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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8/21 09:09:02 ID : uq7uqZg7uqZ
버려진 지하철 역을 개조한 연구실은 생각보다 매우 쾌적했다. 적당히 세워놓은 가벽이 지하철이 지나다닐 때마다 덜컹거린 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이름없음 2023/08/21 09:25:41 ID : uq7uqZg7uqZ
다행히 연구실의 안쪽은 덜컹거림이 덜했기에 현재 그곳에서 상담을 진행중에 있었다. "안녕 캐롤라인. 상담을 시작해도 되겠니?" 그녀의 이름은 캐롤라인. 어두운 보라색의 곱슬머리를 가진 소녀로 급조된 우리 연구소의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였다. "네..선생님..." "그래. 그럼 몇가지 질문을 해봐도 괜찮을까?" "..." "캐롤라인 네가 대답을 해주어야 선생님이 질문을 할 수 있단다." "네.." "그래 고맙구나. 지난 몇일간 연구소에서 내어준 식사를 전혀 먹지 않았다던데 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전...그걸 먹을 수 없어요." 캐롤라인이 이 연구소로 옮겨진지는 2주가 넘는 시간이 지났으나 그동안 그녀는 물을 제외한 어떤것도 섭취하지 않았다. 다행인건 별다른 음식을 먹지 않았음에도 매우 멀쩡하다는 것이였다.
이름없음 2023/08/21 10:47:56 ID : uq7uqZg7uqZ
이에 근거하여 연구원들은 그녀의 특이점이 '섭취'에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으나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불확실성에 한정된 자원을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럼 네가 뭘 먹을 수 있는지 여기서 골라줄 수 있니?" 캐롤라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곤 유심히 TV 화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건..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캐롤라인이 그렇게 말하며 가르킨 그림은 <조리되지 않음> 항목에 그려진 과일들 이였다. "하지만 캐롤라인. 지난 2주동안 넌 과일조차 먹지 않았잖니." "아니요 선생님. 과일 말고 이거요..이거" 그녀는 다시금 화면을 가르켰고 난 일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 캐롤라인이 가르킨 것은 화면에 비친 나의 모습이였다.
이름없음 2023/08/21 10:59:54 ID : uq7uqZg7uqZ
단순히 인육을 지칭하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부에 보고하여 클론의 고기를 공급해 봤으나 캐롤라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캐롤라인이 굶는 날짜는 늘어났고 3주가 지났을때쯤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생각보다 재단의 상부는 훨씬 빠르고 냉정했다. 나와 캐롤라인의 상담은 전부 영상과 문서로 보고되고 있었고 상부는 과반수의 찬성으로 나를 캐롤라인의 먹이로써 '소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데닐..정말 미안하네. 하지만 상부의 결정이라 나도 방법이 없어" 연구소 책임자의 형식적이고 딱딱한 위로를 마지막으로 나는 전신을 결박당해 캐롤라인의 격리실로 옮겨졌다. 안대를 벗고 정면을 바라보니 침대에 앉아있는 캐롤라인이 보였다. "캐롤라인..오랜만이구나." "안녕하세요...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캐롤라인은 그저 오랜만에 만난 내가 반가운 듯 보였다. 하지만 오래 굶은 탓일까 어딘가 말투에 기력이 없는 것이 티가 났다. "하..."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상부에서 내가 먹이가 되는 조건으로 내건 것은 가족의 안전 이였다. 빌어먹을 놈들 가족을 빌미로 잡다니!
이름없음 2023/08/21 11:07:18 ID : uq7uqZg7uqZ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연구원이긴 했지만 눈 앞의 소녀는 고작 중학생 정도 되는 외형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마음을 억누른채 입을 열었다. "캐롤라인..넌 선생님이 먹고 싶은거지?" 그 말을 들은 캐롤라인의 눈은 검은색으로 변했고 그녀는 이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가 했던 짧은 고민이 무색해질 정도로... "선생님..저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먹히더라도 선생님은 살아있을테니깐요." 캐롤라인의 입이 인간의 모습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꼬이고 뒤틀리더니 넓게 찢어지길 반복해 이내 나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졌고 나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죽고싶지 않아.." 나지막히 내뱉은 체념의 한마디와 함께 나는 캐롤라인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3..2..1..땡! "선생님 일어나셨네요?"
이름없음 2023/08/21 11:14:04 ID : uq7uqZg7uqZ
내가 다시금 정신을 차린건 정확히 3초 뒤였다. 나의 머리는 땅바닥을 구르고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의식만큼은 뚜렸했다. 몸통 부위는 날카롭게 변이한 캐롤라인의 혀에 반으로 갈라져 격리실의 바닥은 쏟아져 나온 나의 내장들로 이미 피바다가 되어있었지만 말이다. "이게..무슨?!" 나의 몸을 반쯤 먹어치운 캐롤라인의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개걸스럽게 인육을 탐하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마치 전쟁터에 내려온 신과 같은 신성한 모습을 띄고있었던 것이다. 캐롤라인의 특이점이 처음 발현되는 순간이였다.
이름없음 2023/08/21 11:19:52 ID : uq7uqZg7uqZ
그렇게 내가 캐롤라인에게 먹힌 뒤로 나는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머리만 남았지만 어째서인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대로 굴러다닐 수 있었기에 움직임에 제약은 없었다. "선생님 이제 저랑 한 몸이 되셨네요? 다행이예요. 이러다가 굶어죽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캐롤라인의 눈빛은 진심으로 안도하는 듯 했다. 그녀는 내 생각보다 훨씬 지적이고 수다스러운 존재였다. 나랑 있을때 말이 적어졌던건 먹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싶어서란다. "캐롤라인 일단 살려줘서 고맙긴 하다만 이 모습은 못 바꾸는 거니?" "죄송해요. 선생님 먹고 남긴 부분만 바꿀 수 있거든요.." 물론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로 좋은 일이였다. 가족을 다시 볼 가능성이라도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다스러운 그녀의 옆에서 나의 신세를 받아들이는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이름없음 2023/08/21 11:27:38 ID : uq7uqZg7uqZ
나는 그 이후로 캐롤라인의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연구소를 굴러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다녔다. 연구소 내부는 캐롤라인의 특이점에 대한 연구로 바쁜듯 보였다. "캐롤라인 근데..너의 특이점이 정확히 뭔지 말해줄 수 있니?" "음..제 능력은 먹은 사람을 선생님과 같이 제 안에 담는거예요. 먹는 것이 곧 저의 능력인거죠."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적어도 몸의 절반 이상을 먹어야 바꿀 수 있으며 대상은 자신이 먹고싶은 사람에 한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특이점은 보통 능력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이점은 단순히 능력의 방향성일 뿐 다중 능력을 가진 개체들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이름없음 2023/08/21 11:28:50 ID : mskoLfcJTPb
오 무ㅜ야 재밋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흥미진진하네
이름없음 2023/08/21 11:42:15 ID : uq7uqZg7uqZ
"그리고라뇨? 제 능력은 이게 다인걸요?" 캐롤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그렇게 다시 2달이 지났다. 머리로 사는 것에 확실히 적응해갈 무렵 연구소에 사건이 터졌다. 격리 실패가 일어난 것이다. "격리 실패! 실제 상황이다! 전 병력은 모두 A 섹터로!!" 지원온 군인들과 경비들이 급하게 움직였고 격리실 내부에는 수면가스가 살포되었으나 나와 캐롤라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음..선생님 무슨 일이 생긴건지 궁금하지 않아요?" "물론 궁금하지만.." "지금이라면 들키지 않고 다녀올 수 있을거예요." 캐롤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격리실의 문을 향해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발 아래에서부터 주변이 끔찍한 소리와 함께 인간의 장기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캐롤라인 이게..뭐니?" "깜짝 선물...이랄까요? 히히" 바닥에 꿈틀대는 혈관과 여기저기 튀어나온 뼈와 장기들 그리고 곳곳에 박혀있는 눈알들까지 그건 마치 지옥과도 같은 모습이였다. 하지만 왜였을까 나는 그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어때요? 선생님. 멋있지 않나요? 이것들 전부 선생님의 것으로 만든거예요!" 순식간에 격리실의 두꺼운 콘크리트 문은 꿈틀대는 육벽으로 변했고 캐롤라인은 나를 집어들어 그 벽을 향해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쾅!! 내 머리가 만들어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파괴력과 함께 문은 산산조각 났고 나는 데굴데굴 굴러 주변을 확인한뒤 캐롤라인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23/08/21 12:02:27 ID : uq7uqZg7uqZ
뿌연 수면가스를 뚫으며 복도를 빠져나오니 A 섹터로 가는 지하 정거장이 나타났다. A 정거장은 더 깊은 지하로 이어졌기에 꽤나 경사 진 내리막길 형태의 거대한 터널이 뚫려있었으나 격리 실패로 인해 열차의 운행은 중단된 상황이였다. "캐롤라인 역시 돌아가는게 어떠니? 내려갈 수단도 마땅치 않은 것 같다만." "다 방법이 있어요. 선생님" 캐롤라인은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나를 집어든 뒤에 입을 크게 벌려 거대한 창자를 터널에 쏟아낸뒤 거기에 올라탔다. 가파른 경사에 창자가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고 가속이 붙자 우린 창자를 갈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때요. 선생님?" "끔찍하지만..아늑하구나" 말 그대로 창자의 안쪽은 의외로 포근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느낌이였달까..
이름없음 2023/08/21 12:06:52 ID : uq7uqZg7uqZ
묘한 감정을 느끼며 지하행 창자열차를 타고 20분을 미끄러져 내려간 결과 A 섹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악! 깜짝이야. 선생님 여기 완전 엿된 것 같은데요?" 캐롤라인은 구석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손바닥만한 거미를 밟아죽이며 말했다. "그래..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구나. 안으로 들어가보자." A 섹터의 모습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시체가 즐비했고 배선함은 무언가에 난도질되어 전등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어둡고 습하며 기분나쁜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름없음 2023/08/21 12:17:50 ID : uq7uqZg7uqZ
내부로 진입하니 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A 섹터의 격리실로 진입하는 육각형의 통로 곳곳에는 피로 된 웅덩이가 고여있었는데 그것은 한 격리체의 특징이였다. "A 섹터 지부장의 딸..결국 격리에 실패한건가."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전 A 섹터 지부장의 딸이 특이점을 발현하게 되었다. 이는 온전히 후천적인 경우로 연구 혹은 치료로 방향성을 잡고 격리했으나 가면 갈수록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에 결국 처분이 정해지게 되었다. 아마 지부장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고를 친 것이겠지. 지부장의 딸의 이름은 사라 지금은 어순을 꼬아 아사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특이점은 '웅덩이'를 매게로 발현되는 무수히 많은 능력이였고 하나하나가 지나칠 정도로 전투에 치중되어 있었으며 강력했다. "캐롤라인.." "저도 느끼고 있어요. 잠깐 실례할께요. 선생님." 캐롤라인은 나를 붙잡아 웅덩이에 던졌고 내가 웅덩이에 접근한 순간 웅덩이에서 수많은 가시가 솟구치듯 튀어나와 나를 찢어발겼다. 물론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푸하핫! 선생님 도넛같아요. 코에 구멍이 뚫리셨네요." "캐롤라인. 장난이 심하구나." 내가 순간 화가나 정색하자 캐롤라인의 얼굴과 눈이 무섭게 변이하더니 쇳소리를 내며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제가 싫어요?" 검게 변한 흰자와 새빨간 눈동자가 나를 응시하며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잡아먹혔던 순간을 떠올렸다. "미..미안해! 내가 캐롤라인을 왜 싫어하겠니. 선생님은 항상 너를 좋아한단다." 일그러진 얼굴은 순식간에 미소짓은 어린아이의 얼굴로 돌아오며 나를 반겼다. 기분이 이상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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