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Qnxwlg6lDth 2019/07/15 23:58:58 ID : eNuoFeJO9yY 72
안녕. 타인이라기엔 가까웠고, 친구라기엔 서로를 잘 몰랐던 국화. 그 아이에게 못다한 말을 털어놓으러 여기까지 왔어.
베스트 레스 2
이름없음 2019/07/16 16:59:25 ID : A3WkoGq2Fdu 1
하 전화로 빠르게 듣고 싶다 ㅠㅠㅠ
◆Qnxwlg6lDth 2019/07/17 02:09:19 ID : go0k1ba066j 1
그리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팔로 눈을 가렸다. “삼촌이 포도 잘 먹었녜.....” 아.... 그리고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엉엉 울어버렸어. 그리고 국화에게 끅끅거리며 대답했지. ‘너무 너무 맛있었다고 꼭 전해 달라고. 내가 미안하고 정말 사랑했노라고 꼭꼭 전해달라고’말야.
402 ◆Qnxwlg6lDth 2020/02/24 23:08:01 ID : 1xxCjcoFeGq 0
번뜩 정신이 들자마자 난 일부러 오버해서 손을 흔들어댔다. “아! 전화!! 전화와서!” 그리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주워들었지. 액정에는 [단팥빵크림빵아빵] 이라는 글자가 선명했어. (응. 그냥 아빠야)
403 ◆Qnxwlg6lDth 2020/02/24 23:08:53 ID : 1xxCjcoFeGq 0
난 괜히 껄껄대며 아빠의 전화를 받았어. 그리고 다시 시무룩해졌지. 저녁에 맥주를 한 잔 했으니 그냥 택시를 타고 오라나. 아마 막상 나가려니 귀찮아져서 거짓말을 했을 게 분명해. (그럼 아까 전화했을 때 바로 말해주지 그러셨나요. 아버지......)
404 ◆Qnxwlg6lDth 2020/02/24 23:10:06 ID : 1xxCjcoFeGq 0
뭐 그래도 한 편으론 그냥 편하게 국화랑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어 알겠다고 대답했어. 아빠는 그렇게 잔뜩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고, 무슨 일인지 그 사이에 반장이 다시 내 앞에 와있었다.
405 ◆Qnxwlg6lDth 2020/02/24 23:12:15 ID : 1xxCjcoFeGq 0
“왜?” 의연하게 반장에게 말을 건넨 건 내가 아닌 국화였어. 국화는 어쩐지 조금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국화의 눈치를 살살 보던 반장은 내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곤 교문으로 달려나갔어. 그리고 교문 앞에 서있던 검은 세단에 올라타며 소리쳤지. “나 혼자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애들도 다 알고 있었단 말이야!! 그래도 미안해! 조심히 들어가!”
406 이름없음 2020/02/24 23:12:35 ID : kpWpdRA3Pbd 0
ㅂㄱㅇㅇ
407 ◆Qnxwlg6lDth 2020/02/24 23:17:08 ID : 1xxCjcoFeGq 0
‘엥 뭐라는 거야?’ 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여줬다. 뭐. 안보였을 수도 있지만 말야. 그리고 남은 몇 아이들의 눈빛은 괴이할 정도로 더 섬뜩하게 느껴져서 조금 소름이 돋았지.
408 ◆Qnxwlg6lDth 2020/02/24 23:17:32 ID : 1xxCjcoFeGq 0
그런 내 속마음이라도 알아챈 것처럼 국화는 조용히 장소를 옮길 것을 제안했어. 해봐야 학교 바로 앞의 편의점이었지만. 그래도 편의점은 가로등도 밝고 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흔쾌히 그 제안에 응했다.
409 ◆Qnxwlg6lDth 2020/02/24 23:18:29 ID : 1xxCjcoFeGq 0
편의점에 가는 길에서 나는 국화에게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지 물었어. 그러자 국화는 “어차피 못 오실텐데 뭐하러.” 라고 대답하며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나는 국화에게 팔짱을 끼우며 말했지. “그럼 오늘은 우리 집에서 한 잠 때리고 가라!!! 어차피 내일 학교도 안가는데!” 일단 그냥 던진 말이었지만 국화는 의외로 꽤 기뻐했다. 친구네 집에 초대받은 게 처음이라고 말야.
410 ◆Qnxwlg6lDth 2020/02/24 23:24:14 ID : 1xxCjcoFeGq 0
나는 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에 바로 우리집에 가자고 제안했어. 사실 혼자였으면 택시를 타고 갔을테지만, 국화와 함께라면 수다를 좀 떨며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았거든. 국화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411 ◆Qnxwlg6lDth 2020/02/24 23:24:38 ID : 1xxCjcoFeGq 0
학교에서 우리집에 가는 길은 꽤 멀었어. 도보로 40분 내외 정도? 그리고 그 동안 나는 꽤나 화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지.
412 ◆Qnxwlg6lDth 2020/02/24 23:25:08 ID : 1xxCjcoFeGq 0
“아이들을 너무 나무라진 마.” 국화는 이렇게 첫 운을 뗐다. 국어 교과서에 나올법한 어휘력에 살짝 당황했지만, 그마저도 국화스럽다고 생각한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어.
413 ◆Qnxwlg6lDth 2020/02/24 23:26:19 ID : 1xxCjcoFeGq 0
“학교. 꽤 오래 됐지. 건물들도 그대로고 말야. 오늘 일은 그래서 벌어진 거야. 으레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잖아. 흔히 괴담이라고들 하는.” “무슨 괴담? 우리 학교에 그런 게 있어?” 나는 눈을 반짝이며 국화의 팔에 매달렸다. 국화는 그런 나를 떼어내며 말을 이었어. “응. 단순한 괴담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만한 게 있지.”
414 ◆Qnxwlg6lDth 2020/02/24 23:27:22 ID : 1xxCjcoFeGq 0
국화는 꽤나 짧고 명료하게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본관 2층 화장실에서 밤을 보내면 미치광이가 된다’는 괴담이 있다고 말야.
415 ◆Qnxwlg6lDth 2020/02/24 23:28:13 ID : 1xxCjcoFeGq 0
운동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열두시가 되면 운동장을 돈다던가, 책 읽는 소녀 동상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장을 넘기면 누군가 죽는다던가, 밤에 본관 정문에 있는 거울을 보면 귀신이 나온다던가. 학교마다 뭐 그런 시시하고 으스스한 괴담이 하나씩 있잖아?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꽤 흥미롭고 새로운 우리 학교표 괴담이 쏙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화들짝 놀랐지. “근데 날 거기다가 던져뒀단 말야?!”
416 ◆Qnxwlg6lDth 2020/02/24 23:29:00 ID : 1xxCjcoFeGq 0
“넌 이 이야기를 모르고 있었으니까.” 국화는 담담한 말투로 대답하면서도, 평소답지않게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있었어. 그걸 보면서 어쩐지 기분이 좀 풀렸다. 나 대신 화내주는 건가. 싶어서 말야.
417 ◆Qnxwlg6lDth 2020/02/24 23:29:24 ID : 1xxCjcoFeGq 0
“다만.” “다만?” “그건 영 헛된 괴담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지.” “엥?! 진짜 미쳐?” 나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어.
418 ◆Qnxwlg6lDth 2020/02/24 23:31:00 ID : 1xxCjcoFeGq 0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미칠 수도 있을거라곤 생각해.” “왜? 왜왜왜왜에~?” 국화는 다시 한 번 표정을 일그러트렸고, 그 원인이 나한테 있었음을 직감한 난 빠르게 양 손으로 입을 막았다.
419 ◆Qnxwlg6lDth 2020/02/24 23:32:42 ID : 1xxCjcoFeGq 0
크게 한 번 숨을 내 쉰 국화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 “넌 눈을 감고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그건’ 꽤 삿된 거야.” 나는 그 때부터 더 이상 국화의 말꼬리를 잡지 않고 그저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괜시리 국화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420 ◆Qnxwlg6lDth 2020/02/24 23:34:16 ID : 1xxCjcoFeGq 0
국화의 말을 요약해보자면 이랬어. 우리 학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 사이에 이 건물은 근현대의 어떤 사건을 겪게 됐다고 해. (특정 시기나 지역이 밝혀질까 자세한 건 쓰지 못했어.) 그리고 그 시기에 탄압받던 이들이 이 건물에 숨어들게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껴안으며 날을 새길 기다렸나봐. 하지만 늘 그렇듯 그들은 이내 발각되었고 하나씩 사라졌대. 화장실에 숨어들었던 ‘그 아이들’을 제외하곤 말야.
421 ◆Qnxwlg6lDth 2020/02/24 23:35:05 ID : 1xxCjcoFeGq 0
그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숨죽여 울면서 그 ‘휘파람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움찔거리며 국화의 옷깃을 잡았지. 물론 그 애의 말을 끊거나 되묻진 않았어.
422 ◆Qnxwlg6lDth 2020/02/24 23:35:33 ID : 1xxCjcoFeGq 0
“꽤 악질이지 않아? 어차피 그들은 아이들이 그 곳에 숨어있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그저 겁에 질려 발발 떠는 꼴이 더 보고 싶었던 거겠지.” 국화는 잠시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조곤조곤 옛 일을 꺼내 뱉었다.
423 ◆Qnxwlg6lDth 2020/02/24 23:37:05 ID : 1xxCjcoFeGq 0
그리고 결국 그 아이들은 그 휘파람 소리에 숨이 멎을 듯 떨어대다가, 하나. 둘. 또 사라져야만 했다고 했다. 그들 중 하나가 휘파람 소리를 멈추게 하기 전까진 말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 국화는 그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
424 ◆Qnxwlg6lDth 2020/02/24 23:38:08 ID : 1xxCjcoFeGq 0
그래. 쥐는 고양이를 물었고, 제 생이 다 하는 순간까지 매달려가며 고양이를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 것은 산 자에겐 기회가, 죽은 자에겐 저주가 되어버렸던 모양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전히 누군가는 소리를 내고 있는 거지.”
425 ◆Qnxwlg6lDth 2020/02/24 23:38:41 ID : 1xxCjcoFeGq 0
나는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도 유독 이 말만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때의 서늘한 밤공기. 담백한 국화의 목소리. 복잡한 표정이 되어버렸을 나 자신까지도.
426 ◆Qnxwlg6lDth 2020/02/24 23:41:01 ID : 1xxCjcoFeGq 0
사실 이 모든 이야기를 국화로부터 전해들었을 땐, 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에 약간 거북함을 느낄 정도였어. 그래서 최대한 상황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봤다.
427 ◆Qnxwlg6lDth 2020/02/24 23:43:18 ID : 1xxCjcoFeGq 0
앞으론 평소에 조금씩 메모장에 글을 써두었다가 최대한 자주 와서 풀어보려 노력해 볼까 해. 다시 한 번 기다렸을 모든 레더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어.
428 ◆Qnxwlg6lDth 2020/02/24 23:43:51 ID : 1xxCjcoFeGq 0
잘 자고 좋은 꿈 꿔.
429 이름없음 2020/02/24 23:45:17 ID : 45cLfbxwttf 0
잘자!!! 고마워..
430 이름없음 2020/02/25 00:12:56 ID : nBhy1DwE7fc 0
헐 이제야 정주행 다했어..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잘자구! 담엔 동접해보고싶다ㅎㅎ
431 이름없음 2020/02/25 03:51:02 ID : dA585Pa2pSM 0
정주행 다 했어..! 왜지.. 무서우면서도 슬프다 ㅠㅠ
432 이름없음 2020/03/07 05:10:53 ID : pdV83vii67v 0
언제와 ㅠㅠ
433 이름없음 2020/03/07 08:42:10 ID : mlgY62GmoK0 0
우와.. 다 봤다
434 이름없음 2020/03/09 17:48:17 ID : Y9yZdzRCmII 0
레주 왔었구나ㅜㅜㅜ항상 잘보고 있어 얼른 오길 바랄게
435 이름없음 2020/03/09 21:14:18 ID : cFbdCkoFcqZ 0
헐... 내 최애 스레가 살아낫어 ㅠㅠ
436 ◆Qnxwlg6lDth 2020/03/21 02:54:25 ID : Qre3O2smIHy 0
안녕.
437 ◆Qnxwlg6lDth 2020/03/21 02:56:29 ID : Qre3O2smIHy 0
요즘 코로나가 기승인데 모두 조심히 잘 지내고 있니? 나 역시 이번 일로 꽤나 상황이 어려워져서 걱정중이야. 나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부디 모두 별 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438 ◆Qnxwlg6lDth 2020/03/21 02:58:12 ID : Qre3O2smIHy 0
이제야 일이 끝나서 글을 쓸 수 있게 됐네. 아쉽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짧게 이야기를 하고 가볼게.
439 ◆Qnxwlg6lDth 2020/03/21 02:59:12 ID : Qre3O2smIHy 0
자. 이제 국화와 내가 우리 집으로 향하던 그 여름 밤으로 돌아가볼게.
440 ◆Qnxwlg6lDth 2020/03/21 02:59:44 ID : Qre3O2smIHy 0
나는 잠시 학교 화장실을 떠올리다가 국화에게 허겁지겁 우리집에 대한 tmi를 늘어놓기 시작했어. 꽤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한참 걷고 있노라니, 조금 전에 들었던 온갖 소름끼치는 소리들이 다시 들려오는 것만 같았거든.
441 ◆Qnxwlg6lDth 2020/03/21 03:01:05 ID : Qre3O2smIHy 0
우리집 화장실에 비데가 있다던지(안물어봤음) 대문에서 엄청난 끼이익 소리가 나는데 놀라지 말라던지(안물어봤음) 우리 앞 도로에서 사고가 자주 나는데 조심해야 한더던지(절대 안물어봤음)
442 ◆Qnxwlg6lDth 2020/03/21 03:01:52 ID : Qre3O2smIHy 0
국화는 그런 나를 묘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가끔씩 갸웃거리기도 하고 말야. 그걸 한 10분 정도 겪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아. 얘 평범한 수다 처음 떨어보나 보구나.’
443 ◆Qnxwlg6lDth 2020/03/21 03:02:49 ID : Qre3O2smIHy 0
뭐 그 전까지는 나와의 대화도 ‘안녕! 짝지!’ ‘응.’ (대화종료) ‘우리 숙제 있었니?’ ‘아니! 국어는 있어!’ ‘응.’ (대화종료) 대략 이런 패턴이었으니까. 지금 보니 철저하게 필요에 의한 대화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단합대회가 망쳐진 이후로는 술술 말도 잘 하던 국화였지만, 이런 평범한 주제로의 대화는 영 어색했던 모양이야. 그리고 그 모습 덕에 나는 풍선 바람빠지듯 긴장감을 덜 수 있었지.
444 ◆Qnxwlg6lDth 2020/03/21 03:04:19 ID : Qre3O2smIHy 0
도착한 집은 굉장히 고요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본 게 처음이라 한 밤 중의 우리집이 너무 낯설었어. 뭔가 집이 죽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날 정도니까 말야.
445 ◆Qnxwlg6lDth 2020/03/21 03:04:57 ID : Qre3O2smIHy 0
당연히 집 안의 모든 불은 꺼져있었고, 가족들 모두 잠들어 있었지. 그래서 난 굉장히 쓸 데 없는 배려심(다들 잘 자는데 깨울 순 없지!)으로 국화와 함께 월담을 강행했다. 결과는 완전 성공.
446 ◆Qnxwlg6lDth 2020/03/21 03:05:39 ID : Qre3O2smIHy 0
그렇게 국화의 배에 발을 올려놓고 태평하게 자던 밤. 그 날이 우리가 평범하게 보낼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이었지.
447 ◆Qnxwlg6lDth 2020/03/21 03:06:24 ID : Qre3O2smIHy 0
조금 친해지면 흔히 하곤 하는 친구집에서의 하룻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그 이후로 국화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448 ◆Qnxwlg6lDth 2020/03/21 03:09:47 ID : Qre3O2smIHy 0
이렇게 보니 정말 너무 짧다. 오래 기다렸을텐데 미안해. 좀 더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은 몸이 너무 피곤하고 아파.
449 ◆Qnxwlg6lDth 2020/03/21 03:11:10 ID : Qre3O2smIHy 0
그래도 내일은 오후에 잠시 시간이 날 것 같아. 아, 벌써 3시니까 오늘인가.
450 ◆Qnxwlg6lDth 2020/03/21 03:11:41 ID : Qre3O2smIHy 0
그럼 조금 이따 다시 올게. 좋은 꿈 꾸렴.
451 이름없음 2020/03/21 07:32:44 ID : WlzRCqlvgY7 0
쭉 읽어보니 스레주 나랑 동년배같아 추억의 아이스크림 폰이라니ㅠㅠ 거대하고 뚱뚱한 티비도 추억이다ㅠㅠ
452 ◆Qnxwlg6lDth 2020/03/21 21:09:37 ID : Qre3O2smIHy 0
다시 돌아왔어.
453 ◆Qnxwlg6lDth 2020/03/21 21:10:50 ID : Qre3O2smIHy 0
아마 맞을거야. 라떼는 다들 그랬으니까.
454 ◆Qnxwlg6lDth 2020/03/21 21:15:27 ID : Qre3O2smIHy 0
인사는 간단히 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455 ◆Qnxwlg6lDth 2020/03/21 21:15:59 ID : Qre3O2smIHy 0
나는 여느 때처럼 국화가 몸이 아파 학교에 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 여기고 별 생각없이 가벼운 문자를 보냈지. 하지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될 때까지 국화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답장도 오지 않았어.
456 이름없음 2020/03/21 21:16:03 ID : iqqjgY1csi3 0
그래
457 ◆Qnxwlg6lDth 2020/03/21 21:16:57 ID : Qre3O2smIHy 0
그렇다고 얌전히 있을 나도 아니었기에 쪼르르 교무실의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국화의 주소를 받기 위해서. 내 요청을 받은 담임선생님은 어쩐지 좀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어. 나는 알려주지 않으면 바닥에 누울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눕기 전에 주소를 받을 수 있었다. ‘국화가 오랫동안 학교를 비우게 될 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멘트도 함께 말야.
458 ◆Qnxwlg6lDth 2020/03/21 21:18:46 ID : Qre3O2smIHy 0
종례가 끝나기 무섭게 나는 가방을 들쳐매고 담임에게 받아낸 주소로 향했어. 음.... 뭔가 서운함에 쒸익쒸익 거리면서 갔던 것 같아. ‘얼마나 아프길래 답장도 안보내는 거야?! 쉬익쉬익.....’ 좀 이런 느낌으로. 그리고 한참 헤매다가 찾은 국화의 집 앞에서, 그런 마음은 증발하듯 날아가버렸지.
459 ◆Qnxwlg6lDth 2020/03/21 21:19:33 ID : Qre3O2smIHy 0
색이 바랜 채로 펄럭이는 얇은 천 가닥과 대나무가 장식되어있던 국화 집 낡은 대문은, 어쩐지 환히 열려있었다.
460 ◆Qnxwlg6lDth 2020/03/21 21:20:27 ID : Qre3O2smIHy 0
바닥에는 쓰다 남은 테이프와 2L 생수병, 황토색 옷가지가 떨어져 있었어. 사실 그 것 말고도 그 집 마당은 충분히 어지럽혀져 있었고, 또 허전했지. 어린 내 눈에도 이제 이 곳에 국화가 없다는 것쯤은 알 수 있을 만큼 말야.
461 ◆Qnxwlg6lDth 2020/03/21 21:21:09 ID : Qre3O2smIHy 0
순간 당황스러움에 집 안으로 발을 들이려던 나는 시선을 발치로 옮기다가, 대문 바로 앞 바닥에 적힌 삐뚤빼뚤한 글씨를 발견했다.
462 ◆Qnxwlg6lDth 2020/03/21 21:21:37 ID : Qre3O2smIHy 0
[안녕]
463 ◆Qnxwlg6lDth 2020/03/21 21:22:15 ID : Qre3O2smIHy 0
누가 봐도 국화. 그 애의 글씨였어. 나는 그 두 글자를 보면서 별 이유없이 쭈그려 울었다.
464 ◆Qnxwlg6lDth 2020/03/21 21:22:48 ID : Qre3O2smIHy 0
나 진짜 걔랑 별로 안 친했는데. 국화 걔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이유없이 한참을 콧물 소매로 닦아가며 참 서럽게도 울었지.
465 ◆Qnxwlg6lDth 2020/03/21 21:23:32 ID : Qre3O2smIHy 0
나는 그 날 여름 밤을 얕본 대가로 나흘을 심하게 앓았어. 첫 날은 집에서 끙끙대다, 이후에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직행해서 치료를 받아야만 했지. 그리고 조금 살만해 졌을 때쯤. S로부터 국화가 학교를 그만두러 왔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텅 빈 국화 집을 보고 쏟아낼 걸 전부 다 쏟아내버린 건지, 그 문자를 보고도 별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
466 이름없음 2020/03/21 21:49:02 ID : iqqjgY1csi3 0
나도
467 이름없음 2020/03/22 00:17:57 ID : 6rzhzareZdC 0
.
468 이름있음 2020/03/29 08:59:38 ID : u2oNs1hgklj 0
뭐야ㅠㅠㅠㅠㅠ 설마 끝은 아니지??ㅠㅠㅠ 제발 아니라고 해줘ㅠㅠㅠㅠㅠ
469 이름없음 2020/04/04 12:15:01 ID : RBe3RxyMmIH 0
끝이야? 재밌게 봤는데
470 이름없음 2020/04/05 18:13:12 ID : imJXs2snQsq 0
갱신! 돌아와줘 스레주ㅠㅠㅠ
471 이름없음 2020/04/07 00:28:25 ID : AmK1yE8nSHz 0
스레주 괜찮은 거지????
472 이름없음 2020/04/07 13:02:18 ID : 3Co47BwHwmr 0
기다리고 있어
473 이름없음 2020/04/07 16:51:22 ID : s8kmnzXxQoN 0
기다리고있어 레주
474 이름없음 2020/04/08 14:26:41 ID : 3Co47BwHwmr 0
스레주 돌아와 ㅠㅠ
475 이름없음 2020/04/08 21:22:10 ID : RBe3RxyMmIH 0
스레주 돌아와줘ㅜㅜㅜ 끝난거면 끝났다고 해주던지ㅜㅜ 끝이 아니길 바랄게
476 이름없음 2020/04/08 22:18:55 ID : 3Co47BwHwmr 0
스레주 시간 날 때 꼭 와줘 끝났으면 끝났다고 말이라도 해줘 기다리고 있어 !! :)
477 이름없음 2020/04/10 13:38:44 ID : imJXs2snQsq 0
스레주 기다리고 있어! 와드 박을게..
478 이름없음 2020/04/24 10:52:22 ID : cFbdCkoFcqZ 0
ㄱㅅ
479 이름없음 2020/04/24 12:32:22 ID : imJXs2snQsq 0
갱신~~~
480 이름없음 2020/04/24 22:39:03 ID : RBe3RxyMmIH 0
ㄱㅅ
481 이름없음 2020/04/27 11:13:39 ID : uk02mmqZjy7 0
ㄱㅅ
482 이름없음 2020/04/27 13:25:47 ID : gY3xwpTU43O 0
끝났니ㅠㅜㅠ
483 이름없음 2020/04/27 15:18:53 ID : 4Fa8lCmILcH 0
ㄱㅅ
484 이름없음 2020/04/27 16:39:05 ID : k002lg2HyIK 0
아...국화 어디간거야ㅠㅠㅠㅠㅠㅠ
485 이름없음 2020/04/27 19:03:21 ID : RBe3RxyMmIH 0
레주 왜 안와...ㅜㅜㅜ
486 이름없음 2020/04/27 20:44:07 ID : 6mINxU0re5c 0
레주 와줘ㅠㅠㅠㅠㅠ
487 이름없음 2020/04/28 16:49:22 ID : Bgi3yGtxWmM 0
레주 와줘... ㅜㅜㅠㅜ
488 이름없음 2020/04/30 01:46:43 ID : imJXs2snQsq 0
갱신~~~
489 이름없음 2020/04/30 12:37:28 ID : qnWpaldDusl 0
490 이름없음 2020/04/30 20:57:31 ID : HDs9tfSK41z 0
레주보고싶어
491 이름없음 2020/05/12 22:01:59 ID : tzcFipcFa3w 0
레주 갱신
492 이름없음 2020/05/13 03:32:38 ID : QoFikoE8jfR 0
갱신
493 ◆mGsi7aq7tg1 2020/05/13 21:25:55 ID : Qre3O2smIHy 0
이게 맞나?
494 ◆Qnxwlg6lDth 2020/05/13 21:27:46 ID : Qre3O2smIHy 0
음...
495 ◆Qnxwlg6lDth 2020/05/13 21:28:19 ID : Qre3O2smIHy 0
아 이거구나. 오랜만이라 헷갈리네.
496 ◆Qnxwlg6lDth 2020/05/13 21:29:24 ID : Qre3O2smIHy 0
다들 잊고 지내겠지 싶어서 찾아오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기다려주고 있었구나.
497 ◆Qnxwlg6lDth 2020/05/13 21:34:53 ID : Qre3O2smIHy 0
이 스레는 내가 꽁꽁 감춰왔던 이야기를 뱉어내기 위해 대나무숲처럼 세웠던 거였는데, 다들 잘 읽어줬다니 기분이 참 묘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네. 레더들이 국화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야. 어딘가에서 진짜 국화도 그 때의 내 마음을 읽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뭐 이제 레더들이 나의 국화가 된 거라고 생각할래. 너무 제멋대로인가?
498 ◆Qnxwlg6lDth 2020/05/13 21:37:05 ID : Qre3O2smIHy 0
그럼 오랜만에 다시 이야기를 풀어볼게. 그리 길진 않지만 지루한 글이 될 지도 몰라. 왜냐면 이건 국화를 잃어버린 이후의 내 이야기거든.
499 ◆Qnxwlg6lDth 2020/05/13 21:37:44 ID : Qre3O2smIHy 0
얼마 뒤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도만의 체력을 회복한 나는, 어쩐지 S로부터 “나사 빠진 것 같다”는 말을 한동안 들어야만 했다. 사실 나사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 잃어버린 것만 같은 허무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
500 ◆Qnxwlg6lDth 2020/05/13 21:38:17 ID : Qre3O2smIHy 0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몇 달이 지난 후엔 텅 빈 옆자리 책상 서랍을 내 사물함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담담해졌어. 그 애의 존재가 무뎌지기를 원했던 내 바람대로 말야.
501 ◆Qnxwlg6lDth 2020/05/13 21:38:49 ID : Qre3O2smIHy 0
시간은 흘러흘러 나에게는 조금 잔인했던 그 해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을 지나서 다시 봄이 되었다. 놀면서도 나름 쓸데없이 계획에 충실했던 덕인지 원하던 고교에 입학도 했어. 잦은 전학 탓에 새 교복이 그리 설레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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