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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3/24 00:22:50 ID : FinSIFjzbDu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던 날, 나는 오랜만에 잠시 집을 나섰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단지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좀 쐬고 싶었을 뿐...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진 모르겠다. 한량처럼 살아가던 것에 대한 벌이였을까? 일단 자리를 옮겨 추후에 글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만약 내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누군가 이 글을 가족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신원 미상의 남자-
이름없음 2024/03/24 00:32:12 ID : FinSIFjzbDu
"...적어도 여기에 내가 처음으로 온 건 아니라는거네." 내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불과 몇 분 전이였다. 집으로 향하던 길에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에 쓰러졌고 의식을 되찾았을 땐 이미 이곳으로 이동된 후였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였을까? 내 발 밑에는 이 남자의 노트가 있었다. '이끼에 뒤덮인 두개골도 있었지. 노트 주인의 것일려나?' 노트의 내용은 대부분 남자의 생존과 후회에 관련된 것이였다. 안타깝게도 오래 살지는 못했는지 불과 6페이지에 불과한 분량이였지만 말이다.
이름없음 2024/03/24 00:53:14 ID : FinSIFjzbDu
"애초에 어째서 이런 곳에 오게 된 걸까. 꿈은 아니겠지?" 이곳의 풍경은 명백히 이상했다. 안개가 자욱히 깔려있는 흙바닥엔 그 흔한 잡초조차 없었으며 잎사귀 없는 거대한 나무들이 천장까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나무로 되어있는 천장에 매달려있는 전구에선 전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온실 안에 들어온 듯한 풍경이였다. 현실 감각을 잃은 것은 아니였지만 꿈이란 생각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시험해볼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꿈을 꿔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선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가시가 자라난 나뭇가지를 꺾어 손바닥을 그었다. 붉게 맺혀 떨어지는 핏방울과 함께 지끈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 '적어도 꿈은 아니라는 건가.'
이름없음 2024/03/24 01:01:56 ID : FinSIFjzbDu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내가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약간의 흥분감과 안도감이였다. 어차피 현생이 뭣같았던 나는 죽음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나의 죽음으로써 상처받을 사람들 탓에 계획을 계속 미루던 중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곳으로 이동되다니..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신께 감사하다 기도드리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곳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를 만끽하다 죽는다니 정말 완벽한 죽음이였다. 이왕이면 새로운 곳에 온 김에 좀 더 구경을 한 뒤에 죽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미련 없는 현생이였고 이 참에 모험한다 생각해볼까?" 현대에서 할 수 없는 이런 종류의 모험은 늘 꿈꿔왔던 것이였다. '죽는거야 언제든 할 수 있으니..' 그렇게 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목표는 없었으나 목적은 있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멈추고 성에 찰 정도로 구경했다면 다시 걷는 것. 그 과정에서 죽는다면 그 또한 만족스러울 터였다.
이름없음 2024/03/24 01:11:54 ID : FinSIFjzbDu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 때쯤 숲에선 괴이한 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지점부터 였는진 몰라도 사람 형상을 한 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들이 일반 나무들보다 많아졌을 때 나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안녕 오빠? 오랜만이네?" 온 몸에 흰색의 무언가로 바디 페인팅을 한 여성은 자신이 마치 친동생이라도 된 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생따윈 가져본 적도 없었다. "안녕? 너는 누구니?" "뭐야. 오랫동안 집을 나가더니 이젠 나까지 잊어버린거야?" 그녀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 느꼈다. 그녀가 적어도 나와 같은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름없음 2024/03/25 05:26:07 ID : Qk5Qq1wk4E1
건초더미를 끌어안은 듯한 거칠고 맥아리 없는 감촉이 피부 너머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것은 품에 안긴 그녀를 포함해 나를 주시하고 있는 수많은 시선들이였다. 좀 전까지 나무였던 것들이 이젠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표정을 유지한채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나에게 조금씩 나가왔다. "윽..일단 이것 좀 놔봐!" 벗어날려고 했지만 어느새 덩쿨과 같이 변한 그녀의 팔이 나를 옥죄었고 나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히히..나랑 같이 여기서 평생 있자. 응? 오빠도 분명 여기를 마음에 들어할거야." 나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들의 나무껍질 같은 외피는 점차 벗겨졌으며 덩쿨과도 같은 속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침내 코앞까지 놈들이 다가왔을때 나는 거대한 덩쿨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여전히 내 품에 안긴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우리랑 하나가 되면..배도 고프지 않고 아프지도 않아. 다칠 일도 없고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는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어? 개꿀아닌가?'
이름없음 2024/03/25 05:44:47 ID : 2pU7vu7cMrv
딱히 저항하지 않자 덩굴은 이내 나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발 끝부터 나를 죄여오기 시작한 덩쿨을 보며 그녀는 뛸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힛..히힉...히히히히." 얼굴을 쥐어뜯을 기세로 감싸쥔 그녀는 웃음보단 실소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렇게 뛸듯이 기뻐하던 그녀의 표정은 잠시 뒤에 급격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너..뭐야 그거..." 그녀의 시선은 내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핏방울로 향해있었다. "아..안돼...! 어째서!? 꺄아아악! 살려줘! 살려달라고!" 왜인지 그녀는 피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다. 피를 본 직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서 덩쿨 벽을 헤집고 있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손을 타고 떨어진 피가 막을 새도 없이 덩쿨에 흡수되었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큰 소리로 절규했다. "어째서..안돼! 안된다고!! 죽기싫어!" 그녀는 갑자기 몸에서 증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이내 순식간에 전신의 모든 수분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피를 빨아들인 그녀는 나물찜이 되어 죽었다.
이름없음 2024/03/25 05:50:20 ID : K6kmmpVffby
"..당황스럽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게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습격한것도 모자라 스스로 자멸까지 하다니 이렇게 멍청한 적은 개그 만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살았으니 됐나?' "저기..혹시 아직 살아있니?" "..." 그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아쉬움에 나물 찜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이였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24/03/25 05:58:32 ID : 67BulfO8jio
다시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나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보다 조금 어두워진 것 같은데?' 단순한 느낌이 아니였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의 빛이 약해지고 있었다. 마치 현실에서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듯이 말이다. 이내 전등이 꺼졌고 온실엔 완전한 암흑이 찾아왔다. 그리고 어둠에 눈이 익기도 전에 숲에선 반짝이는 어떤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빛을 발산하는 벌레와 같은 생명체들이 숲을 비행하며 시야을 밝히고 있었다. '으윽..X발 징그러워.' 신비로운 분위기였지만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레의 움직임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벌레들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숲의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었다. "낮엔 다 어디있다가 이렇게 나타난거야? 더럽게 징그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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