학교 도서관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개방되어있다.
나는 문득 다이어리를 꺼내들었다. 첫 장에 적힌 세 개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 뭘 할까(자유롭게)
*: 무슨 목표를 노릴까(1레스 목표 참고)
189
이름없음
2026/03/03 14:22:00
ID : 3xCktur865c
0
강변을 산책한다
190
이름없음
2026/03/03 17:16:01
ID : L9bjwGmlfO5
0
3번 목표
191
이름없음
2026/03/03 19:05:32
ID : tirwFikljvC
0
좋아, 강변을 산책할까. 나간 김에 주변 이웃들을 만나면 인사를 해 보자. 자만추의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기지개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 뒤 가벼운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혹시 나갔다가 뭐 간식거리라도 사먹을 지 모르니 지갑도 챙기고, 핸드폰 배터리는 넉넉하고, 이어폰은.... 조금 아리까리하긴 한데, 어차피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게 목적 중 하나니까 괜찮다.
혹시 모르니 작은 크로스백을 챙긴다. 문을 열고 기운차게 집을 나서면 옆집, 402호에서 반쯤 빠져나온 사람의 다리가 보인다. 저 붉은 머리, 검은 셔츠를 보아하니 그 전에 마주친 그 사람이다. 술냄새가 나는 걸 보니,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엎어진 것 같은데.... 이러고 자다가 입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일단 조심스레 깨워봤다.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난 그는 약간 횡설수설하더니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곤 꾸벅 인사를 하더니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부디 침대에서 자길 바란다.
이제 진짜 가볼까.
192
이름없음
2026/03/03 19:05:35
ID : tirwFikljvC
0
물결에 아침 햇살이 비쳐 금빛으로 반짝였다. 평범하게 걷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벤치에서 잠든 노숙자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등 여러 인간군상이 보였다.
뭔가 재미있군.
이대로 마냥 걷기만 하는 것도 좀 그러니 이라도 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가 눈에 띄었다.
*
1. 음악 감상
2. SNS 업로드
3. 조류 관찰
4. 가벼운 조깅
5. 그 외 자유
*
1. 나에게 달려오는, 빨간 가죽 목줄을 맨 작은 강아지
2. 비둘기를 데리고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마술사
3. 작은 카트에 화분 여럿을 싣고 산책시키는 사람
4. 강에서 떠내려가고 있는 무언가
5. 무언가 알 수 없는 종교 전단지 같은 걸 돌리고 있는 사람
6. 그 외 자유
193
이름없음
2026/03/03 22:03:02
ID : mE4KY04FdCm
0
4 운동!
194
이름없음
2026/03/03 22:38:56
ID : lu05V88krdQ
0
5
195
이름없음
2026/03/03 22:52:18
ID : tirwFikljvC
0
조금 뛸 필요가 있다. 여기 음식은 다 기름져서, 이대로 가다간 살이 찌고 말 거다. 우선 적당히 서서 몸부터 풀어볼까. 저기 저 종교쟁이는 무시하고, 최대한 눈 마주치지 말고.
그러나 걸을 줄 아는 건 나만이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척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더니, 오히려 저 쪽에서 내게 다가온다.
오지 마. 오지 마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뒷걸음질을 친다. 나를 향해 전단지가 내밀어진다.
*: 다음 순간....
1.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았다.
2. 나는 뒤로 돌아 잽싸게 달리기 시작했다.
196
이름없음
2026/03/04 09:47:13
ID : 3xCktur865c
0
이벤트가 발생하려면 1번인가?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197
이름없음
2026/03/04 21:14:06
ID : wK6i5TO1bhc
0
1.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았다.
198
이름없음
2026/03/04 22:27:02
ID : tirwFikljvC
0
등 뒤에 누군가 사람의 체온이 닿는다. 흠칫 놀라 다시금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뒤를 돌아보자 동그란 금테 안경과 금빛 안경줄이, 내 또래나 한두살 정도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흑갈색의 단발 정도 되어보이는 머리를 반쯤 올려묶었고, 묘하게 담배 냄새가 난다. 얼굴은 어쩐지 동양적인 인상이고, 조금 피곤한 건지 다크서클이 있다.
안경 너머의 새까만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다가, 내게 내밀어진 전단지를 빼앗듯이 받아간다. 전단지를 돌리던 사람은 만족한 듯 방글방글 웃으며 뭐라 더 말을 하려 했으나, 그는 나에게 무시하고 가자고 말한다.
잠깐, 방금 한국어로 말했지? 역시 한국인인가?
나는 얼떨결에 그 사람을 따라간다. 그는 전단지를 자기 가방 안에 고이 챙기며 내 쪽을 돌아본다. 샐쭉 웃는 표정이 묘하게 얄미운 느낌이다. 그는 이런 타지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면 어쩐지 반가워서 뭐라도 말을 걸게 된다며, 제법 살갑게 말한다.
간단히 통성명을 했다. 나와 같은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 신분이고, 문학부 2학년이라고 한다. 선배가 되는 셈인가. 타지에서, 친척 외의 말이 통하는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다. 굉장히 기쁘군.
*: 첫인상
1. 어쩐지 들어본 듯한 느낌?
2. 의지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3. 시선이 묘한 사람이네.
4. 그 외 자유
199
이름없음
2026/03/04 22:27:58
ID : viqqrzbCjbd
0
오오 동향인이다 2번!
200
이름없음
2026/03/04 22:34:17
ID : tirwFikljvC
0
드디어 제대로 의지할 수 있고 말도 아주 편하게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감동적일 지경이군. 일단 번호를 땄다. 그 사람은 작업 거는 거야? 하고 키득키득 웃더니 농담이라며 담담히 말했다.
나와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근처 벤치에 앉는다. 그런데 정작 말할 만한 주제가 딱히 떠오르질 않네. 일단 친해지고 싶은데.
*
1. 그 사람이 들고 있던 노트에 대해서
2. 유학을 온 이유에 대해서
3. 유학 생활에 대해서
4. 한국 살 때 하던 일에 대해서
5. 그 외 자유
201
이름없음
2026/03/05 09:29:47
ID : 3xCktur865c
0
그 사람이 들고 있던 노트에 대해서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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