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7/26 21:22:22 ID : fff84Lf83va 0
안녕. 이건 2000년대에 시작해서 2020년대에 끝난 얘기임. 아마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항상 쓰다가 말다가 했었으니까. 알코올중독에 걸린 레주(본인 얘기임)가 맨날 개소리만 스레에 쓰고 사라졌던 탓에 스레가 개판이 됐더라고. 한 5년 정도 이 익명사이트에서, 이 익명사이트의 전신에서 어떻게든 내 얘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성공했던 적은 한번도 없음. 사실 내가 이 모든 일의 진상을 알기 전부터 내 얘기를 괴담이랍시고 자랑하고 싶어했던 걸 감안하면 내 얘기를 괴담판에 푼 건 10년도 넘었을 듯. 근데 끝까지 푸는 것에 성공했던 적은 없네. 진상을 몰랐을 때는 결국 내가 왜 악몽을 꾸는지 결론을 낼 수 없었고, 진상을 알게 된 뒤로는 어느 정도 푼 다음에는 맨정신으로 못 견디겠어서 항상 술을 기절할 때까지 마시고 헛소리만 써놨거든. 정신과에서 제정신 구독하고 있는 동안 얘기 끝내려고 함.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지. 이번에는 정말 끝내려고.
2 이름없음 2022/07/26 21:28:19 ID : fff84Lf83va 0
누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 반 정도 됨.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얘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가족이랑은 더더욱 못할 얘기고. 우리 집에서 이건 이미 과거지사로 종결됐거든. 최소한 그렇게 여기려고 다들 부던히 노력하는 중이거든. 얼굴 아는 사람한테 얘기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지저분하고 불편한 얘기라서. 일단 밝혀두고 갈게.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의 시간대, 내 나이와 성별을 포함한 모든 신상정보, 지역이나 주변 지형에 대한 설명은 전부 어느 정도 일부러 바꿔뒀어. 사건의 순서도 바꿀 거고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초등학교 때 일로 소개하는 등 시점도 뒤틀 예정이야. 그래도 역추적하려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3 이름없음 2022/07/26 21:29:55 ID : fff84Lf83va 0
전반적으로 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야.
4 이름없음 2022/07/26 21:37:02 ID : fff84Lf83va 0
난 어린 시절부터 어떤 꿈을 지속적으로 꿔왔어. 하얀 원통형 건물의 벽을 따라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는 꿈이야. 이 꿈은 내 첫기억과 거의 같은 시간대에 시작되었고, 그 후 20년이 넘어서야 끝났어. 일주일에 적어도 1번 이상은 그 꿈을 꿨었어. 하얀 건물 안이야. 벽은 고르지 않지만 하얀 페인트가 발렸는지 마감이 깔끔해. 천장은 뚫렸는지 아니면 큰 창문이 뚫린건지 건물 안에는 빛이 비쳐들고 있어. 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도는 나선형 형태의 내리막길이 벽을 따라 이어져 있어. 내리막길의 기울기는 적당히 완만하고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장자리에는 울타리가 둘려 있지. 벽에는 벽걸이형 선반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책들이 무수히 꽂혀 있어. 내리막길 중간중간 구멍처럼 문이 뚫려있고 그 너머로는 책이 꽂힌 방이 엿보여. 그리고 꿈은 항상 그 건물의 내리막길 위에서 시작해.
5 이름없음 2022/07/26 21:45:45 ID : fff84Lf83va 0
나는 그 건물에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던 것 같아. 최소한 그런 인상이 항상 꿈 속의 나에게 남아 있어.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말이야. 하지만 그 물건을 찾아냈던 적은 없어. 왜냐하면 그 내리막길을 따라 항상 뭔가가 나를 쫓아오거든. 꿈의 시작은 거의 늘 비슷해. 꿈은 그 건물의 내리막길 중간 정도에서 시작돼. 그리고 등 뒤에 뭔가 위험한 게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 나는 미친듯이 그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 달리기 시작함에 따라 숨이 차오고 심장이 쿵쾅거려. 땀이 흐른 피부에 와닿는 공기는 천천히 끈적끈적해져. 꿈 속의 나는 항상 6살 정도 된 어린애야. 왜냐하면 책이 든 선반이 내 머리에는 닿지 않고, 내리막 주변에 둘러쳐진 난간은 내 어깨보다도 높은 곳에 있으니까. 분명 여긴 어른을 위한 건물이고 난 아직 작은 어린애야. 뒤에서 쫓아오는 존재가 늘 똑같은 건 아니야. 죽은 돼지 시체거나, 흙과 뒤엉킨 잘린 나뭇가지가 눈사태처럼 쓸러내려오기도 했고, 낡은 인형이었던 적도 있었고. 형체 없는 그림자였던 적도 있었고. 하지만 가장 개근하는 건 마네킹이야. 얼굴이 없고 다 썩어 문드러진 마네킹이 내 뒤에서 덜컥대며 다가오는 거야. 걷는다기보다는 구체관절인형을 내리막길에서 밀어버린 듯한 모양새야. 내리막길에 떨어뜨린 인형이 쓰러지기 전, 팔다리를 꺾으며 어색하게 한두 걸음 앞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계속 내 뒤를 쫓아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짙은 냄새를 맡아. 장마철 냄새야. 녹슨 철골과 흙과 썩은 나무의 들척지근하고 축축한 냄새, 비에 젖은 놀이터 바닥의 역한 고무 냄새.
6 이름없음 2022/07/26 21:49:01 ID : fff84Lf83va 0
그 꿈은 내게 지독한 악몽이었고 그 꿈을 꾸고 나면 난 항상 헐떡이며 잠에서 깨고는 했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악몽 때문에 난 항상 수면부족이었고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애였어. 부모님은 날 걱정해서 몇 번인가 병원에도 데리고 가셨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그 꿈이 한 달 이상 멈췄던 적은 드물어. 난 잠드는 것을 무서워하고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였어.
7 이름없음 2022/07/26 21:50:05 ID : fff84Lf83va 0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지는 게 왜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 사실 그걸 무서워했을 무렵이 그립기도 해.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어둠 속에 나 혼자 남겨지지 않는 상황이잖아. 모르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 나와 함께 있는 상황이 제일 무섭잖아.
8 이름없음 2022/07/26 21:50:56 ID : fff84Lf83va 0
내일 마저 풀어야겠다.
9 이름없음 2022/07/26 23:19:24 ID : vdwtxTO7anx 0
ㅂㄱㅇㅇ... 레주가 건물 묘사할때는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되게 예쁜 건물을 상상했고, 거기에 서재까지 있다고 했을때는 판타지스럽고 좋은 걸?
ㅂㄱㅇㅇ... 레주가 건물 묘사할때는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되게 예쁜 건물을 상상했고, 거기에 서재까지 있다고 했을때는 판타지스럽고 좋은 걸?
ㅂㄱㅇㅇ... 레주가 건물 묘사할때는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되게 예쁜 건물을 상상했고, 거기에 서재까지 있다고 했을때는 판타지스럽고 좋은 걸? 했는데 뒤에서 뭔가 쫓아온다고 하자마자 그런 생각 싹 사라짐...ㅎ 쫓아오는 존재들 진짜 다 하나같이 끔찍하다,,, 특히 마네킹은 현실에서 혼자 있는 공간에 가만히 있는 것만 봐도 무서울만 한데, 썩은데다가 움직인다니............. 레주 고생했어 진짜. 지금도 그 악몽을 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잠자리가 편해질 날이 오면 좋겠다.
10 이름없음 2022/07/26 23:42:48 ID : dzRzO5PjwIN 0
ㅂㄱㅇㅇ! 죽은 돼지 시체라니 너무 싫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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