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1bdDvDxU1z 2024/08/19 20:30:14 ID : HxxAZijg1yF 13
『성녀의 약조에 따라 일곱째 날에 세계가 완성될지어다. 그 세계에서 신이 이르건대, 인간은 답을 찾아야 할지니. 세계는 규칙을 지키고, 우리는 일곱째 날을 기다리리라.』
302 후일담 2024/09/02 19:31:09 ID : HxxAZijg1yF 0
행진하는 북과 나팔에 취기 어린 수마睡魔가 내쫓깁니다. 그림자를 드리우는 성대한 동상이 바퀴가 여덟 개인 수레에 실려 지나가는군요. 이 지방에서 섬기는 신의 우상일까요? 그 머리는 주황색이며, 눈은 초록색입니다. 의상은 전반적으로 정감 가는 색상입니다. 복층 주택이 해를 가리고, 천 한 폭이 포장마차를 덮습니다. 소리 없이 손 잡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혈혈단신의 모험가에겐 빛이 필요하니, 주점이 이에 제격입니다.
303 후일담 2024/09/02 19:34:41 ID : HxxAZijg1yF 0
당신은 작은 식탁에 앉아 가벼운 술과 과일 안주를 주문합니다. 딱딱함을 자랑하던 이국의 과일이, 회처럼 얇게 썰려 접시에 담겼습니다. 주점과 여관이 연결되어, 현지인이 아닌 여행자를 노리는 점포. 때문에 대화가 활발하여 이곳의 문화와 타국의 비밀이 폭로됩니다. 이 학교의 교장인 창세의 성녀 레밀에 대하여 성국의 요새 너머, 산 위에 표류한 거대 방주에 대하여 그리고 누구도 닿은 적 없는 밀림 속 전설의 황금 도시에 대하여. 당신은 술잔을 들고 일어섭니다. 흥미를 잡아끄는 소재가 있었거든요. >레밀 >거대 방주 >황금 도시 >신과 축제 >기타
304 이름없음 2024/09/03 00:06:38 ID : xAY2pU0pU4Y 0
레밀
305 후일담 2024/09/03 00:29:22 ID : HxxAZijg1yF 0
당신은 창세의 성녀인 레밀에 대해 전해들었습니다. 동쪽의 끝자락부터 서쪽의 막바지까지.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았습니다. 그 넓은 세계에서 놀랍게도 레밀의 평판은 동일했습니다. 세계를 구한 영웅. 멸망했던 세계를 재건한 성녀. 그 공로로 교장의 자리를 얻었다. 레밀? 아니, 레밀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수다에 참여해보니, 레밀은 성녀로서의 소박함을 여전히 간직하는 중이랍니다. 학교에 관심있는 자라면 누구나 성녀에게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는군요. >레밀의 정보를 더 묻는다 >숙박 후 레밀에게 면담을 청한다 >숙박 후 모험을 떠나러 간다 >기타
306 이름없음 2024/09/03 10:40:51 ID : moMmE9xRu8m 0
레밀의 정보를 더 묻는다+숙박 후 모험을 떠나러 간다
307 후일담 2024/09/03 17:48:34 ID : HxxAZijg1yF 0
레밀의 고난은 책자를 통해 민중에 퍼져 있었습니다. 기억하실는지요. 레밀은 당신으로부터 망이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직후 당신과의 연결이 불안정해져, 레밀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겨우겨우 연이 닿았던 참인지 능력을 일부 발휘할 수는 있었으나, 모진 고초에 시달리는 신세로 전락하였답니다. 낮에는 용사가, 밤에는 이교가 쫓아왔다더군요. 특히 용사는 분기탱천해서요. 믿었던 성녀가 작전을 배반했다는 이유로요. 부들부들 떨며 구사일생하며 사흘을 내리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엔 절벽의 끝에까지 몰렸답니다. 레밀은 기도하였고 바로 그 순간
308 후일담 2024/09/03 17:50:41 ID : HxxAZijg1yF 0
천 개의 태양과도 같은 섬광이 내리치더니 빛과 어둠이 소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섞여들고 경계를 이루어, 생명과 문명이 탄생하는 광경이 일시에 목도되었지요. 검과 마법의 시대. 그 시대의 행복한 사람들은 지상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성녀가 이룬 창세의 기적일까요? 레밀은 그리 생각하였고,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했답니다. 레밀이 창세의 성녀로 추대된 것은 그러니 알맞은 귀결이었지요.
309 후일담 2024/09/03 17:51:21 ID : HxxAZijg1yF 0
그렇다면 성녀 파르잔은? 아무래도 종적을 감춘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이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마쳤습니다. 꿈결에 떠올려보니, 그들이 머물 법한 지역이 있었습니다. >집 >바다 너머의 피난처 >황금의 도시 >기타
310 이름없음 2024/09/03 18:35:39 ID : hfglA7wJWi5 0
바다 너머의 피난처
311 후일담 2024/09/03 19:43:00 ID : HxxAZijg1yF 0
관광객에 섞여 학교를 떠납니다. 밑창이 두꺼운 부츠를 신었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망토를 걸쳤습니다. 짙은 숲과 외진 길을 건너는 데에 무리는 없겠습니다. 성국의 요새를 지나, 버려진 야영지에선 모닥불을 되살렸습니다. 햇볕에 맞추어 후드를 썼다가 말았다가, 보폭을 늘렸다가 줄였다가. 바다가 가까워지니, 웬일로 갈매기가 나뭇가지에 앉아있기도 합니다.
312 후일담 2024/09/03 19:52:34 ID : HxxAZijg1yF 0
고운 모래로 된 평평한 바닷가를 보았습니다. 맨발로 뛰어놀면 좋겠습니다만, 그러지는 않기로 합니다. 이 신발이 마음에 들고, 어른스럽기로 하였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급하기 때문에. 추억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쾅쾅 들뜨고 있어서. 바다는 구름이 흘러오는 저곳까지, 탁 트여 평화스럽습니다. 구름의 방식으론 바다를 건널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허전하고 막막해 모래벌판을 막연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어떤 목조 건축물을 마주했습니다.
313 후일담 2024/09/03 19:54:51 ID : HxxAZijg1yF 0
집의 모양을 한 방주입니다. 겉면엔 도료가 발라져 물이 들어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의 작품일까요? 알 것 같기도 하네요. 그 내부 역시 왠지 알 것만 같습니다. 출항했습니다. 바다 너머 대륙에 가닿기까진, 아무래도 하루. >누워 배멀미를 피한다 >배의 내부를 살펴본다 >기타
314 이름없음 2024/09/03 20:01:12 ID : zgkq0pQtzdS 0
배의 내부를 살펴본다.
315 후일담 2024/09/03 20:09:10 ID : HxxAZijg1yF 0
지나버린 그날, 성녀 파르잔과 망이가 삶을 영위하던 터전입니다. 눈 푹푹 내리던 와중에, 파르잔이 도박장에 수감되었던 동안, 릴리가 집을 증축했었지요. 천지개벽하던 그 혼란 중에 이 해변까지 쓸려내려왔나 봅니다. 성녀의 방을 봅니다. 망이의 방을 봅니다. 당신의 눈으로. 정성들여 관리한 티며, 깜찍한 장식물이며, 그런 성녀의 애정을 봅니다. 성녀의 눈에는 너무도 당연해서 묘사되지 않았던 공들인 마음을 봅니다.
316 후일담 2024/09/03 20:11:59 ID : HxxAZijg1yF 0
냉동칸의 소고기는 여전하고, 달걀은 오래되었으니 버리고. 냉장고를 정리합니다. 주방의 벽면엔 하얀 숯과 불판이 보입니다. 아, 하늘색 보온병! 아이스티다! 마셔봅니다! 아차.
317 후일담 2024/09/03 20:15:47 ID : HxxAZijg1yF 0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아주 곤히 잠들었었습니다. 귓가에는 새소리. 새소리라고요? 육지를 뜻합니다. 문을 열어보니 큰부리새. 밀림의 생물입니다. 두 번에 걸쳐 들숨, 두 번에 걸쳐 날숨. 한낮의 광량이 세서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연기의 냄새. 나무를 태우는 향. 인간이 생활하는 자취.
318 후일담 2024/09/03 20:16:45 ID : HxxAZijg1yF 0
생활감이 생동한 임시 거처가 있습니다. 당신은 그곳에 누가 있을지를 알고 있습니다. 무어라 말하고 싶을지도, 알고 계실까요? >인사한다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용히 미소짓는다 >기타
319 이름없음 2024/09/03 20:51:49 ID : VeZcpPhhBtj 0
조용히 미소짓는다. 사실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320 후일담 2024/09/03 20:58:25 ID : HxxAZijg1yF 0
성녀는 붉은색 털실로 뜨개질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머플러가 길게 늘어져, 성녀의 무릎께에 엎드린 망이의 목덜미를 덮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고요한 미소 덕에, 망이는 천사다운 수면을 노곤히 이어갑니다. 성녀는 대바늘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망이는 번쩍 들어 품에 안았습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증명도 증거도 없었지만 어쩐지 알았습니다." "신께서 증명도 증거도 없이 저희를 지켜주셨듯이." 당신은 당신의 미소로 화답하고, 당신의 손으로 문을 열어줍니다. 온풍 부는 바깥으로 셋이서 나들이입니다.
321 후일담 2024/09/03 21:05:26 ID : HxxAZijg1yF 0
흙길을 따라서, 그러므로 파릇한 풀꽃을 살리면서 걸어갑니다. 바람이 망이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고, 그래서 망이는 더더욱 나른히 잠에 들고, 그래서 두 사람은 조금 더 목청 높여 대화할 수가 있게 됩니다. "어떻게 오셨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재회를 소망하신 것이겠죠." "해피엔딩을 거머쥐었으니 평화로운 잡담을 즐겨볼까요." >릴리의 정체에 대해 묻는다 >망이의 과거에 대해 묻는다 >어떻게 지냈는지를 묻는다 >망이의 미래를 묻는다 >기타
322 이름없음 2024/09/03 21:11:10 ID : hfglA7wJWi5 0
망이의 과거가 궁금하네 예전에 이교의 예언자가 본인이 망이를 '저런 존재'로 바꿨다고 했는데 그 말인즉슨 망이가 처음부터 괴물로 취급받진 않았다는 것 같아서 항상 궁금했엉
323 후일담 2024/09/03 21:21:21 ID : HxxAZijg1yF 0
"과거는 탐구의 대상이죠. 궁금하심이 당연합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신께서 저를 구해주셨을 때, 모형정원을 만드는 대신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면? 어쩌면 릴리와 망이가 있었던 그 시절을 체험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그 경우엔 세계가 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 일장일단이지만요." 파르잔의 숨결로부터 알고 있는 감정을 감각합니다.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짧은 말로 간결히, 망이에 대해 이르겠습니다."
324 후일담 2024/09/03 21:26:33 ID : HxxAZijg1yF 0
"교단은 재난에 대비해 성녀를 모집해왔습니다. 세계가 멸하는 순간, 성녀가 창세의 능력을 깨우쳐 세계를 재건하길 바라며." "아무나 잡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공상을 현실로 바꾸는 '잠재력'이 보이는 소녀들을 골랐죠." "전쟁 고아 중에 몇몇은, 환상에서 친구 하나를 꺼내오는 법을 걸음마처럼 익혔거든요." "버려져 살던 나날, 릴리가 저의 첫 번째 상상친구였고." "성녀로 임명되어 금서고에 갇혔던 때, 저는 두 번째 상상친구인 망이를 만들었습니다." 주마등에서 눈에 담았던 성녀의 과거가, 상상친구의 이모저모가 발성됩니다.
325 후일담 2024/09/03 21:30:25 ID : HxxAZijg1yF 0
"망이는 책의 요정으로, 금서의 활자와 삽화를 먹어치우는 존재였습니다. 이교의 지식이 실려오는 금서고에서, 저희는 이를 검열하는 역을 맡았거든요." "그런 망이를 이교가 오염시켜 세계를 먹어치우는 존재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기억도 사라지고 인격도 퇴화해, 망이와의 추억은 저 홀로 간직하게 됐죠." "과거를 회상하는 위치에선, 과거를 재현할 수도 없으니, 그저 추단할 따름이지만 망이가 먹어치울 예정이던 금서에 주술을 걸어 정체성을 뒤튼 모양입니다."
326 후일담 2024/09/03 21:36:34 ID : HxxAZijg1yF 0
"그 뒤 여러 일을 생략하여, 멸망의 직전, 저는 모종의 힘을 받았습니다. 겨우겨우 포위망을 뚫고 폐가를 찾아, 이를 살 만한 공간으로 바꾸었던 때, 찬장을 살피다가 신의 기색을 느꼈으니, 그것이 저희의 첫만남이었지요." "모두 그리운 과거이며, 지나간 세계의 설정입니다." 성녀 파르잔이 먼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선은 당신의 낯으로 향했다가 결국엔 망이의 등으로 향합니다. 망이의 등을 토닥이며 파르잔은 당신을 한 발짝 늦게 따라갑니다. >이곳에 은둔하는 이유를 묻는다 >망이의 미래를 묻는다 >기타
327 이름없음 2024/09/03 21:39:20 ID : nu66lwmmnvf 0
엇 이제 이야기의 끝이 다가오는 건가ㅜ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이곳에 은둔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
328 후일담 2024/09/03 21:48:02 ID : HxxAZijg1yF 0
"신과의 연결이 끊긴 뒤로는 마물에 홀린 듯이 이곳저곳 휩쓸렸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대지에 발이 닿았으니, 모형정원이 성공적으로 현실에 이식된 것이었지요. 기쁨이 있었습니다. 사흘은 외로웠을 망이에게 일시에 달려갔습니다." "그 뒤로는 망이와 계속해서 일상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뭐, 은둔을 하게 된 이유가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329 후일담 2024/09/03 21:51:17 ID : HxxAZijg1yF 0
파르잔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어이없음을, 비통함을 뜻하는 제스처이지요. "사람 사는 곳에 가니, 저를 닮은 동상을 세웠더라고요?" 아, 축제에서 본 것 같습니다. "세상을 빚은 조물주이다 보니, 제가 인류의 무의식 중에 신으로 각인된 모양이에요." 과연. 이목이 부담스러워 숨어들 만도 합니다. "그리고 금서고에 한평생 갇혀 살았다보니, 망이가 아니면 뭔가 무섭고...." 어라? 파르잔은 당찬 성격 같았는데 말입니다. "신이 뒤에 계셔서 용기가 났고, 망이가 위험해서 간절했을 뿐이죠." 아하. 지지와 사랑의 강력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330 후일담 2024/09/03 21:58:00 ID : HxxAZijg1yF 0
두 사람의 시선은 일시에 망이를 가리킵니다. 자연스러운 이끌림이었습니다. 소곤소곤 잠에 든 모습이 너무도 만족스러워서. 여러 선택과 힘든 고난을 뚫고 지켜낸 그것이 너무도 소중하여서. "뭐, 이제는 괜찮아요. 은둔 생활을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군다나 이에 더해, 마침 새로운 가족인 당신도 찾아왔습니다. 변화의 시간입니다. "망이를 어떻게 보살필까요? 신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물론 망이의 의사가 제일이지만요!" >학교에 보낸다 >모험가로 키운다 >우선 밥부터 먹인다 >기타
331 이름없음 2024/09/03 21:58:24 ID : mtxQnAZa2la 0
우선 밥부터 먹인다
332 이름없음 2024/09/03 21:59:59 ID : nu66lwmmnvf 0
우선 밥부터! 메뉴는 어딘지 익숙한 소고기라면이 좋을 것 같아
333 후일담 2024/09/03 22:11:27 ID : HxxAZijg1yF 0
"...그렇네요. 인간의 몸으로 오시느라 고되셨겠죠. 식사부터 할까요." "망이도 식사를 거르면 안 되지요. 한창 클 나이이니." 셋은 바다로 다가갑니다. 그들이 살던 집을, 방주를, 당신이 이곳까지 끌고왔으니까요. 파도가 칠 때마다 소금 냄새가 짙어집니다. 망이가 서서히 눈을 뜹니다. 망이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하긴, 망이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지요. "...엄마." "아, 망이야. 이 분을 소개해드릴게." "...엄마 같아."
334 후일담 2024/09/03 22:14:21 ID : HxxAZijg1yF 0
망이는 당신을 가만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습니다. 망이의 눈동자는 여름의 바다 같고, 그 표면은 찬란히 잔잔합니다. 망이는 그 조그마한 손가락을 당신에게 열심히 뻗어댑니다. "엄마의 안에 있던 그 느낌이에요." "어어라? 정말? 혹시 느껴지는 걸까?" "네. 그러니까... 엄마 안에 있었으니까 엄마? 엄마가 아니니까 아빠? 뭐라고 불러요?" "아, 뭐라고 부르냐고? 음, 그건 좀 고민해볼까?" 파르잔은 올바른 호칭을 찾아 헤맵니다. 그녀는 양육자이니까요. 아이에게 올바른 개념을 심어줘 올바른 명칭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어서, 티 없이 맑은 망이가 더 일찍 단어를 찾아냅니다. "그럼 가족이라고 부를래요!" "음, 맞는 말인데, 호칭은 좀 더 고민해보자!" 양육은 어렵고 벅찬 법입니다.
335 후일담 2024/09/03 22:25:46 ID : HxxAZijg1yF 0
그들의 아침은 소고기 라면. 요리사는 파르잔입니다! 양파가 남아있습니다. 소고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소고기는 얼어있습니다. 꽝꽝 언 고기를 냄비에 넣고, 우선은 참기름을 부어 가열해봅니다. 강한 불에 참기름이 금세 증발하며 향긋한 냄새를 풍깁니다. 어라? 그런데 강불? 녹이려면 약불 아닌가요? 온당한 지적에 파르잔은 화들짝 기겁합니다. "시, 신이시여! 저는 요리치라니까요!" 하지만 분명 그때는 맛있는 요리를 했는데. "그건 신의 가호 덕분이에요! 아마도 맛없었을 요리가, 신의 선택 덕에 맛있어졌을 뿐!"
336 후일담 2024/09/03 22:26:30 ID : HxxAZijg1yF 0
흐음. 그렇군요. 파르잔은 전에도 말했지요. 자신은 라면조차 제대로 끓여본 적이 없었다고. 신의 힘을 잃고 성녀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간 지금, 자신감이 확 떨어졌나 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당신이 주걱을 건네받아 고기를 천천히 녹여갑니다. 밑바닥에 달라붙었던 새하얀 고깃기름이, 점차 거품을 이루어 떨어져 나갑니다. 그동안 파르잔은 조심조심, 껍질 벗겼던 양파를 가로 세로로 네모나게 썰어댑니다. "휴우, 힘드네요." 그러다 파르잔이 양파 썬 손으로 눈을 비비고 수돗물로 눈을 한참 씻는 대소동도 벌어졌습니다. 망이가 옆에서 걱정하며 그 고사리손으로 물을 끼얹어줬어요.
337 이름없음 2024/09/03 22:27:14 ID : mtxQnAZa2la 0
망이 귀여워.....
338 후일담 2024/09/03 22:29:39 ID : HxxAZijg1yF 0
그 사이 당신은 양파를 집어와, 소고기와 함께 잠시 들들 볶았습니다. 불을 낮추고, 차분히 물을 붓고, 라면 봉지를 뜯어 스프는 탈탈 텁니다. 물이 팔팔 끓으며 노릇한 양파가 들끓으니, 이제는 면을 넣을 차례. 면을 곧바로 투하하려는데...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손이 있습니다. "엄마는 면을 반만 넣고, 반은 나중에 넣었어요." 아하, 그렇군요. 두 가지 식감을 공존시키는 파르잔의 비법이 있었지요.
339 후일담 2024/09/03 22:31:26 ID : HxxAZijg1yF 0
당신이 불을 조절하고, 파르잔과 망이는 식탁과 식기를 정돈합니다. 당신이 간을 보고, 파르잔이 간을 보고, 망이가 간을 봅니다. 모두가 허가를 내립니다. 출동입니다! 라면이 세 명의 식탁으로 출동합니다! "신이여, 라면이 부디 맛있기를." 파르잔이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제 신의 능력을 잃은, 이 세계의 일부이자 그들의 가족. 맛있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세 명이 골고루 노력해 협동한 결과물입니다. 라면은 >맛있다!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음에는 사먹읍시다 >기타
340 이름없음 2024/09/03 22:32:20 ID : mtxQnAZa2la 0
다음에는 사먹읍시다
341 후일담 2024/09/03 22:35:30 ID : HxxAZijg1yF 0
"아...." "엄마...?" 그리고 당신 역시 탄성. 흐음. 아무래도 라면의 맛은 신의 덕택이었고 소고기 바베큐의 맛남은 릴리의 요리 실력 덕택이었나 봅니다. "저, 망이야, 내가 먹을게." "시, 싫어요! 제가 먹을게요!" "망이야!!!" 마치 맛있는 음식이 사이에 있다는 양, 두 사람이 태격댑니다. 당신은 말없이 라면을 후루룩 삼키며, 아무래도 맛있는 가게로 그들을 소개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342 후일담 2024/09/03 22:37:04 ID : HxxAZijg1yF 0
그러려면 이 은둔생활을 멈추고 도시로 가야겠지요. 신의 힘을 잃은 우리는 이제부터 노동을 하고 사람과 부대껴야겠지요. 맞습니다. 이는 정말로 고귀하고 버거운 과업이지요. 하지만 세상을 구하는 것보다는 더 쉬운 일이 아닐까요? 더욱이나 이제는 우리 셋이 함께이니. 당신은 기어코 망이가 자신 몫의 라면을 열심히 삼키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아, 이 평화.
343 후일담 2024/09/03 22:38:40 ID : HxxAZijg1yF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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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후일담 2024/09/03 22:39:16 ID : HxxAZijg1yF 0
▒▒▒▒▒▒▒▒▒▒▒▒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르잔과 망이를 귀하게 여겨 지켜주신 바로 당신. 폭력과 상실, 회유에 맞서 올곧게 가치를 견지한 당신. 당신의 이야기가 하나, 행복하게 끝났음에 경축드립니다. ▒▒▒▒▒▒▒▒▒▒▒▒
345 후일담 2024/09/03 22:40:03 ID : HxxAZijg1yF 0
▒▒▒▒▒▒▒▒▒▒▒▒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
346 ◆k1bdDvDxU1z 2024/09/03 22:40:22 ID : HxxAZijg1yF 0
.
347 ◆k1bdDvDxU1z 2024/09/03 22:40:34 ID : HxxAZijg1yF 0
완! 감사합니다!
348 이름없음 2024/09/03 22:40:59 ID : mtxQnAZa2la 0
수고했어 스레주! 정말 재미있게 잘봤어
349 이름없음 2024/09/03 22:41:12 ID : cGsjbfSGq3S 0
세상에 기승전결 복선회수 수미상관까지 정말 재밌는 앵커였어! 레주 짱이야 짱
350 ◆k1bdDvDxU1z 2024/09/03 22:46:28 ID : HxxAZijg1yF 0
지금까지 RP(롤플레잉)을 지키느라 감사 인사 한번 못했던 스레주입니다! 스레 내외로 응원하고 북돋아주셨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창작 동기는, 캐릭터 메이킹을 한 순간 존재가 덮어쓰기 되는 용사의 장면을 떠올린 탓. 이야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결정적인 장면으로 삼아 공들였습니다. 맨처음 계획했던 플롯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구상과 동일한 부분은 해피엔딩뿐.
351 ◆k1bdDvDxU1z 2024/09/03 22:49:06 ID : HxxAZijg1yF 0
초기 구상에서의 플롯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습니다. 의 공백은 원래 과거를 염두에 둔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바뀌게 됐네요. 그들의 과거를 후일담에서나마 간략히 보일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 외에도 폐기된 소재와 장면이 꽤나 있습니다. 여러분의 레스는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제목은 마지막에 메타 소재로 수미상관을 이룰 작정으로 적었는데 정작 그 메타 소재는 사라지고, 다른 방식으로 수미상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덕분이에요! 그리고 제목은 확실히 클릭 유도는 됐겠지요? 솔직히 이게 대체 뭔가 싶으셨을 겁니다.
352 ◆k1bdDvDxU1z 2024/09/03 22:52:37 ID : HxxAZijg1yF 0
음, 이걸로 할 이야기는 다한 것 같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대신 등재해주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일말의 감동을, 일말의 기쁨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대만족입니다. 그럼 안녕히!
353 이름없음 2024/09/04 14:17:57 ID : i4JWrtdu5V8 0
와 처음부터 감탄하면서 끝까지 왔는데 글 너무 잘 쓴다. 짜임새부터 스토리 자체도 그렇고 전부. 사실 스레딕 자체에 거의 뉴비라서 이것저것 읽기만 하다가 호기심에 앵커 참여도 해본 건데 신기하고 잼난 경험이었어. 스레주 고생했고 좋은 글 경험하게 해주어 고마웠어요.
354 ◆k1bdDvDxU1z 2024/10/26 00:22:03 ID : HxxAZijg1yF 0
서둘러 휘갈기는 보충. 이런 건 안 좋아하지만, 미처 언급도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작중 핵심 반전을 다룹니다. 아직 안 읽으신 분은 피해주세요!
355 ◆k1bdDvDxU1z 2024/10/26 00:22:37 ID : HxxAZijg1yF 0
스레의 정체성을 규정한 1일차, 일상을 보여준 2일차에 이어, 3일차는 적대자와 함께 시작합니다. 얼굴 없는 이교의 예언자가 등장! 이교는 성녀에게 용사의 위험을 경고하고, 자신의 속내는 감춘 채 퇴장해버립니다. 성녀는 그 의도를 작중에서 와 같이 추정합니다. 용사와 성녀를 충돌시켜 이교만 이득을 보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요. 물론 그것은 성녀의 착각! 이교의 꿍꿍이를 의심했다면 다른 루트로 갔겠지요. 그런데 결말까지 이교의 시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게 되어버렸네요? 작가 입장에서야 머리 속에 설정집이 있으니 당연한 줄로 알았는데, 정작 서술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읽는 입장에선 이교를 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서 덧붙입니다! 이하는 이나 에서 나올 수도 있었던 분기입니다.
356 ◆k1bdDvDxU1z 2024/10/26 00:23:48 ID : HxxAZijg1yF 0
이교의 의도를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이교는 성녀의 죽음을 바란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신에 의해 진실로 보증되었다. 이교의 속임수가 적중한다면 성녀는 목숨을 잃는다. 그렇다면 누구에 의해 목숨을 잃을까? 신? 용사? 망이? 이교는 거짓 정보를 대화 속에 교묘히 섞어놓았다고 했다. 그 대화의 내용은 오롯이 용사와 이교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용사가 범인일까? 하지만 용사는 창세의 성녀가 세상을 재건하기를 바란다. 창세의 성녀를 죽인다니 이상하다. 그러나 창세의 성녀가 죽는다면? 창세의 성녀는 신의 힘을 빌리는 성녀. 그리고 용사에 따르면 다른 성녀들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파르잔을 '이번 창세의 성녀'라고 부른다. 창세의 능력은 신의 힘. 그렇다면 파르잔이 죽을 시, 그 능력이 '다음번 성녀'에게 계승되는 것 아닐까?
357 ◆k1bdDvDxU1z 2024/10/26 00:24:24 ID : HxxAZijg1yF 0
다음번 성녀와 만난 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파르잔이 억지로 지켰던 균형이 무너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무너질까? 용사는 신이 새로운 성녀의 바람을 들어주리라 생각했고, 이교는 신이 배신에 분노하리라 생각하였다. 신이 균형을 지킨다고 한들, 성녀가 용사와 이교에 시달리고 목숨을 위협받다 보면, 결국엔 한쪽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용사가 망이를 노리는 대신 성녀는 지키려 한다는 선입견이, 이교가 심어주려고 했던 바로 그것. 이교는 신이 배신을 처벌해, 세상이 멸망하기를 바랐다.
358 ◆k1bdDvDxU1z 2024/10/26 00:25:09 ID : HxxAZijg1yF 0
...이것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이교 시점의 이야기였습니다. 작가가 해석의 다양성을 깨는 것은 안 좋아하는데, 위 내용은 작중에서 서술되어야 했던 부분이었던지라. 남은 부분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전 이런 걸 좋아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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