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72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베스트 레스 2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1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Qnxwlg6lDth 2019/07/17 02:09:19 ID : go0k1ba066j 1
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팔로 눈을 가렸다. “삼촌이 포도 잘 먹었녜.....” 아....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어버렸어. 그리고 국화에게 끅끅거리며 대답했지. ‘너무 너무 맛있었다고 꼭 전해 달라고.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노라고 꼭꼭 전해달라고’말야.
802 ◆Qnxwlg6lDth 2021/10/10 21:05:46 ID : TO07fhzhs9v 0
"짐이요?" 나는 실례라는 것도 잊고 따님을 빤히 쳐다보며 언쟁에 끼어들었어. 두 사람은 잠깐 멈췄다가 이내 진정한 듯 차분해졌지. "응. 식장에서 쓴 물건들이랑 가방만 좀 두고 가려고. 원래 따로 차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쟤가 술을 마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따님은 예의 '쟤'를 흘겨보며 대답해주셨어. 그리고 흘김을 당한 '쟤' 아저씨는 딴청을 피우며 다시 버스 안으로 숨었다.
803 ◆Qnxwlg6lDth 2021/10/10 21:06:22 ID : TO07fhzhs9v 0
나는 잠시 고민하다 목줄을 챙기셨는지 물었어. 따님은 고개를 갸웃거리시다 집에 둔 가방 속에 있다고 말씀해주셨지.
804 ◆Qnxwlg6lDth 2021/10/10 21:06:49 ID : TO07fhzhs9v 0
"그거... 챙겨 가시면 안될까요?" 내가 뭐라도 되는 존재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왠지 그 목줄이 필요한 것만 같았어. 그래서 중2병 찐따처럼 말을 더듬으며 말씀드렸다. 그녀는 약간 곤란한듯한 표정을 짓다가 그러겠노라 대답해주었어.
805 ◆Qnxwlg6lDth 2021/10/10 21:07:58 ID : TO07fhzhs9v 0
하지만 보통 어른들이 그렇듯,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그런 중2멘트 따위는 으레 잊어 버리잖아? 그래서 문이 열려있는지를 확인하고 직접 골목길을 뛰어올라가 가방을 챙겨드리기로 결정했지.
806 ◆Qnxwlg6lDth 2021/10/10 21:09:00 ID : TO07fhzhs9v 0
참고로 당시 우리 동네는 보통 대문을 잘 닫지 않았어. 닫힌 집은 거의 빈집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을 정도니까.
807 ◆Qnxwlg6lDth 2021/10/10 21:10:08 ID : TO07fhzhs9v 0
집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짐들 중에서 따님 가방으로 보이던 건 작은 손가방 하나였고, 그걸 들어올리자마자 약간의 비린내가 느껴졌기에 별 고민없이 바로 그 가방을 챙겨나올 수 있었어.
808 ◆Qnxwlg6lDth 2021/10/10 21:10:47 ID : TO07fhzhs9v 0
버스 앞으로 돌아오자 여전히 어른들이 제각기 짜증을 뱉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눈치를 보다가 그 가방을 버스 제일 앞자리에 쏙 올려뒀다. 물론 곧바로 따님에게 제일 앞자리에 가방을 뒀다고 말했지.
809 ◆Qnxwlg6lDth 2021/10/10 21:11:33 ID : TO07fhzhs9v 0
그 때였어. 앙당당당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버스 시동이 걸린 건.
810 ◆Qnxwlg6lDth 2021/10/10 21:11:49 ID : TO07fhzhs9v 0
조용한 주택가에서 버스가 우렁차게 시동이 걸리자, 웅성거리던 가족들과 상조회사 사람들도 일순 조용해졌어. 그것도 잠시, 다시 왈가왈부하며 약간의 언쟁을 갈무리하고 나서야 모두 버스에 올랐지.
811 ◆Qnxwlg6lDth 2021/10/10 21:12:09 ID : TO07fhzhs9v 0
나는 까치발을 들어 버스 맨 앞자리 유리를 톡톡 쳐서 따님께 손짓발짓으로 가방을 확인하라 전했어. 그녀는 두리번거리다 가방을 확인하곤 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812 ◆Qnxwlg6lDth 2021/10/10 21:12:31 ID : TO07fhzhs9v 0
잠시 버스가 멈췄을 때 문제가 조금 있었는지, 시동이 걸린 후에도 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우렁찬 버스소리에 주변 거주민들도 이게 무슨 소린지 얼굴에 물음표를 달고 기웃기웃 몰려들었지.
813 ◆Qnxwlg6lDth 2021/10/10 21:14:30 ID : TO07fhzhs9v 0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집으로 빠져 나가기 위해 질문공세를 피해가고 있었어. '예? 아 저도 몰라요. 저는 핫바만 먹었어요.'를 반복하면서 말야. 그렇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눈을 동그랗게 뜬 쌍둥이 형제가 보였다.
814 ◆Qnxwlg6lDth 2021/10/10 21:14:49 ID : TO07fhzhs9v 0
길 건너가 쌍둥이네의 집이었지만 우리집 근처 아파트 단지에 꽤나 좋은 놀이터가 있었던 터라 쌍둥이들은 보통 우리집 주변에 있곤 했었는데, 그 날도 마찬가지로 놀이터에서 놀다 시끄러운 소리에 구경을 온 모양이었어.
815 ◆Qnxwlg6lDth 2021/10/10 21:15:33 ID : TO07fhzhs9v 0
"누나 핫바 먹었어?" "나도 핫바 좋아해!" '오..... 너네는 그 와중에 핫바만 들렸던거니.....' 나는 아찔해지는 머리를 손으로 붙잡고 똑같이 종알대는 형제를 다시 놀이터로 이끌었다. 저 시끄러운 곳에서 좀 벗어나고 싶었거든.
816 ◆Qnxwlg6lDth 2021/10/10 21:17:18 ID : TO07fhzhs9v 0
놀이터에 오자 쌍둥이들은 언제 핫바 이야기를 들었냐는듯 미끄럼틀로 달려나갔어. 나는 할매 마냥 뒷짐을 지고 아이들을 바라봤지.
817 ◆Qnxwlg6lDth 2021/10/10 21:19:34 ID : TO07fhzhs9v 0
그렇게 잠시 아이들을 바라보다 다먹은 핫바 막대를 버리러 쓰레기통으로 걸어가던 찰나였어. "이야!! 내노라고!!!" "악!!"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건 미끄럼틀에서 떨어지고 있는 아이 하나였다.
818 ◆Qnxwlg6lDth 2021/10/10 21:23:09 ID : TO07fhzhs9v 0
나는 손에 들린 컵라면도 팽개치고 미끄러지듯 아이에게 향했어. 꽤나 신식이던 그 놀이터는 모래 대신 말랑한 아스팔트 재질의 바닥이었는데, 그 바닥에 종아리와 궁둥이가 다 쓸리는 것도 감수하면서 말야. 거꾸로 떨어진 아이는 내 소중이(....)에 머리를 쳐박고 엉엉 울어재끼긴 했지만, 다행히 별 상처없이 착지할 수 있었어. (나도 엉엉 울고 싶었는데.... 울지도 못하고....)
819 ◆Qnxwlg6lDth 2021/10/10 21:24:35 ID : TO07fhzhs9v 0
아이들이 놀던 미끄럼틀의 2층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투명한 터널이 하나 있었는데 그 곳에서 형이 동생을 발로 찼던 모양이더라고. 나는 소중이에 내상을 입은채로 남은 쉬익쉬익거리며 형에게 동생을 찬 이유를 물었어.
820 ◆Qnxwlg6lDth 2021/10/10 21:25:17 ID : TO07fhzhs9v 0
형은 혼나려는 걸 직감했는지 손에 있는 걸 잽싸게 등 뒤로 숨기더니 꼼지락댔다. 그걸 못알아 볼 내가 또 아니었지.
821 ◆Qnxwlg6lDth 2021/10/10 21:26:05 ID : TO07fhzhs9v 0
"줘." 형은 울상을 짓다가 동생을 노려봤어. 내 등 뒤에 숨은 동생은 '원래 그거 내꺼얀데.... 왜에...'라며 볼맨 소리를 냈다.
822 ◆Qnxwlg6lDth 2021/10/10 21:27:33 ID : TO07fhzhs9v 0
형이 한참을 꼼질거리다 내민건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쪼가리였어. 바닥에서 주웠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모양새의 조잡한 장난감.
823 ◆Qnxwlg6lDth 2021/10/10 21:30:12 ID : TO07fhzhs9v 0
"그거는 내꺼야 따조고.... 형아꺼는 할매가 준다고 했는데에...." "할매는 이제 안온댔어! 그러니까 같이 쓰는거야!" 형은 기어들어갈 듯 종알거리는 동생에게 빼액 소리를 질러댔지. 나는 며칠 잠을 자지 못했던 터라 쌍둥이들의 빽빽거림에 다시 머리를 쥐었어. '아... 시끄러워서 이리로 튀었더니 여기가 더 시끄럽네....'라고 생각하면서 말야.
824 ◆Qnxwlg6lDth 2021/10/10 21:31:54 ID : TO07fhzhs9v 0
"따조고 뭐고 둘이 싸울 거면 누나가 가질거야." 인상쓰면서 그 말을 끝내자마자 쌍둥이들은 눈을 크게 뜨면서 발을 동동 굴렀어. 안싸울테니까 달라면서 말이지. 그리고 난 머릿 속을 스치는 기억에 천천히 머리에 올렸던 팔을 내리고 집을 향해 고개를 돌렸어.
825 ◆Qnxwlg6lDth 2021/10/10 21:32:30 ID : TO07fhzhs9v 0
그거였어. 내 방 창문에 끼워져 있던 그거. 그게 바로 이 쌍둥이꺼였어.
826 ◆Qnxwlg6lDth 2021/10/10 21:33:46 ID : TO07fhzhs9v 0
나는 아이들에게 여기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를 지른 후에 냅다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허둥지둥 책상 위의 유리를 들어올리고 포장되어있던 따조를 꺼냈지. (괜히 허둥대다가 유리 틈에 손가락 끼어서 제자리에서 탭댄스도 몇 번 췄음.)
827 ◆Qnxwlg6lDth 2021/10/10 21:37:09 ID : TO07fhzhs9v 0
다시 헉헉대며 놀이터로 돌아오자 둥이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 신나게 시소를 타고 있었어. 여기서 살짝 빈정상하긴 했는데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나 둥이들보다 더 살아놓고 마냥 속좁게 굴 순 없었지. 난 꾹 참고 주머니에서 새 따조와 아까 뺏은 따조를 꺼냈어.
828 ◆Qnxwlg6lDth 2021/10/10 21:39:13 ID : TO07fhzhs9v 0
"자, 이거는 동생꺼. 그리고 새 거는 형꺼." 우아아아! 쌍둥이들은 시소에서 뛰어내려 우당탕탕 달려왔어. 그리고 허겁지겁 따조를 받고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봤지.
829 ◆Qnxwlg6lDth 2021/10/10 21:40:41 ID : TO07fhzhs9v 0
"누나야 핫바 말고 치토스도 먹었더?" 옹골차게 핫바를 기억하는 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대답했다. 나 말고 박스할머니가 드셨다고 말야.
830 ◆Qnxwlg6lDth 2021/10/10 21:42:47 ID : TO07fhzhs9v 0
그렇게 한바탕 쌍둥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정말 진이라도 빠진 것처럼 몸에 힘이 하나도 없더라. 나는 휘청휘청 집으로 끌려가듯 기어가며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대로를 바라봤어. 그리고 아까 고장났었던 그 버스가 그 길을 벗어나는 걸 발견했지. '시동은 한참 전에 걸렸는데 왜 이제 출발했지?' 뭐 그런 생각도 들었었지만 피곤에 쩔어서 그 뒤로 더 고민하진 않았어.
831 ◆Qnxwlg6lDth 2021/10/10 21:44:41 ID : TO07fhzhs9v 0
집에 돌아온 후로 나는 원래 계획했던 게임은 고사하고 밥도 먹지 않은 채 곧장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죽은 듯이 주말 내리 잠을 잤지.
832 ◆Qnxwlg6lDth 2021/10/10 21:45:47 ID : TO07fhzhs9v 0
드라마 속에선 그런 게 나오잖아. 왜, 이렇게 잊은 물건을 전해주거나 하면 꿈 속에 망자가 나와서 감사인사를 건넨다거나 하는 일.
833 ◆Qnxwlg6lDth 2021/10/10 21:46:38 ID : TO07fhzhs9v 0
근데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더라고. 그런 거 전혀 없이.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참 달게도 잤어.
834 ◆Qnxwlg6lDth 2021/10/10 21:47:37 ID : TO07fhzhs9v 0
그리고 그게 내가 그 해에 들 수 있었던 마지막 단잠이었지.
835 ◆Qnxwlg6lDth 2021/10/10 21:48:34 ID : TO07fhzhs9v 0
왜냐면 그 후로 나는 해가 바뀌도록 지긋지긋하게 무언가에 시달려야만 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주말의 단잠이 박스할머니가 내게 전한 감사 인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말야.
836 ◆Qnxwlg6lDth 2021/10/10 21:51:46 ID : TO07fhzhs9v 0
자, 길지만 여기까지가 내가 국화를 다시 만나게 된 계기가 된 이야기야. 내가 마음 가는대로 행동했던 그 날 일이 날 다시 국화에게 데려다 줬거든.
837 ◆Qnxwlg6lDth 2021/10/10 21:53:22 ID : TO07fhzhs9v 0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다음 번에는 '그 날' 이후로 생긴 이야기를 해볼게.
838 ◆Qnxwlg6lDth 2021/10/10 21:54:26 ID : TO07fhzhs9v 0
그리고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국화에게 오랜 고백을 전하기 위해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어. 그게 혹시나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부터는 스탑을 걸고 써볼게.
839 ◆Qnxwlg6lDth 2021/10/10 21:55:00 ID : TO07fhzhs9v 0
그럼 그 동안 모두 안녕하길. 잘 지내고 있어.
840 이름없음 2021/10/10 21:58:03 ID : a5O7cIE03vg 0
허어엉ㅇㄱ 레주 왓구나ㅜㅜㅜㅜㅜㅜ 기다리고 있었어ㅜㅜ 오늘도 이야기 해줘서 고맙고 레주도 좋은 밤 보내! 또 기다릴게!!!
841 이름없음 2021/10/10 23:22:01 ID : O8o1xClyJV9 0
아니ㅠㅠㅠ슬프다고ㅠㅠ
842 이름없음 2021/10/11 18:33:30 ID : fe41yJV9cr9 0
ㅜㅜ기다릴게
843 이름없음 2021/10/12 02:59:04 ID : bdCjg3PfO1i 0
다시 만나
844 이름없음 2021/10/12 12:42:34 ID : jAmJPg7vA2I 0
ㅠㅠ 계속 보고있어...꼭 와줘..이야기 기다릴게!
845 이름없음 2021/10/17 13:36:00 ID : 4Gq40si07hA 0
길어서 외면하고 있었던 스레인데 왜 이제야 읽었는지 후회하고 있어ㅜㅜㅜ 너무 슬프다 시간 될 때 다시 돌아와줘 기다릴게
846 이름없음 2022/01/25 16:14:09 ID : g0q0rbyIJUY 0
ㄱㅅ
847 이름없음 2022/01/25 21:27:24 ID : zglDAkre2JQ 0
스레주 계속 기다리고 있어 ! 3번이나 정주행 했는데 읽을 때마다 왠지 아련해지는 느낌이야.
848 이름없음 2022/01/28 14:50:48 ID : dzQsrBz82tt 0
레주 현생 많이 바빠..?? 보고싶어..ㅠㅠ
849 이름없음 2022/02/05 02:48:13 ID : 2MnSIK3Ru4K 0
기다릴게 레주! 시간 되면 꼭 돌아와서 얘기 풀어줘. 레주랑 국화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850 이름없음 2022/07/05 14:49:32 ID : imFjtjAjck6 0
나 정말 잊고있었어, 그러다 문득 갑자기 생각이 나서 들어와봤는데 레주 꽤나 많은 시간을 다녀갔구나. 언젠가 오늘처럼 문득 생각이난다면 다시한번 와볼게. 그때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볼수있을까?
851 이름없음 2022/08/24 00:26:07 ID : 8nRBhBApapO 0
레주 언제와..ㅠㅠ
852 이름없음 2022/12/13 11:45:21 ID : 3TPa4JTPhgi 0
레주 한번들려줘ㅠ
853 이름없음 2022/12/13 11:58:21 ID : xyL9gZeJXze 0
스탑 걸고 쓰자 제발...
854 2022/12/15 23:20:35 ID : o5bxBaoFhan 0
꼭 결말 보고싶다
855 1 2023/01/31 02:17:28 ID : Qre3O2smIHy 0
.
856 이름없음 2023/01/31 02:18:43 ID : Qre3O2smIHy 0
안녕.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뭔가 많이 바뀌어서 어떻게 원래 쓰던 대로 인증하는지 모르겠다.
857 이름없음 2023/01/31 02:20:41 ID : Qre3O2smIHy 0
혹시 방법 알면 누군가 알려줘. 수정해볼게.
858 이름없음 2023/01/31 02:21:20 ID : Qre3O2smIHy 0
처음 여길 왔을 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이야기를 하게 될 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레더들이 있기에 돌아왔어. 음... 그럼 ‘그 날‘ 이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859 이름없음 2023/01/31 02:21:59 ID : Qre3O2smIHy 0
며칠을 자는둥 마는중 보낸 후에 한참 달게 자고 일어나니까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이더라. 학교고 뭐고 이틀은 거의 내리 잠만 잤지. 동생 말로는 몇 번이고 어른들이 깨우러 왔었다는데 전혀 기억에 없을 정도였어.
860 이름없음 2023/01/31 02:22:26 ID : Qre3O2smIHy 0
그리곤 완전히 부활해서 다시 K-입시생으로 복귀했다. 뭔가 말도 안되는 사건이 있었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코난은 살인사건 해결한 다음날에도 등교 잘만 하던데 뭐’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잡았던 거 같아.
861 이름없음 2023/01/31 02:23:11 ID : Qre3O2smIHy 0
석식을 다 박살내고도 매점에서 피자빵을 사오는 평화로운 일상. 그곳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느낌이 선연해서 오히려 지금까지의 일이 긴 악몽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862 이름없음 2023/01/31 02:23:49 ID : Qre3O2smIHy 0
잠시의 자유시간이 끝나자 지루한 야자시간이 돌아왔다. 우중충하게 습한 교실 밖에선 어느새 부슬거리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 복도를 탁탁 치며 돌아다니는 야자 감독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서 나와 친구 O양은 서로 우산을 가져왔냐며 하교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그 때,
863 이름없음 2023/01/31 02:24:05 ID : Qre3O2smIHy 0
쾅쾅! “엄마야!!!”
864 이름없음 2023/01/31 02:24:30 ID : Qre3O2smIHy 0
복도의 선생님이 떠들고 있는 우리 쪽을 노려보며 유리창을 세차게 두들기셨어. 당시 학주였던 선생님은 도깨비라 불릴 정도로 큰 키와 덩치, 그리고 부리부리한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그래도 큰 눈을 말도 안되게 더 크게 부라리고 있었던 거야.
865 이름없음 2023/01/31 02:25:19 ID : Qre3O2smIHy 0
그걸 보자마자 뒷자리에서 떠들던 O는 바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의자에서 나동그라졌어. 갓 정숙해지기 시작했던 교실이 삽시간에 다시 어수선해졌지. 그리고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나는 학주보다 O의 비명소리에 더 놀라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때 애플워치 차고 있었으면 심박수 높다고 알람 떴을 것이 확실함....)
866 이름없음 2023/01/31 02:25:47 ID : Qre3O2smIHy 0
쉬익쉬익거리며 교실로 들어온 학주는 아이들의 시선이 교실 뒷편으로 향하자 대번에 고함을 질렀어. 다들 조용히 하고 앞을 보라면서 말야. 도깨비 학주의 호통소리에 대부분의 반 아이들 머리가 대번에 앞으로 돌아갔지만 난 예외였어. 쓰러진 내 친구는 주워야지.....
867 이름없음 2023/01/31 02:26:19 ID : Qre3O2smIHy 0
학주는 뭔가 급하다 싶을 정도로 O의 뒤에 놓여있던 책상을 뒤로 멀찍히 당기곤 의자를 완전히 책상 안으로 밀어넣었어. 밀리는 책상 탓에 옆에 달린 흰 주머니가 좌우로 움직이며 흔들리고 말야. 그렇게 1분단 끝자락에서 더 끌려나간 책걸상은 거의 청소도구함을 막고 있을 정도의 위치에 놓였다. 선생님은 책상을 옮긴 후 쓰러진 O와 그녀를 부축하던 나를 기이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다시 복도로 나가셨지.
868 이름없음 2023/01/31 02:26:52 ID : Qre3O2smIHy 0
학주가 사라진 후 몇몇 아이들은 괜찮냐며 나와 O를 걱정하기도 하고, 오늘 비와서 도깨비 컨디션 안좋은 거 아니냐고 수근거리며 욕을 몇 마디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문제집에 얼굴을 박고 괜찮다며 앞으로 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어.
869 이름없음 2023/01/31 02:27:09 ID : Qre3O2smIHy 0
왜냐면 나는 학주가 왜 창문을 내리쳤는지, 책상을 왜 뒤로 밀었는지, 나와 O를 보는 눈에 왜 그런 감정을 담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거든. O를 일으켜 세우던 나는 아까 앞을 보지 않았으므로.
870 이름없음 2023/01/31 02:27:26 ID : Qre3O2smIHy 0
영겁과도 같이 느껴졌던 첫 번째 야자시간이 끝나고, 나는 학주를 찾기 위해 쏜살같이 교실을 벗어나려고 했다. 같은 반이었던 C가 붙잡지만 않았으면 말이야.
871 이름없음 2023/01/31 02:27:51 ID : Qre3O2smIHy 0
반장이던 C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저거 너희가 가져온거야?”
872 이름없음 2023/01/31 02:28:02 ID : Qre3O2smIHy 0
저거. C의 손 끝이 청소도구함 앞의 책걸상을 향해 있었어. 나는 대번에 고개를 가로지었지. 그러자 울상이 된 그녀는 횡설수설거리며 손을 허우적거렸어.
873 이름없음 2023/01/31 02:28:20 ID : Qre3O2smIHy 0
그리고 C가 하고 싶은 말이 대체 뭔가 인상을 쓰며 듣던 나는 곧 팔에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하고 전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어. ”왜 저런 책상이 교실에 있는데 아무도 몰랐던거야?“
874 이름없음 2023/01/31 02:28:45 ID : Qre3O2smIHy 0
당시 우리 학교는 3학년부터 천천히 책걸상을 새걸로 바꾸고 있었어. 그 왜. 대학교에서 주로 쓰곤 하는 책상과 의자가 붙은 그거 말이야. 책상 밑에 서랍도 없고 의자 밑에 겨우 조금 수납공간이 있는 최악의 가구. 앉아본 사람마다 이건 개발한 놈을 여기에 24시간 앉혀두는 형벌을 내려야 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그 책상.
875 이름없음 2023/01/31 02:29:11 ID : Qre3O2smIHy 0
아무튼 기능을 차지하고서라도 뭐 새 책상이니 깔끔하고 알록달록하니 예쁘긴 했지. 그리고 그 책상은 내가 입학하던 해에 전교 모두 교체됐어. 처음 입학했을 땐 곧 부러질 것 같은 나무 책걸상이었지만 몇 달 안돼서 새 걸로 바뀌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청소도구함 앞에 놓은 책상은 소름끼치게도, 못해도 몇 십년은 되었을 것만 같은 낡은 나무 책상이었다.
876 이름없음 2023/01/31 02:29:34 ID : Qre3O2smIHy 0
나는 입을 꾹 닫고 조용히 참고서를 챙겨서 3분단 뒷자리로 옮겼어. O 역시 나를 따라 자리를 옮겼지. 특기생이나 사정이 있는 애들은 야자를 빼곤 했으니까. 덕분에 빈자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877 이름없음 2023/01/31 02:29:51 ID : Qre3O2smIHy 0
모든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에 나는 빠르게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O도 마찬가지였어. 혹시나 O도 나와 같은 걸 본 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쩐지 우린 둘 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긴긴 언덕길을 내려가 버스 정류장으로 뛰다싶이 걸으면서도 말야.
878 이름없음 2023/01/31 02:30:18 ID : Qre3O2smIHy 0
집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침대로 다이브했어. 수명이 다한 매트리스의 용수철이 비명을 지르며 날 튕겨냈지. 나 역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침대 밖으로 나동그라졌어. 덕분에 이불과 쿠션, 그리고 사촌동생들이 기세 좋게 숨겨둔 후 잊고 간 공주 인형도 튀어올랐다.
879 이름없음 2023/01/31 02:30:42 ID : Qre3O2smIHy 0
치렁치렁 머리칼을 늘어트린 공주인형을 보자 방금 전 봤던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학주가 덜덜거리는 손으로 책상을 옮기던 그 때. 나는 봤다고 했잖아. 그건 팔이었어.
880 이름없음 2023/01/31 02:30:59 ID : Qre3O2smIHy 0
O를 일으켜 세우려 처음 바닥에 주저앉았을 땐 눈치채지 못했어. 그저 깜짝 놀라 쿵쿵거리는 내 심장을 부여잡으면서도 친구을 일으킬 생각만 하고 있었지. 하지만 책상이 뒤로 당겨지자 O의 머리칼이 뒤로 함께 당겨지고 있었어. 드르륵 끌려가는 책상과 그 소리에 맞춰 함께 당겨지는 친구의 머리칼. 그리고 그 곳에는 흰 팔뚝이 있었지.
881 이름없음 2023/01/31 02:31:18 ID : Qre3O2smIHy 0
몇 차례 소매가 개어진 체크무늬 셔츠 아래로 늘어나고 있는 흰 팔뚝. 그 끝에 있는 손가락은 O의 머리칼을 요사스럽게 당기며 만지고 있었다. 그걸 처음 봤을 때는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집에 와 공주 인형을 손에 쥔 그때서야 나는 그 움직임을 이해하게 되었어. ‘머리카락을 땋고 있었잖아. 그거…’
882 이름없음 2023/01/31 02:31:48 ID : Qre3O2smIHy 0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내서 O에게 어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고 할 예정이었어. 하지만 그 용기가 무색하게 등교하는 날 보자마자 달려온 O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울부짖었다. “머리가…! 머리가 빠지고 있어!”
883 이름없음 2023/01/31 02:32:04 ID : Qre3O2smIHy 0
달려드는 O는 사람 셋 정도가 매달려서야 떼어낼 수 있었어. 하룻밤 사이에 눈이 퀭해진 O의 눈에는 묘한 빛이 돌고 있었지. 영문을 몰라하는 날 보던 친구들은 내가 등교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혀를 차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884 이름없음 2023/01/31 02:32:19 ID : Qre3O2smIHy 0
아이들이 이야기에 따르면, O는 그 누구보다 일찍 교실에 있었다고 했다. 교실의 열쇠는 늘 1등으로 학교에 나오는 M에게 있었는데, 그 M보다도 먼저 반에 있었다는거야. 모두 어떻게 들어온지 모르겠다며 입을 모았지만, 나야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885 이름없음 2023/01/31 02:32:36 ID : Qre3O2smIHy 0
복도에서 교실로 이어지는 창문은 윗쪽에 4개, 발치에 4개. 모두 삐걱이는 나무창이니 비틀어 흔들면 얼마든지 열리기야 했을테니 진입이 어렵진 않았을 테니까. 다만 왜. 왜 그랬냐는 게 더 중요하지.
886 이름없음 2023/01/31 02:32:55 ID : Qre3O2smIHy 0
“그래서?” 잠시 다른 길로 빠졌던 이야기는 내 재촉에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 싶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반 아이들 모두가 내 주변에 모여들어 떠들던 그 순간. 좀처럼 목소리를 듣기 힘들던 M이 대답했다. “책… 책상을 내놓으라고 했어.”
887 이름없음 2023/01/31 02:33:22 ID : Qre3O2smIHy 0
“책상은 왜?” 체육 특기생인 T가 소시지를 질겅이며 대수롭지 않게 질문했지만 대답은 아무도 해주지 않았어. 왜냐면 O가 찾던 책상이었을 그 나무 책상은 이미 교실에서 없어진 상태였거든. 뭐… 솔직히 쫄아서 대답 못해준 걸 수도 있고.
888 이름없음 2023/01/31 02:33:36 ID : Qre3O2smIHy 0
잠시 뒤, 조금 진정이 된 듯 O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어. 야자에 참여하지 않았던 T가 남은 소시지를 입에 털어넣고 O에게 어깨동무를 걸었지. ‘힘쓰는 일이라면 이 언니가 도와줄테니 너무 화내지말라’면서 말이야. O는 T를 멍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날 바라보곤 눈을 빛냈어. 나는 침을 꼴딱 삼키고 O의 손을 잡아 뒤뜰로 향했지.
889 이름없음 2023/01/31 02:33:57 ID : Qre3O2smIHy 0
“도깨비. 그거 구라 아니었나봐.” “어?” 바깥으로 나오자 훨씬 차분해진 O는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어. 평소보다 흐릿하긴 하지만 분명 평소의 O였다.
890 이름없음 2023/01/31 02:34:20 ID : Qre3O2smIHy 0
“도깨비가 그랬잖아. 자기 귀신 본다고.” “아… 그거…” 그랬어. 도깨비라 불리는 학주는 평소에도 자신이 귀신을 본다며 농담을 하곤 했었거든. 우리 아빠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을만큼 오래된 이 학교에는 귀신이 아주 많다면서 말이야.
891 이름없음 2023/01/31 02:34:40 ID : Qre3O2smIHy 0
‘에이~ 쌤 거짓말 하지 말아요!’ ‘이 아줌마들아. 내가 거짓말을 왜 하냐? 거짓말은 맨날 니네가 하지. 진짜 공부했어요~ 청소 다 했어요~ 엄마가 야자 하지 말라그랬어요~ 아주. 내가 니네랑 똑같은 줄 알지?’ ‘쌤 일부러 겁줄라 그러죠!’ ‘야. 이건 겁주는 게 아니야. 차 조심하라고 하는 게 겁주는 거냐?’ ‘아~ 귀신 조심하라고요?!’ ‘됐다. 니네랑 무슨 말을 하겠냐. 임마들아. 비오는 날에 내가 야자 감독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도 안해봤냐? 새끼 나올까봐 그러는 거야 내가.’ ‘욕했다!!!! 국어쌤이 욕했다!!’
892 이름없음 2023/01/31 02:35:01 ID : Qre3O2smIHy 0
언젠가 수업 전에 들었던 사담이 떠올랐다. O 역시 그날의 왁자지껄한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을테지. 그리고 문득 나는 발끝에서부터 다시 소름이 기어올라오는 기분이 들었어. ‘새끼’ 그게 욕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893 이름없음 2023/01/31 02:35:22 ID : Qre3O2smIHy 0
O는 차가운 손으로 덥썩 내 손목을 쥐었다. “있지. 나 밤새 머리가 빠졌어. 머리카락이 잡혀서, 매달려져서, 머리가 똑. 하고.” “아.” ‘머리가 빠진다는 말이 머리카락이 아니었구나. 정말 머리가… 목이 빠졌다는 말이었구나.’ 나는 뒷말을 삼켰어. 형형해진 O의 눈이 너무 무서워서 말이야.
894 이름없음 2023/01/31 02:35:35 ID : Qre3O2smIHy 0
“선생님께 가보자.” 학주라면 뭔가 알지도 모른다는 내 말은 O의 세찬 고개짓에 막혀들었어. “오늘 도깨비 학교 안나왔어.”
895 이름없음 2023/01/31 02:35:52 ID : Qre3O2smIHy 0
나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어. ‘어.. 어어…’ 거리며 허둥거릴 뿐이었지. O는 한숨을 깊이 내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896 이름없음 2023/01/31 02:36:09 ID : Qre3O2smIHy 0
O는 전날 야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향했다고 했어. 그리고 학원 수업이 끝나고서야 집에 돌아왔다고 해. 그때까지만 해도 야자 첫 시간에 있었던 불쾌했던 일은 충분히 잊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고도 했지.
897 이름없음 2023/01/31 02:36:32 ID : Qre3O2smIHy 0
“기억나? 야자 끝나고 버스정류장 갈 땐 말이야. 비가 안왔어.” 나는 O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팔려 크게 의식하지 않았었지만, 만약에 여느때와 같은 하루가 지나갔더라면 집갈 땐 비가 그쳐 다행이라 떠들며 하교를 했을 테니까. “그리고 새벽 사이에 다시 비가 내렸어.”
898 이름없음 2023/01/31 02:37:51 ID : Qre3O2smIHy 0
집에 도착한 O는 대학생인 언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토로했다고 했다. 도깨비 학주의 불친절함과 바닥에 나동그라진 부끄러움과 둔부의 통증과. 곧이어 스치듯 느꼈던 기분 나쁜 감각, 그리고 흰 환영과 낡은 책상에 대해서도.
899 이름없음 2023/01/31 02:38:38 ID : Qre3O2smIHy 0
O의 이야기를 듣던 언니는 O가 나동그라졌다는 대목에서 한참 배를 쥐고 웃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대. ‘내가 학교 다닐때도 학주 그런 이야기 했었던 거 같아. 그 땐 별명이 여우였는데 도깨비가 아니고. 아무튼 걔가 비오는 날엔 자기 뒤에 복주머니 책상 없는지 확인하라 그랬었어.’
900 이름없음 2023/01/31 02:38:57 ID : Qre3O2smIHy 0
“복주머니 책상이 뭐야?” “…흰 복주머니가 걸려있는 책상.” 나는 O의 대답에 어젯밤에 달랑이던 흰 주머니가 떠올랐어. “봤어? 그거?” 하지만 어쩐지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지.
901 이름없음 2023/01/31 02:39:13 ID : Qre3O2smIHy 0
O는 내 무언을 긍정이라 받아들인건지 다시 눈을 이상스레 빛내며 떨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래서 온거야. 다시 비가 오니까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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