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72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베스트 레스 2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1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Qnxwlg6lDth 2019/07/17 02:09:19 ID : go0k1ba066j 1
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팔로 눈을 가렸다. “삼촌이 포도 잘 먹었녜.....” 아....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어버렸어. 그리고 국화에게 끅끅거리며 대답했지. ‘너무 너무 맛있었다고 꼭 전해 달라고.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노라고 꼭꼭 전해달라고’말야.
2 ◆Qnxwlg6lDth 2019/07/16 00:01:00 ID : eNuoFeJO9yY 0
음... 국화를 처음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 였다. 그 때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됐거든.
3 ◆Qnxwlg6lDth 2019/07/16 00:02:27 ID : eNuoFeJO9yY 0
전학 첫 날. 새 교복을 준비하지 못해서 그 전 학교 교복을 입고 등교했었던 기억이 나. 교탁에서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했고,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비어있는 제일 뒷 자리에 앉았지.
4 이름없음 2019/07/16 00:03:31 ID : 8qmLeZhgkrd 0
ㅂㄱㅇㅇ
5 ◆Qnxwlg6lDth 2019/07/16 00:05:44 ID : eNuoFeJO9yY 0
3개의 분단 중에서 가운데였던 2분단 제일 끝자리. 그 자리는 책상이 두 개 다 비어있었어. (보통 책상 두 개씩 붙어있잖아) 선생님이 나가시고 나서 반 애들은 우르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되게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냈다. 그 전 학교 교복이냐. 이 교복 예쁘다. 핸드폰 번호 뭐냐.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꽤 없었지.
6 ◆Qnxwlg6lDth 2019/07/16 00:06:24 ID : eNuoFeJO9yY 0
그리고 그 와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왜 하필 이 자리냐고. 참 불쌍하다고.
7 ◆Qnxwlg6lDth 2019/07/16 00:08:42 ID : eNuoFeJO9yY 0
무슨 말인고하니, 내 옆자리는 원래 주인이 따로 있고 오늘은 학교를 오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리곤 이 사실을 알려줬던 S는 내게 귓속말로 말했다. ‘얘 엄마가 무당인데 학교 자주 빠져.’
8 ◆Qnxwlg6lDth 2019/07/16 00:11:45 ID : eNuoFeJO9yY 0
그리고 이삼일 정도 지났을 때쯤. 그 아이가 학교에 왔다. 얇고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엉덩이를 덮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귀신같다는 생각을 했어. 태어나서 그렇게 머리카락이 길고 피부가 하얀 사람은 처음봤었거든
9 ◆Qnxwlg6lDth 2019/07/16 00:13:31 ID : eNuoFeJO9yY 0
여기까지 읽었다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 애가 바로 국화였다. 물론 그 애는 한 번도 자기를 소개한 적이 없었지만 조용히 학교를 다니는 거에 비해서 굉장히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이름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어.
10 ◆Qnxwlg6lDth 2019/07/16 00:18:07 ID : eNuoFeJO9yY 0
S의 말에 의하면 처음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국화는 왕따를 당했었대. 왕따를 당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국화가 이상한 말을 했을 거라고 확신에 차있었어. 국화가 초등학교 때부터 ‘기둥에는 할머니가 붙어있다’라던가 ‘그네에 7명이 타고 있다’ 같은 말을 하곤 했다더라고.
11 ◆Qnxwlg6lDth 2019/07/16 00:19:44 ID : eNuoFeJO9yY 0
그렇게 국화는 입학하자마자 혼자가 된 모양이야. 하필 왕따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이 2학년 언니들이라 반 애들도 쉬쉬 했었고.
12 ◆Qnxwlg6lDth 2019/07/16 00:21:10 ID : eNuoFeJO9yY 0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던 S가 어쩌다 한 번씩 ‘괜찮냐’고 물어보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국화는 ‘얼마 안남았다’고 대답했대.
13 이름없음 2019/07/16 00:21:40 ID : 645865e3Ph8 0
크크 웃기다
14 이름없음 2019/07/16 00:22:04 ID : 645865e3Ph8 0
ㅋㅋㅋㅋㅋ너 누군지 알겠다 ㅎ 아무리 그래도 여기다가,이런 이야기 푸냐?ㅎ
15 ◆Qnxwlg6lDth 2019/07/16 00:24:29 ID : eNuoFeJO9yY 0
그리고 여름방학이 되기 2주 전. 교실 밖으로 끌려갔던 국화가 산발이 된 채로 다시 돌아왔다더라. 돌아온 직후에는 언니들 눈치가 보여서 가만히 있던 S는 기다렸다가 청소시간에 국화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대.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리자고. 그랬더 국화가 조용히 웃더라는거야. ‘이제 일주일 정도 남은 것 같다’고 하면서...
16 ◆Qnxwlg6lDth 2019/07/16 00:25:16 ID : eNuoFeJO9yY 0
국화를 알고 있어?
17 ◆Qnxwlg6lDth 2019/07/16 00:28:56 ID : eNuoFeJO9yY 0
이어서 쓸게. 어... 그리고나서 S는 국화가 왠지 무서워졌대. 산발이 된 긴 머리칼 사이로 마주친 눈이 뭔가 반짝여서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어. 국화는 그 말을 건네고 옷을 툭툭 털고 S를 지나쳐서 세면대 앞으로 갔대. 그리곤 화장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리하고 교실로 돌아갔다더라.
18 ◆Qnxwlg6lDth 2019/07/16 00:34:38 ID : eNuoFeJO9yY 0
그 후로 S는 더 이상 국화에게 말을 걸지 않았대. 국화는 조용히 수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게 전부였고. 그러다 며칠 뒤, 급식실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중에 문득 국화 이야기가 나온거야. 요즘은 언니들이 국화 찾으러 교실에 안온다면서.
19 ◆Qnxwlg6lDth 2019/07/16 00:37:53 ID : eNuoFeJO9yY 0
S는 갑자기 그 날 화장실에서 국화가 한 말이 떠올랐지만 그냥 ‘하하 그러게’ 하고 넘겼대. 여기까지 말하고 S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어.
20 ◆Qnxwlg6lDth 2019/07/16 00:41:05 ID : eNuoFeJO9yY 0
그리곤 괜히 좌우를 두리번거리다 내게 까딱거리며 손을 흔들었지. 나는 S에게 귀를 가까이 옮겼어. 그러자 S는 처음 내게 국화 이야기를 해줬던 것처럼 속삭였다. ‘그 언니들 중에서 한 명이 자살했대’
21 ◆Qnxwlg6lDth 2019/07/16 00:48:39 ID : eNuoFeJO9yY 0
그 말을 듣고 나는 건조하게 대답했어. 아. 어. 그렇구나. 되게 무섭네. 뭐 이런 식으로 말야. 그랬더니 S는 펄쩍 뛰면서 핸드폰을 꺼냈어. 자기에게 이 일이 진짜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그리곤 핸드폰을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컴퓨터 화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ㅇㅇ서 여중생 자살] 이런 식의 인터넷 기사였어.
22 ◆Qnxwlg6lDth 2019/07/16 00:52:29 ID : eNuoFeJO9yY 0
당시 핸드폰 사진은 화질도 워낙 안좋았고, 디스플레이 해상도도 좋지 못해서 자세한 기사 내용은 읽을 수 없었지만 S말대로 이 학교 출신의 선배가 자살한 건 분명한 사실 같았지. 그리고 S는 열심히 이 사실을 퍼트리고 다녔던 모양이야. 뭐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귓속말로 전했을 지도 모르지.
23 ◆Qnxwlg6lDth 2019/07/16 00:56:22 ID : eNuoFeJO9yY 0
그 후로 국화를 괴롭히면 죽는다는 유치한 소문이 돌았대. 뭐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낼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소문이었을거야. 그래도 국화는 학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지냈다고 해. 소문 탓인지 아이들도 대놓고 국화를 괴롭히지는 않았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화는 학교에 잘 나오지 않게 됐대.
24 ◆Qnxwlg6lDth 2019/07/16 01:00:17 ID : JPdu4MpdPdD 0
국화의 결석 일수는 하루하루 늘어갔고, 2주가 다 되어갈 무렵 담임선생님이 S를 불렀다더라. 가정환경조사서? 를 제출해야 하는데 국화에게 전해줄 수 있겠느냐고. 자기는 국화 집도 모르고 친하지도 않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갸웃거리면서 반 애들이 S가 국화랑 제일 친하다고 했다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자기 말고는 딱히 갈만한 사람이 없겠구나 싶어서 S는 알겠다고 하고 선생님께 국화 주소를 받았대.
25 ◆Qnxwlg6lDth 2019/07/16 01:07:12 ID : JPdu4MpdPdD 0
학교가 끝나고 S는 친구 P와 함께 국화네 집으로 갔대. (P는 절대 싫다고 했지만 와플로 꼬셨다고 덧붙여주더라) 국화네 집은 S네 아파트 맞은 편의 주택단지였어.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가 취소된 동네라 비어있는 집도 많은 낡은 달동네? 같은 곳이었는데 참 집 찾기가 어려웠다고 하더라고. 그때만 해도 신주소 같은 것도 아니었고, 집 앞 벽에 번지수를 적어둔 게 전부였을 때니 당연했지.
26 이름없음 2019/07/16 01:12:21 ID : gksqi9xO09z 0
ㅂㄱㅇㅇ
27 ◆Qnxwlg6lDth 2019/07/16 01:13:19 ID : JPdu4MpdPdD 0
길을 헤메느라 땀은 줄줄 흐르고 짜증은 머리까지 치미는데 P가 갑자기 찰싹 달라 붙더래. 저 집이 무섭다면서 말야. 그 집은 대문 양 옆으로 대나무? 같은 게 보였고, 빨갛고 노랗고 파랗고 하얀 천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대. S는 괜히 쎈 척을 하면서 뭐가 무섭냐고 빠른 걸음으로 그 집 앞을 지나갔는데 곁눈질로 열린 문 틈 사이의 살랑이는 긴 머리칼을 본거야. P도 봤는지 비명을 질렀고.
28 ◆Qnxwlg6lDth 2019/07/16 01:15:08 ID : JPdu4MpdPdD 0
P의 비명소리 덕인지 문제의 그 집에서 누군가 나왔대. 바로 국화였어. 어쩐지 헬쓱해진 국화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하고 들어오라고 했대.
29 ◆Qnxwlg6lDth 2019/07/16 01:20:13 ID : JPdu4MpdPdD 0
예상대로 국화네 집은 무당집? 같았대. 집 마당에 나와있는 낡은 식탁 의자들은 뭔가 대기하는 곳 같았고 향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국화는 들어오라고 한 후에 마당에 서서 이야기를 했대. 필요한 용건이 있으면 말하라고. 들어오라길래 당연히 집에 들어갈 줄 알았던 S는 잠깐 당황하다가 국화에게 가정실태조사서인가? 그걸 주고 나왔지. 그리고 문 앞에 서서 국화에게 언제 다시 학교에 나오냐고 물었대. 그러자 국화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P네 할머니가 가실 때 쯤?’ 이랬다는 거야.
30 이름없음 2019/07/16 01:22:10 ID : jwLbveIINzc 0
보고있어!
31 ◆Qnxwlg6lDth 2019/07/16 01:25:44 ID : JPdu4MpdPdD 0
P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인상을 팍 찌푸리곤 S를 잡아끌었대. 빨리 가자면서 말이야. S는 허둥지둥 가방을 다시 똑바로 메고 국화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골목을 빠져나왔지. 그리고 골목을 나와 대로변에 나왔을 때 어색하게 P에게 말을 건넸대. ‘쟤는 왜 남의 할머니가지고 난리야. 그치?’ 하고. 그랬더니 P가 짜증을 내면서 대답했대. ‘아 몰라 존X 짜증나. 쟤 진짜 이상해.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는데 왜 지X이야’ 이런 식으로.
32 ◆Qnxwlg6lDth 2019/07/16 01:28:01 ID : JPdu4MpdPdD 0
그리고 한 이틀 정도 지났을 때였나. P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대. 그리고 그 날 우연인지 국화가 등교를 했고. 왠지 기분이 나빠진 S는 P에게 문자를 보냈지. 왜 오늘 학교에 안오느냐고. 그랬더니 P가 오늘 국화 학교에 왔냐고 묻더라는거야.
33 ◆Qnxwlg6lDth 2019/07/16 01:31:54 ID : JPdu4MpdPdD 0
그렇다고 S가 대답했더니 P는 [오늘 우리 할머니 49제래] 라고 답장을 보냈대. 당시에 S는 49제가 뭔지 몰라서 그 문자를 이해 못했다고 하더라. 이후에 P는 국화 번호를 물어봤고, S는 비상연락망이 있는 국화 번호를 보내줬대.
34 ◆Qnxwlg6lDth 2019/07/16 01:46:49 ID : JPdu4MpdPdD 0
다음날 학교에 온 P는 퉁퉁 부은 얼굴로 국화 이야기를 했대. 걔 진짜 귀신 보는 거 같다고. 할머니 49제인가 뭐 제사지내는데 무당이 굿 같은 걸 하면서 이제 할머니 가신다고 말을 하더래. (이 부분은 너무 오래 전에 들었던 거라 49제?인지 100일제? 인지 정확치 않아) 그걸 듣자마자 며칠 전에 국화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거야. 그래서 번호를 받아서 국화한테 저녁에 전화를 했대. 왜 그런 말을 했냐고. 그랬더니 국화가 ‘할머니가 백옥비녀는 이제 너 가지라고 하셔’ 라고 했다는 거야. 실제로 P네 할머니는 하얀 머리에 염색도, 파마도, 컷트도 하지 않으시고 곱게 길러 백옥 비녀를 꽂고 다니셨대. 그리고 어렸을 때 P가 그 비녀를 보고 예쁘다고 달라면서 고집을 피운 적이 있었다는 거야. 할머니는 그게 할아버지가 사주신 물건이라 쉬이 주시지 못했던 거고. 그래서 P는 그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대.
35 ◆Qnxwlg6lDth 2019/07/16 01:48:29 ID : JPdu4MpdPdD 0
뭐 이 이야기가 어떻게 퍼졌는지는 몰라도 그 후 국화는 귀신보는 무당집 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해. (이거 말고도 S는 국화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이야기들이 아니니까)
36 ◆Qnxwlg6lDth 2019/07/16 01:51:04 ID : JPdu4MpdPdD 0
그렇게 나는 귀신보는 무당집 딸 국화의 짝꿍이 됐어. 하지만 소문과는 달리 국화는 아주 조용했고, 나긋한 말씨를 가진 아이였지. 수업시간에는 대부분 반듯한 자세로 멍하니 앉아있었고, 쉬는시간에는 이어폰을 꽂고 엎드려 있었어. 아! 가끔씩은 책을 읽거나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기도 했던 것 같아.
37 ◆Qnxwlg6lDth 2019/07/16 01:53:35 ID : JPdu4MpdPdD 0
국화는 뭔가 세상 만사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은 아이였지만, 가끔 말을 걸어보면 꽤 여중생답기도 했다. ‘요즘 애들이 추는 춤이 유행하는 거니?’ 라던가 ‘빙고 할래?’ 같은 말도 할 줄 알던걸. 그래서 난 더 그 소문들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 그냥 내성적인 애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38 ◆Qnxwlg6lDth 2019/07/16 02:01:44 ID : JPdu4MpdPdD 0
그렇게 별 일 없이 두세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국화는 학교에 나오기도 하고, 또 나오지 않기도 했지. 날은 꽤 풀려서 춘추복과 하복 혼용 기간이 됐고 말야. 그리고 그 시기에 우리 반은 단합일? 단합대회? 일정을 회의했어. 나는 전학을 와서 잘 몰랐는데, 이 중학교는 1년에 한 번씩 단합대회? 같은 걸 하는 모양이더라고. (내 기억에 의하면 어감은 뭔가 단합대회 였던 것 같아) 실제로 뭐 다른 반이란 싸우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각 반마다 일정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반 친구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
39 ◆Qnxwlg6lDth 2019/07/16 02:07:33 ID : JPdu4MpdPdD 0
우리 반은 회의 끝에 학교에서 1박 캠핑을 하자는 의견으로 기울어졌어. 곧 여름이니 담력테스트 같은 것도 하자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아이들은 우리 학교만큼 무서운 곳도 별로 없을 거라며 히히덕댔어. 실제로 그 학교는 70년대에 지어진 아주 오래된 학교였는데, 복도 마룻바닥은 걸을 때마다 끼익거리는 소리를 냈고 화장실은 시멘트 벽을 칸칸이 세운 재래식 변기였지. 우리가 아는 그 나무로 세운 파티션 말고... 진짜 회색 시멘트 벽 말이야. ( 벽에 쓸리면 살도 까졌다)
40 ◆Qnxwlg6lDth 2019/07/16 02:14:33 ID : JPdu4MpdPdD 0
아무튼 긴 학급회의(라고 해봤자 1시간이지만) 끝에 우리는 합숙 일정을 다 세웠어. 금요일에 정규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교실에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다가, 해가 지면 담력테스트를 하고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자기로 한 거지. 물론 선생님께 제출할 때는 자습 같은 걸로 바꿔서 적어냈어.
41 이름없음 2019/07/16 02:15:18 ID : jwLbveIINzc 0
보고있오 !-!
42 ◆Qnxwlg6lDth 2019/07/16 02:19:22 ID : JPdu4MpdPdD 0
다들 승인이 날 지 퇴짜를 맞을지 몰라서 두근두근해 했다. 근데 생각보다 쉽게 허락이 떨어졌어. (아마 담임선생님이 결혼을 앞두고 계셨던 시점이라 좀 대충 보셨던 것 같기도 해) 다만 학교에서 자는 건 당직 선생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체육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서 또 허락을 받아냈지.
43 ◆Qnxwlg6lDth 2019/07/16 02:25:35 ID : JPdu4MpdPdD 0
텐트는 강당 창고에 쌓여있었고 (왜 중학교에 텐트같은 게 있었는지는 나도 몰라. 난 전학온지 이제 갓 세 달 된 뉴비였다고) 이불같은 건 담요를 대신 챙겨오기로 했어. 저녁은 미리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놨다가 먹기로 했지. 원래 삼겹살을 먹고 싶었는데 취사는 절대 안된다더라. 학교가 거의 나무로 지어져서 불붙으면 그대로 캠프파이어 된다더라고. 당시에 나는 이런 일련의 계획 과정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 ‘중학생들이 직접 계획을 짜고 승인 받고 심지어 학교에서 하루를 머물다니! 이런 모든 과정이 가능하단 말이야?’ 싶어서.
44 ◆Qnxwlg6lDth 2019/07/16 02:29:50 ID : JPdu4MpdPdD 0
이쯤에서 국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학급회의 때 국화는 반장의 합숙 제안을 듣고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었어. 그리고 아주 나즈막히 ‘학교 안와야겠네’라고 중얼거렸다. 그걸 들은 나는 국화의 어깨를 톡톡 쳤어. 그리곤 국화 귀에 속닥거렸지. (응. S한테 옮은 버릇이야) ‘국화야. 우리 합숙 날 같은 텐트에서 자자. 나 텐트 잘 쳐!’ 국화는 그 날 되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45 ◆Qnxwlg6lDth 2019/07/16 02:38:51 ID : JPdu4MpdPdD 0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국화가 그 날 학교에 오지 않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내 오지랖이 국화를 망친거야.
46 이름없음 2019/07/16 02:50:24 ID : A5cE03vdvbc 0
ㅂㄱㅇㅇ
47 ◆Qnxwlg6lDth 2019/07/16 02:52:43 ID : JPdu4MpdPdD 0
후....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가볼게. 당시 나는 아까 말했던 특유의 오지랖과 특이한 외모 덕에 생각보다 많은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특이한 외모라고 해봤자 뭐 가자미처럼 생긴 건 아니고. 눈이 굉장히 큰데다가 바가지머리 숏컷이었거든. (전에 있던 학교 두발 규정이 귀 밑 3센치라 어쩔 수 없이 했던 건데 이 학교는 두발 자유라 숏컷인 사람이 정말 없었어) 뭐 말로 설명하니까 별로 특이하지 않은 것 같긴 하다. 굳이 덧붙이자면 눈이 정말 큰 편인데 또 삼백안이야. 왠만하면 사람들 누구든 내 눈 오래 못쳐다본다. 그래서인지 별명은 토시오였음.....
48 ◆Qnxwlg6lDth 2019/07/16 02:58:11 ID : JPdu4MpdPdD 0
그런 내게 반장과 부반장은 꽤나 흥미로운 제안을 했어. 담력테스트할 때 귀신 역할을 맡아달라는 거야. 반에서 꽤 무섭게 생긴 애들이나 담이 쎈 애들에게 비밀리에 부탁하는 모양이더라고. 나야 겁도 없는 편이었고 놀래키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대번에 수락했지. (참고로 반장은 국화에게도 아주아주X1000000 조심스럽게 요청했는데 1초만에 거절당했다고 했다)
49 ◆Qnxwlg6lDth 2019/07/16 03:01:36 ID : JPdu4MpdPdD 0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국화에게 가서 물어봤지. 반장이 한 제안을 왜 거절했느냐고 말야. ‘놀라는 것보단 놀래키는 쪽이 낫지 않아?’ 라고 했었던 것 같아. 국화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어. ‘너는 괜찮겠지만 원래 그런 역할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50 ◆Qnxwlg6lDth 2019/07/16 03:09:25 ID : JPdu4MpdPdD 0
음...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할까? 혹시 보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줘. 해가 뜨면 다시 돌아올게.
51 이름없음 2019/07/16 05:50:48 ID : k1a5PfPa3wl 0
ㅂㄱㅇㅇ
52 이름없음 2019/07/16 07:36:16 ID : 9wFfPcq1Ci2 0
ㅂㄱㅇㅇ
53 이름없음 2019/07/16 07:40:44 ID : atyY1fU4Y6Z 0
ㅂㄱㅇㅇ!
54 이름없음 2019/07/16 10:15:59 ID : AZii5U3U43T 0
ㅂㄱㅇㅇ
55 이름없음 2019/07/16 13:23:56 ID : jzbDvxA5hAn 0
ㅂㄱㅇㅇ
56 ◆Qnxwlg6lDth 2019/07/16 14:58:14 ID : dxDAkpO2rff 0
생각보다 늦었다. 그럼 이어서 써볼게.
57 이름없음 2019/07/16 15:01:34 ID : mJO8qlu9wIM 0
동접! 잘 보고 있어ㅎㅎ
58 이름없음 2019/07/16 15:07:04 ID : 5U3SHA2Hu79 0
동접이당
59 이름없음 2019/07/16 15:13:20 ID : imGlctutunD 0
ㅂㄱㅇㅇ 동접이당ㅎㅎ
60 ◆Qnxwlg6lDth 2019/07/16 15:20:18 ID : dxDAkpO2rff 0
그 날 이후로 국화는 또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단합대회는 여전히 잘 준비되고 있었고 말야. 그리고 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담력테스트에서 귀신 역할을 하기로 확정됐어. 방과 후에 집에 가는 척을 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귀신을 맡기로 한 아이들, 그리고 반장, 부반장과 함께 회의를 했지.
61 이름없음 2019/07/16 15:34:18 ID : lbeE003xxzU 0
보고잇어
62 ◆Qnxwlg6lDth 2019/07/16 15:34:27 ID : dxDAkpO2rff 0
일단 룰은 이랬어. 1. 모든 반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여 시작한다. 2. 반장은 시작점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미션을 뽑도록 한다. (각자 학교에 가서 할 미션이 정해져 있었는데, 주머니에 여러가지 미션이 적힌 쪽지를 넣고 직접 뽑도록 했지) 3. 2인 1조로 움직이며 직접 뽑은 미션을 수행한다. 4. 미션이 끝나면 부반장과 함께 후관에서 대기한다.
63 ◆Qnxwlg6lDth 2019/07/16 15:35:42 ID : dxDAkpO2rff 0
학교 구조가 운동장 ———- 본관 ———- 후관 이런 식이었거든. 그래서 시작은 운동장, 끝나면 후관. 이렇게 짠거야.
64 이름없음 2019/07/16 15:36:29 ID : haq7wNy5atA 0
ㅂㄱㅇㅇ
65 ◆Qnxwlg6lDth 2019/07/16 15:38:10 ID : dxDAkpO2rff 0
미션들도 생각보다 술술 잘 나왔어. 누군가를 골려먹겠다고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정말 끝도 없이 나오더라고. 게다가 여중생이라면 괴담 몇가지 정도는 필수 소양처럼 알고 있곤 하잖아? 우리는 놀라 자지러질 반 애들을 생각하며 의견을 내고 히히덕거렸어.
66 이름없음 2019/07/16 15:40:17 ID : 4JWoY2mmmnv 0
보고있엉
67 ◆Qnxwlg6lDth 2019/07/16 15:41:04 ID : dxDAkpO2rff 0
화장실에서 거울 보면서 빨간 립스틱 바르기, 화장실 네 번째 칸에 들어가서 섬집아기 부르기, 교실 문을 열고 ‘계십니까’라고 네 번 말하기, 교실 청소도구함 속에서 열쇠 찾아 44번 사물함 열기.... 뭐 이런 유치한 미션을 말하면서 말이지. 지금 생각해보니 웃길 정도로 4에 집착하고 있었구나 우리.
68 ◆Qnxwlg6lDth 2019/07/16 15:42:56 ID : dxDAkpO2rff 0
미션은 어느 정도 나왔고, 이제는 귀신들을 어디에 배치할 지 고민할 차례였어. 반장과 부반장을 제외하고 귀신을 맡기로 한 아이들은 나를 포함해서 총 4명이었는데 (이것도 반장의 계획이었나...!) 교실에 3명, 화장실에 1명이 필요했지.
69 ◆Qnxwlg6lDth 2019/07/16 15:46:44 ID : dxDAkpO2rff 0
교실에는 청소도구함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한 사람, TV뒤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올 한 사람, (요즘은 프로젝터나 천장 벽걸이 TV가 있지만 당시에는 말도 안되게 크고 두꺼운 TV가 바퀴달린 TV다이 위에 있었다. 그래서 체육 시간에 옷 갈아입을 때면 그 뒤에 들어가서 입고 나오는 애들도 있었어) 그리고 뒷문에 숨어있다가 누군가 교실에 들어오면 조용히 복도로 나가서 쾅! 하고 앞문을 닫아버릴 한 사람.
70 이름없음 2019/07/16 15:48:53 ID : QpRwpSK6jeK 0
동접이당 ㅂㄱㅇㅇ
71 ◆Qnxwlg6lDth 2019/07/16 15:49:24 ID : dxDAkpO2rff 0
화장실은..... 혼자 미션에 따라 방법을 바꿔가며 아이들을 놀래켜야 했어. 교실은 1귀신 1미션이었지만, 화장실은 1귀신 3미션이었지. 근데 왜 화장실은 1명이었냐고? 왜냐면 그 곳엔 숨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거든.
72 ◆Qnxwlg6lDth 2019/07/16 15:55:05 ID : dxDAkpO2rff 0
우리는 고민을 하다가 모두 화장실로 향했어. 전에도 말했지만 본관은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고, 그 이후 조금씩 보수만 되어 있는 상태야. 화장실은 변기가 푸세식에서 재래식으로 바뀐 정도? 각 칸은 두꺼운 시멘트 벽으로 나뉘어져 있고, 문은 부서져가는 나무문으로 되어 있어. 천장은 모두 통해있지만 하단은 나무 문 밑에만 뚫려있고 말야. (옆 칸 친구에게 휴지를 주려면 위로 던져야만 하고 밑으로 전해줄 수 없음. 화장실 복도에 있는 친구는 밑으로든 위로든 다 줄 수 있고)
73 ◆Qnxwlg6lDth 2019/07/16 15:59:32 ID : dxDAkpO2rff 0
그래서 우리는 고민 끝에 천장에 숨기로 했어. 일반 화장실 파티션의 10배는 두꺼운 그 벽이라면 충분히 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서서 다니는 건 불가능 했지만 기어서 칸을 넘어갈 수 있었고, 벽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거나 엉덩이만 벽에 걸치고 앉아 있는 건 충분했거든. 물론 미션자의 눈에 띄지 않고 천장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제일 컸지.
74 ◆Qnxwlg6lDth 2019/07/16 16:02:13 ID : dxDAkpO2rff 0
그리고 한 명씩 화장실 칸막이 벽에 올라타보기로 했어. 그냥 그 벽에 올라가는 건 절대 불가능 했고. (양변기였으면 밟고 올라겠겠지만 쭈그려 앉아 볼일보는 그 변기여서 불가능했음) 화장실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밟아야만 벽에 올라설 수 있는 구조였어.
75 ◆Qnxwlg6lDth 2019/07/16 16:07:37 ID : dxDAkpO2rff 0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빼도 박도 못하고 화장실 귀신으로 당첨됐어. 다들 애초에 화장실 벽에 올라가지도 못하는 데다가, 벽과 벽 사이를 돌아다니는 건 절대 불가했거든. 그리하여 나는 타잔 토시오라는 칭송을 받으며 홀로 화장실에 남는 역할을 떠맡게 되었지.
76 이름없음 2019/07/16 16:11:39 ID : dwnDy2JRu3x 0
ㅂㄱㅇㅇ
77 ◆Qnxwlg6lDth 2019/07/16 16:12:57 ID : dxDAkpO2rff 0
준비 하는 동안 시간은 말도 안되게 빨리 흘러갔다. 눈 떠보니 단합대회 날이었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담요를 두 장 챙기면서 국화에게 문자를 보냈어. [짝지! 오늘 학교 오지? 나 지금 너꺼까지 담요 두 개 챙겨따!>_<] 답장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챙긴 담요를 굳이 빼지 않았어. 왠지 국화가 올 것만 같았거든.
78 이름없음 2019/07/16 16:13:59 ID : k9BvA42Mry7 0
동접~~!
79 ◆Qnxwlg6lDth 2019/07/16 16:19:54 ID : dxDAkpO2rff 0
하지만 도착한 교실엔 국화가 없었어. 아직도 많이 아픈가 싶어서 맥이 빠지더라고. 아픈 애한테 괜히 연락했다 싶고 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영부영 수업을 들었지. 그래서인지 그 날은 무슨 수업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청소시간이 됐을 때 국화가 학교에 왔어. 이렇게 학교가 끝날 쯤 등교한 건 처음이라고 모두 놀라더라. 나는 ‘우쮸쮸 우리 국화 단합대회는 하고 싶었쪄요?’ 라고 놀리면서 국화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또 인상을 팍 찡그릴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야. 근데 의외로 국화는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걸 보고 반 친구들이 웃더라고. 국화도 의외로 귀엽다면서 말이야. 나는 이 기회에 국화가 오해를 풀고 친구를 사귈 수 있길 바랐다.
80 ◆Qnxwlg6lDth 2019/07/16 16:23:43 ID : dxDAkpO2rff 0
청소까지 모두 끝나자 종례를 하러 담임선생님이 오셨어. 반장에게 ‘이상한 행동 하지 말고 열심히 자습하고, 저녁 늦기 전에 체육 선생님께 중간 보고 드려라’라고 하셨지. 뭐 그런 소리가 잔뜩 신난 반장 귀에 들렸겠어? 그저 무슨 이야기를 하시든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번쩍 들고 ‘네!!!’하고 큰 소리로 대답할 뿐이지. 그건 반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81 이름없음 2019/07/16 16:24:03 ID : eNzcIMqnU1x 0
ㅂㄱㅇㅇ
82 ◆Qnxwlg6lDth 2019/07/16 16:27:01 ID : dxDAkpO2rff 0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시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떠날 때까지 우리는 자습을 하는 척! 했다. 중간에 몇몇 아이들은 매점에 가서 예정대로 컵라면을 사왔지. 애들이 사온 컵라면을 보니 괜히 배도 고프고, 몸도 근질근질하니 놀고 싶었지만 아직 퇴근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꼼짝없이 조용히 앉아있었어. 내 생각보다 선생님들은 참 늦게 퇴근하시더라고. (학생들이 집에 가면 30분 정도 있다가 집가실 줄 알았는데 말야)
83 이름없음 2019/07/16 16:29:26 ID : 4JWoY2mmmnv 0
보구보구있엉
84 ◆Qnxwlg6lDth 2019/07/16 16:31:22 ID : dxDAkpO2rff 0
거의 8시가 될 무렵에야 우리는 마지막 선생님의 퇴근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생활 한복을 입으신 도덕선생님이 교문을 나서시는 걸 본거지. 창가에 앉아있던 S가 ‘선비 갔다!!!!!!’ 라고 외치자마자 모두 비명을 지르며 보던 책을 집어던졌어. (그리고 5초 정도 흥겹게 춤을 추다가 모두 주섬주섬 책을 주웠다)
85 ◆Qnxwlg6lDth 2019/07/16 16:32:24 ID : dxDAkpO2rff 0
뭐 그걸 보던 국화 표정은 꽤 볼만했지. 뭐라 해야하나... 난처? 당황스러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웃음을 참고 있었던 건 확실하다.
86 이름없음 2019/07/16 16:35:20 ID : fbvdA7zbva0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있어ㅋㅋㄱㅋㅋ귀엽다ㅜㅠ
87 이름없음 2019/07/16 16:36:25 ID : AZii5U3U43T 0
ㅂㄱㅇㅇ
88 ◆Qnxwlg6lDth 2019/07/16 16:37:49 ID : dxDAkpO2rff 0
우리는 선생님이 가신 걸 보자마자 책상을 좌우로 밀었어. 그리고 교실 바닥에 동그랗게 둘러앉았지. 반장은 준비해 온 초를 켜서 교실 정 가운데에 뒀다. 물론 불은 끄고 말야. “해가 길어져서 생각보다 무서운 이야기 오래 해야겠는데? 다들 준비 잘 해왔지?” 반장은 이렇게 말하면서 흐흐흐흐 웃었어.
89 이름없음 2019/07/16 16:39:55 ID : dwnDy2JRu3x 0
보고있엉
90 ◆Qnxwlg6lDth 2019/07/16 16:40:07 ID : dxDAkpO2rff 0
그 때 옆에 꼭 붙어있던 국화가 내 옷을 잡아당겼어. 그리곤 귀에 속삭였지. (국화는 S가 아니라 나한테 배운 거다) ‘쟤 가방에서 초 더 꺼내서 교실 귀퉁이마다 불 좀 켜줘’
91 ◆Qnxwlg6lDth 2019/07/16 16:44:48 ID : dxDAkpO2rff 0
뭔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말이었지만, 국화가 아무 의미 없이 내게 그런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어. 게다가 국화에게 들은 첫 부탁이었는 걸!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반장의 가방을 뒤집어 엎어 초를 꺼냈다. (반장은 뭐하는 거냐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었다. 아마 가방 속에 있는 담배가 걱정되서 그랬겠지) 그리곤 너무 어두워서 무섭다며 교실 네 귀퉁이에 양초를 켜뒀어. 반 아이들도 실제로 조금 으스스 했던 건지, 내가 초를 둘 수 있도록 책걸상을 치우며 도와줬다.
92 이름없음 2019/07/16 16:46:51 ID : 4IE9BzdWmE9 0
ㅂㄱㅇㅇ
93 ◆Qnxwlg6lDth 2019/07/16 16:49:22 ID : dxDAkpO2rff 0
초를 다 켜고 나니 생각보다 교실은 꽤 밝아졌어. 가운데 하나만 켜뒀을 때는 둘러앉은 애들 그림자가 사방으로 길게 늘어져있어서 어쩐지 으스스 했었는데 그런 느낌이 없어졌지. 반장은 자기 가방이 뒤져졌다는 사실에 쉬익쉬익 거리다가, 내가 건넨 쿠루루의 초코롤을 보고 언제든 자신의 가방을 뒤질 수 있는 권한을 줬다.
94 이름없음 2019/07/16 16:49:49 ID : k9BvA42Mry7 0
동접 ㅎㅎ
95 이름없음 2019/07/16 16:50:21 ID : k9BvA42Mry7 0
초코롤ㅋㅋㅋㅋ 스레주랑 레주친구들 너무 귀엽다
96 ◆Qnxwlg6lDth 2019/07/16 16:55:11 ID : dxDAkpO2rff 0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후에 나는 국화의 옆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반장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지. 낡은 학교, 조용한 교실, 일렁이는 촛불, 조곤조곤 오가는 무서운 이야기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어디서 들어봤거나 시시한 게 대부분이었지만 분위기가 그래서였는지 굉장히 오싹하게 느껴졌어. (도서관에 다리 없는 여자아이가 있었다던가 죽은 금붕어가 돌아왔다는 둥의 이야기 말야. 으악! 너무너무 무섭다! 시리즈에 나왔을 법한 그런 이야기)
97 이름없음 2019/07/16 16:57:02 ID : A3WkoGq2Fdu 0
보고있어
98 ◆Qnxwlg6lDth 2019/07/16 16:57:44 ID : dxDAkpO2rff 0
그리고 국화 차례가 되었을 때. 순간 조용했던 교실은 더 없이 조용해졌어. 어디선가 꿀꺽 하고 침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지. 국화는 아무 말 없이 30초 정도 주변을 두리번거렸어. 그 동안 후관 뒷 편에 있는 산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정말 크게 들리더라.
99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1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100 이름없음 2019/07/16 16:59:32 ID : A3WkoGq2Fdu 0
윽 안되
101 이름없음 2019/07/16 17:00:24 ID : K5hArAqjimF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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