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riter초은 2022/11/13 14:25:42 ID : u9upTVhumts
심장이 없거든 +) 개그성스레 불가 우울 有 한번쯤 선을 넘어볼 낭랑한 이야기 . ++) 2스레 수정 9 -> 6

2 writer초은 2022/11/13 15:21:20 ID : u9upTVhumts
꽃이 피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긴 겨울은 봄의 따듯하고도 따듯한 공기에 제 발로 녹아내린 듯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서리에 묻혀 버둥대던 >>4들은 매서운 추위들과 얼음땡을 하다 봄의 정령들이 선사해준 하늬바람에 다시끔 활기차게 꽂을 틔울 수 있었다면서 웃음을 건넸다. 길가 모시 향 나는 >>5들은 재잘거리며 작년 여름의 추억을 꺼내보는 듯 하다. 초등학교 골목길 옆 공원에서는 한없이 부리를 딱딱거리는 딱따구리와 참새 소리가 뒤엉켜 합창을 하는 소리가 제법 시끄러웠다. 그리고 내 머리 맡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 바다에도 봄이 왔나요? 나는 이내 입을 꾹 닫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휙 돌렸다. 내 가느다란 다리에 눈물일지도 모르는 물거품이 툭 떨어졌다. 그렇다. 나는 해파리이다. 해파리들은 감정이 없지만 나는 조금 특별했을 뿐이다. 오래된 문구점에서 파는 어린이 연필세트 중에 >>6색이나 고동색 연필세트가 팔리지 않는 것처럼. 흔한 튀는 색깔들 중에 나는 혼자 어두운 색깔이었다.

3 이름없음 2022/11/13 15:24:37 ID : O1cmsmHxCnR
해파리이

4 이름없음 2022/11/13 20:12:17 ID : beMnQnAY5Pi
잡초

5 이름없음 2022/11/14 08:50:46 ID : 6ryY4IK3Pg1
모시풀

6 이름없음 2022/11/14 18:57:02 ID : Pg0sktzdVby

7 writer초은 2022/11/15 15:22:10 ID : u9upTVhumts
바다는 나에게 너무 >>8한 세상이었다. 독 있는 해파리를 잡으러 온답시고 그물로 친구들을 다 쓸어가지 않나. 덕분에 친척들과 동창들은 전부 얼음 위에 곤히 잠들어있는 해파리 냉채가 되어버렸다. 나의 이상형이었던 짝사랑 상대는 어부들에게서 도망치려다가 작살에 아작나버렸고. 나는 봄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인간을 옹호했다는 모함을 받아 투명한 젤리같은 내 머리가 잘려 나갈뻔 했고 오히려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 인간들을 경계하랴 정신머리만 더 똑똑해진 것 같다. 그렇게 내 >>9년 해파리 인생은 이대로 허무하게 져버릴 줄 알았지만 >>10에서 우연히 그 '해파리'를 만난 이후로 내 인생은 180도 뒤바뀌게 되었다.

8 이름없음 2022/11/15 18:47:25 ID : nV9a4LhvCpd

9 이름없음 2022/11/15 19:09:37 ID : 3Cpf81imJO0
2

10 이름없음 2022/11/15 20:20:23 ID : 1dzTWi5U7z9
심해

11 writer초은 2022/11/17 20:56:32 ID : u9upTVhumts
✑ 𝘊𝘩𝘢𝘱𝘵𝘦𝘳 1 여름과 해열제 네가 좋아하는 >>12 맛 사탕을 입에 담고 굴렸다. 누구나 한번 쯤 살면서 심해에 사는 머리가 밝게 빛나는 초롱아귀처럼 언젠가 밝게 빛나는 해파리를 만날 거라고. 너가 말했잖아. 나는 눈물을 한 두 방울 떨어뜨리면서 공허하게 속삭였다. 그 해파리를 낙원에서 마지막으로 폭 안겼을때 그 전율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아니 '못' 잊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식탁에 앉아 플랑크톤을 꿀떡꿀떡 넘기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연결음이 거실 구석에서 세 차례 울려 퍼졌고, 결국 나는 기다란 다리를 이끌고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오랜만이다 >>13!! 그동안 잘 지냈어?" >>14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며 학창시절을 빛내주던 활력소 같은 존재였다. 사람을 물거품 보듯이 아랫사람처럼 대하지만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워낙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서 플랑크톤 샐러드 하나 만드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일명 공주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14이 버릇이 없다며 혀를 차기도 했지만 이런 하찮은 일에 내 감정을 소비하는 것은 그닥 좋은 일이 아니다. 머리에 촉수도 차지 않은 것이 자기합리화를 하며 뱅뱅이 돌리고 결국은 친구들 돈으로 음식을 얻어 먹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싸가지 그 자체다. "다름이 아니라, 다음주 >>15요일이 내 결혼식 날이거든.. >>13 꼭 올거지?" "뭐? 나 >>15요일에 중요한 선약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바보야." "아 근데 내 결혼식 날이잖아 ㅠㅠ 부케 받아줄 친구도 아직 안 정해놨어 ㅋㅋㅋ"

12 이름없음 2022/11/17 23:44:17 ID : 3Cpf81imJO0
체리

13 이름없음 2022/11/18 00:33:42 ID : 6ryY4IK3Pg1
이름 진짜 고민되네..... 진지하게 짓고 싶어도 센스가 없는 거 같고 그렇다고 넘기기에는 앵커 채우고 싶고... 이름이 아니라 호칭도 괜찮은걸까...? 그 전화하면서 오랜만이다 친구야! 같은 그런거.... 근데 여기선 이름 같으니까.. 이름이라는 전제로 바다와 관련된 단어로 후보를 엄선해봤어. 스레주가 고르는게 나을듯. 1. 메밀꽃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파도가 이는걸 비유적으로 메밀꽃이 일다라고 표현한 글귀가 있어서 써봄.) 2. 까치놀 (석양을 받아 바다의 수평선에 번득이고 있는 노을.) 3. 해미 (바다 위에 끼는 아주 짙은 안개.) 4. 뉘누리 (소용돌이치는 물살이나 여울을 가리키는 말.) 5. 윤슬 (햇빛이나 달빛이 비춰 반짝이는 잔물결.) 지금까지 모두 순우리말 단어였어.

14 이름없음 2022/11/18 03:33:44 ID : p85PiqjhcLg
하늬

15 이름없음 2022/11/18 17:13:20 ID : 08i1a8nVhvy

16 writer초은 2022/11/18 19:22:18 ID : u9upTVhumts
✑ 𝘊𝘩𝘢𝘱𝘵𝘦𝘳 1-2 "하.. 그럼 어쩔 수 없지 선약은 너 결혼식 이후로 미룰게. 그래도 친한 친구 결혼식이니까." "꺅 해리야 고마워ㅠㅠ 그럼 다음주 목요일 심해 >>17에서 만나자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 하구ㅎ 뿅!" 결국 약속을 잡아 버렸다. 그렇게 나는 어둡고 비린내 나는 심해에서 왜 하는지도 모르는 하늬의 결혼식에 무사히 갈 줄 알았지만... 나는 그만 여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내 집이 해수면 근처에 있었던 터라 더워질수록 내 몸은 타들어갔다. 캘록캘록ㅡ 케엑ㅡ 빈약한 기침소리가 집 안을 메울 때 하늬는 결혼식장에서 까맣게 나를 잊고 해맑게 웃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동시에 선약도 파토내고 하늬의 결혼식에도 불참한 우울해진 나는 기분전환이라도 할 겸 집 근처 >>18 산책이라도 나가기로 했다. 연이어 기침을 내뱉고 눈물이 맺힐 수록 감기를 어서 잊기 위해 더, 더,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걸은지 >>19 시간. 이제는 열이 올라 발걸음도 뗄 수 없었다. "하아... 힘들어. 이럴 줄 알았으면 이불 덮고 감기약이나 먹고 있을걸. 어떻게 집으로 돌아간담." 가방에 돈이라곤 한 푼도 없었던 나는 지나가던 해파리들에게 애절하게(?) 구걸을 해버리겠다는 참신하고도 도태된 방법을 이용했다. +) 13레스 님이 추천해주신 해미에 리 자를 따서 주인공 이름을 '해리'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바다 위의 거리를 나타내는, 길이의 단위'.. 라고 하더군요 : )

17 이름없음 2022/11/19 11:32:32 ID : 9a5VdQmpWpc
마리아나 해구

18 이름없음 2022/11/19 12:11:26 ID : nTQq0twINBu
산호초

19 이름없음 2022/11/19 18:21:17 ID : 6jhe3QrbBan
3

20 writer초은 2022/11/19 21:20:21 ID : u9upTVhumts
✑ 𝘊𝘩𝘢𝘱𝘵𝘦𝘳 1-3 저녁놀이 스르르 산 너머로 넘어갈 쯤 나는 무턱대고 두손을 모아 지나가는 해파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파에 쏠려 휘청거리며 애처롭게 애원을 해봐도 해파리들은 불쌍한 눈빛으로 혀를 차며 나를 내칠 뿐이다. 하긴 이름도 모르는 해파리를 무턱대고 도와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구걸을 하겠다는 다짐도 꺾어버린 열감기는 정말 악질이었다. 결국 근처 >>21 벤치에 앉아 눈물을 훌쩍거렸다. "흐,흐윽..." 한창 서럽게 마음을 쏟아내는 중인데 웬 해파리가 나타나 나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몸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은데..." 후덥지근한 공기를 메운 따뜻한 그의 손길은 너무나도 간절했다. "제가 독한 감기에 걸려서... 약 좀 사다주실 수 있을까요?" 그는 당황해하며 머스크 향이 풍기는 >>22 무늬 손수건을 꺼내며 내 콧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뭘. 감기약 사드리면 될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흐윽..." 그의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나는 연신 고마움을 전했고, 그는 곧장 약국에 뛰어들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분위기였다. '정말 고마운 해파리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21 이름없음 2022/11/19 23:20:44 ID : 6ryY4IK3Pg1
말미잘 군집

22 이름없음 2022/11/19 23:43:06 ID : 3Cpf81imJO0
산호

23 writer초은 2022/11/20 12:21:08 ID : u9upTVhumts
✑ 𝘊𝘩𝘢𝘱𝘵𝘦𝘳 1-4 나는 해열제를 먹고 마음을 겨우 추스려 그의 옆에 앉아 어떻게 된 일인지 축 늘어진 목소리로 벙긋거렸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그래도, 다행이잖아요." "데려다드릴까요." 그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어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신세를 너무 많이 지는데.. 괜찮을까요?" "저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24로 가시는 길, 맞죠?" "어어?! 어떻게 아셨어요? 진짜 족집게시네." "그럼 일어나 볼까요." 그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심해 버스 정류장이었다. >>25번 버스가ㅡ 곧 도착합니다ㅡ. 길게 메아리치는 인위적인 목소리가 귀에 어렴풋이 들렸다. 심하게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킨 채 가리비 의자에 앉았다. 구름이 떠내려가는 짙은 노을 속 나는 낭만을 만끽했다. 그리고ㅡ 스르르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에 들었다. 너무 >>26했다. 어쩌면 나, 사랑에 빠졌을지도 몰라. 활짝 핀 표정에 발그레해진 양볼. 넓고 깊게. 바다 냄새를 음미하듯 입술을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리며... 아무래도 좋았다. 𝘦𝘱.1 여름과 해열제 𝗲𝗻𝗱.

24 이름없음 2022/11/20 16:30:50 ID : Pg0sktzdVby
메아리 해곡

25 이름없음 2022/11/20 17:11:35 ID : xBbDs9Alva6
217

26 이름없음 2022/11/20 19:33:51 ID : 6ryY4IK3Pg1
따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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