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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2/25 06:22:28 ID : 6nVdWpcJXvA
덜컹덜컹. 박사님이 어렵게 구했다던 기차는 굉장히 불편하고 오래 걸렸다. 아무리 천재여도 감성이라는 부분은바보 같은 면이 있는 모양이다. '레트로' 같은 말을 붙이셨지만 이건 그냥 고물이었다. 이 세상 누가 고물상에게 '레트로 콜렉터' 같은 거추장스러운 별명을 붙이겠는가? 박사님이 레트로의 뜻을 모르거나, 아니면 멍청해서 사기를 당한 것이 틀림없었다. 산 아래 해변가에 지어진 시골 마을, . 이곳에서 있을 즐거운 일들은 나중을 위해 미뤄두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눈을 감은 채 소리에만 의존하며 박사님의 뒤를 따랐다. 내 손을 잡아주었다면 훨씬 낭만적인 분위기였을 터다. 하지만 그녀의 키가 굉장히 작고 성격도 치와와 같아서 누굴 도울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이게도 내 청각 센서는 매우 고급졌고 그것만으로 나는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생일이 똑같은 6 남매. 심지어 각각의 나이차는 고작 1살. 이런 가족이 존재할 수나 있는 걸까? 아이는 어떻게 키웠으며 또 산후조리는 어땠고, 산모의 몸에는 이상이 없었는지 아주 많은 것이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그 독특함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가고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들과 지낼 생각이다. ☆개그성 앵커 지양. 치유물 같은 분위기를 내고는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네! ☆연속 앵커, 발판 -> 앵커 식의 레스 2회까지 허용! 3,4회는 12시간 지나고도 조용하면 다시 허용! ☆주로 밤 ㅡ 새벽에 작성. 언젠가 동접으로 각 잡아서 달리고 싶은 사람들 있으면 안 늦는 시간에 한 번 공지하고 쭉 달려보고 싶기도 해. 스레 반응 좋으면 눈치껏 다시 얘기할게! ☆등장인물 정리 ( 참고했어!) 나태하고 깔보길 좋아하는 박사 얀블 농담을 좋아하는 안드로이드 미소노 이불 쓰고 첫등장한 장녀 나일 (안드로이드 호칭은 미니) 수염난 곰 소년 둘째 노아 낯가리는 안경 소년 셋째 내시 당차 보이는 단발소녀 넷째 나나 흑발 염색 반항기 고2 다섯째 넬리언 동글동글 호기심 소년 니어 (안드로이드 호칭은 소미) [첫 주 일정 ]
이름없음 2024/02/25 10:19:31 ID : RCrvDwGr83B
얀블
이름없음 2024/02/25 10:43:29 ID : tuoGoNzgrvv
스트라이샌드
이름없음 2024/02/25 20:01:19 ID : 6nVdWpcJXvA
딩동딩동.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보아도 누군가 나올 기색을 하지 않았다. 이제 벌써 8번째 누르는 것이었다. 초인종을 누르면 누군가 나온다는 것이 당연했던 나는 그저 그 행동만 반복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사님은 한숨을 깊게 내뱉더니 내게 비키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어린애 같은 박사님은 그저 자기도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것 같았다. 흔히 중학생 정도에서 완치된다는 '버튼만 보면 냅다 누르고 싶은 증후군'을 박사님은 아직도 고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기회를 앗아가던 박사님을 벌하듯 현관문 너머에서 누군가 발을 쿵쿵대며 다가오고 있었다. 피어오르는 샤덴프로이데에 나는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미소를 준비했다. "누구세요?" 그리고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문을 열며 나타났다. 칙칙한 색의 집업과 스웨터,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고 9월의 단풍에 드문드문 보이는 붉은 기가 맴도는 노란빛의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은 뒤로 모아 말총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는 부분은 아닌 듯 많은 부분이 삐져나와 자유분방하게 얼굴 주변에서 휘날렸다. "여기가 그러니까..." "(성씨) 가족입니다, 얀블 박사님." 내 빠른 도움에 박사님은 고맙다고 짧게 손짓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가 맞지?" "네. 맞아요." "...너밖에 없니? 어머님은 안 계셔? 집안 어른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안 계세요." "흠. 그것참 곤란하네. 누구라도 좋으니까 어른 없니? 가서 어른 좀 모셔오렴." "그... 아니다. 데려올게요." 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장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누구를 데려올지 궁금했다. 어머니만 계시는 가정에서 데려올 어른이라고는 첫째나 둘째 정도일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훤칠한 사람이 처음으로 나왔기 때문에 어른스럽고 단정한 사람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리고 이게 커다란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누구세요." 우리의 앞에 나타난 건 이불 덩어리였다. 키는 나와 비슷할 정도이니 꽤 컸지만 그것외엔 무엇 하나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커다란 몸을 전부 가릴 정도로 넓은 이불을 뒤집어 써서 완전히 몸을 가렸기 때문이다. 숨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내가 이런 상태에서 너희를 만나려고 왔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위협 같았다. 이 상황에 가장 당황한 건 얀블 박사님과 직접 데려온 소년인 것 같았다. "어... 음... 그러니까...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할까요?" 어지간히 놀랐는지 박사님은 말까지 더듬었지만 이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던 우리는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그리 좁지도 넓지도 않은 내부와 목재 가구들이 즐비했다. 히비스커스 꽃들이 곳곳에서 보였고 디퓨저나 꽃내음과 같은 새콤한 향도 느껴졌다. "어머님과는 이미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안드로이드 성능 테스터로 발탁되셨습니다." "네? 저흰 그런 걸 신청한 적이 없는데..." 그제야 우린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시의 두더지처럼 이불 구멍으로 얼굴을 꺼내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 저 이불이 자신의 영역처럼 쓰였던 걸 생각하면 두더지보단 달팽이와 더 닮았을지 모르겠다. 그녀는 박사님만큼이나 긴 머리카락을 늘어트렸다. 물론 박사님은 키가 작기에 실제로 보기에는 박사님이 아래까지 늘어지겠지만, 여전히 그 길이가 긴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둥근 얼굴에 눈매는 살짝 날렵했고 코는 높았다. 화장따위 하지 않아도 열심히 꾸민 박사님만큼이나 입술이 붉었고 광대를 부각시켜주는 핏기가 돌고 있었다.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박사님은 얼버무렸다. 내게 귀띔해준 바로는 어디 보험사에서 몰래 사들인 개인정보로 '의도한 척' 테스터 지원을 넣고 있다고 했다. 내 앞에서는 떵떵거리며 문제없다고 멋진 척은 다 했으면서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말할 용기가 없는 모양이다. 이렇다할 변명도 듣지 못한 그들은 이제 우리를 살짝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가족 구성원에게도 동의는 필요하니 설명하겠습니다. 저희의 고급 안드로이드에 실험적인 기능을 탑재하였는데, 내부 데이터만으로는 도저히 그 수준이나 실제로 끼칠 영향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찾아온 곳이 이곳, 가입니다." 박사님은 자기가 설명하기 불리한 부분에선 의도적으로 말을 빠르게 하며 최대한 넘겨짚으려 했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했지만, 내겐 그 차이가 분명히게 느껴졌다. "테스트 진행은 단순히 가족과 안드로이드의 상호 작용을 기록하는 것에 그칩니다. 어떠한 테스크를 내어주진 않고 단순히 돌아가면서 안드로이드와 함께 생활을 지내면 끝입니다. 저와 안드로이드는 사전에 어머님과 합의한 다락방에서 지내게 될 예정이고 현재 계획은 1년 정도의 기간을 잡아두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동의하십니까?" "음. 아직 확답을 드리긴 함들 것 같네요. 아무래도 다른 애들과도 얘기해봐야 하는 거고, 또... 아직 이 일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아, 참고로." 박사님은 휴대전화를 꺼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지 소년도 그녀도 얼굴을 쭉 내밀어 그 화면을 멀뚱멀뚱 바라봤다. "당연히 매달 돈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생활이나 숙박, 그리고 식비 따위들은 기본. 테스터 활동에 대한 수고비와... 사실대로 말하자면 저는 휴가 차원에서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몰래 끼어든 지라 그에 대한 입막음 비용까지 하면... 한 달에 이 정도 돈이 지급되겠네요." 박사님이 휴대전화로 보여준 액수에 그들의 입은 턱이 바닥에 닿을 듯 벌어졌다. 통상적인 회사원이 반년은 일해야 벌 돈을 매달 지급하는 것이었다. 방금까지 개인정보 따위에 당황해서 기죽었던 박사님은 금새 나아져 다시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역시 돈이면 다 된다고 비아냥거리며 속으로 웃는 게 뻔했다. "할게요!" "할게!" 그리고 그 둘도 박사님의 생각과 별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었다.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듯 다급히 대답하는 그들을 보니 나조차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박사님은 곧장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더니 소파쪽에 앉으려 했다. 하지만 이불을 뒤집어 쓰던 여성은 그런 박사님을 멈춰 세웠다. "아, 그... 저기... 선생님?" "얀블 박사라 불러요." "얀블 박사님, 그래서 그 안드로이드는 언제 오는 건가요? 아직 이곳에서 지낼 짐이 없으신 거 같은데.... 같이 오는 걸까요?" 그녀가 말을 꺼냈지만 소년도 제법 궁금한 듯 박사님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나와 박사님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다가 이 상황에 웃음을 작게 터트렸다. 나는 눈치껏 그들에게 한 걸음 내디뎠고, 박사님은 곧장 소개했다. "이쪽이 테스트에 참여할 저희 랩 최고의 안드로이드, (모델명, 모델번호, 이름 중 자유롭게 작명)입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첫째가 부를 호칭)이나 (막내가 부를 호칭), (나머지가 부를 호칭)이라고 불러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내 외견은 인간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더욱 인간다울지 몰랐다.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시선이 떨리기까지 했다. "난... 첫째인 이야." "전 . 막내입니다." 이 뻗어온 손을 가볍게 붙잡으며 악수를 했다.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도 이 상황이 어색한 듯, 자신의 손을 계속 바라보며 두 눈을 껌뻑였다. "안드로이드, . '농담'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약간 겁먹은 듯한 그녀와는 다르게 옆에 붙어있던 소년, 은 점점 눈빛이 밝아졌다. 호기심으로 가득찬 그 눈동자는 내게서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나도 그에게 시선을 맞추며 가볍게 미소 짓고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분량조절 대실패☆ 다음부턴 이것보단 짧...을 거야. 아마? 어쨌거나 너무 길어졌네. 미안하다...!!
이름없음 2024/02/25 20:42:52 ID : IFa08nV83Ci
알버트
이름없음 2024/02/25 23:17:07 ID : DwNs7861B9e
미소노
이름없음 2024/02/26 13:11:56 ID : tuoGoNzgrvv
본명은 미소노고 호칭이 여러 개? 미니
이름없음 2024/02/26 14:24:03 ID : Gq4Zdu63Wjc
소미
이름없음 2024/02/26 14:36:16 ID : 2pVapVbwsjc
미소
이름없음 2024/02/26 21:15:13 ID : 9vxCnPjBz81
나일
이름없음 2024/02/26 22:58:14 ID : 9wNunxwrcK3
니어
이름없음 2024/02/27 06:59:51 ID : 6nVdWpcJXvA
웅성웅성.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순식간에 피로해졌다. 아무리 시끄럽고 제각각인 소리더라도 안드로이드이니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아무렇지 않다는 건 아니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심정이 이해되는 기분입니다. 제가 신기하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다들 이렇게 쳐다보시면 부담스럽습니다." 여섯 남매라는 건 말로 들었을 때보다 실제로 둘러싸였을 때에 더욱 그 숫자가 체감이 되었다. 말만으로는 별로 많아 보이지 않겠지만 이는 거의 대가족의 평균적인 숫자였다. 그런 인수가 나를 둘러싸 구경한다는 건 굉장히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부담도 느낄 수 있는 거야?!" 그때, 넷째인 이 놀라 소리칩니다. 그녀는 훨씬 붉은 기가 돌면서 귓가까지 내려오는 찰랑거리는 단발을 지녔었다. 이미 나일을 보며 알았지만, 이 집안의 여자는 키가 제법 큰 편이었다. 은 거의 막내인 니어만큼 키가 컸다. "으아... 이러다 무섭다는 감정도 느끼겠어!" "...당연 무섭다는 감정도 느낍니다." 잔뜩 신난 것과 무서워 하는 것의 사이인 반응에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어색하게 웃으며 답하자, 그 반응에서조차 은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너희들 노는 건 좋은데... 그... 좀 다른 데서 해줄래?" 그때, 둘째인 가 시리얼을 퍼먹다가 말고 속삭였다. 워낙 무표정에 곰처럼 커다란 몸집의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아낼 수가 없었다. 완전히 짧은 금발에 턱에는 수염이 짧게 남아있었고, 꽤나 각진 얼굴을 지녔었다. 둥근 느낌이 더 강한 니어와는 딴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그가 이 상황에 화가 난 건지 그냥 잠을 덜 깬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거... 불편하지 않아...?" 뒤이어 셋째인 가 속삭였다. 그는 나에게조차 시선을 맞추기 힘든 듯 머뭇거리며 제대로 말을 잇질 못했다. 그는 와는 반대로 완전히 붉은 머리였다. 덥수룩하고 정리되지 않은 단발은 그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았고 커다란 눈에 걸맞는 커다란 안경과 움츠러든 행동거지 때문에 이목구비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불편할 이유가 있나요?" "그게... 그... 저번에 봤어... 안드로이드는 궁극적으로는 로봇개처럼 사람의 대체품 정도로 쓰이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고.... 그런데 그런 복잡한 감정이라던가 자유의지를 지니면... 그런 취급을 받는 게 싫어지지 않아...?" "인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생체 자판기'가 된 것 같음에 불편함을 느끼나요? 일반적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글욕감과 분노는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처지에 관해 불편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내 설명에 모두가 입을 꾹 다문 채 경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장통 같던 이곳도 누군가의 말에 경청하는 것만큼은 수준급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도 말하는 보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저희도 같습니다. 이는 저희에게 있어 인간의 취직과 거의 같습니다. 어느 정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선택할 기회를 주니, 오히려 싫은 직장에 가야하는 인간보다도 만족스러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계약으로 평생의 직장에서 만족하며 숙식을 책임져준다면 인간 중에서도 나름 좋아하는 사람은 제법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설명이 끝나자 는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 이런 대답이 신기하기만 한 듯 그들의 시선은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나일과 니어는 정말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야. 나 먼저 간다." 그때, 다섯째인 이 눈을 굴리며 짜증을 부렸다. 다른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작은 속삭임에 눈치챈 것은 듣고 있던 니어뿐인 듯했지만, 내게도 그건 분명하게 들렸다. 그런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예민하게 설계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뭐야. 그냥 가게?" "몰라. 저딴 고철 덩이 뭐가 좋다고... 니들끼리 알아서 놀아라." 은 다른 그 누구와도 다르게 흑발이었다. 빛에 비춰지는 수준을 볼 때 염색한 것처럼 보였다. 둘째만큼은 아니지만 그도 체격이 조금 커다랬다. 말투에는 날이 서 있었고 무언가 웃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항기라기엔 니어가 고등학교 1학년, 이 2학년이니 너무나도 늦은 반항기였다. 내가 눈치챈 걸 니어도 눈치챈 듯 어색하게 웃어대며 내게 사과했다. 딱히 사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너무 유사한 안드로이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거부감은 생활 중에 고쳐지기도 안 고쳐지기도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 너희 미소노 너무 괴롭히지 마라. 쟤 나중에 피곤해지면 나한테 신경질 부린다고. 알아?" "다른 이야기도 하자, 미소! 무언가 가능한 다른 기능은 없어?" "하하..." 얀블 박사님은 팔자 좋게 소파에 몸을 늘어트리며 외쳤지만, 의 말에 묻혀 누구도 신경 쓰질 않았다. 유일하게 니어만이 그것에 반응해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둘은 무언가 조용히 속삭이며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집안 사람은 얀블 박사님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내가 오며 따라굴러온 돌덩이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니어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지니고 행동하는 듯했다. 난 조용히 박사님과 대화하는 니어를 빤히 구경했다. 이번엔 그가 나의 동물원 속 동물이었다.
이름없음 2024/02/29 15:28:18 ID : 9vxCnPjBz81
나나
이름없음 2024/02/29 18:19:47 ID : Gq4Zdu63W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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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2/29 20:45:19 ID : tuoGoNzgrvv
내시 이불 쓰고 첫등장한 장녀 나일 (로봇 호칭은 미니) 수염난 곰 소년 둘째 노아 낯가리는 안경 소년 셋째 내시 당차 보이는 단발소녀 넷째 나나 흑발 염색 반항기 고2 다섯째 동글동글 호기심 소년 니어 (로봇 호칭은 소미)
이름없음 2024/03/01 21:32:03 ID : Gq4Zdu63Wjc
넬리언
이름없음 2024/03/02 04:52:14 ID : 6nVdWpcJXvA
헉 등장인물 정리한 문장이 너무 이쁘다! 넬리언 이름까지 전부 넣어서 레스를 적고 본문에 앵커하거나 본문 아랫부분에 사용해도 될까?
이름없음 2024/03/02 05:57:40 ID : 6nVdWpcJXvA
속닥속닥. 나를 향해 쏟아지던 질문 세례는 조금 잦아들었다. 하지만 계속 내게 이야깃거리를 던지며 말을 이어나가려 했다. 주로 나나가 주제를 던졌지만 가끔 나일이 이곳에서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관해서도 물었다. 아무래도 가족 모두가 쉬는 휴일이니만큼 나의 일정에 대해서 확실하게 조율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박사님이 분명 미니와 번갈아 가며 지내달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것 외엔 마땅히 할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흠..." 그리고 이번에도 나일이 생각에 잠기며 혼잣말을 했다. 주름진 미간은 그녀가 깊게 생각에 빠졌음을 얼굴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자자, 애들아. 일정 조율해보자. 미리 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곧이어 그녀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이곳에 아예 없는 넬리언을 제외하면 하나도 빠짐없이 그녀의 지시에 따랐다. 이전까지 특색이 넘치던 그들은 마치 자동차 조명을 맞은 순록처럼 고개만 그녀를 향한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에 나와 박사님께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이들의 리더와 다름이 없었다. "우선 당장 오늘 미니와 지내고 싶은 사람 있어?" "아깝다! 나는 오늘 이미 친구랑 약속 있어." 가장 내게 눈독을 들이던 나나는 아쉬워하며 약속을 잡은 걸 후회하는 듯했다. 그 말이 마치 친구보다 오늘 처음 보는 안드로이드와 지내는 게 더 기대됐다는 것처럼 들려서 웃겼다. "난 공강이 있으니까... 그때 해도 될 것 같고..." 내시는 뒤로 미루었다. 아무래도 주말이 아닌 날에 가능한 사람이 적은 만큼 평일을 맡으려는 생각 같았다. 아무래도 나일과 노아는 회사원, 나나와 넬리언, 니어는 아직 고등학생 3학년에서 1학년까지 전부 꿰찼으니 평일을 맡아줄 누군가가 있는 편이 좋았다. "난... 난 오늘 그게... 어..." 그리고 연이은 불가능하단 소식에 나일은 바삐 머리를 굴리는 듯했다. 딱 봐도 그녀도 오늘은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녀에겐 아직 안드로이드라는 존재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됐어. 내가 할테니까 다른 사람 일정이나 정하고 있어." 노아의 의견을 묻기도 전에 니어가 단호하게 속삭였다. 노아는 그런 니어를 빤히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후식인 에너지바를 마저 먹었다. 나일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고맙다는 눈빛을 그에게 보내고 있었다. "저도 니어가 자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입니다." 나도 사실대로 말했다. 딱히 무슨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었기에 대부분이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나일만이 내 속삭임에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런가요? 다행이에요, 소미. 괜히 나섰다가 미워할까 얼마나 긴장했었는데요." 니어는 싱긋 웃으며 답하고는 머리를 뒤로 묶었다. "좋아하는 간식 있으세요?" "을 좋아합니다." "음.. 집에는 없고 가는 길에 사가는 걸로 해요. 짐 챙기고 올게요. 먼저 나가 계세요." "또 유치한 비밀 아지트에서 놀겠네." 그때 노아가 처음으로 웃으며 의자에 몸을 늘어트렸다. 사실 웃는 것보다는 비웃는 것에 가까웠지만, 어느 쪽이든 표정이란 걸 짓는 게 거의 처음이었다. 어쨌거나 비밀 아지트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 노아의 말에 귀 기울였지만 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딱히 비밀 아지트는 아니거든. 게다가 뭐 어때. 이 동네에서 놀러 나갈 곳이 얼마나 있다고." 니어는 시큰둥하게 답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떠났다. 나는 그걸 잠시 바라보다가 일어서 나머지 가족에게 인사하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다시 나타난 니어는 무언가 원통형의 가방 같은 것과 스케치북을 메고 나타났다. 복장은 초록색의 커다란 집업 속에 하얀 후드를 입고 있었는데, 초록색 옷 위에 단풍 같은 머리가 달려 있으니 왠지 산 정상에만 단풍 나무가 즐비한 산을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문 소리가 들릴 때까지 8분 하고도 52초 38만큼 기다렸으니 옷을 갈아입고 오는 것치고 빠르셨습니다." "...정말로 몇 초인지 센 거예요?" 니어가 약간 겁 먹은 듯 속삭여서 나는 참지 못하고 가볍게 키득거렸다. "당연히 농담입니다. 그런 걸 세서 얻는 게 뭐가 있겠나요. 그나저나... 메고 계신 것은 뭡니까?" "아, 이건 화구통이랑 스케치북이에요. 처음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연구소에서는 볼 일이 없으니까요." 아쉽게도 그게 뭔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신난 듯한 그에게 반박하지 않고 고개만 주억거렸다. 애당초 몰랐더라도 머릿속의 네트워크망으로 2초만에 검색해 결과를 알아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니어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럼 편의점으로 갈까요?" [이번주 일정] 첫 날 : 니어 둘째 날 : 나일 셋째 날 : 넷째 날 : 다섯째 날 : 여섯째 날 : 넬리언 마지막 날 : 얀블 박사님과 데이터 점검 및 휴식
이름없음 2024/03/03 00:05:47 ID : tuoGoNzgrvv
푸딩 ㅇㅇ 영광이지
이름없음 2024/03/03 00:30:55 ID : Gq4Zdu63W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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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3/03 12:21:07 ID : alg3TVhwJU4
노아
이름없음 2024/03/03 12:43:55 ID : lfRB864Y08n
내시
이름없음 2024/03/03 13:07:38 ID : 6nVdWpcJXvA
나나 이제 생각해 보니까 마지막은 앵커 안 해도 되네
이름없음 2024/03/05 22:35:11 ID : 6nVdWpcJXvA
☆첫 주 일정 기록용 / 첫 날 : 니어 / 둘째 날 : 나일 / 셋째 날 : 노아 / 넷째 날 : 내시 / 다섯째 날 : 나나 / 여섯째 날 : 넬리언 / 마지막 날 : 얀블 박사님과 데이터 점검 및 휴식
이름없음 2024/03/05 22:57:11 ID : 6nVdWpcJXvA
삐빅삐빅. 동네에 마트가 아닌 편의점은 단 하나뿐이어서 그런지 이곳엔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 바코드를 찍는 소리는 쉬지 않고 들려왔고 그 사이에서 니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런저런 간식을 바구니에 담았다. 나는 그저 그의 옆을 따라다니며 시골의 편의점엔 무얼 파는지 구경했다. "그나저나 푸딩이라니. 뭔가 의외네요." "그럼 뭘 좋아하실 줄 알았나요?" "네? 뭐... 비싼 간식.... 글쎄요? 비싼 간식을 본 적이 없어서." 니어는 비싼 간식의 기준을 무어로 잡아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어색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가볍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최고의 안드로이드라고 박사님이 떵떵거리며 저를 소개하셨지만, 어디까지나 전 평범한 걸 좋아합니다. 귀여운 동물이라던가, 편히 쉬는 거라던가, 푸딩 같은 거죠." "수수한 부잣집 아가씨 같네요." "그것보단 '거지 뱀파이어' 같네요. 우월한 종은 일반적으로 못 산다는 편견이 없기 마련이죠." "그게 '농담'인가요?" "그렇습니다. 들어볼 만했습니까?" 니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는 곧장 내게 물었다. "다른 안드로이드는 농담을 할 수 없나요?" "할 수는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적당한 걸 말할 수는 있겠지만, 스스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언어유희와 그로 인해 재미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건 굉장히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대단한 거였구나... 하기야 이렇게 사람 같은 모습을 보이는 건 뭐가 됐든 대단한 일이겠지만요." "그건 그렇습니다." 나도 적당히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보인 노란색 봉지에 손이 먼저 반응했다. 내가 계란 과자를 집어든 걸 보던 니어는 그 모습이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얀블 박사님이 좋아하는 과자입니다. 하나 사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죠. 저희한테 돈 주시는 분인데 과자 하나 못 사드릴 리가!" 니어는 마치 뭘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이 답했다. 슬슬 음료수와 간식으로 무거워진 바구니를 보던 나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의 의미를 이해 못 한 니어는 또다시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꼬리로 대화하듯, 무언가 감정이 떠오르면 눈썹부터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눈썹 강아지.' 나는 굳이 떠오른 농담을 말하지 않은 채 속삭였다. "왜 그러세요?" "제가 들겠습니다." "이 정도는 제가 들어도 괜찮아요. 손님이신데 무거운 걸 들게 할 수는 없죠." "...제가 니어보다 몇 배는 더 셉니다. 그 정도는 제게 사과 한 개의 무게로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니어는 힘빠진 웃음소리를 내며 기어이 바구니를 넘겨주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에겐 힘이 든다는 감정이 없는 만큼 건네주면 끝날 일인데 그는 굳이 말을 길게 했다. 돕지 못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나는 기분만 나빠질 뿐이었다. 이따금씩 누군가의 선행은 남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도 한다. 계산대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의 차례가 오자 그녀는 니어를 알아본 듯 살짝살짝 입꼬리를 당기며 웃을락말락 그를 바라보았다. "여자친구니?" "네? 어... 네?! 아니요! 그게 그러니까 이분은..." 니어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양손을 재빨리 휘저었다. 저 반응은 인간이 일반적으로 당황하고 곤란한 상황에 하는 제스쳐였다. 거기에 뭐라도 말해보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기까지 하는 걸 보아 무언가 도움을 주어야 할 듯했다. 이전에 바구니는 들어주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를 완벽하게 도울 기회다. 적당한 변명을 하자! / 딱히 여자친구여도 괜찮지 않아? / 농담하자!
이름없음 2024/03/05 23:28:33 ID : Gq4Zdu63W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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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3/07 18:34:34 ID : tuoGoNzgrvv
여자사람친구라고 하자
이름없음 2024/03/08 02:49:17 ID : 6nVdWpcJXvA
"타지에서 온 친구일 뿐이에요. 스트라이샌드의 해변이 몹시 보기 좋다고 하여 알버트가에서 지내고 있죠." 나는 훨씬 가벼운 투로 사람처럼 말했다. 약간 섞여 있는 전자음을 눈치챈다면 이 거짓말이 들킬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이 충분히 시끄러웠으니 들킬 일은 없었다. "그래도 멀리서 온 것 같은데! 이런 곳까지 올 정도면... 마음이 있었다던가?" "아주머니! 실례예요." "제가 니어랑요? 그럴 리 없잖아요. 그냥 평범하게 친구 사이라고요." "하하! 점수 좀 많이 따야겠는 걸, 니어!" 아주머니는 니어의 팔뚝을 세게 치며 호쾌하게 웃어댔다. 그에 니어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새빨개져선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어색한 분위기가 되긴 싫었는 듯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며 호응해주고는 잽싸게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다신 그 편의점으로 못 가겠어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갈 때마다 놀릴 게 뻔해요. 매번 소미를 들먹이면서 꼬치꼬치 캐물을 걸요. 매번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부끄럽다는 이유를 입으로 말하기 전에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말부터 나왔다. 자신에게 나쁜 일이 벌어지는 것보단 자신이 행할 곤란한 일이 더 싫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이미 거짓말일지 몰랐다. "음... 하지만 이상합니다." 그래서 나는 미끼를 던졌다. 오늘만큼은 농담을 좋아하는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다. "그랬으면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네? 그건... 이 프로젝트는 숨겨야 하는 건가 해서..." 니어는 시선을 피할 뿐만 아니라 말을 더듬었다. 그에 난 더 세게 밀어붙였다. "박사님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니어도 분명 알았겠죠. 그걸 알고서도 제가 무언가 답해주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거짓말을 택한 건 니어였는데 왜 더는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까?" "윽... 그건..." 그러자 니어는 기계에 짓눌린 와플처럼 얼굴을 구기다가 몇 걸음 박차고 나섰다. 앞장 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유롭게 뒤따랐다. "자꾸 놀리시면 푸딩 제가 먹어버릴거니까요!" "네?! 그건 안됩니다!" 역으로 협박해올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는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 사과했지만, 니어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깔대기 모양으로 양쪽 눈썹을 푹 짓누른 채로 한참을 걷던 그는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자 겨우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그는 도대체 왜 내가 먼저 질문하길 바랐던 걸까?
이름없음 2024/03/08 03:23:21 ID : 6nVdWpcJXvA
"똑똑." "누구세요?" "사람이요." "사람, 누구?" "지루해서 죽기 직전인 사람이요!!" 내 외침에 니어가 놀라 움츠러들었다. 스트라이샌드의 해변 맞은편에 있는 산은 아래에 캠핑장도 있을 정도로 경관이 좋은 곳이었다. 등산로에는 우리 말고도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이례적인 장소였었다. 우리는 그런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나 숲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사냥꾼의 낮은 초소탑에 들어왔다. 물론 눈이 즐거운 것은 사실이었다. 형형색색의 활엽수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물결 같은 무늬를 바닥에 새겼고 봄이 다가오며 조금씩 피어오르는 꽃봉오리는 만개했을 때보다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뭔가 문제라도 계세요?" "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건 확실히 즐거운 일이지만 여기에 오셔서 1시간도 넘게 그림만 그리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좋은 풍경이지 않나요?" "풍경은 좋습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즐거운 건 전혀 아닙니다." 나는 머리가 아픈 것은 아니지만 니어가 알아주었으면 해서 미간을 주물렀다. 그러자 니어는 다시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붓을 집어 들었다. "...저에게 수수하다느니 말씀하셨지만, 니어가 훨씬 수수합니다. 처음 만났을 땐 운동을 좋아한다든가 조금 더 활동적일 줄 알았는데... 이래서는 예수가 고흐로 부활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하하, 뭐 그렇게 말씀해주실 것까지야..." "칭찬이 아닙니다, 지져스 고흐스트씨." 내가 깊게 한숨을 내뱉자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듯 니어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반응을 보여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더 재미있는 일을 해주길 바랐을 뿐이다. "그럼... 제가 소미를 그려보는 건..." 머뭇거리며 겨우 내뱉은 말이 저거라는 것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를 가볍게 노려보았고 그에 니어는 더욱 어색하게 웃어대며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라도 그림을 그리셔야 한다면 이야기라도 해주세요. 말하면서 그리는 건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좋아요.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택 1 [오늘의 질문] 그림은 어쩌다가 시작했어? , 좋아하는 밴드는? , 어째서 편의점에서 내가 답하게 한 걸까? , 오기 직전 얀블 박사님과 대화한 내용은? 택 1 [이번주의 질문] 가족들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하자! ,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어? , 넬리언은 어째서 까칠한 거야? , 얀블 박사님을 어떻게 생각해? , 히비스커스가 집에 잔뜩 있는 이유는? ,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메인 게임! 해피 엔딩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지. 그 어떤 선택도 파멸적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절대 없지만 분명 좋은 선택은 더욱 행복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게 해줄 거야! 규칙은 단 3개! 첫째, 질문은 한 번에 한 번만! 더 상세한 이야기를 원하면 앵커를 답하는 레더가 조금 더 상세하게 질문을 던져도 괜찮아. 하지만 교묘하게 두 개를 물어볼 순 없어! 둘째, 첫번째 질문은 정확히 그 날에만 가능해! 상황에 따라, 혹은 이전에 답을 받은 두번째 질문에 따라 그 리스트는 매번 바뀌지만 이 질문은 지금이 아니면 결코 다시 물어볼 방법이 없어. 일반적으로는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해! 보통 관계 증진이지. 셋째, 두번째 질문은 모두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이야. 일주일의 스케줄에서 하루에 하나씩 질문하고, 답을 받을 수 있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답을 할 수는 없어! 가족 사이라고 할지라도 하는 생각이 다르고 알고 있음이 다르지. 좋은 대답을 할 적성이 있는 사람은 있으나 모두 답을 해주긴 할 거야! 누가 누구에게 어울리는 질문인지 당장 알 수 없는 것들도, 당장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거야. 헷갈리면 뒤로 미루는 것도 방법이겠지? 그럼 이 스레에서 설명할 건 정말 이게 끝이야! 앞으로 벌어질 알버트 집안과 안드로이드의 이야기 즐겁게 참여해줘!
이름없음 2024/03/08 13:04:26 ID : tuoGoNzgrvv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구나 박사님과 막바지에 대화한 게 있었네.
이름없음 2024/03/09 10:29:41 ID : nWi641Bgo6o
발판발판
이름없음 2024/03/09 18:49:29 ID : E2txU3RzWjb
첫번째 질문은 정확히 그 날에만 가능해! 두번째 질문은 모두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이야. 라 했는데 이 첫번째 질문 리스트 가 두번째 질문 리스트인걸까
이름없음 2024/03/10 19:21:29 ID : tuoGoNzgrvv
dice(1,2) value : 2 1이면 그림을 시작한 계기 2이면 얀블 박사와의 대화 내용
이름없음 2024/03/11 00:42:02 ID : Gq4Zdu63Wjc
가족들 설명
이름없음 2024/03/11 02:01:00 ID : 6nVdWpcJXvA
☆화제 1 : 알버트가의 여섯 남매 "이곳에 오고 첫날이니 가족들의 소개를 듣고 싶습니다." "어... 이미 들으시지 않았나요?" "제가 알고 있는 건 위로 올라갈 때마다 1살씩 차이가 난다는 점과 이름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다양한 이야기를 간단하게나마 듣고 싶습니다." 조금 생각에 잠겨있던 니어는 입꼬리를 당기며 붓까지 내려놓았다. 이곳에 와서 그가 붓을 놓게 한 첫 순간이었다. 살짝 놀란 나는 눈썹까지 치켜세우며 그를 바라봤다. 니어는 마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할머니처럼 눈까지 살포시 감은 채 입술을 달싹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누나인 나일부터 시작할까요?" "부탁드립니다." "나일이 가끔 엉뚱하거나 우리도 이해 못 할 일들을 벌이기는 하지만... 정말 가족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머니의 벌이만으로 여섯 남매를 양육해야 하니 우리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자기는 진학을 포기한 채 돈을 버는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넬리언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큰누나는 곧잘 따르는 편이에요." 니어는 넬리언의 이야기를 할 때에만 조심스레 얼굴을 찡그렸다. 하기 싫은 이야기라는 듯 씁쓸해 하는 그 얼굴에 나도 쉽사리 되물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일의 생각을 뒤따라 노아도 함께 돈을 버는 데에 힘쓰고 있어요. 노아가 조금 무뚝뚝하고 인상이 험궂지만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나나만큼이나 장난끼도 많고 상냥한 형이죠. 그리고 저희 중에 유일하게 트럭이 있어요. 운전은 나일도 할 줄 알지만, 일단은 먼 곳을 함께 가고 싶으면 노아에게 부탁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 "확실히 노아는 처음 만났을 때에 말이 없어 이렇다 할 정보가 그닥 없었습니다. 제게 관심이 없으신 건 아닐지..." "아닐 거예요! 방해된다고 투덜대긴 했지만, 그건 그냥 먹보라서 먹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에요. 되려 저희가 보기엔 재미있는 일이 알아서 찾아오니 신난 듯한 얼굴에 가까웠을 정도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같이 지내야 할 시간이 1년 남짓이나 되니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건 별로 반갑지 않았다. 이미 넬리언은 나를 싫어하는 모양이지만.... 안드로이드를 향한 근본적인 거부감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쩔 수 없는 사람이 둘이나 되는 건 사양이었다. "내시는 생물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어요. 식물학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동물학자여도 딱히 상관은 없다는 듯해요. 이미 만나뵀으니 아시겠지만... 소심하다고나 할까 사람이랑 대화를 꺼려해요. 나나랑은 완전히 생판 정반대인 사람이죠. 나나의 말로는 맨날 바다랑 산에 가서 생물 구경만 하다가 사회성을 잃었다! 라고 하던데... 잘은 모르겠네요. 먼저 말을 걸려고 해도 매번 놀라거나 어느샌가 도망쳐버려서... 나나와는 정말 친한 사이니까 저보다는 나나에게 묻는 편이 나을 거예요." "하지만 소심하다고는 하더라도 소극적인 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딱히 저와 지내는 날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요." "확실히 적극적이긴 하죠. 그러니까... 그... 조금 나쁜 말로 표현하자면 너드죠. 좋아하는 분야에는 눈에 띄게 적극적이에요. 어쩌면.... 생물학과 관련해서 소미가 궁금한 걸지도 모르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걸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이 처음 보는 외부인... 게다가 안드로이드라고는 해도 거리낌없이 다가오는 여성을 간단히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어쩌면 친목과는 다른 목적으로 내게 관심이 있던 것일지 모르겠다. "나나는 괴물이죠. 우리 집안에 모든 활력을 더해도 나나가 지닌 활력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예요. 이제 고등학교 졸업반이고 진학은 농구 선수로 거의 확정난 듯해요. 이미 중학교 때부터 저희 셋이서 중등 농구 대회에서 2등도 했을 정도고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된 팀을 꾸리더니 이젠 여자 농구 대회에서 득점왕도 땄어요. 그런 활동적인 일을 좋아한 탓인지 생각보다 먼저 행동이 나서기도 하고 방전될 줄 모르는 배터리처럼 날뛰죠. 그리고... 저와 노아가 나일을 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면 내시와 넬리언은 나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의외로 나나도 집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이란 거겠죠." "저도 연구소에서는 얀블 박사님이 자제하라고 화 낼 정도로 들뜬 채로 다니지만... 나나는 한 술 더 뜨는 것 같았습니다. 싫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동류를 만난 기분이라 좋습니다." "며칠이나 더 갈지 모르겠네요. 하루이틀 끌려다니다 보면 금방 지치게 될 걸요?" 니어는 확신한다는 듯 입을 가린 채 키득거렸다. 그리고는 그의 말이 끝맺음을 지었다. 붓을 집어들며 다시 그림을 그리려 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나는 다급히 물었다. "니어를 제외하시더라도 한 분 더 남았습니다. 넬리언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듣질 못했습니다." "아... 넬리언이요? 음..." 니어는 전에 지었던 표정을 다시 지었다. 그에게 있어 금기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는 시선을 피하고 말수가 적어졌다. "넬리언에 관해서야말로 저보단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뭐... 나나라든가 넬리언 본인에게 묻는 것도..." "설마 넬리언은..." "아, 정말 나쁜 애는 아니에요! 이것만큼은 정말이에요. 딱히 저도 싫어하는 건 아니고요." "그럼 더욱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왜 넬리언의 이야기만 해줄 수 없는 겁니까?" "...저는 할 자격이 없어서요." 니어는 붓을 든 손으로 한쪽 팔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돌렸다. 여태껏 빛을 잃은 적 없는 그의 푸른 눈동자가 심해처럼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붓의 물감이 옷에 스며들었고 좋아하는 옷이었다는 절규와 함께 니어는 다급히 물티슈로 옷을 문질렀다. 안 그래도 넬리언은 꽤나 불안한 상태였다. 대놓고 내가 싫은 듯한 반응을 드러냈고 그에 관한 정보도 부족하다. 그런데 가족마저 넬리언에 관해 이렇게까지 조심스럽다면 앞으로의 1년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태가 되버린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얀블 박사님도 걱정하시던데... 무언가 나쁜 일을 벌일 애는 정말 절대 아니에요." "박사님이 걱정하셨다고요?"
이름없음 2024/03/11 02:20:31 ID : 6nVdWpcJXvA
☆화제 2 : 얀블 박사님과 니어 알버트라는 소년. "네. 넬리언이 짜증을 부리며 돌아간 걸 들으셨는지 저를 부르셔선 말도 안 되는 걸 부탁하셨어요." 나는 조용히 내가 구경하던 니어의 모습을 떠올렸다. 유일하게 얀블 박사님이 말하는 말은 내 뛰어난 청각 센서에도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에 둘의 대화는 멀리서 엿들을 수 없었다. 니어가 그 대화 내용을 말해주려는 모양이다. "말도 안 되는 부탁이란 게 뭡니까?" "넬리언에 관한 정보랑... 넬리언을 감시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어요. 그냥 '부탁'이었다면 감시는 안 되더라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신신당부해두었을지 모르겠지만, 얼마면 되냐는 둥 돈으로만 해결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런 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대답하니 살짝 화를 내시더라고요." "....얀블 박사님을 대신해서 사과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박사님은 그런 경향이 조금 있습니다." 나는 미간을 주무르며 말했다. 사람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오늘도 이야기해야 할 듯했다. 안드로이드인 내게마저 당연한 사실을 아직도 이해 못하는 얀블 박사님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이 일도 사실 돈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 사실이고, 어차피 넬리언이 위험할지 모르다는 오해를 풀어주며 돈도 받을 기회가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이런 사소한 일에 걸린 돈이야말로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기는 했다. 게다가 그가 넬리언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더더욱 손해볼 것 없는 장사였다. "그건 나일이랑 노아, 그리고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고 계시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받아들인 거예요. 결국 가족을 위한 거였지만... 이건 돈이 걸리게 되면 넬리언을 팔아먹는 일이잖아요. 그건 가족을 위한 게 아니에요. 날 위한 것이 되겠죠. 그게 싫었을 뿐이에요." 니어는 단호했다. 마치 넬리언을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 불발탄처럼 취급하더라도 그것이 악감정에 비롯되지 않은 것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가 넬리언을 감싼 이유는 그저 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사고를 중심으로 움직이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니어는 분명 조금이라도 남에게 '악'이 될 수 있는 걸 피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어쩌면 넬리언의 이야기를 피하는 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악'으로 분류되어있는 걸까? 반응을 보아하니 둘에게 깊은 연관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더 캐묻는 것은 그에게 커다란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했다. 이미 그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다. "좋아요. 그럼 염치 불구하고 부탁해볼까요." "네? 어떤 걸요?" "절 그려주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이렇게 앉아있으면 충분할까요?" 내가 다소곳 앉자 잠시 넋을 놓았던 니어는 곧장 미소를 지으며 스케치북의 다음장을 펼쳤다.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듯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내 얼굴을 천천히 훑으며 재빨리 연필의 끝을 지휘하듯 휘저었다. 정말 연주하듯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고 우리는 한참이나 입을 열지 않은 채 그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리면서 간단한 대화는 괜찮나요?" "아, 네. 입이야 마지막에 그리면 그만이니까요. 무슨 이야기할까요?" "아직 서로 모르는 것이 많으니 서로를 알아가고 싶습니다." "음... 글쎄요. 좋아하는 건 뭐에요? 그러니까... 푸딩 같은 거요!" 나도 그를 따라 미소 지으며 답했다. "농담입니다." ☆오늘의 영향 가족들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하자! Clear! 넬리언은 어째서 까칠한 거야? -- 변경 -->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이름없음 2024/03/11 03:38:27 ID : 6nVdWpcJXvA
재잘재잘.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의외로 취향이 맞는 부분도 많았고 제법 말이 잘 통했다. 취향이 클래식 듣기와 역사 공부인 박사님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고양이 유튜브 트렌드가..." "니어!" 말하던 니어의 말을 끊고 저 멀리서 나일의 외침이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던 우리는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며 멈춰 섰다. 그곳에는 이삿짐을 옮기는 커다란 트럭과 넬리언을 제외한 모든 가족, 그리고 얀블 박사님이 붙어 짐들을 옮기려 하고 있었다. "너도 좀 도와! 생각보다 짐이 많아." "..." 나일의 외침에 얀블 박사님이 무어라 중얼거리며 투덜댔다. 내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성격상 그리 많지는 않다며 혼잣말을 한 게 뻔해 보였다. "저도 돕겠습니다. 무거운 물건도 많을 겁니다." "괜찮아요. 니어는 집에서 쉬고 계세요!" "하지만... 정말 무거울 겁니다." "저희도 나름 힘 좀 세요! 아빠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노아는 차 뒷범퍼를 붙잡고 들어올릴 정도에요!" 니어는 괜찮다고 신신당부하며 그들에게로 달려갔다. 나는 잠시 할 일을 잃고 넋을 놓았다. 굳이 명령을 어길 필요는 없어 보였기에 나는 조용히 그들의 집으로 먼저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이전보다도 더욱 짙은 새콤한 내음이 내 후각 센서를 자극했다. 이건 단순히 디퓨저가 있어서 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차를 끓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깥에 모두 나가있는데도 차를 달여두고 나갔다는 사실에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불을 끄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어머. 네가 그 미소노인 모양이구나." 살짝 주름진 얼굴과 늘어지는 눈매, 끝이 약간 구불거리는 붉디 붉은 머리카락과 콧등에 살짝 있는 어여쁜 주근깨까지. 나이로 보나 그들의 가족과 닮은 것을 보나 그녀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알버트가의 어머니, 네리아였다. "반갑습니다." "그렇게까지 몸을 숙이지 않아도 좋단다. 어차피 함께 지낼 가족이니 편하게 지내렴." "네, 알겠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격식을 차리는 모습에 놀란 듯 네리아는 다급히 나를 말렸다. 그녀의 과한 몸짓은 마치 나나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분위기 자체는 나일과 니어의 사이. 그 셋이 누굴 닮은 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 얀블, 그 아이와도 많이 네 이야기를 했단다. 너는 믿음직스러운 아이더구나." "...감사합니다." 얀블 박사님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신 건지 궁금해졌다. 내 앞에서는 칭찬을 쉽사리 해주시지 않으시는데 그녀의 앞에서는 좋은 말을 해준 것이 분명했다. 다음에 나를 몰래 칭찬해준 거냐고 놀리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을 듯했다. "나는 잠시 여행을 떠날 거란다." 네리아는 히비스커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술을 벌렸다. 하지만 질문을 뱉을 시간도 주지 않고 네리아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가 떠나기 전에는 돌아올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렴. 난 그저 궁금하단다. 너라는 아이가 지닌 톱니바퀴는 우리 아이들이 굴러가는 방향을 어찌 바꿀지가 말이지." "...그럼 언제 떠나십니까?" 네리아는 잔을 비우고는 싱크대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장난끼가 가득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붙잡았다. "지금." "네?!" "이러는 편이 네게도 좋지 않니? 너도 이미 관심을 지닌 듯한 눈빛을 하고 있구나. 네가 원하는 대로 따스함을 펼쳐보려무나." 무어라 반박하려던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을 돌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상대에게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보자꾸나. 아마... 한 달 후가 되겠구나. 우리 가족을 잘 부탁한다, 미소노." 나는 예전 기억을 되짚으며 그녀가 떠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봤다. 이미 그녀가 사라진 현관문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음에 뵈요."
이름없음 2024/03/11 04:05:02 ID : 6nVdWpcJXvA
철컹철컹. 기계음과 함께 파도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얇은 철제 악기들을 두드리는 듯한 바다가 만들어 낸 선율. 그 파도 소리에 빠져있던 나는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가슴의 소형 발전기는 그 소리에 반응하여 재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내 신체에는 점점 온기가 차올랐다. 관과 같은 형태의 침대는 내가 깨어났다는 사실에 반응해 내 몸에 초록색 액체 주입을 멈추었다. 내게 연결되어있던 호스는 떨어져나가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냐." "몇 시인가요?" "9시. 가족도 전부 깨어있는 것 같으니까 어서 가 봐." "박사님은..." "데이터 정리다. 어제 이사 때문에 맘껏 쉬었으니 오늘은 조금은 일을 해두어야지. 괜히 연구소장한테 잔소리만 듣긴 싫거든." 얀블 박사님은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나는 잠시 어두운 곳에서 컴퓨터만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한숨을 내뱉고 밖으로 나섰다. 다락방에서 밖으로 나오니 더욱 대화 소리가 명확해졌다. 그건 나일과 노아가 둘이서 나누고 있는 대화 소리였다. "...그래서 오늘 있던 일정을 바꿔달라고?" "그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주말이라 쉬고 싶다고 미루는 건 첫째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이제야 눈치챘어? 그래서 장남인 나라도 힘내야지~ 하고 나섰던 건데." "그렇게까지 놀릴 필요는 없잖아, 노아. 금요일에 깜짝 야근 때문에 피곤했었다고. 어쨌거나 오늘이라도 고쳐잡으니까 된 거 아니야?" 노아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일을 비꼬았다. 그러자 나일은 난감하다는 듯이 그의 장난을 받아들였다. 나는 우선 숨어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었다. 아마 원래 나와의 일정이 오늘이었던 노아와 내일인 나일이 바꾸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보아도 저 첫째이니 나서야겠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처럼 들렸다. 노아도 분명 그걸 알고 있으니 진짜 속셈을 알아내려 짓궂게 놀리는 듯했다. 나도 그가 알아낸 걸 함께 듣고 싶었다. "게다가...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단 말이야." "미심쩍다니, 제 이야기인가요?" 나의 등장에 나일이 잔뜩 놀라 뒤돌았다. 이젠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흔히들 있는 걱정이었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분명했다. 물론 지금은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주말에 쉬는 건 나도 환영이긴 해. 하고 싶은 대로 해." 노아는 나의 등장에 맞추어 나일을 위한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둘의 대화가 끝남으로써 더는 그녀에게 이 주제를 묻기가 떨떠름해졌다. 그는 예상 외로 영리한 곰이었다. "크흠... 그래서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어? 아침 일찍 다녀오자고,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말이야." "노아와 함께 하면 차를 타고 바다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나일도 운전은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원래 일정인 바다에 가는 것이 가능합니까?" "바다라..." 나일은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는지 노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노아는 잠시 우리를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며 주머니에서 차키를 건네주었다. "내 트럭이 어항이라도 되는 날에는 가만 안 둘 거야." "어, 그래. 땡큐." 노아의 위협에도 나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나갈 준비를 하러 가는 듯했는데, 그런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먼저 떠났다. 그에 노아는 조용히 키득거리며 후르츠 링 시리얼만 퍼먹었다. "먼저 나가있어. 아마 나일은 굉장히 빨리 다시 나올 거야." "그런가요?" "그럼! 그야 나일은..."
이름없음 2024/03/11 04:42:03 ID : 6nVdWpcJXvA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좋은 의미에서 그녀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미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보자 정말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살아움직이는 인간 애플망고 같네요." 나일의 패션 센스는 꽝이었다. 꽝인 수준이 아니라 운석이 쾅 박힌 크레이터 수준이었다. 몇 번이나 그녀의 옷을 훑어보았지만 전혀 머리에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슷한 패션의 정보를 찾으려고 해보아도 단 한 개의 사진도 찾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어! 스무 살이 되고 어딜 놀러나갈 일이 없으니까 옷을 살 일도 없었는 걸. 스무 살 때 산 이 옷이 전부야." 나일이 입고 있던 옷은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챙이 커다란 초록색 모자, 노란색 스웨터 안에 입은 하얀 셔츠, 그리고 발목까지 내려올 정도로 커다란 붉은 치마였다. 저 멀리서 보면 거대 애플망고 외계인이 나타났다고 뉴스에 보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운전 오랜만이라서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 "괜찮습니다." 나일은 약간 얼굴이 붉어진 채로 최대한 나를 무시하며 트럭에 몸을 실었다. 나도 최대한 애플망고 이미지를 잊어내려 노력하며 조수석에 앉았다. "다음에 함께 옷 사러 가죠." "돈 없거든." 나일은 쑥스러운지 약간 짜증을 부리며 시동을 걸었다. 트럭은 비명처럼 덜덜덜,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몇 번이나 시동이 걸리질 않았다. "이런 상태라서 말이지. 어차피 놀러 나갈 일도 없으니까 나한테 옷은 사치야. 그런 건 살 필요 없어." "이제 생길 거잖아요. 저랑 나갈 테니까." 나의 말이 끝나자 곧장 트럭의 시동이 걸렸다. 나일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가볍게 엑셀을 짓밟으며 트럭을 출발시켰다. "이래보여도 저 용돈 계좌도 있습니다. 얀블 박사님이 간간이 챙겨주십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미안해 할 필요 없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인간 애플망고와 함께 다니기는 창피합니다." "아, 알았다고. 거 애플망고라서 미안하네!" 나일이 억울한 듯 돌연 투덜거리며 다시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저 키득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됐고, 바다까지는 한참이나 걸릴 거야. 내가 서행 말고는 못 하는 것도 있고... 제법 거리가 있어. 그동안 듣고 싶은 이야기 있어?" "많습니다. 나일을 포함하더라도 니어와 나일밖에 만나보지 못했으니까요." 택 1 [오늘의 질문] 네리아는 어떻게 된 거지? , 일하는 곳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줘! , [첫날의 대화로 추가된 분량] 나일과 나나가 지닌 영향력의 차이는 뭐야? 택 1 [이번주의 질문]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어? ,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 얀블 박사님을 어떻게 생각해? , 히비스커스가 집에 잔뜩 있는 이유는? ,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이름없음 2024/03/11 14:01:05 ID : Gq4Zdu63W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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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3/13 00:18:18 ID : Co5hvwpQlg2
일하는 곳에 대해?
이름없음 2024/03/13 20:42:15 ID : dRDwGrdO1g6
일하는 곳에 대해!
이름없음 2024/03/13 21:47:48 ID : Gq4Zdu63W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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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3/14 01:45:11 ID : Gq4Zdu63Wjc
얀블박사님을 어떻게생각해
이름없음 2024/03/17 10:34:51 ID : 6nVdWpcJXvA
☆화제 1 : 일하는 곳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줘! "나일과 노아는 취업에 성공해서 생계를 분담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현재 일하고 계신 곳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못 되는데. 괜찮아?"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사는 것에 재미없는 이야기는 없으니까. "여러 서비스를 개발하는 작은 기업의 회계팀이야. 주로 다른 프로젝트의 실적 정리나 각 팀의 성과 보고를 도맡지. 쉽게 말해서...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숫자나 받아적으면서 남의 팀이 못한 걸 고자질하는 역할을 해." "그 일을 하는 게 별로 탐탁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남을 칭찬하는 일이 아니라 남을 걸러내는 일을 하는 것에 가까우니까. 마치 사람을 썩은 과육 대하듯이 하는 건 싫단 말이지." 무어라 대답하려던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커다란 조직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톱니바퀴 장치와 같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발전하고 굴러가는 것. 하지만 이건 대의적인 명분에서나 통할 말이었다. 컨베이어의 반복 노동이 사람을 썩히던 것처럼 이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도 누군가에게 커다란 고통이 될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점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주변인들이 착하다든가 내부 시설이 좋다든가 하는 점이 있으니 2년이나 버텨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글쎄. 회계팀에서 내가 제일 이쁘긴 해." "...한순간이라도 나일을 걱정한 제가 바보 같아지는 기분입니다." 내가 살며시 눈살을 찌푸리자 나일은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아마 무거워지는 분위기를 환기하려 말장난을 한 듯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도 얼추 섞여있는 듯했다. "좋아하는 점이라든가 그런 거 신경 안 써. 조금이라도 엄마가 편하고 애들이 편히 먹으면 그거로 된 거지. 그 사람들도 먹여 살릴 가족이 있었겠지만...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인 걸." "나일은..." 나는 무어라 말하려다 갑자기 흔들리는 차량에 문에 몸을 부딪혔다. 우회전을 굉장히 격하게 하는 바람에 생긴 사고였다. 내가 가볍게 나일을 노려보자 나일은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갯짓으로 사과했다. 그래도 창밖을 바라보니 익숙한 푸른빛이 저 멀리 보였다. "자, 도착했어. 내리자!" 약간은 신난 듯한 나일은 먼저 차에서 내리며 바깥으로 향했다. 나는 결국 마지막 질문은 뱉지 못한 채 그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름없음 2024/03/17 10:48:36 ID : 6nVdWpcJXvA
스트라이샌드의 바다는 굉장했다. 방치되고 있는 해수욕장이라는 것 치고는 무척이나 환경이 깨끗했다. 쓰레기 한 점 없이 sns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바다는 나조차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잔잔하게 해변가로 부닥치는 파도는 사파이어빛의 도화지 위에 거미줄이 펼쳐진 듯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엄청 보기 좋은 곳이네요, 이 바다는!" "바다 좋아하는 모양이야?" 나는 나일의 물음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일은 흥미가 있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안드로이드도 선호한다는 감각이 있긴 한 모양이네? 생각해보면... 푸딩 따위도 좋아한다고 하긴 했었지." "게다!" 해변을 걷는 게가 보이자 나는 그녀가 무어라 말하는지도 듣지 않은 채 게를 향해 돌격했다. 내가 달려오며 튄 모래알에 놀란 건지, 아니면 나를 분명히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게는 커다란 집게를 위로 치켜세우며 경계했다. 나는 장난스레 그런 게를 톡톡 건드리며 놀렸다. "아야." 그리고 게는 곧장 그런 나를 응징하듯 집게로 손가락을 집었다. 딱히 아픈 건 아니었지만 쉽게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세게 집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집게를 박살 내 떼어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먼저 시작한 일에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보도 아니고. 이리와, 떼어줄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일은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옆에 같이 쭈그려 앉은 그녀는 집게 손가락으로 게의 집게를 가볍게 비틀었다.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게는 집게를 순순히 놓아주며 저 멀리 도망쳤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도망친 게를 바라보다가 나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름없음 2024/03/17 23:16:46 ID : 6nVdWpcJXvA
☆화제 2 : 얀블 박사님을 어떻게 생각해? "...나일은 얀블 박사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응? 음... 글쎄." 나일은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일어섰다. 그리고는 삐딱한 자세로 저 멀리 바다 너머를 바라봤다. "솔직히 믿을 구석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아? 와서 부모 집에 얹혀 사는 마흔 살 백수처럼 굴고, 이름도 가명을 쓰는 데다가.... 또..." "또?" "...너 같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잖아." 역시 생각한 대로의 대답에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에도 말했듯 종종 안드로이드에 대한 거부감을 지니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 분류는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일의 경우엔 '인공지능이 너무 높은 것'이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부류였다. "여기서 문제입니다." "문제?" "얀블 박사님은 어떻게 인간과 다름없는 지능의 안드로이드를 개발할 수 있었을까요?" "...인간의 뇌를 집어넣기라도 한 거 아니야? 네 머리를 까보면 실제 근육 덩어리라도 들어있다든가..." 일반적으로 그런 생각은 이런 음모론으로 번지게 된다. 사실은 안드로이드보단 좀비나 프랑켄슈타인에 가까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 그것조차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한 단계이다. "틀렸습니다. 안드로이드에겐 인간의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으니다. 정말, 단, 하나도요." "하지만 그러면..." "박사님은 이전의 인공지능과는 다른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하셨었습니다. 지금까지 데이터라는 건 A라는 입력값에 1이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에 집중했죠. 빅데이터 따위의 정보들도 결국 셀 수 없이 많은 자료로 그 입력값과 옳은 대답을 쌓아둔 것에 불과합니다. 의미 그대로 '빅' 데이터라는 의미가 되겠죠. 그건 학습과는 달랐어요." 나일은 내 이야기에 집중한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행이었다. 이런 설명도 듣지 않을 정도로 음모론에 깊게 빠지진 않은 모양이었다. "얀블 박사님은 방향을 바꾸었어요. 인간이 무엇 덕분에 인간일 수 있는가. 그건 이해력이었어요. 문맥을 파악하고 거짓말과 농담을 구별할 능력이죠. 그 근간이 되는 것이 무엇이 되는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어요. 그렇게 찾아낸 해결책이 기억이었어요." "기억? 그게 결국 데이터 아니야? 학습이랑은 다르다며." "데이터는 단순한 경험입니다. 이곳으로 체스의 기물을 100번 옮겼더니 97번 이기더라 하는 단편적인 정보이죠. 그저 그것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 97번을 이긴 이유와 3번을 지게 된 이유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 불찰이었던 수였는지, 아니라면 외부 요인. 요컨대, 심리적인 요인이나 환경적 요소가 작용하였는지 비교합니다. 이렇듯 인간은 표면적인 것이 아닌 정답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것의 근간이 인간의 삶 그 자체, 즉, 기억이라는 것이죠." 쉽게 이해하기 힘든 듯 나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려운 이야기가 싫은 듯한 반응도 보였다. "대충은 알겠어.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데? 안드로이드는 학습이 완료된 채로 태어나는 거라던데. 그러면 기억이란 것도 있을 수가 없잖아." "그 학습을 '기억'으로 하는 겁니다." 또 튀어나온 당황스러운 이야기에 나일은 분명하게 머리가 아픈 듯했다. 딱히 어려운 말을 쓰는 게 아니란 걸 생각하면 그냥 복잡한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래도 말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이건 확실히 설명해둘 가치가 있었다. "저희에겐 행해지지 않은 삶의 기억이 데이터 속에 존재합니다. 학습해야 할 정보를 가상의 기억, 사건, 인물, 장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든 정보까지 자그마치 25년 어치에 달하죠. 전 아직도 세인트 고등학교 3학년 a반에서 졸업했고 번호는 18번에 창가 뒷자리를 앉았던 걸 기억합니다. 어쩌면 제가 이렇게 해변에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실제로 없는 기억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있기에 비로소 저희는 인간의 복잡한 뇌가 없어도 거대한 용량의 저장소만으로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간처럼 살아왔으니까요." "...약간 소름끼치네."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여전히 그런 것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방대한 정보를 받아들일 저장소가 있다는 것도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미심쩍다든가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아직 지내야 할 날이 잔뜩인데 벌써 그러면 서로 불편할 뿐이니까요." "미안... 그러니까, 덥석 돈에 혹해서 물어왔는데 사실 위협이 된다든가 그러면 안 되잖아. 뒤늦게 이것저것 검색해보니까 그런 글들이 자꾸 나오더라고." 나일은 뒷덜미를 긁적이며 얼굴을 찡그렸다.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미니도 편한 마음으로 온 걸텐데 너무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네." "괜찮습니다. 어쩌면 4번은 더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만나지 않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안드로이드 그 자체에 의문을 지닌 사람은 딱히 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설명을 요구한다면 나는 언제나 답해야 했다. 어쩌면 제품 설명서라도 만들어서 배부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불을 처음 보는 원시인 같은 기분입니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여겨져 경계와 흥미의 대상이 된 거죠. 딱히 나쁘진 않습니다. 결국 인류에게 불이 중요했듯, 저도 모두에게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나일이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그녀의 웃음이 너무나도 니어와 닮아 나는 그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다시 시선을 돌려 바다 너머를 바라보던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박사님이 어떻냐고 물었지?" "그렇습니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부분을 제외한다면... 넬리언 같네." 나는 그녀가 더욱 말해주길 기다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봤다. 하지만 잠시 초점을 잃은 채로 먼산을 바라보던 그녀는 더는 말을 잇지 않은 채 입술을 닫았다. 내가 재차 그 화제를 꺼내려던 찰나, 나일은 깊은 생각에서 벗어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간식을 트렁크에 그대로 두고 왔네! 내가 가서 가지고 올게. 또 게 괴롭히다가 집게에 잡히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 나일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자동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향했다. 나는 그저 그녀가 떠나간 곳을 바라보며 닿지 못한 질문을 속으로 삼켰다. 그 기분이 마치 감자튀김 세 그릇을 음료 없이 먹은 기분이었다. ☆오늘의 영향 얀블 박사님을 어떻게 생각해? Clear! 나일이 더는 음모론을 믿지 않게 되었다! 나일과 주말 일정을 잡을 경우 쇼핑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이름없음 2024/03/17 23:51:54 ID : 6nVdWpcJXvA
잘각잘각. 유리 그릇에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이 전부 밖으로 나간 시간대인 평일의 점심. 얀블 박사님은 그 시간에라도 겨우 밖으로 나와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시리얼에서 꽃잎 맛이 나는 것 같아." "하긴. 주변에 이렇게 히비스커스가 많으니 맛도 제대로 못 느낄 만해." 나는 얀블 박사님과 단둘만 있을 때엔 좀 더 편한 말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딱히 커다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완성된 당시엔 얀블 박사님보다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난 여전히 25살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고 얀블 박사님은 이제 28살이 다 되어갔지만, 우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관계를 바꾸지 않았다. "저거 히비스커스야? 꽃이 파랗잖아." "엄청 희귀하게 파란 꽃이 피기도 한대. 흔하지는 않지. 그래서 꽃말도 기적이었나 그럴 걸." 내 대답에 얀블 박사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시리얼을 퍼먹었다. "그러고 보니 뭐가 먼저라고 생각해? 차로 달여먹다보니 꽃도 좋아하게 된 걸까, 아니면 꽃을 좋아하다보니 차로 달여먹게 된 걸까?" "그거 지금 농담이라고 한 거야?" 내가 자랑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얀블 박사님은 곧장 질색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끔찍해. 무슨 그런 농담을 하냐." "넌 내 농담에만 엄격하더라." "넌 나한테만 그런 농담을 하더..." 철컥철컥. 우리의 대화소리 사이로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이곳에 올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기에 우리는 놀라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민 채 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내가 빠르게 문 너머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자, 얀블 박사님의 손은 천천히 떨려왔다. "우... 우리 그냥...그, 그냥 여기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 여기엔 칼도 있고..." "좀 기다려. 어차피 가족이겠지." 얀블 박사님은 식탁 아래에 숨으려고 하며 패닉에 빠졌다. 내가 진정시켜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얀블 박사님은 몸을 바들바들 떨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더욱 집중해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열쇠로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소리밖에 들려오질 않았다. 내가 반격을 준비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던 그때... "이놈의 자물쇠 바꾸자고 하던지 해야지..." "...아무래도 노아인 것 같아. 긴장 풀어." "아 그래? 그러면 됐고." 내 대답에 얀블 박사님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자세로 시리얼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재능이라고 속으로 비꼬며 눈알을 굴린 나는 노아를 반기기 위해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출근을 하는 날이시니 저녁에 일정을 진행하는 줄 알았습니다. 병결으로 돌아오신 것이라면 오늘의 일정은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딱히 아니야. 그냥 반차냈어. 남겨둔 게 있어서 말이지." 노아는 하품하며 곧장 주방으로 가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오, 샌드위치다."라고 중얼거리며 곧장 입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휴일은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지?" "나는 이번처럼 월요일 휴일, 나일은 수요일 휴일이 되겠네. 내시는 언제나 화요일 공강이니 그 날 쉬고 있겠고." 얀블 박사님의 질문에 노아는 순순히 답했다. 나와 관련된 일이기에 먼저 말을 건 것이 틀림없지만, 그래도 얀블 박사님이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는 것만으로 굉장했다. 장족의 발전에 나는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럼 오늘은 어디로 갑니까?" "글쎄... [인디언 박물관 / 계곡 / 상가]" 그리고 대답을 들은 나는 곧장 얀블 박사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사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지 내 시선이 닿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얀블 박사님도 함께 가죠!" "싫어. 절대 안 가." "나쁘지 않네. 같이 가자고." "싫다고 했..." "좋아요. 그럼 다 같이 가는 거로 결정이네요!" "...진짜 최악이야." 택 1 [오늘의 질문] 즐겨 가는 곳은 어디야? / 가족 여럿이서 놀러 갈 만한 곳이 있어? / 주로 함께 활동하는 가족은? / 스트라이샌드에서 즐길 만한 놀거리는? 택 1 [이번주의 질문]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어? ,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 히비스커스가 집에 잔뜩 있는 이유는? ,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이름없음 2024/03/18 21:52:59 ID : 9vxCnPjBz81
상가
이름없음 2024/03/19 01:41:35 ID : Gq4Zdu63Wjc
.
이름없음 2024/03/19 14:22:44 ID : 3Pg0tta4HBf
주로 할동하는 가족은?
이름없음 2024/03/22 15:44:29 ID : Gq4Zdu63Wjc
즐겨가는곳은 어디야
이름없음 2024/03/22 16:10:43 ID : ry0nwk7hAo4
히비스커스가 집에 잔뜩 있는 이유는?
이름없음 2024/03/28 09:10:52 ID : Gq4Zdu63Wjc
(뭐라고썼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재촉하는 글)
이름없음 2024/03/28 09:20:23 ID : 6nVdWpcJXvA
학교 가면서 이제 확인했어 요즘 좀 바쁘네 계약 끝나가는 거 좀 밀린 것도 있고 개강하니까 학교 가느랴 글 쓰느랴 하다보니 좀 바빴어 오늘은 힘들고... 낼이나 주말에 꼭 적어둘게 미안
이름없음 2024/04/01 03:07:52 ID : 6nVdWpcJXvA
☆화제 1 : 집에 히비스커스가 잔뜩 있는 이유는? 시끌벅적. 상가는 인터넷에서 볼 법한 시골의 이미지가 강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토마토 축제를 할 것 같은 그런 긴 골목과 중앙의 분수, 그리고 주변에 늘어진 가게들까지. 무언가를 살 필요도 없이 그 분위기 자체가 즐길 거리였다. 그 덕분일까, 얀블 박사님도 제법 즐기는 것만 같았다. 적당히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해준 것을 보아 니어의 말대로 상냥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래서, 머그샷 찍기 위해 연행되고 있는 연예인 처럼 입고 온 이유가 뭐라고?" 노아의 질문에 얀블 박사님은 곧장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 나는 그녀가 주먹을 휘두르지 않은 것에 굉장히 감사해야 했다. 물론 이해는 됐다. 마스크에 나일이나 쓸 것 같은 챙이 커다란 모자, 눈이 전혀 안 보이는 썬글라스까지 꼈기 때문이다. "연장자의 노하우야. 내 몸을 숨기는 거지." "그런 걸 뭐라고 말하는 줄 알아?" "안 궁금해."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 노아가 키득거리며 말하자 얀블 박사님의 표정이 점점 나빠졌다. '노아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걸까?' 나는 계속되는 그의 짓궂은 장난에 어쩔 줄 몰라 둘의 눈치를 살폈다. 살짝 웃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노아와 그 모든 걸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는 얀블 박사님. 무언가 일이 터질 듯한 예감은 없었지만, 분명히 둘의 관계는 매끄럽게 이어지진 못할 듯했다. 물론 박사님이 매끄럽게 이어질 사람이란 게 어디 있겠냐만은... "어쨌거나, 남의 사정에 관심 가지려고 안 하는 게 나을 거야. 이것도 연장자의 노하우지." "무슨 넬리언처럼 말하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관심 있는 이름의 등장에 두 눈을 번뜩이며 더 이야기가 나오길 빌었지만,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다. 둘은 이제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각자 상가를 구경할 뿐이었다. 나는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가벼운 주제로 말을 꺼내봤다. "그러고 보니 알버트가의 집에 히비스커스가 잔뜩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취향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뭔가 사연이라도 있는 겁니까?" "어머니 취향이야. 꽃말이 우리 가족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고 우리에게도 자주 말씀하시지. 꽃말이 아마..." "기적..." "뭐야. 알고 있네? 아니면... 머릿속으로 검색이라도 한 건가?" 노아는 흥미롭다는 듯 내 머리를 빤히 바라봤다. 난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에 그런 주제로 대화했다고 말한다고 한들 딱히 달라질 건 없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궁금한 점은 있었다. "네리아 씨는... 이 가족을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군요." "아무래도 기적 같겠지~ 한 살씩 차이는 여섯 남매라니. 솔직히 우리도 믿기 힘들 정도라고." 믿기 힘든 가족이라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그건 좀 의외였다. 해낼 수 있으니 했다, 라는 이미지에서 '기적'을 연상할 수 있다면 쉽게 수긍하겠는가? 이건 그 상황이었다. 파란 히비스커스에서 그런 의미를 지니고 들였음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정말 그렇다고 듣고 나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걸로 끝인가요?" 내 직설적인 질문에 노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잘 모른다는 걸까.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돌렸다. "아, 저건..." 내 속삭임에 둘 모두 내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건 여러 인체 삽입형 디스플레이를 판매, 설치하는 가게였다. 하지만 그곳은 굉장히 낡고 낡아 사람 한 명 찾지 않는 상태였다. 도시에서 저런 가게는 굉장히 사람이 붐비는 장소였기 때문에 이런 모습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업데이트를 수동으로 매장에서 해야 하고 얼마 전 새로운 기기가 나왔기에 더더욱 이 시기엔 사람이 많아야 했다. "...사람이 적네요." "시골 사람들한텐 사치지.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제법 있는 것 같고. 촌뜨기라는 게 다 그렇잖아?" 노아는 가볍게 웃으며 지나가려 했지만, 얀블 박사님은 꽤나 심각하게 그걸 바라봤다. 잠시 나는 그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앞으로 가자고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겨우 악마라도 본 듯한 표정을 거둔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름없음 2024/04/01 04:15:53 ID : 6nVdWpcJXvA
☆화제 2 : 즐겨 가는 곳은 어디야? 얀블 박사님은 희안한 골동품을 마치 보물 대하듯이 히죽거리며 끌어안은 채 저 멀리서 다가왔다. 나와 노아는 그걸 빤히 바라봤다. 여전히 그건 골동품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쓸모없고 이상한 물건이었다. 밑바닥부터 위까지 구멍으로 모양을 낸 옥색 주전자부터 오래된 호두까기 인형, 팔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나무 늘보 인형 등등... 골동품 가게에서 눈이 돌아간 얀블 박사님을 보며 노아는 이런 말을 했었다. "호구 잡혔네." 얀블 박사님이 즐거워 하는 모양이니 됐지만, 여전히 저걸 좁은 다락방 어디에 두어야 할지 의문이었다. "상가에 온 게 다행입니다. 다들 재미있게 즐긴 것 같기도 하고,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냐. 나도 뭐, 무난무난하게 재밌던 것 같네." "그러면 이곳보다 즐길 수 있는 곳이 따로 계십니까?" 노아는 잠시 대답하지 않은 채 차키를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얀블 박사님이 도착하자 말 없이 먼저 안에 타며 출발하자고 내게 신호를 주었다. 나는 반대편으로 걸어가 조수석에 타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다긴 해. 그건 나일이랑 똑같을지도 모르겠네." "나일도 바다를 좋아합니까?" "어쩌면 나보다 더 좋아할지도. 바다 끝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나 뭐라나."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나와 함께 있을 때에도 종종 바다 너머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는 했다. "노아도 같은 이유입니까?" "딱히. 난 소리가 좋아." "소리라면... 파도 소리 말입니까?" "응. 확실히 무언가 씻겨 내려진다는 느낌이 들잖아. 거품이 사그라드는 소리도 뭔가 녹아드는 소리 같아서 좋고 말이야." 이것 또한 무슨 의미인지 곧장 이해했다. 나 또한 바다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확실히 가만히 그것을 듣고 있으면 다시 돌아와야 할 곳에 왔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를 좋아할까요? 다음에 함께 나갈 때 참고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날 제외하면 다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갈 거야. 걔네는 그런 곳 말고는 남을 대접할 장소를 못 떠올리는 애들이라서." "...그렇군요." 확실히 니어도 즐길 거리 하나 없는 숲으로 나를 데려가 놓긴 했었다. 자기 딴에는 가장 즐거운 곳이었겠지만... 역시 남을 생각해주어 간 곳은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나머지 세 명도...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로 나를 이끌게 될까?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얀블 박사님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얀블 박사님이 먼저 화제를 꺼내자 전혀 기대도 안 하고 있던 나는 놀라서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백미러에 비친 노아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무언가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남이 보면 평소의 무표정한 얀블 박사님이었겠지만, 나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무언가 동요를 가지고 멈춰 선 것이었다. "...아니다. 됐어. 그럴 기분이 아니네." "네?!" "그렇게 놀랄 일인가. 놀랍지도 않은데." 노아는 장난스럽게 웃어댔지만, 역시 여전히 신경 쓰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이미 말할 기분이 아닌 듯 창밖을 빤히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나는 마른침을 뒤로 넘기며-물론 진짜 침은 넘길 수 없지만- 다시 앞을 바라봤다. '...도대체 또 뭐지.' 나는 미간만 주무르며 그만 생각하려 애썼다. 얀블 박사님이 저런 식으로 나온 것은, 다시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다시 말할 기분이 되기만을 빌어야 했다. ☆오늘의 영향 집에 히비스커스가 잔뜩 있는 이유는? fail... 노아와 일정을 짤 때 얀블이 동행할 수 있게 되었다! 얀블은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무언가 있다는 것은 알아냈다!
이름없음 2024/04/01 04:27:02 ID : 6nVdWpcJXvA
니어는 하품을 길게 내지르며 학교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미소노를 보고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어차피 스케치는 끝나고 디테일을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 다음에 만났을 때 그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혼자 리액션을 연발하던 나나는 결국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니어의 팔을 붙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그녀의 강한 힘에 니어는 대나무처럼 저항하지 못한 채 흔들렸다. "오늘 어떡해, 어떡하냐고!" "아, 왜 그래! 오늘 쪽지 시험이라도 있대?" "아니! 그런 거면 신경도 안 쓰지! 백지 내버리면 그만인 걸!" 니어는 그녀의 대답에 한참을 넋을 놓고 있다가, 눈알을 굴렸다. 다시 자기 멋대로 진정이 된 듯 나나는 그를 놓은 채 손톱을 깨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뭔데? 뭐... 체육 창고에 시체라도 숨겨놨다던가 그런 거 아니지?" "그게 아니라! 오늘 미소랑 만나는 게 내시잖아! 걱정된다고!" "내시 형이 어때서? 나는 솔직히... 넬리언 쪽이 더 걱정되는데." "넬리언은 대하기가 어려운 거지 미움 받을 타입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러니까... 그... 내시 오빠는..." 니어는 잠시 이해하지 못한 채 있다가 그 의미를 깨닫고 키득거렸다. 그 웃음에 나나는 주먹이라도 휘두를까 망설였지만, 솔직히 그런 비웃음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작 그녀도 헛웃음이 나오는 지경이니 말이다. "그렇긴 하지. 소미가 재미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봤었으니까." 그의 대답에 걱정은 배가 된 듯 나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미간을 주물렀다. "확실히... 내시 형은 좀 '답답한 면'이 있지." "...아무토록 미소가 미워하지 않아야 할 텐데." 택 1 [오늘의 질문] 내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야? / 평소 일과에는 무얼 하며 지내? / 자존감이 낮은 이유? / 좋아하는 간식은? 택 1 [이번주의 질문]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어? ,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아래 레스 말대로 뭐 하나 더 추가되어있었네... 위에 있던 목록 긁어와서 지우고 쓰다보니 실수한 거 같아 미안)
이름없음 2024/04/01 11:13:04 ID : Gq4Zdu63Wjc
(뭐라고썼더라 아무튼 오류 지적하는 글)
이름없음 2024/04/01 16:05:31 ID : k9y2IMjjy47
좋아하는 간식은?
이름없음 2024/04/04 01:28:36 ID : Gq4Zdu63Wjc
마음에 드는 스레였는데 나만 혼자 레스를 너무 많이 달아서 재미가 없어졌나 내가 다시 가져갈게 잘가 ...려고 했으나 스레가 6일째 동결된 것을 보고 돌아와버렸다. 앵커판 화력 다 죽었네
이름없음 2024/04/04 19:08:48 ID : Gq4Zdu63Wjc
파란색 제외 일반 히비스커스의 꽃말: 섬세한 사랑, 섬세한 아름다움, 아무도 모르게 간직한 사랑, 당신을 믿어요 라는 뜻도 있더라
이름없음 2024/04/14 20:46:27 ID : 6nVdWpcJXvA
으엑 아냐 저 기간 때 진짜 바빠서 그랬어 계약했던 거 마감이 마지막 끝나가는 부분이라 온종일 붙잡고 잠까지 안 자고 적느라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고 개강까지 해버려서 밤 샜다가 강의 갔다와서 겨우 자고 반복했어. 이거 말고도 앵커 하는 게 있었는데 전부 못했을 정도야. 일단 앵커 부분이 날아갔으니 다시 앵커 정해둘게 돌아오고 싶으면 돌아와도 괜찮아. 어제부터 다시 여유가 생겼어. [이번주의 질문]
이름없음 2024/04/20 11:14:21 ID : Gq4Zdu63Wjc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것은 없어?
이름없음 2024/04/20 23:10:11 ID : 6nVdWpcJXvA
저벅저벅. "아! 이건 실제로도 먹을 수 있는 풀이래. 한 열대우림에서는..." 충격적이었다. 내시는 이곳에 와서 1시간째 지나가며 보이는 것들을 읊기만 할 뿐이었다. 니어도 나를 불러다놓고 그림만 그리긴 했지만, 그는 마치 나를 잊어버린 것처럼 대했던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그걸 지적하고 나서는 서로 맞추어가며 대화하려 노력했다. 그에 반해 내시는 나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데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하고 있었다. 이젠 내가 사라져도 모를 지경이었다. "평소에 사람이랑 얼마나 자주 놀러 나가십니까?" "응? 어... 음... 그러니까..." 내 물음에 내시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주춤거렸다. 나는 하염없이 그가 대답하길 기다렸고, 내시는 거의 30초가 지나고 나서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거의... 없지. 하하, 뭐 그렇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숨기지 않고 답했다. 내 대답에 살짝 상처라도 받은 듯, 내시는 토라진 채로 시선을 피했다. "딱히 나쁜 거라고 생각해서 말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쳐나가야할 부분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하... 나나한테 자주 들어..." 나는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 쭈그려 앉아 풀이나 바라보는 것보다도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것이 그에게는 더 충격인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놀러나가죠." 내시는 산이라는 성역이 빼앗기자마자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는 그런 내시의 손을 잡아주며 상가로 향했다. 마치 애를 데리고 즐길 거리를 찾는 어른의 심정으로 적당한 곳을 찾아 헤매이던 와중, 한 아이스크림 집이 눈에 띄었다. 곧장 그곳을 향해 달려가려 하자 내시는 당황한 채로 뒷꿈치를 바닥에 끌며 나를 멈춰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거긴 안 돼...! 같은 학과 학생 있단 말이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럼 더더욱 여기로 가야겠네요." "안 돼...!" 내시는 전력을 다해 몸을 뒤로 기울이며 저항하려 했지만, 여느 인간이 그렇듯 안드로이드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내시의 힘은 진짜 정말로 약해서 내 체구 정도의 평범한 여자였더라도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움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꿈쩍도 안 한 채 서 있자, 마치 내시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됐다. "왜 안 되는 건데요?" "그러니까... 어... 알아보면 귀찮아지기도 하고... 또... 아! 미소 같은 사람이랑 다닌다고 소문이 나면 눈에 띄기도 하니까!" 적당한 변명이 떠오른 것에 기쁜 듯 내시는 혼자서 베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자기 딴에는 '적당한 변명'이었던 모양이지만, 내게는 험담으로밖에 안 들리는 것이 문제였다. '...무슨 겁 많은 미어캣도 아니고.' "좋아요. 그럼 저 없이 혼자서 주문하고 오세요." "어?!" 정말 청천벽력이라도 벌어진 듯이 내시가 소리쳤다.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시를 들어올려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마치 게임의 말을 내려놓듯 문앞에 놓여진 내시는 머뭇거리면서 불안한 듯 나를 바라봤다. "이야기도 나누고 오시고, 저는 와플콘에 카라멜 아이스크림, 슈가 스프링클 뿌려서요. 아, 감시할 거니까 주문만 띡 하고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으실 거에요." "주문이 어려워... 다시 말해줘..." 이미 포기한 듯한 내시는 내 주문을 세 번이나 다시 듣고 나서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정면에 있는 벤치에 앉아 유리 너머의 내시를 바라봤다. 내시는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굴며 제대로 말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누구와 대화하는지 보고 싶었지만, 이 각도에서는 보이질 않았다. 그저 그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있다는 것만이 내게 느껴졌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던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에서 점점 미소를 되찾기 시작했고 살짝 붉어진 얼굴로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더는 바라보지 않았다. "그... 여기." 돌아온 내시는 내게 와플콘을 넘겨주었다. 그는 플라스틱 컵에 푸른 아이스크림과 바나나팝을 올린 아이스크림이었다. 나는 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며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쉽죠?" "음... 뭐... 그렇네." "안 될 사람이라면 하라고 하지도 않아요. 내시는 딱히 안 될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어요. 어떤 식인지는 몰라도 나나의 도움까지 받았었다면 분명히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내 답에 의외라는 듯이 내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상가를 걸어가며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 누가 있었는지 바라봤다. 말총머리의 흑발 여성. 확실히 내시의 또래로 보였고 어떤 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나는 조용히 지나치려다가 떠오른 한 가지 생각에 멈춰 섰다. "연락처 교환했어요?" "응... 한 번쯤 말 걸어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면서 받아갔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나?!" "아니요. 그냥..." 나는 한참이나 그 아이스크림 가게를 바라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저도 소개시켜줘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내가 음흉하게 웃어대자 내시는 불안한 기운을 감지한 듯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나는 이 감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은 나의 훌륭한 연구 대상이 되어줄지 모르겠다. 내 눈에 보이는 분홍빛의 파도에서 느껴질 새로운 짠맛 대해 말이다.
이름없음 2024/04/21 00:17:37 ID : 6nVdWpcJXvA
☆화제 : 스몰토크를 하자! (좋아하는 간식은?) / 얀블과 미소노, 그리고 첫 안드로이드 (안드로이드에 대해 궁금한 건 없어?) 나는 다가올 즐거움은 뒤로 한 채 그와 해안가로 향했다. 우리의 아이스크림은 점점 녹으며 손등을 끈적하게 만들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향기의 바람은 녹은 아이스크림을 더욱 달콤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스몰토크가 중요해요." "어?" "제 장치 속의 인터넷 회신망을 통해 검색한 결과, 관계 증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몰토크라고 했습니다." "어... 그렇군요." "연습해보죠." 나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내며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잠시 동안은 내 시선에 맞추던 내시는 천천히 눈알을 굴리며 시선을 피했다.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뭔가요?" "매번 달라요... 짠 맛과 단 맛이 있고 고소한 맛이 있는데 매일 같은 맛을 먹는 건..." 긴장한 내시는 여태껏 보인 적 없는 속도로 대답했다. 놀라서 잠시 말을 잃었던 나는 조심스레 답했다. "좋아요. 그런 대답을 하면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출중한 사람이라고 기억될 거에요. 참 좋은 일이죠?" "...정말?" "..." 비꼰 것도 못 알아듣는 그를 향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내시는 진의를 깨달은 듯 나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저한테 물어보실래요?" "음... 뭔지 알고 있는..." "그냥 물어봐요." "좋아하는 간식은 뭐야, 미소...?" "푸딩입니다. 달콤한 맛과 입안에서 맴도는 가벼우며 또 무게감 있는 식감은 혀를 즐겁게 합니다. 천천히 녹아가는 푸딩에서 느껴지는 과일향은 정말 천국 같죠. 내시는 무슨 간식을 가장 좋아하나요?" "그렇구나...." 내 마지막 질문은 들리지 않기라도 했다는 듯 내시는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며 답하지 않았다. 내가 어색해진 손 제스쳐를 거두며 시선을 피하자 뒤늦게 내시가 눈치챈 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치즈볼?" "치즈볼? 의외네요. 뭐랄까, 내시는 꽤나 건강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식단에 신경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걷는 걸 좋아하거든..." 내시는 가볍게 말을 이어갔다.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주제가 나오자 그는 신기하리만큼 이전의 모습이 사라지고 말을 이어갔다. "학교 가는 길에 산을 통해서 갈 수 있어... 등산을 하진 않지만,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여러 생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아. 저번에 갈 때는 붉은 다람쥐를 봤는데, 슬슬 새끼를 벨 시기라서 구경해보니 작은 나무 옹이구멍 안에..."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였던 것일 뿐이네.' 나는 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이 다시 보이는 것에 헛웃음을 뱉었다.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그를 보면 굉장히 즐거운 것처럼 보였다. 니어가 그림을 그리며 보여주었던 얼굴과 완전히 판박이였다. "좋아요, 좋아요. 진정하세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친근하게 받아주었으니 아마 문제 없을 것입니다." "응? 어... 뭔가 문제가 있었나..." "그 얘기는 이제 됐습니다. 그나저나, 안드로이드에 관해 궁금하신 건 없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에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물어보셨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궁금하기는 한데... 물어봐도 괜찮아?"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우선 물어보시면 최선을 다해 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노아는 엄지 손가락을 꼼지락대더니 망설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질문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더욱 궁금해져만 갔다. "얀블 박사님은 몇 살 때 널 만들게 된 거야?" "..." 나는 순간 망설였다. 이것을 대답해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다. 내 망설임을 눈치챈 듯 내시는 더욱 주춤거리며 쭈뼛쭈뼛 아이스크림 컵을 알라딘의 램프마냥 문지르고 있었다. "22살에 처음으로 만든 안드로이드로 저를 만드셨습니다." "헉... 젊으시다고는 생각했는데, 엄청 젊으신 모양이네?" "그렇습니다. 아직 28살밖에 되시지 않으셨으니까요." "...어라? 근데 미소가 첫 안드로이드인 거야? 그런데 왜 이제서야 농담 기능을 테스트 하는 거야? 어... 게다가 아직까지 팔려나가지 않았네. 뭔가 결함이라도 있었어?" "전 엄밀히 따지자면 현재 2번째 버전입니다. 더욱 향상된 기능들을 탑재하여 다시 설계되었고, 그것이 현재 제 모습입니다." "그럼 이전의 미소는 어떻게 됐는데?" "그 부분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가족이 위험하지 않음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그건 그저 사고였습니다." "어... 응..." 내가 차갑게 마지막 질문에 답하자, 내시는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 이후로 겨우 되찾은 분위기에 우린 여러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내 형식적인 미소 뒤엔 작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나는 아직도 이 대답을 해준 것이 옳았는지 확신이 없었다. ☆오늘의 영향 좋아하는 간식은? Clear! 내시와 만날 때 '시드'와의 동행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내시는 내가 '두 번째 미소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름없음 2024/04/21 00:42:16 ID : 6nVdWpcJXvA
삐슝삐슝. 오늘은 여태와는 다르게 남들이 내 일정을 위해 시간을 비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일정이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나는 하염없이 나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텔레비젼으로 고양이 유튜브를 바라보고 있었고, 얀블 박사님은 옆에서 오래된 게임기를 신나게 만지작거리며 소파에 반만 누웠다. 나는 게임 소리가 시끄러워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그녀에게 따졌지만, 그녀는 게임의 소리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레트로 게임기가 평범한 정크로 변하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걸 아직 그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하암..." 그때, 나일이 하품을 길게 내뱉으며 주방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내게 보여주었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티셔츠와 잠옷 바지만을 둘러입은 채 음식을 찾아 헤매는 짐승처럼 행동했다. 아마 아침도 먹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지금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집안의 리더라는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것에 비해 그녀는 쉬는 날만 되었다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일의 이불 두더지나 애플망고처럼 이러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나를 웃기게 했다. "오늘 함께 옷 사러 가지 않겠습니까, 나일? 나나가 오기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심심하던 찰나였습니다." "음.... 아니! 휴일 바꾼다고 이번주에 진짜 애썼거든. 오늘은 좀 쉬고 싶네." "그...그러면 제가 밥이라도 해드릴까요? 정말 이렇게 앉아서 고양이 유튜브만 보는 날에는 제 뇌가 녹아버릴지도 모릅니다. 그저 하염없이 몇 분짜리 고양이 영상만을 보며 몇 시간을 버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뇌 없잖아. 그리고 난 이거면 충분하거든." 나일은 오렌지 주스와 빵조각을 꺼내며 말했다. 결코 그녀에게 영양 잡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심심함에 무어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컵과 접시를 세팅하고 입에 음식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얀블 박사님한테 놀아달라고 해." "지금 안 보이십니까? 지금 저 바보 상자에 갇혀서 얀블 박사님은 오늘 온종일 반응이 없으실지도 모릅니다." "세기를 뛰어넘은 천재도 저런 바보 같은 걸 하는구나."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내 투덜거림이 얀블 박사님께 들렸는 듯, 얀블 박사님은 굉장히 의도된 헛기침을 했다. 나는 눈알을 보란 듯이 굴리며 나일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냥 체력이나 비축해두는 편이 좋을 걸~ 너, 오늘 나나랑 함께 하는 날이잖아?" "네. 뭐... 딱히 문제는 없지 않나요?" "그건 네가 나나랑 놀아보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일은 마치 과거를 회상하듯 먼산을 바라보며 헛웃었다. 나는 그녀가 무얼 떠올리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옅은 공포가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었다. "넌 안드로이드라 지치지 않는다고 했지?" "대부분의 상황에선, 그렇습니다." "너도 오늘 '지친다'는 게 뭔지 알게 될 거야." 택 1 [오늘의 질문] 가장 친하게 지내는 가족 구성원은? , 평소 즐겨 하는 활동은? , 농구 연습은 잘 되어가? , 내시와 있었던 일...[내시 이후 생긴 나나와의 일정으로 생긴 분량] , 넬리언과의 관계는? [넬리언과의 일정을 앞둬 생긴 분량] 택 1 [이번주의 질문]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몸살 너무 심하다.... 뭔가 잘못 먹었나. 냉장고에 계속 있긴 했는데, 한 달 지난 계란은 먹으면 안 됐던 건가?
이름없음 2024/04/21 00:44:29 ID : 6nVdWpcJXvA
앵커판 화력이 죽은 게 아니라 글이 재미없나 싶기도 하구. 난 그래도 끝까지 적을 생각이야! 이전에 출품해보려던 작품인데 때려치고 앵커판에서 새로 설정 바꾸어서 적어보는 거라 난 재미있거든. 근데 확실히 화력이 없으니까 연속 앵커 부분 규칙을 조금 완화하는 편이 나을지도...
이름없음 2024/04/21 01:48:16 ID : Gq4Zdu63Wjc
발판 어쩐지 볼 때마다 미리 써놓은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는데 출품용으로 준비했던 글이었구나! 사람마다 다 스레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는 예전부터 이런 분위기의 스레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보는 중이야. 문제는 밑으로 갈수록 내 레스밖에 없으니까 도배하는 것 같아서 양심에 찔린다는 거... 연속앵커는 규칙대로 꼭 12시간 이후에 달고 있지만 시간이 완화가 되면 다른 참여자들이 부담을 덜고 올지도 모르겠다. 암튼 끝까지 적을 생각이라니 고맙고 아픈 거 빨리 나아라. ※신선한 계란은 냉장보관 유통기한인 한달이 지나도 3주일까지는 섭취 가능한데 애초에 상태가 안 좋은 계란이었을 가능성이... 혹시 병원 안 갔으면 더 아프기 전에 빨리 가
이름없음 2024/04/22 06:00:50 ID : mIGr804E6Y9
넬리언과의 관계는?
이름없음 2024/04/22 18:04:45 ID : 8nTXvwnAZdB
발판
이름없음 2024/04/22 18:10:03 ID : Gq4Zdu63Wjc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이름없음 2024/04/22 23:37:56 ID : 6nVdWpcJXvA
나는 결국 금요일에 일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데이터 정리와 고양이 유튜브만으로 시간을 때웠다. 애매한 즐거움으로 흐물흐물해진 몸은 회복될 시간도 없이 나나의 침입에 깨어났다. 니어와 함께 문을 박차고 나타난 나나는, 입술을 길게 늘어트린 채 미소 지으며 외쳤다. "오락실 가자!" "네. 나갈 준비는 마쳤습니다." 대답을 듣자마자 나나는 니어한테 '부탁해~'라며 짐을 전부 맡기고는 내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섰다. 우리는 한참이나 해안선을 걸으며 상가 부근으로 향했다. 해안선을 직접 걸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여태껏 보지 못한 건물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변을 훑어보던 나는 계속 참고 있던 질문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나나, 그나저나 오락실이라는 건..." "응? 오락실이 오락실이지!" "VR 게임장이 아니라 오락실이란 말입니까?" "응! ...왜 그래? 도시에는 없어?" "당연합니다. 보급형 VR이 문구점에서 팔 정도인 시대인데 오락실이라니. 장사가 될 리가 없습니다." 오락실이란 건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브 컬쳐 문화를 즐기는 동양권에서는 제법 남아있다는 모양이지만,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 더욱 뛰어나며, 전기 효율까지 더 뛰어난 VR 게임장이 아니라 오락실을 운영할 이유가 없었다. "얀블 박사님이 어렸을 때조차 오락실은 찾기 힘들었을 겁니다." "박사님이 어렸을 때을 알아?" "시대적으로 그렇다는 건 누구나 알 겁니다." 믿지 못하겠다는 내 대답들 속에 나나는 잠시 무표정하게 생각에 잠기더니 미소 지으며 힐끔 시선을 보냈다. "그럼 더 재미있겠네!" 나는 여전히 착각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려고 했지만, 의미 없다는 걸 곧장 깨달았다. 나나는 여태껏 내 반응을 위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는 도로 하나를 두고 오락실의 건너편에 서 있었다. "여기가 우리 동네 유일한 놀이터, '메가 펀 : 스페이스 아웃'이야. 예전에 유행하던 오락실 프랜차이즈라던데, 나는 잘 몰라. 지금도 중학생 정도 되는 너드들이나 찾아오니까 딱히 예전에도 유명했던 곳은 아닌 것 같네!" "나나도 너드인가요?" "실례네! 나는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오는 거거든?" 엘리시아는 장난스레 소리치며 안을 향해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평범한 사람보다 빠른 그녀의 발걸음을 쉽게 쫓아가지 못하고 횡단보도에서 발을 헛디뎠을 정도였다. 나나의 착각이 아니었다. 그곳은 정말 오락실이었다. 브라운관을 세 개 이어붙혀도 따라잡지 못할 거대한 크기에 비해 아담한 버튼과 조종 막대, 특이한 형태의 도구들을 이용하는 오락기부터 다른 별실에도 기계 장치들이 가득이었다. 나는 검색해봤던 그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에 두 눈을 껌뻑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오늘 얀블 박사님이 붙잡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여기 오시면 좋아하시겠어.' "아저씨, 안녕!" "오랜만이다, 알버트 꼬맹이. 옆에 계신 분은 누구냐?" 나나는 대뜸 들어가자마자 저 멀리 빗자루질을 하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아주 짧게 그를 훑어보았다. 서른 중반에 나이, 결혼 반지가 있는 것을 보아 약혼이거나 이미 유부녀, 삐딱하게 서는 습관이 있는데 다리 지병으로 인한 것인 확률이 높아보였다. 안전한 사람임을 확신하고 나서야 경계를 풀었다. "니어 온라인 친구! 시골에서 사는 것도 괜찮은지 보려고 우리 집에서 1년 지내기로 했어." 아무래도 니어 앞에서 내가 한 거짓말을 정식으로 그들이 채택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서로 발언이 엇갈리는 것보단 이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편적으로 신용이 가는 변명은 아니었다. "허... 니어 녀석 터무니 없는 짓을 벌였구나." 그렇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놀랍진 않았다. "시골 특산품이라고 하면 여기인 것 같아서 데려왔어!" "그렇긴 하지." 그는 잠시 웃더니 내게 악수를 청했다. "루벤트 슈팅스타라고 해요. 도시 것에 비하면 변변찮은데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껏 즐기다 가셔요." "아, 저는... 미소노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그와 악수를 한 나는 나나의 뒤를 쫓아 더욱 매장 깊숙히 들어갔다. 오락기들은 굉장히 다양했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오락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소설 원작의 게임들이라던가 그녀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판타지 게임들도 있었다. VR 게임은 커녕 게임기 자체가 희귀하던 시절의 고전 게임들도 자리하고 있었고, 비교적 최신 것으로 보이는 처음 보는 것들도 있었다. 과연 이들 중 무슨 게임을 하게 되는 걸까 궁금해 하며 계속 주위를 둘러봤다. 끝내 고민하던 나나를 멈춰 세운 것은 조종 막대와 버튼을 이용하는 여타 다른 오락기와는 약간 다른 형태였다. 하지만 이건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것이었다. 화살표 발판을 노래와 박자에 맞춰 춤추듯 밟는 2인용 게임. "펌프 하자!"
이름없음 2024/04/23 00:04:26 ID : 6nVdWpcJXvA
그저 노래에 맞춰 스크린에 나오는 화살표에 맞는 방향의 발판을 밟기만 하면 되는 게임. 난 안드로이드다. 그런 간단한 정보의 입출력을 요구하는 게임을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단 세 곡만에 판명됐다. 머리가 생각한 대로 발을 곧장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가끔 퍼포먼스랍치고 나나가 자리를 바꾸자고 하는 날에는 하던 것이 꼬여 발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우리 이것만 40분째야! 신기록 갱신인데?"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나일.' 땀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쳤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손등으로 땀을 훔치는 시늉을 했다. "좀 쉬어요. 다른... 손가락으로 하는 게임도 많잖아요." "당연히 많지! 뭐 할까?" 나나는 땀범벅인데도 지치지도 않는 듯 동전 지갑을 양손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젊은 사람의 기력을 이길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나는 살짝 무섭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저건 어때? 한 명은 음식을 만들고 한 명은 서빙하는 협동 게임이야!" "좋아요. 이것만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이번 게임은 나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여러 음식을 만드는 내 역할은 레시피를 외우고 정해진 순서의 버튼만 누르면 됐기 때문이다. 순발력이 내 종목이 아님은 2분 전에 깨달았지만, 암기는 내 종목이라는 걸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게임을 진행하며 쏟아지는 나나의 칭찬 덕에 자신감이 생긴 나는 결국 고득점에 이름을 기록했다. 가장 위에 내 이름의 철자 'MSN'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동전을 집어넣으면서까지 이런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저건 뭔가요?" 나는 손가락으로 별실을 가리켰다. 방음 부스처럼 보이는 아주 좁은 방에 쇼파와 작은 테이블 기계 장치가 전부 들어가 있었다. 두 명이 들어가기도 힘들어보이는 고문실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 묻는 내 질문에 나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흥미를 보였다. "저건 가라오케! 미소는 노래 부를 줄 알아?" "어느 정도는 압니다." 나는 재빠르게 가라오케의 뜻을 검색했다. 그리고 그 뜻을 이해한 나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잘 부르지는 않습니다." "뭐, 어때! 가자!" 나나는 또 내 손목을 낚아채 부스로 끌고 갔다. 처음에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당기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다지 불편한 점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되려 내 호흡도 -물론 의미 없는 호흡- 빨라지고 그녀의 활력을 점점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날 세게 잡아당긴다고 한들, 이제 난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 오락기 사업 자체가 이제는 거의 중단된 만큼, 기계에는 15년 전의 노래가 최신곡으로 분류되어있었다. 하지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나나는 그 모든 노래의 가사를 외우고 있었다. 개중에는 나조차도 모르는 가사라 몰래 검색해가며 불렀을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그녀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끔 맞추어 불러보려 노력했다. 신나게 놀고 있는 나나의 모습은, 정말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기 때문이다. 나나의 동전 지갑이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저녁을 넘어 밤에 가까워져 우리는 오락실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슬러시를 한 잔씩 뽑아 마시고 있었다. "슬러시도 처음 마셔봐요." "의외로 안 해본 거 투성이잖아, 안드로이드 씨. 도시에 살아서 그랬나?" 내 말에 나나는 비아냥거리면서 슬러시를 빠르게 빨아 마셨다. 그리고는 두통이 몰려오는지 대뜸 자신의 머리를 손바닥 아랫 부분으로 쿵쿵 쳤다. "안드로이드는 부럽네... 그냥 빨리 마셔도 돼고...." "꽤나 정크 푸드를 먹는 기분입니다." 난 그런 그녀가 시선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슬러시의 빨대를 붙잡아 휘저으며 안에 뭐가 든 건지 살펴보려 했다. 정크 푸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햄버거보다 질 나쁜 음식은 이게 처음이었다. "음료를 얼리기만 했는데 이렇게 느껴질 수가 있군요." "이 편의점은 시럽을 넣어서 만든다는 것 같더라. 그게 문제일걸." 조금 상태가 나아졌는지 나나는 길게 숨을 내뱉고는 이전보다도 훨씬 천천히 빨대로 슬러시를 마셔댔다. "그나저나 재미는 있었어? 뭔가 나만 즐겨댄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나는 고개를 돌려 오락실을 빤히 바라봤다. 저녁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는데도 되려 이 시간에 오는 아이들이 제법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 시끌벅적한 것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여기는 어쩌다가 오게 된 건가요? 단순히 시골에서 놀러갈 만한 곳이 이곳뿐이었나요?" "시골이래도 그 정도는 아니야. 어렸을 적에 넬리언이 꽤나 좋아했거든. 그래서 용돈을 자주 받는 나한테 가자고 매번 졸랐었어." 나는 갑자기 나타난 뜻밖의 이름에 눈썹을 치켜세우며 귀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단번에 눈치채기라도 한 듯, 나나는 보란 듯이 키득거렸다.
이름없음 2024/04/23 01:16:46 ID : 6nVdWpcJXvA
☆화제 : 넬리언의 유일한 연장자, 나나 (넬리언과의 관계는?) / 나일, 나나, 그리고 네리아.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넬리언은..." 나는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물음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잠시 말을 끊었다. 그 모습조차 흥미롭다는 듯 나나는 몸을 앞으로 내뺀 채 살며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입가에 번진 옅은 미소는 여태껏 알버트 가족이 보인 넬리언에 관한 보편적인 반응과는 상반됐었다. 그들은 마치 넬리언을 입에 올려선 안 될 악마처럼 취급했다. 물론 그것이 넬리언을 따돌리고자 하는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내게 있어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그에 반해 니어는 그 이야기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만 있었다는 듯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그에 나는 적극적으로 물었다. "넬리언은 나나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니어가 말해주었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며 느낀 건, 일반적으로 누군가에 관한 평가나 행동이 나일에게서 비롯되거나 나나에게서 비롯되어있습니다. 넬리언과 나나는 정확히 어떤 관계입니까?" 다소 진지한 내 질문에도 나나는 사정없이 웃기만 했다. 대답을 원했던 내가 즐길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한참이나 키득거리던 그녀는 슬러시의 빨대를 위아래로 잡아당기며 답했다. "넬리언은 누굴 따른다던가 하는 애가 아니야. 누굴 존경하는 성격도 결코 아니지. 뭐,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분명하게 언니나 오빠들에게 날카롭게 대하고 우리끼리만 놀게 됐어." "우리끼리라는 건..." "우리 가족은 활동 범위를 보면 '연장자 팀'과 '동생들 팀'이 나뉜 느낌이야. 중간을 끊어서 위 아래를 나눈 거지. 그러니까, 나와 넬리언, 그리고 니어 셋이서만 놀게 된 거겠네." 나는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굳이 써주는 그녀가 살짝 웃겼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끔 하려는 건지, 아니면 내가 농담을 좋아한다는 말에 맞춰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우리가 좀... 뭐랄까... '모범적인 학생들'은 아니었거든." "네?" "...흔히 불량 학생이라고 하지?" 나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나나는 깊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셋은 아빠도 거의 못 봤고 어느 정도 놀이를 하기 좋아하는 시기부턴 우리끼리 알아서 큰 느낌이 커. 엄마는 매번 일을 하시느라 바빴으니까. 그마저도 우리가 학교에 다니지 않을 시절에도 언니 오빠들은 모두 학교에 다니니까 친해질 시간이 얼마 없었어. 우린 우리끼리 잔뜩 놀았고 딱히 누굴 존경하려 들질 않았어." 나는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다시 하게 만든 것에 미안해져서 눈살이 찌푸러질 정도였다. "그 성격은 자연스레 사춘기 시기까지 그대로 이어진 거지. 그 중에서도 넬리언이 특히 심했어. 무리의 리더 격이었던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연장자 취급을 해주지 않았지. 하지만 말이야, 누구라도 연장자 없이 살기는 쉽지 않아. 마음속 문제가 깊어질 때면 더더욱 그 허전함을 느끼게 되겠지. 그 대상이 넬리언한테 나밖에 없던 거야." "그렇다는 건..." "나조차도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많은 문제를 나한테 상담하고는 해. 이걸 말하는 게 결코 즐거운 건 아니지만, 나는 아마 넬리언이 가장 믿고 있는 사람 정도 될 거야." 이제 니어가 '자격'을 운운하며 나나에게 물어보길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넬리언과 가까운 니어는 말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모든 나머지는 넬리언이 거부하는 사람이다. 넬리언 자기 자신을 제외한다면, 그걸 물어볼 자격은, 니어에게 있어 넬리언이 의지하는 사람, 나나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에게 불량 학생이라는 기분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넬리언에게마저 말입니다." 넬리언은 처음 날 마주하자마자 짜증을 부리며 돌아가고는 했지만, 그게 '불량 학생' 수준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귀여운 수준이었다. 딱 사춘기 정도의 분위기가 강했다. 꼬마 악동을 우리는 불량이라는 말까지 이어붙이지 않는다. "아직 넬리언은 만나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은 그래도 착하다는 느낌이 물씬 듭니다. 특히나 나일과 나나는 비슷한 느낌으로 가족의 중심이 되어있기도 하고요." "나 언니랑 비슷해?!" 나나는 내 스쳐지나가는 이야기에 놀란 듯 활짝 웃으며 외쳤다. 나는 이전까지 나누던 대화 분위기와는 너무 상반된 반응에 살짝 놀라 한 걸음 물러서며 주춤거렸다. "우와. 살다보면 언니랑 닮았다는 말도 듣는구나! 응, 이제 여한이 없어. 죽자, 오늘!" 나나는 신나서 허공에 주먹질을 하며 환호하더니 정말 말 그대로 빨대를 삼켜버리려 했다. 놀란 내가 한참이나 저지하고 나서야 진정이 된 그녀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편의점의 테이블에 등을 기댔다.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뭐 그럴 것까지야..." "글쎄. 네가 만약 우리 가족이 착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느끼고 있다면 말이야, 그건 정말 언니 덕분이거든." 나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또 그 반응이냐는 듯이 나나는 어색하게 웃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나일은 처음부터 착했어. 우리들과는 다르게 말이지. 심지어는 노아마저 헛돌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인데 말이야." "처음부터...인가요." "어쩌면 엄마를 닮은 걸지도? 나일이 웃어른한테 칭찬 받으면 허구한 날 하는 말이 '어머니를 닮았을 뿐인 걸요, 뭘.' 이거든." 나나는 나일을 꽤나 흉내내며 말했지만, 그건 나일의 흉내라기보단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코끼리 풍선 같았다. 나는 나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나에게 떠오른 농담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한참을 웃으며 참았다. 하지만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였다. 지나치게 모험적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나일은 네리아처럼 진취적인 여성상에 가까웠다. 대뜸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점까지 네리아를 꽤나 닮았다. "그 근원이 어쨌든 나는 가족을 돌본 건 더 신경 쓴 건 나일이라고 생각할 정도야." 아주 일순간. 남들이라면 놓쳤을지도 모를 단 한 순간, 나나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에서 가시가 느껴졌다. 나는 살짝 얼어붙은 채 그녀가 말하는 걸 계속 들었다. "넬리언을 제외한다면 우리를 올바르게 이끌어준 건 나일뿐이었지. 각자의 바른 길을 걷고 있다기보단 그냥 나일의 뒤를 안전하게 따라갈 뿐이야. 뭐, 나는 그거로 만족이지만." 나나는 정말 신난다는 듯 미소 지으며 내게 답했다. 내게 칭찬을 받았던 것이 다시 기억이라도 난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보인 어색함은 잊어버리려 애쓰며 슬러시로 시선을 돌렸다. 푸른빛의 소다 결정들은 슬슬 녹아내려 빨대 없이도 마실 수 있을 지경이었다. 한참이나 컵속을 바라보던 내가 지루했던 건지, 나나는 먼저 자리를 떴다. "돌아가자.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네." 나는 아직 묻고 싶은 것이 한참이었다. 당장 내일 넬리언을 만나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그닥 없다. 게다가 나나는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말이 많았다. 더 많은 걸 물어볼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넬리언에 관한 건 내일 직접 물어보도록 해."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어제 나한테 직접 말했어. 안드로이드한테 자기 이야기하고 싶으면 마음 편히 하라고. 내 생각엔, 넬리언도 은근히 너한테 관심이 있는 모양이던데?" 나는 그 말의 속뜻은 없을까 한참을 서서 생각했다. 그리고는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며 빨대를 입에 물은 채 그녀의 뒤를 따랐다. 편의점의 문을 열자 바다의 찬 바람이 우리에게 부닥쳤다. 난 안드로이드라서 상관 없었지만, 방금까지 땀을 흘리다가 슬러시를 먹고 온 사람에겐 꽤나 찬 바람이었던 것 같았다. 살짝 떨고 있는 나나에게 나는 코트를 벗어주었다. 나나는 코트를 붙잡은 채 나를 바라보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래서, 미소는 어때?"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넬리언을 돕고 싶은 거야?" 나는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말을 잃었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해안선 너머를 바라봤다. 나일은 그러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어째 나는 더욱 몸에 '긴장'이라는 신호가 오갔다. "제가 '농담'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나나에게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속삭였다. "그건 아마 '사람을 돕는 것'일 겁니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오늘의 영향 넬리언과의 관계는? Clear! 가족에게서 은은히 느껴지는 상냥함은 누구에게서부터? Clear! 나나와의 관계가 꽤나 진전된 듯하다! 데이터 점검 날, 얀블 박사님께 오락실을 가자고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름없음 2024/04/23 01:45:02 ID : 6nVdWpcJXvA
서걱서걱. 학교의 쉬는 시간, 니어는 다른 사람들이 시끌벅적 뛰어다녀도, 선 하나에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산에서 부탁받은 미소노의 그림이었다. 인간과 완전히 같은 모습임에도 그는 왠지 더욱 사람처럼 그려줘야 한다는 암박감을 느꼈다. 딱히 그녀가 부탁한 것도 아니고, 자신조차 그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손은 그렇게 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그 부탁에 응할 뿐이었다. "야." 갑작스러운 부름에 니어가 놀라 주춤거리다가 미운 선을 그어버렸다. 그래도 그는 화를 내지 않고, 부른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정말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그건 넬리언이었다. "아, 미안. 그림 그리고 있었냐?" "뭐, 괜찮아. 그나저나 여긴 왜? 나나가 농구라도 하자고 했어?" 넬리언은 1학년 교실에 오는 법이 없었다. 신입생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는 원래 불필요한 곳으로 발을 옮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걔 어제 안드로이드랑 밤새 놀고 지쳐서 보건실에서 잠만 퍼 자더만." "와우. 걔 졸업할 생각은 있대?" "쟤는 괴물이나 뭐, 살아 움직이는 치외법권 같은 거잖냐." 넬리언은 눈알을 굴리며 투덜거렸다. 잠깐 이어진 침묵에 니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 이곳까지 올 정도라면 분명 넬리언은 중요한 용건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안드로이드한테 내 얘기 해도 돼. 이거 예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너무 부담 안 가졌으면 해서. 어차피 나도 일주일마다 만나야 할 텐데 어색해 하는 고철은 만나기 싫거든." "하지만 그래도... 그 일은..." "난 정말 괜찮아." 니어가 느끼기에 넬리언은 꽤나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다. 절대 허투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요즘 편히 마음 먹기로 했어. 나도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지." "너, 나나랑 이야기했구나. 그렇지?" "그 눈치 빠른 점은 솔직히 좀 싫네~" 넬리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니어는 저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그리고 지금 지은 표정이 미소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너무 나일 같잖아. 그러지 마라." "너야말로 너무 큰 누나한테 그러지 마라." 니어는 어색하게 웃으며 넘겨짚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에게는 그 이상의 것을 할 힘도, 더불어 자격도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도 의외긴 하네. 아무리 나나랑 이야기 좀 나누었다지만, '안드로이드고 박사고 다 꺼져.' 이럴 거였을 텐데 말이야." "그냥..." 넬리언은 어둡게 빛나는 두 눈동자를 창밖으로 옮겼다. 남들이 보면 그것이 먼산을 바라본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하지만 니어는 알고 있었다. 이따금씩 넬리언이 이상한 곳을 바라보면, 그는 무언가를 뚜렷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 '둘'과는 왠지 친해지고 싶네." 니어는 잠시 말을 아꼈다. 그가 떠날 때까지 섣불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엄습하는 불안감은 오늘 차라리 폭풍우가 휘몰아 쳐서 넬리언과 미소노의 일정이 취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헛된 기대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벌어질 일은 벌어졌다. "가자, 미소." "기다리던 참입니다." 함께 귀가한 니어의 앞에서 둘은 길게 말을 나누지 않았다. 마치 서로가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시선을 맞추었다. 니어는 그저 그들이 떠나가는 걸 현관문에서 떠나는 그들의 길을 터주며 바라볼 뿐이었다. 택 1 [오늘의 질문] [넬리언에 관한 대비 부족으로 간결한 키워드만 제공] 자격 / 일탈 / 안드로이드 / 가족 ☆넬리언과의 일정에서 이번주의 질문은 '넬리언은 어떤 사람이야?' 로 고정이지만 행여나 더 상세하게 묻고 싶거나 하는 조건이 있으면 에 함께 제출! (물론 기존 규칙인 '질문은 언제나 하나만'에 해당될 경우에만 적용 되겠지만!) ☆넬리언의 일정에선 '넬리언도 미소노에게 질문할 거야.' 이전에 편의점에서 '무슨 답을 할까, 농담할까?' 같이 내용 도둥에 앵커 제시가 있던 것처럼 대답하는 앵커가 주어질 거야. 시기가 언제인지, 가진 정보는 얼마인지 등등 많은 것이 넬리언을 더욱, 혹은 덜 적극적이게 할 거야. 이 날의 일정은 대부분의 관계를 변화시키지 않지만, 언제나 마지막 일정인 얀블 박사님과의 일정에서 변화가 생길지도? 몸살 계란 때문이 아니었나봐. 이틀 정도 지나니까 굉장히 멀쩡하더라. 그냥 컨디션이 짱 구렸던 모양인 듯?
이름없음 2024/04/23 06:01:17 ID : leIMpe3TSNy
안드로이드?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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