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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앵커판 관전스레★ (514)
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벌써 몇 달째 꿈에 나타나는 (-성별) 여자가 있다.
외모로 보아 그는 (나이 16~25) 17살 정도인 것 같다.
지난 몇 달간 나는 그를 관찰했다.
그는 정적인 사람이다. 그의 모든 동작은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느리고 무겁다.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펄럭이는 기다란 속눈썹마저 나비의 날개가 아니라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보일 정도로.
그저 꿈 속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헤엄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일까.
틀리진 않았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애가 꿈에 찾아온다.
잠에 들기 전에 눈을 감았던가?
일정하게 이어지는 기억에 자욱한 안개가 꼈다 갠 듯 한 부분만이 흐릿하다.
몽롱한 정신을 붙들고 그 애를 바라본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조용히 책장을 넘긴다.
아, 어제는 다른 책이었던 것 같은데.
하루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가령 책의 종류라던가, 옷의 색깔이라던가, 그녀가 앉아있는 의자의 바퀴 갯수라던가.
책을 읽지 않는 날도 있고, 그저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으며, 무언갈 열심히 적거나 그림을 그릴 때도 있다.
하나 바뀌지 않는 것이라면 그 흐릿하게 가라앉은 표정일 것이다.
내 기억이 흐릿한 건지, 그 애의 표정이 흐릿한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베이는 기분이다.
그렇게 매일 그 애의 가라앉은 일상을 구경한다.
곧이다.
종이에 적힌 글씨를 따라 조금씩 움직이던 갈색 눈동자가 지느러미 사이로 자취를 감춘다.
그녀는 이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채로 한 번 짧은 호흡을 내쉰다.
내게는 먹먹하게만 들린다.
그녀는 이제 눈을 뜨고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탁 트인 큰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환기를 시키려는 듯 창문을 옆으로 밀어 연 후에 크게 숨을 들이쉰다.
바람인지 물결인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살짝 움직인다. 공기가 상쾌했던건지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는 마셨던 숨을 천천히 내뱉고서, 허공에 발을 내딛는다.
헤엄치려는 듯이.
발길로 힘차게 바닥을 밀어낸다.
단숨에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분명 헛숨을 들이켰는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 그러니까.
말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이 꿈은 항상 그 애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 애의 자살로.
"...헉."
뒤늦게 소리가 들린다.
이불 안에서 땀에 푹 젖은 채 불안정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매일 17살 여자아이의 자살을 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다.
꿈에서는 움직일 수가 없으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그곳에 없다. 형체가 없어 움직일수도, 눈을 감을 수도 없이 그저 모든 것을 바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불쾌할 정도로 멀리서, 제3자의 시선으로, 그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이 무심한 관점에서.
땀을 닦으며 생각한다.
이대로는 정말로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뭐라도 해야 한다.
갑자기 강한 충동이 든다.
나는
1. 다시 잠에 들려 해본다.
2. 일어나서 꿈을 기록한다.
3. 일어나서 할일을 한다.
4. 자유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는다.
먼지가 앉은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르니 기계가 돌아가는 작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각몽.
딸깍.
[꿈을 꾸는 도중에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 아는 내용이다. 마우스 스크롤을 쭉 내린다.
방법.
[꿈을 지속적으로 기록....]
꿈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으니 필요가 없다. 패스.
딜드.
[평상시 깨어있을 때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손등까지 꺾거나....]
아예 못 움직인다니까. 패스.
와일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각몽에 들어가는 것이며, 세 가지 단계(이완기,과도기,안정기)를....]
아니, 아니... 이게 아니다.
온통 자각몽을 꾸는 방법만 적혀있다.
꿈이란 걸 이미 자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꿈을 조종하지 못한다는 전제가 없다.
"아..."
괜히 신경질이 나 혀를 차고 빳빳하게 굳은 목을 좌우로 늘린다.
이게 아닌가?
1. 계속 찾아본다.
2. 다시 잠에 든다.
3.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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