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글은 처음 써 봐. 털어놓을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고 싶지 않았던 세월이 어느덧 30년이 넘었어. 벽장으로 살아와서 퀴어 지인은 한 명도 없지만, 키도 큰 편이고 머리도 짧아서인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그래. 하지만 나는 남성을 좀더 좋아해.
손에 꼽을 정도지만 남자와 연애를 한 적이 있었어. 하지만 전부 오래가지 못했어. 남성들에게 여성스럽기를 권유받으면 아무리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즉시 헤어져버려. 머리를 기르라거나 치마를 입으라는 등 네 성별답게(여성) 행동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패닉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런 모습의 나를 상상하면 소름이 돋아. 그래서 남성과의 연애 최장 기록이 한 달이 안 돼.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여성 지인들의 도움으로 내면의 상처를 회복한 경험이 정말정말 많아. 그럴때마다 생각해. 내가 여성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맘같아선 나를 남자로 대해 줄 사람을찾는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고 싶어. 하지만 주변에는 남성 지인이 없고, 내 정체성에 관한 혼란을 털어놓았던 소수 이성애자 여성 친구들은 “어쨌든 너는 남자를 좋아하니까 우리랑 같잖아?”라는 반응이라 더이상 정체성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있어. 이렇게 이상한 내가 과연 이성애자일까? 그렇다면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 말 - “왜 그런 이유로 힘들어하고 헤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에 대한 답은 어떻게 내려야 할까... 자신을 좋아하면, 혹은 살다보면 ‘남자같기’를 포기하고 여성스럽게 변할 거라는 ex와 부모님의 말이 미치도록 싫었어. 이런 이유 때문에 집안에서 권유하는 선/소개팅 등도 전부 거절중이야. 그래서 혼자 지내는데 만족하면 참 좋을텐데, 나이가 먹고 성취한 것들이 생겨나니 그러기도 쉽지 않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찾고 싶다는 억지 욕심때문에 가끔 많이 슬퍼져.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지금 나이에 되새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지금은 이 말에 기대고 싶네. 언젠가 나와 비슷한 슬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서로 치유해줄 수 있자면 좋겠다...! 어쨌든, 오늘 자고 일어나 또다시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야지. 이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
긴 푸념 읽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다들 오늘 하루 평온하고 행복해라!
2이름없음2023/08/21 15:40:57ID : Y7hBy2K0nDA
>>1 그러니까 지금 고민이 본인이 트랜스젠더 즉, 남자의 성별로 남자를 좋아하고 싶단 소리야? 글이 좀 모호하고 이해가 안가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