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희망을 필요로 하기에 유서를 한번 적어내려보기로 했습니다. 정말 죽을 계획을 하고 유서까지 써내려보다보면 다시금 살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참 긴 삶을 살았다. 횟수로 따지기엔 너무나도 짧고 감정적인 선으로 계산하기엔 지나치게 긴, 딱 중간정도의 애매한 나의 생을 이쯤에서 끝내보려한다.
힘들었다. 가끔 죽고싶었고 자주 죽고싶었다. 누군갈 위해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뚜렷하지 않았고 난 나 조차 감당해내기 어려워졌다.
엄마의 미소가 너무 예뻐서, 아빠의 웃음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버텨내며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결국 난 내 미소를 보길 원했고, 내 웃음소리를 듣길 원했던 것 같다.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다지만 불행하기만 한 삶은 또 어디에 있겠나 싶다. 분명 한 때 나의 삶은 화창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기억한다.
그 빛을 기억하고 있기에 희망이 있다 생각했고 그 안일한 생각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오래 살아버렸다.
여전히 사라지는 삶을 살고 있다. 내 일기의 첫제목은 살아지는 삶이었다. 그것을 지키지 못함에 부끄럽다.
끝도 없는 이 우울함을 이젠 정말 끝낼 때가 온 것 같다. 쉼표의 연장선을 끊어내고 온점을 찍을 때가 온 것이다.
나의 이야기의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그저 이렇게 끝내버리기엔 남을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그들이 슬프지 않길 바란다.
진심으로 사랑했고 여전히 사랑한다. 내가 가고 나서도 여전히 그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길 빈다.
너무 열심히는 말고, 그저 적당히 각자의 행복을 지킬 수 있을 만큼만. 딱 그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내가 먼저 가서 좋은 자리 알아보고 기다리고 있을테니 정말 천천히 오길 바란다. 내 몫을 살지 말고 각자의 몫을 살길 간절히 빈다.
너무 일찍 먼 여행을 떠나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하지만 난 작별인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설날 친척이 모였다 헤어질 때조차 안녕을 말하지 않는 나였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안녕은 말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기에. 그저 지금 이 챕터의 끝이라고 생각하자.
우린 또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