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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기를 쓰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어.
초등학생 때 억지로 쓰던 그림일기에서 졸업하고 난 뒤, 나는 무언가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지.
하지만 실천력이 의지를 따라가지 못해, 언제나 상상만 했었지.
마치 읽은 책의 독후감이나, 영화 티켓을 보관하거나, 여행 흔적을 남기는 것 같이 말이야.
귀찮음
나를 한 단어로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면접 때 나를 소개하며, 주인의식이나 솔선수범, 그리고 책임감이란 단어를 들먹였어. 잘 먹히더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야. 면접관분들도 알았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내가 누군가를 속이고 기만하기에 실패했단 거니까.
아무튼 나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귀찮음이야. 온종일 가만히 있을 때도 많아.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내 인생에 중요한 많은 것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미뤄왔지. 일기도 마찬가지야.
10년
쓰레딕, 아니 c8ch부터 알게 된 지 10년도 넘게 지난 것 같아.
갑자기 예전에 봤던 어떤 문장이 생각났고 그 글을 찾아왔는데, 여기는 이미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아.
반대로 십 대의 내가 이제 이십 대의 마지막에 달하기까지 많은 일을 스치듯 겪었지만, 나 자신이 그리 변한 것 같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의 술기운을 빌려, 과거 내가 잠시 몸담았던 곳에서 일기를 적는 것이 어색하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근 8년 만에 찾아온 곳에서 일기판을 보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으면 해.
이렇게 하는 건가?
오, 맞네. 수정기능도 생기고 좋네
나는 수정기능을 반대하는 편이지만.
혼잣말
혼자 사니 혼잣말이 많아져. 아니, 사실은 그리 독백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
혼자 있다고 홀로 중얼거리는 건 좀 이상해. 그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뿐, 실제로 내뱉진 않지.
이 일기는 그런 혼잣말이자, 머릿속에서 입 밖으로 뻗어 나가지 못한 여러 파편을 박제하는 거에 불과해.
익명에서 익명으로 그것을 전시하는 거지.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남한테 나를 숨기는 데 익숙해.
그래서 단둘이 있든 아니면 여럿이 있든, 나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익명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난 비겁한 사람이라, 아무리 익명의 힘을 빌릴지라도 나에게 불리한 내용은 적지 않으려고 해.
목욕
오늘은 딱히 별일을 하지 않았어.
요즘 코로나 때문에 머리를 싸맬 일이 있는데, 억지로 관심을 돌리는 편이야.
그것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일종의 몸부림 같은 거지.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야.
낮에는 목욕을 했어. 본가에 가면 나는 항상 목욕을 해.
아직 본가라는 말보다 집이라는 말이 더 입에 붙지만, 구분하기 위해 슬슬 노력할 때지.
내가 혼자 사는 집에도 욕조가 있지만, 내가 오래 산 본가의 욕조에 더 마음이 가는 편이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음악을 들으며 인터넷을 하는 건 작은 삶의 낙이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세상 모든 일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거든.
입욕제
목욕을 할 때는 입욕제가 필요해. 사실 내가 그 필요성을 설파하는 건 아니야. 정정할게, 필요하대.
나는 굉장히 무심하고 무던한 사람이라, 그런 미묘한 차이를 느끼지 못해. 그냥 남들이 좋다니까 하는 거지.
그렇기에 나는 입욕제를 쓰지만, 정량은 쓰지 않고 그 용량의 절반만 써.
잘 느끼지도 못하고 어차피 기분만 내는 거, 한번 쓸 거 두 번 쓰면 더 좋잖아? 하하,
아, 그리고 하나 더. 입욕제를 쓸 거면 사실, 샤워를 한번 한 다음에 욕조에 입욕제를 넣고 몸을 담그고 헹구고 나오는 건가 봐.
근데 생각해봐. 한번 샤워를 한 다음에 욕조에 물을 받으려면 5~10분 정도 걸릴 텐데 그동안 옷 다 벗고 뭐하고 어디에 있을 거야.
나는 귀찮아서 그냥 샤워 안 하고 바로 욕조에 몸을 담가. 뭐 될 대로 대라지.
혼술
다시 집으로 내려왔어. 내일은 출근해야 하니까. 그리고 혼술을 했지.
나는 위스키와 해외 맥주를 즐겨 마셔. 미각이 그리 뛰어나지 못해 맛을 잘 모르고 마시지만, 호불호 정도는 느낄 수 있어.
소주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야. 특유의 그 역한 냄새가 나는 정말 싫거든.
하지만 술자리라는 게, 일반적으로 나는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한 사람들, 예를 들면 직장 상사나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즐거울 때가 있어.
물론 나는 혼자 마시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해.
내일은 제천에 다녀와야 해. 사실 내가 가지 않아도 됐을 법한데, 뭔가 떠맡겨진 듯한 느낌이 없진 않아.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전혀 기대되지 않지만,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
다녀오고 나서도 이 쓰레를 잊지 않고 찾을까?
아니, 기억해도 귀찮다는 이름하에 대여섯까지 이유 아닌 핑계를 대며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일의 나를 믿어보자고.
부산
부산에 가고 싶다. 코로나가 잠식한 거리.
사람 한 명 없을 시기에 부산을 독점하고 싶다.
필름카메라 하나 들쳐메고 프레임을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는 해변. 홀로 젖은 모래. 고요한 파도 소리.
필름
최근 가장 가격이 오른 물건이 있다면, 첫째는 마스크요 둘째는 필름 일지 어니.
작년 3천원 하던 필름을 두 배를 주고도 살 수 없구나.
청소
집에 누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불안감과 기대감 사이의 어떠한 중립적인 단어를 말하고 싶으나, 밤을 새워서 그런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에 청소를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너저분한 집에 손님을 들이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해서이며, 다른 하나는 지저분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이다. 두 번째 사유로 나를 위선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나는 나름 깔끔하게 산다고 생각한다. 나는 귀찮다는 핑계로 청소를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이 난잡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잘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이 역설 속에서 우리 집 물건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며, 손때는 타지 않고 오로지 쌓이는 먼지만이 그 시간의 변화를 증거할 뿐이다.
코로나
엊그제, 마스크를 쓰니 코가 간질거림을 느꼈다. 약간 목에 가래 같은 것도 낀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를 혹시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닌가 기대-기대와 불안감 사이의 어떠한 중립적인 단어를 말하고 싶으나, 밤을 새워서 그런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하며, 이제 다음날 자고 일어날 때 열만 나면 바로 보건소로 달려가는 수순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아침, 나는 밖의 소란스러움을 들으며 잠에서 깼다. 열은 없었으나 숨이 가빠왔다. 폐병에 걸린 사람처럼, 나는 거칠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문득 며칠 전 텔레비전 속 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30초 동안 노래를 부름으로써 폐렴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했다. 나는 노래는커녕 단 5초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고통 속에 다시 잠이 들었다. 그날 오후, 나는 잠에서 깼다. 열은 나지 않았고, 숨도 평소처럼 쉴 수 있었다. 꿈이었을까. 그리고 오늘, 멀쩡하다.
어제 마신, 잔 바닥에 눌어붙은 위스키 자욱*에서 짙은 너티향을 느낀다.
*자욱:1.자국의 잘못. 2.자국의 북한어.
오랜만에 슈스케6에 출연한 중식이 밴드의 '여기 사람 있어요'를 들었다.
가끔, 예상치 못하게, 오래전 들은 노래가 떠오르를 때가 있다.
중식이 밴드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눈앞이 흐려졌다.
그들의 노랫말에서 나의 모습을 본 것일까.
미스터트롯은 높은 시청률과 더불어 결승전 700만 표 이상의 투표율을 자랑했다.
나는 단 한 편도 보지 못했으나, 부모님 나이대 이상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나 보다.
슈퍼스타k7은 결승전 시청률 1%대를 기록하며, 그것으로 마무리했다.
나도 7편은 보지 않았으니, 할 말은 없다만
트롯을 전혀 듣지 않는 나에겐, 그래도 감동을 줄 만한 곡은 남겼을 것이다.
...
한껏 눈물짓고 싶은 밤이다.
몇 시간 째 중식이의 노래를 찾아 듣는다.
심해어란 곡이 정말 마음에 든다.
가사도, 미친 듯이 절규하듯 부르는 목소리도.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생각이다.
고작 몇 시간이란 짧은 시간 동안에
인생을 담을 만한 곡을 찾았다는 것은
행운과 다름없다.
그것이 비록, 몇 병의 와인*이 안내해준 길일지라도.
나는 십 년 넘게 시를 읽었지만,
나의 가슴에 새긴 문장이라곤
황병승 시인의 "오른손이 왼쪽 겨드랑이를 긁는다 애정도 없이*"라는 구절뿐이다.
그리고 시집 제목으로는 김경주 시인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밖에 없다.
*코스트코엔 저렴하면서 맛있는 와인이 정말 많다.
나에겐 쁘띠쁘띠, 프릭쇼 그리고 조금 달지만 아파시멘토.
*해당 시제는, '검은 바지의 밤'이며, 시를 수록한 시집명은 '여장남자 시코쿠'이다.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에 얽힌 비화는 후에 따로 언급할지도 모르겠다.
*가끔 생각한다.
남들이 문신을 새길 때면, 인생에 가장 오래 기억될만한 문구를 남기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나는,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남겨야만 한다고.
그것 말고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하지만, 내 삶은 나의 언어로 재번역, 혹은 다시 쓰기 되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이 글귀를 넘는 문장을 만들 때까지 나는 타투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를 정의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황병승 시인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가 떠오른다.
문단은, 사회는, 그를 담기에 아직 너무 일렀다.
그가 조금만 더 땅에 발을 디뎠으면 좋았을 텐데,
아, 용서할 수가 없다.
아, 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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