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72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베스트 레스 2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1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Qnxwlg6lDth 2019/07/17 02:09:19 ID : go0k1ba066j 1
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팔로 눈을 가렸다. “삼촌이 포도 잘 먹었녜.....” 아....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어버렸어. 그리고 국화에게 끅끅거리며 대답했지. ‘너무 너무 맛있었다고 꼭 전해 달라고.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노라고 꼭꼭 전해달라고’말야.
702 ◆Qnxwlg6lDth 2021/01/27 17:58:12 ID : Qre3O2smIHy 0
보통 가정집보단 가게나 식당 이런 곳들에서 박스가 많이 나오잖아. 그나마도 모든 가정집을 가시는 게 아니라 딱 서너집만을 그렇게 다니셨더라. 우리집, 길 건너의 쌍둥이 형제네 집, 그 바로 옆 집. 뭐 이 정도? (솔직히 쌍둥이네 집 말곤 왕래가 없는 집이라 거의 못 알아 들었어.....)
703 ◆Qnxwlg6lDth 2021/01/27 17:58:57 ID : Qre3O2smIHy 0
이후에 나는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절을 하고 물러섰다. 어른들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동생과 함께 육개장이나 전 같은 몇 음식을 주워먹기도 하면서 말야.
704 ◆Qnxwlg6lDth 2021/01/27 18:00:19 ID : Qre3O2smIHy 0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갈 때 쯤, 문득 생각나 챙겼던 목줄을 따님께 내밀었어. ‘할머니가 꼭 챙겨달라고 하셨던 거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따님은 잠시 주춤거리시다가 그걸 방 안? (상주들이 짐을 두는 창고 같은 느낌이었어) 같은 곳으로 챙겨가셨다. 고맙다는 말도 덧붙여 주시면서.
705 ◆Qnxwlg6lDth 2021/01/27 18:01:29 ID : Qre3O2smIHy 0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반짝이는 차량 후미등과 가로등을 멍하니 바라보다, 나는 그제서야 할머니가 내 방 창문으로 반복해서 찾아왔던 이유를 어렴풋이 떠올릴 수 있었어. 내 방 창 밖이 우리 집에서 나오는 폐지류를 모아두는 곳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거지.
706 ◆Qnxwlg6lDth 2021/01/27 18:02:44 ID : Qre3O2smIHy 0
‘어쩌면 할머니는 늘 하던 일을 반복하셨던 걸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자 어쩐지 가슴께가 시려오더라. 조용하게 외로웠던 윗집 할머니. 영문 모를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폐지를 줍고 말벗을 찾아다녔을지 모르는 부지런한 그 할머니. 나는 어쩐지 외로웠던 윗집 할머니가 S의 강아지를 만나고서야 먼 길을 훌훌 떠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독하고 쓸데없는 뇌피셜이지만...
707 ◆Qnxwlg6lDth 2021/01/27 18:04:26 ID : Qre3O2smIHy 0
집에 돌아온 후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다시 창문으로 향했어. 뺑소니를 목격했던 그 날 이후, 처음으로 그 창문을 똑바로 보기로 마음먹은거야. 쉼호흡을 하고 창을 열자 그 바로 아래에는 눅진한 박스와 책따위가 쌓여있었다. 윗집 할머니가 더이상 찾지 않아 꽤 많은 폐지류가 쌓여있었어. 새삼 얼마나 그 분이 부지런 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지.
708 ◆Qnxwlg6lDth 2021/01/27 18:05:56 ID : Qre3O2smIHy 0
“어?” 중2병 마냥 아련하게 폐지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창틀로 옮겼을 때였어. 그 비틀리고 주름진 손가락이 쥐고 있던 그 부근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었다.
709 ◆Qnxwlg6lDth 2021/01/27 18:06:39 ID : Qre3O2smIHy 0
하얀 종이 속에 포장된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판. 한참 이게 뭔가 쳐다보며 고민하다가 알아낸 그 쪼끄만 플라스틱의 정체는 과자 속에 들어가 있는 장난감이었어.
710 ◆Qnxwlg6lDth 2021/01/27 18:07:27 ID : Qre3O2smIHy 0
치토스라고 알려나. 호랑이인지 치타인지, 선글라스를 쓴 캐릭터가 그려진 몽둥이? 모양 짭짤이 과자. 양념치킨, 바베큐 뭐 그런 맛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 과자 안에 조그만한 플라스틱 장난감이 들어가 있곤 했었거든.
711 ◆Qnxwlg6lDth 2021/01/27 18:08:36 ID : Qre3O2smIHy 0
조립하면 팽이가 되는 따조라고 불렀던 장난감. 그게 창틀 사이에 끼워져 있더라고. 바깥쪽 창틀에 끼워진터라 지금껏 내가 못봤던 모양이야. 이상할 정도로 포장마저 하얗고 깨끗한 따조는 적어도 우리집에선 볼 일이 없는 물건이었지. (집안 식구들 다 군것질 일절 안해서... 유일한 군것질이 과일 정도?)
712 이름없음 2021/01/27 18:09:09 ID : B87cNBy2JTS 0
헐 레주야 나 눈물날려함.... 레주 기다리기 56일차 만에 돌아왓서...
713 ◆Qnxwlg6lDth 2021/01/27 18:12:51 ID : Qre3O2smIHy 0
응.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714 ◆Qnxwlg6lDth 2021/01/27 18:13:53 ID : Qre3O2smIHy 0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나는 그 온전한 장난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책상의 유리판 아래에 끼워넣었다. 내 책상은 나무 위에 유리판이 올려져있는 구조라 말린 꽃잎이나 암기가 잘 안되는 단어 같은 것들이 그 아래 끼워져 있곤 했거든.
715 이름없음 2021/01/27 18:13:59 ID : PdCqmIJPhbA 0
레주 안녕 오랜만에 왔구나! 기다리고 있었어
716 ◆Qnxwlg6lDth 2021/01/27 18:14:12 ID : Qre3O2smIHy 0
그리고 그렇게 끼워넣었던 따조의 주인을 찾게 된 건 바로 그 다음날이었어.
717 ◆Qnxwlg6lDth 2021/01/27 18:15:22 ID : Qre3O2smIHy 0
장례식장을 다녀온 다음 날.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장례식을 다녀온 직후 동생이 크게 체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밤을 지새웠는데, 덕분에 나 역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 됐거든.
718 ◆Qnxwlg6lDth 2021/01/27 18:18:53 ID : Qre3O2smIHy 0
이제야 악몽도 끝나고 꿀잠을 잘 수 있겠거니 했는데 말야. ‘역시 사람은 잠이 보약이구나.’ ‘일제강점기 때 잠을 억지로 못자게 하는 고문법이 있었다는데, 그거 생각해낸 놈은 진짜 그 고문 당하다 쓰러지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뭐 이런 생각을 하느라 몸져 누워서 실없이 히죽거렸다.
719 ◆Qnxwlg6lDth 2021/01/27 18:19:54 ID : Qre3O2smIHy 0
동생은 내내 토를 하지, 나는 마당에 누우면 못 찾을 정도로 얼굴이 흙빛이지. 아빠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 내 동생의 담임선생님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않을 수 없었을거야. 이후 아빠는 할머니께 하루 일을 쉬실 것을 부탁드리고 느즈막히 출근을 하셨어.
720 ◆Qnxwlg6lDth 2021/01/27 18:21:20 ID : Qre3O2smIHy 0
기다려줘서 고마워.
721 ◆Qnxwlg6lDth 2021/01/27 18:22:14 ID : Qre3O2smIHy 0
새벽에 병원에 가서 링거까지 맞고 왔건만 점심이 되어갈 무렵까지 동생은 별 차도를 보이지 않았고, 할머니는 큰 결심이라도 하셨는지 우리 둘을 데리고 집을 나서셨다.
722 ◆Qnxwlg6lDth 2021/01/27 18:22:40 ID : Qre3O2smIHy 0
목적지는 삼촌이 모셔져 있고, 할머니가 치성을 드리곤 하는 사찰이었어. 할머니 손에 이끌려 택시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집에서 멀지 않은 산 속의 사찰에 당도할 수 있었지.
723 ◆Qnxwlg6lDth 2021/01/27 18:31:53 ID : Qre3O2smIHy 0
단풍이 들 무렵의 고즈넉한 사찰. 대나무로 만든 바가지가 놓인 약수터에서는 또롱또롱거리는 물소리가 흐르고 있었어. 몸이 피로한 것도 잊고 그 사찰을 둘러보고 있자니, 마침 기세 좋게 분 바람에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울었다.
724 ◆Qnxwlg6lDth 2021/01/27 18:35:19 ID : Qre3O2smIHy 0
땡그랑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조약돌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한 맑은 소리. 그 소리 위로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겹쳐 들려왔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소박한 단색의 옷을 입은 스님이 우리 할머니를 향해 합장을 하고 계셨다. “보살님.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뭐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말야.
725 ◆Qnxwlg6lDth 2021/01/27 18:39:14 ID : Qre3O2smIHy 0
다시 한 번 풍경 소리가 울렸고, 스님은 이번엔 나를 향해 웃어보이셨어. “어릴 때 보고 이제 보는구나.” 순간 내 머리 속엔 같은 풍경소리와 커다란 그릇 속에 담긴 연꽃, 그리고 찻잔을 손에 든 스님이 떠올랐어. ‘약산이 스님!!’ 찻잔을 손에 든 채 웃으며 달려가던 내 모습도 말이지.
726 ◆Qnxwlg6lDth 2021/01/27 18:41:26 ID : Qre3O2smIHy 0
맞아. 그 스님의 이름은 약산스님. (물론 여기에선 다른 이름으로 바꿔 적었어. 혹시 몰라서 말야) 그리고 힘든 몸 상태로 스님을 마주한 그 날이 약산스님과의 두 번째 만남이었지.
727 ◆Qnxwlg6lDth 2021/01/27 18:44:46 ID : Qre3O2smIHy 0
자. 오늘은 여기까지야.
728 ◆Qnxwlg6lDth 2021/01/27 18:45:13 ID : Qre3O2smIHy 0
느릿느릿 기억을 더듬다보니 이제서야 약산스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네. 혹시 많이 답답하다면 조금 더 빨리 이야기를 진행해볼게. 최대한 기억 나는 모든 내용을 적다보니 읽기에 지루한 감이 없지않아 있을거라 생각해.
729 이름없음 2021/01/27 18:45:56 ID : PdCqmIJPhbA 0
레주 얘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해! 다음에 생각날 때 다시 들려줘
730 ◆Qnxwlg6lDth 2021/01/27 18:48:49 ID : Qre3O2smIHy 0
다음에 올 땐 약산스님과의 첫 번째 만남은 생략하고, 두 번째 만남을 짧게 요약한 후 넘어갈 예정이야. 아무래도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대신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나게 되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조금씩 풀어볼까해.
731 ◆Qnxwlg6lDth 2021/01/27 18:49:32 ID : Qre3O2smIHy 0
고마워.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732 ◆Qnxwlg6lDth 2021/01/27 18:50:34 ID : Qre3O2smIHy 0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보자.
733 이름없음 2021/01/27 18:51:59 ID : PdCqmIJPhbA 0
그래 수고했어!
734 이름없음 2021/01/27 18:57:21 ID : IE9s9ta5RyN 0
정주행하고왔어. 진짜 재밌게봤어!! 재밌고, 다정하고, 가슴아프고, 행복한 이야기였어. 기다릴게!
735 이름없음 2021/01/27 20:34:05 ID : JO9wK5gmE8m 0
응응 다음에 꼭 보자
736 이름없음 2021/01/28 09:59:33 ID : kk1gY06Zcmq 0
헐 레주ㅠ 기다리고 있었어ㅠㅜ 돌아와줘서 고마워ㅜㅠㅠ
737 이름없음 2021/01/28 13:36:26 ID : ApfhxQq40sr 0
스레주 혹시 작가야? 필력이 너무 좋고 글에서 진짜 국화꽃 향기가 나... 몰입도 있게 너무 잘 쓴다. 간간이 와서 새로운 썰 있나 들여보고 갈게!
738 이름없음 2021/01/28 21:38:19 ID : KY62IJRDy7u 0
레주야 기다리고 있었어. 이렇게나마 돌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739 이름없음 2021/01/29 01:41:01 ID : PeNtctteK2E 0
와... 이거 뭐야 책으로 내도 되겠다 레주 필력에 감탄하구가...
740 이름없음 2021/01/29 01:49:35 ID : ldDvBbzPfTO 0
지난날에 고생이 많았네 탄식하며 슬퍼해도 근심을 잊기 어렵구나 사슴이 기쁘게 울며 들판의 다북쑥을 뜯는데 나에게 반가운 손님이 있기에 거문고를 타고 생활을 읊었네 달이 밝은 덕은 어느때에나 가지게 될까 시름이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니 끊어비릴수가 없구나
741 이름없음 2021/01/29 04:02:35 ID : dA0nDxSK0r9 0
90일이 지나서 추천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ㅠㅠㅠ
742 이름없음 2021/03/02 10:59:44 ID : 3TPa4JTPhgi 0
레주 필력대박이다진짜.....빠져들어...
743 이름없음 2021/03/03 18:20:17 ID : kq5alhe3V9i 0
레주 필력 대박이다...
744 이름없음 2021/04/13 18:11:22 ID : HwoGspfe2Mr 0
보고 싶어 레주 언제 와?
745 이름없음 2021/04/18 16:58:32 ID : du4NwJSLeZd 0
ㄱㅅ
746 갱신작작해 2021/04/18 17:01:50 ID : cHxCi5XtjwG 0
제발 좀 고대잖냐
747 이름없음 2021/04/18 17:08:26 ID : o45e584KY1e 0
8분전 갱신이더라 너나 작작해 (스탑달고쓴다)
748 이름없음 2021/04/18 17:10:54 ID : cHxCi5XtjwG 0
>>747 뭔ㅋㅋㅋㅋㅋㅋ 레더야 지금은 12분전 갱신인데 내가 5시 58분에 레스를 썼니? 혹시몰라 사진첨부한다 아무리 봐도 쟤가 갱신한건데 왜
뭔ㅋㅋㅋㅋㅋㅋ 레더야 지금은 12분전 갱신인데 내가 5시 58분에 레스를 썼니? 혹시몰라 사진첨부한다 아무리 봐도 쟤가 갱신한건데 왜 나한테 시비야ㅋㅋㅋㅋ 가뜩이나 저런애 많아서 빡치는데ㅋㅋㅋㅋ
749 이름없음 2021/04/18 17:16:34 ID : lwmnwljs01h 0
시비 멈춰!
750 이름없음 2021/04/18 21:30:07 ID : slu4Gq7s9vC 0
다들 죽고싶은가
다들 죽고싶은가
751 이름없음 2021/04/19 01:22:50 ID : tfSJRxu9BBs 0
무서운 사진일까봐 못보고있음..ㅡㅡ
752 이름없음 2021/04/19 02:01:09 ID : k7hta9vyE5P 0
아냐 그 검뽑는 할머니셔 영감... 미안해요 할머니
753 이름없음 2021/04/19 07:55:57 ID : slu4Gq7s9vC 0
젠이츠 할머니인데..
754 이름없음 2021/04/25 18:02:16 ID : 3XzhwHxwts2 0
ㄱㅅㄱㅅ
755 이름없음 2021/04/25 19:53:09 ID : U7AmHDAi79f 0
왜..?
756 이름없음 2021/04/26 23:24:06 ID : tzfbzTPdA0o 0
갱신 초성으로 쓴거야
757 이름없음 2021/04/27 00:13:53 ID : i4MmFa01a7h 0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스탑검)
758 이름없음 2021/05/06 16:07:59 ID : 0snRwk8pe3V 0
대체 언제 끝나냐 ..... (나도 스탑검)
759 이름없음 2021/07/27 20:36:39 ID : kq5alhe3V9i 0
언제 오는거야..? ( 스탑검 )
760 이름없음 2021/10/06 14:10:30 ID : dzQsrBz82tt 0
레주 언제와..? (스탑검)
761 Qnxwlg6lDth 2021/10/10 20:32:56 ID : 8nO3DzcGq2N 0
안녕. 이야기 풀러 또 왔어.
762 이름없음 2021/10/10 20:34:56 ID : 43Qq7BxSMmH 0
진짜 레주 맞어??
763 Qnxwlg6lDth 2021/10/10 20:36:13 ID : 4Fg3PcqZg6r 0
응.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뭔가 바뀌어서.... 이전에는 이름과 비밀번호를 쓰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다시 인증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네....
764 Qnxwlg6lDth 2021/10/10 20:37:32 ID : jBwHva9vyII 0
하지만 아마 마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을거야.
765 Qnxwlg6lDth 2021/10/10 20:37:54 ID : Bf89uoMrBAo 0
가을 날의 사찰. 그리고 약산스님과의 만남까지 말했었지?
766 Qnxwlg6lDth 2021/10/10 20:38:16 ID : nRCrxWo3U5d 0
약산스님은 누가봐도 깜짝 놀란 것만 같은 내 얼굴을 보고 살풋 웃으셨다. 그리고 할머니 품에서 골골대는 내 동생에게 시선을 옮기셨지. “보살님. 혹시 이전에 아이가 상가를 가본 적이 있습니까?” 스님은 조곤조곤 우리 할머니께 질문을 던졌어.
767 Qnxwlg6lDth 2021/10/10 20:38:51 ID : urattjAp9fS 0
“없지 않았을까 싶은데.... 혹시 그게 문제가 됐을까요. 스님?” “워낙 기운이 순하고 잔약한 아이이니 언제고 한 번은 생길 일이었습니다. 그나마 약관 전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천만 다행이지요. 스님은 잔잔히 웃음을 띄운 채로 묘하게 자책하는 우리 할머니를 달래듯 이야기하셨다. 참고로 당시의 나는 이 말을 옆에서 들었을 때 ‘ XXX 다이렉트 보험! 자세한 사항은 약관을 확인하세용~’ 이런 의미의 약관을 말하는 줄 알았음.... 나중에 알았지만 스무살을 약관이라고 한다고 하더라. (걍 20살이라 하면 안됨....?)
768 Qnxwlg6lDth 2021/10/10 20:39:15 ID : dQlbcoE1cmt 0
스님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어. 그 때, 갑자기 미지근한 바람이 후욱 불어닥쳤다. 그 돌풍에 맑은 소리를 내던 풍경이 짤그락거리며 요동치는 소리를 질러댔어. 나는 순간 눈에 들어온 먼지탓에 뒤늦게 눈을 감곤 눈물을 쏟아냈지. 조금 괜찮아졌을 때 쯤, 눈가를 매만지며 다시 약산스님을 바라봤는데 어...... 솔직히 흠칫 놀랐다. 스님이 꽤 인상을 구기고 계시더라고.
769 Qnxwlg6lDth 2021/10/10 20:39:42 ID : ZfTVbDy2Fg3 0
“혹여 아이가 하관하는 것을 보았습니까.” 스님은 잠시 전에 비해 조금 더 가라앉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셨어. “아이고. 아닙니다 그거는! 상가만 갔다가 바로 왔어요. 아직 그이는 장지로 가지도 않았고요. 아마 오늘이나 갈 겁니다.” 할머니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시자, 약산스님은 대번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어. 그리고 복잡한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내게 말씀하셨지. “우린 다시 만나게 되겠구나.”
770 Qnxwlg6lDth 2021/10/10 20:40:06 ID : ts5TWjfTSGm 0
그 이후로 스님은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할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절 안으로 향하셨어. 가벼운 상문살 같으니 너무 걱정 마시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야. 그리고 나는 할머니와 동생이 사라진 곳에서 떨어져서 나름의 풍류를 즐겼다. 팔자좋게 풍경 밑의 대청마루에 누워 ‘경찰청 창살 쇠창살, 할머니는 보살, 내 동생은 상문살’ 이 따위 말을 중얼거렸어. (라임 칭찬해줘라)
771 Qnxwlg6lDth 2021/10/10 20:40:23 ID : wsi3vinSIMm 0
사실 처음에는 할머니 뒤를 따라 졸졸졸 따라 들어가려고 했는데 방 입구에서 약산스님이 스윽 막아서시더라고. ‘날이 좋으니 일광욕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라시면서. 뭐 별 수 있나. 로마에선 로마 법을 따르고, 절에선 스님 말을 따라야지. 안 그래?
772 ◆mGsi7aq7tg1 2021/10/10 20:43:20 ID : zdQoJO8ktxT 0
.
773 ◆Qnxwlg6lDth 2021/10/10 20:45:54 ID : TO07fhzhs9v 0
.
774 ◆Qnxwlg6lDth 2021/10/10 20:46:22 ID : TO07fhzhs9v 0
아 이거였네. 혹시나하고 인증 방법 찾아왔어.
775 ◆Qnxwlg6lDth 2021/10/10 20:48:25 ID : TO07fhzhs9v 0
그럼 마저 이야기를 풀어볼게.
776 ◆Qnxwlg6lDth 2021/10/10 20:50:54 ID : TO07fhzhs9v 0
음... 게다가 난 그저 잠을 못자서 흐느적거릴 뿐, 묘하게 정신이 맑은 상태였거든. 그래서 날 이끄는 풍경소리를 좇아 느릿느릿 좀비처럼 기어가서 누웠던거지. 그늘진 처마 아래서 아무 생각없이 잉어 모양의 종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롱아롱 잠이 쏟아지더라. 뭔가.... 어.... 좋았어. 평화롭고 시원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777 ◆Qnxwlg6lDth 2021/10/10 20:51:12 ID : TO07fhzhs9v 0
멀리서 들려오는 경쾌한 목탁소리와 알아 들을 수 없는 남자의 목소리. 약산스님의 목소리 보단 조금 더 높고 가벼운 그 목소리를 자장가삼아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어.
778 ◆Qnxwlg6lDth 2021/10/10 20:51:47 ID : TO07fhzhs9v 0
1시간 정도나 지났을까? 나는 머리맡의 처마가 살짝 꺼지는 듯한 느낌에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779 ◆Qnxwlg6lDth 2021/10/10 20:52:16 ID : TO07fhzhs9v 0
“내가 단잠을 깨웠나 보구나.” 예상대로 내가 늘어져라 자던 처마에 앉으신 분은 약산스님이었어. 아까와는 달리 얇은 비니 같은 모자를 쓰고 단정히 소매를 모아 앉아계셨지. 난 침흘리고 잔 건 아닌가 싶어 다급하게 입가를 소매로 훔치고 대답했다. “어... 아니예요. 다 끝났나요?”
780 ◆Qnxwlg6lDth 2021/10/10 20:53:29 ID : TO07fhzhs9v 0
“아직.” “아아....” 난 할 말이 없어 괜히 손끝만 틱틱 튕겨댔다. 스님은 동생과 할머니가 들어가신 방문을 바라보며 말을 이으셨어.
781 ◆Qnxwlg6lDth 2021/10/10 20:53:54 ID : TO07fhzhs9v 0
“꿈이 있느냐.” ‘엥? 갑자기 분위기 꿈이요?’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새나라의 고딩답게 “인서울이요.” 라는 깔쌈한 대답을 내어놓았다.
782 ◆Qnxwlg6lDth 2021/10/10 20:54:06 ID : TO07fhzhs9v 0
내 대답에 약산스님은 후후 웃음을 뱉으며 말씀하셨어. “그것도 좋지. 하지만 나는 꿈을 물어본 것이란다. 그럴싸한 명분의 목표 말고. 네가 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말이다.” “아....”
783 ◆Qnxwlg6lDth 2021/10/10 20:54:23 ID : TO07fhzhs9v 0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졌지. ‘뭐가 있을까. 돈 걱정 안하는 거? 집에서 벗어나는 거? 취한 아빠와 마주치지 않는 거? 초등학교 때로 돌아가 삼촌을 구하는 거?’
784 ◆Qnxwlg6lDth 2021/10/10 20:54:44 ID : TO07fhzhs9v 0
“아.” 수없이 생각 속으로 물음표를 띄우던 그 순간. 갑자기 전구가 켜진 것처럼. 잔잔한 호수의 안개가 걷힌 것처럼. 머리가 맑아지고 차분해졌어. 나는 잠시 이 상쾌한 기분을 즐기다가 당당히 스님께 대답했지. “행복해지는거요!”
785 ◆Qnxwlg6lDth 2021/10/10 20:54:59 ID : TO07fhzhs9v 0
‘그러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일단 인서울부터 해야겠어요.’ 뒤이어 조잘거린 말까지 조용히 들어주신 스님은 다시 그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그리고 나즈막히 말을 덧붙이셨어.
786 ◆Qnxwlg6lDth 2021/10/10 20:55:33 ID : TO07fhzhs9v 0
"그게 꿈이라면 날 찾아 오는 걸 두려워 말거라. 오늘이 지나면 더 볼 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너는 너무 착하구나. 괜찮으니 마음가는대로 행동하고 너무 늦지 않게 날 찾아오렴."
787 ◆Qnxwlg6lDth 2021/10/10 20:55:48 ID : TO07fhzhs9v 0
'스님은 아플 때 할머니가 끌고 와서 만나는 사람 아니예요?' 라는 대답을 목구멍으로 삼켜낸 나는 잠시 갸웃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뭐 좋으신 분 같으니 정말, 혹시나, 만약에, 내가 등산이라도 하게되면 음료수라도 하나 사다 드리면 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야.
788 ◆Qnxwlg6lDth 2021/10/10 20:56:33 ID : TO07fhzhs9v 0
눈을 비벼서 남은 잠을 털어내고 약산스님과 본당에 돌아오자 문 앞에 선 우리 할머니가 보였어. 할머니의 얼굴에서 조금씩 도는 혈색으로 미루어보아, 동생의 상태가 좀 나아졌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지.
789 ◆Qnxwlg6lDth 2021/10/10 20:56:58 ID : TO07fhzhs9v 0
"작은 아이는 조금 더 머무르는 게 좋을 듯 한데 보살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내 뒤에 반듯이 서있던 약산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할머니는 뭐든 괜찮으니 아가만 잘 부탁드린다고 대답하셨어. 그리고 난 충격에 빠졌다. 등치가 산만한 내 동생이 아가라니.....!
790 ◆Qnxwlg6lDth 2021/10/10 20:57:24 ID : TO07fhzhs9v 0
그리고 할머니는 충격에 빠진 내게 주섬주섬 쌈짓돈을 건네주셨어.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라고 말야. 나는 어차피 다음 날이 주말이었으니 게임을 좀 하다가 늘어지게 잘 생각으로 대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791 ◆Qnxwlg6lDth 2021/10/10 20:57:58 ID : TO07fhzhs9v 0
당시엔 카카오택시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114에 전화를 해서 콜택시 번호를 받아 배차를 요청해야 했어. (tmi지만 바로 연결되는 건 요금이 추가로 부과되는터라 번호 불러주면 잽싸게 외워서 전화해야 했음. 틀리면 뭐.... 다시 114에 전화해서 외워야지.) 근데 워낙 산골이라 그런지 배차가 쉽지 않아서 꽤나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 덕분에 절에 머무르는 시간이 좀 더 길어졌어.
792 ◆Qnxwlg6lDth 2021/10/10 20:59:50 ID : TO07fhzhs9v 0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기사님이 배치되었고, 15분 정도 걸릴 거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었어. 그 동안 나는 입구 근처의 화단 턱에 걸터 앉아서 지나가는 개미를 구경했지. 한참 개미를 보고있는데 개미 대신 낯익은 고무신 코가 보이더라고. 고개를 들어보니 약산스님이 서계셨어. 스님은 쪼그려 앉은 내 머리를 살짝 두드리시더니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렴.' 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793 ◆Qnxwlg6lDth 2021/10/10 21:01:20 ID : TO07fhzhs9v 0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자 이제 점심을 막 지났을 무렵이었어. 새벽부터 움직여서인지 내가 잠을 자지 않아서인지, 굉장히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는 것 같더라고. 나는 문득 허기가 밀려와서 집으로 향하는 대신 집 근처 슈퍼로 발걸음을 옮겼어. 택시 타고 남은 돈이 꽤 넉넉했던 터라, 큰맘먹고 참깨라면과 짜장범벅을 먹기로 결정했거든.
794 ◆Qnxwlg6lDth 2021/10/10 21:01:41 ID : TO07fhzhs9v 0
달랑달랑 봉지를 들고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였어. 웅성웅성하는 소리 사이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지. 뭔가 싶어서 핫바를 물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제 봤던 할머니 따님이 전화로 화를 내고 계시더라고.
795 ◆Qnxwlg6lDth 2021/10/10 21:02:03 ID : TO07fhzhs9v 0
'엥 왜 여기 계시지?' 나는 호기심에 골목길을 나가 따님이 계시던 도로로 향했다. 골목길을 나와보니까 커다란 버스가 도로를 막고 서있었어. 그 뒤로 차들이 비상깜빡이를 켜고 늘어서있었지.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열심히 수신호로 뒷 차들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았어. 우리집 바로 앞 도로는 천변가의 좁은 일방통행 도로였는데, 버스가 길 한복판을 막고 서있으니 이 난리가 난거야.
796 ◆Qnxwlg6lDth 2021/10/10 21:03:13 ID : TO07fhzhs9v 0
통화를 끊은 따님은 씩씩거리다 머리를 쓸어올리셨어. 나는 눈치를 보다 핫바를 입에서 떼고 따님에게 인사를 했다. 따님은 나를 보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표정관리를 하신 후에 인사를 받아주셨어.
797 ◆Qnxwlg6lDth 2021/10/10 21:03:29 ID : TO07fhzhs9v 0
"어.... 뭐 물건 가지러 오신 건가요?" "아, 그게 아니라 장지에 가기 전에 사시던 곳을 둘러보고 가는데 딱 집 앞에서 버스가 고장이 났는지 시동이 안 걸리네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었어. 나는 할 말이 없어서 괜히 눈알만 데구룩 굴려댔지.
798 ◆Qnxwlg6lDth 2021/10/10 21:03:46 ID : TO07fhzhs9v 0
"누나! 거기선 뭐래?" 버스 안에서 미간이 깊게 패인 아저씨가 고개를 내밀었어. 아마 돌아가신 할머니의 아드님이었겠지.
799 ◆Qnxwlg6lDth 2021/10/10 21:04:05 ID : TO07fhzhs9v 0
"아 몰라. 와서 본다는데 자기들이 와서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이러다 해지겠는데.... 그러게 왜 집에 들른다고 차를 세웠어." "이게 내 잘못이라고? 엄마 집 좀 보고 잠깐 짐 좀 내려놓겠다는 게 잘못됐냐?" "아니... 그게 아니고 그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800 ◆Qnxwlg6lDth 2021/10/10 21:04:30 ID : TO07fhzhs9v 0
우리 아빠 뻘 되는 어른들이 소리를 높여 싸우는데, 하필 그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나는 영화에서 일진들 싸움 말리는 반장처럼 어정쩡하게 팔만 이리저리 휘져어댔어. 그 특유의 '왜 싸우고 그래~~ 아유~' 스러운 표정을 장착한 채로 말야.
801 ◆Qnxwlg6lDth 2021/10/10 21:04:58 ID : TO07fhzhs9v 0
근데 왜 그런 거 있잖아. 단어 하나에 확 꽂히는 것만 같은 느낌. 코난이 단서를 발견하고 머리에 번개 맞는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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