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전에 손절한 이상한애가 있는데 아무래도 1년동안 다 걔한테 홀렸던것같다

홀렸다는말을 쓰기엔 좀 개같긴한데 들으면 뭔말인지 이해할거임 근데 귀신같은얘기가 아니라서 제삼자가 보기엔 안무서울수도

중학교때 축구부였는데 거기 형들이 구타랑 똥군기가 진짜심했다. 숙소 청소안해놨다고 때리고 축구부애들 다 담배피우게하고 가오란 가오는 다 잡았다 덕분에 억지로 흡연자되서 아빠한테 얻어맞고 훈련땜에 수업도 자주 빠져서 반애들 이름도 잘모를정도였음

형들 다졸업하고 중3되고나서야 운동그만두고 모범생이나 될라했는데 그때 대재앙을 만났다

2년동안 놀던애들이랑만 놀아서 인맥은 좁았지만 방학때 반애들이랑 단페만들어서 친해지고 간후라 불편한건없었음

애들이랑 일찍와서 뒷다리얻을라고 앉았는데 좀 뒤에 되도않는 빨간색 가디건 걸치고온애가 내앞에 앉는거임 ㄹㅇ처음보는앤데다가 옷도 이상한걸 입고와서 애들이 거의 10초넘게 걔만 쳐다봤다

좀 있다가 쌤 오시고 조회하고 나갔는데 걔가 뒤돌아보면서 갑자기 말을 시켰음 1년이 넘어서 뭐라했는지는 기억안나는데 대충 몇반이었냐 물어봤던거같음

옷이 이상하길래 미친놈인줄 알았는데 생긴건 생각보다 멀쩡했음 잘생겼다기보단 그냥 곱상하게 생긴정도였는데 일어났을때 보니까 키가 꽤 크더라

그냥 좀 얘기하다가 이상한애는 아닌거같아서 친하게 지낼라고 했는데 볼수록 애가 좀 얼빠진사람같았다 점심에 걔랑 같은반이었다는애가 말해줬는데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는 아닌거같은데 문제풀다가 하나틀리면 가끔 소리를 지르는애였다고 한다

놀라긴했지만 나한테 피해준게 없었기에 적당히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밥먹을때 같이 다녔다. 어차피 코로나땜에 떨어져서 먹는데다가 원격수업도 많아서 말섞을일은 별로없어서 걔가 소리지른다거나 하는건 못봤다

>>11 보는사람 없는줄알았는데 반가워

방학이라 늦게까지 자고왔음 2시쯤에 나가야해서 조금만 풀어야겠다

자꾸 걔라고 하면 헷갈리니까 가을이라고 할게 이유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책이 가을 어쩌구라서

아무튼 가을이는 모르는거 있으면 알려주고 늦잠자서 줌수업 안들어가고있을때 전화해서 깨워주는등 세심하고 착해보였음 좀 이상하다고 얘기 돌던게 거짓말같을정도로 애가 말투도 정상적이고 수업시간에 소리지르거나 하는것도 없었다 담임도 가을이를 특별취급하거나 챙겨준다거나 하지도 않았음

이상한걸 굳이 뽑자면 옷을 요상하게 입는거라고 해야하나 개학식때 입었던 빨간가디건말고도 진한 초록색 가디건도 입고다녔는데 여름에도 그 두꺼운걸 입고다녔다

옷만 빼면 그냥 반듯한 모범생같았는데 1 2학년때 가을이에 대해 아는애들이 많으니까 반애들이 좀 피하는 분위기이긴 했다. 그래도 내 친구가 반장이라 가을이를 많이 챙겨줬는데 같이다니면서 나도 걔를 자주 신경써줬다

그러다 좀 안타까운걸 알게된 날이 왔었다. 시험기간다가올때쯤 체육하고 있었는데 폭염이라 체육관 가려고 잠깐 나왔는데도 엄청 더워서 가을이한테 넌 두꺼운거 입고 괜찮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존나 숙주나물마냥 픽 쓰러지는게 아닌가

급한대로 내가 들처업고 보건실에다 데려다놨는데 코로나땜에 누워있는게 안돼서 좀 쉬다가 교실로 보낸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다렸다가 데려다줄라는데

교실 올라가면서 갑자기 가디건 걷어서 지 팔을 보여줌 팔에 담배빵자국이 엄청많았는데 이게 뭐냐고 소리지르니까 자기 아빠가 그런거라고 하면서 존나 씁쓸한 표정짓더라 사실 너무 뜬금없긴했는데 안타까워서 그냥 힘내라 하고 교실에 떨궈주고 내려옴

자기 비밀알아서 갑자기 각별해진건지 애들이랑 있으면 나한테 가까이 있을라고 하는건 느껴졌는데 특별히 이상한건 없어서 딱히 신경안썼다 그러던 어느날 방학때 자기집에 놀러오라는거임

정말 이상한걸 못느꼈기에 개꿀 하고 방학때 걔네집에 갔다. 읽고있는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가을이가 아직 한짓이 아무것도 없다

학교 근처에 좀 비싼 아파트가 있었는데 학교에서 돈많은애들은 거의 거기 살았음 가을이도 돈이 많은놈인지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집 안에 들어가보니까 정리도 잘되어있고 깔끔해서 오~ 했는데 거실에 걸린걸 보고 이새끼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사진같았는데 걔가 아빠랑 존나 다정하게 앉아있었다 전에 들었을땐 아빠가 담배빵하는 가정폭력범이라고 했는데 저럴수가 있나? 싶었음. (가족사진인데 아빠밖에 없는건 넘어가자. 우리학교만 그런걸수도 있지만 주변에 한부모가정인 친구들이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남자 스레주는 남의 가정사를 묻는 뇌없는짓은 하지 않았기에 그냥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았다. 가을이방은 담배냄새가 좀 나는거 빼고는 그냥 평범했고(담배빵얘기를 들었기때문에 그런가보다 했다) 걔 컴퓨터로 게임좀 하다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걔가 갑자기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나갈시간 다돼서 잠깐 나갔다오겠음 보고있는사람들이 있었다면 미안하다

좀 전에 들어왔어 지금 할일 없으니까 다시 써볼게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는게 너무 뜬금없어서 어? 했는데 가을이는 내 반응을 무시하고 노래를 불렀음 랩이나 발라드같은걸 부를줄알았는데 뭔 펜트하우스에 나올거같은 성악이라고 하나 음악수행때 자주 부르는 그런노래인데 암튼 그걸 부르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웃겨서 바로 쓰러지는게 정상인데 그때 기분이 진짜 묘했다 잘부른것도 아니고 그냥 지 목소리로 부르면서 무슨 뮤지컬배우마냥 아련한 표정을 짓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웃기지가 않고 뭔가 울렁거린다고 해야하나 나도모르게 계속 걔 넋놓고 쳐다봤음

거의 1년 된 일이라 노래가 어떻게 끝났는지는 잘 기억안나는데 노래 다 부르고 좀 있다가였나 가을이가 나보고 송레주 담배피우지 하고 묻더라 1학년때부터 형들이 억지로 시켜서 피웠는데 덕분에 한달에 한번씩은 피우고싶어져서 죽겠다했는데 갑자기 지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면서 여기서 피워보라는거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했음 어떤놈이 자기 방에서 담배를 피워보라고 하냐

미친놈같아서 욕했는데도 끈즐기게 한번만 피워보라고 했다 계속 빼다가 슬슬 얘가 좀 무서워져서 결국 하나 태웠는데 아무리그래도 남의집에서 담배피우는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미성년자의 흡연은 불법이라 양심에 찔렸기에 한모금만 피우고 그냥 들고있었다

지금생각해보면 무서운것도 있지만 친구한테 흡연권장하는 쓰레기네

ㅎㄷㄷ 쎄한데 ㅂㄱㅇㅇ

보고있어 존나 흥미롭다

어제 왜 쓰다말았지 지금 여행와서 저녁쯤에 다시 올게

그때 에어컨 틀어놔서 창문도 다 닫았는데 방안에 연기가 좀 차니까 눈도 건조하고 토나올것같았다 고개돌려서 가을이 봤는데 애가 울면서 내 눈만 쳐다보고 있었음 ㅅㅂ

존나 공포스럽긴 했는데 그때 나도 미친놈이었던건지 짜증나거나 패고싶지는 않았다 그냥 좀 전에 걔 노래부를때처럼 나도 아무말안하고 걔 눈 쳐다보다가 말도 안하고 집에 가버렸다

그 뒤로 그냥 애들이랑 놀러다니고 운동하고 했는데 며칠 뒤였나 일주일쯤 지나서였나 미친놈이 나를 한번 더 불렀다 제정신이면 나도 안갔을텐데 왜인지 거길 다시 가고싶어서 걔네집에 갔음

진짜 또 별거 없이 게임하고 과자먹고 대충 앉아있었는데 가을이가 또 담배를 피워보라고 했다 싸이코같은놈.. 거기서 그걸 또 태운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가을이 뭐하는 놈임? 인간은 맞냐

그때가 저녁때쯤이라 괜히 뭔가 오싹하고 불안했는데 감은 틀리지 않았다 걔네 아빠가 퇴근하고 오심… 오자마자 가을이방문을 벌컥 여시더니 걔 뺨을 후려치셨다 그땐 놀랐는데 지금생각해보면 내가 걔 아빠였어도 때리긴했을것같다

난 놀라서 죄송하다고 엄청 사과드렸는데 걔네 아빠가 나보고 진짜 같은학교냐고 물어보시더라 당황해서 다른말은 기억 안나는데 그것만 기억난다 뭔가 되게 의미심장한 말을 많이 하셨던것 같은데 놀라서 지금은 다 잊어버림 뭐 이제 내알바는 아니지만

난 쫓겨나고 가을이는 계속 아빠한테 맞는거같았음 안에서 소리지르는것 같던데 그걸 마지막으로 다시는 걔네 집 안갔다

가정폭력이란걸 들어본적만 있지 실제로 본적은 없었어서 꽤 충격으로 남았었다 그래서 원래 연락은 잘 안했지만 방학때 일부로 더 바쁜척한것도 있었다 엄청 친한애였으면 도와줄 방법을 찾았을텐데 가을이는 금연중인 나에게 흡연을 권장한 놈이었기에 미안하지만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담배만 보면 걔 생각나서 소름끼쳐서 그렇게 끊으려다 못끊었던 담배 방학때 바로 끊었음 이제 완전히 평범한 중딩의 삶을 살아갈수 있게된것이다

연락 피하는걸 눈치챈건지 아닌건지 개학하고 나서 이상하게 가을이가 나한테 거리를 두는것 같았고 찜찜했지만 그냥 지냈다 뭐 할수 있는것도 없었으니까

학교에 확진자도 많이 나오고 줌수업 하는날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멀어졌던것 같다 잘 모르겠는데 걔 그러다가 학교에서 점심도 잘 안먹었던것 같은데 좀 미안하긴 하지만 나나 친구들이나 걔랑 같이 다니는거에 의무감 같은걸 가졌던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걔가 알아서 거리두는게 조금 좋기도 했음 어차피 등교수업하는날은 적었지만 뭐

그렇게 대충 쌩까고 살다가 좀 작은 일이 일어남 가을이랑 일진이랑 복도에서 싸웠다 왜싸웠는지는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데 아니 사실 하나도 모른다 일진이 시비걸어서 싸웠다는거 정도로 알고있음

가을이는 공부해서 어디다 써먹나 했더니 여기다 써먹더라 잘 안들렸지만 비웃으면서 욕만 하는 일진과 달리 말하는게 굉장히 논리적이었음 물론 중딩이 싸우는데에 논리가 뭐 얼마나 필요하겠냐만은… 생각보다 가을이는 말빨이 좋았다

문제는 세상은 가을이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것.. 상대는 키크고 잘생기며 오토바이까지 타던(무면허) 인기남인 일진이었고 가을이는 그에 비해 남녀가리지 않고 피하는 대상이었다 가을이의 피지컬이 은근 좋다고 생각했지만 일진옆에선 그저 하룻강아지일뿐…

가을이의 말이 논리가 있긴 했어도 가을이는 상대를 도발하는 능력이 없었기에 일진에게 계속해서 도발을 당했고 애들은 그 심각한 상황에 웃으면서 아무도 선생님을 불러오지 않았음 일진땜에 무서워서 안불러온것도 있겠지만

친구가 뒤늦게 와서 말리려고 들어갔는데 (전에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반장인 친구) 말리려다 가을이한테 주먹으로 두대 맞았다

엥 반장이나 가을이가 일진한테 맞은게 아니라 가을이가 반장을 때려? 이제 뭔가 슬슬 드러나는건가 ㅂㄱㅇㅇ

>>66 아 놔봐 아 놔봐 하다가 친듯

반장이 약한편은 아니었지만 분노가 실린 주먹이라그런지 맞자마자 휘청거렸고 죽어도 선생님 안부르던 애들은 반장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담임소환하고 셋다 끌려갔다

반장이 말이 많은 타입이 아니라서 우리한테도 별말 안했고 가을이랑 싸웠던 옆반 일진이 반장을 가끔 찾아와서 “널 때린 가을이를 학폭으로 찔러라!” 라고했지만 역으로 가을이가 일진을 찔렀고 결과는 잘 모르지만 내가 들은걸로는 일진은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는것 같다

일진은 억울하다고 우리반에 와서 화를 박박 냈었다 우리반에 친한애도 없는데… 아마 가을이 들으라고 그런것같다

일진의 출장서비스 꼽 이후로 가을이는 학교를 안나왔다 원격수업은 들어왔었음 옛정이 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걔네집에 찾아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한번 더가면 걔네아빠한테 나도 맞을까봐

좀 이상한 앤가 ㅂㄱㅇㅇ

원서쓸때 몇번 나왔는데 마주쳐도 인사는 안했다 애들은 거의 가을이를 자퇴한애 취급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다 졸업 다가올때쯤에 날씨가 되게 추운날이 있었는데 그날 반애들이랑 피씨방에 갔다

계산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폰이 사라졌다 오면서 떨어뜨렸을리는 없었던게 학교랑 피방이랑 되게 가까웠다 애들한테 전화해달라했는데 폰도 꺼져있었음 맨날 잘때 충전하고 자서 폰 꺼진적 한번도 없는데.. 폰이없으면 하루라도 살수 없는 나는 바닥을 샅샅이 뒤지면서 급하게 학교까지 갔다

그때 진짜 운동장이랑 화단 안까지 다 봤는데 없어서 교실로 올라가는데 쎄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음 뭔 오페라 노래가 들리더라 혹시나 하고 올라가서 반 창문을 들여다봤다

예상대로 그건 가을이가 맞았다 가을이는 추운 날씨에 교복에 그 고추장 가디건 한장만 입고 히터도 안틀고 불끄고 지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웃긴건 그날도 가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었다 등교도 안했는데 교복입고 있었던거임

이쯤되니까 미친놈이라기보단 무서워졌다 폰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튀려고 했지만 창문밖의 나를 본 어텀이는 문쪽으로 다가왔다 어둠속에서 저벅저벅 오는데 진심 쫄렸다

가을이는 날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서럽게 울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가을이는 일진에게 당한 안타까운놈이었기에 나는 약 30분 넘게 위로를 해주고 가을이의 눈물쇼가 멈췄을때 왜 여기 있냐고 물어봤다

꼴받게 가을이는 자기할말만 하고 내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별로 중요한 말은 안했고 그냥 자기와 일진의 싸운 얘기를 해줬다 근데 울고 난 다음에 목소리 잘 못알아듣겠는거 아냐? 가을이는 자기만 알아들을 발음과 크기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연히 귀담아서 안들었음 별로 안궁금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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