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의 용사 (17)
2.연금술사인 제 가게 옆에 상도덕 없는 연금술사가 이사왔습니다. (26)
3.Pokémon guesthouse (73)
4.마왕입니다 김마왕 (33)
5.A의 죽음 (11)
6.비실아파트 허약볼의 비밀 (27)
7.주사위로 그려내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2- (547)
8.[SYSTEM]: 이런, 큰일이군요. (16)
9.장미 정원의 소녀 (10)
10.그저 만나자마자 싸울 뿐 (9)
11.액자식 소설 쓰자 (29)
12.세계 멸망에게 라면을 끓여준다 完 (358)
13.南無阿彌陀佛 (6)
14.Do you have? (11)
15.우주 배달부의 이야기 完 (166)
16.In a rainy city (4)
17.설원의 마녀 (9)
18.허리 아파서 올리는 병맛 스레 (26)
19.IN THE HOUSE (14)
20.주작글을 썼는데 현실이 되었다 (47)
1
◆k1bdDvDxU1z
2024/08/19 20:30:14
ID : HxxAZijg1yF
13
『성녀의 약조에 따라 일곱째 날에 세계가 완성될지어다.
그 세계에서 신이 이르건대, 인간은 답을 찾아야 할지니.
세계는 규칙을 지키고, 우리는 일곱째 날을 기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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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일차/7일차
2024/08/19 20:30:55
ID : HxxAZijg1yF
0
라면 두 봉지를 발견했다.
나 하나, 세계 멸망 하나, 그렇게 둘이서 먹으면 좋겠다.
바깥 날씨는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3
이름없음
2024/08/19 20:35:53
ID : 1jAi4Hxu8oY
0
화창하다
4
1일차/7일차
2024/08/19 20:39:49
ID : HxxAZijg1yF
0
장마철이라 비가 후두둑 내렸다. 문고리를 잡으니 습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화창한 날을 선호하였다.
문을 여니 햇살이 온화했다. 비가 온 흔적조차 없었다. 나는 즐겁게 발을 내딛었다.
외출을 하고 있다. 어째서? 그야 달걀을 위해서이다.
라면에는 달걀을 넣어야 한다. 대접해주는 라면이니 더더욱 그렇다.
문명이 황폐화되었어도 달걀은 존재한다. 심지어 이 근방이다.
행선지는
>암시장
>폐목장
>야산
5
이름없음
2024/08/19 20:41:07
ID : 6lvcoFhhzbw
0
1
6
1일차/7일차
2024/08/19 20:47:26
ID : HxxAZijg1yF
0
재난의 생존자들은 대피소를 만들었다. 사람이 있으니 시장이 생겼다. 당연한 이치였다. 사람을 사는 곳이 생겼고, 사람을 파는 곳이 생겼으니까.
물론 그중에는 계란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대머리 상인이 닭장을 벽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 돈은 통용되지 않았다. 물물교환을 해야만 했다.
"어이, 성직자 양반. 가진 건 있으신가?"
내 꾀죄죄한 차림에 상인은 시비를 걸었다.
가진 게 있던가? 아마도 없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달라질지도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주머니에는 장물이 있었다.
장물은
> 목걸이
> 성서
> 총
7
이름없음
2024/08/19 21:04:33
ID : 6lvcoFhhzbw
0
3
8
1일차/7일차
2024/08/19 21:16:55
ID : HxxAZijg1yF
0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나는 품속의 권총을 그대로 뽑아들었다.
모처럼 총이 있겠다 이걸로 계란을 사든가 뺏든가 하면 되었다.
"날 겨누는 건가?"
"총구를 내 방향으로 둘 순 없잖아."
손짓을 했더니 수월히 계란 한 판이 손에 들어왔다. 이제 물물교환을 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사기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야?"
"으음, 그치만 생각해봐? 계란 한 판에 총 하나? 너무 바가지잖아!"
"이 아가씨가!"
상인은 발끈했으나 꼼짝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양심을 지닌 성녀였다. 가짜 이름을 대어 외상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절약 구매를 했다. 라면에 넣을 또다른 것을 살 수가 있겠다! 맞은편의 상인이 다행히도 식자재를 팔고 있었다.
상인이 팔던 것은
> 만두
> 생선
> 소고기
9
이름없음
2024/08/19 21:22:45
ID : zgkq0pQtzdS
0
소고기라면 맛있겠다
10
1일차/7일차
2024/08/19 21:32:24
ID : HxxAZijg1yF
0
담백한 식감의 소고기 라면이라니, 입맛이 돋아 큰일이었다. 입을 열기 전에 침부터 꿀꺽 삼켰다.
더군다나 소고기라면 권총과 바꿀 값어치가 된다. 방금 전처럼 외상을 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거래를 할 수가 있다.
나의 권총은 소고기 3킬로그램과 물물교환되었다. 며칠은 두고두고 먹을 양이었다. 고작 몇 분이었으나 정든 권총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 고기는 조금 떼내어 다시 양파와 교환하였다. 소고기의 잡내를 잡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계란과 소고기, 양파라는 라면의 부재료가 모두 준비되었다!
집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재료들을 냉장고에 넣자마자 망이의 방을 살살 노크했다.
"집에 돌아왔니?"
망이의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아직 돌아올 때는 아니지만, 혹시 몰랐다!
망이는
>집에 있었다
>아직 집에 없었다
11
이름없음
2024/08/19 21:33:17
ID : 6lvcoFhhzbw
0
2
12
1일차/7일차
2024/08/19 21:40:32
ID : HxxAZijg1yF
0
슬프게도 망이는 아직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망이는 활발한 어린아이니까. 더군다나 망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망이는 그 누구보다 강하니까.
그래도 고려할 일이 생겼다. 일찍이 라면을 끓였다가, 소고기 라면이 다 식은 뒤에야 망이가 돌아오면? 대참사도 더 대참사가 없다!
"저녁 시간이고, 망이를 데려와야겠네."
마음을 굳혔다. 망이가 너무 배고팠다간 세상이 살짝 조금 피해를 볼 수 있다. 저녁을 제때 먹여야 했다.
망이가 갈 만한 곳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내 다리만 움직여주면 되었다.
망이는 내 예상대로 에 있었다.
>폐교회
>암시장
>바닷가
13
이름없음
2024/08/19 21:45:44
ID : 1jAi4Hxu8oY
0
바닷가
14
1일차/7일차
2024/08/19 22:04:43
ID : HxxAZijg1yF
0
망이는 바다를 좋아하였다. 망이가 아직 모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호기심 대장이었다.
바닷물에 발만 담갔다가 돌아오고, 발만 담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바다를 간단히 즐기면서도 망이는 꺄르르 웃고 있었다. 그 광경에 눈을 잡혀 잠시 오두커니 서있었다.
"망이야, 이제 돌아가자."
"아, 엄마!"
아직 젊어 아이도 없다. 그러나 망이는 나를 엄마라고 불러 달려들었다.
돌아오는 길, 망이는 내게 달라붙어 내 귀를 즐겁게 했다.
바다의 냄새와 맛, 모래의 감촉과 까끌거림, 심해의 비밀과 언어에 대해 망이는 수다를 떨었다.
"엄마, 바다 너머에는 무엇이 있어?"
망이는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했다. 지금 당장은 비어있었다. 그곳도 멸망에 휘말렸으니까.
그러나 망이를 위하여 나는 그 너머의 이야기를 창작해주었다.
바다 너머에는 가 있었다.
>해적
>황금의 도시
>낭떠러지
15
이름없음
2024/08/19 22:09:55
ID : zgkq0pQtzdS
0
황금의 도시
(기대작ㅎㅎ)
16
1일차/7일차
2024/08/19 22:20:31
ID : HxxAZijg1yF
0
바다 너머의, 수천 년을 이어진 황금 도시 이야기를 창작했다.
벽과 기둥은 물론 땅까지도 도금되어 식물이 금박을 입고 자라나는 이상향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가닿을 순 없었다. 울창한 밀림과 갖가지 괴생물, 보물을 지키는 주술사까지 온갖 위험이 도사렸다.
"정말 있는 거야?"
"그럼." 정말 있다. 나는 답했다.
"다음에 꼭 가보자! 꼭이야!"
망이가 보채어서 나는 당연히도 약속했다.
그렇게나 기특하고 귀여운 망이에게 줄 선물이 있었다.
암시장에서 정들었던 권총을 버리면서까지 얻었던 소고기 라면!
17
1일차/7일차
2024/08/19 22:26:51
ID : HxxAZijg1yF
0
자른 양파와 소고기를 기름에 달달 볶은 후
기름이 솔솔 향긋한 냄새를 낼 즈음, 스프와 물을 부었다.
봉지라면의 빨간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니, 곧바로 라면을 반토막 내어 반만 넣어주었다.
나머지 반은 2분 뒤에 넣는다. 이러면 푹 익은 면과 꼬들꼬들한 면을 동시에 맛볼 수가 있다!
소고기를 볶으며 나온 기름이 반들반들 국물 위에 떠올랐다. 고소할 기름의 맛이 절로 연상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상을 주면서까지 힘겹게 구한 계란도 톡톡 깨트려 투입!
냄새를 맡은 망이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노릇노릇 익은, 그리고 꼬들꼬들한 면이 두 가지 매력으로 젓가락에 달라붙었다.
망이에게 주기에 앞서 일단은 잘 익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실은 요리 솜씨에 자신이 없다. 어릴 적부터 성녀로 자라 온실 속 화초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실은 라면도 처음 끓여본다.
하지만 라면은 쉬운 요리라고 하지 않는가? 신이여, 부탁입니다. 맛있게 잘 되었다고 해주세요!
양은 냄비 뚜껑에 올린 면을 젓가락에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라면은
>맛있다!
>그럭저럭이다
>대참사다
18
이름없음
2024/08/19 23:18:45
ID : JXwJO1ikk9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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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일차/7일차
2024/08/19 23:30:03
ID : HxxAZijg1yF
0
이럴 수가 세상에나 마상에나 맛이 있다!
서로 다른 식감과 서로 다른 기름이 입을 현혹하니, 성녀인 나조차 식탐의 미혹에 넘어갈 듯만 하다.
잘 익은 소고기마저 한 점 올려 먹어보니, 입은 이미 전투 태세에 돌입하였다.
망이가 뾰루퉁해 내게 달라붙었다. 미안한 마음에 서둘러 상을 차려주었다.
망이는 서투른 젓가락질로 라면을 정성껏 입에 넣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망이는 환하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도 알고 있다. 지금 내 미각 또한 환호를 부르고 있으니까.
내 요리 실력은 서투른데 무엇 덕분이었을까? 소고기가 좋아서? 총이 좋아서? 망이를 생각하며 사랑을 담아서?
그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신이 나를 도와준 덕분이다. 신이여,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엄마! 다음에 또 끓여주세요!"
망이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을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두워졌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다.
라면은 귀한 재화이다.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도 구할 수 없다.
괜한 마음에 찬장을 다시 살펴보았다. 물론 방금 꺼낸 라면이 마지막이었다. 나도 안다. 그러나 혹시 기적이 있을 수도? 신이시여, 찬장에 라면이 있게 해주세요.
과한 욕심임은 안다. 없더라도 실망은 않겠다. 더군다나 내겐 다른 방법이 있다.
찬장에는 라면이
>있었다
>역시나 없었다
20
이름없음
2024/08/19 23:32:12
ID : K2E1ii4K5f8
0
있었다.
21
1일차/7일차
2024/08/19 23:40:52
ID : HxxAZijg1yF
0
"감사합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였다. 라면을 분명히 빼내었을 찬장에는, 마치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라면이 두 봉지 들어있었다!
신의 능력을 이런 데에나 쓰고 신에게의 부탁을 이런 때에나 하다니, 성녀로선 실격 아닌가?
양심의 가책이 들었지만 교단은 이미 망했다! 그러니 좋았어!
내게는 지금 망이와의 생활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망이에겐 양치질과 저녁 세면을 시켜주었다. 포근한 잠옷을 입히고 폭신한 침대에 눕혀주었다. 망이는 해변에서 하도 놀았는지 온몸이 주욱 늘어져 피곤해했다. 특제 소고기라면으로 원기를 보충해주어 다행이었다.
내일도 라면을 끓여주자.
나는 망이와의, 둘만의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랐다. 평화와 이야기와 함께.
22
1일차/7일차
2024/08/19 23:47:54
ID : HxxAZijg1yF
0
그 바람 탓인가? 그 소망이 일순간 박살났다.
난폭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돌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침입자나 낼 법한 폭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엄마?"
"괜찮단다!"
나는 망이가 놀라지 않도록 손을 포개 잡아주었다.
"망이야, 내게는 귀한 인연이 있단다. 그 이야기를 해주었니?"
"엄마, 나 무서워."
"괜찮단다. 아마도 내 친구일 거야. 망이도 보면 한눈에 호감을 지닐, 정말로 좋은 사람이거든."
나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망이에 버금가는 선의를 지닌, 나아가 미형의 미인이다. 성녀인 나의 두말할 것도 없이 오래된 친구이다. 망이가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여기서 캐릭터 메이킹의 시간이다.
이름
성별
외모
특징
23
이름없음
2024/08/19 23:50:09
ID : zgkq0pQtzdS
0
릴리
24
이름없음
2024/08/20 00:02:14
ID : 8mK3WlCi3u6
0
여자
25
이름없음
2024/08/20 00:37:28
ID : IFhgoZg1vfO
0
곱슬기 있는 중단발 길이의 금발, 생기있는 갈색 눈동자. 웃음이 예쁜 상냥한 인상의 미인
26
이름없음
2024/08/20 14:51:33
ID : eNAlwmnyE07
0
악력 400kg
27
이름없음
2024/08/20 15:07:09
ID : eMkoK0k8mL8
0
두렵다...
28
1일차/7일차
2024/08/20 16:55:34
ID : HxxAZijg1yF
0
걱정할 것 없다. 밖에 있는 이는 내 오랜 친구 릴리. 천진난만한 금발 미인으로 악력은 고릴라를 능가한다.
고릴라? 그거 실화야?
나는 망이의 방을 나서 친구를 환대했다.
뚫린 벽 너머로 짙은 밤공기가 서늘했다. 고릴라, 아니, 릴리가 머쓱하게 그 앞에서 웃고 있었다.
"통풍이 잘 되네."
"아하하, 실수야. 벽이 약해."
릴리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와락 안으려 들었다. 몸을 숙여 피했다. 고릴라에게 안기면 몸이 조각난다.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왔어?"
화제를 돌려 나는 물었다. 그것은 나쁜 질문이었다.
릴리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눈을 부릅뜨어 조금은 망가졌다.
29
의지
2024/08/20 17:00:41
ID : HxxAZijg1yF
0
"『
성녀여, 내 검을 축복해 지요?"
창세의 성녀여, 내가 왔습니다."
"무엇을 키우는 겁니까?
"살려】
나는 용사"
30
1일차/7일차
2024/08/20 17:02:26
ID : HxxAZijg1yF
0
용사라고? 나는 주위를 더더욱 살펴보았다. 아하!
파괴된 벽 옆에 성검이 떨어져있었다. 엑스칼리버다!
내가 성녀이던 시절, 고매한 성기사의 은검을 축성해주었지. 바로 그 검이다.
이걸로 알았다. 침입자의 정체는 용사였다. 여차하면 성검에 망이를 잃을 뻔했다.
다행히도 제때 캐릭터 메이킹을 하여 용사를 릴리로 뒤집어씌우는 데에 성공했다. 현실 개변 능력이 있어 안심이다.
성기사의 강한 의지가 이에 저항해 마지막 불꽃을 내뿜었으나, 지금은 사그라졌다.
릴리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채였다. 저러다 날뛰기 시작하면 집이 박살날 것이다. 도와주어야 했다.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알았다! 그 일 때문에 온 거지? 참, 릴리도 유별이라니까?"
릴리의 방문 이유는
>피난
>휴가
>안부
31
이름없음
2024/08/20 17:03:50
ID : 3u7gpcMruld
0
피난
32
이름없음
2024/08/20 20:02:10
ID : 1jAi4Hxu8oY
0
33
1일차/7일차
2024/08/20 20:41:50
ID : HxxAZijg1yF
0
릴리는 북쪽에 살았는데, 그 땅이 모조리 소멸해버렸다. 땅이 사라지니 건물도 무너지고, 사람들은 차원의 경계로 흡수되어갔다. 그러나 릴리는 그런 비극을 겪기엔 너무도 강한 인물이었다. 정신적으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날 죽일 수 없는 고통은 날 강하게 만들어."
릴리가 양손으로 V를 했다.
"악력이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아."
"그건 상당히 두렵구나."
지금까지의 행적을 기억해낸 릴리는 금방 진정했다. 방금 전의 사태는 이미 잊은 것으로 보였다.
릴리를 위한 침구류를 꺼내주어, 나 또한 침대에 걸터앉았다. 릴리는 어렵사리 피난을 왔다. 갈 곳 없는 신세이다.
"그럼 계속해서 이 집에 머물러야겠네?"
"신세 좀 질게. 일손이라면 얼마든 거들 테니까!"
릴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엇인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콰직? 공기가 압축되는 소리였나? 두렵다.
34
1일차/7일차
2024/08/20 20:50:29
ID : HxxAZijg1yF
0
"잘됐네. 마침 도와줄 일이 있어."
"정말? 벌써? 아하하,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자신이 쓸모있어졌단 소식에 릴리는 기고만장해졌다. 나는 시공할 곳을 가리켰다. 릴리가 방금 부순, 우리집의 벽이었다.
"천막이 있으니까, 그걸로라도 일단 가려."
"아, 저 약한 벽?"
"네가 강한 거야."
릴리는 풀이 죽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망이의 방으로 돌아갔다.
망이는 이불을 꼭 붙들고 침대에 바짝 들러붙어 있었다. 두려울 만도 했다. 망이는 일찍이 성기사단의 습격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떨림이 느껴졌고, 망이의 공포 또한 느껴졌다. 망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단 생각을 했다. 비어있던 책장을 보니 마침 책 한 권이 생겨나 있었다.
책장에 생겨난 책은
> 성서
> 황금의 도시 이야기
> 나와 릴리의 이야기
35
이름없음
2024/08/20 20:58:04
ID : p9g42Le2K6l
0
황금의 도시 이야기
36
1일차/7일차
2024/08/20 21:11:08
ID : HxxAZijg1yF
0
바닷가에서 망이와 돌아오던 길, 나는 황금의 도시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주었다.
그 이상향의 더더욱 상세한 설정을 이 책은 담아내고 있었다.
황금의 도시는 세계만큼 오래되었다. 최초의 성녀가 일곱 날에 걸쳐 세상을 만든 직후, 한숨 돌리고자 만든 지상낙원이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성녀는 그 낙원을 밀림과 함정, 자연 속에 감추어두곤 그 낙원을 제 발로 떠났다.
한 고서에 실린 최초의 성녀와 성기사의 대담은 그 지상낙원을 언급하고 있었다.
"성녀님, 아름다운 낙원을 왜 방치하신 겁니까? 시간이 지나며 볼품없이 낡아버릴 것입니다."
성기사의 질문에 최초의 성녀는 이렇게 답하였다.
"다음번 창세의 성녀를 위해서이다. 그녀도 세상을 재건한 뒤엔, 나처럼 쉴 곳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황금 도시의 장엄함과, 금으로 된 비와 구름을 그 뒤로 책은 묘사하였다.
어느덧 소곤소곤 숨소리가 들렸다. 망이는 평정을 되찾아 꿈을 꾸고 있었으니, 책을 읽어주기를 잘했다.
37
1일차/7일차
2024/08/20 21:16:35
ID : HxxAZijg1yF
0
망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을 나는 알 수가 있었다.
불길한 조종이 어두운 밤을 가로지르며, 세상의 직선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네모난 침대가 사다 리꼴이 되었고, 네 모난 책의 모 서리가 끊겼다.
잠에 든 망 이 가 세 상을 잡아 먹기 시작하였 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오늘 라면을 끓이며 세상을 만들어냈으니까.
암시장과 대피소, 광활한 바다와 심해, 바다와 집을 오가는 길.
내가 만들어온 오늘치의 세상은, 망이의 하루 식량으로 충분할 것이다.
38
2일차/7일차
2024/08/20 21:16:56
ID : HxxAZijg1yF
0
나는 신의 힘을 빌리는 창세의 성녀.
망이는 세상을 먹어 연명하는 나의 아이.
나는 매일 세상을 만들어 망이와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
오늘도 잘자렴, 망이야.
39
2일차/7일차
2024/08/20 21:18:01
ID : HxxAZijg1yF
0
.
아침인가?
나는 그대로 망이의 방에서 곯아떨어졌던 모양이다.
바깥 날씨는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40
이름없음
2024/08/20 21:33:35
ID : 6lvcoFhhzbw
0
눅이은다
41
이름없음
2024/08/20 21:41:12
ID : yY5VcIHDtjw
0
뭐가 은다고? ㅋㅋㅋㅋ
42
2일차/7일차
2024/08/20 21:42:43
ID : HxxAZijg1yF
0
창문 너머로는 눈이 펄펄 내린다. 눈의 결정이 어쩐지 괴이하고 불길해보인다. 기분 탓일까?
더군다나 어제는 장마철이었는데? 진눈깨비 장마철이었나 보다.
눈이 오는 날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 외출과 이동이 어려워진다. 도망가는 자에겐 불리하나 숨어드는 자에겐 유리하다.
둘. 날씨가 추워진다. 당연하지만 아주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릴리가 어제 방문하면서, 내 오두막의 벽을 박살냈으니까!
천막으로만 막아두고 잠을 잤다면 지금쯤 찬 공기에 집이 유린당하고 있을 터였다.
이 사태를 즉시 해결해야 할 릴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이불로부터 비상 탈출하여 릴리를 찾으러 나섰다!
릴리는
> 벽을 수리 중이다
> 꿀잠을 자고 있다
> 망이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있다
43
이름없음
2024/08/20 21:43:33
ID : yY5VcIHDtjw
0
꿀잠!
44
2일차/7일차
2024/08/20 21:53:16
ID : HxxAZijg1yF
0
거실로 나왔더니 온도가 매우매우 낮았다. 벽을 제대로 고치지 않았단 뜻이다.
릴리! 뭐하는 거야? 손님방에 쳐들어가니 금발 곱슬머리의 미인이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정적인 대기, 상냥한 미소, 그리고 서늘한 온도까지. 그곳에는 숭고미가 있다.
엄지와 검지를 직각으로 세워 사각형을 만들면, 그야말로 액자 속 예술작품이 다름없겠다.
하지만 그 정체는? 피난민이다! 숙식을 제공받는 대신 열심히 일해주기로 했단 말이야! 친구라도 예외는 없어! 나는 이불을 털털 털어 내 친구를 강제 기상시켰다.
릴리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1, 2, 3초.
아, 이런, 바라보던 내게도 옮아버렸다. 엄격한 고용주처럼 일을 시키려 했는데.
분위기를 잡다가 뜬금 하품을 해버리는 내 모습에, 릴리는 눈물을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두 친구의 아침이었다.
45
2일차/7일차
2024/08/20 21:57:05
ID : HxxAZijg1yF
0
"에엣취!"
그 미소는 이번엔 요란스런 기침으로 깨졌다.
"으아아, 나 추워. 이 집 왜 이렇게 추운 거야?"
"누구 덕분일까?"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몸을 녹일 필요가 있었다. 잠시 뒤 일어날 망이에게도 온기를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우리 집에는 비품이 많아, 이런 한파를 나기 위한 준비도 해두었다.
몸에 온기를 보충할
>방한장구
>모닥불
>라면
>기타
46
이름없음
2024/08/20 23:31:26
ID : nCoZg4Y8qmI
0
방한장구
47
2일차/7일차
2024/08/21 00:22:32
ID : HxxAZijg1yF
0
창고를 열어보니 거위털 패딩과 폭신한 방한모, 나아가 두터운 장갑과 신발이 구비되어 있었다.
기능성도 뛰어나며 새것처럼 뽀송뽀송하고 좋은 향기까지 난다.
특히 모자에선 천이 두 개 삐죽 튀어나온 것이, 흡사 고양이귀 같은 귀여운 매력을 제공한다.
나와 릴리, 망이까지 모두 겨울을 대비해 중무장하였다.
방한장구가 있어 정말로 좋았다. 이 꽁꽁 언 계절 우리에겐 자유로운 외출이 허용되었다! 이는 오늘 특히 중요했다.
왜냐하면 용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릴리로 덮어씌웠지만, 어젯밤 성검을 든 용사가 망이를 노리고 우리집을 침범했다.
나와 망이를 추적하는 데에 성공했단 건데, 용사가 단독 행동을 할 가능성은 적었다. 일행이 있을 것이었다.
나와 망이의 행방이 어디까지 노출되었는지 염탐하여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48
2일차/7일차
2024/08/21 00:27:10
ID : HxxAZijg1yF
0
자, 그러니 오늘 우리 셋은 별개 행동을 한다.
나는 주변의 적대자를 정찰한다. 용사의 일행이 숨어있을 법한 공간을 물색한다.
집을 누군가 습격할 수 있으니 망이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다. 하루 편히 놀다오면 된다.
마지막으로 릴리에겐 벽을 고친 뒤 할 잡무를 주자.
염탐을 위해 나는 로 향했다
> 폐교회
> 요새
> 야산
> 기타
망이는 으로 놀러갔다
> 암시장
> 바닷가
> 꽁꽁 언 호수
> 기타
릴리에겐 을 부탁했다
> 나와 동행해 호위
> 낚시
> 집을 지키며 창고 탐색
> 기타
49
이름없음
2024/08/21 09:21:17
ID : 2k4K1DyY2li
0
요새
50
이름없음
2024/08/21 09:31:58
ID : mtxQnAZa2la
0
암시장
51
이름없음
2024/08/21 10:11:49
ID : 1jAi4Hxu8oY
0
집을 지키며 창고 탐색
52
이름없음
2024/08/21 10:31:06
ID : zgkq0pQtzdS
0
글 너무 잘 쓴다...
53
2일차/7일차
2024/08/21 12:08:48
ID : HxxAZijg1yF
0
태초에 요새가 있었다. 태초에 암시장이 있었다. 태초에 창고가 있었다.
나는 따라 말하여 빛처럼 세상을 넓혔다.
"릴리는 창고를 정리해줘. 망이는 암시장에 놀러가렴. 식자재가 있으면 챙겨줘."
"엄마! 시장이 뭐야? 가본 적은 없어."
"물물교환을 하는 곳이야. 여비를 챙겨줄게."
어젯밤 망이에게 읽어주었던 황금의 도시 서적을 가지러 갔다. 화려한 금박으로 장식되어 쏠쏠한 교환 대상이 될 것이었다.
책을 챙겨오니 그 짧은 새를 못 참고 망이가 위험한 것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젯밤 용사의 유산이 된 성검, 엑스칼리버였다.
"엄마! 나 이것도 가져갈래! 귀여워!"
"그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으앙"
성검은 압수했다.
54
2일차/7일차
2024/08/21 12:11:04
ID : HxxAZijg1yF
0
성검이라, 처치 곤란이었다. 나나 망이가 들고다녔다간 사람들의 경계를 산다. 릴리에게 줄 수도 없다. 집에 둘 수도 없다. 용사의 일행이 우리집을 습격해 성검을 발견하면 곤란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내가 들고 다녀야 비로소 안심하겠다.
경계를 사지 않겠느냐고? 그러니 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마당으로 나와 성검을 눈밭에 꽂았다. 잠시 눈을 감고 성검을 손에서 떼어놨더니, 성검은 형태가 바뀌어 있었다.
휴대하기에도 좋고 오늘 탐색에 있어서도 유용할 물건이 되었다.
성검은 이제
> 망원경
> 수류탄
> 백팩
55
이름없음
2024/08/21 12:26:20
ID : FhcMo7upWnP
0
망원경
56
2일차/7일차
2024/08/21 14:53:14
ID : HxxAZijg1yF
0
내 손에는 성스러운 망원경이 있다.
잠입하는 대신에 멀리서 관찰하면 되겠다. 안전을 제1원칙으로 삼은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등 뒤에 망원경을 매단 채로 야산과 절벽을 등반했다. 충분히 높다란 곳에 다다라 요새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신성국神聖國이 세운 장엄한 요새는 이중의 높은 벽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벽은 별의 모양으로 꼭짓점마다 망루가 있어 망루가 열 개였다.
그 요새의 앞에는 미개척림이 가득해 통행이 어려워보였다.
57
2일차/7일차
2024/08/21 14:55:46
ID : HxxAZijg1yF
0
그러나 샛길이 있었다. 요새를 출발지로 내 집을 목적지로 삼는다면 저 샛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망원경으로 그 길을 흩어보았다. 좋은 시도였다. 나무가 없는 공터에 꺼진 모닥불과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내 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침에 출발한다면 밤에야 내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어제 용사는 밤 늦게 내 집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용사가 머물렀던 전초기지가 맞는 것 같았다. 샅샅이 살펴봐야겠다.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다! 왕복했다간 이틀이 소진된다. 가능하면 오늘 중에 정찰을 마치고 귀가하고 싶은데.
먼 거리를 그나마 빨리 이동할 수 있을 도구? 그런 걸 챙겨왔을 리가.
그러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달라질지도 몰랐다. 다행스럽게도 주머니에는 유용한 것이 있었다.
주머니에는
> 낙하산
> 와이어 건
> 소원의 램프
> 기타
58
이름없음
2024/08/21 15:31:12
ID : zgkq0pQtzdS
0
소원의 램프를 어떻게 참아
59
2일차/7일차
2024/08/21 17:34:42
ID : HxxAZijg1yF
0
소원의 램프. 문지르면 램프의 정령이 나온다. 왜 이런 게 내 주머니에 있지?
램프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왔다. 그 속에서 검은 양복 차림의 집사가 나타났다.
안경을 쓰고 있고, 길게 기른 앞머리로 왼쪽 눈을 가렸다. 저거 안 불편하나?
"이런, 소원을 비시는 건 누구입니까?"
"나야, 나." 당연한 대답을 했다. "저기 야영지가 보이지? 왕복으로 갔다 올래."
"알겠습니다, 아가씨. 이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원은 확실히 이루어졌다. 나는 단숨에 야영지의 한복판에 들어왔다. 모닥불이 하나였고 천막도 하나였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법한 작은 천막이었다.
천막의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모포와 포대, 그리고 잡다한 개인 물품이 보였다. 모두 1인용이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내 감상은 점점 더 확고해져갔다.
이 야영지에 머문 이는 용사 단 한 명 같았다.
60
2일차/7일차
2024/08/21 17:36:34
ID : HxxAZijg1yF
0
흠. 수상쩍을 만큼 성과 없는 정찰이었다. 수상했다.
하지만 더 조사할 것도 없다. 한숨 돌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모닥불 위의 주전자에 녹차가 남아있었다. 나는 자리를 깔고 앉았다.
램프의 정령을 불러 맞은편에 앉도록 시켰다. 마침 컵이 두 개라서 둘이서 목을 축였다. 녹차는 찬물에 오래 우려도 먹을 만하다.
눈 쌓인 겨울 숲 한복판에서 냉녹차를 마시며 나는 집을 생각했다.
귀갓길에 식재료를 구해 돌아가자. 릴리와 망이에 나까지, 셋이서 먹어야 하니 식량은 많을수록 좋다.
"숲에는 먹을 것이 많겠지?"
"아가씨, 겨울 숲이라고요?"
"혹시 모르지. 어쩌면 저 나무 바로 뒤에 있을지도."
나는 시야에 들어온 나무를 가리켰다.
나무 뒤에는
>버섯
>벌집
>곰
61
이름없음
2024/08/21 19:51:08
ID : 1jAi4Hxu8oY
0
버섯
62
2일차/7일자
2024/08/21 20:26:59
ID : HxxAZijg1yF
0
햇빛이 닿지 않는 숲의 뒷면, 바람이 오지 못하는 풀의 밑바닥.
나무 밑동에는 버섯 군집이 자생해 무지개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위험하다. 알록달록하면 독버섯이잖아. 성녀인 나는 식용 버섯 따위 골라낼 줄 모른다.
"아가씨,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램프의 정령이 다가왔다. 흙밭에 무릎을 꿇곤 버섯을 손수 분류해주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좋았다.
버섯을 한 움큼 얻었다. 램프의 정령은 거기에 더해, 내가 소원을 빌었던대로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오오, 고마워!"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사라질 몸이니까요."
"뭐라고? 너 사라져?"
"소원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안돼! 등장했으면 암시나 복선을 만들고 가야지! 이건 잘못된 인물 사용이야!"
내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램프의 정령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 표정은 씁쓸하면서도 달관하고 있었다.
"안녕히, 여러분.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램프의 정령은 어느덧 사라졌다. 안녕, 램프의 정령.
63
2일차/7일차
2024/08/21 20:29:34
ID : HxxAZijg1yF
0
흑흑
"그건 그거고."
나는 슬픔을 바로 극복했다.
"암시장에 망이를 보냈지? 망이를 마중하러 나가자."
망이가 암시장에서 과연 즐거운 하루를 보냈을까? 암시장으로 가면서 나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마침 암시장에는 어린아이가 좋아할 놀이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참이었다.
암시장에 설치된
>인형극
>서커스
>도박장
64
이름없음
2024/08/21 20:37:35
ID : twGts4K6p9b
0
오 선택지가 심상치않은데.... 도박장
65
2일차/7일차
2024/08/21 20:46:39
ID : HxxAZijg1yF
0
술렁술렁
술렁술렁
이곳은 지하노역장.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한 이들이 낙오하는 공간이다.
유별나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다. 그저 멸망한 세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가련한 인간들에 불과하다.
그 희망을 얇은 카드와 칩, 그리고 결탁한 딜러에게 품었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실수.
노역을 통해 얻은 통화로 일일외출권을 따내는 것이, 이제는 그들 인생의 유일한 낙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지하노역장의 위층.
"와아아"
"깔깔깔"
아이들이 재미난 도박놀이를 하고 있다. 망이도 그곳에 있었다.
"망이야, 집에 돌아가자."
"아, 엄마, 안돼."
"얘, 집에서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돌아가자."
"안돼. 엄마. 나 빚져서 잡혔어."
그게 무슨 소리니 망이야.
66
2일차/7일차
2024/08/21 20:53:07
ID : HxxAZijg1yF
0
다행히 내 주머니에는 램프가 있었다. 망이의 빚은 사탕 세 개 값이라 빚을 갚고도 칩이 열개 남았다.
위험했다. 용사도 해치우지 못한 세계 멸망을 일개 도박이 해치울 뻔했다. 도박, 사악하고 무섭구나!
"엄마, 미안해요. 첫 판은 분명 땄었어요."
"어린아이에게 도박은 금지야! 이젠 절대 하면 안 돼?"
"네!"
망이는 규칙을 세워주면 잘 지킨다. 심하게 혼낼 필요는 없다.
어린아이에게 도박은 금지다.
어라? 그런데 난 성인이다? 해도 된다?
흐음. 카운터를 보니 칩 100개와 교환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 저거 좀 괜찮을지도?
도박장의 경품은
>한 달치 라면
>침입자 방지용 결계
>3인용 요트
67
이름없음
2024/08/21 21:10:32
ID : p9g42Le2K6l
0
한 달치 라면
68
2일차/7일차
2024/08/21 21:23:03
ID : HxxAZijg1yF
0
내게는 램프를 팔고 남은 열 개의 칩이 있었다. 램프의 요정아, 고마워!
칩을 90개만 더 얻으면 경품을 탈 수 있다. 시간을 오래 끌 것도 없다. 단판승부다!
"이보게나, 진심인가? 발을 빼게나. 보아하니 어린 아이도 있는데...."
딜러는 애꾸 노인이었다. 나를 걱정하여 말리려 했다.
"됐어. 이대로 인생을 걸지."
"후후후, 그렇다면 바로 시작하겠네. 칩 90개가 걸렸네."
과연, 걱정하는 시늉이었다.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 퇴로를 차단했다. 낙장불입이라는 건가.
"엄마, 힘내!"
"글쎄다, 어려울게다."
망이의 응원을 딜러는 가로막았다.
"나는 룰렛을 30년간 해왔으니까. 요 10년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
69
2일차/7일차
2024/08/21 21:31:58
ID : HxxAZijg1yF
0
이럴 수가. 강적을 만났다. 룰렛의 숫자는 0에서 36.
나는 구슬이 들어갈 칸의 숫자가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맞추어야 한다.
긴장되는 순간, 딜러가 긴장하고 망이가 긴장한다. 그러나 나는 다소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선택을 공개한다.
"홀수로 하지."
"그럼 룰렛을 돌리겠네. 스나이퍼의 실력을 보여주지."
스나이퍼. 원하는 칸에 구슬을 넣을 수 있는 실력 있는 딜러를 말한다.
뭐? 이거 사기 아냐? 사기 도박이잖아!
하지만 평정을 잃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신의 말씀을 듣는 성녀니까.
여기서 지면 지하노역장에 가겠지만, 설마 가겠는가?
결국 룰렛의 구슬을 넣는 이는 신이다. 구슬은 신의 법칙에 따라 그 행선지를 골랐다.
구슬이 들어간 칸은
>홀수
>짝수
>0
70
이름없음
2024/08/22 03:11:51
ID : p9g42Le2K6l
0
짝수
71
2일차/7일차
2024/08/22 13:01:27
ID : HxxAZijg1yF
0
술렁술렁
술렁술렁
이곳은 지하노역장. 인생을 건 도박에서 패배한 이들이 낙오하는 공간이다.
유별나게 어리석은 인간은 아니다. 그저 멸망한 세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 가련한 인간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나 역시 가련한 인간에 불과하다.
"24601! 퍼뜩 이동해!"
"이럴 수가."
신이 나를 버렸다. 어두컴컴한 지하 갱도를 나는 걸어간다.
72
2일차/7일차
2024/08/22 13:05:19
ID : HxxAZijg1yF
0
짚이 깔린 감옥에 앉아 조명 없는 천장을 바라다본다.
땅 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어오는, 폭설 내리던 날이었다.
어제 갑자기 나타난 용사. 그 뒷조사를 하러 외출을 나갔다.
정찰 결과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고 그대로 망이를 데리러 갔지.
그러다 어쩌다 이런 신세일까?
그러나 희망은 있다.
나는 성녀이고, 망이가 있고, 릴리가 있다.
지하감옥의 벽을 지긋이 응시했다.
곧 활로가 열렸다.
지하감옥의 벽은
>그대로였다
>형 체를 잃 고 녹아내렸 다
>고릴라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무너졌다
73
이름없음
2024/08/22 17:33:11
ID : zgkq0pQtzdS
0
심상치 않은 두 번째
74
2일차/7일차
2024/08/22 18:35:22
ID : HxxAZijg1yF
0
벽이 형체 를 잃 무너져 렸다.
어젯밤 보 았던 그 현상이다. 그 범위에서 벗어나고자 서둘러 감옥을 뛰쳐나왔다. 도박장의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세계의 끝이 되었다. 세상이 색을 잃고 선이 점으로 변하며 원리는 훼손되었다.
그러나 망이만은 형태도 존재도 그대로였다. 무색 세계 속에서 유색의 망이를 쉽게 찾을 수 있던 이유다.
한 발짝
망이는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얼굴에는 마른 자국 , 그리고 축 늘어진 팔다리 . 망이가 울다 지쳐 잠들었음을 뜻했다.
도박에서 패배한 나는 설명할 틈도 없이 지하노역장으로 끌려갔다. 망이는 이에 헤매며 나를 찾아 그리워했던 것이다.
75
2일차/7일차
2024/08/22 18:36:31
ID : HxxAZijg1yF
0
두 발짝
세상은 흘러내렸다. 떨어졌다. 위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잠든 망이가 꿈속에서 세상을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선과 악, 흑과 백, 유사함과 대립됨. 세상의 여러 재료가 망이의 음식이 되었다. 세계 멸망의 현장이었다.
걱정되었다.
망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망이가 눈을 뜬다면 볼 광경을 생각하였다.
그런 광경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세 발짝.
나는 망이를 정중하게 안아매곤, 집의 방향을 겨누어 걸었다. 땅은 길이 되기를 거부하였다. 그러니 우직하게 걷는 수밖에 없었다.
76
2일차/7일차
2024/08/22 18:39:35
ID : HxxAZijg1yF
0
내가 오늘 만들어냈던 새롭고 취약한 세상 이, 암시장과 도박장과 요새와 풍경이 규칙 없이 허물어졌다.
열두 발짝, 서른한 발짝, 그리고 삼백육십 발짝.
결국엔 천팔십 발짝을 걸어 우리의 집에 도착하였다.
"망이야, 일어나자."
"어, 엄마?"
망이는 머뭇거리다 내게 다시금 폭 안겼다.
"엄마! 돌아왔구나!"
"그럼. 엄마는 어디 안 가."
망이는 나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망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 도박은 안 돼?"
"알겠단다. 엄마가 미안해."
책임을 통감했다.
77
2일차/7일차
2024/08/22 18:42:49
ID : HxxAZijg1yF
0
망이와 함께 귀가한 날이었다. 조금은 정처 없는 모험을 거쳐, 조금은 힘들게.
반면 자택 경비를 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식객이 있었다.
릴리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우릴 마중이라도 나와 주지!
릴리는
>꿀잠을 자고 있다
>요리를 하고 있다
>집을 증축하고 있다
>기타
78
이름없음
2024/08/22 19:45:03
ID : 1jAi4Hxu8oY
0
발판
79
이름없음
2024/08/22 19:51:25
ID : 3QrglvfU0k1
0
집을 증축하고 있다
80
2일차/7일차
2024/08/22 20:07:15
ID : HxxAZijg1yF
0
집의 가로가 두 배, 세로가 두 배, 높이가 두 배 늘어났다. 곱하여 부피는 여덟 배 늘었다.
릴리는 마치 뱃머리의 조각상처럼 집의 꼭대기에 앉아있었다. 지붕을 망치질하는 중이다.
"릴리!"
"앗, 돌아왔구나!"
내 부름에 릴리는 지붕을 박차 날아올랐다.
떨어졌다. 그러나 낙법을 취하기는커녕 지면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이를 히어로랜딩이라고 한다.
"집을 증축하고 있던 거야? 우린 엄청난 모험을 하고 왔어."
"많이 힘들었나 봐?"
"지하노역장에 갇혔어."
"벽을 부수면 되잖아?"
이럴 수가. 고릴라는 인간의 마음을 몰랐다.
81
2일차/7일차
2024/08/22 20:12:39
ID : HxxAZijg1yF
0
증축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릴리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갈색 눈동자엔 세심한 예술혼이 깃들어 있었다.
릴리의 헛기침에 땀으로 흠뻑 젖은 금발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엣헴, 공사는 아직이야! 엄청난 걸작을 만들 거라구!"
"내 집이 대체 뭐가 되려는 거지?"
"엄마, 나 두려워."
나 역시 매한가지였다.
릴리의 최종 목표는
>성
>방주
>3층 집
>기타
82
이름없음
2024/08/22 21:34:42
ID : p9g42Le2K6l
0
방주
83
2일차/7일차
2024/08/22 22:04:36
ID : HxxAZijg1yF
0
"이 집을 방주로 개조할 거야!"
릴리는 떠돌이 신세가 처량했던 나머지 집을 가진 우리마저 떠돌이로 만들려 했다. 이제보니 1층의 자재도 돌에서 나무로 바뀌어있다.
"방주가 뭐야?"
"배를 뜻한단다."
"와! 그럼 바다 너머 황금의 도시로 갈 수 있겠네?"
그래도 망이가 좋아하니 납득하기로 했다. 릴리에게도 남아도는 힘을 쏟아부울 곳이 필요했다.
릴리는 공구를 수납하고 몸의 먼지를 털어냈다. 하루의 일을 마칠 시간이다.
우리 모두에게 긴 하루였다. 먼지를 털듯이 하루의 이야기를 털 때가 왔다.
"맛있는 걸 먹고 자자! 오늘은 소고기 파티야!"
"오오!"
어제 대량으로 사온 소고기를 소진할 때가 왔다.
84
2일차/7일차
2024/08/22 22:16:12
ID : HxxAZijg1yF
0
화르르 타오르는 불판. 조리는 릴리가 맡았다.
석쇠에 오르는 오늘의 주인공. 그 얇은 두께에 어찌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육즙을 한가득 담을 수 있는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붉은 근육과, 속속에 스며든 하얀 지방. 고기를 뒤집으면 짙게 익어 불맛을 입은 새로운 면모가 드러난다.
릴리가 일하는 사이 망이는 즐거워하고, 나는 파채를 길게 썰어 살짝 매운 양념에 버무린다.
고기 굽는 소리와 매콤한 야채, 그리고 망이의 즐거움. 최고의 조합이다.
한바탕 파티를 즐긴 후 나는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육체에 한계가 왔다.
"벌써 피곤해?"
"엄마, 약해!"
억울했다. 릴리는 고릴라이고 망이는 이미 한번 곯아떨어졌었다. 나는 이제 피로를 덜어야 했다.
나는 침대로 돌아가자마자 짙은 밤에 잡혀 의식을 잃었다.
85
3일차/7일차
2024/08/22 22:17:16
ID : HxxAZijg1yF
0
.
아침이다!
바깥 날씨는
> 화창하다
> 비가 온다
> 눈이 온다
86
이름없음
2024/08/23 10:41:38
ID : 1jAi4Hxu8oY
0
비가 온다
87
이름없음
2024/08/23 10:46:07
ID : i4JWrtdu5V8
0
비가 온다.
앗 뒷북..ㅎ 그래도 용케 같은 내용이네
88
3일차/7일차
2024/08/23 11:43:18
ID : HxxAZijg1yF
0
굵은 빗줄기가 유리창에 한가득 내리꽂혔다.
이런 폭우라면 이동조차 어렵다. 나도 망이도 릴리도 오늘은 실내활동을 해야할 성싶다.
릴리의 공사에도 차질이 생기겠다. 실내 작업이라면 할 수 있을지도.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젖어드는 자연물을 바라보았다.
비가 후두둑 내렸다. 딸랑딸랑 내렸다. 딩동 내렸다.
응? 의성어가 이상하다?
작은 종 울리는 소리, 소리 울리는 작은 종.
창문을 위로 올려 열었다. 외벽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그곳이 근원지였다.
89
3일차/7일차
2024/08/23 11:44:40
ID : HxxAZijg1yF
0
"어디 종이 있나?"
"종은 상징입니다."
"우왓 깜짝이야!"
혼잣말을 했는데 누군가 답을 했다. 남성의 목소리였다.
"종은 손님을 상징합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새로운 인물은 새로운 사건을 뜻합니다. 더군다나 그 인물은 신비로움을 연출하지요."
"본인을 말하는 거야?"
"말미암아 그는 비밀을 폭로합니다. 지켜야할 일상을 묘사하던 어제. 그 대립항으로 적대자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종은 위기를 상징합니다."
"정체가 뭐야?"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오직 금색 종이 허공에서 딸랑딸랑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직 인기척만이 있었다.
90
3일차/7일차
2024/08/23 11:48:01
ID : HxxAZijg1yF
0
"실례합니다. 저는 형체가 없습니다."
"진심이냐."
"가능하다면 성녀님께서 제게 형체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라면 쉽다.
캐릭터 메이킹의 시간이다.
비 오는 날은 외출이 어렵다. 그러니 사건이 일어나려면 집에 손님이 찾아와야 한다. 그 손님의 외형을 정해주면 되었다.
능력을 발동하고자, 나는 찬물을 마시며 머리를 맑게 했다.
91
3일차/7일차
2024/08/23 11:49:14
ID : HxxAZijg1yF
0
"그나저나 당신은 누구야?"
"망이의 아버지입니다."
"푸와앗"
찬물을 뿜었다.
외형
특징
92
이름없음
2024/08/23 12:57:46
ID : i4JWrtdu5V8
0
키 140쯤에 붉은 눈동자. 피부는 검고 백발 생머리를 땅에 끌릴정도로 기름
93
이름없음
2024/08/23 15:13:39
ID : p9g42Le2K6l
0
일반적으로는 얼굴을 인식할 수 없다. 거울, 수면 등에 비춰진 모습 또는 사진이나 영상, 그림을 이용하는 등 우회적으로는 인식할 수 있다.
94
3일차/7일차
2024/08/23 16:38:16
ID : HxxAZijg1yF
0
망이의 아버지에겐 얼굴이 없었다. 대신 어두운 피부와 바닥에 끌리는 긴 머리가, 그의 유별남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고인 물웅덩이에 불길한 붉은 빛이 어렸다. 이는 수면에 반사된 그의 눈동자였다.
"망이의 아버지라함은."
"망이를 저런 존재로 바꾼 원흉이지요."
그가 내 말을 완성시켰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쪽은 망이의 어머니를 자칭하시죠."
"그래. 망이를 만든 건 나였으니까."
이번엔 내가 그의 말을 완성하였다. 굵은 빗줄기가 그의 검정빛 안면을 갈랐다.
95
3일차/7일차
2024/08/23 16:40:09
ID : HxxAZijg1yF
0
"초면이로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건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는데."
그를 경계하였다. 모종의 사연과 목적을 갖고 나를 방문함이 틀림없었다. 나 홀로 그에게 맞서기란 어려웠다. 조력자가 필요하였다.
그러므로
신이여.
그곳에 계십니까?
신께 저를 맡기려 합니다.
[]
>긍정
>부정
>침묵
96
이름없음
2024/08/23 17:14:43
ID : dVdQmoJPgZi
0
긍정
97
3일차/7일차
2024/08/23 18:45:45
ID : HxxAZijg1yF
0
신이시여, 응답하여 주어 감사합니다.
지금부로 저는 협상을 해야 합니다. 상대는 일방적으로 준비를 마치곤 저를 기만하려 드는 상태입니다.
저는 노려지고 있사오니, 저는 망집에 잡혔으니, 저는 지킬 것이 지나치오니
한발짝 뒤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 있는 신께서, 제게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만 바람입니다. 그러나 간절합니다.
나는 기도를 올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얼굴 없는 사내가 눈앞에 있었다.
98
3일차/7일차
2024/08/23 18:48:29
ID : HxxAZijg1yF
0
"저를 경계하십니까? 그것은 옳은 자세입니다. 저는 당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이거든요."
"초면에 왜 그런 말을 하지?"
"일부러 경각심을 드렸습니다. 저는 경고를 위해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날 노린다고, 내게 예고하러?"
내 날선 음절에 그는 손을 내리저었다. 내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망이의 목숨을 노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경고하러 왔습니다."
"누가 망이를 노려? 그리고 당신이 누구길래?"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거세지는 비소리.
상대는 선언했다.
"동맹을 맺으러 왔습니다. 당신과 같은 목표를 지녔고, 같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99
3일차/7일차
2024/08/23 18:49:02
ID : HxxAZijg1yF
0
"헛소리.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적이 누구인지도 몰라."
"그렇다면 지금부터 담소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대화의 주제를 고를 시간이 되었다.
[]
> 상대의 정체
> 적의 정체
> 기타
100
이름없음
2024/08/23 22:39:57
ID : u3vjuqY2oGo
0
적의 정체
101
3일차/7일차
2024/08/23 23:06:02
ID : HxxAZijg1yF
0
"세계는 지금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창세의 능력을 지닌 당신과, 세계를 먹어치우는 멸망에 의해."
맞는 말이다. 나와 망이. 창세와 멸망. 정반대의 존재가 의아하게도 공존하며 살고 있다.
"그 균형을 싫어하는 세력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저이고, 다른 하나는 용사입니다."
"용사?"
터무니없는 이름이 나왔다. 뭔가 맥빠지는 감이 있어, 나는 시원스럽게 반박했다.
"네가 잘못 아는 거야. 용사는 내가 토벌했어."
릴리를 뒤집어씌우면서 나는 용사의 존재를 세계에서 말소했다.
정찰 결과 용사의 일행도 발견하지 못했다.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해서 나는 평화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고개를 저었다. 표정은 보이지 않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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