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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다들 무슨 낙으로 살아? (3)
여기다 이렇게 긴 글 처음 써보는데, 읽어줘서 고마워.
내 소개를 하자면 성적 맞춰서 외고 갔다가 기숙사 안맞고 우울증이 너무 심해져서 자퇴한 레주양.
사실 자퇴도 엄마가 휴학 개념으로 제안한 거였어, 자퇴서 낸 1년 뒤에 학교 복귀하라고. 그동안 부족했던 학업 더 쌓자고.
근데 그때 거의 스스로 목숨 끊기 직전이었어서 그냥 학교 안 다니는게 내 살길로 보였기에, 사실 엄마아빠 속인 거지, 무튼 휴학을 했음.
그리고 꿈드림센터 다니면서 공부? ㅈ까 하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활동들에 집중했음. 일단 내가 안정돼야 공부가 잡힐 거라 생각했거든... 공부, 대학에 그렇게 집착하지도 못하는 천성이기도 하고.
그렇게 센터는 내 학교로 여기고 싶을 만큼 소중한 곳이 됐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만큼 내가 마음을 깊게 나눈 인연이 처음이었어. 엄청 행복했지. 그냥 그렇게 행복하다는 걸 깨닫지 못할 만큼 너무 행복했어. 인생이 이렇게 넘치도록 충만한 때가 또 찾아오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
그러던 중에 자퇴 이야기가 부모님과 나 사이에 나왔어. 날 믿지 못했겠지. 공부 더 하라고 휴학시킨 건데 그 조건도 제대로 못 지키고 센터가서 놀러다니기나 하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낼 수가 있냐고 말하셨지.
계속 혼나던 중에 입 꾹닫고 있다가 참다못해 말했어. 거기 가면 정말 죽을 것 같다고, 다시 또 팔에 상처내고 할 것 같다고, 그 한마디만 했어.
엄마아빠랑 나랑 며칠 대치하다가, 결국 엄마 쪽에서 말을 걸었어. 내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대신 조건이 있댔어. 내일부터 독재학원 상담 알아보라는 거야. 2-3주 뒤면 거기 다니게 될 거라고.
왜인지 마음에 안 들어서 생각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또 화를 내셨어.
그래서 한다고 했어.
어차피 내년에 고3이니까, 대학 갈 생각이 있다면 정신차려야겠지 라는 마음이 있었거든. 그렇게 1주일 뒤에 독재학원에 상담을 가서, 아마
3주? 아니면 수능 끝나고 난 뒤 TO가 날 거라 하셨어. 엄마아빠랑도 그때쯤 가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고?
뭐, 가족같은 센터사람들과 정리할 마음 갖기도 충분한 때라 나도 받아들였지. 상담 후 그럭저럭 일주일을 보냈어.
그날은 센터에서 미술수업을 받고 있던 중이었어. 나 생각보다 미술을 잘하더라고.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었어, 거기서. 그런데 갑자기 아빠한테서 전화가 오더니 학원에 TO가 났다고 하는 거야. 일단 교실형 독서실 자리가 났는데, 거기서 한달은 있어야 1인실 독서실로 갈 수 있다고. 이틀 뒤에 바로 짐싸고 학원에 가야 하는 거지.
미안한 목소리였어. 하지만 내가 싫은 기색 내비치면 바로 돌변해서 역정낼 거 알아서, 전화 받는 동안 눈물이 나는데 뭔 말을 못 꺼내겠더라고. 답은 정해져 있잖아. 알겠다고 했어.
나는 왜 항상 당장이 무서워서 멍청한 선택을 할까? 심지어 아빠는 1인 독서실을 욕심내고 있었던 건데, 교실형이 더 좋으니까 나중에 갈 거라고 솔직하게 얘기할 걸 그랬어.
친구 할아버지 장례식도 갑자기 열려서, 친구 위로해주러 가고 싶었는데. 아빤 내가 지금 하는 프로그램과 그 밖의 내 스케줄은 하나도 신경 안 쓰고... 나 되게 애같고 이기적인 거 아는데 너무 분하더라.
그저께부터 독재학원을 다니는 중이야. 확실히 공부 집중도 잘 되고, 내가 부모님과 약속했던 1달 뒤에 왔다면 맘먹고 정말 잘했을 것 같더라. 분명 공부는 잘 되는데.... 너무 분해서 거기 있기가 싫었어.
그리고 꿈드림센터에서 지내는 동안 내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다는 걸 까먹고 살았더라. 외고에서 그거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 배가 엄청 아팠어.
그립고, 현실감 안 들고, 분하고... 원하는 대로 내가 학원에 들어가자, 갑자기 나한테 잘해주는 부모가 역겹다고 느껴졌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까지 이성적인 건지 모르겠어. 아니면 센터에서 노느라 현실감각을 완전히 까먹어서 이 상황이 분한 걸까?
엄마아빠한테 느끼는 이 분노를 대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학원은 또 공부 잘 되는데 다니기도 싫은 이 양가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 노베이스도 아닌데, 독서실 간간히 다니다가 12월부터 마음 잡고 다녀도 될 재수학원을 왜 지금부터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 인생은 왜 항상 부족하고 게으르고 한심한 건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날 낳지 않는게 정답이었을까, 내가 다른 사람 자식이 되는게 정답이었을까?
올해 외고 다니다가 사회부적응 우울증으로 자퇴하고 막막한 사람인데 혹시 이거 보면 조언이나 대화 좀 나누어 보고 싶은데 댓 달아줄 수 있을까요?
우와 제가 2년 전에 쓴 긴 일기네유... 일단 전 우울증이 거의 나아지고 맘잡고 공부했을 때는 이미 여름이었어서 새 시작하고 재수종합학원 다니는 중이에요
조금은 저라는 인간이 과거보다 나아진 듯해서 조심스레 조언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고민이셔요?
2년전 글이란걸 최근 글쓴이 댓글보고 알았네 2년 뒤 발전된 글쓴이 모습하고 대조되어 보여지니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글쓴이가 등장해서 잘됬다고 생각한다 잘컸다
잘 컸다는 말에 왜 맘이 찡해지죠...
그렇게 말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님에게도 늘 좋은 날들이 찾아오길 바랄게요!!!!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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