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일단 나는 여자고 이걸 고민상담판에 써야할지 괴담판에 써야할지 좀 고민 하다가 그냥 괴담판에 올리려고.
난 백수고 피시방 단골임. 겜창이거든. 그 날도 한... 새벽 3신가? 그 때까지 있었어.
사건의 발단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밤 8시 넘어서? 9시 언저리즈음에 발생함.
2◆fbyNAkoGoMk2023/03/25 06:41:16ID : u1iklhhs3yL
난 마이너한 공포 게임을 주로 즐기고 있는 편이었고, 그 날도 마찬가지였어.
그 때가 불금이였는데 아무리 불금이여도 8~9시쯤이면 사람이 좀 없긴 해도 자리가 널널하단 말이지. 근데 굳이 내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앉더라고.
뭐지? 하고만 말고 난 게임을 계속 이어나갔어. 지인들이랑 디코 하면서 즐기느라 정신 없었거든.
3◆fbyNAkoGoMk2023/03/25 06:43:34ID : u1iklhhs3yL
지인들이랑은 별로 친해진지 얼마 안돼서 대화는 거의 게임 할 때빼곤 조용했어.
30분 정도... 게임 했나? 옆자리 남자가 음료를 시키고, 그 다음에 또 음료를 시킨 거 같았는데 두 개를 시킨 거 같았어.
하나를 내 쪽 방향... 남자한텐 오른쪽이지? 그리고 나한텐 왼쪽이고. 내 기준으로 왼쪽으로 두고 나머지 하나를 드문드문 게임을 하며 마시더라. 난 나중에 먹겠거니 했고...
4◆fbyNAkoGoMk2023/03/25 06:45:59ID : u1iklhhs3yL
그렇게 또 좀 아무 일도 없이 게임 하는데, 지인이 말하는 와중에 옆에 있던 남자가 무어라 말하는 듯 들렸어. 아주 작았고 지인이 말하는 와중이라 나는 진짜 그냥 기분 탓인 줄 알고 아무 반응도 안 했다?
그러니까 남자가 아직 안 딴 음료를 들고 있었는지 다시 왼쪽에 두더라고.
그 때까지만 해도 난 남자가 말을 건건지 만건지도 의아했고 말 건게 맞다면 다시 걸겠거니 했어. 지인들이랑 하는 게임이 재밌기도 했고.
5◆fbyNAkoGoMk2023/03/25 06:47:28ID : u1iklhhs3yL
그러다... 파티가 쫑나고 흡연실에 가서 전자 담배를 폈어.
난 심각한 꼴초라 연초 폈을 때도 하루에 두 갑은 폈었고, 전자 담배도 그 자리에서 다 펴버리거든? 그래서 흡연실에 거의 눌러앉아있다시피 해.
1시간? 또 다른 친구한테 전화 오는 바람에 1~2시간...? 정도는 흡연실에 있었던 거 같아.
6◆fbyNAkoGoMk2023/03/25 06:51:38ID : u1iklhhs3yL
이 얘기를 풀기 전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알고 가야 할 게 있어.
나는 트위터에 봇계를 운영해. 꽤 여러개. 봇계가 뭐냐면... 애니나 게임 캐릭터 중 한 명을 흉내내듯 운영하는 거야. 내 설명이 부족했다면 네이버에 검색 해도 좋아.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난 봇계를 운영하면서 그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서 대화를 자주 해. 다른 봇들이랑 소통도 자주하고. 그래서 게임을 끈 다음에, 트위터를 띄워놓고 푸슝도 띄워놨었어.
푸슝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라 생각하니 넘어갈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짧게 설명해두자면, 음, 에스크같은 거야. 익명으로 상대에게 궁금한 걸 질문 할 수 있는 형태? 답변도 손쉽게 받아볼 수 있고 그래.
7◆fbyNAkoGoMk2023/03/25 06:54:24ID : u1iklhhs3yL
봇계, 푸슝... 이 얘기를 왜 하는지는 좀 풀고나서 나와.
앞서 말했듯이 난 흡연실에 오래 앉아있다고 했지? 통화를 하는 와중에 그래도 잠깐의 정적이 있을 때마다 심심해서 푸슝에 들어가봤어.
질문이 하나 와있더라고. 처음에는 뭐해? 라는 질문이였어. 거기에 대해 난 플러팅을 잘하는 캐릭터 봇 성격상, 대충 플러팅 치는 답변을 해뒀어. 다른 질문들에도 마찬가지였고.
8◆fbyNAkoGoMk2023/03/25 06:55:57ID : u1iklhhs3yL
만든지 얼마 안됐지만 애정이 있는 캐릭터의 푸슝에 누군가가 찾아와준 덕에 들뜬 마음도 조금 있었어.
전화를 이어가면서 간간이 푸슝도 들어갔는데, 질문이 여러개 쌓이기 시작했어. 기분 나쁜 마음에 지워버려서 지금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충,
[안 자?]
[혼자야?]
이런 식이였어.
9◆fbyNAkoGoMk2023/03/25 06:56:55ID : u1iklhhs3yL
나는 누군가가 이 캐릭터가 좋아서, 내 캐릭터 이입이 마음에 들어서 익명으로 대화하고 싶구나 했어. 그래서 열심히 새로고침 하면서 답변 해줬지.
안 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혼자냐는 질문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렇다고.
10◆fbyNAkoGoMk2023/03/25 06:57:29ID : u1iklhhs3yL
네번째 질문은 조금 당황스러운 질문이였어.
[성적 판타지가 뭐야?]
하는 질문이였으니까.
11◆fbyNAkoGoMk2023/03/25 07:00:45ID : u1iklhhs3yL
거기서 난 얘가 나랑 대화하고 있던 다른 봇인 줄 알았어.
왜냐하면... 내 캐릭터 성격상 플러팅을 한다고 했잖아? 그래서 플러팅을 하되 적당히 선은 지키고 있었는데 대화하던 봇이 유독 나랑 수위 역극을... 하고 싶어하더라고.
그러니까... 수위 역극은 잤잤을 글로 풀어내는 형식의 역할극이야. 난 당연히 봇은 취미로 하는 거고 수위 역극은 해본 적도 없어서 쳐내고 있었고, 상대 봇은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라 난감한 상태였어.
12◆fbyNAkoGoMk2023/03/25 07:03:39ID : u1iklhhs3yL
저 질문에 뭐라 답변 할까 싶다가 그냥 없다고 했어.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지.
근데도 계속 질문이 왔어. 대화나 계속 하지 왜 굳이 푸슝으로 오나? 하는 의아함이 생길 때쯤, 전자 담배도 마침 다 피고 다리도 슬슬 아파서 자리를 옮겼어. 내 컴퓨터 자리로.
남자는 여전히 있었어. 2시 정도 됐었던 거 같은데. 담배 필 때도 혹시 싶어서 한 번 살펴봤는데, 그 때도 있더만. 어, 뭐... 그럴 수 있지. 게임 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별 생각 안 들고 그러려니 했어.
13◆fbyNAkoGoMk2023/03/25 07:05:18ID : u1iklhhs3yL
계속 통화를 하고, 그러다 3시쯤 돼서 친구도 일정 때문에 자야하고, 나도 슬슬 졸려서 집에 가야겠다고 말을 했어.
그랬더니 옆자리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라. 여전히 안 딴 왼쪽에 둔 음료를 드디어 마시고선.
거기서 아, 나한테 음료를 주려던 게 아니구나. 역시 착각이였어. 했어.
14◆fbyNAkoGoMk2023/03/25 07:06:18ID : u1iklhhs3yL
집에 간다고는 했지만 친구가 칭얼거리기에 10분 정도 앉아있다가 나왔어.
길을 나서는데 익숙한 남자가 보였어. 휴대폰을 깔짝거리고 있더라고. 역시... 난 별 생각 없이 지나갔지.
그랬더니 뒤에서 인기척이 났어. 날 따라오는 것 같았어.
15◆fbyNAkoGoMk2023/03/25 07:08:16ID : u1iklhhs3yL
기분 탓인가? 조금 오싹한데.
이 생각이 들 때즘, 뒤에 있던 남자가 내 어깨를 치며 휴대폰을 들이밀었어.
게임을 하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통화를 할 땐 옆자리에서 시선이 느껴졌었거든. 뭔가 싶어서 딱 한 번 얼굴을 정면으로 맞댄 순간이 있었으니까 알아볼 수 있었어.
옆자리에 있던 남자가 맞았어.
16◆fbyNAkoGoMk2023/03/25 07:09:30ID : u1iklhhs3yL
뒤늦게서야 소름이 오소소 돋았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내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바로 일어났으면서... 10분 정도 더 앉아있었는데... 그 때까지 내가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고...?
17◆fbyNAkoGoMk2023/03/25 07:13:16ID : u1iklhhs3yL
얼어있는데 남자가 말했어.
이상형이라서 번호 좀 달라고.
말해두는데, 나는 미자때 오크라고 놀림도 받았고, 성인이 된 지금 와꾸도 정상은 아니라 하타치에 속해. 무섭다는 이유로 성형이고 뭐고 일절 안 했거든. 내 입으로 땅 파긴 싫지만 아무튼 빈말로도 칭찬 못 받고 음... 하게 되는 와꾸. 심지어 어디 약속 자리도 아니고 피시방에서 게임 할 목적으로 간 거라 화장도 안 하고, 옷도 개후지게 입은 상태였어.
그래서 나는 더더욱 머리 위로 물음표가 생겼지. 난생 처음 번호가 따인 상황인 거야.
18◆fbyNAkoGoMk2023/03/25 07:14:24ID : u1iklhhs3yL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니까 제정신으로 있을 수가 없더라. 번호를 줘야되나? 아니, 근데 난 저 피시방 단골이고... 마주칠 일도 많을 텐데. 가짜 번호를 주면 더 위험하지 않나? 아니, 그래도...
머리가 회전했어. 와중에 남자는 계속 휴대폰을 들이밀었지. 어쩔 수 없이 번호를 찍었어. 별 문제 있겠나 싶었고.
이게 내 인생 최대 실수야.
19◆fbyNAkoGoMk2023/03/25 07:15:19ID : u1iklhhs3yL
번호를 찍으니 고맙다고 했어. 고개를 까닥이고 집에 마저 가려는데, 뒤에서 남자가 어딜 가냐고 물었어. 집에 간다고 떨떠름하게 대꾸했지.
그게 끝.
20◆fbyNAkoGoMk2023/03/25 07:22:46ID : u1iklhhs3yL
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집에 오고 세수와 양치를 끝내니 남자에게 문자가 왔어.
[안녕하세요.]
[혹시 더 놀고 싶어서 그러는데 더 못 노시나요?]
21◆fbyNAkoGoMk2023/03/25 07:23:21ID : u1iklhhs3yL
...이 시간에?
시간을 살펴봤어. 3시 25분.
이 시간에?
22◆fbyNAkoGoMk2023/03/25 07:23:56ID : u1iklhhs3yL
게임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 그래도.
답장을 못 하고 있으니까 세번째 문자가 왔어.
[맛있는거 사줄게용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