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안 써. 난 괜찮아.”
창백한 낯을 쓸어내린 손이 힘없이 까닥였다. 손짓은 가벼웠으나, 창문 틈으로 스며든 햇살이 비추는 그녀의 표정은 그렇게 치부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 괜찮다니까. 다들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다정한 여자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 미소의 내포된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제 몫으로 오는 걱정은 아직도 익숙치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여러 쌍의 시선에 아려진 가슴이 소은을 고개 숙이도록 만들었다. 부디 그들이 붉어진 눈가를 알아채지 말기를.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터였다. 결코 그 이상의 짐을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턱을 괸 현제가 물끄러미 소은을 바라봤다. 가는 눈썹을 찡그린 채였다. 그녀가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가늠하는 건 빌어먹게도 쉬운 일이었다. 사랑스럽고 여린 아이는 이번에도 다정을 꾸며낼 심산이 분명해 마지않았으므로.
차라리 마음껏 울면서 화를 내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몇 번이고 너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속삭여줄 요량이 있었다. 적어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다시 한번 집요하게 소은을 향했다. 가늘게 떨리고 있는 어깨가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보였다. 현제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기를 반복했다. 무언가 말을 꺼내고는 싶었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망설이던 입술은 결국 굳게 닫혀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중적인 사람. 진아가 소은에게 쏘아붙인 말 중에서도 유독 뇌리에 박히는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그 말을 정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눈앞이 까마득했다.
그러나 소은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 준 진아와, 악의적인 사진을 찍어 유포한 누군가보다도 원망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소은 자신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은 소은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남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는 건, 정말이지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소은은 어느새 고인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주먹을 세게 쥐었다. 흐려진 시야는 무엇도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더이상 추태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도망치듯 변명을 내던진 소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어쩐지 가시를 밟는 듯 했으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념은 없었다.
2이름없음2023/01/31 06:13:27ID : PdzTXvyLdPa
그냥 손 가는대로 쓴거라 정확한 상황은 아직 안 정했어!! 묘사 위주로 봐주면 고마울 것 같아…!!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